양파를 까본 사람이라면 다들 한 번쯤은 겪었을 겁니다. 겉껍질을 벗겨내려다 양파가 반쪽이 돼 버린 거, 까도 까도 나오는 양파 껍질에 급기야 눈물, 콧물까지 주루륵.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둘러싼 거짓말이 양파 까기 같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드러나는 거짓말들, 도를 넘은 아전인수(我田引水). 위안부 할머니들과 강제징용피해자들 눈에 눈물이 마르질 않는데, 이젠 국민들까지 눈물, 콧물 다 흘리게 하려나 봅니다.
 
하기야 오죽했으면 후보 시절 ‘혈통’검사까지 받았겠냐만은. “뼛속까지 친일”이란 말을 들으면서까지 협정을 밀어붙이는 건.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마치 무슨 일이 있어도 임기 내에 반드시 체결하겠다는 심보인 것 같으니.
 
파타난 남북관계에 이어 마침내 동북아평화마저 뒤흔들 신(新)남방삼각군사동맹. ‘잃어버린 10년’이란 게 결국 이런 거였나 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천안함 침몰’ 사건은 사상검증 ‘리트머스’로 전락한 지 오래됐고. 비판만 했다하면 같다 붙이는 ‘종북’, ‘좌파’ 딱지 붙이기가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을요.
 
그러고 보니 저들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았을지 모르겠지만. 정치.사회적 수준은 10년, 아니 20년 후퇴한 것 같고. 남북관계를 포함한 동북아질서는 반세기 전으로 되돌아 간 것 같았는데. 이젠 뜬금없는 똥고집으로 100년은 더 뒤로 물러날 것 같으니. 뉴라이트이진 올드라이트인지가 한 번 답해줬으면 합니다.
 
꼭 100여 년 전에도 그리고 50여 년 전에도 이 한반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때마다 부채질,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미국이 대체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지 말입니다. 또 정녕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에서 평화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도 말이지요.
 
때 아닌 양파 까기에 연신 눈물, 콧물이 흐르는데, 오늘은 맵기까지 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2/07/03 13:45 2012/07/03 13:45
사용자 삽입 이미지해방 후,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를 둘러싼 투쟁은 참으로 힘겨운 것이었습니다. 테러와 암살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급기야 수백만 명이 죽어야만 했던 참혹한 전쟁까지 일어났으니 말입니다. 어떤 이들은 한반도가 가진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이었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은 독립이 이런 비극을 낳았다고도 합니다. 아니 ‘어버이 연합’ 어르신들 말마따나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처절한 과정”이었을 지도 모르지요.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으로 이 사람을 빼놓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물레와 다 헤진 삼베옷으로 상징되는 사람. ‘비폭력’과 ‘평화’를 외쳤던 사람. 소금행진과 단식으로 몸소 실천을 해나갔던 사람. 바로 간디입니다.
 
인도 역시 영국 식민지로부터 해방 된 이후,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를 놓고 혼란에 빠졌습니다. 어떤 이들은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서구와 같은 산업주의를 일으켜야 한다고 했고. 또 어떤 이들은 강력한 중앙집권적 정부를 세워 근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도 했지요. 물론 서구 산업주의 혹은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사회 건설을 얘기한 사람들도 있었구요. 이때 간디는 이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길을 제시하고 나섰는데요. 이 부분에서 우리는 이제껏 알지 못했던 간디와 마주하게 됩니다.
 
․ 자급자족: 모든 국가는 가능한 한 최대한도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방도를 취해야 한다. 이것만이 시장과 음식과 천연자원을 무한정 요구하고 그 결과로 전쟁도발의 위협을 언제고 내재시키는 긴장과 자극을 최소한도로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이다.
 
․ 지역사회: 국가생활의 기초단위는 마을이나 시장이 있는 면과 같은 작은 지역사회라야 한다. 사람들이 지방 경제생활의 조직과 깊이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에 정치가 지방적이고 활발한 그런 사회 내에서만 진정한 정치적, 경제적 자유와 개인적 의무가 있을 수 있다.
 
․ 과학: 과학은 작은 부락 사회 내에 있는 작은 산업단위나 길드가 사용하기에 적합한 기구나 기계를 고안하고 제작하는 데 활용되어야 한다. 그래서 개인의 의무와 창조적인 기회 그리고 협동이 모든 마을 사람들의 권리가 되고 최대한도로 실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교육: 그러한 사회를 건설하려면 명상과 예배를 포함하여 서로 관련이 있는 가치를 분별 평가하고 그 가치를 깨닫게 하는 방법, 즉 삶을 사는 태도까지 가르쳐 주는 교육을 먼저 실시하여야 한다.  pp.111-112
 
<사회혁명가 간디 Gandhi Bible>는 1987년에 초판이 나온 오래된 책입니다. 우리 사회에 간디를 소개하는 책으로는 꽤나 오래된 것인데요. 간디가 옥중에서 아슈람 제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비롯해, Bible이라는 영제(英題)에서 알 수 있듯 사상과 철학, 행동, 실천이 골고루 담겨 있습니다. 또 몇 가지에 불과한 조건이지만, 위에서 얘기한. 인도를 어떤 방향으로 만들 것인가, 라는 고민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원칙들을 이해하자면.
 
간디에게 ‘사회주의자’이니 혹은 ‘민족주의자’이니 하는 수식어를 갖다 붙이는 것이 옳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아니 간디의 사상과 철학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걸 드러낼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되지요.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 책은 간디를 이해하는데 있어 좋은 길잡이임이 틀림없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1/08/04 13:03 2011/08/04 13:03

평화롭게 살기

from 말을 걸다 2010/08/04 23:42

1.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발생한 한반도 긴장상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채택으로 한 숨 돌리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성명에서 제기한 것처럼 “직접대화와 협상을 가급적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지, ‘사건’ 초기부터 일관되게 이번 기회에 ‘손을 봐줘야 한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만들어간 보수 세력들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지는, 장담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대화와 협상’, ‘평화와 우애’를 더욱 힘주어 이야기해야 함에도. 덮어놓고 ‘빨간색’을 칠해대니 말입니다.

 

2.

벌써 한 달이 넘었네요. 밭에 다녀오는 길. 골목길에서 자동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들이받고 말았습니다. 평소에도 앞, 뒤 가리지 않고 자동차들이 불쑥불쑥 나오는 골목길인지라 그날도 조심조심 속도를 줄였지만. 느닷없이 튀어나온 탓에 ‘어, 어’ 하는 외마디만 지른 채 그대로 차문을 자전거로 받았지요. 다행히 왼손 검지가 까진 것 외에는 다친 데가 없었지만. 자전거든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무섭게 돌진해대는 차들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터라. 요번엔 봐주지 말아야겠다, 마음먹고 있는데. 일단 병원으로 가자, 자전거도 수리하자, 거듭 죄송하다며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자. ‘머,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실수했다는 걸 인정하니…….’ 그래, 웃으며. ‘괜찮으니 틀어진 자전거나 고쳐봅시다’하고는 말았지요.

 

그리고는 다음 날 저녁. 또 밭에 다녀오는 길에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어제 사고 낸 사람인데. 괜찮으냐. 죄송한 마음에 전화했다. 내일 저녁을 대접하고 싶다’, 뭐 그런 내용이었지요. 그런데, 사고가 난 날도 그랬지만. 전화를 받았던 그날도. 꽤나 기분이 좋았답니다. 비록 그 전화가 있고 난 며칠 후. 사고 때문인지는 정확치는 않지만. 왼쪽 어깨며, 목 부근이 자고나면 뻐근한 게. 그 좋은 기분이 오래가진 못했지만요.      

 

3. 

성격상 웬만한 일은 그냥 ‘허, 허’ 웃고 잘 넘어갑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성질을 참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횡단보도를 무시하고 달려드는 차들을 볼 때, 관공서에 마주친 어깨에 ‘빡’ 힘들어간 공무원을 볼 때, 일당 받고 파업 현장에 들어와 깽판 치는 ‘어깨’들과 마주쳤을 때, 2MB이 하는 일이라면 덮어놓고 찬성하는 이들과 얘기할 때가 그렇습니다. 자칭 ‘평화’를 옹호한다고 블로그 이름도 ‘자연은 평화다’라고 해놓고는. 작정하듯 달려들어 싸울 태세인 모습을 누가 보기라도 할라치면. 이거야 원. 남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할 지경입니다.    

 

4.

장마철로 접어들면 온통 밭은 풀천지입니다. 그나마 많은 사람들이 대체 뭘 심은 거냐며 물어오던 호밀이 무섭게 크다 한 풀 꺾여 좀 나아 보이긴 하지만. 오백 평, 천 평 밭농사 짓는 농부님들이 보면 참 우스운 지경이지요. 하지만 농사란 것이 원래 인간이 먹을거리를 기르기 위해 다른 풀들을 강제로 땅에서 몰아내는. 극히 ‘폭력’적인 방식으로 하는 것이긴 하지만. 석유로 만든 비닐이며, 비료며, 기계를 써가며 까지 농사를 지으면서 풀이 조금 자랐다고 농약까지 친다면야. 남들이 들으면 어디 그래가지고 시골에서 손가락질 안당하며 살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하겠습니다.     

 

5. 

역시 한 달 전쯤 이라고 기억합니다. 대낮 남춘천역 앞에서 대판 말싸움을 했지요. 의정부에서 오신 어머님도 계셨고 해서. 웬만하면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아마 고 며칠 전 사고 기억이 겹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뻐근한 목이며, 어깨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 졌을지도 모르지요. 아무튼. 역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속도를 줄이지도 않은 채 득달같이 좌회전해 들어오는 차를 보고는 삿대질에 쌍욕을 했던 겁니다. 젊디젊은 우리야 그렇다 쳐도. 나이 드신 어머님이 채 횡단보도를 건너지도 않았는데 무섭게 질주를 해대니. 순간, 도저히 참질 못하겠더라구요. 그래. 한바탕 욕을 한 겁니다.

 

헌데 이 운전자. 욕 들어 먹은 게 분했던 가요. 짐작컨대 꽤나 한참이나 길을 돌렸을 터인데도. 차를 돌려 세우더니 왜 욕을 하느냐, 며 말을 거는데. 달려드는 차에 두려움을 느낀 사람 생각은 통 하질 않는 것 같더군요. 해서 속된말로 맞장을 떴습니다. 또 치고받고만 하지 않았다, 뿐이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봤다면. 정말 재미난 싸움 구경이었을 겁니다. 그래, 그렇게 10여분이 넘게 말다툼을 하다 어찌어찌 겨우 다시 집으로 갈 수 있었는데. 말할 수 없는 찝찝함이란 게 얼마나 오래 가던지. 그게 그 운전자에 대한 분노인지, 불같은 성질을 낸 것에 대한 자책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6. 

예상했던 대로 지방선거가 끝나고, 유엔에서 성명도 나오고 나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천안함’은 더 이상 뉴스거리도 되지 않네요. 호들갑스럽게 ‘응징’, ‘단호한 대처’를 주문했던 보수 언론들도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아직은 ‘대화’나 ‘협상’을 얘기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무수한 ‘침몰’ 의혹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가면서도. 동북아 안보를 핑계로 일본 자위대까지 참관한. 항공모함을 동원한 대규모 한미 합동군사훈련까지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야말로 ‘불굴의 의지’입니다.    

 

일주일이 넘게 고구마를 심은 이랑 사이를 기다시피해가며 풀을 뽑으니. 훤하니 보기는 좋습니다. 그리고 이제 고구마가 줄기를 마음껏 뻗을 수 있겠거니, 싶으니 마음이 조금 놓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손에 뽑혀져 나간. 이름 모를 풀들이며 꽃들이 밭 한쪽 귀퉁이에 쌓여 있는 걸 보니. 그리고 또 이 풀, 꽃들을 터전으로 살았던 벌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생각하니. 영 개운치만은 않은데. 그것도 잠깐. 옥수수 사이로 콩 사이로 삐죽삐죽 올라온 풀들을 향해 아무 생각 없이 무지막지하게 낫을 휘둘러대고 있습니다.  

 

요즘은 목이 아파 자주 밭엘 나가지 못합니다. 또 가더라도 자전거보단 버스를 타고 가지요. 그리고 고구마 밭 김매기도 끝난지라 딱히 급하게 할 일도 없었기에. 어제도 느긋이 집을 나섰습니다. 헌데 첫 번째 신호등에서 한 번. 타고 가는 버스가 또 한 번. 신호등에 횡단보도까지 무시하고 달려드는 승용차에, 버스에. 어찌나 열불이 터지던 지요. 이번에도 쌍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데.

 

이것 참, 이래저래 ‘평화롭게 살기’.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8/04 23:42 2010/08/04 2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