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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선택적 출력통제와 영화산업

선택적 출력 통제(Selectable Output Control)를 위한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청원

 

지난 5월 9일 미국영화협회(Motion Picture Association of America, MPAA)는 그 회원 할리우드 거대 스튜디오들인 파라마운트 픽처스,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20세기 폭스 필름, 유니버설 시티 스튜디오, 월트 디즈니 영화사, 워너브라더스 엔터테인먼트 등을 대신하여 현재 연방통신위원회가 제한하고 있는 ‘선택적 출력 통제(Selectable Output Control, SOC)’에 대한 면제 혹은 규제완화를 요청하였다(‘Petition for Expedited Special Relief’). 간단하게 말하면, 그 주된 목적은 극장에 상영 중인 할리우드 영화를 거의 같은 시기에 주문형 비디오 등의 윈도우를 통해 동시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영화협회는 ‘다채널 영상 편성 배포업자들(multi-channel video programming distributors, MVPDs)’, 즉 케이블 사업자들과 적극적인 제휴를 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미국영화협회의 요청에 대하여 연방통신위원회의 반응은 지난 2003년 선택적 출력 통제에 대한 제한조치를 발표할 때와는 사뭇 다르다. 6월 5일 연방통신위원회는 6월 25일까지 공공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것을 발표하였고, 이를 7월 7일까지 연장한다고 추가 공표하였다. 이에 대해, 전미극장주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Theater Owners, NATO)는 6월 17일 연방통신위원회에 공공의견 수렴기간을 연장해 줄 것을 요청하고, 미국영화협회의 선택적 출력 통제에 대한 면제 혹은 규제완화 요청이 미국의 3만여 개의 스크린을 거느리고 있는 600여 극장 사업자들에게 치명적인 사업 모델을 강제하고, 나아가서는 공공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발표하였다.

 

‘선택적 출력 통제’란 케이블텔레비전 사업자가 수용자 가정의 특정 영상 기기에 대해 선호도를 부여한다는 것을 말한다. 즉 케이블 텔레비전 사업자가 방송출력 본부에서 원격으로 각 가정의 텔레비전 수상기에 연결된 케이블 방송의 ‘출력’장치에 대한 접근권을 갖는 것으로서(케이블 방송의 가정 내로의 ‘입력’장치는 셋톱박스이기 때문에, 이미 입력장치에 대한 통제권은 케이블 방송사업자가 가지고 있는 셈이다), 가령 어떤 수용자가 디지털 레코더인 티보를 통해서 어떤 영화를 녹화하고자 하려는 경우, ‘선택적 출력 통제’에 대한 금지가 철폐되어 케이블 방송사업자가 방송 출력 선호도를 티보라는 레코더에 부여하지 않는다면, 이 수용자는 자신의 디지털 레코더에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송되는 자신이 원하는 영상물의 녹화를 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선택적 출력 통제는 티보와 같은 최신 디지털 레코더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가정용 VCR에도 적용될 수 있다.

 

앞서 간단하게 적었던 것처럼, 미국영화협회가 선택적 출력 통제에 대한 연방통신위원회의 규제 완화 혹은 면제를 요청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영화 유통망의 확대를 위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축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튜 라사르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영화가 출시되면 극장을 통해서 상영이 되고 약 두어 달 정도가 지나면 비행기나 호텔 등의 고객들 위한 서비스로 상영된다. 그 후 120일 정도가 지나면 DVD로 제작되거나 인터넷 다운로드를 통한 유료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150일 정도 후에는 케이블텔레비전을 통한 주문형 비디오(video-on-demand)나 편당 유료 서비스(pay-per-view) 등으로 만들어 지며, 약 1년이 지나면, 케이블텔레비전의 HBO나 Showtime과 같은 프리미엄 채널을 통해서 상영된다.

 

이러한 과정이 지나고 나서야 영화는 공중파 방송을 통해서 시청자들에게로 간다. 그런데 최근 미디어 콘텐츠의 디지털화와 더불어 오는 2009년 2월부터 미국의 텔레비전 방송이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수요와 사회적 이용도가 현전하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래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의 국내 영화시장의 규모 역시 1990년대와 비교해서는 다소 둔화되었다 하더라도, 2000년대 들어 2005년을 제외하고는 경제 불황의 현실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주목할 것은 미국 영화산업 전체 수입의 절반 이상은 해외 박스 오피스를 통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1990년대와 비교하여 2000년대 현재의 미국 영화산업을 국내시장의 수치로만 판단, 예측할 수는 없다.) 거대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따라서 영화 콘텐츠의 수요 및 수익 창구를 다변화할 수 있는 사업 모델들을 끊임없이 계발하고 있는 것이다.

 

<표> 미국 국내 영화시장 박스 오피스 (단위: 백만 달러).

출처: http://www.boxofficemojo.com.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거의 동시에 가정 내 수용자들에게 디지털 콘텐츠로 상품화함으로써 무엇보다 영화 상영 이후 2차 윈도우 시장, 즉 DVD 시장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만들 수 있다. 닐슨의 텔레비전 시청률 조사 자료가 한 해의 텔레비전 광고시장의 단가와 수용자 규모를 예측하고 수용자들의 다양한 인구학적인 변인들, 즉 거주지역, 학력, 수입, 인종 등을 정보화함으로써 텔레비전 시장을 가장 탄탄한 미디어 소비시장으로 만들고 있는 것처럼,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극장의 박스 오피스로부터는 얻을 수 없는 초기 영화 상품에 관한 수용자 정보를 체계적으로 만들 수 있고, 영화 소비의 주기를 더욱 빠르게 만듦으로써 소비시장의 외연을 확대하고 2차 소비시장에 대해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사업모델은 영화의 2차 소비시장, 즉 DVD와 인터넷 다운로드 시장에서 불법 디지털 복제 등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적 차원에서도 이해될 수도 있다. 물론 2차 소비시장 전 단계에서 개봉영화를 디지털 콘텐츠화 하는 것만으로 불법 복제시장을 규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영화 개봉과 더불어 만들어지는 불법 복제물의 유통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주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영화협회가 이번 청원서에서 선택적 출력 통제의 기간을 영화가 DVD로 만들어지는 시점까지로만 요청하고 있다는 점은 기술적으로 DVD로 출시된 영화의 불법 복제를 기술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 현실을 감안하여, 영화 상영 기간 중의 불법 복제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의도를 나타내 준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위의 두 가지 시장 전략들을 도입하기 위하여 미국영화협회는 연방통신위원회의 선택적 출력 통제에 대한 면제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그 근거로서 미국영화협회는 2003년 연방통신위원회가 선택적 출력 통제에 대한 규제를 명할 때 미국의 콘텐츠 산업이 새로운 시장 모델을 구현하려는 경우, 그리고 이것이 잠재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경우에 선택적 출력 통제에 대한 금지 조항을 재고려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번 청원서에 미국영화협회는 "선택적 출력 통제에 대한 면제 요청에 대한 인가는 할리우드 영화사들과 케이블 사업자들이 소비자 선택의 폭을 확대하면서 보다 더 공익에 복무할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저작권에 대한 보호가 공익을 위한 것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이윤활동이 공공의 이익에 어떻게 부합되는지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는가?

 

그러나, 제이 로가 지적하는 것처럼, 여러 가지 미디어 기기들 간의 불법적인 디지털 화일의 교환이 이미 기술적으로 제약받을 수 있는 다양한 조항들이 마련되어 있는 상황에서(가령, 히타치, 인텔, 마쓰시타, 소니, 도시바 등은 이라는 일종의 디지털 저작권 관리 기술을 마련하여 가정용 디지털 기기들 사이의 연결을 암호화하고 있다), 연방통신위원회가 이미 수용자가 소유한 디지털 기기의 이용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보기 때문에 금지하고 있는 조항을 미디어 기업의 지적 재산권을 위하여 면제한다는 것은 1984년 연방대법원의 베타맥스 판결에 따라 보장된 텔레비전 방송의 녹화를 통한 ‘타임 쉬프팅(time shifting)’에 관한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게다가 로는 얼마전 공중파 텔레비전 방송에 저작권 보호를 위한 할리우드 산업의 시도에 대해서도 이미 워싱턴 디씨 순회 법원은 연방통신위원회가 방송전파의 전송에 관여하지 않는 소비자 가전기기에 대해 어떤 규제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음을 확인하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한다.

 

미디어 콘텐츠의 창작자와 제작자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다양한 사회적 제도를 요청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며 합당하다. 가뜩이나 이전 보다 말 그대로 혁명적으로 다양해진 유통망들(그 중 단연 인터넷이 으뜸이다)과 디지털 기술들이 발달한 현재의 시점에서 자신이 만든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권리 보호에 대한 우려는 그와 같은 권리에 대한 침해를 사회의 안전성에 대한 위협으로까지 간주한다. 달리 말하면, 정보통신망에 대한 소위 ‘해킹’ 혹은 디지털 음악과 영상 콘텐츠에 대한 ‘해적행위’ 관한 사회적 담론은 ‘공익’과 ‘사회 안전성’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기도 하는데, 미국영화협회가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보호해야한다는 명목 아래 연방통신위원회에 제출한 디지털 기기 규제강화 청원서에서도 이러한 내용은 어렵지 않게 확인되고 있음을 보았다.

 

◦ 참고 :

- Home Recording Rights Coalition, “Consumer Rights: Output Control,” http://www.hrrc.org/index.php?id=10&subid=1.

- National Association of Theatre Owners, “Request for Extension for Time to File Comments in MB Docket No. 08-82.” June 17, 2008, http://gullfoss2.fcc.gov/prod/ecfs/retrieve.cgi?native_or_pdf=pdf&id_document=6520030203.

- Matthew Lasar, “MPAA Wants to Stop DVRs from Recording Some Movies,” June 8, 2008, http://arstechnica.com/news.ars/post/20080608-mpaa-wants-to-stop-dvrs-from-recording-some-movies.html.

- J. Law, “Selectable Output Control? Sounds Good, but Who's Doing the selecting?”" June 19, 2008, http://www.publicknowledge.org/node/1625.

 

◦ 작성 : 성민규(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스터디즈학과

박사과정, MinkyuS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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