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저기, 노동자의 힘은 뭐하는데에요?

<문화/과학>이라는 잡지가 있다. 90년대 초반부터 과학적 문화정치를 주장했던 잡지로, 알튀세르 수용에 혁혁한 공을 세운 곳이자, 한 때 들뢰즈주의자들의 놀이터이기도 했다. 솔직히 지금은 어떤 종합적인 정치색이나 이념색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쿄뮤니스트로 불리길 원한다는 정도?

 

그래도 이런 잡지는 <진보평론>이나 <녹색평론>처럼 '사주는 걸로 돕자'는 범주에 들어있는 잡지다. 내용의 동의 여부는 떠나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니 말이다.

 

지난 달에 나왔던 <문화/과학> 봄호를 뒤늦게 사보고는 깔깔대며 웃었다. 이유는 박성인이라는 사람이 쓴 '21세기 시대정신 구현할 21세기 사회주의 정당 건설'라는 글 때문이다. 다행이었다. 총선 전에 봤으면 밑줄그어가면서 보았을 텐데, 시점 상 지금보는게 '웃으면서' 볼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간단하게 보자. 글쓴 시점은 2월 3일 민주노동당 당대회가 무산된 후 분당이 가시화되던 시점이다. 이에 대해 박성인씨는 '대중조직 내부에서는 배타적 지지 방침을 둘러싼 격돌이 본격화되고, 사태의 진전에 따라서는 노동자 민중 진영 전체에까지 재편의 회오리가 몰아칠 것 같다'고 전망한다. 이에 대해선 별도의 촌평이 필요없을 듯하다. 그의 말대로라면, 지금 상황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기' 때문이다. 폭풍전야라 그런가?

 

흥미롭게도 민주노동당을 87년 민중항쟁과 96-97년 노동자총파업투쟁의 산물이자, 노동자민중 정치세력화라는 전략적 과제를 체현한 현실태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히야~~. 민주노동당이 그동안 그렇게 자임해왔던 것은 인정하지만, 외부의 평가조차 이럴 줄은.(그런데 다 이게 롤러코스터 효과를 노린 립서비스라는 거.. )

 

그런데, 당시의 민주노동당은 '민족주의와 사민주의'가 주도해 노동자 민중의 총체적 대응을 정치적으로 조직해내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뭐가? 민주노동당은 '통일과 반미', '분배와 복지'문제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그럼 뭘 했어야 하는데? '반자본주의 정치투쟁의 전면화'를 못했단다. 음... 이건 곱씹어봐야겠다.

 

그래서 필자가 보기엔 당시의 시점이 '노동자민주의 새로운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상과 정치노선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해서 다시 현장과 지역으로부터 일어설 때'라고 역설한다. 이 역시, 곱씹어 보자.

 

박성인씨는 진보신당에 대해 우경화된 사민주의 딱지를 붙이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리고 심상정 비대위가 내놓은 종북주의 비판과 사회연대전략이 '반노동자법인 국가보안법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했고', '연대전략은 계급해체 전략'이었다 한다. ^^ 재밌으시네. 지금부터 재미있는 부분들이 쏟아진다.

 

뭐 구구절절하게 말하진 않겠지만, 종북주의 비판을 국가보안법 문제와 뒤섞어 버린 것은 당내 다수파의 논점 흐리기 전략이었으며, 그의 단적인 증거로 '다함께'를 포장해서 박성인씨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갈음하겠다.

 

그래서 뭐하겠다는 건가하고 넘어갔더니, '21세기형 제국주의'인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21세기 사회주의/코뮤니즘'을 하잔다. 이쯤에서, 최근 <레디앙>에서 쌩난리 중인 '진보니, 좌파니 하는 논쟁'이 생각하서, 웃음이 나왔다. 하기사 누구의 말대로, 언어는 존재의 집이니 중요한 문제이긴 하다만...

 

그러면서 내놓는 대안이 '반자본 변혁'이다. 민생문제로 드러난 자본주의의 문제는 '변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동의한다.

 

적어도 난 박성인씨가 "'사회주의', 아직도 그 소니냐고 한다'며 개탄하는 회의주의자는 아니다. 다만 어떤 사회주의고 그 방법론이 궁금할 뿐이다. 그래서 넘어갔더니....

 

그냥 반자본 변혁은 현실의 요구이자 역사의 필연이란다. ^^;; 뭔가 좀더 구체적인 상을 보여주세요 하면서 글을 읽어 나갔다. 그러자 명문장이 나왔다.

 

"'21세기 진보의 재구성'은 발전된 생산력 때문에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를 노동자민중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정치적 전망을 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발전된 생산력 때문'? 몇번이고 다시 읽어봤다. 정말? 현대 자본주의가 생산력 때문이라고? 그럼 석기시대로 돌아가야 사회주의 한다는 걸까? 아니다. 이를 더 나름대로 정밀하게 읽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윤율 저하의 경향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생산력의 증가로 카바하려는 자본주의' !! 그래? 오히려 금융화 경향을 보자면, 이윤율 저하 경향을 해결하는 방식이 바뀐 것 아닌가?(물론 이런 제도주의적 시각에 반론을 표한 정성진 류의 정통마르크스주의자도 있지만)

 

결국, 그냥 넘어갔다. 생산력 때문에 자본주의가 문제라는데 거 참... 그래도 넘어갔다.

 

뒤이어 '가부장제 및 환경파괴적 생산력주의도 극복하는 복합적 사회주의/코뮤니즘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부터, 진보신당 류가 주장하는 '생활 좌파, 진보의 재구성'론과 어떻게 구별되는지 헤깔리기 시작했다.  이거 혹시 이름만 바꾼 것 아냐? 라는 의심을 못내 꼭꼭 누르면서.

 

그러면서 갑자기, '정당 건설, 사회주의 정치활동의 출발'이라고 한다. 아휴 깜짝이야. 이제까지 의회주의니 사민주의니, 개령주의니 하셨으면서 정당이라뇨? '전위정당'말인가요? 하면서 쫓아갔다. 그러고 나서 '네트워크 조직'은 안된다. 이르지도 않다, 강령도 준비 다되어 있다, 현재의 노동자게급의 단결은 오히려 당 건설로 가능하다며, 솔직히, 믿어달라고 '강요'한다. T.T 증좌가 없는데 어찌 믿느냔 말입니다요...

 

그러고 나서 글말미에 박성인씨의 정체가 밝혀졌다.

 

'노동자의 힘 중앙집행위원장'

 

나야 <대장정>같이 <노동자의 힘> 잡지를 내는 사람들인 줄 알았더니, 사회주의 정당을 건설하자고 한다. 그런데요, 도대체 누구신데, 갑자기 나오셔서 이런 말씀이세요? 하는 질문이 떠나질 않는다.

 

솔직히 말하겠다. 절반은 비아냥이다. 내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더라도, 문맥에서 느낄 수 밖에 없으니 그런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애초, 진보블로그에 이사오면서 처음 포스팅했던 것이 '강내희 교수의 글'이었다. 구구절절히 아름다운 말씀이었느나, 당최 뼈대가 없었다. 실체가 없으니, 후 불면 공기중에 날아갈 것 처럼 보였다. 박성인씨의 글도 마찬가지다.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코뮤니즘이니 코뮤-니즘이니 말 장난하면서 세월을 낚는 것까진 좋은데, 제발 '예수 천당, 불신 지옥'과 같은 주장만은 삼가해주었으면 좋겠다. 난, 노동자의 힘이, 언필칭 그들이 이야기하는 대중을 상대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건 대중인가, 아니면 그들인가.

 

암튼, <문화/과학>에 이런 글도 실리는 걸 보니 이 잡지도 몸은 가만히 있으면서 뇌만 왼쪽으로 기우는 '좌뇌 측만증' 경향이 다분해 보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