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시 유엔사의 관할권 ② 영해
미군이든 유엔사든 NLL을 그은 적이 없다. 한국 정부만 NLL을 주장하고 있다. 영해에는 작전허가구역이라는 것을 통해 유엔사가 허가하지 않으면 작전을 못하게 되어 있다. 현재, 작전허가구역은 한국군한테 모두 넘어와 있는 상태로 영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전시 유엔사의 관할권 ③ 영공
유엔사는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있다. 정전협정 17항에 따르면 비무장지대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사령관, 남측의 경우 유엔사령관한테 있다. 비무장 지대 아래쪽의 민통선은 한국군이 관리한다.
그러나 유엔사는 군인수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비무장지대 상공을 다 관리할 수 없으므로 1군단과 3군단에 위임하고 있다. 군사분계선 이남부터 민통선 상공까지 비행금지구역이 P518이다. 대북 전단 풍선은 민통선 아래, 즉 접경지역에서 날린다. 민통선은 검문을 통과해야 하므로 들어가지 못한다. 접경지역은 군인이 아닌, 정부가 관리한다. 접경지역은 경찰이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 몰래 전단을 날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북전단 풍선은 3개 지역을 통과해야 한다. 민통선에 있는 P518 비행금지지역, 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을 통과해야 북한으로 진입할 수 있다. 따라서 경찰 직무법만 개정해서는 대북전단을 막을 수 없다. 군대가 민통선 상공을 날아가는 풍선은 조준해서 떨어뜨릴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민통선을 통과하여 비무장지대로 날아가면 유엔사가 떨어뜨려야 한다. 1군단, 3군단에 위임을 하였으나 최종책임은 유엔군사령관에게 있다.
현재 상임위에 올라와 있는 대북전단 금지법은 접경지역 하늘만 다루고 있고 민통선, 비무장지대 하늘은 다루고 있지 않다. 대북전단 살포를 경찰이 통제하게 하느냐, 통일부 장관이 통제하느냐만 다루고 있지 정작 군을 통제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 유엔사는 국내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유엔사를 통제하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어떤 경로를 통해서라도 유엔사가 최종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유엔사의 위기시 관할권
유엔사는 위기시 관할권이라는 것이 있다. 미국이 '위기'라는 시기를 따로 구분하고 있는지 우리는 몰랐었다. 전시와 정전 사이에 '위기시'가 있고 미군은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 '위기시'를 일관되게 적용해 왔다.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을 뿐이다.
정전 이후 한국에서 터졌던 군사위기 사건은 '위기시'에 해당한다.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 1.21 김신조 부대 침투건, 69년 EC-121 정찰기 격추사건, 1976년 판문점 미루나무 벌채사건은 모두 위기시 사건이다. 전시가 아니라 전시로 넘어갈 뻔한 '위기시' 사건이었다.
'전시'는 사령관이 모든 권한을 가지고 전쟁을 수행하면 되지만 '위기시'는 위기 상태가 전쟁으로 발전될지, 평화상태로 수습될지에 대해 군사적 시스템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 시스템이 모두 작동한다. 위기조치 향방에 따라 미 국방부, 미 국무부를 거쳐 백악관까지 관여하게 되는 것이다.
정치적 판단과 군사적 판단을 모두 검토하는 매우 복잡한 시기가 '위기시'이며 위기 관리권이 유엔사령관에게 있다. 만약 연평도에서 남북 충돌이 발생하면 일단 위기조치를 하고 그 다음에 발전된 위기조치, 더 발전하면 전시로 가게 된다. 여기에서 맨 처음의 위기 조치를 취하는 권한이 유엔군사령관에게 있다.
2002년 6월 18일 연평해전이 터졌을 때 김대중 대통령은 벌써 전쟁이 나서 남북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국군 통수권자라고 해도 이미 벌어진 전투를 당장 멈추라고 할 수는 없다. 한번 시작된 전쟁은 막기 어렵다. 그냥 굴러가는 것이다. 전쟁 시스템이 그렇다. 위기조치가 시작되면 대통령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반환받으려고 했던 것은 전시 관할권이 아닌 위기시 관할권이었다. 전시는 연합사 구조에 따라 한국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이 사인하면 된다. 형식적으로는 공평한 구조다. 문제는 위기시다. 한국의 대통령이 모르는 상태에서 미국이 위기시를 규정하고 위기 조치를 취하게 되어 있었으므로 위기시 관할권을 한국군이 가져가는 것이 전작권 반환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전작권 반환 과정에서 위기관리권을 누가 가지느냐는 합의가 되지 않았다.
한국군은 위기절차가 있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미군만 쳐다보다가 미국이 결정하는 대로 움직였다. 그 후 위기시에는 백악관과 대통령실이 각각 회의를 연다. 미국이 공개한 외교문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위기조치에 들어갔을 때 백악관에 누가 참석하고 무슨 과정이 논의되는지, 어떤 법적 검토를 통해 위기조치를 통제하는지 알 수 있다.
과거 푸에블로호 사건이나 EC-121 격추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헨리 키신져가 국무장관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당시 일본 기지 사용 여부를 검토했었다. 현재는 백악관이 위기초지를 결정하면 유엔사, 한미연합사를 통해 미군들이 조치를 취하게 되고 이 과정에 한국이 개입하거나 논의할 수 있는 구조는 전혀 없다.
2022년 12월, 용산 상공으로 북한의 드론이 날아왔다가 돌아갔을 때, 남한이 즉시 평양으로 무인기를 보냈다고 공표한 적이 있다. 그 뒤로 유엔사가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10월 북한이 평양 상공에 남한이 드론을 침투시켰다고 밝히자 유엔사가 또 조사에 들어갔다. 한국군이 전방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여 자기 판단 기준으로 조치를 했을 때, 유엔사가 조치를 못하게 막는 것이다.
전시작전권을 돌려 받으면 위기시 대처에 대해 한미 각각의 메뉴얼을 통합시켜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전시작전권이 반환되면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고 미군이 부사령관을 맡는다. 2020년 용산 벙커에서 한미가 시뮬레이션으로 한국군이 미군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는지 검증하는 훈련이 진행되고 있을 때,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이던 에이브럼스가 자신은 주한미군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이기도 하지만 유엔사령관이기도 하므로 한국 사령관한테 지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말기였던 이때부터 전작권을 두고 한미 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미국은 유엔사 재활성화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유엔사의 전시관할권 ① 개전권
우리에게는 개전권이 없다. 1900년대 이전까지는 전쟁선포를 하고 전쟁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1945년 유엔 창설 이후로는 전쟁을 선포하고 전쟁을 시작하면 그 나라는 전범국가가 된다. 유엔은 전쟁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유엔헌장은 부전(不戰)조약 전통에 입각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유엔은 2조 7항에서 유엔 안보리가 군사조치를 결정했을 때에만 헌장에 따라 합법적인 전쟁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리고 1945년부터 현재까지 유엔 안보리는 군사적인 조치를 결정한 적이 한번도 없다. 유엔이 조치하는 '제재'가 가장 강력한 조치다. 그러나 유엔사는 1950년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한 참전 결정이 아직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논리에 의하면 유엔사는 유엔 결의 없이 정전상태인 한반도에서 당장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유엔사의 전시관할권 ② 일본기지 사용권
유엔사령관은 전쟁에 돌입하면 주한미군과 한국군뿐만 아니라 주일미군까지 자기 휘하에 편입시키게 된다. 주일미군사령관은 평시엔 태평양사령관의 지휘를 받지만 한반도에 전쟁이 발생하면 "유엔사령관"의 지휘를 받게 된다.
유엔사령부는 평택에 있지만 일본에 7개의 후방기지가 있다. 한국은 유엔사의 전방기지이다. 7개의 후방기지 사령부가 움직이면 예하의 모든 부대들이 함께 움직이게 되어 있다. 작년 윤석열 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유엔사 후방기지를 두번이나 언급했다. 유엔사를 활용해 일본까지 끌어들이면 북한을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다고 누군가가 확고하게 심어주었다.
1951년 9월 8일, 일본의 요시다 수상과 미국의 애치슨 국무장관 사이에 '요시다-애치슨 교환공문'이 체결되었다.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미일 안보조약과 함께 체결된 '요시다-애치슨 교환공문'은 일본정부가 한국에서의 유엔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시설과 건물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 조약에 따라 1954년 "유엔사" 행정협정이 체결되었고 이에 따라 7개 후방기지 사령부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요시다 애치슨 교환공문의 대전제인 한국에서의 군사작전은 '유엔의 활동'이 아니며, 유엔의 군대라는 의미에서 "유엔사령부"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유엔의 활동이 아닌 회원국의 활동일 뿐이며, "유엔사"가 아닌 미국통합사령부일 뿐이다. 따라서 요시다-애치슨 교환공문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서 합의한 유엔 활동의 지원의무와 일치하지 않는다.
유엔사의 전시관할권 ③ 자위대 동원권
유엔사 통제 아래 일본 자위대가 한국전쟁에 동원, 개입할 수 있다. 이 역시 요시다 애치슨 교환 공문에 의해 규정된다. 일본은 유엔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시설'뿐만 아니라 '역무(Service)'까지도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군대병력이라 하지 않고 역무라고 한 것은 자위대가 군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50년 원산상륙작전 때 일본의 소해부대가 맥아더의 명령으로 파견되어 전투에 참가했다. 1950년대 당시 일본은 군대가 없었다. 맥아더 사령관이 2차 대전 이후 흩어졌던 군인들을 끌어모아서 소해부대를 만들었다. 소해부대는 기뢰를 제거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런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위대가 유엔사를 통해서 얼마든지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
유엔사의 전시관할권 ④ 점령권
대한민국 헌법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규정하고 있고 이 헌법에 따라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은 반국가단체가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는 상태가 된다. 이것이 국가보안법의 근거다. 헌법에 따르면 북한지역을 점령하게 되면 당연히 한국정부가 각 도시의 행정권을 접수해야 한다. 서울은 평양을 접수하고 부산시는 함흥시를 접수하는 식이다.
매년 8월 시행되는 '을지훈련'은 남한의 각 도시들이 북한의 도시들을 하나씩 선정하여 행정권을 접수하는 절차를 훈련하는 것이다. 한국 법체계에 따르면 통일부 장관이 충무계획을 총괄하므로 북한지역의 총독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유엔사는 한국전쟁 때나 지금이나 북한 점령지역에 대한 총독은 유엔사령관이라 주장한다. 일본도 유엔사의 논리에 따라 1965년 한일협정에서 북한은 한국정부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지역이므로 일본정부는 대한민국 정부를 거치지 않고 바로 북한과 협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정희는 이를 반대했고 그 결과 한일협정에는 애매하게 내용을 넣어놓았다.
만약 유엔사가 한국전쟁에서 자위대를 끌고 들어오면 유엔사뿐만 아니라 자위대도 북한지역에 대한 통치권을 주장할 수 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유엔사가 전쟁기구로 부활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한국 헌법에 배치된다.
유엔군의 법적 지위 문제
유엔사와 일본은 소파(SOFA, 주둔군 지위협정)를 맺었다. 한국은 미군과는 소파를 체결했으나 유엔사와는 소파를 체결하지 않았다. 캐나다나 호주가 유엔사에 군인을 보내거나 한미연합군사훈련에 유엔사의 이름으로 미군 이외에 나라들이 참가하기도 한다.
미군의 핵잠수함이 부산에 기항하여 미군이 부산시를 돌아다니면 방문군지휘협정에 의해 문제가 생기더라도 보호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유엔사와는 이런 협정이 없기 때문에 캐나다, 호주군이 한국을 돌아다니다 문제가 생기면 다 불법이 된다.
일본과 유엔사가 맺은 주둔군 지위협정, 미일 안보조약은 대상을 한반도뿐 아니라 극동지역으로 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대만 위기시 주일미군이 출동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2018년 평창동계 올림픽 개막 하루 전에 캐나다 벤쿠버에서 유엔사 소속 외무장관이 모여 대북제재 강화를 주장하며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적이 있다. 당시 중국은 이 회의가 북한에 대한 무력동원 신호나 다름없다며 극렬하게 반응했다.
사실 1950년 1월은 한국전쟁보다 중국에서 전쟁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일본 사세보에 미 7함대 항공모함 3대가 들어왔고 이때 미중간 긴장이 매우 높았다. 중국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마자 중국과 무관하지 않게 될 것임을 알았다. 중국은 전쟁기구로서의 유엔사의 부활을 아시아판 나토로 보고 있고 이를 매우 경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