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간첩 제조기’가 제주도 아저씨를 간첩으로 둔갑시켰다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6/02/10 [21:15]

  •  
  •  
  •  
  •  
  •  
  •  
  •  
  •  
  •  
 

민주노총 간부 활동을 했던 경력을 살려 노동자들에게 장기 투쟁용 물품 지원을 위한 사업체인 ‘장투닷컴’을 꾸린 사업가. 제주도로 터전을 옮긴 뒤엔 진상규명 투쟁을 지원한 세월호 유가족들과의 인연으로 세월호기억관 운영위원장을 맡은 활동가.

 

제주4.3항쟁 당시 학살당한 주민들의 상흔이 서린 역사, 제주 특유의 자연이 펼쳐진 곶자왈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해설가. 활동가들이 머물며 쉴 수 있도록 동료들과 사비를 털어 만든 제주평화쉼터의 대표. 여행도 즐겨 하며 아들과 딸을 둔 가정의 아버지.

 

그러다가 2023년 1월 18일 난데없이 간첩으로 낙인찍혀 압수수색과 체포를 당했고, 26차례의 재판 끝에 2025년 9월 25일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

 

모두 ‘윤석열 공안탄압 피해자’인 신동훈 세월호기억관 운영위원장 한 사람의 이야기다. 신 위원장의 사연은 9일 민형배·손솔·한창민 국회의원실과 (사)양심수후원회, 민애청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국가보안법 피해자 연속 증언 프로젝트 목소리들’을 통해 알려졌다.

 

  © 박명훈 기자


신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 때인 2023년 1월 18일 이른바 ‘민주노총 전·현직 간첩단 사건’에 휘말린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다. 국정원과 경찰은 신 위원장뿐만 아니라 석권호 민주노총 전 조직국장 등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당시 윤석열 정권은 민주노총을 탄압하고 있었고, 이런 흐름 속에서 신 위원장 등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를 대상으로 한 공안기관의 간첩 조작이 자행됐다.

 

공안기관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쓴 주요 언론은 신 위원장 등 간첩 조작 피해자들을 ‘민주노총 간첩단’, ‘제주 간첩’, ‘세월호 간첩’으로 낙인찍었다.

 

제주도는 4.3항쟁 당시 주민 3분의 1이 ‘빨갱이’로 몰려 학살당한 고통과 비극이 지금도 짙게 배 있다. 그래서 간첩단 조작 사건이 터지자 제주도 주민의 공포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봐도 훨씬 크고,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신 위원장은 전했다.

 

공안기관의 간첩 조작 기획은 집요했다. 

 

국정원은 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7년 1월부터 신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CCTV 영상을 수집했고, 이를 6년 뒤 윤석열 정권의 ‘민주노총 탄압’ 국면에 맞춰 터뜨렸다.

 

2017년 1월, 신 위원장은 제주도에서 동료와 숲 해설을 했다. 국정원은 이를 ‘북한 공작원을 만나기 전 사전 모의를 위한 부부 회합’으로 둔갑시켰다. 하지만 신 위원장이 만난 이는 숲 해설을 함께하는 동료였으며 아내가 아니었다.

 

2017년 9월, 신 위원장은 장투닷컴 사업을 위해 캄보디아를 찾았다. 당시 신 위원장은 자신이 묵던 호텔 근처에서 고개를 숙이며 파라솔 밑을 지났다. 그런데 국정원은 이를 북한 공작원에게 인사한 장면이라며 ‘지령 수수를 위한 회합’으로 조작했다.

 

민주노총에서 활동하며 북한에 다녀온 이력,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활동, 사업과 여행 등으로 100차례가 넘는 해외 방문 이력. 이러한 신 위원장의 삶이 국가보안법을 명분 삼은 “(국정원의) 좋은 먹잇감이 됐는지도 모른다”라고 사회를 맡은 김태중 민애청 사무국장이 말했다.

 

국정원은 2017년 1월부터 신 위원장이 해외에 갈 때 출국장에서 나오고 들어가는 장면 등이 포함된 영상 자료를 증거로 제출했다.

 

신 위원장이 북한 공작원과 내통했다는 결정적 증거로는 “눈빛 교환” 영상을 제시했다. 신 위원장이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과 눈빛을 교환하며 신호를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영상을 본 재판부가 ‘서로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눈빛 교환을 했다는 건가’라고 황당해하는 상황도 있었다.

 

국정원이 휴대전화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온 ‘도깨비’라는 제목의 삭제된 영상이 무엇인지 답하라고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신 위원장이 기억나지 않아 밤새 고민했더니, 아들이 보고 싶다고 한 인기 드라마 「도깨비」의 영상이었다고 한다.

 

신 위원장의 과거 기록 33만 건 중 1,600건이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신 위원장은 자신이 간첩이라는 “어떤 증거물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이게 다였다”라며 증거가 없기에 국정원이 자신이 간첩이라는 증거를 조작하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정원은 교도소에서 법정으로 가는 차량 등 변호사가 없는 상황에서 ‘거짓 자백’을 받아내려 회유를 시도했다. “(검찰에) 송치 안 할 수도 있다”, “변호사 없이도 언제든지 우리(국정원)한테 얘기할 수 있으니까 교도소 측에 언제든지 전해라”, “진술해라. 그러면 아까 얘기한 대로 구속을 취소시켜 줄 수도 있다” 등등.

 

견디다 못한 신 위원장이 “한 번만 진술을 종용하면 확 자결해 버리겠다”라고 선언했다. 그러자 수원구치소 측은 신 위원장을 독방으로 옮겼고, 혹시나 자해하지 않을지 CCTV 영상으로 감시했다고 한다.

 

구치소에 수감된 신 위원장은 2024년 11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윤석열이 12.3내란을 일으키자 자신도 수거 대상이 될 수 있었다며 악몽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후 신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뒤 2025년 9월 25일 최종 무죄를 확정받게 됐다.

 

  © 박명훈 기자


그렇다면 신 위원장은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국정원이 신 위원장과 접촉했다고 주장한 북한 공작원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진짜로 있긴 했던 걸까?

 

이에 관해 김태중 사무국장은 공안기관이 신 위원장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미리 심어둔 “간첩 제조기”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했다. 왕재산 사건 등 이전에 여러 간첩단 사건 때마다 법정에 증인으로 나왔던 사람이 신 위원장 재판에도 출석했다. 이로 미뤄볼 때 공안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북한 공작원을 만들고, 여기에 끼워 맞춰 사건을 조작했을 거란 추정이다.

 

법정에서 공안기관의 간첩 조작이 드러났고, 신 위원장은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주변에선 “솔직히 얘기해 봐. 나한테만 얘기해 봐. (북한 공작원을) 만나긴 만난 거지?”라는 말도 나온다고 신 위원장은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가까운 이들, 자신의 기억도 믿을 수 없도록 만드는 점 또한 국가보안법의 폐해라 할 것이다.

 

신 위원장은 재판 과정을 돌아보며 “하나의 기억이 어긋나도, 하나의 단어가 잘못돼도 무죄가 유죄로 바뀌는 그런 사안”이었기에 피 말렸고,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놨다.

 

또한 자신은 운이 좋아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라며, 모든 과정에서 묵비하며 수감 중인 다른 사람들을 떠올렸다. 자신이 겪은 고충을 그들도 똑같이 겪고 있으리라 걱정하면서. 신 위원장과 함께 기소된 다른 2명은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된 상태다.

 

신 위원장은 이전까지는 국가보안법에 대해 잘 몰랐는데 간첩으로 몰리고 나서야 “아, 이게 국가보안법이구나!”라고 깨닫게 됐다면서 관련 공부를 하고, 고심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현재 신 위원장은 국정원, 경찰, 검찰을 상대로 ▲자신과 가족 ▲상처받은 제주도민 ▲고통받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책임을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종 무죄 판결이 나오자 국정원은 이종석 국정원장 명의로 신 위원장에게 이례적인 사과를 했다. 하지만 신 위원장을 간첩으로 둔갑시킨 국정원 직원이 어떤 책임을 졌는지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간첩 조작 사건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며, 국가보안법이 뿌리박힌 토양도 바뀌지 않았다.

 

예를 들면 국정원에는 일단 간첩 혐의로 기소시키면 5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포상금으로 주는 규정이 있다. 그렇기에 공안기관이 특정 대상을 찍어 억지 혐의를 들씌우는 ‘간첩 조작 장사’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민애청은 ‘국가보안법 피해자 연속 증언 프로젝트 목소리들’을 진행하고 있다. 두 달 뒤에는 네 번째로 인혁당 재건위 사건 유족이 증언할 예정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앞서가는 일본...이 대통령에게 남은 9개월, 세 가지가 필요하다

[강명구의 뉴욕 직설] 미국 중간선거 전이 유일한 기회...대미 투자, 안보 연계 없이는 선불 투자에 불과

26.02.11 06:58최종 업데이트 26.02.11 06:58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25년 8월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8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일본 자민당이 하원 316석을 확보했다. 전후 단일 정당 최다 의석이다. 헌법 개정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310석)를 넘겼다. 전후 80년간 미국이 씌운 평화헌법의 족쇄를 벗을 수 있는 문이 열린 것이다.

이 압승이 동북아 전략 환경을 뒤흔들 변수로 떠올랐다. 316석을 손에 쥔 지금, 일본의 대미 투자 전략은 헌법 개정에 대한 미국의 묵인 확보로 급선회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정부가 이를 곧바로 용인하지는 않겠지만, 3월 하순 예정된 다카이치 총리의 방미정상회담에서 일본이 더 파격적인 투자 이행을 약속하고, 트럼프가 방위 협력 심화라는 가시적 안보 양보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에선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미투자특별법 특위가 찬성 160, 반대 3으로 출범했다. 국회는 이 법을 25% 관세를 막기 위한 방어책으로 본다. 그러나 이 법이 진짜로 결정하는 것은 관세가 아니다. 통과 시점과 조건이 한국의 핵잠수함, 우라늄 농축권, 그리고 향후 50년의 전략적 자율성을 좌우한다.

대동소이한 투자 구조, 다른 전략적 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0월 28일 도쿄 영빈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양자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일본 총리실/UPI=연합뉴스

양해각서의 투자 구조만 놓고 보면, 한일 양국의 조건은 대동소이하다. 양쪽 모두 투자가 실패하면 미국 정부는 법적·재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수익 배분도 기준 배분액까지 50 대 50, 초과분은 미국 90% 대 투자국 10%로 동일하다. 투자를 거부하면 관세 인상이라는 사실상의 페널티가 작동하는 것도 같은 구조다.

오히려 세부 조건에서는 한국 측의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이 몇 가지 있다. 한국 양해각서에만 '상업적으로 합리적(Commercially Reasonable)' 기준이 명시됐다. 미국의 자의적 투자 결정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다.

수익률 산정 기준도 한국은 20년 만기 미 국채를 사용하는 반면 일본은 6개월 단기금리를 쓴다. 장기금리 적용이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구조다.

투자 원금을 20년에 걸쳐 분할 회수할 수 있는 안전망 조항도 한국에만 있다. 협상단이 일본의 선례를 교훈 삼아 세부 조건에서 유리한 조건을 받아내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문제는 투자 구조 밖에 있다. 전략적 반대급부의 질적 차이다.

일본이 대미 투자의 대가로 받으려는 것은 헌법 개정에 대한 미국의 묵인이다. 이번에 자민당이 316석을 확보하면서 평화헌법 9조 개정이 현실적 의제로 떠올랐다. 개정되면 자위대는 정식 군대로 전환되고 집단자위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다. 일본 국회의 발의와 국민투표로 완성되기에 미국의 동의가 아니라 묵인만 있으면 된다. 한 번 달성되면 어떤 미국 대통령도 이를 되돌릴 수 없다. 비가역적 주권 회복이 된다.

한국이 받기로 한 것은 성격이 다르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에 명시된 핵잠수함 건조 승인과 123 협정 개정을 통한 농축·재처리 권한이 핵심이다. 실현된다면 한국의 전략적 위상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당연히 추구해야 할 목표다.

그러나 실현 경로의 구조적 한계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핵잠수함 하나만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국 원자력법 91조 c항에 따른 대통령 결정이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의회 입법도 거쳐야 한다. 오커스(AUKUS) 선례가 있지만, 2021년 발표 후 국방수권법(NDAA)에 수권 조항이 삽입되기까지만 2년이 넘게 걸렸고, 첫 잠수함 인도는 2032년 이후로 예정돼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핵잠수함의 연료는 미국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한국이 핵잠수함을 보유하더라도 연료 공급이라는 고리를 통해 미국의 레버리지는 영구적으로 유지된다. 일본의 헌법 개정이 미국의 사후 간섭을 원천 차단하는 것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다.

123 협정 개정은 더 까다롭다. 공동 팩트시트에는 '개정'이라는 단어조차 포함되지 않았다. "농축·재처리로 이어지는 과정을 지지한다"는 표현에 그쳤다. 지지(support)와 개정(amendment)은 다른 차원의 약속이다. 약속의 구속력이 약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상반기 동북아 전략 지형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3월 하순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방위력 확대나 미일 군사 협력 심화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나올 수 있다. 헌법 개정 자체는 2028년 참의원 선거까지 시간이 필요한 중기 과제이지만, 그 과정에서 미일간 안보 협력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한국의 상대적 협상 지위는 좁아진다. 미국이 한국에도 일본에 준하는 파격적 투자 이행을 압박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4월에는 시진핑-트럼프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미중 관계의 방향이 재설정될 수 있다. 미중일 삼각 구도가 재편되는 와중에 한국이 명확한 전략적 성과 없이 투자금만 집행하게 된다면, 협상 지위는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에게도 시간이 없다

지난 1월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평화위원회'를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연합뉴스/AFP

시간은 한국에만 불리한 것이 아니다. 트럼프도 마찬가지다. 이 점을 한국은 적극 활용해야 한다.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있다. 역사적으로 집권당은 중간선거에서 하원 의석을 잃는다. 지난 40년간 예외는 두 번뿐이었다. 현재 공화당 하원 의석은 220석으로 과반(218석)을 겨우 2석 초과한다. 민주당이 3석만 더 확보하면 하원이 뒤집힌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하원 상실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원을 잃으면 트럼프 정부의 입법 능력은 사실상 마비된다. 예산안, 세제 개편, 국방수권법 모두 하원 통과가 필수다. 두 번째 임기 대통령이 의회 장악력을 잃으면 레임덕은 가속화된다. 트럼프 본인도 이를 알고 있다. 중간선거 전까지 가시적 성과를 최대한 쌓아야 하는 것이 트럼프의 정치적 절박함이다.

여기서 한국의 3500억 달러가 트럼프에게 갖는 의미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한국의 대규모 투자 이행은 트럼프에게도 핵심 성과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 1월 30일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문에서 한국과의 관세 협상을 '역사적 무역 합의'로 꼽으며, "한국기업들이 미국 조선업 부활을 위해 150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직접 거론했다. 제조업 부활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트럼프의 간판 공약에 한국의 투자가 핵심 근거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특별법이 통과되고 첫 투자금 집행이 중간선거 전에 가시화되면, 트럼프는 이를 유권자에게 보여줄 구체적 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한국이 내는 돈은 트럼프의 정치적 자산이기도 한 것이다.

이것은 곧 한국에 협상 레버리지가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 안보 분야의 전략적 양보를 원하고, 트럼프는 눈에 보이는 투자 집행성과를 원한다. 이 두 가지가 맞아떨어지는 시점은 2026년 상반기가 사실상 유일하다. 트럼프가 중간선거 전에 한국의 투자 성과를 원하는 만큼, 한국은 투자 집행의 속도와 규모를 조절함으로써 안보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거래의 동시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불과 권리를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5년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대미 투자가 전략적 자산이 되느냐, 대가 없는 선불투자로 끝나느냐는 향후 9개월에 달렸다.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투자와 안보의 동시 진행이다. 특별법 통과와 첫 투자금 집행을 안보 협상의 구체적 진전과 연동시켜야 한다. 관세만 먼저 풀리고 안보가 뒤로 밀리면 한국의 협상력은 더 약화된다.

둘째, 일정의 명문화다. 핵잠수함 추진 기술 이전을 승인하는 대통령 결정(Presidential Determination)은 국무부, 에너지부, 국방부, 원자력규제위원회(NRC) 간 부처 조율을 거쳐 대통령이 서명하는 행정 조치로,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수개월 내 가능하다. 올해 상반기 안에 발동 시한을 협상에서 못 박아야 한다. 2027년도 국방수권법(NDAA)은 6~7월 상하원 군사위원회 세부 심의가 사실상의 마감이다. 그때까지 수권 조항 포함을 합의해야 한다.

셋째, 단계별 이정표 설정이다. 투자금이 분할 집행될 때마다 안보 협상의 이정표를 맞물리게 설계해, 지불만 앞서가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정부는 대미 안보 협상에서 구체적 일정과 이정표를 확보하고, 국회는 특별법에 투자와 안보의 연계 구조를 담아야 한다.

일본은 5500억 달러로 영구적 주권을 확보하려 한다. 한국이 3500억 달러를 내고 조건부 약속만 안고 갈 수는 없다. 11월 중간선거 이후 미국 정치 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다. 향후 9개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대미 투자를 안보 양보로 이끌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대미투자특별법 #핵잠수함 #관세협상 #일본총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윤 측 "19일 선고 당연히 출석"… 김용민 "선심 쓰듯"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2/11 09:46
  • 수정일
    2026/02/11 09:4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

다른 기사 보기

  • 법조

  • 입력 2026.02.11 09:00

  • 수정 2026.02.11 09:33

  • 댓글 0

변호인 "출석 안하면 선고 안 이뤄지니 나갈 것"

"초반 몇 번 불출석" …사실은 무려 16회

김 "불출석으로 재판 일정 엉망 가능성"

지귀연 전보로 '최악의 시나리오' 우려

배의철 변호사, 접견 후 페이스북에 글

"공의로운 재판 이뤄지도록 기도해달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지귀연 부장판사

윤석열 전 대통령의 한 변호인이 10일 전화 통화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이 19일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선고 재판에 불출석하면 선고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당연히 출석한다”며 “초반 몇 번을 제외하고 대통령이 재판에 참석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뉴스1이 10일 보도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이 선고 재판에 불출석할 가능성을 지적했던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밤 소셜미디어를 통해 "윤석열이 선고기일에 출석한다고 한다"며 "당연히 출석해야 하는 것을 무슨 선심쓰듯 한다"고 비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김 의원은 전날 저녁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이 오는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 때 불출석하는 것으로 재판 일정을 엉망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크게 걱정했다.

시민언론 민들레가 9일 아침 <지귀연 전보로 떠오른 '윤 선고 최악의 시나리오'> 기사를 보도했는데 상당히 닮은 지적이었다. 다른 점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뭘로 보느냐는 것뿐이었다.

김 의원은 "최근 법원 흐름이 매우 좋지 않다"며 윤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민중기 특검의 기소 대부분이 공소기각 또는 무죄를 선고받는 상황이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내란 1심 선고를 앞둔 지귀연 재판부에 대해 불안감이 있다"며 우려되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째 "윤석열이 출석하지 않는 것"이라며 "궐석 상태에서 선고를 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에는 선고 기일을 다시 잡는다. 이 시나리오가 지 부장판사로선 제일 편할 것"이라고 했다. 지 부장판사가 23일 서울북부지법으로 인사 발령을 받았기 때문에 선고를 미루고 가버리면 그만이라는 것이었다.

그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지난달 14일 새벽에 1심 선고기일을 고지하며 “강조하지만 피고인들은 반드시 그날 출석을 해주셔야 한다”고 극구 강조했다. 그런데도 지난 6일 법관 정기인사 때 전보되는 법관 명단에 포함되자 최근 법원의 잇단 상식 밖 판결의 영향으로 이 모든 일이 하나의 시나리오처럼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억측이 잇따랐다.

김 의원은 또 "두 번째는 국민들이 기대하는 '내란을 인정해 중형 선고', 세 번째는 제일 안 좋은 시나리오로 '윤석열 무죄 선고' 또는 '공수처에 수사권이 없다'며 공소 기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말이 안 된다고 하겠지만 윤석열 구속 취소 때 (지 부장판사가) 날짜를 시간으로 계산했고 '수사권에 대한 법률상 다툼이 있다'라고 했다"고 지적한 뒤 "현재 윤석열 선고에 대해 당이 긴장감이 없다. 저는 불안하게 보고 있다"며 당을 향해서도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앞의 변호인은 "초반 몇 번을 제외하고 대통령이 재판에 참석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말했는데, 나무위키가 정리한 데 따르면, 지난해 3월 7일 지 부장판사의 구속 취소 결정과 다음날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의 항고 포기로 풀려난 윤 전 대통령은 같은 달 24일 2차 공판준비기일에 나오지 않았고, 4월 14일 1차 공판기일에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4월 21일 2차 공판기일부터 계속 법정에 섰다.

같은 해 7월 10일 재구속되자 10차 공판기일부터 10월 24일 25차 공판기일까지 열여섯 차례 연속 불출석해 열두 번째 궐석재판을 진행한 뒤에야 같은 달 30일 26차 공판기일부터 지난달 7일 41차 공판기일과 두 차례 결심 공판(1월 9~10일, 같은 달 13~14일)의 필리버스터에 버금 가는 장시간 변론을 거쳐 내란 특검이 사형을 구형했다. 이제 19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앞의 변호인이 빤히 드러날 거짓말을 늘어놓은 셈이다.

윤 전 대통령 측 법률 대리단의 배의철 변호사는 지난 9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윤 전 대통령을 접견한 뒤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오후 접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날씨가 곧 풀리겠지요. 기도하는 가운데 이 나라도 온전하게 회복될 것을 믿습니다’라고 말했다”며 “윤 대통령은 늘 자신은 괜찮다며 국민들을 걱정한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매일 오전 5~6시와 저녁 9~11시 두 차례 기도하며 국민과 나라, 특히 청년들을 위해 두 손을 모은다고 배 변호사는 적었다.

그는 또 “선고까지 이제 10일 남았다. 특별히 10일 동안 윤 대통령을 위해 함께 집중 기도해 주실 것을 여러분께 청한다”며 “윤 대통령이 기도하는 시간에 ‘함께’ 윤 대통령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19일 법치가 바로 서는 공의로운 재판이 이뤄지도록 특별히 중보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나는 잘못 없다"는 트럼프에 대항하려면…문정인 "李, 중견국가들 규합해야"

[리얼 톡-심층 인터뷰] 문정인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6.02.10. 12:41:28

새해 벽두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이한 행보가 연이어 이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군대를 투입하는 국제법 위반을 시전하더니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소유하겠다면서 세계 2차대전 이후 계속돼 왔던 유럽과의 동맹을 깰 수도 있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어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중동전쟁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급발진'은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서도 예외가 없었다. 그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 "한국 국회가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한국산 자동차와 목재, 의약품 등의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즉각 인상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의 협상팀이 급하게 미국에 방문해 양국 대화가 시작되고 트럼프 대통령도 28일(현지시간) "한국과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은 일단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미국의 이러한 태도에 조현 외교부 장관은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독특한 의사결정 구조나 발표하는 행태"가 있다며 미국과 협상이 쉽지 않다는 점을 토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안그래도 혼란스러운 국제정세가 더욱 요동치고 있다. <프레시안>은 전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와 트럼프 정부의 행보를 진단하고 한국 정부의 향후 외교 대처 방안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에 일관성이 없고, 그에 따라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군을 보냈던 이유가 계속 바뀌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처음에 베네수엘라에 대해서 공세적 자세를 취한 것은 마약 때문이었다. 그런데 베네수엘라에서 미국으로 들어가는 마약이 미국 전체 마약 소비량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러면 (군을 투입하는) 명분이 없다.

그러자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의 배후에 테러리스트가 있다면서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들고 나왔는데 (지금 미국이) 마두로 세력을 계속 유지시키고 있지 않나? 이 명분도 아니다. 그러더니 이제는 미국이 중국 보고 자기들을 통해서 베네수엘라 석유를 사가라고 얘기를 하고 있다."

문 교수는 그린란드나 이란 문제에 있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계속 달라지고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을 소유하려는 이유에 대해 '서반구 지배'를 이야기했다가 이후 '희토류 등 전략 광물 확보'를 언급했고, 그러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극을 차지하려고 하니 이들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란 문제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핵 문제 때문에 개입을 한다고 했다가 이란에서 시위가 벌어지니 시민들을 구출하러 간다고 했지만, 이란이 러시아 및 중국과 사이가 좋으니 이를 견제하기 위해, 결국 중국 변수 때문에 움직이게 된 것 아니냐는 것이 문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미국의 이러한 행보는 2003년 조지 W.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당시 부시 정부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WMD)가 있다고 해서 전쟁을 시작했으나 막상 무기를 찾지 못하자 석유의 안정적 공급을 명분으로 들었다.

문 교수는 "이런 식으로 미국의 외교정책을 보면은 명분을 자꾸 바꿔 나가려고 한다. 미국 외교 정책이 일관성이 없고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것 같다"며 "자기들은 잘못하지 않는다는 무오류성이 지배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과 체결한 관세 협상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법적으로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에 한국 국회의 비준을 요구하고 있어, 미국의 외교가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미국은 이재명 정부에서 약속은 해놓고 국내 정치적 절차를 이유로 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게 일본에 주는 파장도 있다"라면서 "손익계산을 분명히 확인해야 하는데 지금 정부가 하는 것처럼 우선 국회 독촉을 해서 빨리 특별법을 제정해서 200억 달러라도 가게끔 해놓고 그 다음에 협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

▲ 문정인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프레시안(이명선)

그는 미국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라는 의미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 세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한국의 일부 보수 집단, 특히 개신교 일부 교회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한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라며 한국과 미국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교수는 "한국에서는 정치와 종교는 분리돼 있다. 현행법을 위반했었을 때는 미국의 압박이 있든 없든 간에 현행법에 따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부분을 짚어야 한다면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마가 세력이 미국의 고립주의를 표방하는 것 같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마가의 가치와 이념의 국제화를 많이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가 세력은 이민에 반대하고, 기독교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세력들과 연대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개신교 중에서도 복음주의 신앙을 가진 세력과 마가가 깊은 관계를 맺고 있고 이를 통해 한국 정부에 압박을 가할 수는 있는데 우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정도로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일방적이고 예측불가능한 미국에 맞서 중견국가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미들 파워'(Middle Power)로 불리는 중견국들이 뭉치자고 연설한 것을 언급하면서 한국이 이들 국가들과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 교수는 "중견 세력 국가들끼리 협력해서 국제 질서의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잡는데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면서 카니 총리를 포함해 '가치기반 현실주의'를 주장한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을 불러 "중견 국가들 리더십 포럼" 같은 형태를 만들 것을 조언했다.

그는 "강대국이 해법을 제시 못하고 있는데 미국과도 가깝고 중국과도 경제 교류를 많이 하는 이 중간 세력 국가들, 샌드위치 신세에 처한 이런 국가들이 하나의 공동 집단 지성을 보이면 좋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이 <포린어페어스>에 기고를 했고 카니 캐나다 총리가 그걸 받아서 연설을 했으니 이재명 대통령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을 했으면 좋겠다"라며 "이런 국가들을 규합하면서 새로운 담론 체계를 만드는 것은 이 대통령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터뷰는 지난 9일 <프레시안>에서 진행됐다. 인터뷰는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리얼 톡-심층인터뷰]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 교수 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 보좌관 💔 프레시안TV 구독, 좋아요, 알림까지 콕!콕! 눌러주세요 💔 #트럼프 #이재명 #김민석 #관세 #국회 #미국 #MAGA #인터뷰 #리얼톡 #프레시안TV

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시민사회, “범죄수사와 무관한 경찰의 정보활동 폐지해야”

“국정 운영에 경찰 정보 적극 활용하려나” 우려도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6.02.10 12:39
  •  
  •  수정 2026.02.10 12:51
  •  
  •  댓글 0
 
 
[사진 갈무리-경찰청]
[사진 갈무리-경찰청]

경찰이 ‘지역 경찰서 정보과 복원’에 나선 가운데, 10일 시민사회가 경찰의 정보수집 활동을 최소화하고 외부 통제장치를 마련하고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으로 구성된 ‘경찰개혁네트워크’는 이날 논평을 통해 “경찰청은 선거전까지 전체 261개 경찰서 가운데 161개 경찰서에 정보과를 우선 재설치하고, (...) 추가 개편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나 “지역단위 정보체계를 복원할 경우 정보활동의 기준과 보고·관리 체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부터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범죄 수사와 무관한 경찰의 정보활동은 폐지하고, 민간인 사찰 등 불법적인 정보활동을 막기 위한 외부 통제 장치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다그쳤다.

‘경찰개혁네트워크’는 “경찰은 광역단위 정보체계의 경우 관할 범위가 넓어 지역단위 안전 위험 요인이나 치안 현안을 적기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역 경찰서 정보과 복원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보경찰은 ‘정책 정보’와 ‘공직자 신원조사’ 등 “범죄 예방이나 치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정보들을 광범위하게 수집·관리해 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책 정보는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단체와 인사, 반대 진영 정치인들의 동향을 파악·관리하는 ‘사찰’ 자료로 활용돼 왔으며, 인사 검증이라는 명목 아래 공직자들에 대한 세평 수집도 이뤄져 왔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경찰개혁네트워크’는 “이재명 정부 들어 다시 지역 경찰서 정보과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국정 운영에 있어 경찰 정보를 적극 활용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찰은 ‘내부 통제 장치’를 마련했다고 주장하지만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찰은 정보활동의 기준과 범위, 보고·관리 체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경찰권 남용에 대한 외부 통제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구체적 대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범죄 예방, 치안 등과 무관한 정책 정보, 신원 조사 등의 정보활동은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특검추천 내홍… 경향 “정청래 독단적 리더십 탓” 중앙 “불편한 진실 탄로”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집권 8개월만에 터진 명청갈등”

한겨레 “벌써부터 내부권력투쟁 의구심” 경향신문 “정치적 자해”

국민의힘 징계로 내부 전쟁중…황당한 빗썸 오지급 사태

기자명조현호 기자

  • 입력 2026.02.09 07:41

  • 수정 2026.02.09 07:43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국회 본관 245호에서 열린 조국혁신당과 합당 관련 3선의원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차 종합 특검 후보자로 이재명 대통령이 기소된 ‘대북 송금 사건’의 쌍방울 쪽 변호인을 추천한 것을 두고 내홍이 분출했다.

민주당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변호인단에 속했던 전준철 변호사를 특검 후보로 추천했으나 이재명 대통령이 ‘추천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대북 송금 사건’에서 이 대통령에 불리한 진술을 했으며 이 과정에 검찰의 회유가 있었다는 게 이 대통령 측 입장이다. 결국 조국혁신당이 추천한 권창영 변호사를 2차 특검으로 지명했다.

친명계인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자 반역”이라며 반발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정청래 대표가 검증실패로 대통령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정청래 대표의 독단적 리더십을 지적하며 여당의 정치적 자해라고도 비판했다. 집권 8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명청 갈등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특히 중앙일보는 특검 선정에 정치 중립을 강조한다고 해놓고, 정작 대통령의 정치적 선호를 따져 온 은밀한 관행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불편한 진실이 탄로났다고 청와대와 여당 모두를 비판했다.

김성태 변호인 출신 전준철 변호사 추천 갈등

조선일보는 1면 기사 <‘2차 특검 추천’ 놓고 또 터진 명·청 갈등>에서 여권에선 “정 대표가 주도한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에 이어, 2차 특검을 놓고도 명·청 갈등이 터졌다”는 말이 나왔다며 친명계는 “지금까지의 명·청 갈등 사안과 달리 이번 특검 후보자 추천 인선은 이재명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저격한 것”이라며 정청래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친명계는 당 지도부가 어떤 의도를 갖고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김 전 회장의 변호인을 특검 후보로 올렸다고 의심하고 있지만, 정청래 지도부는 “전 변호사가 김 전 회장 측 변호를 맡았던 이력은 사전에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9일자 조선일보 6면

경향신문도 1면 기사에서 “당·청 파열음과 여당 내 갈등으로 새 정부 출범 8개월 차에 집권세력이 흔들리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4면 기사에서 청와대 관계자는 “정 대표가 전 변호사의 이력을 사전에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인사 추천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몰라서 통과시킨 것도 무능”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기로에 선 정청래 밀실 리더십”

경향신문은 사설 <합당도 특검 추천도 분란, 기로에 선 정청래 ‘밀실 리더십’>에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과 ‘전준철 2차 종합특검’ 추천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점입가경”이라며 합당 논의가 최고위원회의 패싱문건 유출 시비와 권력투쟁으로 반발에 휩싸인데 이어 ‘쌍방울 김성태 변호인’ 출신인 전 변호사 추천도 논란을 일으켰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은 “관세협상·민생·행정통합 등 국내외 현안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혼란만 키우는 집권여당의 자중지란이 볼썽사납고 한심할 따름”이라며 “이 모든 불협화음의 큰 책임은 정청래 대표의 독단·불통 리더십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을 변호했던 인물을 특검 후보로 올리면서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나 당 지도부조차 몰랐다는 것은 숙의 시스템 붕괴”라며 “부적절한 특검 추천은 당 정체성과 지지층 신뢰를 훼손했고, 대통령의 국정 동반자인 여당의 정치적 자해로 봐도 무방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중대한 정치적 사안을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밀어붙이다 분란의 늪에 빠진 정 대표 리더십은 국정 동력과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는 위험 신호”라며 “합당·특검 추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잃은 부분은 사과하고, 빠른 시일 내 내부 소통과 출구 찾기에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9일자 경향신문 사설

한겨레도 사설 <‘특검 추천’ 불협화음 민주당, 더는 평지풍파 없어야>에서 “여권 내 갈등과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사과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중요한 건 더는 이런 소모적 갈등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논란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전 변호사를 추천한 민주당의 정무적 무감각과 불통”이라고도 했다. 한겨레는 “새 정부 출범 8개월밖에 안 된 지금 여권이 불협화음을 표출하며 벌써부터 내부 권력투쟁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8개월 만 명청갈등 수면 위로” 중앙일보 “탄로난 특검추천 불편한 진실”

조선일보는 사설 <집권 8개월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명·청 갈등>에서 2차 종합특별검사에 누가 기용될지도 관심사였다면서 “민중기 특검이 본인의 비상장 주식 의혹, 통일교 자금 편파 수사로 논란을 빚은 상황에서 2차 특검은 정치적 중립성을 갖출지가 주목됐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중립성이나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됐는지를 기준으로 특검을 낙점했다”라고 판단했다. 조선일보는 “특검이 정치화됐음을 당·청이 갈등을 통해 자인한 셈이었다”라고 봤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합당 문제에서도 여권 내 충돌이 벌어졌고, 공소청의 보완수사권 필요성을 인정한 이 대통령과 달리 민주당은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선일보는 “집권 1년도 안 된 권력이 인사, 정책, 정치 문제로 복합적인 분열 양상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갈등의 원인이 되는 사안 모두가 민생과 무관하게 오로지 권력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두고 벌어지는 다툼”이라고 비판했다. 내부 권력 투쟁 때문에 민생과 국정이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면 간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계파 갈등 와중에 탄로 난 특검 추천의 불편한 진실>에서 “민주당의 한심한 모습은 국민 앞에 불편한 진실을 들킨 것”이라며 “말로는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을 최고 덕목으로 외치더니 정작 후보 추천부터 온갖 정치적 선호를 따져 온 은밀한 관행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정 대표의 사과는 이 대통령의 마음에 들지 않는 ‘칼’을 선택했다는 자백이 아닌가”라며 “검증 실패는 정치적 유불리 계산을 잘못했다는 반성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철저한 검증을 하지 못한 이유가 윤석열 검찰에서 핍박받은 검사 출신이었기 때문이라는 민주당의 해명도 어이없다”라며 “전직 대통령에게 핍박받은 게 추천 이유고, 현직 대통령 맘에 안 든 게 낙마 사유란 말인가. 이런 식으로 특검을 추천해 놓고 국민 앞에 공정성을 장담했다니 말문이 막힌다”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특검 추천도 합당 추진도 졸속... 갈등 키우는 민주당>에서 “나라 안팎으로 위기인데도 민생은 뒷전이고 권력경쟁에만 몰두하는 건 볼썽사납다“라며 “원팀으로 정부 성공의 밑거름이 되겠다던 민주당의 당초 다짐이 빈말이 아니길 바란다”라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도 사설 <국익·민생 뒷전인 채 당권 싸움에 여념 없는 여야>에서 “미국과의 통상 마찰과 고물가, 고환율 등 안팎의 난제가 수북한데 여야 지도부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 공천권 등 권력을 잡기 위한 정략에만 혈안이 돼 있으니 참으로 볼썽사나운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징계로 내전 벌이는 국민의힘”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친한계인 배현진 서울시당 위원장을 징계 논의에 들어갔고 배 의원의 서울시 윤리위원회도 전두환 사진을 걸자고 한 유튜버 당원 고성국씨 징계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사설 <내부 징계 전쟁 벌이는 듯한 국힘>에서 지도부와 반대파가 서로를 징계하겠다며 내전을 벌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선일보는 대선 패배 후 당대표가 된 장동혁 대표는 민주당을 이기기 위해 보수층 지지 기반을 다지고 세를 확장시켜 나간다는 전략이었는데, 실제로는 민주당과 싸우는 대신 집안싸움에 몰두했다고 지적했다. 당원 게시판 사건을 이유로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고, 한 전 대표와 가까운 사람들을 몰아냈다.

이 신문은 “6월 지방선거는 국힘이 내부 결속을 다지고, 범보수 정당과 연대를 해도 승리가 쉽지 않은 구도수도권은 물론, 텃밭인 대구에서의 승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라며 “그런데도 국힘 지도부는 오히려 내부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중도 확장성이 떨어지는 ‘윤 어게인’ 인사들을 대거 중용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국힘이 선거 패배로 지역 정당으로 전락하게 되면 거대 여당을 견제할 역량은 더욱 작아질 것이다. 잠재적 수권 정당으로서 국힘의 수명도 그것으로 끝날지 모른다”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강경파 보완수사권 반대, 동아일보 “수사지연 피해 누가 책임지나”

더불어민주당이 곧 설치될 공소청 검사들에게 ‘보완수사권’을 허용하지 않기로 당론을 정했다. 민주당은 5일 의원총회에서 검사들에게 ‘보완수사 요구권’만 주기로 결정했고, 정청래 대표도 보완수사권 폐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예외적으로 보완수사권을 부여하되 권한 남용을 막는 장치를 두는 방안을 제안한 것에 대해 여당이 사실상 거부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檢 트라우마에 갇힌 여당 강경파의 보완수사권 반대>에서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이 검사에게 조금이라도 보완수사를 허용하면 검찰을 부활시키는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점을 두고 “형사 피해자가 된 국민의 권리 구제가 중요하다는 이 대통령의 인식과 한참 동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수사가 무한정 지연되고 사건이 묻히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일부 정치 검사에 대한 트라우마에 갇혀 검찰 기능 자체를 무력화하는 게 목표가 돼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구더기가 싫다고 장독까지 없애는 식의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그로 인한 책임은 결국 정부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빗썸의 황당한 사고도 거르지 못하는 가상화폐 시장

국내 2위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회원들에게 이벤트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1인당 2000원씩 총 ’62만원’을 보내려다 단위 설정을 잘못해 ’62만 비트코인’을 지급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단위 선택 하나로 값이 1억 배나 달라지는데도 이를 걸러낼 최소한의 검증 장치조차 없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 마케팅 담당 직원은 6일 오후 7시 ‘랜덤박스’ 이벤트 참여 고객에게 당첨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단위로 ‘원’ 대신 ‘비트코인(BTC)’을 고르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벤트에 참여한 695명 중 249명에게 1인당 2000∼5만 원씩, 총 62만 원을 지급하려 했는데 비트코인 62만 개를 지급했다. 당시 비트코인 거래가(개당 약 9800만 원)를 고려하면 지급액은 61조 원에 달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62만원 보내려다 61조원 입금, 허접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금융 당국의 책임이 무겁다”라며 “가상 자산 업체들의 부실한 전산망과 내부 통제 시스템을 방치한 것은 직무 유기”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법을 정비해 시스템을 표준화하고 사고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며 ‘1원과 1억원도 구분 못 하는’ 수준의 시스템으로 어떻게 디지털 금융을 펼치겠다는 건가라고 질타했다.

중앙일보도 사설 <빗썸 ‘유령 코인’ 사태, 보안 강화로 금융 불안 막아야>에서 “사태의 본질은 직원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이를 차단하지 못한 내부 통제 실패와 보안 시스템의 구멍에 있다”라며 “원 단위 이벤트 지급에서 비트코인 단위의 대량 이전이 실행될 수 있었다는 것은 기본적인 검증 절차조차 작동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라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규모 자산 지급과 이전에 이중·삼중 검증과 자동 차단 장치를 의무화하고, 내부 통제 실패에 대해서는 경영진 책임을 명확히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이번엔 초대형 오지급 사고, 가상자산거래소 왜 이러나>에서 “‘장부거래’를 통해 빗썸의 보유량(4만2800여 개)보다 10배 이상 많은 비트코인이 정상자산처럼 인식돼 지급됐는데도 이를 차단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60조원대 비트코인 오지급… 구멍가게보다 못한 거래소>에서 “이번 사태로 구멍가게보다 못한 내부통제의 민낯이 드러났다”라며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후속 법안에 코인 발행은 물론 유통 과정에서도 거래소의 책임과 내부통제를 높이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커졌다”라고 촉구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칼럼] 쿠팡이 드러낸 '달러패권'의 민낯

  • 기자명 데스크
  •  
  •  승인 2026.02.10 08:54
  •  
  •  댓글 0
 
   
 

델라웨어의 유령, 한국 경제의 고혈을 짜내다
160억 로비, 미 의회에 집중한 까닭?
예속의 올가미와 사법 주권의 위기
노동의 고혈과 플랫폼 독점의 종착지
반미자주 투쟁만이 경제주권을 세울 수 있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가 한국 정부의 쿠팡 조사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표적 공격'으로 규정하고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대한민국 국민 3,370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입점업체의 데이터를 가로채 제 배를 불린 혐의를 받는 기업을 두고, 미국 의회가 '마녀사냥' 운운하며 노골적인 내정간섭에 나선 거다.

델라웨어의 유령, 한국 경제의 고혈을 짜내다

쿠팡은 한국 소비자들의 돈과 노동자의 피땀으로 덩치를 키웠으나, 정작 본사는 미국 델라웨어에 있다. 조세피난처이자 규제의 사각지대인 델라웨어에 본사를 둔 '쿠팡 인크(Coupang Inc.)'는 한국법인인 쿠팡 주식회사 지분 100%를 소유한 실질적 주인이다. 12명의 이사진 중 한국인은 단 2명뿐이며, 나머지는 미국 국적의 외국인들로 채워져 있다. 이처럼 쿠팡은 본사가 미국에 있고, 이사진이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의 사법 주권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이들이 한국 시장을 장악한 방식은 전형적인 미국식 약탈 메커니즘을 따랐다. 쿠팡은 한국에서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면서도 그 결실을 고배당과 로열티, 경영자문료라는 이름으로 미국 본사로 빼돌렸다. 이는 단순한 자본 이동이 아니라, 노동력과 산업인프라를 수탈하는 것과 다름없는 '국부 유출'이다. 한국경제 생태계를 파괴하며 거둬들인 수익이 우리 사회에 재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달러제국의 금고로 직행하는 구조인 것이다.

160억 로비, 미 의회에 집중한 까닭?

이들이 동원하는 '방탄 로비'의 실체는 경악스럽다. 쿠팡은 나스닥 상장 이후 지난 5년간 미국 정가에 1,075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6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로비 자금을 쏟아부었다. 돈으로 제국의 칼날을 산 셈이다. 이들이 고용한 23명의 로비스트 군단은 면면부터 화려하다. 트럼프 행정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로버트 오브라이언, 연준 이사 출신 케빈 워시, 백악관 선임비서관 출신 롭 포터 등 제국의 핵심 권력자들이 쿠팡의 '용병'으로 뛰고 있다.

이들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상·하원, 미 무역대표부(USTR)를 종횡무진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한다. 한국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하자마자 미 의원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한미 FTA 위반"을 외치고, 트럼프 행정부가 25% 관세 폭탄과 통상 보복을 거론하며 위협하는 형국은 일개 기업 로비가 어떻게 국가 주권을 죄는 올가미로 변질되는지 똑똑히 보여준다. 미국 달러 자본은 자국 정치 권력을 앞세워 타국 법치를 무력화하고, 자신들의 약탈 행위를 ‘로비의 힘’으로 정당화한다.

예속의 올가미와 사법 주권의 위기

쿠팡의 미국 본사 주주들은 한국 정부의 정당한 규제를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대우(Article 11.5)' 의무 위반이라 주장하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SDS)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것이 바로 예속의 실체다. 한국이 겉으로는 주권국가처럼 보이지만, 실질로는 미국의 통상 압력과 불평등 조약 사슬에 묶여 자국 시장과 노동자를 보호할 권리조차 박탈당했다. 한국에서 저지른 범죄를 우리가 수사하는 것조차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미국 기업이 우리 법을 비웃으며 미 의회 뒤로 숨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미 의회와 백악관이 한국 정부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노동의 고혈과 플랫폼 독점의 종착지

쿠팡이 자랑하는 '혁신'의 이면에는 플랫폼 노동자를 '독립계약자'로 내몰아 노동권을 박탈하고, 살인적인 노동 강도로 과로사에 이르게 하는 잔혹한 수탈이 도사리고 있다. 한국 노동자들은 새벽을 가르며 피땀 흘려 일하지만, 그 성장의 과실은 델라웨어를 거쳐 미국 금융자본 주머니로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 구조다.

쿠팡은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다. 이들은 한국 물류망과 데이터망을 독점함으로써 한국경제 신경망을 장악하려 한다. 독점은 곧 권력이다. 시장을 장악한 거대 자본은 가격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입점업체를 노예화하며, 노동자 생존권을 쥐고 흔든다. 그리고 그 권력 배후에는 언제나 미국의 정치·군사적 비호가 존재한다.

반미자주 투쟁만이 경제주권을 세울 수 있다

미국 달러 자본과 수직으로 일체화된 이 예속의 사슬을 끊어내지 않는 한, 대한민국 경제는 언제든 미국의 이익을 위해 희생되는 '양털 깎기'의 제물이 될 수밖에 없다. 쿠팡 사태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과연 이 나라는 주권 국가인가, 아니면 미국 달러패권의 놀이터인가.

경제 자주권 없이는 민주주의도, 노동자의 삶도 지킬 수 없다. 달러패권 뒤에 숨어 한국의 법치를 조롱하는 쿠팡의 행태를 분쇄하는 것은 단순히 불법 기업 처벌을 넘어선 '주권 수호 투쟁'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박성재에 묻고 또 물은 이진관, "무죄" 판사들과 딴판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

다른 기사 보기

  • 법조

  • 입력 2026.02.10 10:20

  • 수정 2026.02.10 10:29

  • 댓글 0

계엄 선포 불법 인지했는지 집요하게 추궁

박 전 장관 "반대한 건 맞다"면서도 쩔쩔 매

다른 법관들과 달리 적극적 공판 주도 눈길

류혁 "박 전 장관 후속 조치 논의한다고 생각"

연합뉴스TV 화면 갈무리

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으로 돌아가보자. 12·3 비상계엄 선포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이진관 형사합의33부 부장판사의 날카로운 질문 공세에 쩔쩔 맸다. 박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혐의 첫 공판부터 집요한 질문과 엄정한 책임 추궁이 있었다.

같은 날 '김건희 집사'로 불리던 김예성 씨가 공소 기각과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소식에 낙담하던 이들은 이 부장판사의 집요한 추궁, 적극적 공판 진행에 그나마 커다란 위안을 받았다.

(이 부장판사와 박 전 장관의 답변을 정리한다. 연합뉴스와 이날 공판 내용을 보도한 방송사 뉴스 화면 등을 참조했다. 실제 발언 내용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순서가 틀렸을 수도 있겠다.)

"변호인의 말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에 반대했다고 한 거 같은데, 피고인 어떻습니까? 반대하신 게 맞습니까?"

"여러 가지 문제점과 얘기를 하면서 반대를 했던 것은 맞습니다. 제가 반대하는 모습을 못 봤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 거 같은데, 대통령 집무실 안에서 계엄의 문제에 관해 얘기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이후 밖에 나와 대접견실에서도 제 행동을 CCTV로 봤더니 제가 기억하지 못한 여러 행동으로 만류하는 모습들이 있었습니다."

"왜 반대했습니까?"

"그 당시 법률적 조항을 하나하나 따져서 말씀드리지 못한 부분은 당시에 말씀을 듣고 너무 당황해서 제가 그 하나하나를 따져서 말씀드리지 못한 부분은 대단히 아쉽고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계엄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씀드렸고, 계엄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비상계엄을 할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 말씀이신가요?, 비상계엄을 할 상황이 아니라고 말한 것이지 않은가요?"

"계엄을 하는 게 옳지 않다는 생각과 그걸 말려야 한다는 생각이 제일 앞서서, 하시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었고, 법률적으로 하나하나 따져서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당시 경황이 없었다면 지금은 어떻습니까. 12·3 비상계엄이 요건을 갖추고 있습니까?"

"(내란 혐의 관련 다른 피고인들) 재판 진행에 관한 언론보도 등을 봤을 때 계엄 상황이 법률적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그런 부분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럼 그 당시에는 법률적 요건 갖추고 있지 못하는 걸 알지 못했다는 겁니까?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습니까?"

"옳다 그르다 판단할 상황에 있지 못했다는 상황을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비상계엄에 반대한 게 법적인 문제 때문인가, 정치적 상황 때문인가?"

"대통령께서 우려한 여러 상황을 계엄으로 해결할 순 없다고, 계엄을 막는 데 주력했다. 나머지 내용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다."

"차차 증인 신문을 통해 필요한 부분을 더 확인해보겠다."

우리는 그동안 김건희 씨, 명태균 씨,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부자, 김예성 씨, 김상민 전 검사 등의 공판 과정에 계약서와 같은 명백한 불법의 증거를 하염 없이 기다리다 이것이 없으면 "무죄", 온갖 반대 정황에도 차용증과 같은 증빙 자료만 제시하면 그걸 빌미로 "무죄",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도 없는 퇴직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아 챙겨도 "공소기각"과 "무죄", 애써 김건희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를 불태우기 위해 "공소기각"과 "무죄"를 남발하는 법관들을 연이어 지켜봤다. 한 법관은 일 년 가까이 변호인들의 '침대 재판'에 질질 끌려 다니고, '가족오락관' 사회자처럼 굴어 '내란 범죄자를 무슨 잡범 다루듯 한다'는 개탄을 듣다가 오는 19일 중요한 선고를 내리고 23일 다른 법원으로 '내뺄' 준비를 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또 윤 전 대통령 계엄 선포의 불법성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을 막은 영장전담판사도 있었다.

이런 법관들을 연이어 보며 실망하고 낙담하며 절망하던 이들에게 이진관 부장판사의 이날 집요한 추궁은 달라도 뭔가 한참 다른 모습이었다. 이 부장판사는 또 정당한 변론권의 범위를 넘어 법정 난동을 피우고 유튜브에서 온갖 조롱을 일삼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 이하상 변호사를 다른 판사의 법정에까지 쳐들어가 감치 영장을 기어이 집행하는 엄정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앞서의 상식 밖 판결도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바로잡힐 것으로 믿는다. 이 부장판사의 적극성과 같은, 내란 척결의 의지를 법관들이 가져야 사법부도 바로 서고, 그들이 되뇌는 '사법부 독립'도 진짜 이름값을 하게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내란 특검(조은석 특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징역 15년형에 처해달라고 소심하게 요구했던 것을 과감하게 23년형으로 늘렸듯이 이진관 부장판사가 속시원하게 박 전 장관에게 상응하는 중형을 선고할 것을 바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부장판사는 이어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에 대한 증인 신문에 들어갔다. 류 전 감찰관은 2024년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오후 11시 30분쯤 법무부 실국장 회의가 소집되자 회의가 열리기 직전 사표를 내고 법무부 청사를 떠난 인물이다. 당시 공직자 가운데 유일하게 계엄에 완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류 전 감찰관은 박 전 장관의 간부회의 소집 통보를 받고 법무부 청사 내 회의실에 도착했을 때 박 전 장관이 출입국본부, 교정본부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장관님, 이게 계엄 관련 회의이면 명령이나 일체의 지시를 내려도 따를 생각이 없다"고 말하자 박 전 장관이 "그렇게 하세요"라고 답했고, 그 길로 회의실을 나와 사직서를 작성했다고 법정에서 다시 확인했다.

그 뒤 류 전 감찰관은 다시 회의실에 들어가 "계엄이 뭡니까"라고 말한 뒤 나왔고, 이 과정에 김 전 장관과 교정본부장·출입국본부장이 대화하는 모습을 봤지만 포고령에 관한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류 전 감찰관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박 전 장관이 계엄 관련 지시를 내렸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해 "박 전 장관의 표정과 말투, 그 이후 들은 바를 종합해 제출한 진술"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전 장관의 경우 용산에서 회의에 참석했을 것이고, 거기서 국무회의가 실체적으로 제대로 개최됐는지,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는지 충분히 목격했을 사람"이라며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포고령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졌을 것"이라고 했다.

증인 신문 도중 박 전 장관 변호인이 "판단과 추측을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류 전 감찰관이 "의견을 물어보니 답하는 것"이라며 "(회의장에) 녹음기라도 가지고 들어갔어야 하느냐"고 잠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이런 증언도 격정적으로 했다. "(박 전 장관이) '나도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될지 좀 논의를 해봅시다'라고라도 얘기를 했어야 되는데 전혀 그런 거 없었거든요. 저라면 창피해서라도 회의 주재 못합니다."

 

 

이날 재판에는 류 전 감찰관 말고도 배상업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도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배 전 본부장은 개인 사정이 있다며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승재현 법무부 인권국장과 배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바다 위 흉물처럼...관광객마저 탄식한 동해안의 '상처'

화력발전소에 석탄을 실어나르는 컨베이어벨트 ⓒ 진재중

수도권과 산업용 전력 공급을 명분으로 강원도 동해안에는 대규모 화력발전소들이 들어섰다. 삼척·동해·강릉으로 이어진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바다는 깊게 파헤쳐졌고, 해안에 기대어 살아온 마을들은 설득과 갈등, 그리고 감내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혹독한 과정을 거쳐 발전소는 완공됐지만, 그 대가는 잠든 듯 해안마을과 지역에 깊게 남아 있다.

사구는 무너지고, 바다는 마을로 다가왔다

송전망 문제로 기대했던 전력은 흐르지 않았다. 대신 지역에는 분명한 흔적만이 남았다. 해안 침식으로 무너져 내리는 해변과 생계를 위협받는 어민들의 깊은 한숨, 일터를 잃고 떠나야 했던 노동자들, 그리고 바다 한가운데 흉물처럼 남은 해상 구조물들이다. 전력을 위해 치른 대가는 결국 고스란히 지역이 떠안게 됐다.

8일 찾은 강릉 안인해변의 해안선은 과거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던 군사도로는 사라졌고, 해안사구는 붕괴돼 모래가 바다로 유실된 상태다. 침식을 막기 위해 대형 옹벽이 설치됐지만, 발전소 해상공사 이후 파도의 흐름이 달라지면서 사구가 지니던 완충 기능은 사실상 상실됐다. 파도를 차단하기 위해 설치된 구조물은 오히려 파도의 반사를 키우고 있다. 그 결과 바다는 점차 육지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한 주민은 발전소 해상공사 전과 후의 변화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바다 모래가 유실되는 모습을 본 적도 없었고, 해변은 마을 주민들의 쉼터였다"며 "지금은 산책로가 사라지고, 모래로 가득해야 할 해안에 돌덩이만 남았다"고 말했다.

안인해변의 변화는 단순한 경관 훼손을 넘어, 해안의 완충 역할을 해오던 자연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구를 대신해 세운 인공 구조물만으로는 바다의 힘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 주민들의 삶 가까이로 다가오고 있다.

바뀐 바다, 흔들리는 어민들의 삶

사구를 지키기 위해 세운 돌제, 그러나 사구는 무너지고 구조물만 남았다. ⓒ 진재중

해안사구 출입금지 경고문 ⓒ 진재중

발전소 건설 이후 어업 환경이 달라졌다는 어민들의 호소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해상 구조물과 항만 공사로 해류의 흐름이 바뀌면서, 어장 역시 예전의 모습을 잃었다.

평생 등명해변에서 미역을 채취해온 정상록(80)씨는 해상공사 이후 달라진 바다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곳은 암반 지형이라 미역이 잘 나던 해변이었는데, 공사 이후 모래가 밀려와 암반을 덮으면서 수확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이제는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삼척 맹방해변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송경근 덕산어촌계장은 "맹방화력발전소 해상공사로 각종 구조물이 들어서면서 어업 활동이 제한됐고, 바다 오염으로 조개가 거의 사라졌다"며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지만 발전소 측의 보상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가동 멈춘 발전소, 함께 멈춰 선 지역 상권

강릉 등명해변에서 미역을 수확하는 정상록 어부 ⓒ 진재중

동해안 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지역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발전소 유지·보수를 맡아오던 하청업체들은 일감이 끊기며 부도 위기에 내몰렸고, 이들 업체에 의존해 생계를 이어가던 음식점과 상가도 하나둘 문을 닫았다.

8일 찾은 강릉발전소 인근 상가는 침체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한때 손님을 맞이하던 공간에는 굳게 잠긴 문만 남았고, 사람의 온기는 사라진 채 허탈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발전소 가동 중단의 여파는 전력 생산을 넘어 지역 상권과 주민들의 삶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발전소 하역 업무를 맡아온 한 중견업체 근로자는 발전소 정상 가동을 기대하며 큰 비용을 들여 장비를 구입했지만, 지금은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발전소가 다시 가동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상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예전에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하루 종일 손님 얼굴 보기도 힘들다"며 침체된 분위기를 전했다. 발전소 가동 중단은 일터를 넘어 일상의 풍경까지 바꿔놓고 있다.

굳게 문을 닫은 상가. 한때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던 자리지만, 지금은 굳게 문이 닫힌 채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 진재중

콘크리트로 뒤덮인 명사십리, 멈춰 선 맹방의 시간

겨울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삼척 맹방해변. 한때 푸르고 드넓었던 명사십리 해안은 이제 하얀 콘크리트 구조물로 뒤덮였다.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설치된 해상 구조물들은 해안침식을 막기 위해 세워졌지만, 제 역할을 잃은 채 흉물처럼 바다 위에 남아 있다.

같은 날 찾은 현장에서는 바다 위로 다양한 형태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빽빽하게 이어져 있었고, 자연스러운 해안선은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이 구조물들은 전력을 실어 나르지도,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지도 못한 채 그저 바다 위에 서 있을 뿐이다.

삼척 상맹방해변의 한 주민은 "지난여름 해수욕객도 받지 못해, 어려움이 컸다"며 "콘크리트 구조물로 가득 찬 바다를 바라만 봐야 하고, 출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겨울 바다를 찾은 관광객들 역시 한숨을 내쉬었다. 한 관광객은 "발전소 건설도 중요하겠지만, 이렇게 구조물로 뒤덮인 해안은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잃었다"며 "출입문까지 걸어 잠근 콘크리트 풍경이 삼척 맹방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삼척 맹방, 화력발전소 해상시설물 ⓒ 진재중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배경에는 발전소를 먼저 건설해 놓고도, 이를 제대로 가동할 수 있는 송전망을 갖추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 전력을 실어 나를 송전망이 구축되지 않으면서 가동률은 급격히 줄었고, 그에 따른 부담은 지역사회와 발전소 측 모두에 전가되고 있다. 발전과 수익이 동시에 정체된 채, 모두가 답답한 시간을 견디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발전소 관계자는 "송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발전소 가동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며, 회사 역시 큰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빨리 송전망이 완비돼 정상적인 발전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그 과정에서 불편과 피해를 겪고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발전은 멈추고, 동해안에 남은 것들

전기를 실어나르기 위해 세워진 송전선로. 그러나 연결될 길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생산된 전기는 흐르지 못한 채 잠자고 있다 ⓒ 진재중

동해안 화력발전소가 남긴 결과는 분명하다. 해안침식으로 무너진 모래사장, 생계의 터전을 잃어가는 어민들의 한숨, 발전소 가동에 기대어 버텨온 소상공인들의 흔들린 일상, 그리고 바다 위에 남은 해상 구조물들이다. 수도권을 향해 설계된 전력 정책의 부담은 결국 지역에 고스란히 남았다.

발전 설비는 완공됐지만, 전력을 실어 나를 송전선로는 갖춰지지 않았다. 전력은 흐르지 못한 채 멈춰 섰고, 책임은 분산된 채 회복의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다른 계획이 아니라, 이 구조를 만든 책임의 주체를 분명히 하고 훼손된 해안과 지역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다.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해안 역시 같은 선택과 같은 상처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강릉 안인·하시동 해안사구 사구를 지키기 위한 옹벽이지만, 자연의 흐름 대신 인공 구조물만 남겼다. ⓒ 진재중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양당 정치가 '극우화'에 더 취약하다

[장석준 칼럼] 영미식 '민주주의' 교과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장석준 배곳 산현재 기획위원 | 기사입력 2026.02.10. 07:43:43

2026년이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나도록 세계인의 눈길은 온통 미국으로 쏠렸다. 이란 시위를 비롯해 다른 심각한 사건들이 많았지만, 2기 트럼프 정부의 광기 어린 행보 탓에 미국발 뉴스가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을 독점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납치하더니 그린란드를 차지하겠다고 위협했다. 파시스트 민병대나 다를 바 없는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을 풀어 민주당 지지 성향 주에 준계엄상태를 만들려던 시도는 결국 두 명의 시민의 목숨을 앗아갔다. 최근에는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 한국을 협박하는가 하면 쿠팡을 편들며 내정에 간섭하려 든다.

2기 트럼프 정부가 1기보다 더 권위주의적일 것이라 장담하던 논평가들마저 예상을 훨씬 더 뛰어넘는 광란에 당황하는 지경이다. 지금껏 벌인 작태만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 위반으로 탄핵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하원 435석 중 218석, 상원 100석 중 53석을 공화당이 쥐고 있기에 탄핵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사법부가 트럼프 정부의 난동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제대로 하느냐면, 이것도 의심스럽다. 연방대법관 9인 중 6인이 공화당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이다. 그래서인지, 애초에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되던 관세 정책에 대한 판결은 계속 지연되고만 있다.

심각한 상황이다. 많은 이들이 벌써 중간선거가 과연 제대로 치러질지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를 심판하자는 여론이 거세질수록 집권 마가(MAGA) 세력은 중간선거를 사실상 '내전'에 가까운 형태로 몰아갈 것이다. ICE 요원들을 통해 민주당 지지 성향 주의 투표를 방해하거나 비백인 유권자의 투표를 가로막을 것이고, '부정선거'라 딱지 붙여 개표를 방해할 것이다. 그래서 중간선거 결과 집계 자체가 무의미해지도록 만들 것이다. 그 다음은? 250년 가까운 미국 '민주주의'가 지금 낭떠러지 앞에 서 있다.

▲2026년 1월 8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한 시위대가 비를 맞으며 행진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민주주의가 전복될지 모를 위험과 마주한 유서 깊은 '민주주의' 국가가 하나 더 있다. 이 나라가 겪을 재난은 어쩌면 미국의 경우보다 더 충격적일 수도 있다. 바로 영국이다.

보수당의 몰락을 똑같이, 그러나 더 빠르게 반복하는 노동당

현재 영국 집권당은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이다. 하원 650석 중 404석을 차지하고 있으니 꽤 '안정적인' 단독 내각이다. 이 수치만 보면, 영국에 무슨 '민주주의의 위기'인가 싶다. 그러나 이런 안정적 의석에도 불구하고 스타머 정부가 제대로 하는 일이 없으니 그게 문제다.

2024년 6월에 스타머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불과 한 달만에 영국에서는 격렬한 인종주의 폭동이 벌어졌다. 초등학생들이 살해된 비극적 사건의 범인이 '무슬림'이라는 가짜 뉴스가 돌자 곧바로 극우 시위대가 주위의 모스크로 몰려가 난동을 부렸다. 경찰이 막아서자 시위는 폭동으로 비화했고, 이후 한 달간 폭동의 불길이 영국 전역을 휩쓸었다.

물론 이 폭동을 당시 갓 집권한 스타머 정부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다만, 영국 사회 상태가 이 정도로 심각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새 정부는 마땅히 비상 조치에 나서야 했다. 실제로 스타머 정부는 '비상 조치'를 밀어붙였는데, 그 내용은 전임 보수당 정부가 물려준 재정난을 줄이기 위한 복지 예산 축소였다. 자녀가 셋 이상이면 추가 아동수당을 주지 않는다, 장애인 연금을 줄인다, 노인들에게 겨울철 난방비 지원을 끊는다, 등등. '노동'당 정부가 생활비 상승으로 인해 불만을 쏟아낼 데만 찾아 헤매는 이들을 다독이기는커녕 분노에 불을 붙이는 긴축 정책을 펼친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지난 1년 반 동안 스타머 정부는 마치 스스로 지지층을 갉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것만 같은 모습으로 일관했다. 가자 학살이 벌어지는 와중에 이스라엘을 편들면서, 학살 반대 시위에 나선 자국 시민들을 '테러리스트'로 몰며 무차별 체포했다. 반이민 여론을 '흡수'한답시고 '영국이 이방인의 땅이 됐다'는, 극우파를 따라 하는 연설을 늘어놓다가 극우파로부터는 조롱을, 노동당 지지층으로부터는 항의를 받았다.

화룡점정은 최근 공개된 엡스타인 파일이다. 엡스타인 파일에는 신자유주의 전성기에 세계를 주무르던 수많은 권력자들의 이름이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빈번히 오르내리는(무려 6000번 언급된다) 이름 중 하나는 피터 맨델슨이다. 맨델슨은 '신노동당' 시기(1990-2000년대)에 토니 블레어나 고든 브라운을 배후 조종하면서 '제3의 길' 노선을 주도한 노동당 실세였다. 2010년대 말에는 '이스라엘 비판 = 반유대주의' 카드를 무기 삼아 제러미 코빈을 당에서 숙청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스타머는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당 내 '원로'를 주미국 대사로 임명했다. 그런데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통해, 맨델슨이 엡스타인의 절친이었고 심지어는 엡스타인이 2008년 아동 성폭력 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에도 친분을 유지했음이 드러났다. 게다가 맨델슨은 엡스타인에게 영국 정부의 내부 정보를 넘기기까지 했다. 스타머 총리가 이런 인물을 측근들의 반발을 뿌리치면서까지 멘토로 예우했으니, 이것은 맨델슨의 불명예 은퇴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제3의 길'의 거탑이 무너지면서 스타머 총리 역시 함께 휩쓸려가야 할 처지다.

이미 영국 언론은 스타머 총리가 사임하고 노동당의 새 대표-총리가 선출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차기 총리 하마평을 싣고 있다. 전임 보수당 정부도 집권 중(2010-2024년)에 총리를 4번이나 갈아치운 바 있다. 그러니 스타머라고 봐줄 이유가 없다. 다만, 그렇게 총리를 바꾸면서 보수당은 지지층이 꾸준히 감소했다. 2024년 총선도 실은 노동당의 승리라기보다는 보수당의 패배였다. 그런데 보수당이 5명의 총리를 거치며 14년의 세월 동안 도달한 결과(지지율이 40%에서 20%로 반토막 났다)를 스타머의 노동당 정부는 불과 1년 반만에 달성했다. 요즘 노동당 지지율은 최대치가 20% 초반을 넘지 못한다.

▲5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헤이스팅스 세인트레오나즈 호른타이파크경기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보다 더 쉽게 민주주의가 전복될 수 있는 나라, 영국

문제는 보수당과 노동당의 몰락이 영국개혁당(UK Reform) 돌풍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영국개혁당은, 본래 보수당원이었다가 1990년대부터 반유럽연합-반이민-반무슬림 선동으로 악명을 떨친 나이젤 패라지가 2018년에 창당한 극우 정당이다.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가 연대감을 표하는 정당이고, 재작년 여름의 인종주의 폭동에 동참한 이들이 열렬히 지지하는 정당이다.

오랫동안 영국 정치 전문가들은 영국 풍토에서는 신생 극우 정당이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영국은 미국처럼 무려 18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선거제도, 즉 단순다수대표제(소선거구제)를 고집한다. 20세기 말에 신설된 스코틀랜드 의회, 웨일즈 의회는 독일과 비슷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했지만, 연합왕국(UK) 전체를 관장하는 웨스트민스터 의회의 하원의원들은 100% 소선거구제로 선출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소선거구제에서는 기존 양대 정당으로 표가 쏠릴 수밖에 없기에 신생 정당이 약진할 수 없다고 장담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만년 소수 제3당 신세인 자유민주당이 그 확실한 증거였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도래했다. 굳건할 것만 같았던 기존 양대 정당 중 한 축, 보수당이 급격히 지지를 잃기 시작한 것이다. 당선 가능한 두 세력 중 한 쪽을 밀어야 한다는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관성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보수당이라는 축이 무너지자, 보수당을 대신해 노동당 반대편을 대표할 정당으로 영국개혁당이 급부상했다. 이미 2020년대 초부터 보수당 실망층이 영국개혁당으로 몰려, 2024년 총선에서는 이 당이 총 투표자의 14.3%로부터 지지를 받으며 패라지를 포함한 5명의 하원의원을 배출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총선 이후 여론조사에서 더 많은 보수당 실망층이 영국개혁당으로 지지를 옮기는 양상이 나타났고, 덕분에 2024년 말이 되면 보수당과 영국개혁당 지지율이 비등해진다. 그리고 다시 몇 달 뒤인 2025년 봄부터는 영국개혁당 지지율이 보수당 지지율을 확실하게 추월했고, 급기야는 집권당인 노동당 지지율까지 따돌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1년 가까이 영국개혁당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개혁당이 늘 30% 안팎의 지지를 받고, 노동당과 보수당 지지율은 20% 선을 오르내린다.

이 상태에서 선거가 실시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2월 26일에 맨체스터 광역시 내의 '고튼 앤 덴턴' 선거구에서 치러지는 하원의원 보궐선거가 그 결과를 미리 보여줄 것이다. 맨체스터라면, 노동당의 표밭이다. 현 맨체스터 광역시장도 노동당 내 온건좌파인 앤디 버넘이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의원직을 사임한(인종차별-성차별 망언을 일삼았다) 전임 하원의원도 노동당 소속이었다. 지난 총선에서 노동당이 받은 표는 50%를 넘었다. 즉, '고튼 앤 덴턴' 보궐선거는 노동당에게는 이겨야 본전인 선거이고, 패배하는 순간 노동당 전체가 격랑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전투다.

그런데 지금 그런 일이 벌어질 판이다. 스타머를 제치고 대표-총리로 선출될 야심에 불타는 버넘 시장이 시장직을 내려놓고 보궐선거에 도전하겠다고 나섰지만, 스타머 집행부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버넘의 출마를 불허했다. 그러자 보궐선거 민심이 요동쳤다. 버넘을 노동당 후보로 넣은 여론조사에서는 노동당 지지가 53%가 나왔지만, 버넘을 빼고 묻자 영국개혁당이 36%의 지지를 받아 33%를 받은 노동당을 제치고 승리하는 결과가 나왔다. 흥미로운 점은 이 조사에서 녹색당이 21%의 지지를 얻으며 노동당을 바짝 뒤쫓았다는 것이다.

이 여론조사(Find Out Now, 1월 25-27일)만 해도 엡스타인 파일이 공개되기 전에 실시된 조사다. 맨델슨의 추악한 진상이 폭로되고 스타머가 그런 인사와 유착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금은 '고튼 앤 덴턴'에서 노동당 지지율이 더 추락하고 반대로 영국개혁당 지지율은 더 올랐을 것이다. '영국의 맘다니'라 불리는 잭 폴란스키 신임 당대표가 이끄는 녹색당은 아예 노동당이 아니라 녹색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야 '파시스트 영국개혁당'을 물리칠 수 있다며 유권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노동당이 오랫동안 써먹어온 '반우파 대동단결' 논리를 노동당에게 되돌려주고 있는 셈이다.

만약 이번 선거가 보궐선거가 아니라 총선이라면, 영국개혁당은 현 지지율로 하원에서 안정 과반수를 확보할 것이다. 지지층이 전체 유권자의 35%를 넘지 않지만, 소선거구제의 마법 덕분에 50%가 훨씬 넘는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

18세기에 제정된 뒤에 조금씩 수정되기라도 한 헌법을 가진 미국과 달리, 영국은 성문헌법조차 없다. 갑자기 과반 의석을 점한 극우 집권당이 하원에서 반민주적 법령(심지어는 민주 정체 자체를 폐지하는 법령)을 통과시키더라도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없다. 그때가 되면 독재나 내전을 막을 수단은 국왕과 상원의 '중세적' 권한 밖에 남지 않는다. 이것이 21세기에 영국이 처한 처참한 정치적 전망이다.

대한민국, 영미식 '민주주의' 교과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오늘날 영국, 미국이 봉착한 현실은 소선거구제에 바탕을 둔 양당 정치가 극우화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극우화에 가장 취약한 체제임을 보여준다. 비례대표제에 바탕을 둔 다당 정치는 그간, 신생 극우 정당이 쉽게 의회에 진출하도록 허용하는 단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정당투표 득표율 3%' 진입장벽이 위헌이라는 최근 대한민국 헌법재판소 판결을 우려하는 이들 역시 전광훈 세력의 자유통일당이 원내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든다. 일리 있다. 완전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많은 유럽 국가에서 덕분에 신생 극우 정당이 주요 정치 세력으로 급부상하곤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서유럽식 다당 정치(소선거구제 원리가 일정하게 작동하는 프랑스, 이탈리아는 예외다)에서는 극우 정당조차 일정한 성장 이후에는 다른 정당들과 맺는 관계(연합이든 적대든)에 의해 규율 받는다. 이에 적응하느라 극우 이념-노선을 조율하지 않을 수 없고, 이를 거부하면 고립된다.

반면에 영미식 양당 정치에서는 극우파가 단숨에 양대 정당 중 한 쪽(미국 공화당)을 장악하고 집권까지 하는 일이 벌어지며, 양대 정당 중 한 쪽(영국 보수당)이 쇠퇴하면 극우파가 삽시간에 양대 정당 중 하나의 지위를 확보하기도 한다. 정당 질서를 통해 극우파의 '쿠데타'(국가 권력의 핵심을 일거에 장악한다는 의미에서)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8일)에 실시된 일본 중의원 총선에서도 같은 논리가 작동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당의 대승은 물론 일본 사회 자체의 우경화를 반영한다. 그러나 압승의 그 규모는 분명히 소선거구제가 중심이 되는 1990년대 이후 일본 정치 체제에 힘입은 것이다. 정당투표에서 자유민주당이 받은 지지는 36.72%이고, 지역구 선거에서 받은 표도 절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49.23%), 의석은 3분의 2 이상(67.95%)을 차지했다. 승자독식 선거제도가 아니었다면, 다카이치 사나에의 극우 '바람'이 '태풍'까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니, 실은 남의 이야기나 할 때가 아니다. 승자독식 선거제도에 바탕을 둔 양당 정치에서 극우파가 눈 깜짝할 새에 대의정치의 절반을 차지한 첫 번째 나라는 미국도 아니고, 영국도 아니다. 12.3 내란 이후 양대 정당 중 하나인 '국민의힘'이 극우 정당이 돼버린 대한민국이다.

다행히 시민의 힘으로 내란을 진압해 극우 정당을 야당으로 주저앉혔다지만, 이 당이 제1야당인 정치 지형을 최소한 2년 넘게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2년여 뒤에 더 나은 어떤 질서를 세워야 할지는 아직 감도 잡지 못한 형편이며, 양당 정치 특유의 시계추 운동에 따라 극우 정당이 차기 권력에 다가가는 지옥도가 펼쳐질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대한민국 시민들이 미합중국 시민들보다 먼저 극우파 내란을 진압했다는 자긍심에 취해 있을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의제도 전반을 손보고 정당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내란은 어쩌면 1막이 끝난 데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지금 당장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기는 하지만, 이제 한 가지 분명해진 점은 있다. 그것은, 지난 80여 년간 한국 정치를 지배해온 영미식 '민주주의'의 교과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장석준 배곳 산현재 기획위원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의원은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진보적 사회과학을 재구성하고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구 및 출간 사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사회주의>, <장석준의 적록 서재>,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대 시장 : 지구 경제의 출현>, <안토니오 그람시 : 옥중수고 이전> 등이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국민주권실현의 주춧돌 촛불행동 강화하자!”…촛불행동 4차 정기총회

 

“국민주권실현의 주춧돌 촛불행동 강화하자!”…촛불행동 4차 정기총회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6/02/08 [22:59]
  •  
  •  
  •  
  •  
  •  
  •  
  •  
  •  
  •  
 

촛불행동 4차 정기총회가 “촛불을 2배, 3배로 키워 내란 완전 단죄하자!”를 기조로 8일 오후 2시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렸다. 

 

  © 박명훈 기자

 

총회는 촛불행동 재적 회원 3,508명 중 직접 참가한 166명, 결정을 위임한 335명을 더해 총 501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국민주권실현의 주춧돌 촛불행동 강화하자!”

“애국민주운동의 정화체 촛불행동 강화하자! 

“더욱 뜨거운 마음과 강렬한 의지로 촛불행동 강화하자!”

 

참가자들이 한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촛불행동은 보고를 통해 정기총회 참가자 대상을 기존의 “재적 회원은 매월 정기 회비를 납부하는 정회원으로 한다”에서 “재적 회원은 정기총회 90일 이전에 가입하고, 2회 이상 회비를 납부한 정회원으로 한다”라고 바꾸는 안건을 제안했다. 

 

이에 관해 촛불행동은 각 지부가 전국 곳곳에서 자리를 잡아 조직이 확대, 안정화된 점을 반영해 해당 안건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촛불행동은 총회를 통해 김민웅 상임대표, 은우근·김은진·백자·권오혁·구본기 공동대표를 중앙대표단으로 선출했다.

 

또한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촛불대행진’ 사회를 맡고 있는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를 신임 촛불행동 공동대표로 선출했다.

 

  © 박명훈 기자

 

촛불행동은 현 정세와 투쟁 방향을 반영한 ‘2026년 촛불행동 사업계획’을 보고했다.

 

현 국면에 관해 촛불행동은 ▲내란세력 최후 보루인 조희대 사법부가 내란 단죄의 길목을 겹겹이 막고 있고 ▲국힘당이 ‘정치 재편, 개편 쇼’를 통해 지방선거에서 부활을 노리고 있으며 ▲미국이 쿠팡 문제, 대만 전쟁 압박,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 등에 개입하며 전쟁과 긴장을 도발하고 있다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내란세력의 부활 시도와 미국의 내정간섭을 저지하려면 “애국민주운동, 국민주권운동의 산실”이며 “촛불광장을 열어내고 책임지는 국민주권실현의 주춧돌인 촛불행동 강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촛불행동은 5가지 과제로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범, 극우적폐세력이 내란을 꿈도 꾸지 못하도록 촛불로 몰아쳐 내란을 완전히 단죄할 것 ▲조희대를 탄핵하고 사법부를 개혁할 것 ▲내란 정당 극우집단 국힘당 해산(지방선거를 통한 국힘당의 정치적 매장, 국회에 정당을 해산 해산권을 주는 법안 통과) ▲내란세력에 전쟁과 계엄의 명분을 준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것 ▲촛불대행진 참가 규모를 2배, 3배로 강화할 것 등을 제시했다.

 

보고를 들은 참가자들 사이에선 ▲다가오는 지방선거·재보궐선거에서 촛불행동이 기존의 국힘당 낙선운동에서 벗어나 자체 후보를 내야 한다 ▲한날한시에 국회의원들을 방문해 조희대 탄핵을 촉구하자 등의 제안이 나왔다.

 

이에 촛불행동은 ▲지방선거·재보궐선거에 국힘당에 어부지리를 주지 않는 조건에서 촛불행동 대표단이 출마 고민을 하고 있으며, 운영위를 통해 논의를 진행할 것 ▲설 연휴가 오기 전 국회에서 조희대 탄핵을 촉구할 것 등의 답변을 했다.

 

촛불행동은 촛불대행진의 사진을 책임져 온 이호 작가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이호 작가는 “내란을 청산해야 한다”라면서 “우리는 항상 누군가가 나타나서, 어떤 영웅이 나타나서 내란을 해결해 주기를 바랐지만 이제부터는 우리가 기다리던 그 영웅이 바로 여러분들이기를 바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이호 작가.  © 박명훈 기자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내란 완전 단죄, 국힘당 해산을 위해 총력을 쏟자는 내용으로 결의대회가 이어서 진행됐다.

 

이호 작가(인천 부평 제1선거구 시의원), 강민정 전 민주당 국회의원(서울시 교육감), 박유진 서울시의원(서울 은평구 제3선거구), 김애란 서산태안당진촛불행동 대표(서산시의원 비례대표), 서지연 수원오산화성촛불행동 공동대표(수원특례시의원 비례대표), 황기전 부산촛불행동 해운대·수영·남구지부장(부산 해운대 라선거구 구의원), 구산하 국민주권당 공동위원장(광주광역시 북구갑 2선거구 시의원) 등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촛불행동 회원들이 결의를 밝혔다.

 

이어 한서진 경기촛불행동 공동대표가 발언했다. 한 공동대표가 몸담고 있는 안성촛불행동은 ‘촛불행동 지부 강화의 모범’으로 꼽힌 바 있다.

 

한 공동대표는 “광장에서 함께일 때 우리는 더욱 강해진다. 부활을 꿈꾸는 내란세력들의 헛된 망상을 산산조각 내버리기 위해 우리는 쉼 없이가 아니라, 숨 가쁘게 몰아쳐야 한다”, “총력을 다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안성촛불행동은) 긴 싸움에서 지치지 않기 위해 동지들과 함께 즐거운 투쟁을 하고 있다”, “우리의 촛불은 삶의 일상 중 제일 행복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이 되려고 노력한다”라면서 “우리가 국민 행복의 주춧돌이 돼야 한다. 빼앗긴 청년들을 되찾아 와야 하고, 갈라치기로 멀어진 국민도 되찾아 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점자 원주횡성촛불행동 공동대표, 김종민 부산북구촛불행동 대표, 박근하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상임대표가 참가자들을 대표해 특별결의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특별결의문을 통해 “우리는 오늘 2026년을 내란 완전 반대, 조희대 탄핵과 사법부 개혁, 국힘당 해산과 국가보안법 폐지의 해로 만들기 위해 쉼 없이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라면서 “우리의 이 거창한 목표를 실현시킬 힘은 오로지 주권자 국민에게 있다. 주권자 국민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촛불광장이며 촛불광장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 촛불행동”이라고 밝혔다.

 

제3회 조일권상 시상식에서는 극단 ‘경험과상상’이 수상했다. 조일권상은 말기 암 투병 중에도 촛불자봉단으로 활동하며 헌신하다가 별세한 조일권 선생(촛불행동 명예최고대표)의 뜻을 기려 제정된 상이다.

 

류성 경험과상상 대표는 “촛불국민과 함께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쉴 틈 없이 공부하고 투쟁하는 보람, 우리 뜻대로 세상을 변혁하는 재미 그리고 동지들의 뜨거운 사랑도 배웠다. 천금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한 가르침을 주신 조일권 선생님과 촛불행동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라고 밝혔다.

 

노래패 ‘우리나라’가 「촛불로 몰아쳐」, 「21세기 반민특위가」를 노래하며 분위기를 북돋았다.

 

총회는 참가자들이 「독립군가」를 함께 부르면서 마무리됐다.

 

  © 박명훈 기자

 

  © 박명훈 기자

 

▲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촛불행동 회원들이 결의를 밝힌 뒤 인사했다.  © 박명훈 기자

 

▲ 제3회 조일권상을 수상한 극단 '경험과상상'.  © 박명훈 기자

 

▲ 노래패 '우리나라'의 공연.  © 박명훈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북 제9차당대회 2월하순 개최...당 정치국회의서 결정

각 도당 및 내각·군 당조직 대표회 진행...당대회 대표자 선출 마쳐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6.02.08 08:26
  •  
  •  수정 2026.02.08 13:32
  •  
  •  댓글 1
북한이 조선로동당 제9차대회를 2월 하순 평양에서 개최한다고 8일 발표했다. 사진은 7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개최한 제8기 제27차 정치국회의 모습 [사진-노동신문] 
북한이 조선로동당 제9차대회를 2월 하순 평양에서 개최한다고 8일 발표했다. 사진은 7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개최한 제8기 제27차 정치국회의 모습 [사진-노동신문] 

북한이 최고지도기관인 조선로동당 제9차대회를 2월 하순 평양에서 개최한다고 8일 발표했다.

[노동신문]은 8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조선로동당 제9차대회를 2026년 2월하순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개회할데 대한 결정서를 전원찬성으로 채택하였다"고 보도했다.

전날 김정은 당총비서의 지도아래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제8기 제27차 정치국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정치국회의에는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정치국위원, 후보위원들이 참가하고 당대회준비위원회 해당 분과성원들인 당 중앙위원회 중요부서 부부장들이 방청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의 위임에 따라 조용원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정치국회의를 '집행'하였으며, 회제9차당대회 관련 △대표자 자격심의 △집행부, 주석단, 서기부 구성안 심의 △일정심의 △제기할 문건심의 등 4가지 토의 안건을 논의하고 의결했다.

김 총비서는 "당대회준비위원회의 해당 분과들이 당대회준비사업을 각방으로 실속있게 추진해온데 대하여"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당대회 성공을 위한 원칙적 문제들과 세부 과업을 밝혔다.

조선로동당 함경남도대표회 모습 [사진-노동신문] 
조선로동당 함경남도대표회 모습 [사진-노동신문] 
당 내각대표회 [사진-노동신문]
당 내각대표회 [사진-노동신문]

앞서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2월 6일까지 각 당조직의 지도기관 성원들과 시,군당대표회에서 뽑힌 대표자들이 참가한 도당 및 당 조직들의 대표회를 진행해 제9차당대회에 보낼 대표자들을 선출하고 방청자를 추천하는 절차를 마쳤다.

당대회준비위원회의 지도아래 기층당조직 총회(대표회)와 시,군당 대표회를 마치고 이어 각 도(직할시)당 대표회와 내각, 군, 사회안전성, 철도성 등 도당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당조직들의 대표회들이 진행된 것.

지난 1월 28일에는 당중앙위원회 각급 조직들의 총회와 대표회의에서 선출된 대표자들이 참가한 당중앙위원회 본부대표회의를 열어 제9차당대회에 보낼 대표자들을 선출했다. 

당조직 대표회는 "사상,기술,문화의 3대혁명로선과 시,군 중시사상, 시,군 강화로선을 항구적인 지침으로 삼고 기층당조직들을 강화하며 당원들의 역할을 높이는데 선차적인 힘을 넣을 때 당조직들의 전투력과 활동성은 배가되고 자기 지역, 자기 부문, 자기 단위를 국익수호와 전면적 국가부흥을 담보하는 든든한 초석으로 다져나갈수 있다"는 결론에 이어 "사상관점과 일본새를 근본적으로 혁신하여 우리 국가의 부흥발전과 인민의 복리를 위한 투쟁의 전위에서 최대의 분발력과 투신력을 발휘"할 것을 결의했다.

제9차당대회 개최를 위한 주요 실무적 절차는 모두 마무리된 셈이다.

지난 2021년 열린 제8차당대회에는 제7기 당 중앙지도기관 성원 250명과 전당의 각급 조직에서 선출된 대표자 4,750명이 참가했으며, 2,000명이 방청으로 참가하는 등 총 7,000명이 참가했다. 

당조직에서 선출된 대표자 구성은 당·정치일꾼 대표 1,959명, 국가행정경제일꾼 대표 801명, 군인대표 408명, 근로단체일꾼 대표 44명, 과학·교육·보건·문학예술·출판보도부문 일꾼 대표 333명, 현장에서 일하는 핵심당원 대표 1,455명 등이며, 여성대표자는 501명으로 10%이다.

당원 1,300명 당 1명의 결의권 대표자를 선출한다는 기준이 공개된 것을 근거로 전체 조선로동당원은 617만명 규모로 추산한다.

한편, 이번 제9차당대회에서 북이 당규약 개정에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한 앞선 노선전환을 어떻게 반영할지, 대미·대남정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죽을힘을 다해 싸운 이순신, 죽을힘을 다해 준비한 특별전"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2/09 09:12
  • 수정일
    2026/02/09 09:1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한기의 뷰]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 기획한 서윤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26.02.09 06:54최종 업데이트 26.02.09 06:54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을 기획한 서윤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유성호

"우리가 가장 존경하는 역사 인물 이순신. 임진왜란이라는 위기 속에서 나라를 구한 영웅, 그는 결코 혼자 싸우지 않았습니다. 그는 함께 했던 사람들을 잊지 않았습니다. '1592년 7월 한산도대첩'. 우리는 세계 해전사 속에서 빛나는 이순신의 승리로 기억하지만 이순신이 기억한 것은 함께 한 그들입니다. 전투가 끝나고 곧바로 임금께 올리는 장계에 그들 한 명 한 명을 기록했습니다.

<임진장초> 1592년 7월 15일 한산도대첩 보고서 중에서

중위장 순천 부사 권준

중부장 광양 혐감 이영담

전부장 방담 첨사 이순신

...... (중략)

본영 2선 진무 순천 수군 김봉수

본영 거북선 토병 사노비 김말손, 정춘

홍양2선 격군 사노비 상좌, 절노비 귀세, 절노비 맛련

...... (중략)

위 사람들은 화살과 돌을 무릅쓰고 죽을 결심을 하고 나아가 싸웠기에 혹은 죽고, 혹은 다쳤습니다. ... 여러 장수와 군사, 관리 등이 분연히 일어나 제 한 몸을 돌아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힘껏 싸워 여러 번 승리했습니다... 군공 등급을 매기는 것을 만약 조정의 명령을 기다린 뒤에야 공로의 등급을 나누어 정하게 되면, 군사들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없습니다.

그래서 먼저 공로를 참작해 1, 2, 3등으로 별도 장계에 자세히 조목조목 기록했습니다. 처음 약속과 같이 비록 머리를 베지 않았어도 죽을힘을 다해 싸운 사람들을 신이 직접 본 것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 결정하고 함께 기록하였습니다. 삼가 갖추어 임금님께 글을 올려 보고합니다.

1592년 7월 15일

절도사. 신하 이(이순신)"

서윤희 국중박 학예관 "이순신 특별전 이걸 알면 더 특별하다" ⓒ 유성호/고정미

국립중앙박물관(국중박)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 에필로그 영상에 나오는 1592년 7월 15일 한산도대첩 보고서다. <임진장초(壬辰狀草)>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중 조정의 임금에게 올린 '장계(狀啓)'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는 수군은 물론이고 사노비와 절노비의 이름까지 세세하게 다 기록돼 있다. 왜 전시 제목을 '우리들의 이순신'으로 붙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시작해 오는 3월 3일까지 열리는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은 충무공 이순신 탄신 480주년과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이순신 종가 유물 20건 34점 원본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친필본 <난중일기>, <임진장초>, 충무공 장검, <징비록> 등 258건 369점이 전시되고 있다. 국보 6건 15점, 보물 39건 43점, 국가등록문화유산 6건 9점이 포함돼 있다. 국내 39곳, 일본 5곳, 스웨덴 1곳에서 출품했다. 이순신과 관련해 열린 종합전시 가운데 최대 규모다.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 이순신 관련 최대 규모 종합전시

"이순신의 조카가 쓴 것으로 알려진 <이충무공행록>에 나오는 구절이 있습니다. 칠천량 해전에서 원균과 조선 수군이 궤멸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순신은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죽을 힘을 다해 싸우면 못할 일이 없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 대목을 떠올리면서 제가 이 전시를 이순신만큼 죽을 힘을 다해 준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이순신 특별전을 기획한 서윤희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학예연구관은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순신이 승리했기 때문에 위대한 게 아니라 함께 싸운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기억하는 훌륭한 사람이었기에 이토록 오랫동안 존경받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일곱 차례 본 이순신 연구가인 박종평 서울여해재단 연구소장은 "'내 생애 이순신과 관련된 이런 전시를 또다시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극찬했다.

지난달 26일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을 기획한 서윤희 학예연구관을 만나 전시회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윤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이 1월 2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에서 이순신 사후에 영의정 벼슬을 내린 문서인 영의정 증직교지를 소개하고 있다.유성호

- 국립중앙박물관 근무 경력은 어느 정도 되나.

"2007년 좀 늦은 나이에 입사했다. 지금 19년째 근무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직들은 지방에 있는 13개 박물관으로 순환하면서 근무한다. 진주박물관에서 3년 동안 근무하면서 임진왜란 관련 전시를 했다. 조선시대 선비 오희문(吳希文)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으면서 쓴 피난 일기 <쇄미록(瑣尾錄)>(1591~1601) 전시를 기획·진행한 적도 있다. 코로나 시국이라서 관람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의미있는 새로운 전시였다."

- 왜 지금, 이순신을 호출했나.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것을 이순신을 통해서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모든 일은 바른 곳으로 돌아간다. 임진왜란은 일본이 명나라를 침략하기 위해서 아주 평화로운 우리나라를 침략한 거다. 그것을 응징한 게 이순신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시기, 세상이 너무 부정하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런 세상에 좀 일침을 놓아주는 이야기가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존경하는 역사 인물 이순신이 떠올랐다."

국보·보물급 '이순신 종가 유물' 34점, 첫 서울 나들이

- '이순신'이라는 인물만을 단독 주제로 한 전시는 <우리들의 이순신>이 처음인가.

"이순신에 관한 전시는 기존에도 있었다. 국립진주박물관에서도 2003년 이순신의 삶에서부터 신화까지를 주제로 한 전시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 국중박에서 진행하는 특별전은 이순신과 관련된 종합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이순신의 유물만이 아니라 임진왜란과 관련된, 그 당시에 이순신이 사용했을 것 같은 무기들, 이순신 사후에 이순신을 추모하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이순신과 관련된 최대 규모의 종합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특별전에는 유물이 258건 369점이 전시됐다. 이순신 종가에 전해 내려오는 이순신 손때가 묻은 국보·보물을 포함한 유물이 20건 34점인데, 이렇게 대규모로 서울 나들이를 한 것은 처음이다. 아마 앞으로도 이렇게 큰 규모의 이순신 종가 유물이 포함된 전시를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1월 2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에서 관람객이 이순신이 직접 쓴 <난중일기> 친필본을 살펴보고 있다.유성호

- 이순신 특별전을 언제부터 고민했고, 기획 과정은 어땠나.

"국립진주박물관에 근무할 때부터 조금씩 생각하고 있었다. 박종평 선생님이 <난중일기>(글항아리) 번역본 책을 선물로 주셔서 이순신에 대해 좀 더 고민을 하게 됐다. 나중에 전시로 풀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전시는 기획 단계가 가장 어렵다. 기존 다른 전시에서는 이순신을 어떻게 조명했는지, 그렇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어떤 키포인트와 메시지를 갖고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인지 밑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 전시 방향과 스토리라인이 정해지면, 전시하고 싶은 (대여와 같은) 유물 확보가 무척 중요하다. 이번에는 일본과 스웨덴 등 외국의 기관에 있는 유물도 대여해왔다."

- 특히, 해외 기관으로부터 유물을 대여하는 과정은 매우 까다로울 것 같은데.

"해외 기관과 유물 대여와 관련해 소통하는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일본 같은 경우 통상 2년 전쯤에는 섭외하고 접촉해야 한다. 스웨덴과는 계속 메일을 주고받았다. 이번에 전시한 일본 기관의 유물은 미리 가서 실사를 하고 유물 상태를 점검했다. 돌아와서는 대여 협조 문서를 보낸다. 그런 뒤에도 유물 대여에 관해 그쪽에서 방침을 결정하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때로는 상호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한다.

대여가 확정이 되더라도, 유럽 같은 곳에서는 압류 면제 조항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유물을 반출해 국내로 들여올 수 있다. 유물 대여가 최종 확정되면 서로 보험을 들고, 호송관을 통해서 유물이 가져오는 절차를 밟는다. 이번 이순신 특별전에는 유물이 국내·외 45개 기관에서 왔다."

전시장 배경 음악, 한산·명량·노량 해전의 바다 소리

- 이번 전시에서 디테일한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전시실 내부 디자인과 영상 작업은 어떻게 진행됐나.

"전시할 유물이 확정되면 디자인 작업에 들어간다. 디자이너가 전시 기획자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디자인을 수정·보완하면서 완성해나가게 된다. 전시 영상도 효과가 크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영상도 전시 주제에 맞게 기획하고 작업을 진행한다. 디자인이나 영상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민해야 한다. 그 후 실제 전시실 공사가 진행되고, 마지막에는 그래픽 작업을 한다. 진열장, 인테리어 재질, 색, 받침대, 글자 포인트나 폰트 등 세부적인 부분을 확정하고, 패널을 만들어 설명카드를 완성하면 전시 준비가 마무리된다."

- 전시장 안에 잔잔하게 흐르는 배경 음악도 낯선 듯 익숙했다. 전시장에 전체적으로 배경 음악을 트는 게 흔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이번 전시에는 시작부터 끝까지 음향을 넣었고, 이를 위해 스피커 20대를 설치했다. 전시의 서사와 함께 음향의 서사를 도모했다. 음향은 전시를 온몸으로도 느낄 수 있게끔 하는 일종의 장치다. 이순신이 크게 이겼던 한산·명량·노량 해전의 바다 소리를 채집했다. 여기에 국악의 타악기, 구음, 칠채장단을 결합해 각 전시 파트별로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통일되게 음향을 만들어 전시 공간 전체에 흐르게 했다. 음향은 의식하지 않으면 잘 모를만큼 자연스럽게 전시장을 채웠고, 관람을 방해하지 않고 전시와 조화를 이뤘다고 본다."

충무공 이순신 장검 칼날에는 '삼척서천 산하동색(三尺誓天 山河動色 석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떤다), 일휘소탕 혈염산하(一揮掃蕩 血染山河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유성호

- 처음 전시 기획 아이디어부터 따지면 준비 기간은 어느 정도 되나.

"요즘에는 한 2년 정도를 잡는다. 이순신 특별전도 구상 단계부터 따지면 2년가량 소요됐다. 유물을 직접 대여하고 구체적인 작업이 진행되는 것도 1년 여의 시간이 필요하다. 큰 전시는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 '우리들의 이순신'이라는 전시회 제목부터 의미심장한데, 기획자로서 이번 특별전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번 전시의 의미는 '우리들의 이순신'이라는 제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들'이라는 것은 우리가 너무 친근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순신에 대한 친밀감을 표현한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한 이순신은 큰 위기를 맞닥뜨리고도 결코 물러서거나 포기하거나 도망가지 않았다. 우리도 우리의 삶에서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시련과 고난이 닥쳤을 때 그것을 극복하고 오늘을 잘 살아낸다면 그러한 나의 이순신이 모여 우리들의 이순신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인간 이순신'의 면모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우리들의 이순신>

- '영웅' 이순신과 '인간' 이순신의 차이를 보여주고 싶었던 건가.

"차이를 보여주기보다는 영웅 이순신 이면에 간과하기 쉬운 인간 이순신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다. 같은 인간으로서 관람객들이 이순신의 선택과 판단을 따라가면서 두려움에 떨기도 했던 이순신, 여러가지 생각에 잠기기도 했던 이순신, 그런 인간 이순신의 면모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 좋겠다는 취지다."

-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제일 어려웠던 점은 이순신 종가의 유물을 빌려오는 일이었다. 이순신 종가 유물이 세상 밖으로 안 나온 지 오래됐다. 종가와 종친 내에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좀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되게 많이 고민했다. 이순신 종가 유물을 빌려오지 못했다면 이번 이순신 특별전이 이처럼 크게 호응을 얻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순신 친필본 <난중일기>라든지, 이순신 장검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그 차이를 알게 된다."

- 애초 이순신 특별전을 기획하면서 준비했을 때 생각했던 관객 수나 반응과 실제 상황은.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이 훨씬 뜨겁다. 상설전시실 내 특별전시실에서 전시한 이후 제일 많은 관람객 수를 기록하고 있다. (※ 2월 7일 기준 18만3000명가량의 관객들이 전시장을 찾았다.) 지난해 11월 28일 오픈했고, 개막 후 일주일 동안 무료였고, 이순신 순국 기념일과 매달 문화의 날은 무료였던 점을 감안하면 실 관객 수는 더 많다. 날씨가 아주 춥기 전에는 '오픈 런' 대기줄이 이어졌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에 서애 류성룡의 임진왜란 회고록인 <징비록>이 전시돼 있다.유성호

- 이순신 특별전을 기획하고 준비한 기획자로서 전시회를 찾은 일반 관객들에게 이런 부분을 관심있게 보면 좋겠다는 '관람 팁'을 준다면.

"이순신의 유물들, 이순신의 장검이라든가 <난중일기>, <임진장초>, 서간첩, 그리고 이순신이 임금에게 받은 문서들이 있다. 그 문서들을 그냥 설명카드 없이 읽기는 어렵겠지만, 그 당시에 문서들이 워낙 크고 글씨도 너무 좋다. 그런 유물을 직접 보는 기회는 참 귀하다. 이번 기회에 관심있게 보면 좋을 것 같다.

전시실 내 9가지 영상물이 있다. 도입부 전쟁 전 폭풍 전야의 이순신의 결의를 실감나는 바다로 표현한 실감 영상부터 마지막 '내 안의 이순신'이라는 체험 영상, 거북선의 외주와 내면을 보여준 영상, <난중일기> 원본을 읽어보는 영상, 정왜기공도와 울산왜성전투도 등 기록화를 세밀하게 보는 영상, 이순신과 조선 수군의 무기운용 영상 등이 있다. 모두 원본 기록들을 바탕으로 세밀하게 기획해 만들었다. 아울러 이 영상들은 옆에 있는 유물과 함께 살펴보면 의미와 감동이 더 잘 와닿을 것이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하는 에필로그 영상은 8분으로 긴 편이지만 감동적이니 꼭 보고 가시길 권한다. 에필로그에서는 이순신에 대해서 기획자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넣었다. 지금 거론한 것만 관심있게 봐도 이번 이순신 특별전에서 무엇을 강조하려고 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아들 '면'의 전사 소식을 들은 이순신은...

- 지금까지 이순신이라고 하면 영웅, 성웅으로 위대한 인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범접하기 힘든 역사적 인물이라는 거리감도 있다. 이번 전시에서 인간 이순신의 면모도 살펴볼 수 있나.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전시물들은 많다. 전시회 1부, 2부, 3부를 이순신이 실제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으로 구성했다. 예를 든다면 2부 전시 제목도 '시련과 좌절의 바다를 넘어'인데, 이순신은 임진왜란 속에서 연전연승만 했을 것 같지만 시련과 좌절도 있었다. 그런 시련과 좌절을 극복했다는 것을 전시 제목에서부터 보여주고 있다. 전시장 곳곳 벽면에 적어 놓은 이순신이 직접 쓴 글들을 읽으면서 전시물을 보면 더 큰 느낌으로 와닿을 것이다.

이순신이 둘째 아들 면의 전사 소식을 담은 편지를 받고 딱 펼치니까 '통곡(痛哭)'이라고 써 있었다. 그때 '면이가 죽었구나'를 직감했다. 이순신은 울부짖는다. '내가 가야 되는데 너가 갔구나. 나로인해 생긴 죄인데 너가 가다니.' 그러면서 그 밤을, '하룻밤이 1년과 같다'고 표현한다. 그런 모습을 떠올리면서 이순신도 역시 아버지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에 대한 효심 가득한 문구들을 보면서는 아들로서의 이순신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에서 관람객들이 이순신 영정 전시물을 보고 있다.유성호

- 이순신 특별전을 준비하기 전과 지금 전시회가 진행되는 상황을 비교해보면, 기획자로서 새로운 이순신의 모습을 봤거나 달라진 생각이 있는지.

"특별전 에필로그에 쓴 부분이기도 한데, 이순신이라는 사람을 전시회 준비 전에는 잘 몰랐다. 다른 사람들이 다 아는 것처럼 매일 전투에서 연전연승한 영웅이라는 사실만 알았다. 그런데 실제 전시를 준비하면서 <난중일기>와 <임진장초>를 읽어보니 놀라웠다. 정말 이순신이 그렇게 훌륭한 사람일까라는 생각이 없지 않았는데, 실제 당시 기록들을 꼼꼼하게 읽다보니 이순신에 푹 빠져들게 됐다."

-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면.

"옥포·사천·부산포·한산도대첩 등 여러 전투를 겪고나서 왕에게 올리는 보고서(<임진장초>)를 쓰는데, 이순신이 함께 한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다 기록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라웠다. 부상자라든가 사상자들을 어떻게 대우했는지 이런 것들을 보게 됐을 때 '아, 이 분의 명성이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수에서부터 노비에 이르기까지 전투에서 공을 세운 모든 사람의 이름을 기록해놨다. 그런 이순신의 면모를 보면서 '이순신이 승리했기 때문에 위대한 게 아니라 함께 싸운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기억하는 훌륭한 사람이었기에 이토록 오랫동안 존경받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공 세운 부상자와 사상자, 사노비까지 기록한 <임진장초>

- '죽을힘을 다해 싸운 이순신의 전시를 죽을힘을 다해 준비했다'고 했는데, 얼마나 힘들었나.

"이순신의 조카가 쓴 것으로 알려진 <이충무공행록>에 나오는 구절이 있다. 칠천량 해전에서 원균과 조선 수군이 궤멸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순신은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죽을 힘을 다해 싸우면 못할 일이 없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이 대목을 떠올리면서 제가 이 전시를 이순신만큼 죽을 힘을 다해 준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힘들기도 많이 힘들었다. 전시 한 달 전쯤에는 계속 전시 원고도 써야 되고, 설명카드도 써야 되고, 도록도 내야 하는데 일이 끝나지 않는 거다. 밤샘 작업도 많았고, 새벽 2~3시에 퇴근한 날도 있었다.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의 막을 올리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고생했다. 전시 기획부터 진행, 유물 대여, 영상과 음향 제작, 인테리어, 홍보, 전시 운영 등의 일을 맡아주신 한 분 한 분이 소중하고 고맙다. 무엇보다도 겨울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시를 보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주신 수많은 관람객 분들께 특별히 감사드린다."

1월 2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에서 학생들이 거북선 모형 영상을 보고 있다.유성호

- 나중에 이순신 특별전을 다시 열게 된다면, 어떤 기획으로 이순신을 조명해 보고 싶나.

"이번 전시에서 이순신에 대한 대체적인 이야기를 펼쳐냈지만, 또 다른 이야기로 전시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시를 열 당시의 시대가 요구하는 또다른 이순신의 새로운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전시라는 게 과거의 얘기를 들려주는 게 아니라 바로 지금의 이야기, 이순신을 빌어서 요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때 그 시점에 관객들이 어떤 것에 주목할 것인지가 중심 테마가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들의 이순신이니까, 새로운 이야기가 또 나오지 않을까."

- 전시라는 게 그 시대 흐름과 맞물려야 된다는 것, 현재 속에서 살아 있는 전시의 힘으로 작용해야 된다는 말인가.

"그렇다. 이번에 '우리들의 이순신'이라는 것도 실은 그런 점에 힘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거북선 영상에서도 판옥선에 덮개를 씌운 거, 이건 지금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그 당시에서는 새로운 혁신일 수도 있다. 이러한 부분들을 우리가 찾아내서 이야기해 주는 것, 그런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관련기사] 박종평 소장 "생전에 이런 '이순신 특별전' 다시 볼 수 있을까?"

서윤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과 충무공 이순신 연구가인 박종평 서울여해재단 연구소장이 1월 2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에서 '정왜기공도병' 병풍을 바라보고 있다. 1598년 왜군을 무찌르는 명군의 모습을 담은 채색화 병풍 ‘정왜기공도병’은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과 국립중앙박물관이 각각 앞·뒤 부분을 보관해왔는데,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나란히 공개됐다.유성호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與 “곽상도 부자 50억 무죄, 유권무죄 무권유죄 결정판..사법참사”

  • 민일성 기자

  • 업데이트 2026.02.07 10:09

  • 댓글 0

“31세 대리 퇴직금 50억,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나..검찰카르텔·법원 합작품”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공소 기각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공동취재,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대장동 50억 클럽’ 관련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부자에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 “사법 정의의 수치이자, ‘유권무죄 무권유죄’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6일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상식과 법 감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사법적 참사’“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는 대장동 업자들로부터 받은 50억원(세금 공제 후 25억원)을 퇴직금과 성과급으로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곽 전 의원 사건 선고 공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1심 판단을 사실상 두 번 받아 선행 판결의 무죄 결론을 뒤집고자 하는 의도로 자의적 공소권을 행사했다”며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했다.

아들 곽병채 씨의 특가법상 뇌물 혐의는 “곽 전 의원과 명시적·암묵적 공모 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병채 씨의 50억원 수수가 곽 전 의원의 연락 하에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받았다거나, 곽 전 의원이 직접 뇌물을 받은 것과 동일하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이에 대해 박경미 대변인은 “31세 대리가 6년 근무 후 받은 50억 원이 민정수석과 국회의원을 지낸 부친의 영향력과 무관하다는 판단을 과연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병채를 통해 50억을 주겠다’는 정영학 녹취록의 명백한 물증조차 외면하는 법원의 잣대는 왜 기득권 권력 앞에서만 한없이 무뎌지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1심 무죄 판결 이후, 국민적 공분을 의식해 마지못해 했던 검찰의 수사와 부실 기소는 법원에게 ‘형식 논리’라는 탈출구를 열어주었다”며 “사실상 검찰 카르텔이 설계하고 법원이 승인한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50억 원 수수가 뇌물이 아니라면, 이 나라에 유죄인 뇌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법 정의의 저울이 권력의 무게에 따라 기울어진다면 법치는 이미 생명력을 잃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대변인은 “거대 투기 세력과 법조 권력이 얽힌 50억 클럽의 검은 커넥션은 결코 묻힐 수 없다”며 “국민의 심판과 역사의 법정은 언제나 법정의 문보다 더 오래 열려 있다”고 말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생태적 시민성' 자리 잡아야 민주주의 위기 극복

한상훈 전 서전고 교장,60+기후행동 운영위원

konect@hanmail.net

다른 기사 보기

'근대적 시민성'으론 현대 복합 위기 감당에 한계

책임을 계약과 법적 의무에 한정한 근대 시민성

시민이라는 존재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해야

인간사회와 자연 분리 불가 보여준 기후생태위기

교육의 목적은 제도에 참여하는 시민 육성 넘어

인간과 자연 함께 살아갈 생태적 주체 형성하는 것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민주시민 교육이 다시 강조되는 배경에는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는 유지되고 있으나, 그 내적 토대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놓여 있다. 정치적 양극화, 공론장의 붕괴, 혐오와 배제의 언어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단지 제도나 정치 엘리트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성 자체의 위기임을 보여준다. 최근 헌법 질서를 훼손한 비상계엄 사태 역시 민주주의가 법과 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으며, 이를 떠받칠 시민적 성찰과 대응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음을 드러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시민 교육은 제도의 공백을 메우는 보완책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어떤 시민성 위에 서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핵심적 과제가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교육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우리가 전제해 온 시민성의 성격 자체를 재검토하는 일이다.

 

1월 15일 서울 경희궁 내 나무들이 벌목된 '경희궁지 생태 기후 환경숲 조성 사업' 현장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서울시에 추가 벌목 중단을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6.1.15. 연합뉴스

근대적 시민성의 형성과 그 한계

근대적 시민성은 시민혁명과 국민국가의 형성과 함께 등장했으며,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이 권리의 주체로서 법과 계약을 통해 정치 공동체에 참여하는 시민상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이는 신분 질서를 해체하고 민주주의의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사적 성취다. 오늘날 민주시민 교육 역시 헌법 교육, 선거 참여, 법 준수, 토론과 합의 등이 이러한 전통 위에 서 있다.

그러나 근대적 시민성은 오늘의 복합적 위기를 감당하기에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다.

첫째, 인간만을 시민의 주체로 상정하는 인간 중심적 시민성은 자연을 정치의 외부에 두고 생태 문제를 부차화해 왔다. 기후 위기와 생태 붕괴는 인간 사회와 자연을 분리해 사고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지만, 근대적 시민성은 여전히 이 분리를 전제로 작동한다.

둘째, 책임을 계약과 법적 의무에 한정함으로써 미래 세대, 비인간 존재, 국경 너머의 타자에 대한 책임을 시민성의 핵심에서 배제해 왔다. 전 지구적 생태 위기는 이러한 계약적 책임 개념이 구조적으로 무력함을 드러낸다.

셋째, 책임의 범위가 협소해지면서 민주주의는 단기적 이해관계와 선거 주기에 과도하게 종속되고, 장기적이고 누적적인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넷째, 시민 참여를 제도적 행위에 국한함으로써 일상의 삶이 지닌 정치적·생태적 의미를 충분히 사유하지 못하게 한다. 투표, 공청회, 시민 토론 등은 중요한 민주적 실천이지만, 시민의 삶 전체가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는 인식으로까지 확장되지는 못한 결과 민주주의는 특정한 시점과 공간에서만 작동하는 제도로 이해되고, 일상의 소비, 이동, 생활 방식이 갖는 정치적, 생태적 함의는 충분히 성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사제단이 26일 전북도청 앞에서 '새만금신공항 건설 중단 및 생태계복원 기원 미사'를 드리고 있다. 사제단은 매주 월요일 전북도청 앞에서 미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2026.1.26. 연합뉴스

생태적 시민성의 필요성과 윤리적 심층

이러한 한계 위에서 생태적 시민성은 새로운 시민성의 가능성으로 제기된다. 생태적 시민성은 환경 보호를 덧붙인 시민성이 아니라, 시민이라는 존재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정의 하려는 시도다. 인간을 자연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타자, 비인간 존재, 미래와 이미 깊이 얽혀 있는 존재로 전제한다.

생태적 시민성에서 책임은 계약의 산물이 아니라, 관계 속에 이미 놓여 있다는 사실에서 발생하는 비계약적 책임성이다. 미래 세대나 비인간 존재와 계약을 맺을 수는 없지만, 그들에 대한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책임은 계산 가능성과 상호성의 논리를 넘어 지속적으로 요청된다. 이는 법과 제도가 존재함에도 위기가 지속되는 이유가 책임을 감당할 시민 주체의 형식이 여전히 근대적 개인성에 머물러 있기 때문임을 시사한다.

더 나아가 생태적 시민성은 책임을 규칙 준수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고 덕성의 차원을 포함한다. 여기서 덕성이란 개인의 도덕적 완성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세계에 속해 있는지를 감각적으로 인식하고 그 인식이 삶의 태도와 실천으로 드러나는 성향을 의미한다. 이는 정치와 윤리를 다시 연결하며, 소비·이동·에너지 사용 등 일상의 선택이 곧 정치적이고 생태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인식을 요청한다.

 

지난 1월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교육 부문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 행진에 참여한 교사, 학생, 지지자들 중 한 어린 시위자가 '우리 학교를 존중해 주세요'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교육 노조가 주도한 이 시위는 일주일간의 파업에 이어 진행되었으며, 프랑스어권 정부가 발표한 교육 예산 삭감을 규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26.1.25. EPA 연합뉴스

민주시민 교육의 전환 - 생태 시민을 기르는 교육으로

이러한 관점에서 민주시민 교육 역시 전환이 필요하다. 교육의 목적은 제도에 참여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데 머무르지 않고, 세계의 취약성과 상호의존성을 인식하며 자신의 삶이 타자와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성찰할 수 있는 시민을 형성하는 데 있어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를 단지 권리 행사와 의무 이행의 장으로 이해하는 관점을 넘어, 민주주의를 삶의 방식으로 체화하는 시민을 요청한다

.

이를 위해 민주시민 교육은 지식 전달과 규범 교육을 넘어 경험과 감각, 윤리적 숙고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기후 위기와 생태 문제는 교과서 속 정보로 학습될 때보다 삶의 현장에서 체감되고 성찰될 때 비로소 시민적 의미를 획득한다. 교육은 학생들이 자신이 속한 지역과 환경,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직접 탐구하고, 그 과정에서 책임이 계약이나 명령이 아니라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러한 교육은 시민을 즉각적인 정치 행위자로 만들기보다, 장기적으로 세계와 함께 살아갈 주체로 형성하는 데 초점을 둔다. 생태 시민을 기르는 민주시민 교육은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보다 깊고 지속 가능한 토대로 확장하는 교육적 조건이 된다.

오늘의 민주주의 위기와 생태 위기는 결국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시민이 될 것인가. 근대적 시민성의 성취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거기에 머무를 수도 없다. 시민성은 이제 제도의 문제를 넘어 존재 방식의 문제로 확장되어야 하며, 민주시민 교육은 바로 이 전환을 사유할 때 오늘의 위기에 응답하는 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