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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대한민국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5/05 12:44
  • 수정일
    2013/05/05 12:4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현장] 얼음장 밑에서 새싹은 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꺾은 붓 | 2013-05-05 08:40:5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2008년 2월 25일 이명박이 청와대에 들어간 이후 이 나라는 5년 동안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희망’이라는 것은 눈을 뒤집고 찾아보아도 없었고 ‘절망’과 ‘좌절’과 ‘파멸’과 ‘추락’의 연속이었습니다. 아니, 이명박이 청와대에 들어가고 나서 부터가 아니라 이명박이 당선인이 되는 순간 부터였습니다.

500년 동안 그 자리에 묵묵히 서 계시며 이 겨레의 흥망성쇠를 한 눈에 내려다보고 계시던 숭례문마저 이 나라에서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스스로 몸을 불살라 험난한 이명박 정권과 겨레의 앞날을 예고했고, 결과는 7천만 겨레가 생생하게 겪고 경험한 그대로였습니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자연과, 지역 간 계층 간 세대 간 인간관계가 회복할 수 없는 반목관계로 바뀌고, 남북관계가 훈훈하던 봄날이 한 순간에 얼음장이 갈라져 ‘탕!’ ‘탕!’ 터지는 파열음을 내는 엄동설한의 갈등관계로 바뀌고, 세계무대에서 한국은 상대할 가치조차 없는 비웃음과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속된 이야기로 한국 돈은 먼저 집어삼키는 나라의 돈이 되고 말았고, 한반도는 배달겨레 7천만이 곰이 되어 춤을 추면 춤 값은 양코배기와 중국과 왜놈들이 싹 쓸어가는 한탕 빈집털이 마당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때 국민들에게 한 가닥 희망의 불빛을 보여줬으니 그게 바로 2008년 5월 2일 청계광장 소라 탑 앞에서 시작된 요원한 횃불과도 같았던 ‘촛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촛불은 이명박이 풀어놓은 사냥개와 이명박의 시녀와 부역자가 되기로 작정을 한 행정부와, 입법부와, 사법부가 조자룡이 헌 칼 휘두르듯 휘둘러대는 ‘공권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다만, 국민의 정신이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 만을 보여줬을 뿐입니다.

그 촛불을 시작한 게 바로 아직 때가 묻지 않은 새파란 새싹 어린 중·고등학생들이었습니다. 그들도 5년 동안 험한 세파와, 사탄이나 야차와 다름없는 이명박과 5년 동안 부대끼며 시나브로 기성세대에 편입되고 말았습니다.

인고의 5년을 넘기고 국민 앞에 다시 찾아 온 것이 국민의 뜻이 아니라, 국정원을 나팔수로 앞세우고 경찰을 국정원의 알리바이를 서둘러서 꿰맞추어 주는 들러리로 내세우고, 개표기에 의해 ‘당선인’으로 선택된 <박근혜>였습니다. 박근혜에게는 이명박 같이 준비 기간이라는 것도 필요 없었습니다.

이미 권력 앞에 무조건 맹종하는 영혼이 없는 시녀로 순치된 경찰, 검찰, 사법부, 사이비언론을 고대로 넘겨받아 문패만 바꾸어 다는 것으로 신장개업을 했습니다.

국정원이 원세훈원장 지시로 선거에 불법적인 개입을 했어도, 경찰이 서둘러서 국정원의 불법선거개입을 ‘혐의 없음’으로 짝짜꿍을 해 주었어도 보도를 하는 국내언론은 없었고, 거기에 항의하는 국민조차 5년 동안 촛불을 꺼트리지 않고 이어온 아주 극소수의 시민뿐이었습니다.

한국의 대선에 대하여 미국의 NYT를 비롯한 세계의 여론이 들끓어도 한국의 언론은 그것을 전혀 모르는 듯 선거부정에 대하여는 입을 다물고, 국민들도 선거부정에 대하여 떠드는 것은 할 일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강 건너 불로 여기고 깊은 잠에 골아 떨어져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것 같은 잠을 자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였을 뿐이었습니다.

우리 민주화에 빛나는 금자탑인 4.19혁명과 6.10항쟁의 주역이었던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이들마저 그런 국기를 흔드는 엄청난 범죄 앞에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기성세대가 죽고, 젊은이들마저 불의 앞에 침묵을 하니 ‘이제 나라가 망하는 것은 불문가지로구나!’ 하고 체념을 하는 순간에 동편하늘에서 섬광을 내려 비추는 ‘샛별’이 나타났습니다.

2012년 5월 4일 오후7시 서울역 앞!

ⓒ 서울의소리

회원 수 40만에 육박하는 다음카페 <여성시대>의 회원들과 그 카페회원들이 만든 단체 ‘NIMK’(Not in my country ; 대표 김진아)이 주축이 되어 드디어 긴 침묵을 깨고 나섰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촛불을 줄기차게 이어왔던 몇 명 안 남은 기성세대를 빼 놓고 처음으로 우리사회의 미래이자 내일인 청소년들이 보란 듯이 떨쳐 일어난 것입니다. 그들은 빙빙 돌리지 않고 직방으로 18대 대선에서 국정원이 선거에 불법 개입한 것을 지적하고 나왔습니다.

자세하게는 모르겠으나 같은 시각 부산에서도 똑 같은 성격의 집회가 열리고 있고, 18대 대선 국정원의 선거개입범죄의 공소 시효만료일인 6월 19일까지 전국적으로 매주 토요일 똑 같은 규탄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 서울의소리

처음으로 순수한 20대청소년들이 주축이 되어 나선 것으로 300여명의 남녀 청소년들이 참여를 했고, 관심 있는 시민들 200여명이 그들의 집회주변에 둘러서서 새싹들의 의로운 행동에 격려를 보내고 있었다. 그때 집회를 이끌어가는 연단의 앞쪽에서 잠시 소란이 일어났습니다.

어느 집회현장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영혼이 없는 60대 남성 한 사람이 슬리퍼를 질질 끌며 나타나 대뜸 청소년들을 향하여 “빨갱이!”라고 삿대질을 하며 “뭔 개지랄들을 하는 것이여!”하며 목청을 높여가며 집회 주최 측으로 돌진할 기세로 달려들었습니다.

순간 주변에 둘러서서 청소년들의 집회를 바라보던 젊은이들과 기성세대가 바로 그 난동꾼을 차단하여 멀리 밀어내어 경찰에게 격리를 요청하여 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난동꾼이 집회를 하고 있는 청소년들 틈으로 뛰어들었으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고, 집회는 거기서 풍비박산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성세대 시민들의 민첩한 대응으로 집회를 하는 청소년들은 소란을 눈치 채지도 못한 채 잠시 소란으로 그치고 말았습니다.

집회도 지금까지 있었던 여느 집회하고는 성격이 판이 하게 달랐다. 기성세대의 집회현장에서 지정곡이나 다름없는 소위 ‘운동권 가요’는 들을 수가 없었고 젊은이들이 부르는 신선하고 생기발랄한 알지 못할 노래를 부르고, 기성세대의 집회현장에서 빼놓지 않고 볼 수 있는 구호를 외치면서 주먹을 쥐고 흔드는 장면도 없었고, 모든 것이 청소년들이 즉석에서 생각나는 대로 자유분방하게 집회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한 바탕 율동과 노래의 합창이 끝나고 집회의 클라이맥스인 <자유발언>시간이 돌아왔습니다. 그때 필자가 주변에서 팔짱을 끼고 청소년들의 집회를 바라보고 있는 시민들 틈을 부지런히 비집고 다니며 집회현장에서 마이크를 단골로 잡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절대로 마이크도 잡지 말고 자유발언도 하지 마라!”는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기성세대가 끼어드는 순간 순수성은 사라지고, 수구언론에서 <전문 시위 꾼>들이 순진한 청소년들을 꼬드겨 거리로 불러냈다는 악담을 퍼 부을 것이니 절대로 기성세대는 끼어들지 말자고 호소를 했습니다.

기성세대가 끼어드는 순간 저들의 순수성을 의심받고 ‘오염’이 되었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니 기성세대는 절대로 끼어들지 말자는 당부를 하고 돌아다녔습니다.

그때 바른 소리를 하다 방송국에서 강제 퇴출된 <이상호> 기자가 “오염은 아니지요!”하고 이의를 제기해 말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고 기성세대가 끼어드는 순간 수구세력에게 공격할 빌미를 주게 되니 절대로 기성세대가 끼어들지 말자는 얘기라고 했습니다.

기성세대가 해야 할 일이라고는 난동꾼의 훼방에서 청소년들을 보호해 주고, 머리 숫자를 채워주고, 열열 하게 박수를 쳐주는 것만이 할 수 일이라고 설득을 했고 그들도 별 이의제기 없이 흔쾌히 그 제의를 받아 들였습니다.

모든 것을 저들의 자유의사와 저들의 생각과 상상력에 맡겨야 한다.
기성세대는 방관하지 않는 관찰자와 보호자 역할만 충실히 하면 된다.

서울역 앞에 땅거미가 내렸고 청소년들 손에는 붉은 빛을 발하는 촛불이 하나씩 들려졌습니다. 그 주변을 돌아다니며 청소년들이 들고 있는 피켓 뒷면에 매직잉크로 “촛불 든 당신 손이 아름답습니다!”, 촛불 든 당신이 있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희망’입니다.”, “촛불 든 당신이 대한민국의 ‘희망’입니다.”를 몇몇 청소년들에게 써 주었다. 그 피켓을 다시 받아들고 고개를 살짝 꺾는 눈동자들은 영롱하고 초롱초롱한 ‘샛별’이었습니다.

ⓒ 서울의소리

새싹들이여!

너희들에게 이런 나라를 물려준 기성세대가 부끄러울 뿐이다.
너희들만이라도 올곧게 자라 바른 세상을 만들기 바란다.

2008년 5월 2일 청계광장에서 보았던 그 촛불을 5년 만에 다시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서울역 앞에서 요원의 불빛이 타오르기 시작한 어제, 바로 5년 동안 깊은 잠을 자시던 숭례문이 이불을 훨훨- 걷어붙이고 국민들 곁으로 다시 돌아오셨으니 이게 어찌 우연이랴?

어제 대한민국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겨울이 아무리 춥고 길어도 봄은 오기 마련입니다. 이명박이 5년 동안 삽으로 찍고 불도저로 몰아 붙였어도, 박근혜가 개성공단의 문을 걸어 잠그고 휴전선에 새 철조망을 둘러쳐도 그 얼음장 밑에서 새싹은 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 새싹이 어제 드디어 땅 위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어제 서울역 앞은 대한민국의 <희망>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는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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