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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남북경협 악조건 빌미로 IT사업가 간첩 만들려는 검찰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10/30 09:49
  • 수정일
    2019/10/30 09:4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강석영 기자 getout@vop.co.kr
발행 2019-10-29 15:43:10
수정 2019-10-29 15: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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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마크
검찰마크ⓒ뉴시스
 

검찰이 남북경제협력사업의 취약한 상황을 악용해 IT 사업가에 국가보안법을 무리하게 적용한 정황이 법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지난 25일 중국에서 북한 IT 기술자들과 사업을 하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IT 사업가 김호 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북한 기술자들과 경제협력 사업을 진행했던 또 다른 IT 기업의 서 모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의 무리한 국보법 적용을 뒷받침해주는 증언을 내놓았다. 

김 씨 등은 북한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보안 프로그램임을 숨긴 채 공항, 관공서, 발전소, 대기업 등 국내 업체들에 판매·설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씨 등이 통일부 등 국가의 승인을 받지 않고 중국에서 북한 기술자들과 사업을 진행한 점 등을 지적하며 김 씨에게 불법적인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해왔다.

그러나 서 대표는 남북경협의 복잡한 절차와 이명박 정부 당시 5.24 조치 등으로 중국에서 북한 기술자들과 일하는 사업가들이 많았으며,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서 대표는 남측에서 통일부 등의 승인을 받아 남북경협 사업을 하려면 비효율적으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북한과 사업을 하려면 사업 인력 반, 지원 인력 반이다. 중국과 사업하면 사업만 하면 되는데, 북한과 사업은 지원 인력을 더 배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에서 북한 개발자들을 만나기 위해 통일부에 신고할 뿐만 아니라, 북측에 송금하려면 한국은행에도 신고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워낙 까다롭고 복잡해 인력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직원 200인 이상의 중견 기업을 운영하는 서 대표는 “영세 업자들이 한국에서 그걸(통일부 등에 승인받는 등 절차) 다 지킬 수 있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국내 3명, 해외 10명 안팎의 소규모 사업을 진행했었다.  

8일 오전 10시 30분 남북경협사업가 김호씨 등 국보법 증거 조작사건 시민사회 석방대책 위원회와 김호 국보법 증거날조 사건 변호인단 주최로 ‘공판준비기일에 즈음한 석방대책위 기자회견’이 열렸다. 해당 기자회견에는 김씨 가족과 친지 등도 참석해 이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8일 오전 10시 30분 남북경협사업가 김호씨 등 국보법 증거 조작사건 시민사회 석방대책 위원회와 김호 국보법 증거날조 사건 변호인단 주최로 ‘공판준비기일에 즈음한 석방대책위 기자회견’이 열렸다. 해당 기자회견에는 김씨 가족과 친지 등도 참석해 이들의 석방을 촉구했다.ⓒ민중의소리

이 때문에 서 대표는 김 씨처럼 중국 회사 등을 경유해 북한 개발자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 영세 사업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서 대표는 5.24조치 이후 갑자기 한국은행에서 북한에 송금할 길을 막는 바람에 남북경협 사업가들은 사업을 접거나 중국에서 진행하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 KT 등 대기업도 중국에서 별도의 국가 승인 없이 북한 개발자들과 사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따로 승인을 받을 수 있는 국가기관도 없었다고 서 대표는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북한 개발자들과 일하는 것과 관련해 통일부에 문의하니 ‘관할 소관이 아니라서 공식 답변이 어렵다’라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아울러 프로그램 내 바이러스 등 보안 관련 문제는 북한보다 중국과 사업할 때 더 심각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북한 개발자들과 일하면서 프로그램에 바이러스 등 보안 관련 문제가 있었다는 사례를 들어본 적이 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서 대표는 “들은 적이 없다”라며 “조선족이 각종 바이러스로 한국 사이트들을 많이 해킹했다. 그 해킹 지시한 주체는 남측 동종 업계 종사자였다”라고 말했다.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김 씨는 “통일부에 신고만 해 왔다”라며 “통일부가 명확하게 (중국 법인 통해 북한 개발자와 사업하는 것이 위법인지에 대해) 고지한 적 없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5.24 조치 이후엔 국가정보원에도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만 (북한 개발자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남측으로) 들여올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라며 “통일부도 (해당 사업의) 위반 여부를 모르는데 민간인에게 왜 위법성을 묻냐”라고 말했다. 이어 미승인이 문제라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야지 검찰은 왜 국보법을 적용하냐고 따져 물었다. 

이 사건 재판은 이미 올해 초부터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당시 법원 인사에 따라 새롭게 구성된 재판부는 이 사건 기록을 검토한 뒤 검찰이 국보법을 적용한 데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검찰 측에 ‘왜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이 아니라 국보법 위반으로 기소했느냐’는 취지의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시종일관 북한 기술자와의 IT 분야 협업 및 북한 사이버테러의 위험성을 부각시키고자 증인들을 상대로 반북 정서를 확인하는 등 사상검증 위주의 증인신문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증인신문을 통해서는 김 씨가 협업한 프로그램에서 악성코드가 발견됐다거나 북한 기술자와의 협업이 안보상 위험하다는 취지의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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