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한겨레 등 “정책 공유 안 된 ‘묻지 마 단일화’ 안돼”
윤석열 ‘언론사 파산’ 발언, 한겨레 “진중하게 발언해야”
13일 안철수 국민의당 20대 대통령 선거(3·9)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여론조사 방식의 후보 단일화를 전격 제안했다. 이날 오전 등록을 마친 안철수 후보는 유튜브 생중계로 열린 특별 기자회견에서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즉 구체제종식과 국민 통합의 길을 가기 위해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여론조사 국민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를 정하자고 제안했다. 안 후보는 “먼저 차기 정부의 국정 비전과 혁신과제를 국민 앞에 공동으로 발표하고 이행할 것을 약속한 후 여론조사 국민경선을 통해 단일 후보를 정하고 누가 후보가 되든 서로의 러닝메이트가 되면 압도적 승리를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 측은 “고민해보겠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반응했다.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 제안에 부정적인 뜻을 나타낸 것. 이번 대선에서는 끝까지 완주할 의사를 밝혔던 안철수 후보가 대선 24일 앞두고 야권 단일화를 제안하자, 14일자 아침신문들은 일제히 이 소식을 1면에 보도했다.
동아일보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국민에게 감동 못 주면 역풍 맞아”
동아일보는 두 후보가 구체적인 ‘단일화 방법’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3면 기사에서 “곧바로 구체적인 단일화 방법을 두고 양측은 정면으로 충돌했다”며 “안 후보는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안을 제시했지만, 국민의힘은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윤 후보의 치열한 선두 다툼 속에 야권 단일화 논의까지 더해지면서 이번 대선 판세는 더욱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그간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아온 안 후보가 일단 윤 후보와 함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며 야권 관계자의 입을 빌려 “안 후보 지지율이 10% 대에 머물면서 현실적으로 단일화 카드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안 후보가 선제적으로 단일화를 제안한 건 향후 단일화 협상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평가했다.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한 안 후보가 단일화 방법과 관련해 추가적 협상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점을 짚었다. 동아일보는 “안 후보는 지난해 4월 오세훈 서울시장과 단일화 방식을 이번에도 적용하자고 밝히며 ‘저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모든 조건을 수용하기로 결단함으로써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든 사람’이라고 했다”며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오 시장이 이겼던 방식을 국민의힘이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압박인 셈’이라는 해석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두 후보가 다짜고짜 경선방식 신경전부터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단일화 논의에 첫발을 뗀 당일부터 경선 방식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윤 후보가 “여권 지지층의 역선택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여론조사 대신 정치적 담판을 선호하고 있다. 경선 룰을 둘러싼 기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야권후보 단일화가 잘못하면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야권후보 단일화는 ‘1+1=2’처럼 단순한 산술적 영역이 아니다. 단일화 논의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면 역풍을 맞는다”며 “1997년 김대중-김종필(DJP) 단일화나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성공한 사례라면 2012년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는 실패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 재창출보다 높다고 해도 윤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 중이다. 정권교체엔 동의하지만 윤 후보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중도층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라며 “ 윤, 안 후보는 함께 할 국정운영의 비전·정책부터 가다듬어야 한다. 새 정부의 큰 그림을 제시하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높여가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경선 룰을 놓고 서로 압박하는 치킨게임만 계속한다면 제 잇속만 챙기려는 구태 정치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향·한겨레 등 “정책 공유 안 된 ‘묻지 마 단일화’ 안돼” 강조
경향신문도 1면 기사에서 “대선 완주 의사를 피력해온 안 후보가 돌연 단일화를 제안하면서 대선 정국은 들썩이고 있다. 윤 후보와 안 후보가 시작부터 단일화 방식을 두고 이견을 보인 상황이라 ‘밀당’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어지는 3면 기사에서 경향신문은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 과정에 대해 아쉽다고 밝힌 윤 후보에 대해 “윤 후보가 그간 자신이 주장해온 후보 담판을 통한 단일화를 우선하면서 단일화 정국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쥐겠다는 것”이라며 “윤 후보가 지지율 차이를 앞세운 ‘고사 작전’을 구사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고 해석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안 후보의 자진사퇴는 시간문제라는 시각도 있다”며 “안 후보가 이날 대선 후보 등록까지 마쳤지만 선거 비용 문제 등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론조사상 안 후보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어 손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가치와 철학, 정책과 비전이 공유되지 않는 ‘묻지 마 단일화’로는 주권자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국가운영에 대한 기본적 시각, 향후 자신이 만들고 싶은 나라에 대한 청사진을 명확히 제시한 뒤 시민 선택을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양측은 지루한 줄다리기로 유권자의 피로감을 키워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가치와 정책의 공유 없는 단일화는 ‘권력 나눠 먹기’일 뿐이다. 두 후보 모두 정권교체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목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무엇을 위한 단일화인지 방향과 내용이 명확해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단일화 논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석열 ‘언론사 파산’ 발언, 한겨레 “진중하게 발언해야”
지난 12일 정책공약 홍보 열차인 ‘열정열차’에 탑승해 충청·호남 지역을 방문하며 선거운동을 벌인 윤 후보가 이날 기자들 앞에서 “진실을 왜곡한 기사 하나가 언론사 전체를 파산하게도 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이 언론 인프라로 자리잡는다면 공정성이니 이런 문제는 그냥 자유롭게 풀어놔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추진할 때 ‘언론 재갈 물리기’라고 반발했다. 당시 개정안의 요지는 허위 보도에 따른 손해액을 언론사에 징벌적으로 부과하자는 내용이었다. 같은 주제를 놓고 지난해와 올해 다른 주장을 한 것.
한겨레는 사설에서 “윤 후보의 발언은 무엇보다 국민의힘이 그동안 한사코 언론중재법 개정을 반대해온 것과 모순된다는 점에서 문제”라며 “(지난해) 윤 후보도 ‘언론 재갈법’이라며 위헌소송 등 반대 투쟁에 나서겠다고 했다. 윤 후보의 발언이 징벌적 손배제에 찬성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자, 동석했던 이준석 대표가 황급히 ‘윤 후보는 언론중재법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수습에 나섰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어 언론중재법이 개정을 멈추고 언론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국회 특위로 넘어간 상황을 설명하며 “윤 후보가 이런 과정과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윤 후보는 신문협회와 기자협회 등 언론 7개 단체가 언론중재법 개정에 반대하며 대안으로 제시한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에 대해서도 ‘그 내용이 뭔지 모르겠지만 올바른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며 “내용도 모른다면서 언론단체들이 합심해 추진하는 일을 반대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윤 후보는 제1야당 후보답게 현안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진중하게 발언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