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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만에 부활한 ‘반값아파트’ 흥행 몰이

고덕강일 3단지 사전예약, 청년특별공급 75가구 모집에 8,800여명 몰려... 경쟁률 118대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뉴스1
이른바 ‘반값아파트’라 불리는 토지임대부주택이 11년만에 부활했다. ‘건물만 소유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사전예약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400가구를 모집하는데 1만3천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다.

흥행에는 좋은 입지도 한몫했다. 5호선 강일역과 가깝다. 이른바 ‘한강뷰’ 아파트다. 게다가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몰려있어 버스 정류장 등 대중교통은 물론 교육시설과 편의시설 등도 갖추고 있다.

지난 28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틀간 진행된 고덕강일 3단지 특별공급 400호에 대한 사전예약 모집에 1만3,262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 33.2대1이다.

주거복지의 일환인 토지임대부주택은 공공이 소유한 땅에 건물을 지어 건물의 소유권을 분양하는 것을 말한다. 수분양자는 건물에 대한 소유권만 갖는 만큼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집을 소유할 수 있다. 공공 소유의 토지에 대한 임대료를 별도로 내야 하지만, 주변 시세보단 저렴한 수준이다. 토지임대료는 택지조성원가에 3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이자율을 곱한 뒤 12개월로 나눠서 산정된다.

고덕강일 3단지는 총 1,305세대 규모로 전용 59㎡ 715세대, 49㎡ 590세대다. 이중 반값아파트로 분양되는 물량은 전용 59㎡ 500세대다. 청년·신혼부부·생애최초 등 특별공급 400세대, 일반공급 100세대다.

SH는 건물 분양가를 약 3억5,500만원으로 추정했다. 토지임대료 추정가는 월 40만1천원이다. 정확한 건물 분양가 및 토지임대료는 2026년 하반기 예정된 본청약 시점에 최종확정 공고할 예정이다.

이번에 특별공급 사전예약 접수 결과를 살펴보면 청년특별공급(75가구)에만 8,871명이 몰리며 118.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혼부부특별공급(200가구)에는 2,912명이 신청하며 14.6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생애최초특별공급(125가구)은 1,479명이 지원하며 경쟁률 11.8대1을 기록했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 한파에도 불구하고 고덕강일 3단지 건물분양주택(토지임대부주택)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진행될 일반공급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고덕강일3단지 자료사진 ⓒ서울주택도시공사 제공

 

주변 시세 절반 수준인 분양가에 청년층 몰렸다... 
“여전히 비싼 서울 집값... 반값아파트 청년층 내집마련 기회”


부동산 업계에서는 토지임대부주택의 흥행 요인으로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한 분양가를 꼽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고덕강일 3단지 인근 신축 아파트인 강동리버스트 4단지(2020년 준공)의 경우 반값아파트와 동일한 전용 59㎡(11층)가 지난달 9일 7억3,700만원에 거래됐다. 고덕강일 3단지 토지임대부주택의 추정 분양가가 3억5,5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변 시세의 절반(48.1%)도 안 되는 셈이다.

전세가격보다도 낮았다. 강동리버스트 4단지 전용 59㎡(5층)는 올해 2월 21일 4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전날에도 동일한 면적의 6층 매물이 4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또 다른 인근 신축 단지인 미사강변센트리버도 마찬가지다. 2016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전용 59㎡(3층)가 지난 2월3일 6억8천만원에 실거래됐다. 전셋값 역시 지난달 20일과 17일 각각 3억8천만원, 4억원에 거래됐다.

고덕강일 3단지 토지임대부주택의 분양가(3억5,500만원)가 매매가보다 3억2,500만원(47.8%), 전세가보다 2,500만원(6.5%) 저렴한 셈이다.

고덕강일 3단지를 공급한 SH도 이번 토지임대부주택의 흥행 성공 요인으로 ‘합리적인 분양가격’을 꼽았다. SH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 한파에도 고덕강일 3단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면서 “주변 전세가보다도 낮은 3억5,500만원의 추정분양가가 청약 수요자에게 매력적으로 비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에 생애최초특별공급을 신청한 직장인 A씨는 “서울 강북에서 월세를 살고 있는데, 월세가 무섭게 오르고 있다. 더 오르면 부담이 너무 커지는 상황”이라면서 “그러던 중 시세의 절반 수준인 토지임대부주택 사전예약 소식을 듣게 됐다. 월세를 계속 사는 것보다 이득이라는 계산에 무조건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토지임대부주택은 건물만 분양받는 방식이지만 한 번 분양받으면 반영구적 거주가 가능하다. 수분양자는 40년간 거주한 뒤 재계약을 맺으면 40년이 연장돼 최장 8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토지임대료는 SH공사에서 2년에 한 번 인상할 수 있다. 주변 시세가 많이 오른 경우 최대 5% 인상될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특별공급에 청년들의 지원이 몰린 이유 역시 “저렴한 시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이 계속 내려가는 추세지만 여전히 청년들이 서울에 내집마련을 하기엔 집값이 비싸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세의 절반 수준인 반값아파트가 나왔다. 청년들 입장에선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부동산 월간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9억9,333만원이다. 전월(10억1천333만원) 대비 2천만원(-2.0%) 하락했지만, 여전히 10억원에 육박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위원도 “자금여력이 부족한 청년세대에게 강남권역에 있는 집을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살 수 있다는 건 굉장한 메리트”라며 “반영구적 거주가 가능한 데다, 매도 청구시 다시 사주는 만큼 요즘처럼 전세사기가 판치는 상황에선 굉장히 안정적이라는 장점도 갖고 있다. 청년들의 지원이 몰린 건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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