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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써, 말아?” 4년 만의 대면 입학식···새 학기 학교는 ‘혼란’

김나연 기자

방역 지침 완화, 대부분 ‘학교 자율’로

학교선 “자유” 신입생 대부분은 ‘마스크’

일관된 지침 없어 문의 이어지고 혼란도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중학교에서 4년 만의 대면 입학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중학교에서 4년 만의 대면 입학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마스크를 벗어야 해, 말아야 해?”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중학교 체육관. 초등학교 6년 중 절반을 코로나19와 함께 지내야 했던 학생들이 이날 중학생이 됐다. 서울여중은 사전에 학생들에게 마스크 착용이 ‘자유’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220명의 신입생 중 민얼굴을 드러낸 학생은 손에 꼽힐 정도였다. 담임교사 소개 순서를 앞두고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마스크를 벗을지 말지 고민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학급에서 유일하게 ‘노마스크’로 참석한 노은서양(13)은 “눈치가 보이긴 해도 처음 보는 친구들에게 마스크 벗은 얼굴로 인사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반대로 학부모 김태화씨(41)는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어 마스크를 쓰고 왔고, 딸도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챙기고 등교했다”고 말했다.

마스크 없는 대면 입학식이 가능해 진 것은 2019년 이후 4년만이다. 2020년에는 대부분 학교가 4월 중순이 지나서야 개학하면서 입학식을 생략했다. 2021년과 지난해에는 비대면 또는 거리두기 입학식이 열렸다. 김태화씨는 “(초등학교)4학년부터 6학년까지 큰 행사들이 안 열렸기 때문에 언제 또 이런 행사가 취소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입학식에 왔다”고 말했다.

2일 서울 강동구 강빛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1학년 학생들이 인사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2일 서울 강동구 강빛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1학년 학생들이 인사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번 입학식을 시작으로 학교에는 완화된 방역지침이 적용된다. 정부는 지난 1월30일부터 학교 내 마스크 착용을 자율화했다. 새 학기부터 발열검사와 급식실의 칸막이 설치 의무도 없어졌다. 학생과 교직원 전체가 입력해야 했던 자가진단 앱은 감염 위험이 있을 때만 등록하도록 변경됐다.

 
 
 
 
 

교육부가 마스크 착용·발열검사·급식실 칸막이 등 주요 방역지침을 학교 자율에 맡기면서 현장에는 혼란이 생겼다. 대면 입학식이 부러워 구경 왔다는 2학년 오은채양(14)은 ‘노마스크’를 찾아보기 힘든 입학식 풍경이 아쉽다며 “올해부터 자유라고 알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장한다는 얘기도 들려서 쓸지 말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는 정부가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음에도 교실과 급식실에서 마스크를 쓰도록 하고 있다. 초등학교 1·4학년 자녀를 둔 A씨(45)도 새 학기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는 공지 문자를 받았다. 그는 “학교에서만 굳이 마스크를 꼭 써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아이들의 건강이 걱정되는 건 이해되지만, 이미 학교 밖에서는 거의 마스크 없이 생활하지 않느냐”고 했다.

정부가 일관된 지침을 주지 않으니 학교에서는 마스크 자율화를 요구하는 민원과 방역지침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는다. 초등학교 교사 B씨(25)는 “왜 다른 학교보다 방역을 더 강하게 하느냐는 식의 학부모 민원이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며 “마스크를 벗으면 수업할 때 덜 불편하지만 혹시라도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이 생길까봐 고민”이라고 말했다.

정혜영 서울교사노조 대변인은 “자율화를 원하는 의견도 있지만, 학교에서는 코로나19가 터지면 곤란하니 일괄적으로 의무화를 하는 게 낫다고 보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교육부의 방침이 학교 현장에 직접적인 해결책이 된 것은 없다”며 “대부분 학교가 방역지침이 바뀌기 전과 거의 동일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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