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만 하면 잠잠해질 줄 알았던 ‘정순신 사태’는 날을 거듭할수록 논란이 더 커진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 각 시‧도 3만 경찰을 지휘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뜬금없이 검사 출신을 앉히려 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6일 정순신 변호사 등 3명이 본부장 공모절차에 지원했는데, 윤희근 경찰청장이 웬일인지 검사 출신의 정 변호사를 단수 추천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추천 당일 서둘러 임명 절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임명 다음 날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져 사의를 표명하기에 이른다.
경찰의 수장 자리에 검사 출신을 앉히려 했으니, 경찰 내부에 반발 여론이 생긴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전언에 따르면 정 변호사가 사퇴한 이후 경찰청 인트라넷(내부 소통망) 등에서 경찰 내부인사가 본부장이 돼야 한다는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사건이 신속 정확하게 외부에 알려진 데는 수사 자료를 가진 경찰 내부의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인사 검증 시스템 결함과 무책임
논란이 커지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인사 검증 시스템에 결함이 발생했음에도 사과는커녕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인사 시스템의 최대 결함은 모든 절차를 검사 출신들이 담당하는 데 있다. 이번 국가수사본부장 인사만 해도 그렇다.
3차례 검증 절차를 거쳤는데 ▲대통령실 복두규 인사기획관(대검 사무국장 출신), ▲법무부 이동균 인사정보관리단(서울남부지검 출신) ▲대통령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수원지검 출신)이 모두 검사 출신이다.
적임자 선정을 위한 엄격한 검증보다는 검사 출신을 선호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결국, 끼리끼리 검증이 인사 참사를 부른 것.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검사 출신 인사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인사 참사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 검찰 출신 현황)
문제는 이런 의구심에 대해 인사 책임자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자신을 향한 ‘문책론’에 선을 그었다는 데 있다.
한 장관은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장관 책임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 “일차적 검증이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 있고, 그 상관인 제가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맞다”라면서도 “(정순신) 본인이 솔직하게 이를 밝히지 않으면 (학폭 사건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라는 해명만 반복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한 장관은 ‘정순신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 사이인데 해당 의혹을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몰랐다. 특별히 같은 일을 하는 부서에 있었거나 개인적 사이는 아니어서, 모른 걸 어떡하겠나”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지만, 후보자와 그 가족의 송사와 관련해 상세하게 조사한 인사정보관리단의 ‘세평’ 보고서를 검토한 한 장관이 이를 몰랐다는 것은 믿기 힘들다. 선택적 기억 상실증이 아니라면 전형적인 책임 회피로 볼 수밖에 없다.
학교폭력 사건의 폭발력
무엇보다 논란이 잠재워지지 않는 이유는 최근 학폭 사건이 가진 폭발력 때문이다.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은 학폭 사건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철학과에 합격했다. 정시에는 학폭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서둘러 조속한 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수없이 많은 학폭 피해자가 이 사건을 지켜보는 조건에서 어물쩍 넘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정 변호사가 아들 입학 때까지 시간을 끌기 위해 사건을 억지로 대법원에 상고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더구나 학폭 추가 피해자가 확인되고, 서울대에 ‘부끄러운 동문’ 대자보가 붙는 등 정순신 아들의 학폭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져 나간다.
급기야 민주당은 “인사 참사의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라”며, ‘권력형 학폭 무마 사건’을 막기 위해 ‘정순신 방지법’까지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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