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은 한국 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022년 한국은 14년 만에 무역적자로 돌아섰으며 총 477억 달러 적자로 전년대비 –263%의 증감률을 보였다. 마지막 적자를 기록했던 2008년의 132억 달러 적자의 4배에 달한다.
적자 구조를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지금까지 한국의 주요 무역 적자국은 일본과 주요 자원 수입국인 호주, 말레이시아, 아랍 산유국이었다. 그러나 백일 교수에 따르면 2022년의 무역 적자는 이런 전통적인 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장기 무역 흑자를 기록했던 중국권 수출(중국 –4.4%, 홍콩 –26%)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70% 전후의 무역의존도를 가진 한국의 경제는 중대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백일 교수는 진단한다. 토론회에서는 1년을 경과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다양한 진단이 제시되었다.
한설 예비역 육군 준장은 초기에 제한된 대리전쟁으로 시작되었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사실상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경제를 약화하기 위해 시작된 대러 경제제재가 오히려 미국과 유럽 경제를 위협하는 ‘자해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은 경제제재보다 군사적 성과로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나 이 역시 달성 불가능한 목표라고 진단한다.
한설 준장에 따르면 “러시아는 질 수 없는 전쟁”, “우크라이나는 이길 수 없는 전쟁”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특징이다. 첫째, ‘전장의 제한성과 주도권’ 문제이다. 군사작전은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만 진행된다. 러시아는 자신들이 지정한 장소와 방법으로 전쟁을 수행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강요한 장소와 방법으로 전쟁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다.
둘째, ‘작전 지속 능력’ 문제이다. 러시아는 자국의 풍부한 자원을 이용하면서 전쟁을 수행하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의 지원에 의존하면서 전쟁을 치른다. 미국과 유럽의 지원이 사라지만 전쟁을 지속할 수 없다. 그런데 2023년 들어서면서 미국과 유럽의 전쟁 지원은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 한설 장군의 분석이다.
셋째, ‘작전 수행 방식’의 문제이다. 전투력이 약한 우크라이나는 단기 결전을 수행해야 하나 러시아에 주도권을 빼앗겨 장기소모전 양상의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는 단기 결전을 수행할 작전지휘 능력이 부족하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의 승자는 러시아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설 장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지 러시아의 승리라는 의미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급격한 국제질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결집은 점차 약화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역시 약화하고 있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비서구 국가들(소위 G7 국가들)의 결집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안보통상학회의 회장인 이해영 한신대 교수 역시 미국 주도 단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의 전환은 현실이라며 국제질서의 거대한 지각변동이 시작되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인식, 준비, 태세는 이 현실과 과도하게 괴리되어 있다”는 것이 이교수의 진단이자 문제의식이다. “한국이 세계화를 선언한 지 3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세계화되지 못한 채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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