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불소추특권의 의미와 범위
문제는 헌법 제84조의 규정에 대한 해석으로 집약된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바로 형사상 ‘소추’의 의미와 범위, 즉 ‘소추’라는 용어의 해석상의 문제다.
2-1. 형사상 ‘소추’의 의미는 기소뿐 아니라 ‘재판 수행’까지 포함
형사상 ‘소추’의 문리적 해석상 대통령 당선 전에 기소된 형사재판은 당선 후 재직 중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정지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소추’는 기소를 포함한 광의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소추(訴追)’란 용어의 사전적·문자적 의미는 형사사건에 관하여 '소를 제기하고 이를 수행하는 일'이다. 따라서 기소보다 넓은 개념이다. 그러므로 소추는 단순히 검찰에서 법원에 ‘기소’하는 행위뿐 아니라, 더 나아가 기소 이후 계속해서 법원에 계류 중인 형사재판을 ‘수행’하는 행위까지를 포함한다.
물론 일반 형사재판에서 형사소추는 검찰이 담당하고, 재판의 진행은 법원이 담당한다. 이처럼 재판은 기본적으로 법원의 재판장이 진행하지만, 검찰은 공소권을 통해 재판에 참여하고 형사소송을 수행한다. 즉 검사의 공소권은 공소제기와 공소유지의 권한으로 이루어져 있다. 검사는 형사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고 이를 유지하는 권한, 즉 공소제기 이후 증인신문, 증거조사 등 다양한 권한을 통해 공소를 유지하고, 형사소송을 수행하면서, 재판장의 재판 진행에 참여한다.
이러한 해석의 타당성은 국회에 의한 탄핵‘소추’의 경우에서도 확인된다. 헌법 제65조 제1항에 따라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하는데, 여기서의 탄핵소추는 탄핵심판을 청구하고, 더 나아가 헌재에서 탄핵심판을 ‘수행’한다는 의미이다. 즉 탄핵심판을 ‘청구’하고 헌재에서 탄핵심판을 ‘수행’할 것을 국회가 의결한다는 뜻이다. 또한 이러한 해석은 헌법재판소법 제49조에서도 확인된다. 이 조항은 탄핵심판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소추위원이 되고, 소추위원은 헌법재판소에 소추의결서의 정본을 제출하여 탄핵심판을 청구할 뿐 아니라, 심판의 변론에서 피청구인을 신문할 수 있다. 즉 이 규정은 소추위원에게 국회를 대리해 변론 과정에서 피청구인을 신문하는 등 헌재에서 재판장의 지휘하에 탄핵심판의 일부를 ‘수행’하는 권한을 부여한다.
이처럼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은 탄핵 절차를 탄핵소추와 탄핵심판으로 구분하여 탄핵소추는 국회가, 탄핵심판은 헌재가 담당하도록 했다. 국회는 탄핵심판 청구와 더불어 변론참여와 피청구인 신문 등을 통해 탄핵심판을 ‘수행’하면서 재판장의 심판 진행에 참여한다. 따라서 탄핵소추에서의 ‘소추’는 심판의 ‘청구’와 ‘수행’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결국 헌법 제84조의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의미는 현직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의 기소뿐 아니라 형사재판의 ‘수행’으로부터 벗어난다는 말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굳이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가 아니라, '재직 중 형사상의 ‘기소’를 받지 아니한다' 또는 '재직 중 형사상 ‘기소’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면 충분하다. 따라서 대통령의 재직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정지되어야 한다.
2-2. 불소추특권의 목적은 대통령의 원활하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보장
두말할 나위 없이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특권은 대통령의 헌법상 지위와 책임에 따른 것이다. 즉 의원내각제와는 달리 대통령제는 문자 그대로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되는 정부형태이다. 따라서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 및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의 지위에서 국정운영을 주도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다. 불소추특권은 이러한 대통령의 원활하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보장해 주기 위해 예외적으로 부여하는 특권이다. 바로 이러한 법조항의 목적을 고려한다면, 당연히 재직 중에는 형사상의 기소뿐 아니라 취임 전에 기소된 형사재판의 진행도 정지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즉 형사 기소뿐 아니라 형사재판의 진행까지도 정지시킴으로써 재직 중 대통령의 원활하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보장해 주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
헌재도 '12·12사건'과 관련된 불기소처분취소 사건(1995. 1. 20. 94헌마246)에서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에 관한 헌법의 규정이, … 국가의 원수로서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에 있는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고, 그 권위를 확보하여 국가의 체면과 권위를 유지하여야 할 실제상의 필요 때문에 대통령으로 재직 중인 동안만 형사상 특권을 부여하고 있음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함으로써 같은 견해를 취하고 있다.
물론 형사상의 불소추 특권을 이러한 의미와 범위로 적용함으로 해서 형사사법적 정의 실현의 지연과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그러나 헌법 제84조에 따른 대통령의 형사상 특권은 문언 그대로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하는 것에 그칠 뿐, 대통령에게 일반 국민과는 다른 그 이상의 형사상 특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임기가 끝나면 바로 재판이 진행되고, 만일 유죄로 확정판결이 난다면 그에 상응하는 형벌을 일반 국민과 똑같이 받는다.
이와 같이 불소추특권을 통해 달성되는 헌법적·공익적 이익이 불소추특권으로 야기되는 부작용 및 불이익보다 훨씬 더 크다고 헌법제정자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즉 이익형량의 원칙상 정당화된다는 의미다.
이러한 이익형량 원칙의 논리는 윤석열 대통령 내란 사건에서도 보듯,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재직 중이라도 형사상 소추가 가능하도록 한 규정에서도 분명하다. 아무리 현직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국헌을 문란케 하는 내란죄를 범한 경우에는 국헌 문란이라는 범죄의 중대성이 너무 막중하다. 따라서 이를 단죄하고 헌정질서를 회복해야 하는 긴절한 공익이 대통령 책무의 원활한 수행이라는 공익보다 훨씬 우월하다. 이익형량상 재직 중이라도 형사소추하도록 헌법제정자가 결단한 이유다.
3. 대통령 궐위에 관한 헌법 제68조 제2항과 관련하여
3-1.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자의 궐위는 다르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에는 진행 중인 형사재판이 정지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헌법 제68조 제2항의 해석을 통해서도 정당화될 수 있다. 현행 헌법 제68조 제2항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대통령 당선자’의 경우에는 사망한 때뿐 아니라 형사판결의 확정 등으로 피선거권을 상실한 때에도 당선자 신분을 상실하고 다시 후임자를 선거해야 한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의 경우에는 단지 ‘궐위된 때’에만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 제68조 제2항은 현직 대통령의 경우와 대통령 당선자의 경우를 명시적으로 구별하여, 현직 대통령의 경우에는 형사판결의 확정 등으로 인한 자격상실이 후임자 선거를 야기하는 원인에 해당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의 재임 중에는 형사판결이 확정될 수 없고, 따라서 형사재판 자체가 재임 중 진행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헌법 제68조 제2항이 대통령의 경우에는 ‘궐위된 때’로 하면서, 대통령 당선자의 경우에는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로 구별하여 규정할 필요가 없다. 그냥 간단하게 ‘대통령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로 규정하면 그만이다.
헌법 제68조 제2항의 문리적·체계적 해석뿐 아니라 반대해석의 방법에 따라 대통령 당선자는 형사판결의 확정으로 당선인 자격을 상실하지만, 대통령에게는 이를 적용할 수 없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직 대통령은 궐위된 때에만 후임자를 선거하고, 여기서의 궐위에는 사망이나 사임, 탄핵파면이 포함된다.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한 형사판결로 인한 자격상실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재직 중 기소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취임 전 기소되어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취임 후 정지된다고 해석된다.
3-2. 판결로 인한 자격 상실, 현직 대통령은 적용되지 않는다
헌법 제68조 제2항이 굳이 현직 대통령을 대통령 당선자를 구별한 이유는 막중한 책무를 지닌 국가원수이자 국정의 최고책임자 및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지위를 가졌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이 재직 중 국정운영을 중단없이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려는 공적 목적과 이익이 인정된다. 반면, 취임 전 대통령 당선자의 경우에는 아직 임기가 시작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정운영을 임기 중 중단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하려는 공적 목적과 이익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즉 불소추특권 적용의 요건이 아직 충족되지 않는다. 따라서 당선자의 경우에는 취임 전에 형사판결이 확정되어 자격을 상실할 수도 있다.
한편 이번 21대 대선은 대통령 궐위에 의해 치러지는 보궐 선거여서,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취임을 하게 된다. 대통령 당선자의 지위를 가지는 기간이 없이 바로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다. 따라서 헌법 제68조 제2항의 후단, 즉 ‘대통령 당선자가 …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라는 헌법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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