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캄보디아발 비극, 국경 넘어선 ‘국민보호’ 시스템의 시험대

 
임두만 | 2025-10-17 09:10:36  
 


 

캄보디아발 비극, 국경 넘어선 ‘국민보호’ 시스템의 시험대


캄보디아는 지금 ‘한국인의 위험지대’가 되어버렸다. 온라인 사기, 취업사기, 납치·감금, 그리고 고문·살해 사건까지, 잇따른 범죄 피해로 현지 한인 사회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 캄보디아를 방문 중인 김진아 외교부 제2차관 겸 캄보디아 취업사기·감금 정부합동대응팀 단장이 현지시간 10.16.(목) 오전 프놈펜에서 훈 마넷(Hun Manet) 총리 및 차이 시나리스(Chhay Sinarith) 온라인스캠대응위원회(CCOS) 사무총장을 각각 면담했다. ©사진 외교부

최근에는 대학생 박모 씨가 고문 끝에 살해된 사건이 드러나면서, 불법 장기매매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경찰청과 국과수 법의관이 입회한 공동 부검에서 장기 훼손 여부가 조사 항목에 포함된다는 사실은, 사건의 잔혹함이 단순 범죄를 넘어 국제적 인신매매 구조와 맞닿아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캄보디아 현지에서는 범죄조직에 연루된 한국인 59명이 17일 본국으로 추방될 예정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온라인 불법 스캠 조직에 강제로 끌려가거나, 취업을 빌미로 현지에서 구금·착취를 당한 사례로 알려졌다. 외교부가 일부 지역에 ‘여행금지 경보’를 내린 것은 늦었지만 필연적인 조치였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5일 ‘재외국민 안전대책단’을 꾸려 긴급히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이 단장을 맡았고, 홍기원·황명선·임호선 의원 등이 동행했다. 김 단장은 출국 직전 “국가에게 있어 국민의 생명보다 더 큰 가치는 없다”며 “한 명이라도 더 구출하겠다”고 밝혔다.

▲ 김병주 단장이 "한명이라도 더 구출하겠다"는 각오로 출국장을 나서고 있다    

대책단은 현지 한인회, 경찰, 의회 인사들과 면담하며 구금·납치 피해자들의 소재 파악과 송환 지원에 나섰다. 동시에 정부 합동대응팀과 공조하여 단기 구출뿐 아니라 외교·입법 차원의 장기 대응체계 마련도 병행하고 있다.

정당 차원의 이런 ‘현장형 외교’는 특별한 의미를 준다. 국회의 역할이 단순히 정부의 감시자나 비판자가 아닌, 재외국민의 생명을 직접 보호하기 위한 실행 주체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캄보디아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현실은 더욱 복잡하다. 자발적으로 현지에 남아 불법 조직에 가담한 사람도 있고, 취업사기나 보이스피싱 모집책에 속아 피해자가 된 사람도 섞여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피해자 신원 확인, 법적 지위 판정, 송환 절차가 뒤엉켜 구조가 늦어지고 있다.

문제는 구조적이다. 해외 범죄조직이 한국 청년을 노리는 것은 이미 몇 해 전부터 반복된 경고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재외국민 신고체계, 현지 공조 네트워크, 법률지원 통로를 제때 정비하지 못했다.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 일부 지역이 ‘K-청년 납치의 온상’으로 불리는 사이, 국가 시스템은 한 발 늦게 반응했다.

▲ 캄보디아를 방문 중인 김진아 외교부 제2차관 겸 캄보디아 취업사기·감금 정부합동대응팀 단장이 현지시간 10.16.(목) 오전 프놈펜에서 훈 마넷(Hun Manet) 총리 및 차이 시나리스(Chhay Sinarith) 온라인스캠대응위원회(CCOS) 사무총장을 각각 면담했다. ©사진 외교부    

이번 사태는 외교부나 경찰청의 영역을 넘어선 ‘국가의 생명보호 정책 실패’ 문제다. 재외국민 보호를 외교적 절차나 사법공조의 문제로 한정할 게 아니라, ‘국민안전 기본권’의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

따라서 이번 국회 대책단의 활동은 상징을 넘어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즉 ▲재외국민 실종 신고와 수사 공조 절차의 디지털 일원화, ▲현지 인신매매·보이스피싱 피해자에 대한 국가 지정 구조 시스템, ▲외교부·경찰·고용노동부 간 상시 공조 채널 구축, ▲국회 차원의 ‘국민해외안전법’(가칭) 제정 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한 명이라도 더 구출하겠다.” 김병주 단장의 이 말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해외에서 생명을 잃어가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곧 국가의 존엄과 책임의 무게다.

캄보디아에서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장기매매 여부를 밝히는 부검, 범죄단지의 잔혹한 실태, 그리고 귀국을 기다리는 수십 명의 청년들 모두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국민보호의 마지막 숙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그 말이 외교문서가 아니라, 캄보디아의 땡볕 아래에서도 진짜로 작동하는 문장으로 남아야 한다.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28&table=c_flower911&uid=1389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