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현대화’는 한국이 미국의 이익에 복무하는 구조
주한미군만이 아닌 한미연합군의 전략적 유연성?
완전한 작통권 환수를 위한 연합사 존속 재검토

이란전쟁의 세계경제에 대한 부정적 여파가 쓰나미급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정학적 측면에서는 미국패권의 쇠퇴와 다극화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따라온다. 동북아와 한반도의 전략환경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국의 안보도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주한미군의 패트리어트와 싸드 미사일 등 전력이 중동으로 차출되었다. 규모나 거리의 문제를 떠나 한국이 미군의 ‘발진기지’가 된 셈이다. 곧이어 한국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란이 일어났다. 규모와 형식의 문제를 떠나 한국이 미국의 전쟁에 참여할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다. 정부는 파병 문제에 대하여 ‘신중히’ 검토하고 미국과 ‘긴밀히’ 협의한다고 했다. 늘 그랬다. 그러나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미리 작정한 것이 아니라면 차제에 한미동맹의 근본 문제들을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이상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말이다.
‘한미동맹 현대화’는 한국이 미국의 이익에 복무하는 구조
2025년 7월 경에 ‘한미동맹 현대화’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8월의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11월에야 소위 팩트시트(fact sheet)로 발표되었고 그에 기초하여 같은 달 한미 국방장관들의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동맹현대화의 기본개념이 밝혀졌다. 핵심은 주한미군의 주역할을 한반도 방위에서 중국 견제로 변경하는 것이다. 국방비와 주한미군 주둔비 증액 문제는 부차적이다.
12월 초 트럼프행정부는 국가안보전략서를 통해 지구의 서반구를 ‘완전장악’하면서 기타 지역에서의 통제권 유지, 특히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가장 중요한 전략목표의 하나로 지정했다. 금년 1월 공개된 미국의 새 국방전략서는 한국이 대북억제에서 주된 책임을 질 능력이 있음을 명시하고 그러한 책임 조정이 “한반도에서 미군의 태세를 최신화함에 있어서 미국의 이익과 부합한다”는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요컨대 한국의 입장에서 평화 주권 비용 등 제반 최고 국가이익이 한미동맹에 관한 한 미국의 주도에 따라 제약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너머엔 미국의 전쟁에 한국군이 ‘끌려갈’ 가능성이 어른거린다. 주권 문제인 한국군의 작전통제권 환수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심이 든다. 연합훈련이 내걸고 있는 평화와 안보라는 간판 뒤에 전쟁의 위험성이 숨어 있다.
주한미군만이 아닌 한미연합군의 전략적 유연성?
주한미군이 자기 필요에 따라 한국을 마음대로 드나들 자유 즉, 전략적 유연성은 이제 기정사실화됐다. 2006년 1월에 발표된 양국 외교장관의 합의에 따라 한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respect)하고 미국은 한국이 원치 않은 동북아지역 분쟁에 연루되지(involved) 않는다는 입장을 존중한다. 얼핏보면 상호존중이지만 한미동맹의 비대칭성에 비추어 보면 그렇지 않다. 주한미군은 한국의 동의가 불필요한 무제한적 출입증을 얻었고 한국은 연루의 위험성을 머리에 이고 존중을 받기 위해 애써야 한다.
주한미군만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한다면 경우에 따라 한국에게 그리 심각한 위험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주한미군이 자기네 방공자산을 중동 지역에 ‘순환배치’한다 하면 현실적으로 막을 방도가 없고 한국의 방위태세가 갑자기 위험에 빠지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미국이 한국의 ‘참전’을 요구하는 경우다. 전략적 유연성이 ‘한미연합군’으로 확대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 헌법에 따라 국회의 동의만 얻으면 괜찮은 것이 아니다.
이란전쟁을 계기로 일어난 파병 논란은 우려해온 대로 동북아지역에서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국이 연루될 가능성에 대한 전조로 볼 수 있다. 전쟁의 결과가 어떻든 ‘종결’되고 나면 미국의 관심은 중국으로 다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을 ‘다음 차례’로 하여 전쟁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대만이 연결고리가 되어 우크라이나전쟁과 유사한 ‘대리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대다수의 ‘설마’라는 인식 속에 질기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위기 대응은 평시 대비가 중요하다.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에만 협의와 절차를 거쳐 허용되도록 제어장치를 만들고 한국군의 참전은 한국이 외부로부터 불법적인 군사공격을 받을 경우로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동맹현대화는 동맹절대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한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할 때다.
완전한 작통권 환수를 위한 연합사 존속 재검토
만일 자주권이 국가이익 중 으뜸이라면 작통권 환수(전환)가 한미동맹의 미래에 가장 중대한 과업이라는 데에 이견을 달기 어려울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2012년 시한으로 환수하기로 합의한 것이 그동안 정부가 다섯 번이나 바뀌고 국력과 군사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어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환수는 맞지만 시기가 더 중요하다면서 ‘신중한 검토’와 ‘긴밀한 협의’로 세월을 보냈다. 이재명 정부도 임기 내 환수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한미동맹의 미래 청사진이라 할 만한 동맹현대화의 내용에는 그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 합의하여 지금까지 유효한 소위 ‘조건에 기초한 전환’은 한국군의 지휘능력과 군사력이 충분히 갖추어지고 안보여건이 좋아지면 한다는 것이다. 조건 충족의 검증은 북한이 극렬히 반발하는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3단계를 거쳐 하기로 했기 때문에 안보여건과 ‘충돌’하는 모순이 내재한다. 아마 연합훈련은 적절히 축소하여 안보여건 악화를 최소화하면서 검증을 진행할 요량인 듯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군 4성장군이 지휘하고 같은 계급의 미군 장성이 부사령관이 되는 연합사령부는 존속한다는 것이다. 과연 한국군이 미군 참모들을 제대로 지휘할 수 있는지 의문시되고 전시에 부사령관이 모자를 유엔군사령관으로 바꿔 쓸 경우 지휘와 협조 관계가 모호해지는 것도 문제다. 윤석열 정부 때인 2024년 7월 합의한 ‘한미 재래식-핵 통합(CNI)’도 미군이 핵작전을 주도하고 한국군은 지원하는 체계이므로 핵전쟁의 지휘 관련 연합사령부와의 관계 설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핵전쟁은 안 일어날 테니 걱정하지 말라 하면 안 된다. 전쟁 대비는 평시에 하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와 연합사령부는 지난 3월 10일부터 열흘간 실시된 ‘자유의 방패’ 한미연합훈련이 작통권 환수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발표했다. 3단계 검증에서 두 번째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마무리했고 사실상 양국 통수권자의 정치적 결단인 마지막 세 번째 ‘완전임무능력(FMC)’ 검증만 남았다는 것이다. 사령부 예하의 육·해·공·해병 ‘구성군 사령부’는 상설화했고 특수작전과 정보지원작전 구성군 상설화도 빠르게 진행하기로 했다.
이란전쟁 파병 논란으로 온나라가 시끄러울 때 작통권 환수 노력을 계속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이다. 그러나 위에서 제기한 여러 근본문제들은 남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아마 연합사 존속 여부일 것이다. 연합사를 해체하고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독립적인 사령부를 유지하면서 협조하는 체계는 처음 노무현 정부의 복안이었다. 단순하고 깔끔했다. 연합사를 다시 유지하기로 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논의를 시작하여 문재인 정부가 ‘최종’ 결정했다. 그리고 문제가 갑자기 복잡해졌다. 또 다시 연합사를 해체하기로 결정하기는 어려울 테지만 그것이 ‘완전한 작통권’ 환수를 위해 더 낫다면 또 다시 돌아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끝)

문장렬은 1982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991년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98 국방부 군비통제관실에서 비확산정책을 담당했고 이후 1999-2019까지 국방대학교 군사전략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노무현정부에서 2년간 국가안보회의 전략기획실 국방담당으로 근무했다, 현재 (사)외교광장 이사, 한국중립화추진시민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