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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필요한 노인들 도와야" 공습중 문 연 이란 약사 폭사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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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6.03.24 17:11

  • 수정 2026.03.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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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스라엘 공격 3주째 민간인 1500명 희생

인터넷 차단, 국제전화 불통에도 일부 알려져

같은 건물 IT 회사 겨냥한 공습에 다하긴 폭사

집이 그리워 돌아와 잠자던 몰라니 목숨 잃어

세 살 배기 일마 빌키 중상 하루 만에 세상 떠

남부 미나브 초등학교 희생 58명만 신원 확인

BBC "병원 20여곳 공격 당한 사실 확인했다"

파라스테시 다하긴(왼쪽)과 베리반 몰라니는 미국과 이스라엘 공격에 스러진 민간인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극히 일부다. 소셜미디어 갈무리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과 이란의 항전이 3주를 넘긴 가운데 이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여러 도시들의 수천 개 목표물이 타격을 받아 1400명 넘는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이 차단됐고 국제전화도 이란에서 해외로 거는 것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민간인 희생자들의 신원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의 짙고 검은 연기와 인터넷 차단 속에서도 이란에서 아주 적은 분량의 정보들이 새나오며 민간인 희생자 가운데 극히 일부의 이름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영국 BBC가 23일(현지시간) 전해 눈길을 끈다.

파라스테시 다하긴은 약국에서 일하던 중 폭사한 젊은 약사였다. 집이 그리워 테헤란 자택에 돌아온 블로거 베리반 몰라니는 다음날 침대에 누워 있을 때 공습 잔해에 머리를 다쳐 결국 목숨을 잃었다. 세 살배기 일마 빌키는 서부 사르다슈트에서 부상 하루 만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인권문서센터에 따르면, 다하긴은 테헤란 아파다나 지역에 있는 자신의 약국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이란의 인터넷 차단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정보통신(IT) 회사를 겨냥한 공격에 목숨을 잃었다.

오빠 푸랴는 인스타그램에 여동생이 살해될 때 단지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적었다. 그는 테헤란이 안전하지 않다며 일하는 것을 그만 두라고 말렸지만, 여동생은 "다친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한다"고 대꾸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오빠에게 "노인들이 약이 필요해 약국에 온다. 난 여기 남아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는 것이다. 푸랴는 "너는 정말 고귀했어"라고 경의를 표했다.

 

일마 빌키는 이달 초 미-이스라엘 공습 이후 사망했다. 헹가우 제공

세 살배기 일마 빌키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적다. 그의 사진은 쿠르드 인권 단체 헹가우가 BBC에 제공했다. 이 단체는 그 아이가 이달 초 미국과 이스라엘 공습에 중상을 입은 지 하루 만에 사망했다고만 전했다.

몰라니는 스물여섯 살의 라이프스타일 블로거로 온라인 의류점을 운영했다. 외동딸로 집을 몹시 그리워했다. 이란 북부의 안전한 곳에 머무르다 전날 테헤란 집으로 돌아왔는데 변을 당했다. 그녀의 가족은 에스마일 카티브 정보부 장관이 부유층 동네에 위치한 자택의 건너편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친구 라지에 잔바즈가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란 적신월사가 공개한 야간 동영상을 보면 구조팀이 무너진 석조물을 치우고 그 속에 갇힌 베리반의 어머니에게 접근하려 애쓰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녀는 "우리 딸이 살아 있나요?"라고 애원하듯 묻는다. 베리반은 이미 잔해에서 구출된 상태였지만,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몸이었다.

잔바즈는 "그녀는 3월 17일 미사일 공격 당시 잠자리에 들기 직전 침대에서 사망했다"고 적었다.

이란 핸드볼 대표팀 출신인 잔바즈는 지난주 카티브 장관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베리반의 이웃 몇 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식을 듣고 현장에 갔는데 친구의 운동화 한 켤레가 길바닥에 나동그라져 있었다. 잔바즈는 "이 가족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결국 그녀를 잃었다"고 말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운동가 통신(HRANA)는 지금까지 1400명 이상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집계했는데, 그 중 15%가 어린이다. 가장 치명적인 단일 사건 가운데 하나는 전쟁 초기에 남부 미나브의 한 초등학교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인근 군사기지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군은 학교를 공격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쿠르드 인권단체 헹가우는 학교에서 사망한 어린이 48명과 성인 10명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헹가우는 증가하는 민간인 사상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란은 자국의 군사 손실을 보고하지 않는다. HRANA는 개전 후 적어도 1167명의 군인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전쟁 중 많은 이란인들이 인터넷 사용으로 체포됐다. 하지만 강력한 현지 인맥을 가진 인권단체들조차 사상자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헹가우는 이란 국경수비대가 이라크의 전화 및 인터넷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사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네트워크들은 때때로 양국 국경 근처에서 접속할 수 있다. 정권은 인구와 전쟁 서사를 통제하려 한다. 헹가우의 아와이어 셰키는 "사람들에게 정말 가슴 아픈 상황"이라면서 사람들이 "두려워한다"고 BBC에 말했다. 그는 "올해 초 이란 정부에 의해 거리에서 살해당했고, 이제는 폭탄 테러로 인해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주거 지역에도 정부 건물이 있다고 덧붙였으며, 테헤란 같은 대도시에도 민간 방공호가 없다고 덧붙였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민간인들이 전쟁으로 인해 "충격적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밝혔다. 적신월사 활동가 하미드레자 자한박쉬도 희생됐다.

 

벵상 카사르 ICRC 대표단 단장은 "국제 인도법은 명확하다. 민간인과 민간 인프라는 공격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의료진과 응급 구조대원, 의료 운송 및 시설, 인도주의 인력은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나흘째인 지난 3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의 간디 병원은 공습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위 사진은 위성 사진 업체 밴터(Vantor)가 제공한 지난 1일의 사진이며 아래는 3일 공습 이후 촬영한 사진이다. 직접 타격을 받지 않은 건물 지붕이 재로 뒤덮여 새카맣게 변했다. 밴터 제공 AFP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20건이 넘는 의료 시설 공격을 확인했으며, 더 많은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최소 9명의 보건 요원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헤란 국영방송 본사 근처 간디 병원의 영상은 광범위한 피해를 보여준다. 중동 전쟁에 대한 WHO의 대응을 지휘하는 이안 클라크는 "공격이 그 시설을 직접 겨냥했는지, 아니면 인접한 시설을 겨냥했는지 판단하는 것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면서 "이것은 건강에 대한 공격이며, 분쟁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민간인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의료 시설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다. 의료에 대한 어떤 공격도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BBC는 간디 병원은 물론, 서부 마하바드 마을의 적신월사 병원, 그리고 지난 3일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들이 대피되는 모습이 목격된 남부 항구 부쉐르의 병원 등 여러 피해 병원의 영상을 확인했다.

현재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지만, 테헤란의 옛 동료들과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외과의사 하심 모아젠자데는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다친 이들의 목숨을 구하려 한 지 몇 주 만에 공공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이제는 공습 부상자들을 돌보다 "극도로 탈진한 상태"라고 전했다. 폭탄의 위력이 매우 크고 민간인 사상자도 매우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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