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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 감옥에서 손편지로 "득중, 단식 정리하길"

 

[편지]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에게... "건강 걱정, 다른 방법을 찾아보세"

15.09.21 17:34l최종 업데이트 15.09.21 17:34l

 

 

인권재단사람에는 매일매일 편지가 도착합니다. 감옥으로부터 온 편지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요구한 죄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박래군 인권활동가로부터 온 편지입니다. 

개인의 안부를 전하기도 하고, 인권재단사람 후원인들에게 보내는 글도 있고 언론사에 보낼 기고글도 있습니다. 편지를 관리하는 저의 입장에서 가끔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를 먼저 읽게 되는 영광을 갖게 됩니다. 

이번에는 20일 넘게 단식을 하고 있는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에게 보낸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9월 8일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이 면회를 가서 요청을 했었나봅니다. 면회에 대한 화답으로 편지를 보내주었고 이 편지를 김득중 지부장의 동의를 얻어 <오마이뉴스>에 보냅니다. - 인권재단사람 활동가 정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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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요구한 죄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박래군 인권활동가가 20일 넘게 단식을 하고 있는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에게 보낸 편지.
ⓒ 박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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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요구한 죄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박래군 인권활동가가 20일 넘게 단식을 하고 있는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에게 보낸 편지.
ⓒ 박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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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중에게.

처음 쓰는 편지라 호칭부터 어떻게 쓸까 망설였네. 또 뭐라고 인사를 건네야 될까도 고민이 되더군. 오늘로 열 여드레째 굶고 앉았는 사람에게 평범한 안부 인사를 할 수도 없고...

나는 여기서 잘 있네. 바깥에서는 사악한 무리들이 또 한 차례 사나운 바람을 일으켜 정신이 없겠지만, 나는 미안할 정도로 평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중이지. 이 좋은 공간, 움직일 수 없는 이곳에 갇혀서 속만 상하는 거지. 화를 내봤자 여기서 어쩔 수도 없으니...

편지를 쓴다 해 놓고 차일피일 미루니까 꿈 속에서도 나타나는군. 내가 서울역에서 평택 가는 기차를 타고 있었어. 요즘 꿈도 잘 꾸고, 꿈에서 어딘가를 자꾸 가네. 꿈에서라도 움직이고 싶은가봐. 갇힌 자의 심리 상태가 반영되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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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득중 쌍용차지부장. 사진은 지난 2014년 12월 13일 때의 모습.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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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중. 난 네 몸이 걱정돼. 간이 안 좋아서 매일 약 먹어야 하는 사람이 벌써 20일을 눈앞에 두고 있잖아. 지난번 대한문에서 단식 20일 한 뒤에도 무척 힘들었잖아. 난 이번에 20일까지만 하고 단식을 정리했으면 좋겠어.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권력과 자본의 악랄함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네. 이번 노사정 합의는 밥그릇만이 아니라 수저마저 빼앗겠다는 악마의 속셈이 노골적으로 관철되고 있더군. 

지금은 쌍차 지부장 김득중이 굶고 힘 없이 자리만 지키고 있을 때가 아니야. 빨리 기운 차리고 전국의 노동자들과 연대해야 하는 때인 거지. 때가 오고 있어. 그 연대 투쟁에 김득중 지부장이 함께 하기를.

단식 풀고... 제발 부탁이네.
네가 단식 풀었다는 소식을 기다리겠네. 몸 건강히...

2015. 9. 17. 아침에 서울구치소에서 박래군


○ 편집ㅣ박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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