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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풍자’ 유죄 받은 팝아티스트 “독재시대 회귀, 농담 아닌 현실”

 

이하 “양심‧신념 굽히지 않을 것”…박경신 “강아지 전단지 붙였다고 잡아가나?”

민일성 기자  |  balnews21@gmail.com

 

   
 

전두환 전 대통령 풍자 포스터를 붙인 혐의로 기소된 팝아티스트에게 11일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이날 팝아티스트 이하(47‧본명 이병하)씨에게 벌금 1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씨는 지난 2012년 5월 17일 오전 1시~3시 30분경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일대 주택가에 전두환 전 대통령 풍자포스터 55장을 붙인 혐의로 기소됐다.

이하 작가 트유의 그림체로 그려진 포스터에서 전 전 대통령은 푸른색 수의를 입고 수갑을 착용한 채 손에 29만원짜리 수표를 들고 있다.

<로이슈>에 따르면 검찰은 “누구든지 다른 사람의 집이나 그 밖의 공작물에 함부로 광고물 등을 붙여서는 안 된다”며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1심 재판부는 2013년 10월 “경범죄처벌법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사회공동체의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 해당한다”면서 벌금 10만원에 대한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2014년 7월 항소심은 “피고인이 포스터를 부착한 곳은 주택가 담벼락으로서 광고물 등을 붙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장소도 아니며 타인의 소유물인바, 피고인의 포스터 부착행위로 인해 불특정 다수인의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이어 대법원 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이날 “경범죄 처벌법의 입법 목적 및 남용금지 원칙, 예술창작과 표현의 자유 및 재산권과의 비교 형량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는 등의 잘못으로 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며 벌금 1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이하 작가는 go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주 안좋게 나왔다”며 “비슷한 혐의로 대기하는 사람이 10명이 넘는데 그들도 다 유죄가 나올 판”이라고 큰 실망감을 보였다.

또 “현재 재판 3개가 대기 중인데 다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이씨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 풍자 전단 1만4천450만장을 뿌리고 스티커 30장을 붙인 혐의 등 여러 건으로 재판에 걸려 있다.

선고유예에 대해서도 이씨는 “2년동안 내가 얌전히 지내면 소멸된다는 뜻이지만 선고유예는 두 번 안 나온다”며 “다음부터는 유죄를 기준으로 재판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예술계에서는 내가 정치인을 그려서 거리에서 뿌리고 다니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 안다”며 “그것을 예술로 인정해야 하는데 사법기관만 인정 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의 당연한 권리인데 군사독재 시절로 돌아간다는 게 농담이 아니고 현실이 됐다”며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신념과 양심을 굽히지 않고 계속 ‘사회 풍자’ 예술 작업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다음 주 가족도 만나고 전시회도 있어 미국으로 출국해 내년 4월에 돌아오지만 계속 예술 작업과 법정 투쟁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go발뉴스에 “(이하 작가의 작품은) 물건 팔려고 내놓은 광고물도 아니다”며 또 “강아지 잃어버려서 전단지 붙였다고 경찰이 다 잡아다가 처벌하나”라고 반문했다.

박 교수는 “수많은 게시물들이 허락없이 담벼락에 부착되는데 그중에 딱 전두환 전 대통령에 관한 것만 찍어서 기소한 것은 표적 수사, 표적 처벌이다”며 “조선시대 세종대왕은 자기 욕한 사람들 잡아오면 다 풀어줬는데 그때 보다 못한 시대가 됐다”고 개탄했다.

   
▲ 이하 작가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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