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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김건희는 지금이라도 기소해달라고 비는 게 나을 것이다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주가조작 김건희는 지금이라도 기소해달라고 비는 게 나을 것이다

지난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결과가 발표됐다. 주가조작에 돈을 댄 전주(銓注) 중 한 명인 손 모씨에게 유죄판결(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내려진 것이 핵심이다. 왜 이게 핵심이냐면 영부인 김건희 여사도 바로 이런 전주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손 씨가 유죄라면 당연히 김건희도 유죄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검찰은 김건희를 기소조차 하지 않았지만 이제 이를 회피할 명분도 거의 사라졌다.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무엇이냐를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건이 세 개 정도 꼬여 있고 그 과정도 좀 복잡하다. 이런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글보다 말을 사용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 그래서 독자분들에게 양해를 부탁드리자면 이번 칼럼에서는 이 사건을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다음주 월요일(23일) 유튜브 방송 ‘이완배의 경제의 속살’에서 이 사건에 관해 상세한 설명을 시도해보겠다. 이 와중에 죄송스럽지만 깨알 같은(!) 홍보를 하나 드리고자 합니다(갑자기 존댓말). 제가 지난주부터 민중의소리 채널을 통해 ‘경제의 속살’ 방송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오늘(16일) 2회차 ‘이낙연의 잘못된 선택이 남긴 것들(링크)이 업로드 됐습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주가조작과 솜방망이 처벌

지난달 말 나는 ‘김건희는 언젠가 대가를 치를 것이다, 그것도 엄청난 대가를(링크)’이라는 칼럼을 통해 김건희가 반드시 받아들 청구서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명품가방 수수, 양평 고속도로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등이 그가 언젠가 반드시 받아야 할 주요 청구서들이다.

그리고 나는 당시 칼럼에서 셋 중 하나라도 미리 받는 게 김건희 신상에 훨씬 좋을 것이라고 충고한 바 있다. 제 세 장의 청구서가 한꺼번에 들이닥치면 김건희가 절대 감당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 세 장의 청구서 중 한 장을 미리 지불할 기회가 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항소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전주로서 김건희가 저지른 범죄’를 정리할 절호의 찬스다. 물론 내가 말하는 이 찬스란 김건희가 무죄로 빠져나갈 찬스가 아니라 유죄 판결로 범죄의 대가를 치를 찬스다.

“그게 무슨 찬스냐?”고 반문할 수도 있는데, 이건 정말 찬스다. 그의 얼굴 속에 있는 것이 우리가 아는 뇌의 일종이라면, 그리고 그의 목 위에 달린 것의 기능이 무게중심 잡는 데 쓰는 게 아니라면 그는 지금 검찰이 자신을 기소해달라고 빌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기소되고 유죄 판결을 받는 게 김건희에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항소심 결과를 보라. 전주 손 씨가 받은 형량은 고작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다. 전과자가 되겠지만 감옥살이는 하지 않는다. 김건희가 재판을 받는다면 비슷한 형량이 예상되는데, 이게 그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왜냐하면 솜방망이 판결에 대해 국민은 분노하겠지만 법조계 관행을 볼 때 이 정도 형량은 시비의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법조계는 주가조작 범죄에 대해 그 동안 매우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에스모라는 회사가 있었다. 그런데 이 회사의 당시 대표 김 모씨가 라임펀드의 자금을 끌어들여 자기 회사 주가를 조작했다. 이때 김 씨가 얻은 이익이 무려 577억 원이었다는 게 수사 결과였다. 그런데 김 씨의 형량이 얼마였을까? 지난해 7월 대법원 확정 판결 결과 그가 받은 형량은 고작 징역 5년에 벌금 3억 원이었다.
 

김건희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백 선물을 받고 테이블 위에 올려둔 모습. ⓒ서울의소리 유튜브 화면


김 씨는 그냥 돈만 댄 전주가 아니다. 무려 회사 대표였다. 그런 그가 직접 나서 허위공시를 발표해 주가를 띄웠다. 환매 중단 사태로 한국 금융역사에 기념비적인 악명을 남긴 라임 펀드를 주가조작에 이용했다. 여기에 횡령, 배임 혐의까지 겹쳤다. 그런데 받은 형이 징역 5년, 벌금 3억 원이다.

더 웃긴 건 2심 판결에서 판사가 김 씨가 한 짓을 “매우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명시했다는 점이다. 그래, 매우 중대한 범죄 행위다. 내가 봐도 그렇다. 그런데 왜 2심 재판부는 고작 징역 5년에 벌금 3억 원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했단 말인가?

나중에 재판 받으면 후회할 것이다

그게 법조계의 관행이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우리나라는 주가조작에 대한 처벌이 정~말 관대한 나라다. 주가조작으로 기소된 사람 중 절반은 집행유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가조작범의 집행유예 비율은 2020년 40.6%, 2021년 61.5%나 됐다.

최근 3년 동안 대법원에서 자본시장법 주가조작으로 확정 판결을 받은 피고인은 모두 35명이었다. 그런데 그 중 실형을 받은 사람은 고작 5명이었고 나머지는 다 집행유예였다. 가장 많은 벌금액은 고작 20억 원이었다.

미국은 우리와 분위기가 완전 다르다. 걸리면 뼈도 못 추린다. 2012년 미국 헤지펀드 SAC캐피탈이 주가조작에 뛰어들어 약 3,000억 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일이 있었다. 이때 미국 법원이 징수한 벌금은 부당이익의 6배가 넘는 1조 9,000억 원이었다. 주가조작을 주도한 펀드매니저에게는 징역 45년형이 선고됐다.

주가조작 같은 금융사기의 피해자는 수많은 소액투자자들이다. 그래서 미국은 이런 범죄를 거의 집단학살에 준하는 시각으로 본다. 폰지 사기라는 금융사기 기법을 역사책에 남긴 버나드 메이도프 전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은 2009년 무려 150년 형을 선고받고 2021년 감옥에서 죽었다. 2008년 보험 사기로 재판을 받은 노먼 슈미트가 받은 형량은 징역 330년이었고 이 인간 역시 지난해에 감옥에서 세상을 떠났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길게 하느냐? 김건희는 지금 기소돼 재판을 받는 게 최선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지금 기소가 된다면 유죄 판결은 받아도 실형을 받을 확률은 거의 없다. 이게 한국의 분위기다.

그런데 지금 남편을 졸라 기소를 피했다고 치자. 특검이 실시되건(야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에는 그의 주가조작 혐의도 당연히 들어가 있다) 정권이 바뀌어서 검찰이 다시 기소를 추진하건, 그때에도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질 것 같은가?

현행법상 주가조작으로 인한 피해액이 50억 원을 넘어가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 재판부가 무기징역을 선고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게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행은 관행일 뿐 법이 아니다. 여론에 따라 관행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증권가에서는 주가조작 범죄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그런데 특검에 의해, 혹은 차기 정권 검찰에 의해 김건희 주가조작이 사실로 밝혀졌다? 여론이 가만히 있겠나?

“김건희를 구속하라!”라는 목소리를 넘어서서 “지금까지 한국 검찰과 법원은 왜 이렇게 주가조작에 관대했느냐?”라는 폭발적인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그러면 그때 특검 혹은 검찰과 법원이 “관행상 주가조작은 처벌을 그렇게 강하게 안 했어요”라고 핑계를 대며 솜방망이 처벌을 할 수 있겠나? 웃기는 이야기다. 되레 그런 관행을 완전히 뒤엎고 미국처럼 엄격히 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전국을 뒤덮을 것이다.

그래서 기소가 되려면 지금 되는 게 김건희에게 최선이라는 이야기다. “그렇게 기소가 되고 유죄 판결을 받으면 아무리 형량이 낮아도 공정을 앞세운 윤석열 정권의 기반이 무너진다”는 헛소리는 집어치워라. 애초에 윤석열은 공정하지도 않았고, 그런 이미지는 지금 쥐뿔도 남아있지 않다.

그리고 기반이 무너진다는 말은 무너질 기반이 있을 때에나 하는 이야기다. 지지율 20%짜리 대통령에게 기반은 개뿔! 그게 기반이면 우리집 고양이는 드래곤이다. 아무튼 진지하게 충고하는데 청구서 세 장 중 주가조작 청구서라도 지금 지불해 놓는 게 좋을 거다. 그런데 그렇게 안 하겠지? 그럼 맘대로 하시던가. 나중에 아주 크게 후회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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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이나 난방기 없이도 잘 사는 나라?

[목수정의 바스티유 광장] 지열 에너지 개발에 한창인 파리의 에너지 혁명

24.09.15 18:29최종 업데이트 24.09.15 18:29

▲ 지난 8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폐회식에서 불꽃놀이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8일 파리 패럴림픽이 끝나면서 7월 26일 시작된 파리 올림픽 이후 모든 대회가 종료되었다. 7월 초 국내 언론들은 환경올림픽을 표방한 파리 올림픽에서 선수촌 아파트에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할 선수들을 걱정하고 파리올림픽 조직위를 비난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쾌적한 선수 숙소를 위해 에어컨이 필수라 여기는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었다. 에어컨 미설치 문제는 참가국 대표단 회의에서 여러차례 다뤄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한발 물러난 조직위는 원하는 선수단에 한해 에어컨 설치를 허용했고 7500개 숙소 가운데 2500개 숙소에 에어컨이 설치되었다. 2/3에 해당하는 나머지 선수단 숙소에는 아무런 냉방 시설이 없었는데 선수들이 무더위에 시달렸을까?

파리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는 지열에너지 건물로 여름에 에어컨이나 겨울에 히터가 따로 필요하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2020년 1월부터 3년 6개월에 걸쳐 건설된 지열에너지 발전소와 연결되어 선수촌 내 모든 공간은 80미터 지하에서 끌어올린 물이 바깥 기온보다 6도가량 낮은 상태로 실내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파리의 7월 평균 최고 기온이 26.5도이고 각 숙소에 선풍기가 설치되어 있었음을 감안하면, 에어컨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조직위가 판단한 것이다.

일부 선수단의 에어컨 반입 결정에 대해 40개 에너지전환단체 연합인 '에너지전환 네트워크(CLER)의 다니엘 드브뢰일 대변인은 "지열에너지에 대한 정보와 신뢰가 부족했던 탓"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이러한 결정은 선수촌 내에 에어컨이 방출하는 열기를 통한 열섬 현상을 초래하여 다른 입주자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다"면서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평했다.

파리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는 올림픽이 끝난 후 지역 주민을 위한 주거 공간으로 활용된다. 선수촌 아파트를 위해 지어진 지열에너지 발전소는 선수촌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 냉난방을 공급하게 된다. 시공사인 엔지 솔루션(Engie Solutions)은 지열 발전소 건설과 네트워크 공사에 2900만 유로(약 428억 원)가 소요되었고 별도의 냉난방 시설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이 시스템으로 연간 5만 600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파리의 지열 에너지

▲ 프랑스 최초의 지열에너지 건물 '라디오 프랑스' ⓒ 위키미디어 공용

파리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가 지열 에너지를 이용해 냉난방을 해결한 최초의 시도는 아니다. 1973~74년 석유 파동 당시 파리 동쪽 외곽 지역인 발드마른(Val de Marne)에서 지하 온수가 발견되면서 프랑스 지열 에너지가 크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발드마른은 지자체 차원에서 수십 개의 지열발전소를 건설하고 난방 네트워크를 설치해 현재 세계에서 지열 발전소가 가장 많이 밀집된 지역의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다가 원자력이 등장하면서 지열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고 일부 기업은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7년 그르넬환경협정과 2009년 지열발전기금 창립이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에너지 자원 감소와 기후 변화라는 지구적 과제가 지열에너지를 다시 주목받게 하고 있는 중이다.

프랑스 최초의 지열 에너지 건물은 파리 16구에 위치한 라디오 프랑스(La Maison de la Radio France)다. 석유 파동이라는 발등의 불이 떨어지기 10년이나 전인 1963년,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앙리 베르나르의 결정에 따라 라디오 프랑스는 설립 초부터 재생에너지 냉난방 시스템을 갖췄다.

여러 공영 방송사와 음악 공연장, 상설 오케스트라 등이 입주한 10만m²의 거대한 공간은 지하 600m에서 끌어올린 물을 통해 쾌적한 실내 온도를 유지해 왔다. 겨울에는 스튜디오 활동에서 발생하는 열을 회수해 시스템을 백업하기도 하고, 여름에는 냉방을 위해 찬물을 순환시켜 왔다. 60여 년 동안 이 건물을 덥히고 식혀온 물은 센강으로 방류되어 바다로 흘러가며 지속적으로 순환되는 효과적 재생에너지임을 입증해 왔다.

항공 여행은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지만, 파리의 두 공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 온 대표적 기관이기도 하다. 파리의 오를리 공항은 2010년부터 자체적인 지력 발전소를 갖추고 1800미터 지하의 물을 이용해 에너지를 공급해 왔다.

현재 오를리 공항에서 사용되는 냉·난방에너지의 50%를 공급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0을 목표로 한다. 오를리 공항은 1996년부터 빗물을 모아 매년 올림픽 수영장 1.5개에 해당하는 물을 절약하고, 기내에서 사용하지 않은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등 에너지 재생과 관련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파리 북부에 있는 샤를 드골 공항도 2026년 지열을 통한 에너지 공급을 위해 공사를 하고 있다. 이 공사가 끝나면 샤를 드골 공항은 냉난방 수요의 32%를 지열로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파리 뤽상부르그 공원 옆에 자리한 상원도 2017년부터 지열 에너지를 사용하기 시작해 냉난방의 70%를 지열에 의존하고 있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도 이 대열에 합류해 2024년 가을부터 기존의 화석 연료 대신 냉난방의 87%를 지열 에너지로부터 공급받게 된다.

▲ 프랑스 일드 프랑스 지역의 지열에너지 보급 현황을 보면 30만 이상의 가구가 지열에너지로 난방을 하고 있다. 발드마른 지역엔 18개의 발전소가 있어 가장 지열에너지 보급율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 프랑스지열에너지협회

프랑스의 수도권인 일드 프랑스(Ile de France)는 프랑스 지열 에너지 생산량의 82%를 차지하는 선도적인 지역이다. 약 50개의 네트워크를 통해 현재 약 100만 명(일드프랑스 인구의 8%)의 주민들에게 지열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일드 프랑스 지자체는 2016년부터 지열 에너지 확대를 위해 1억 5000만 유로(약 2212억 원)를 투자해 왔고 장기적으로 생산량을 두배로 늘리고자 한다.

파리-일드프랑스 지역 에너지 소비량의 69%가 교통수단이 아닌 주택과 건물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지역의 탈탄소화를 위한 주요 과제는 주택·건물에서의 에너지 전환인 셈이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도 지열 에너지로 난방 시스템을 교체하려는 가정에 최대 1만 1000유로(약 1622만 원)를 지원하면서 재생에너지 전환을 적극 장려하고 있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일 년 내내 생산되고 순환... 완벽히 재생 가능 에너지

▲ 2023년 12월 22일(현지시간) 파리 올림픽 선수촌에 전력을 공급할 프랑스 생드니의 지열 에너지 발전소 안으로 작업자가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 미국, 뉴질랜드, 멕시코, 러시아, 인도네시아, 일본, 케냐 등 전 세계 20여 개 나라가 지열 에너지를 일상적으로 쓰고 있다. 그중에서도 아이슬란드와 필리핀이 가장 선도적인 국가로 꼽힌다. 나라 전체가 화산섬인 아이슬란드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있고 난방의 90%를 지열로 공급한다. 화산 활동으로 발생하는 풍부한 지열에너지가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전력의 28%를 지열 발전으로 생산하는 최대 소비국으로 꼽히기도 한다. 화산 지형이라는 특징을 가진 나라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특별한 지형적 이점을 갖지 않은 나라들도 안전하고 풍부한 재생에너지인 지열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열 에너지는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고 경관을 해치지도 않으며 지면을 많이 차지하지도 않는다. 또한 지하에 있는 유한한 자원을 채취해 고갈시키지도 않는다. 지하수가 있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일 년 내내 생산되고 순환되기 때문에 완벽히 재생 가능한 에너지다. 도심에 열섬 현상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여름엔 실내를 냉각시키고 겨울엔 실내를 덥힌다.

라디오 프랑스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시간이 지나도 안정적으로 가동되는 신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원자력처럼 처리 난감한 쓰레기를 배출하지도 않는다. 현시점에서 지적되는 기술적 제약은 시추공을 서로 가까운 곳에 뚫을 수는 없다는 점 정도다. 물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충분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 물을 끌어 올려야만 한다. 지열 발전소를 짓고 네트워크를 건설하려는 지자체의 경우 초기 비용이 상당히 소요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미래를 위한 후회 없는 투자가 될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지열 에너지가 약속할 수 있는 냉방의 수준은 바깥 기온보다 최대 6~8도까지 실내 기온을 내려주는 데 머물러 있다. 이는 현재까지 도달한 기술의 한계일 수도 있고 프랑스인들이 판단하는 적정선일 수도 있다. 여름에 실내 기온을 더 낮게 맞춰놓고 살아온 우리에게 이 정도의 냉방은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여름 기온이 프랑스보다 높고 습도도 상당한 수준인 우리나라가 직면할 수 있는 문제점이다.

하지만 에어컨의 가장 사악한 단점인 '안을 식히기 위해 밖을 덥히는 일'은 피할 수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기록적으로 더워지는 여름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언젠가는 내 방안을 식히기 위해 지구를 더 뜨겁게 달구는 모순을 중단하는 길에 들어서야 하지 않을까.

 

#프랑스 #지열에너지 #파리 #파리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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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안전성 검증’ 기업에 내맡긴 전기차 화재 대책

배터리 사전 인증한다면서 화재 발원지 ‘셀’ 검증은 배제…정부가 셀 정보 확보할 근거 마련해야

경찰과 소방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지난 8월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난 차량을 감식 하고 있다. ⓒ제공 : 뉴시스
정부가 전기차 화재 대책을 내놨지만, 국민적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대책을 재탕한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정부가 배터리 안전성 검증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채야 한다는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직무 유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6일 전기차 화재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달 1일 인천 청라 화재로 확산된 전기차 포비아 사태를 일단락 짓는 성격이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벤츠 EQE 차량에서 시작된 대규모 화재로 800대 이상의 차량이 전소되거나 그을렸고, 입주민들은 단전과 단수로 임시거주시설로 거처를 옮겨야 했다.

이번 대책에는 배터리 관리 강화 방안이 담겼다. 전기차 배터리 사전 인증 제도의 시행 시기를 당초 내년 2월에서 올해 10월로 앞당기는 내용이 핵심 대책으로 제시됐다. 해당 제도가 시행되면 정부가 배터리 안전성을 인증한 전기차만 출고가 가능하다.

현재 한국은 정부가 자동차 부품 안전성을 사전에 검증하지 않고, 완성차 업체가 자체적으로 검사하는 자기인증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자동차가 출시된 이후 국토부가 차량과 부품을 구매해 안전기준 적합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한국과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는 자동차를 판매하기 전에 정부가 안전기준 적합 여부를 확인하는 사전 인증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2019년 코나 EV를 비롯해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자, 배터리에 대해서는 사전 인증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은 기존에 예정된 배터리 사전 인증 제도의 시행 시기만 조정하는 수준에 그쳐, 보다 실효적인 제도 개선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최영석 원주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객원교수는 “당초 예정된 팩 단위 사전 인증 제도를 재탕하면서 생색내는 것에 불과하다”며 “의미 있는 정책적 변화는 없다”고 지적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합동브리핑실에서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9.06. ⓒ뉴시스

팩 단위 물리 시험은 한계…핵심은 셀 검증

사전 인증 실효성의 핵심은 검증 대상과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배터리 사전 인증 제도의 시험 대상이 팩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총체를 이르는 단위가 팩이다. 팩은 수백 개의 셀로 구성된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이 팩에 대해 진동·열충격·과충전·침수·충격 등 항목을 시험한다. 물리적인 내구성을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팩 단위 사전 인증으로는 배터리 안전성을 보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위 단위인 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배터리 화재는 외부 충격에 기인하는 경우도 있지만, 셀 자체의 제조 불량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코나 EV 화재는 셀 내부의 단락(합선)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

정부는 셀 단위 사전 인증을 통해, 셀 전압의 적정성과 정상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셀 업체로부터 자료 확보도 가능하다. 셀이 어떻게 설계됐는지, 셀 업체의 자체 검수 작업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 정보를 파악하고 평가할 수 있다. 팩 단위 사전 인증 체계에서는 정부가 셀 안전성을 검증하지 못할뿐더러, 셀 업체에 자료를 요구할 권한도 없다.

사전 인증을 팩 단위에서 셀 단위로 세분화하는 건 정부의 전기차 안전성 관리 범위를 완성차 업체에서 배터리 업체로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다. 완성차 업체는 배터리 업체에서 셀을 납품받아 팩을 만들고 전기차에 탑재한다. 사전 인증 대상을 팩으로 국한하면, 셀 업체에 대한 정부 관리가 제한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정부가 셀 단위 사전 인증을 하게 되면 테스트 방법과 기준 등 관련 표준이 정립될 것”이라면서 “모든 셀을 하나하나 시험하는 게 아니라 특정 셀에 대한 테스트를 거치는 것이기에 장비를 도입하면 무리 없이 인증 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영석 교수는 “사전 인증은 정부가 직접 시험하는 것뿐 아니라 업체로부터 자료를 받아 검증하는 작업도 포괄한다”며 “정부가 셀 설계와 공정, 업체 자체 검수 작업 등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어야 문제가 생겼을 때 어느 부분이 잘못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에 검증 맡기고, 안전성은 소비자가 판단하라?…“정부 직무 유기”

주요국은 정부가 팩뿐 아니라 셀 단위로 배터리 안전성을 관리한다. 미국은 자기인증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나, 한국과 달리 정부가 셀 업체를 포함한 부품사를 직접 조사할 수 있다. 중국이 시행하고 있는 사전 인증 제도는 셀 단위 시험을 포함한다. 유럽도 사전 인증 체계 안에서 셀 업체 자료를 받아 검증하고 있다.

팩 단위가 아닌 셀 단위 사전 인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도 팩 단위를 고집했다. 정부가 배터리 안전성 관리 역할을 회피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호근 교수는 “정부가 관리해야 할 안전성 검증을 민간 업체에 맡겨 버리는 건 직무 유기나 다름없다”며 “전기차 화재에 있어서 원인 혹은 확산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배터리 셀에 대한 관리를 정부가 못한다는 건 난센스”라고 말했다.

최영석 교수는 “셀 단위 사전 인증을 도입하면 주무 부처인 국토부와 산업부 책임이 강화되고, 업체 입장에서도 정부에 보고해야 하는 사항이 늘어나는 부담이 생기다 보니 적극적으로 추진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는 셀 안전성 관리 책임을 외면한 채, 기초적인 수준의 셀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내놨다. 현재는 배터리 용량과 전압, 최고 출력을 공개하게 돼 있는데, 여기에 셀 제조사를 의무 공개 대상에 추가했다.

인천 청라 화재 시발점이 된 벤츠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가 당초 CATL로 알려졌으나 정부 조사 결과 파라시스 에너지였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혼란이 야기된 바 있다.

전기차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제조사를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건 알권리 보장 측면에서 합당하나, 전기차 화재 예방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배터리 제조사는 안전성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척도로서 역할은 하지 못한다. 소비자가 배터리 제조사를 안다고 해서 전기차 화재 가능성이 줄어들진 않는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배터리 제조사 공개는 필요한 조치지만, 전기차 화재 예방 차원에서의 대책이라기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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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변화 없다? 반복되는 중재와 실패, '중재자 한동훈' 어디로?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9/16 09:13
  • 수정일
    2024/09/16 09:1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의협 결국 불참 선언…용산과 대립까지 불사했던 韓, 정치력 시험대에

한예섭 기자 | 기사입력 2024.09.16. 04:14:34

대한의사협회가 결국 여야의정 협의체 불참을 선언했다. 그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정부·대통령실과의 의견 충돌까지 불사하면서 주장해온 '추석 전 협의체 개문발차'는 실패로 돌아갔다. 의료계와 정부의 입장이 결국 '2025년 증원'이라는 원점에서부터 엇갈리면서, 당내 입지가 불안정하다는 평가 속에서 한 대표가 야심차게 꺼내든 의정갈등의 '중재자' 역할도 오리무중에 빠졌다.

의협을 포함한 8개 의사단체는 13일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현시점에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라며 추석 전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불참 의사를 확실히 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025년 의대정원 증원 철회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등 의료계의 기존 요구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추석 전 협의체 구성을 목표로 '의제 제한' 여부 등을 두고 돌고 돌던 논의가 결국 원점으로 복귀한 셈이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12일 의료대란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2025년 정원 재논의를 포함한 모든 의제가 논의 가능하다'는 입장을 강조했고, 의료계가 경질을 요구하고 있는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의 실언 논란을 향해서도 "그런 발언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되고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여당의 대표로서 그런 것이 있었던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의료계를 달래려는 제스처를 보였다.

반면 당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우리 의료체계는 어렵지만 아직 굳건하게 작동하고 있다"며 지금의 의료대란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기존의 정부 입장을 반복했다. 한 총리는 " "개혁을 미루면 머지않아 더 큰 대가를 치르기 쉽다", "정부·여당은 겸허하되 심지 굳게 나아갈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대표와 한 총리는 당일 당정협 비공개 회의 과정에서도 25년 증원안에 대한 협의체 재논의 여부, 현재 의료대란 상황에 대한 인식 차이 등을 두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일 논평을 통해 "'의료계가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의 해석에 대한 문제"라고 봉합을 시도했지만, 양자 간의 입장 차이는 비공개 회의가 아닌 모두발언에서부터 극명하게 엇갈려 새로운 '당정갈등'이라는 평가를 낳았다.

한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 이전부터 '2026년 의대 정원 유예'라는 중재안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운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여당 연찬회 불참도 그로 인한 것이었다. 한 대표는 "해결을 위한 협의와 중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적극적으로 본인의 '중재자' 역할을 강조하지만, 그 중재의 실효적인 결과는 나오지 못했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역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 위원들이 추석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이 같은 중재 시도와 실패의 과정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직후에는 제3자 채상병 특검법으로, 총선 국면 비대위원장 재임 시절에는 대통령 영부인의 '명품백 의혹' 사과에 대한 이견과 이종섭·황상무 사태 등으로 윤 대통령과 갈등을 겪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당 안팎에 본인의 중재자 역할을 강조해왔다. 4월 총선의 막판 유세 국면에서 그의 단골 멘트는 "제가 눈치보지 않고 나서서 (정부의) 부족함을 해결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 대표의 첫 번째 '중재' 대상이었던 대통령 영부인의 사과는 결국 없었다. 이는 오히려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한동훈-김건희 문자 묵살 논란'으로 이어져, 상대 후보들에게 한 대표에 대한 공격 빌미를 주기도 했다. 당시 당 대표 후보였던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영부인의 사과가 있었다면 총선 참패는 없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며 한 대표의 정치력을 문제삼기도 했다. '중재'를 명분으로 대통령과 선을 그으며 정치세력화에 나선 한 대표에게, 그 중재의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처음으로 당내에서 제기된 순간이었다.

총선 당시 이종섭·황상무 사태에서부터 이어진 '채상병 특검법 제3자 추천안 괸련 상황은 더 꼬이고 있다. 한 대표가 공약으로 내세운 제3자 특검안은 친윤계 지도부인 추경호 원내대표와의 대립, 그것도 원내 구도상으로 열세에 가꾸운 대립 양상으로 이어졌다. 원내 다수파의 '선 수사 후 특검' 당론은 공고했다.

한 대표가 이 때도 "제 입장은 변한 게 없다"는 발언만을 반복하는 가운데, 장동혁·박정훈 의원 등 친한계 인사들마저 제3자 특검을 '공수처 수사 발표 뒤로 미루겠다'며 발을 빼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됐다. (☞ 관련기사 : 한동훈표 특검 '오리무중'…친한계 "공수처 수사 이후")

민주당 측에서 이를 공격 카드로 손에 쥐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민주당의 두 번째 채상병 특검법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거쳐 최종 폐기된 8월, 민주당에선 한 대표를 겨냥 "조건 붙이고 단서 달고 하는 건 결국 하지 말자는 얘기"(이재명 민주당 대표), "열흘 안에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하라"(박찬대 원내대표)는 등의 공격을 쏟아냈다.

현재는 대법원장 추천 권한, 제보공작 의혹 수사 등 한 대표의 주장을 일부 반영한 민주당의 세 번째 특검법까지 발의된 상태다. 한 대표 측은 민주당이 명시한 비토권을 명분으로 '무늬만 제3자 특검', '수박 특검'이라는 방어논리를 갖추고 있지만, 제3자 특검법을 공약하며 '특검 정국의 주도권을 뒤집겠다'는 취지로 주장했던 전대 당시 한 대표의 발언을 돌이켜보면 지금의 상황은 다소 궁색한 면이 있다.

앞서 법사위에선 야당으로부터 "제3자 추천 특검법 이 발언은 전당대회용이었다", "10명을 못 찾아가지고 법안 발의를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좀 딱한 생각도 든다"(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는 조롱 섞인 말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당내에서도 채상병 특검법 논의를 위한 한 대표의 중진 오찬 등을 두고 '식사 정치의 효용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왔던 것을 고려하면 뼈 아픈 지적이다. '뒤집겠다' 공언했던 주도권은 당내에서도 당외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 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덕수 국무총리. ⓒ연합뉴스

이 같은 상황에서 한 대표가 다시금 빼든 '중재' 카드, 즉 여야의정 협의체는 그래서 그 내용적인 가치판단을 떠나 앞으로 한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크게 좌우할 시금석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은 여전히 반복적이다. '정원 재논의', '장차관 경질' 등 의료계 요구사항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완강하다. 한 대표는 추경호 원내대표는 물론, 이른바 '정점식 사태' 끝에 정책위의장에 임명돼 친한계로 분류됐던 김상훈 의장과도 엇박자를 내며 중재자의 위치에 천착한다.(☞ 관련기사 : 한동훈 "2025년 의대정원도 대화 가능"…여권 내 이견 양상)

의료계의 불참 선언으로 추석 전 개문발차까지 물거품이 되며 '중재자 한동훈'은 다시 코너로 몰린 양상이다. 추 원내대표는 의협의 불참 선언 당일인 1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의협의 '증원 백지화', '장차관 경질' 등 요구에 대해 "저희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걸 자꾸 얘기하면서 대화 자체를 경시하기 보다는 (협의체에) 오셔 가지고 같이 답을 찾자"고 다시 한 번 날을 세웠다.

그는 당일 오전 친한계 정광재 대변인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언급한 '의원총회를 통한 2026년 유예안 공식화'에 대해서도 "중차대한 문제를 무슨 정치인 한두명이 앉아서 흥정하듯이 정할 수가 없다", "합리적인 접근방식이 아니다"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한동훈 비대위 출신의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당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료단체들의 불참 선언에 대해 "여러 단체들이 한번에 통일된 성명을 낸 건 굉장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했지만, 결국 추석 전 '중재'는 무산되고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 중 하나를 '택일'해야 하는 듯한 모양새가 됐다는 점에서 한 대표는 이미 옹색한 상황에 놓였다.

야당에서는 의료단체 불참선언 이전부터 한 대표를 겨냥해 "중재하는 이미지만 생각하시나. 집권당 대표라면 말따로 행동따라 하면 되겠나", "지금 당장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찾아가서 국민 안전에 아랑곳 않는 고집을 꺾도록 설득하는 일이 필요하다"(한민수 대변인)는 압박 공세가 나온 바 있다. 꽃놀이패가 열린 셈이다. 한 대표 또한 야당을 겨냥 "조건을 걸지 말고 일단 여야의정 협의체의 출발에 동참해주시길 바란다"고 쏘아붙였지만, 결국 공격의 주도권 자체가 야당 측에 넘어갔다는 점은 이미 '특검 국면'과 유사해진 것으로 보인다.

중재자 한동훈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추석 연휴 시작 전인 13일 한 대표의 마지막 언론 백브리핑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 돌파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 대표는 "저희는 계속 설득을 드릴 것"이라고 답했다. 구체성이 결여된 해당 답변이 지난 4월 정부의 문제를 "제가 해결하겠다"던 한 대표의 유세 발언과 겹쳐보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당시에도 중재를 외치던 한 대표는 4월 11일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예섭 기자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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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대남 노선 변화는 윤석열 정부의 반북동족대결 때문”

[인터뷰]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 기자명 이계환 기자 
  •  
  •  입력 2024.09.16 06:34
  •  
  •  댓글 0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는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어렵게 얻은 시간이자 그리 길지 않은 시간임에도 권 명예회장은 인터뷰 도중, 목이 메어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말이 나오더라도 갈라지거나 쇳소리가 났다. 몸이 허약해졌고 침샘에서 침이 분비되지 않아서다. 2-3분마다 수시로 물로 목을 축여야 했다.

그는 한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아니 여전히 이 시대의 아이콘이다. 한국사회에서 ‘민족’, ‘통일’, ‘양심수’, ‘인권’, ‘국가보안법’ 등과 관련된 온갖 모순들이 중첩적으로 쏟아져 나온 시대, 그는 그 모든 모순들과 현장에서 맞서 싸웠다. 그리고 암이라는 불치의 병을 얻었다. 어쩌면 그의 고단한 투쟁을 상징하는 영광스러운 훈장일지도 모른다. 2017년부터 시작된 투병생활로 심신이 쇠하고 팔다리가 앙상해졌으나 두 눈은 예리했고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의 장기인 정세 파악도 여전히 놓치지 않고 있었다.

그는 북측 대남 노선의 근본적 전환에 대해서는 “윤석열 정부의 반북동족대결 때문”이라고 규정했으며, 2차 송환과 관련해서는 “송환 희망자가 마지막 1명 남을 때까지 송환운동을 해야 한다”고 소원했으며, 그리고 통일운동 단체들의 명칭 변경에 대해서는 “시대 상황에 따라서 명칭이 달라질 수 있다”고 유연하게 밝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8.15통일독트린’에 대해서는 “자유를 가장해 흡수통일을 얘기하면 안 된다”고 일축했으며, 북측의 쓰레기 봉투 투하와 관련해서는 “남측에서 쓰레기 같은 놈들이 삐라를 뿌리니까 북측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양심수후원회의 ‘명예회장’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고 또 ‘평생 명예회장’으로 남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권 명예회장과의 인터뷰는 9월 10일(화), 그가 거주하는 수유리 소재 빌라 자택에서 진행됐다. / 편집자 주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는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그는 인터뷰 내내 목이 메어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는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그는 인터뷰 내내 목이 메어 말이 잘 나오지 않았지만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북의 대남 노선 변화, 윤석열 정부의 반북동족대결 때문”

□ 이계환 기자 : 병중임에도 인터뷰를 허락해줘서 고맙습니다. 2017년 6월에 폐암 4기 진단을 받았으니 7년을 넘고 있습니다. 투병생활은 어떻습니까?

■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 보다시피 눈에 띄게 며칠 동안 이렇게 쏙 빠져버렸어요. 그리고 암 치료는 이제 끝났어요. 치료를 다 해서 끝난 게 아니라 서울대병원에서 치료 중단을 선언해서 이제 더는 치료할 수가 없게 된 거죠. 이제 환자로서 앞으로 더 나아지라고 바라는 게 아니고 정말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 그래도 직접 뵈니까 낯빛은 괜찮으신 것 같은데 살이 너무 빠지셨네요. 양팔과 양쪽 다리도 근육이 다 빠진 것 같아 빈약한데 움직이시는 게 좀 아무래도 힘드실 것 같아요. 특히 올여름 무척 더웠지 않았습니까?

■ 추석이 일주일밖에 안 남았는데 아직도 더워요. 이 좁은 방안이 너무 더워서 병과도 싸우고 또 더위와도 싸웠어요. 지금 암이 간으로 전이됐거든요. 척추로 전이된 것도 같고 또 뇌로도 전이 되고... 그러니까 어디로 전이 되서 무슨 작용을 하는지 몰라도 살집이 하루아침에 그냥 싹 빠져버렸어요.

□ 며칠 지났지만 9월 2일 기억나시죠? 2000년 9월 2일에 비전향 장기수 63명이 6.15공동선언에 따라 북송된 날입니다. 당시 선생님은 비전향 장기수의 북송을 실현시킨 당사자라고 볼 수 있는데요. 소회가 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 그렇죠. 내가 비록 지금 환자석에 있긴 하지만 매년 9월 2일이 되면 참 역사적인 날로 기억하고 그날을 기념하고 또 2차 송환을 촉구하는 대회도 열고 그랬었죠. 그러다 언제부턴가 촉구대회를 못하게 됐어요. 그러나 최근까지도 늘 그날을 잊지 않고 낙성대에 계신 장기수 선생님들하고는 그날을 기억하는 모임을 가져왔지요.

□ 지금 낙성대 만남의 집에는 2차 송환 희망자들이 계시죠? 2차 송환 희망자는 모두 몇 명인가요?

■ 2차 송환 희망자는 처음에 36명이었다가 지금 낙성대에 계신 양원진, 김영식, 양희철, 박희성 선생 네 분하고 부산에 박수분 선생 그리고 광주에 이광근 선생 등 6명만 남았죠.

□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북측 당대회 전원회의 하고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남북관계는 동족관계가 아니고 서로 적대적인 두 개 국가관계”라고 언명했습니다. 아울러, ‘민족’, ‘통일’, ‘화해’ 등을 삭제하겠다고 했습니다. 대남 노선의 근본적인 전환이라 볼 수 있지요. 9개월이 지난 지금도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북측의 이 같은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 북쪽에서 그 정도까지 그렇게 나올 줄은 아무도 몰랐죠. 지금 남북이 소통 못 한 지가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이후부터니까 거의 6년이 됐어요. 그 사이에 북측이 어떻게 변했는지 아무도 몰라요. 북측이 어떤 변화 속에서 또 그 변화를 토대로 해서 사고방식이 어떻게 변했는지 그걸 우리가 모릅니다. 즉 북측에서 ‘남북관계는 동족이 아닌 두 개 국가’라는 그런 이야기가 왜 나오게 됐는지 이런 것도 사실은 모릅니다. 우연히 나온 것은 아니겠지요.

사실 남북관계라는 것이 손 딱 끊고 타국이라고 하면 그냥 타국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민족이나 자주, 평화, 독립, 통일 이런 것은 ‘아니다’라고 문서로 해 놓는다 하더라도 달라지거나 바꿔질 수 없어요. 민족이 수천 년 내려왔는데 문서로 정할 수 없지요. 한마디로 말해 같은 민족이 남과 북에서 살고 있고 또 외세를 몰아내고 자주 통일을 이루려는 염원을 안고 살고 있는데 그게 그렇게 없어질 수 있나요?

북측에서 그렇게 나온 결정적인 이유는 윤석열 정부의 반북동족대결 때문이지요. 그래서 그거는 일단 다른 것보다 윤석열 정부를 봐야 해요. 윤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져요. 그런데 윤 정부는 끊임없이 반민족이고 반통일이었지요. 우리가 민족을 올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윤 정부를 퇴진시켜야 돼요. 그게 지금 남쪽 우리 민중들과 민족민주세력에게는 아주 시급한 과제이지요.

“2차 송환 희망자가 1명 남을 때까지 송환운동 해야지요”

인터뷰는 권오헌 명예회장의 자택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인터뷰는 권오헌 명예회장의 자택에서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 좀 예민하긴 한데 북측이 ‘민족’과 ‘통일’ 등을 삭제한다면 통일사업을 위해 공작원으로 남파해 구속된 장기수들의 위치가 좀 애매해지지 않나 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장기수들이 통일을 위해 내려오신 분들인데 그럼 그분들이 북쪽으로 송환되어야 할 이유가 많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 하는 그런 얘기들이 나오거든요.

■ 일부에서 그런 말이 나올 수는 있지요. 북측이 ‘통일’을 삭제하니 통일사업을 한 비전향 장기수의 송환이 어렵게 된 것이 아니냐는 것인데, 이는 논리적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현실적이지는 않지요. 비전향 장기수는 통일사업을 위해 남파됐지요. 이미 그 의미를 인정받았기에 6.15선언 합의에 따라 송환됐어요. 지금 2차 송환 희망자들도 그때와 똑같아요. 달라진 게 없어요. 시기만 좀 지났지 현실은 같습니다. 2차 송환 희망자가 모두 연로하신데 마지막 1명이 남을 때까지 고향에 갈 수 있도록 송환운동을 해야지요.

□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북측의 대남 노선 전환 이후 남측의 통일운동 단체들도 당황해하고 난감해합니다. 문자 그대로 통일운동 단체들인데 통일운동을 중지하거나 포기해야 할까요?

■ 우리 조국은 분단돼 있습니다. 분단된 조국은 재통일을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가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도 독립운동을 했지요. 지금도 마찬가지이지요. 어떠한 조건이라 해도 분단된 나라이기에 통일을 해야 합니다. 남과 북이 같은 민족인데 분단을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어떻게 그걸 인정합니까?

북측에서 대남 입장을 바꾸면서 6.15북측위원회나, 범민련 북측본부 등의 기구를 해체했다고 했는데 얼마나 곤혹스럽고 참으로 피눈물 나고 그랬을 겁니다. 그러나 대남 입장 변화에 맞춰 적당하게 조치들 잘하고 또 실질 내용에 있어서는 반미와 자주 등을 해야겠지요.

□ 말씀하신 대로 북측의 변화에 맞춰 남측 통일운동 단체들도 명칭 변경을 했습니다. 6.15남측위원회가 ‘자주통일평화연대’로, 범민련 남측위원회가 ‘(가)자주연합’으로, 해외에서는 25년이나 된 ‘통일학연구소’도 ‘정세연구소’로 각각 개칭했습니다.

■ 시대 상황에 따라서 명칭이 달라질 수 있지요. 표현을 어떻게 하든지 간에 우리가 갈라진 조국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통일운동을 안 할 수가 없지요. 통일운동을 하는데 명칭 같은 것은 시대적 변화에 따 수정할 수 있겠지요.

이제 남북관계의 연대조직이나 민족단체들은 다 해체하거나 변경했지요. 연대단체가 아닌 단체는 그냥 그대로 하면 되겠고요. 변경한 단체들이 다시 윤석열 정부의 동족대결에 맞서 퇴진투쟁하고 또 반미 자주운동을 계속하면 돼요. 하나도 변한 건 없어요.

□ 지난 6월에 김정은 총비서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만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었습니다. 이를 두고 북-러 동맹조약 또는 준동맹조약이라는 평가도 있거든요. 그런데 일부에서 북측은 자주국가인데 굳이 외세와의 동맹이 필요하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주와 동맹 간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 나도 그때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 그러셨군요.

■ 1990년대 초 소련이 해체되고 동구가 무너질 때 북측도 그 끝을 알 수 없었지요. 하지만 북측은 유일하게 자주권을 확보한 자립국가였지요. 그래서 아무리 어려워도 누구한테 동냥해서 사는 것도 아니고 자립 경제를 이어가면서 살아왔지요. 그 어려운 시기를 넘겼는데 이번엔 미국과 유엔이 경제제재를 하고 있어요. 지금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빙자해서 아주 부당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라는 게 있죠. 이건 아주 부당한 짓입니다. 이것은 그냥 살인죄입니다.

“남측에서 쓰레기 같은 놈들이 삐라 뿌리니까 북측에서 쓰레기 봉투 투하하는 것”

"남측에서 쓰레기 같은 놈들이 삐라를 뿌리니까 북측에서 쓰레기 봉투를 투하하는 것이지요."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남측에서 쓰레기 같은 놈들이 삐라를 뿌리니까 북측에서 쓰레기 봉투를 투하하는 것이지요."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그렇게 물샐 틈 없이 봉쇄하고 틀어막으면 거기에 어떻게 생명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겠어요. 그래도 거기에서도 5개년 경제계획을 하고 차례차례 자립화 하는 길로 나아가고 큰물피해가 있으면 차례차례 수천 채씩 집을 마련해주고 하는데, 이게 다른 나라에서 가능하겠어요? 북측은 그렇게 일관되게 자주국가로서 살아왔지요.

러시아도 만만치 않아요. 러시아는 ‘대슬라브 민족’라는 큰 애국주의가 있어요. 그전에 나폴레옹한테 당하고 또 히틀러한테도 당했지만 다 물리쳤거든요. 러시아가 그런 대슬라브라는 민족의 굳건한 국가로서 독립을 유지해 왔다는 그런 자긍심을 갖고 있는 거죠.

북측도 세계에서 수십 년 동안 자주권을 지키면서 자주 노선을 지켜온 유일한 나라이지요. 게다가 핵무력을 갖췄기에 어떤 침략세력도 북측을 어떻게 못하지요. 미국만 핵공갈을 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북측이 온 세계에 그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왜 굳이 러시아와 군사관계를 맺느냐? 하는 생각을 가졌지요.

그때 생각은 그랬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까 달라졌어요. 나토 가입국이 30개 나라가 넘고 오커스에 한국과 일본도 다 들어가거든요. 그렇게 되면 북측도 러시아도 얼마나 힘들겠어요. 확장되는 나토나 오커스에 대한 반작용으로 북측과 러시아도 동맹관계를 맺은 거라고 봐야겠지요.

□ 지난 815기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소위 ‘8.15통일독트린’을 발표했습니다. 아시겠지만 그 요지는 남측이 북측에 대해 자유의 바람을 넣어주자는 말이죠. 즉 ‘자유의 북진’을 통한 ‘자유통일’을 주장합니다.

■ 윤 대통령이 올해 통일정책과 관련해 몇 번 얘기했지요. 북한 이탈주민 무슨 데 가서도 통일정책에 대해 얘기했지요. 윤 대통령이 통일정책 운운하는 데 이게 논리도 아니지만 사실상 흡수통일하겠다는 것이죠. ‘자유’를 말할 자격도 없지만 나아가 ‘흡수통일’을 할 능력도 없어요. 그런데 자유를 가장해 흡수통일을 얘기하면 안 되죠.

그리고 통일이라는 것은 한 지도자만이 노력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구성원 전체의 총의가 따라야 되는 것이죠. 우리가 비록 분단돼서 지금 80년이 되고 있지만 이렇게 영구히 사는 것을 받아들일 어떤 사람도 없어요. 우리는 반드시 남과 북이 화해해서 통일하고 자주국가로 살아가야 합니다.

□ 최근 남북 사이에 남측의 대북 삐라 살포, 북측의 대남 ‘쓰레기 봉투’ 투하, 그리고 남측의 대북 확성기 재개 등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 지금 남북이 단절됐지만 어떻게 보면 쓰레기 봉투 갖고 대화가 이어지고 있는 거예요. 유일하게 남북이 주고받고 있지요. 그리고 ‘쓰레기 봉투’는 남측에서 쓰레기 같은 놈들이 삐라를 뿌리니까 북측에서 쓰레기 봉투를 투하하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남측이 대북 삐라 살포를 중지하면 북측도 쓰레기 봉투 투하를 중지할 거예요. 그러면 대화가 이뤄질 수도 있지요. 그런데 남측이 대화할 생각은 안 하고 확성기를 튼다면 그건 당장 꺼야 돼요. 그냥 두면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

“나는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이라는 말을 가장 영광스럽게 생각해요”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권오헌 명예회장의 자택 방에 걸려있는 백두산 천지 그림과 초상화.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 지금 미국 대선이 한창입니다.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 중 누가 될 것 같고, 또 누가 되는 게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요?

■ 내가 누구를 더 선호하는가 하는 문제는 섣부르게 말할 수는 없어요. 다만 내가 이렇게 지금 아프긴 해도 밤에 한 2시간 정도 낮에도 한 20~30분 정도 인터넷을 보는데 해리스 후보가 이긴다고 계속 나오다가 요새 며칠 전부터 1% 정도씩 지금 떨어지고 있다고 나와요. 전반적으로 해리스가 앞서고 있다고는 하지만 트럼프를 그렇게 쉽게 이기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 언론이 얘기하듯이 해리스 쪽으로 그렇게 일방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네요. 그런데 해리스가 북측에 대해 뭐라 얘기 하면 북측은 반응을 안 하는데 트럼프가 ‘핵을 가진 북한과도 잘 지냈다’, “북한 김정은과 잘 지냈었다”라고 브로맨스를 과시하자 북측에서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측이 트럼프를 선호하지 않나 하는 대목이거든요.

■ 설사 트럼프가 된다고 해도 북측이 하노이 때처럼 안 당할 겁니다. 첫 정상회담 때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괜찮았어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 비핵화 등이 들어있었지요. 북미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면 적대관계가 해소되니까 핵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하노이에 가서 안됐지요.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이뤄진다면 ‘싱가포르 공동선언’에서 출발할 거예요.

□ 선생님께서는 양심수후원회 회장을 계속 맡아오셨고 지금은 명예회장이시죠. 회장이나 명예회장도 평범하게 보면 회원이니까, 그렇다면 선생님은 한마디로 말하면 ‘영원한 양심수후원회 회원’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영원한 양심수후원회 회원’으로 양심수후원회에 해주고 싶은 말씀은?

■ 나는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이라는 말을 가장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그 이름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래서 비록 내가 많은 일을 못 해도 명예회장으로서 할 일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그래서 2022년까지는 사무실에 나갔지요. 그런데 작년 1월 10일 척추 수술한 다음부터는 이렇게 완전히 눕게 되니까 외부에도 못 나가고 사무실에도 못 갔죠.

지금 이 상황에서 나는 양심수후원회가 늘 해왔지만 “국가보안법도 없고 양심수도 없는 자주통일 세상을 이룩하자”는 말을 거듭 해주고 싶어요. 그게 양심수후원회의 정체성이자 존재이유이니까요. 나는 양심수후원회의 명예회장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고 또 ‘평생 명예회장’으로 지내고 싶어요.

□ 아주 소박한 바람입니다. 투병 중이신데도 이렇게 적지 않은 시간을 내줘서 고맙습니다. 건강이 유지되기를 바라겠습니다.

■ 먼 곳까지 찾아와 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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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놓은 윤석열 정부? 오물 풍선 날아온다는 문자, 추석에도 받나

국민 피해 발생했는데, 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라고?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4.09.15. 05:03:47

지난 5월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맞대응으로 시작된 북한의 오물 풍선이 끊이지 않고 남한으로 내려오는 가운데, 남한 민간인의 재산 피해까지 발생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정부는 오물 풍선을 막지도, 예방하지도 못한 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지난 8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경 경기도 파주 광탄면의 한 공장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지붕 330㎡가 불에 타면서 약 8700만 원의 재산 피해가 일어났다. 화재를 조사한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3시간 만에 진화된 이 불의 원인은 북한의 오물 풍선이었다.

이에 10일 이창현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 공보차장은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화재 발생과 관련 "풍선에 포착된 발열 타이머가 풍선과 적재물을 분리하는 열선을 작동시키는 과정에서 불완전 분리 상태로 낙하하게 되면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오물 풍선에 기폭장치를 이용해 폭발을 시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기폭장치라는 표현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며 “군에서는 발열 타이머라고 판단하고 있고 그것의 인화성은 아직까지 확인된 바 없다. (풍선에) 폭발물이 있는지 등을 다 판단하고 있고 현재까지 그런 정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차장은 "풍선을 공중에서 격추하게 되면 적재물 낙하 또는 유탄에 의한 위험성이 더 높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자연낙하 후 신속히 수거하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되고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참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이후 이같은 입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부양하는 오물 풍선 안에는 그 특성상 무엇이 사전에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자칫하면 격추하는 것이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합참의 설명대로 오물 풍선이 지상에 떨어지면 최대한 빠르게 수거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대응 방법이다.

그런데 이는 상황이 벌어지면 취할 수 있는 사후적인 차원의 조치라는 점에서 그 한계가 명확하다. 이번 공장 화재 사건과 같이 오물 풍선으로 인해 또 다른 피해가 생기지 말라는 보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 당국자의 반응도 별로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풍선 피해에 대해 북한에 배상 청구를 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의 지적에 "그 문제에 대해선 북한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정부 당국자 입장에서는 북한이 날린 오물 풍선으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었으니 선언적인 차원에서라도 북한에 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수는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대응이 현실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0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지난 5월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한 정부 시설인 소방서를 철거하자 손해배상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남한 법원에서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집행할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6월 14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을 때 통일부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하 경문협)이 북한에 지급해야 할 저작권료가 재판 승소 시 집행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는 식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는 법적 주체성 문제 및 경문협의 저작권료 성격 등으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08년 대북 송금이 막힌 이후 경문협은 북한에 지급해야 할 저작권료 약 18억 원을 법원에 공탁한 상태다. 이 금액을 집행하는 것에 대해 법원은 저작권료가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이를 국가 책임에 해당하는 '배상금'으로 지불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관련 소송에서 원고가 패소하기도 했다. 지난 2월 14일 서울동부지법 민사항소2-3부(오덕식 조규설 신신호 부장판사)는 국군포로인 고(故) 한재복 씨 등 2명이 경문협을 상대로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는 '경문협이 북한에 지급해야 할 저작권료'를 '북한이 자신들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추심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북한이 "피압류채권을 가지는 주체"가 아니라는 점을 언급했다. 즉 남한 헌법상 북한이 독립 국가도 아니며, 그렇다고 법적 주체가 될 수 있는 '비법인 사단'등 다른 유형으로 인정할 수 있는 증거도 부족하다는 설명이었다.

따라서 오물 풍선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격추나 법적 책임 등 사후적인 방법보다는 사전에 북한이 풍선을 부양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오물 풍선 부양의 원인이 되는 남한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거나 최소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거나 자제시킬 의지가 없어 보인다. 김 장관은 전단 살포 단체와 만나 항공안전법 위반 등 실정법 위반 문제를 이야기했냐는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의 질문에 "실무진에서 단체들과 유선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민간단체가 항공안전법과 관련해서 경찰에 조사를 받고 있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국혁신당이 9일 기준 전단을 살포하는 민간단체와 대면 면담을 했냐는 질의에 대해 통일부는 답변 자료에서 지난 4월 이후 현재까지 대북전단 민간단체와의 면담은 4월 28일, 5월 27일, 6월 14일, 6월 18일, 7월 1일 등 다섯 차례였으며 이후 면담 없이 전화통화 등을 통해 실무적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단 살포가 항공안전법뿐만 아니라 저작권법 등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도 통일부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민간 단체들이 이동식저장장치(USB)에 한국 드라마나 영화, 음악 등을 담아 북한으로 보내는 것이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고발 조치를 해야하지 않냐는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의 질문에 김 장관은 "경찰 조사가 우선"이라며 고발을 하는 주체도 통일부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라고 한다고 답했다.

통일부의 이러한 태도는 전단 살포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에서도 명시 돼있듯이 표현의 자유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조건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기본권은 아니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전단 살포에 대해 처벌 조항을 명시한 남북관계발전법의 일부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했을 때도 전단 살포의 무조건적인 자유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통일부가 전단 살포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남북관계발전법 조항의 위헌 결정 이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뿐만 아니라 여당의 일부 의원들도 이를 대체할 법안 마련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 대체법안을 마련한 의원도 있는데 정작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이를 실행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점도 문제다.

통일부 안팎에서는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통일부가 "표현의 자유"만 중시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이미 스텝이 꼬여버렸기 때문에 지금 와서 상황을 정리하고 입장을 조정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는 현재 통일부 내의 구성원 면면을 봤을 때 이 문제를 정리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일침을 놓기도 했다.

그런데 통일부가 지금처럼 전단 살포에서 비롯된 오물 풍선 문제에 손을 놓고 있으면 국민의 피해는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가장 간단하고 현실적인 방법인 전단 살포 제지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한데, 통일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잘못된 인식 하에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도록 스스로의 손발을 묶어 놓고 허우적거리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 이마저도 제대로 못하면 정부로서의 자격이 없다. 이미 정부의 미진한 대처로 북한의 오물 풍선이 날아들어 국민이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북한 오물 풍선이 날아온다는 안전 안내 문자를 보는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 정부가 하루라도 깨닫고 실효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지난 5월 29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발견된 북한의 대남전단 풍선의 모습. ⓒ연합뉴스

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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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맞은 대구경북... 점점 커지는 윤석열 탄핵 민심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9/15 08:51
  • 수정일
    2024/09/15 08:51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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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성 통신원 | 기사입력 2024/09/14 [23:30]

   

© 김근성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세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대구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

 

13일 민소현 대구촛불행동 운영위원장은 기자와의 대담에서 대구의 바뀐 민심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집회 때 서명하시는 분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가판대 하나만 놓고 하는 선전전 때도 지나가는 길목이 아닌데 일부러 찾아와서 서명해 주신다. 연령대가 높은 부부 분들이 적극적으로 해주시면서 ‘대구에 이런 게 있냐’고 놀라기도 한다. 젊은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반창고를 나누어 드리면 큐알 코드를 바로 찍어보기도 한다."

 

민소현 운영위원장은 윤 대통령 지지층의 변화를 체감한다며 “중도층이었던 사람들이 많이 돌아섰다. 어떤 남성이 자신은 ‘대선 때 윤석열이 잘할 거 같아서 뽑았는데 무당 말만 듣고 정말 실망’이라며 끌어내려야 한다고 했다”라면서 “강성 지지자 분들도 전에는 (대구지역 촛불대행진을 보고) 지나가면서 툭툭 던지듯이 한마디 했다면, 요즘은 분노를 표출하며 극렬하게 반응한다. 위기의식의 방증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또한 “대구촛불대행진 동구 지부는 매월 현수막을 게시하는 실천을 한다. 전에는 현수막을 게시하면 바로 철거됐는데 총선쯤부터는 우리가 스스로 우리 것(현수막)을 철거하고 새로운 현수막을 달 정도로 철거가 되지 않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대구가 워낙 보수의 성지처럼 여겨져서 구제불능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대구의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도 적지 않고 그런 분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라면서 “또한 민주노총이나 비상시국회의를 비롯한 지역의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퇴진 운동에 나서고 있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구경북지역 곳곳에서 윤석열 탄핵의 목소리가 점차 힘을 받는 분위기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대구촛불행동 회원들은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앞에서 시민들을 직접 만나며 서명 운동과 추석 귀향 선전 활동을 진행했다.

 

‘윤석열 탄핵 소추 요구’ 서명에 동참한 한 시민은 “윤석열 꼭 좀 탄핵시켜 달라”라며 당부의 말을 남겼다.

 

자신을 경주 출신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서명 후 김건희 씨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선전 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음료수를 전하며 응원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 9월 13일 대구촛불행동이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앞에서 진행한 귀향 선전 활동에서 한 시민이 윤석열 탄핵 소추를 요구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 대구촛불행동

 

▲ 대구촛불행동에서 시민들에게 나눠준 반창고. 겉면에 윤석열 탄핵, 촛불집회 개최를 알리는 내용이 담겼다. © 대구촛불행동

 

앞서 지난 7일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대구지역 80차 촛불대행진에서도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시민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대구지역 촛불대행진 2주년을 기념하며 열린 촛불집회에는 동대구역 광장 박정희 동상 건립에 찬성하는 극우단체들의 맞불집회 속에서도 100여 명의 시민들이 집결하였다.

 

한 참석자는 “이전에는 40여 명 정도가 참석했는데, 오늘은 100명 이상 참석했다”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촛불집회는 박정희 우상사업화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의 연대 발언, 대구평화합창단의 공연 등으로 진행되었다. 포항 시민들도 지역 깃발을 들고 동참했다.

 

이후 참석자들은 동성로를 30분가량 행진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또 지난 4일 경북대와 계명대를 비롯한 대학 교정에는 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윤석열퇴진대학생운동본부’가 부착한 대자보는 “이 정부는 대체 어느 나라의 정부인가!”, “윤석열 탄핵이 이 시대의 자주이고 독립”이라며 윤석열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해 달라고 호소했다.

 

▲ 9월 4일, 경북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 붙은 대자보. © 김근성

 

한편 9월 초를 지나며 대구경북지역에서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9월 1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가 긍정 37%, 부정 49%로 나타나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처음으로 앞서기 시작했다.

 

연휴를 앞두고 13일에 나온 2주 차 정기 여론조사 역시 긍정 35%, 부정 57%를 기록했다. 이는 한 주 만에 부정 평가가 8% 늘어난 것으로 보수층의 강세로 불리던 대구경북지역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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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완용의 부활, 친일의 끝은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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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9.1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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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지우기와 영토 주권 포기
일제강점과 전쟁범죄 부정
항일역사 지우기와 뉴라이트 인사 등용
한미일 군사동맹과 자위대 한반도 진출
친일 매국 행위의 결말은 전쟁

일본이 조선 강점과 전쟁범죄를 부정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범국의 굴레를 벗고, 군국주의를 부활시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다시 진출하려는 것.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일본은 미국의 대리전쟁을 자처하고 있다. 미국이 패권 유지를 위해 일본을 대리전쟁에 동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결국, 최근 한반도에 드리운 전쟁의 먹구름이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과 맞닿아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다.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을 저지해야 할 대한민국 정부가 오히려 역사를 왜곡하며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돕고 있다. 친일 뉴라이트 인사를 요직에 발탁하고, 항일독립운동 역사를 부정하며, 일본군 위안부와 노동자 강제동원을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기시다 일본 총리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함구하며 영토 주권을 포기한 것은 을사오적 이완용이 부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독도 지우기와 영토 주권 포기

기시다 총리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침묵은 국가적 치욕이다. 외교적 실책을 넘어 대한민국의 영토 주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다. 정부는 독도 훈련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훈련의 적국으로 일본을 상정하지 않았다. 독도 상륙훈련마저 포기하고 독도 조형물을 철거한 것은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은 행위다.

이러한 조치는 독도가 일본과 공유할 수 있는 영토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군 교육자료에서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사실이 발각된 것은 더욱 충격적이다. 뉴라이트 인사들이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보고, 양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상황에서 정부의 소극적 대응은 이들과의 논조 일치를 의심케 한다.

일제강점과 전쟁범죄 부정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강제동원’이라는 표현이 삭제된 것은 일본의 역사 왜곡 시도가 얼마나 집요한지를 보여준다. 윤석열 정부가 이를 묵인한 것은 일제강점기 범죄에 면죄부를 준 것이며, 이는 우리 역사적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다. 일본이 위안부와 조선인 강제동원을 부정하고, 일제의 조선 강점이 합법적이었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의 방관이 자리하고 있다.

역사적 정의는 과거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이 과거를 부정하고 재해석하려는 시도는 군사적 야망을 다시 펼치려는 신호다. 사도광산 문제는 단순한 문화유산 등재가 아닌, 일본이 과거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는 전략적 계획의 일환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를 그대로 수용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고, 독립운동가들의 피와 희생을 배신하는 것과 같다.

항일역사 지우기와 뉴라이트 인사 등용

윤석열 정부는 항일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다. 이는 항일독립운동을 폄하하고 그 의미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다. 더 나아가, 안중근 의사를 테러범으로 몰고, 1910년 ‘경술국치’를 합법적인 병합조약으로 인정하려는 시도를 묵인한다.

 

이러한 역사 왜곡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뉴라이트 인사들을 요직에 기용하면서 발생한 결과다. 독립기념관장에 임명된 김형석 관장을 비롯해 동북아역사재단,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3대 역사기관에 뉴라이트 인사들이 대거 임명되었다. 이들은 교과서 집필과 역사 연구 방향을 왜곡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대한민국의 역사 교육 현장을 크게 흔들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 전문이 부정되고, 항일독립운동사를 왜곡해 식민사관을 선동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한미일 군사동맹과 자위대 한반도 진출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며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는 일본의 군사적 개입을 묵인하고 자위대의 군국주의적 야망을 허용하는 것이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역사가 증명하듯 다시 한 번 한반도에 군사적 야망을 펼치려는 도구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가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허용하는 것은 한미일 군사동맹의 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안보 협력을 넘어 일본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야망을 실현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자위대가 한반도에 발을 들이는 순간 우리는 전쟁의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일본은 이미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하며, 집단적 자위권을 통해 동맹국 분쟁에 개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완용이 일제에 조선을 팔아넘겼듯, 윤석열 정부는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허용하며 국가의 주권을 포기하고 있다. 한미일 군사동맹이 강화될수록 우리는 일본의 군사적 개입을 막을 수 없게 되며, 그 끝은 전쟁이다.

친일 매국 행위의 부활과 그 끝은 전쟁

윤석열 정부가 일련의 행위들은 현대판 친일 매국 행위다. 독도 문제에서의 침묵, 일제강점기 범죄에 대한 면죄부, 항일역사 지우기, 뉴라이트 인사들의 정부 요직 장악, 한미일 군사동맹을 통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허용은 이완용이 나라를 팔아넘긴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모든 과정의 끝은 전쟁이다. 일본의 군사적 개입을 허용하는 순간, 우리는 전쟁의 참화에 휘말리게 될 것이며, 이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주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

이다. 윤석열 정부의 친일 행각을 단순한 외교 실패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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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살모사”···팬덤정치가 불러온 정치 저질화

입력 : 2024.09.14 09:23

유설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지난 7월24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회의를 진행하던 도중 유상범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치인들의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 22대 국회에서는 “외계인” “살모사” “꼬붕” 등 저질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팬덤정치가 정치 저질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외계인 같다” “징그럽다”고 외모 품평을 해 논란이 됐다. 진 정책위의장은 지난 6일 김어준씨 유튜브에 출연해 “외계인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며 “얼굴 생김이나 표정이 편안하고 자연스럽지 않고 많이 꾸민다는 느낌이 들어 어색하게 느껴지고 징그러웠다”고 했다. 그는 한 대표의 키에 대해서도 “그날도 키높이 구두 같은 것을 신은 것 같더라. 정치인 치고는 굉장히 요란한 구두였다”고 했다.

이에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귀 당 특정인을 ‘살모사 같아서 징그럽다’고 하면 어쩌겠는가”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인신공격성 발언”이라며 “수준 낮은 비하 발언에 대해 정중히 사죄하라”고 촉구했고, 진 정책위의장은 “과한 표현으로 불쾌감을 드렸다면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며 사과했다.

“또라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일 김용현 국방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저서인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에 나오는 ‘평화혁명론’을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에 비유하자 박범계, 김민석, 박선원 등 민주당 의원이 반발하며 “또라이”라고 했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세 명의 의원들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리니지M ‘VANGUARD’

여야가 서로 “빌런(악당)”, “꼬붕(부하를 뜻하는 비속어)” 등 막말을 주고받는 일도 있었다. 국민의힘은 지난 4일 민주당이 단독으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을 법사위에 상정한 것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을 향해 ‘빌런’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정 위원장은 지난 5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그런 악당 위원장과 회의를 하는 여러분은 악당의 꼬붕”이라고 맞받았다.

상대 당을 “나치”라고 비난하는 일도 있었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이 계엄 의혹을 이어가는 것을 비난하며 “야권의 선전 선동이 나치의 방식과 비슷하다”고 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도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이 대표가 계엄 의혹을 언급한 데 대해 “나치, 스탈린 전체주의의 선동정치를 닮아가고 있다”며 “근거가 없다면 (민주당을) 괴담유포당, 가짜뉴스 보도당이라고 불러도 마땅하다”고 했다. 통상 매우 정제된 언어를 쓰는 대통령실 대변인의 입에서 ‘나치’ ‘괴담유포당’ 같은 표현이 등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5일 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막말금지법’을 제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추 원내대표는 “제가 국민들로부터 자주 듣는 얘기가 있다”며 “국회의원들은 우리보다 많이 배우고 잘난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 정치인들은 우리 같은 사람들도 잘 안 쓰는 막말을 마구하더라. 그런 사람들이 우리 국민의 대표라니 창피하다(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차마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며 “명예를 훼손하는 막말과 폭언, 인신공격, 허위 사실 유포, 근거 없는 비방, 정쟁을 겨냥한 위헌적인 법률 발의를 하는 나쁜 국회의원들은 강하게 제재를 하자”고 제안했다. 영국 의회는 멍청이, 거짓말쟁이, 겁쟁이, 배신자 같은 단어도 쓸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독일 의회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적 발언에 대해서는 면책특권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이처럼 도를 넘는 막말이 이어지는 까닭은 팬덤정치의 심화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인들이 여야할 것 없이 강성 지지자들의 눈치를 보며 이들이 원하는 극단적인 언어를 내뱉고 있다는 것이다.<혐오하는 민주주의 팬덤-정치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를 쓴 박상훈 전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14일 경향신문 기자와 통화하며 “팬덤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치의 저질화”라며 “팬덤 지지층에게 소구하려다 보니 정치가들 스스로 말이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박 전 위원은 정치인들의 막말 현상에 대해 “정치가가 말을 상스럽게 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범죄”라며 “사회의 갈등을 완화하는 게 정치의 역할인데 반대로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위원은 “어느 나라 국회에도 ‘의원 품위 규칙(Rules of Decorum)’이 있지만 우리나라 국회는 의원 품위 규칙이 강조되지 않아서 의원들의 수준이 시민들보다 떨어지는 일이 자꾸 생기고 있다”며 “정당이 스스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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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민석 “친일과 김건희가 윤 정권의 본질...집권플랜 본부 곧 띄우겠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 “전속력으로 대세를 만들고 집권을 준비해야 한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9.11 ⓒ민중의소리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해 “최초의 친일정권”이라고 규정했다. 뉴라이트 인사 대거 등용을 일반적인 분석과 달리 의도적인 배치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현재 권력의 본질은 김건희”라며 “김건희 여사를 왜 좀 조용히 시키지 못하냐는 식의 주장은 잘못된 설정”이라고 지적했다.
의료대란, 민생난 등 국정 난맥상이 분출되는 정국과 관련, “조선일보 김대중 전 주필도 글에서 보수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고 고백한다”며 “최근 의료대란을 거치면서 이런 인식이 기득권 세력 상층부로 전염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경선에서 줄곧 ‘집권을 준비하는 수석이 되겠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 대해 “확고한 민주당 우위 단계로 들어섰다”고 짚은 그는 “전당대회 기간부터 ‘이제는 대세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필요한 것은 전속력으로 강력한 집권 준비를 하는 것”이라며, “처음부터 집권플랜 본부장이 되겠다고 최고위원에 나섰다. 어느 정도 정리를 해서 추석 후에 공식적으로 띄우겠다“고 밝혔다.

인터뷰는 연휴 전인 1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김 최고위원과 일문일답이다.

-의대증원은 진보진영에서 의료개혁의 부분으로 주장해온 것인데 정부가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재난적 상황을 불렀다. 지난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장도 하셨는데 어떻게 보시나.
=필수의료 확대, 지방의료 부족 해결 등을 위해 지역의사제와 같은 대안과 함께 의대증원도 민주당이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의료개혁의 여러 요소를 누락한 채 2천명이라는 숫자에 집착하면서 과격하게 추진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저희가 신중하게 접근했고, 국민도 의대증원은 지지하는 여론이 많았다. 그런데 한계에 부딪혔다. 정부의 정교함, 섬세함이 떨어지고 코로나 변이와 맞물리면서 전혀 핸들링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서 “응급실에 가보라”고 하면서 기름을 부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를 출범시키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세상일이 면피하려 해도 면피가 안 된다. 민주당이 전제조건을 걸지는 않았지만,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의료계도 거부감이 큰 장·차관을, 문책 아니라도 좋으니 경질해야 한다. 정부 협상창구를 그대로 두고 일단 오라니 뭐가 되겠나. 한 대표가 이런 걸 세게 밀지를 못한다. 채해병 특검도 본질적인 문제는 피하고, 김건희 여사 문제도 “국민의 눈높이” 한마디 하고는 끝이다. 아직 덜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9.11 ⓒ민중의소리
“윤 대통령이 뉴라이트 모른다?
모르는데 어떻게 뽑는 족족 이상한 사람들인가
친일과 김건희가 이 정권의 본질”


-정부 요직에 뉴라이트 인사가 대거 등용되고, 정부의 외교안보 노선도 친일 논란을 부르고 있다. 윤 대통령이 뉴라이트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다는 시각이 많은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보나.
=뉴라이트에 대한 이해 깊지 않다? 그렇게 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의 본질이 뉴라이트라고 포장된 친일매국이고 그것이 권력의 뿌리다. 이 정권의 속성이 검찰도 있고 독재도 있지만, 핵심 DNA를 하나로 정리하면 친일이라고 생각한다. 일제가 해방 후 물러가면서 다양한 세력을 박아놨고, 학계와 군, 검찰, 기업 등에서 성장했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군사정권과 결합하고 이후 기업과 결합했다 이제 검찰권력 창출에 이른 것이다.
우리나라가 지정학적으로 미국이나 일본에 대한 의존성이 있고, 통상 미국에 대한 의존성이 큰데 윤석열 정권은 최초로 친일 우위 정권, 일본 중심 정권이다. 윤 대통령은 뉴라이트를 모르는 게 아니다. 모르는데 어떻게 뽑는 족족 이상한 사람들인가.

-정권 내내 지속되는 김건희 여사 문제는 어떻게 보시나.
=김건희가 권력의 본질이다. 김건희 씨가 최근에 시찰한 거 보면 딱 나오잖나. 왜 주저앉히지 못하지, 집에 조용히 있게 하지 못하지 하는 건 착각이다. 그가 곧 권력이고 절대 퇴진하지 않는다. 대통령 부부의 관계에서 김건희의 우위, 이걸 명확하게 인식해야 이후의 상황도 예측이 가능하다. 친일과 김건희가 이 정권의 본질이다.

-정부의 한미일 동맹 추진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이 아니라 일본이 근원이라고 봐야 한다. 2차대전 후 미국과 중국에 밀린 그들이 일본식 은인자중, 도광양회를 하다 굴기를 하고 있다. 역량이 약화되는 미국이 받아들이고 양국의 이해가 일치한 결과다. 즉 동북아 상당 부분을 일본에게 위임해 온 것이 강화되는 추세인데, 윤 대통령이 딱 맞춰주고 있다. 기시다 방한에 ‘일본 총리 퇴임잔치까지 돈 들여 열어주냐’고 하지만, 일본 극우 입장에서는 마지막까지 윤석열을 관리하는 것이다.

-명절인데 민생이 걱정이다. 정책 일관성도 없어서 감세와 건전재정을 동시에 추진하고, 경기침체에 긴축을 하고, 부동산가격을 부양하면서 가계대출을 관리하겠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덕수 총리는 국회에서 경제지표가 좋다고 큰소리를 쳤다.
=두 가지가 보이는데, 하나는 경제를 보는 이론과 현실 문제해결 능력이 부족하다. 두 번째로는 국제경제 상황을 돌파하면서 도약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제일 아쉬운 게 역대 보수진보 정권은 모두 혁신산업 또는 신산업의 성과를 내려 했는데, 지금은 손에 잡히는 게 없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20년처럼 가도 상관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실력이 부족한 면도 있는데, 권력의 핵심과 주변이 그냥 상황을 방치하는 거 아닌가 걱정이다.

-재보궐선거가 다가온다. 곡성군수의 경우 당규가 총선 전 바뀌긴 했으나 민주당 귀책사유 불공천의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당규가 있을 때도 불가피한 선거에 후보를 내는 결정을 해왔다. 정당이 고상한 도덕주의만으로 살 수는 없다. 지금 그것을 논하는 것은 이미 지나간 이야기다.

-호남 기초단체장 두 곳이 관심인데 조국혁신당은 호남에서 민주당을 대체하겠다 나섰다.
=우선 민주당이든 조국혁신당이든 재보선에 올인하는 것은 맞지 않다. 정치적 심판은 지난 총선으로 끝났다. 기초단체장 4개 선거로 무슨 심판을 또 하나. 그리고 지금 할 일이 너무 많다. 기존 특검도 다 못하고 있고, 친일이나 민생 문제도 그렇다. 이런 문제에 집중하면서 선거는 각 시도당이 책임지고 중앙당이 적절히 지원하는 게 맞다. 한 달 반이나 남았는데 선거에 올인할 시기인가도 의구심이 든다.

-이재명 대표는 호남 경선에서 지방소멸, 소득증대 해법으로 ‘햇빛농사 바람농사’를 제시하기도 했는데, 민주당의 호남정치 비전은 무엇인가.
=민주당은 호남에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시대가 변하면서 민주당은 호남에 뿌리를 둔 전국정당이 됐다. 더 이상 호남당이라고 하기엔 불가능한 단계가 됐다. 이제 민주당이니까 찍어주세요, 민주당 말고 찍어주세요, 이런 건 모두 올드한 이야기다.
민주당은 ‘민주적 먹사니즘’ ‘호남형 먹사니즘’으로 호남의 오늘과 내일을 책임져야 한다. 이번 선거는 2년 후 지방선거의 예비선거 성격이다. 기본소득과 에너지고속도로는 민주당과 이재명의 브랜드 정책이 됐는데, 이번 선거가 열리는 영광은 에너지고속도로, 곡성은 출생기본소득을 실현하기에 맞춤이다.

-조희연 교육감이 해직교사 복직 건으로 자리를 잃고 보궐선거를 하게 됐다. 가뜩이나 학생인권조례 폐지, 뉴라이트 교과서 논란 등으로 어려운데 서울교육이 위기에 처했다.
=조희연 교육감이 이렇게 낙마한 것은 굉장히 안타깝고 억울한 일이다. 공익 추구 정책행위에 너무 기계적으로 법 적용을 했다.
서울교육감 선거는 정당이 하는 게 아니지만 재보선에서 제일 큰 선거로 다들 주목하고 있다. 곽노현 전 교육감 출마에 진성준 정책위의장의 우려가 전해지고, 저한테도 묻길래 당과 지도부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개인의 문제를 뛰어넘은 전체의 문제에 민주당 내부에서 느끼는 분위기가 그렇다면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보수정권 재창출 불가 인식 확산
전속력으로 대세를 만들고 집권을 준비해야
집권플랜 본부 띄우겠다“


-‘집권을 준비하는 수석’을 자임하셨다. 언론의 단골 비판 소재가 윤 대통령 지지율이 낮아져도 민주당 지지율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시겠나.
=틀린 분석이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뒤 이미 국면은 변했다. 대통령 지지도, 정당 지지도, 차기 후보 지지도 세 가지를 종합하면, 큰 틀에서 민주당 우위 단계로 들어갔다. 조선일보 김대중 전 주필도 글에서 보수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고 고백한다. 최근 의료대란 거치면서 기득권 세력 상층부로 전염되고 있는 인식이다.
총선 때는 이 대표한테 여론조사 좋게 나와도 끝까지 한 표만 더 해달라는 메시지가 흔들리면 안 된다고 말했고 실제 그렇게 했다. 전당대회에서는 신중론 국면은 지났다고, 대세를 만들기 위해서 전속력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되치기 당한다고 주장했다. 집권 준비를 처음 제기했을 때는 생뚱맞은 이야기는 반응도 있었는데 공감대가 많이 확산됐다. 언제 정권이 바뀌어도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준비를 1년 내에 마무리해야 된다.

-탄핵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는데 정권교체가 됐다. 다음 민주당 정부는 잘할 수 있냐는 의문을 극복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정권에 대한 평가는 재창출을 했느냐, 못 했느냐에 있다. 김대중 정권은 재창출을 했고, 나머지 두 정권은 못했다. 후보에 대한 평가는 어떤 불리함을 극복할 만큼 압도적인 전력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라고 본다. 지난 대선은 정권에 대한 평가가 낮았고, 그런 불리함을 극복할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지 못한 후보의 전력이 결합된 결과다. 정말 잘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줄 정도의 전력을 갖춰야 된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9.11 ⓒ민중의소리
-총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며 당원권리 강화는 당내에 합의가 된 듯하다. 외부에선 여전히 강성 팬덤정치라고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도 당원권리 강조하며 새 명칭 공모하고 있다. 당의 발전 방향을 어떻게 전망하나.
=국민의힘도 좋은 보수 정당으로 변하기를 바라지만 될지 모르겠다. 민주당은 세계 최초의 대규모 숙의민주주의 실험으로 가고 있다. 정치학자들이 말하는 숙의민주주의는 대부분 공론화위원회 같은 소그룹이다. 민주당은 이걸 세계 최대 규모로 실험하고 있다. 여기에 하나를 더 한다면, 기술적으로는 AI 민주주의를 들 수 있다. 처음 국회의원 할 때 전자민주주의연구회라는 걸 시작했는데 이제 AI 민주주의 시대로 가고 있다.
집권 플랜에서 제가 세 가지를 얘기한다. 첫째 당원주권, 둘째 정책협약, 셋째 예비내각. 당원 주권은 단순한 권리 확대를 뛰어넘어서 숙의민주주의로 가려면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조직이론을 보면 전체의 4%가 핵심적 고관여층이라고 하더라. 비슷하다. 200만 당원 중 10만 핵심당원을 정치적으로 훈련되고 활동력도 뛰어난 당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저도 그렇고 이 대표님도 그렇고 교육연수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책협약은 통상적인 정책정당에 더해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된다. 최근에 의료대란이 심각한데, 과거에 DJ 때는 노사정 대타협을 했다. 끝으로 예비내각은, 어디 보도가 났던데 무슨 내각을 꾸린다는 차원을 뛰어넘는다. 내각과 기관장 등 각 부분을 포괄할 인재풀을, 발굴하고 영입하고 배치하는, 그리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런 집권플랜 본부장이 되겠다고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해 추석 후에는 공식적으로 띄워야 되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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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를 살리고 문재인은 죽인다? '동물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검찰

[박세열 칼럼] 김건희 도이치 사건, 검찰의 '마지막 숙제'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9.14. 05:01:07

'살아 있는 권력' 수사로 정권을 잡은 검찰 세력이 '죽은 권력'을 뒤적이고 있다. 흔히 검찰이 정무적 감각이 좋다고 하는데, 이 정부 들어서는 그 감각을 완전히 잃은 것 같다.

일단 시점이 최악이다. 300만 원 상당의 명품백을 받은 김건희 영부인을 온 국민이 영상으로 목격했는데도 아무런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린 직후,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뇌물죄 피의자로 적시하고, 독립 생계를 꾸린 전(前) 사위가 받은 월급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간주하고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세세한 정보들을 살라미처럼 잘라 언론에 흘리고 있다.

과문해서인지 오묘한 법의 세계를 이해하긴 어려우나, 일반 사람들의 '보통 상식(커먼센스)에 비춰봤을 때 뭔가 이상한 것만은 틀림 없어 보인다. 검찰이 갑자기 전직 대통령을 뇌물죄로 엮어 수사하는데 여론이 이렇게 조용하고 차분한 걸 과거에 본 적이 없다. 사안의 중대성과 대중의 인식 간 괴리가 너무 벌어져 있는 건 아닐까. 여론의 비약(飛躍)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검찰 내부에선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따져 보는 사람도 없는 것 같다. 이쯤에서 한동훈 전 검사의 명언을 떠올릴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

"사회가 완벽하고 공정할 순 없어. 그런 사회는 없다고. 중요한 건 국민들이 볼 때 공정한 척이라도 하고 공정해 보이게라도 해야 돼. 그 뜻이 뭐냐? 일단 걸리면 가야 된다는 말이야. 적어도 걸렸을 때, '아니 그럴 수도 있지'하고 성내는 식으로 나오면 안 되거든. 그렇게 되면 이게 정글의 법칙으로 가요. 힘의 크기에 따라서 내가 받을 위험성이 아주 현격하게 (작아지는 게) 공식화되면 안 되는 거거든. 일단 걸리면 속으로는 안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미안하다 하거나 잠깐 빠져야 돼."(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전 기자의 대화 녹취록 중에서 한동훈 검사장의 발언)

정무적 판단의 달인이라는 '조선 제일검'의 이 말은 자의적 검찰 수사의 장단점과 한계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일단 걸리면 가야" 되는 사람이 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4년 묵힌 전직 대통령 수사 카드가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눈앞에 두고 들이밀어졌다. "힘의 크기에 따라서" 영부인이 받을 위험성이 현격하게 "공식화되면 안되는" 것이지만, 이미 그런 상황은 공식화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되면 '법치'가 아니라 "정글의 법칙"으로 간다. 더이상 범죄 수사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으로 빨려들어가 버리는 것이다. 지금 상황이 꼭 그렇다. 알면서도 불빛을 향해 뛰어드는 부나방같은 게 지금 검찰의 모습이다.

검찰은 '살불살조'(殺佛殺祖,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달마)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할 뿐, 좌고우면 없이 범죄 혐의를 단죄하는 거라 생각할 지 모르겠으나, 검사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그렇게 믿을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이미 우린 검찰 수사가 정치적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특히 권력자를 단죄할 때보다, 권력자가 법망을 빠져 나간다고 느낄 때 국민의 불신은 두 배가 된다. 전두환을 처벌할 때 느끼는 '정의감'보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의 발표에 더욱 격노하는 게 여론이다.

4월 총선 이후 상황을 찬찬히 돌이켜보면 모든 게 현 상황을 위한 '빌드업'처럼 진행된 것 같다. 검찰의 속성을 잘 아는 대통령은 총선 참패로 드러난 여론과 상관없이 무리수를 둬서라도 자신과 부인의 안위를 앞에 세기 위한 조치들을 차근차근 정교하게, 그러면서도 최소한의 눈치조차 살피지 않고 만들어 왔다.

총선 참패 후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민정수석실 부활이다. '민심을 청취하겠다'는 목적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민정수석이 내정된 후 공교롭게도 검찰 인사가 뒤따랐다. 김건희 영부인 디올백 수수 사건을 담당하던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담당하는 4차장이 튕겨나갔고, '윤석열 라인'이라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날아간 자리에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 사건을 수사하던 전주지검장 이창수가 돌연 부임했다. 대통령은 총선에서 참패하고도 총선에서 승리한 것처럼 행동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마치 과거의 윤석열 검찰총장처럼 인사 패싱으로 체면을 완전히 구겼지만 단말마조차 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퇴임 날짜만 세고 있을 뿐이다. 이후 검사들은 휴대폰을 반납한 채 지휘부와 연락 두절 상태에서 대통령 경호처 건물에 갇혀 영부인을 도둑처럼 조사했다. 흡사 영부인이 검사들을 불러세워 사정을 설명하는 자리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무혐의'를 받은 김건희 영부인은 족쇄를 풀기라도 한양 대통령처럼 현장을 시찰하고 공무원들에게 이런 저런 지시들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실은 영부인의 현장 시찰 사진을 화보처럼 게시한다. 다른 한편에서 검찰은 2020년 국민의힘이 고발해 시작된 문재인의 '전 사위' 사건을 4년 묵혔다가 지금 꺼내들었다. 지금 이 정권은 그만큼 절박하다. "공정한 척이라도 하고 공정해 보이게 라도" 하는 걸 포기할 정도로.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는 '조국 사태' 수사 때처럼 수많은 곁가지 수사들로 이어질 것이다. 특수부 검사들이 잘 하는 게 그런 것이다. 변수는 대통령이 직접 수사 지휘를 하지 않는다는 데 있는데, 지금 특수부 검사들이 윤석열 검사처럼 '난도질 수사'에 익숙한지는 잘 모르겠다.

검찰의 '정무적 감각'이란 건 단순하게 표현하면 생존의 유불리를 계산하는 전략적 사고방식이다. 검찰이 지금까지 정무적 판단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건 두 가지의 핵심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도덕적 우위와 당위성이다. 둘째, 검찰만이 갖고 있는 '은밀한 정보'들이다. 대개 그들은 두 개를 적절히 섞어 이겨야 할 상대(권력)가 치명적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다. '은밀한 정보'로 정치권을 교란시켜 필요한 것을 얻는 능력이란 게 그 '정무적 감각'이다.

이런 방식은 곧잘 성공해 온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문제는 권력과 검찰이 지금처럼 한 몸이 된 상황을 여태 겪어본 적이 없다는 데 있다. 대통령이 곧 검찰이고, 검찰이 곧 대통령인 상황에서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그림은 명료해졌다. 김건희를 살리고 문재인을 죽인다. 이제 이 강을 건너면 세상은 비참해지지만, 강을 건너지 않으면 검찰이 파멸한다. 대통령과 그 부인이 부도덕하다고? 그렇다면 전 정권이 얼마나 부도덕한지 보여줄 차례라는 것이다. 이게 지금 검찰 정권의 '정무적 감각'이고, 검찰의 실질적 목표다.

한동훈 검사가 여당 대표가 되고 난 후에 급격히 여론의 지지를 잃고, 대통령실에 힘 없이 당하고 있는 상황이 그걸 잘 보여준다. 검찰은 검찰로서 독립적으로 존재할 때 여론의 힘을 받는다. 권력 자체가 된 검찰은 도덕적 우위와 당위성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만지작거리는 '은밀한 정보'는 오히려 여론에 부정적인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영부인에 면죄부를 주고 전직 대통령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검찰이 어떤 행동을 해도 진정성을 의심받게 돼 있다. 정권과 한몸이란 걸 대중에게 각인시키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갈 수도 없고, 뒤로 물릴 수도 없다.

'살아있는 권력'을 보위하고 '죽은 권력'을 난도질했던 일은 익숙한 일이다. 그런데 검찰 정권이 들어서고 '검찰=정권' 프레임이 가동되면서 '익숙한 일'은 원하는 효과를 불러오지 못하게 됐다. 지금껏 검찰이 권력을 단죄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검찰의 정무적 감각이 좋고 똑똑해서가 아니라 '권력'과 거리두기가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을 지금 검찰청 내에 몇명이나 깨닫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면 검찰은 몰락하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

'동물의 왕국'은 이제 시작이다. 김건희 영부인을 봐주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하면서 친문과 친명은 '동병상련'의 정으로 결집하고 있다. '문재인 사태'는 '김건희 사태'로 더 크게 번지게 될 것이다.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도 성공적으로 만들 수는 있을 테지만, 그 이후엔 우리가 알던 검찰 제도는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검찰은 새로운 시험지를 받았다. '전주'가 유죄 판결을 받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서 또다른 '전주' 김건희 영부인을 검찰이 어떻게 다루는지 지켜볼 차례다. 만약 '불기소'로 귀결된다면 '공정한 척'이라도 하지 않는 검찰이 스스로 불러온 "동물의 왕국"에서 어떻게 버텨나갈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

▲김건희 여사가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에서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와 함께 도보 순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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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심야 일용직 같이 하자했는데... 3일 만에 남편 잃었습니다"

[인터뷰] 고 김명규씨 부인 "조울증 아들 돌봐야 해 새벽 일... 사과 한 번 없어"

24.09.13 18:06l최종 업데이트 24.09.13 18:06l
 
 지난 8월 18일 새벽 2시 10분께, 쿠팡CLS 시흥2캠프에서 남편 고 김명규(48)씨와 함께 일용직으로 일하다 눈 앞에서 남편을 잃은 우다경(52)씨. 10일 오후 경기도 시흥 자택에서 만났다.
▲  지난 8월 18일 새벽 2시 10분께, 쿠팡CLS 시흥2캠프에서 남편 고 김명규(48)씨와 함께 일용직으로 일하다 눈 앞에서 남편을 잃은 우다경(52)씨. 10일 오후 경기도 시흥 자택에서 만났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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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아들이 아프기 때문에… 아들이 잠들고 난 뒤 새벽에 일을 나갈 수밖에 없었어요. 제가 남편한테 '쿠팡 다녀보니까 요즘 새벽에 투잡 뛰는 사람들 많더라, 우리도 빨리 빚 갚으려면 당신도 주말에 나랑 같이 쿠팡 가자'고 했었거든요… 그게 너무 죄책감이 들어요… 늘 아픈 아이 데리고 나가 놀아주고, 퇴근하고 와서도 집안일 도와주던 남편이었는데…"

지난 8월 18일 새벽 2시 10분께, 쿠팡CLS 시흥2캠프에서 남편 고 김명규(48)씨와 함께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던 우다경(52)씨는 눈 앞에서 남편을 잃었다. 그날 부부가 하던 일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쿠팡 프레시백(신선식품 배달용 보냉가방)'을 다시 쓸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었다. 부인 우씨는 컨베이어 벨트 위로 쉴새 없이 밀려오는 프레시백을 손으로 접는 일을 맡았고, 남편 김씨는 그렇게 해서 쌓인 프레시백들을 한데 묶어 운반하는 일을 했다. 밤 12시부터 아침 9시까지 밤을 꼬박 새우는 심야조였다. 쉬는 시간은 새벽 3시와 오전 6시에 30분씩이었다.

부부가 일을 시작한 지 두 시간여 지났을 무렵, 프레시백을 쌓아두는 팔레트가 다 떨어져 다른 노동자가 가지러 간 사이 남편 김씨가 우씨에게 다가와 속도를 맞추기가 버겁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팔레트가 다시 채워지자 프레시백 운반을 재개한 김씨는 10분 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우씨는 뒤에서 "사람이 쓰러졌어요"라는 비명 소리를 들었지만, 자칫 프레시백이 밀리지 않도록 바쁘게 손을 놀리느라 정신이 없어 미처 돌아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곧이어 두 번째 비명이 터져 나왔고, 우씨는 그제서야 '무슨 일이지?' 하고 몸을 돌렸다.

우씨가 서 있던 작업대에서 불과 3~4미터 떨어진 곳에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남편이었다. 주변에 모여든 이들이 심폐소생술을 하고 20여 분 후 119 구급대가 와서 응급 조치를 했지만, 남편은 그대로 사망했다.

부부는 왜 쿠팡 새벽 일용직에 함께 나갔을까
 
 지난 8월 18일 새벽 2시 10분께, 쿠팡CLS 시흥2캠프에서 남편 고 김명규(48)씨와 함께 일용직으로 일하다 눈 앞에서 남편을 잃은 우다경(52)씨가 지난 10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쿠팡 일용직 신청 절차를 보여주고 있다.
▲  지난 8월 18일 새벽 2시 10분께, 쿠팡CLS 시흥2캠프에서 남편 고 김명규(48)씨와 함께 일용직으로 일하다 눈 앞에서 남편을 잃은 우다경(52)씨가 지난 10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쿠팡 일용직 신청 절차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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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 프레시백 작업을 하던 사진. 지난 8월 18일 새벽 2시 10분께, 쿠팡CLS 시흥2캠프에서 남편 고 김명규(48)씨와 함께 일용직으로 일하다 눈 앞에서 남편을 잃은 우다경(52)씨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당일 부부는 쿠팡 프레시백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  쿠팡 프레시백 작업을 하던 사진. 지난 8월 18일 새벽 2시 10분께, 쿠팡CLS 시흥2캠프에서 남편 고 김명규(48)씨와 함께 일용직으로 일하다 눈 앞에서 남편을 잃은 우다경(52)씨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당일 부부는 쿠팡 프레시백을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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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8일 새벽 2시 10분께, 쿠팡CLS 시흥2캠프에서 남편 고 김명규(48)씨와 함께 일용직으로 일하다 눈 앞에서 남편을 잃은 우다경(52)씨. 생전 남편의 사진을 보여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지난 8월 18일 새벽 2시 10분께, 쿠팡CLS 시흥2캠프에서 남편 고 김명규(48)씨와 함께 일용직으로 일하다 눈 앞에서 남편을 잃은 우다경(52)씨. 생전 남편의 사진을 보여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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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경기도 시흥 자택에서 만난 우씨는 남편 얘기를 꺼내자마자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남편이 죽은 날은 남편이 쿠팡 새벽 일용직을 시작한 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남편에게 처음 쿠팡 일용직을 제안한 건 우씨 본인이었다.

"남편은 하수 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토목회사 직원으로 20년 넘게 일했어요. 안정적인 월급쟁이였지만,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와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가진 아들(18) 치료비와 돌봄 비용 때문에 우리 집은 늘 허덕였어요. 특히 작년부터… 아들을 대안학교에도 보내봤지만 적응하지 못해 작년부터는 집에서 함께 지내고 있거든요. 거기다 6년 전에 사기까지 당하면서 생활고가 커졌어요."

우씨도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파출부, 식당 서빙 등의 일을 해왔지만, 아들에게 언제 어디서 문제가 생길지 몰라 어떤 일도 오래 할 수 없었다. "'엄마, 애들이 괴롭혀' 하고 전화가 오면 제가 바로 뛰어나가야 하니까요." 우씨는 정기적으로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보험, 분양, 상조 영업 일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 김씨는 장차 취업이 어려울 아들과 그런 아들을 상시 보살펴야 하는 아내를 위해 카페를 차려주고 싶어 했다. 6년 전, 마침 비슷한 제안을 해오는 지인이 있어 무리해서 투자를 했다. 하지만 사기였다. 수억원대 빚을 떠안게 됐고, 한 때 집에 차압까지 들어왔다. 6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빚 때문에 나가는 이자가 한 달에 수백만 원이라고 했다.

우씨는 올해 들어 경기가 나빠지면서 분양, 상조 영업이 시원치 않았다고 했다. 고민하던 우씨는 지난 6월 일거리를 찾아 알바몬에 들어갔다.

"쿠팡이 제일 눈에 띄더라고요. 아들 때문에 웬만한 시간에는 일을 할 수 없는데, 새벽에 일할 수 있는 심야조가 있다는 거예요. 아들을 재우고 나서 출근하면 되겠다, 싶었죠. 실제로 쿠팡에서 일해보니 '힘들어도 일하는 시간 때문에 나온다'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투잡, 쓰리잡 하는 사람들이죠."

그렇게 지난 6월부터 우씨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쿠팡에서 새벽 일용직으로 일했다. 자정부터 아침 9시까지 밤새 일하면 10만 원 남짓 벌었다. 급여는 1주일 단위 주급으로 들어왔다. 퇴근하면 잠이 쏟아졌지만 아들이 부르면 언제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이 놓였다. 두 달여 쿠팡 일용직 일을 한 우씨는 남편에게도 주말 새벽에 같이 일을 나가면 어떻겠냐고 했다.

"너무 후회돼요… 돈이 뭐라고... 남편은 8월 12일에 처음 나갔고, 8월 17일, 8월 18일 연달아 심야조로 일했어요. 남편이 '아무리 그래도 주말 중 하루는 아들과 보내야겠다'고 해서 그 다음주부터는 토요일, 일요일 중 하루만 나가기로 했었는데… 8월 18일에 남편이 그렇게 될 줄 알았으면 제가 그랬을까요?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요…"

"남편 사망한 날, 두 사람 몫 했다"… 쿠팡 측 "고인 업무량, 평균 이하"
 
 지난 8월 18일 새벽 2시 10분께, 쿠팡CLS 시흥2캠프에서 남편 고 김명규(48)씨와 함께 일용직으로 일하다 눈 앞에서 남편을 잃은 우다경(52)씨. 10일 오후 경기도 시흥 자택에서 만났다.
▲  지난 8월 18일 새벽 2시 10분께, 쿠팡CLS 시흥2캠프에서 남편 고 김명규(48)씨와 함께 일용직으로 일하다 눈 앞에서 남편을 잃은 우다경(52)씨. 10일 오후 경기도 시흥 자택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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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8일 새벽 2시 10분께, 쿠팡CLS 시흥2캠프에서 남편 고 김명규(48)씨와 함께 일용직으로 일하다 눈 앞에서 남편을 잃은 우다경(52)씨가 남편의 생전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아들과 함께 찍은 모습.
▲  지난 8월 18일 새벽 2시 10분께, 쿠팡CLS 시흥2캠프에서 남편 고 김명규(48)씨와 함께 일용직으로 일하다 눈 앞에서 남편을 잃은 우다경(52)씨가 남편의 생전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아들과 함께 찍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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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씨는 남편이 업무 과중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남편이 사망한 8월 18일은 최저기온이 27도, 최고기온이 33도에 이를 만큼 무더웠지만 작업장에 에어컨 한 대도 없었다. 당일 프레시백 작업 물량은 40팔레트였다. 1개 팔레트에 프레시백 120개가 적재되므로 총 4800개의 프레시백을 처리해야 했던 셈이다. 그런데 그날 해당 업무를 맡은 일용직 7명 중 4명은 초보였다고 했다. 특히 4인 1조로 한 라인씩을 맡는데, 그날은 8명이 아닌 7명이 나왔기 때문에 운반을 담당한 남편이 1개 라인이 아닌 2개 라인의 운반을 모두 떠맡아야 했다고 했다.

"저도 운반 작업을 해본 적이 있는데, 한 개 라인만 해도 정말 힘들거든요. 원래 한 라인에 4명이에요. 한 사람은 세척기에 가방을 넣고, 그 다음 사람은 닦고, 그 다음 사람이 접어요. 그리고 마지막 사람이 운반을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날은 7명이었으니까 4인 1조로 2개 라인이 안 되잖아요. 한쪽 라인에 운반하는 사람이 1명 부족했죠. 결국 남편이 양쪽 라인 운반을 혼자 한 거예요. 두 사람 몫을 남편 혼자 한 거죠."

쿠팡 측은 업무 과중으로 인한 사망을 부인하고 있다. 쿠팡CLS 측은 1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고인은 아르바이트로 올해 총 3회 근무했고, 3번째 근무일에 프레시백 자동 세척 등의 작업 중 2시간 만에 의식을 잃은 것"이라며 "고인의 업무량은 평균 이하였다"고 했다. 쿠팡CLS 측은 "고인에게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이 확인된다"라며 김씨에게 건강 문제가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현재 고인에 대한 부검이 진행 중이고,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파리 목숨 대하는 것 같아요"… 쿠팡의 '로켓배송' 떠받치는 건
 
 지난 8월 18일 새벽 2시 10분께, 쿠팡CLS 시흥2캠프에서 남편 고 김명규(48)씨와 함께 일용직으로 일하다 눈 앞에서 남편을 잃은 우다경(52)씨가 쿠팡 일용직 채용 광고 문자를 보여주고 있다.
▲  지난 8월 18일 새벽 2시 10분께, 쿠팡CLS 시흥2캠프에서 남편 고 김명규(48)씨와 함께 일용직으로 일하다 눈 앞에서 남편을 잃은 우다경(52)씨가 쿠팡 일용직 채용 광고 문자를 보여주고 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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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씨는 쿠팡 측이 "사람이 죽었는데 마치 파리 목숨 대하는 것 같았다"고 울먹였다.

"쿠팡은 남편이 아팠다는데, 남편은 지병이 없었어요. 만약 남편이 아팠다면 새벽에 투잡으로 쿠팡에 가자고 했겠어요? 쿠팡은 사람 죽는 걸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것 같았어요.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이. 여태껏 사과 한 번 제대로 못 받았어요. 사람같지도 않습니다. 그들한텐 그렇게 하찮은지 몰라도, 우리 가족한테는 하루 아침에 가장이 사라진 거잖아요.

아들이 이제 저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요. 올해 18살인데 작년부터는 저나 남편에게 욕도 하고 폭력을 쓰기도 했어요. 아이 잘못이 아니라 아이가 아파서 그런다는 걸 알지만, 너무 힘들어요. 그때마다 아이한테 맞아가면서도 끝까지 타이르고, 말렸던 게 저희 남편이었어요. 남편 없이는 이제 저 혼자 아들을 통제할 힘이 없어요. 저와 아들은 어떻게 살아요?"

남편이 사망한 지 20여 일, 우씨는 아들의 증세가 더 나빠지고 있다고 했다. 허공에 대고 알아듣기 힘든 말을 하는가 하면, 우씨를 향한 공격성도 더 심해져 20여 일 동안 112에 신고를 한 게 2번이나 된다고 했다.

"저도 남편 일 겪기 전까진 쿠팡에서 이렇게 사람이 많이 죽는 줄 몰랐어요. 4년 동안 알려진 것만 13명이 죽었다고 하더라고요. 쿠팡이 왜 성공했어요? 이렇게 뒤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때문이잖아요. 그런데 왜 죽고 나면 나 몰라라 해요.

'로켓 배송' 뒤에는 밤새 일하다 죽는 사람들이 있어요. 새벽에도 '빨리빨리 하세요', '힘 좀 냅시다' 하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요. 만약 밉보이면 나를 더 이상 안 부를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말을 들어야죠. 그 압박에 길들여져서 저는 1~2초면 눈 감고도 프레시백을 접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 남편이 죽었어요.

근데도 쿠팡은 하나도 바뀌는 게 없어요. 오늘도 밤새 레일이 돌아가고 있을 거예요. 저한텐 아직도 쿠팡 인력을 구하는 문자가 와요."

그가 보여준 문자 속에는 이런 글귀들이 적혀있었다.
 
- '역대급 여름 프로모션★
심야조 : 토~월 3번 근무하면 최대 17만원!'

- '다가오는 토/일/월/화 동안
세번 근무하면 최대 17만원!'

- '★문자를 받으신 분들에게만 프로모션 적용★ 시급 환산 약 1.7만원!!
근무일자 : OO/OO(일요일) (오늘 저녁)
급여 : 112,063원(원급 82,063원 + 수당 30,000원)'

우씨와 인터뷰를 마친 늦은 시각, 김씨가 사망한 시흥 작업장으로 향했다. 우씨 말대로 산업단지 내 주변 공장들이 문을 닫고 불을 끈 것과 달리 쿠팡 작업장만은 불야성이었다. 대형 화물차가 끊이지 않고 드나들고, 컨베이어 벨트는 빠르게 돌아갔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지난 8월 18일 새벽 쿠팡 일용직이었던 고 김명규(48)씨가 일하다 사망한 경기도 시흥캠프의 10일 밤 모습. 심야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  지난 8월 18일 새벽 쿠팡 일용직이었던 고 김명규(48)씨가 일하다 사망한 경기도 시흥캠프의 10일 밤 모습. 심야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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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8일 새벽 쿠팡 일용직이었던 고 김명규(48)씨가 일하다 사망한 경기도 시흥캠프의 10일 밤 모습. 심야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  지난 8월 18일 새벽 쿠팡 일용직이었던 고 김명규(48)씨가 일하다 사망한 경기도 시흥캠프의 10일 밤 모습. 심야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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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 주가조작 ‘전주’ 유죄에 한겨레 “김 여사 기소가 마땅”

[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 “김건희 여사 처분 미룰 명분 사라져” 조선 “권력형 범죄 아냐”

대통령 용산 관저 이전, ‘맹탕’ 감사 논란 동아 “의혹 더 커지는 느낌”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4.09.13 07:28

  • 수정 2024.09.13 07:33

▲김건희 여사가 지난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각각 방문해 생명 구조의 최일선에 있는 현장 근무자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전주’(돈줄) 역할을 했던 손아무개씨가 항소심에서 방조 혐의로 유죄를 받았다. 자신의 계좌가 사용되고 실제 주식 거래에도 참여한 정황이 있는 김건희 여사의 ‘사법리스크’카 커졌다는 평가다. 경향신문은 “김 여사 처분을 계속 미루거나 봐주기로 일관한다면 권력의 시녀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했고 조선일보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전이라 권력형 범죄가 아니”라면서도 “검찰이 4년 가까이 흐른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권순형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손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5억 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앞서 손씨를 ‘공동정범’으로 기소했다가 1심 무죄가 나오자 ‘방조’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재판부는 손씨의 방조 혐의에 대해 “피고인들의 시세조종 행위를 인식하고도 이를 용이하게 방조하였음이 인정되어,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고 했다.

조선일보 “4년 가까이 흐른 사건, 검찰이 판단 내리고 책임을 져야”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검찰이 신속히 김 여사를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13일자 사설 <도이치모터스 ‘전주 방조’ 유죄, 김건희 여사도 법대로 해야>에서 “검찰도 항소심 결과를 보고 김 여사 처분 방향을 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며 “검찰이 김 여사 처분을 미룰 명분이 사라졌다”고 했다.

▲ 13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검찰은 김 여사 모녀가 주가조작으로 23억 원의 이득을 취했다는 의견서를 1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2차 시세조종에 관여한 업체 사무실 노트북에선 ‘김건희’라는 이름의 엑셀파일이 발견됐고, 김 여사가 자신의 주식을 허락 없이 싸게 팔았다며 작전세력 측에 항의했다는 법정 증언도 나왔다”며 “이 모두가 김 여사가 시세조종을 알았다고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황”이라고 했다.

한겨레도 13일 사설 <도이치 사건 ‘방조범’도 유죄, 김 여사 기소가 마땅하다>에서 “손씨의 유무죄가 주목받았던 이유는 김 여사 처벌의 가늠자가 되기 때문”이라며 “김 여사 역시 자신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되고 실제 주식 거래에도 참여한 사실이 드러난 상태다. 사실 김 여사는 주가조작 ‘선수’의 8만주 매도 요청 뒤 직접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해 8만주를 매도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 단순 방조범 이상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수사·기소가 늦어지면서 일부 범죄행위는 공소시효 만료로 처벌이 어렵게 됐으니 검찰의 직무유기 책임이 무겁다고 할 것”이라며 “최근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에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만으로도 검찰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마저 유야무야 넘긴다면 아예 법치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 13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검찰의 기소 판단을 촉구하면서도 김 여사와 손씨는 사실관계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도이치모터스 사건’ 검찰이 金 여사 기소 여부 결론 낼 때>에서 “손씨는 자신과 아내 등의 계좌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조작범과 문자를 주고받고 매수를 추천받은 정황이 나왔다. 반면 김 여사는 계좌 운용을 일임했고 주식 매매 전후 시점에 직접 주가조작범과 연락한 정황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사건은 문재인 정권 검찰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잡으려고 1년 반 넘게 수사했지만 다른 주가조작범들만 기소하고 김 여사는 기소하지 못한 것이다. 그 배경엔 이런 사실관계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주가조작이 벌어졌다는 시점도 윤 대통령 부부가 결혼하기 전의 일이다. 윤 대통령과 관련이 없어 권력형 범죄가 아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김 여사에게 문제가 있다면 기소했어야 하고, 아니라면 불기소하면 됐을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는 검찰 조사에서 주가조작 관여 사실을 부인했다. 이젠 검찰이 4년 가까이 흐른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책임을 져야 한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고 했다.

대통령실 눈치 보는 감사원? 중앙 “솜방망이 지적 피하기 어려워”

감사원이 2022년 10월 참여연대의 국민감사청구로 시작한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대통령 경호처 간부가 방탄창호 설치 공사비를 부풀려 국고에 약 15억7000만 원의 손실을 입혔다고 밝혔다. 다만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는 인테리어 업체가 주도한 것과 관련해 별도의 특혜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 2024년 9월12일 참여연대가 감사원 앞에서 ‘대통령실 · 대통령 과저 이전 불법 의혹 국민감사 결과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참여연대

참여연대는 “의혹 전반의 위법에는 사실상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보수신문에서도 감사원이 ‘대통령실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13일 <‘용산 관저’ 업체들 위법 수두룩… 추천인은 모른다는 감사원> 사설을 내고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대통령경호처 등에 주의를 요구하는 데 그쳤다. 감사 보고서에는 ‘촉박한 일정’이나 ‘불가피한 상황’ 등 대통령실을 변호하는 듯한 표현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관저 인테리어 공사의 수의계약을 따낸 업체는 ‘21그램’으로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사 가운데 한 곳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관저 이전 업무를 총괄한 김오진 전 대통령비서실 관리비서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 경호처 등을 통해 추천받았다. 해당 업체를 추천한 분들이 현 정부와 밀접한 분들”이라면서도 “누가 추천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감사보고서를 뜯어보면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커지는 느낌”이라며 “그런데도 감사원의 조사는 거기에서 멈췄다”고 했다.

▲ 13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시공 업체에 대한 감독이 지나치게 부실했던 것도 의문이 남는다. 21그램 측이 관저 인테리어 공사에서 하도급을 준 18개 업체 중 15개 업체가 무자격 업체였다. 대통령실과 행안부의 사전 승인도 받지 않고 무자격 업체를 끌어들였다”며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어 증축 공사를 할 수 없게 되자 21그램 측은 대통령실의 의뢰로 직접 종합건설사를 섭외해 왔는데, 이 건설사는 직접 시공하지 않고 대표의 친형이 운영하는 실내건축업체에 하청을 줬다. 자격 있는 업체가 직접 공사를 하고 있는지 확인은 없었다. 사실상 21그램을 위해 면허만 빌려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부분”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도 <탈법·부패 드러난 대통령실 이전, 용산의 자성 필요하다> 사설에서 “대통령실을 의식한 늦장 감사, 솜방망이 감사가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부패방지법상 국민감사는 감사 실시 결정일로부터 60일 안에 마치는 게 원칙”이라며 “그러나 2022년 12월 감사에 착수한 감사원은 일곱 차례나 기간을 연장한 끝에 1년8개월 만에야 결론을 내면서 ‘주의 촉구’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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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대통령실 이전은 ‘멀쩡한 청와대를 두고 왜 보안이 열악한 용산으로 옮기느냐’는 논란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이슈”라면서 “그런 만큼 사소한 귀책도 없도록 조심했어야 했는데, 속전속결로 이전을 강행한 것이 탈법과 부패를 만들어낸 원인이 아닌지 대통령실은 성찰해야 한다. 김 여사 관련 업체 연루 의혹에 대한 보다 투명한 조사, 설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이 아닌 ‘방탄 공사비 날림’에 초점을 맞췄다. 13일 <방탄 공사비 16억 빼돌려도 대통령 안전에 이상 없나> 사설을 낸 조선일보는 “최고 방호 수준을 요구하는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방탄 공사가 날림으로 이뤄졌다면 큰 문제”라며 “대통령실 이전은 대선 공약이었지만, 정부의 충분한 검토와 여론 수렴이 생략된 채 진행됐다. 그 과정에서 방탄과 같은 중요한 공사에 비리가 개입된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이를 심각히 여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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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총독부의 ‘반국가사상’ 탄압, 윤석열의 “반국가세력”으로 계승되다

반국가세력 100년사, 일제의 사상적 무기 꺼낸 윤석열 정권

권종술 기자 epoque@vop.co.kr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 하며 물을 마시고 있다. 2024.08.29. ⓒ뉴시스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을지 및 제36회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반국가세력이 곳곳에 암약하고 있다”며 “북한은 개전 초기부터 이들을 동원하여, 폭력과 여론몰이, 그리고 선전, 선동으로 국민적 혼란을 가중하고 국론 분열을 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0일 뒤인 지난 8월 2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반국가세력’ 발언이 누구를 말하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간첩 활동을 한다든지, 국가기밀을 유출한다든지, 북한 정권을 추종하면서 대한민국 정체성을 아주 부정한다든지, 그런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야권이나 야당을 지칭하는 것인가’라는 물음엔 웃음을 지으며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지난 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김용현 국방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국민의힘 강선영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저서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는 책에 등장하는 ‘혁명’이라는 표현을 근거로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7년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이 연상됐다”고 말하며 “현재 대한민국에 이런 사상을 가진 분들이 다수당의 대표로 국회를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떼려고 하는 세력은 우리의 주적인 북한이 주장하는 인민민주주의와 유사한 체제를 지향하는 반국가세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대표와 야당들을 향해 ‘반국가’라는 낙인을 찍었다. 윤 대통령이 말한 ‘반국가세력’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강 의원이 나서 부연 설명한 셈이다.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비슷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번엔 ‘반대한민국 세력’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해외지역회의에서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평화통일 추진은 대한민국 헌법이 대통령과 국민에게 명령한 신성한 책무”라며 “북한의 선전 선동에 동조하는 우리 사회 일각의 ‘반대한민국’ 세력에 맞서 자유의 힘으로 나라의 미래를 지켜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30년대 일제의 국가총동원 체제와 함께

등장한 ‘반국가사상 척결’ 구호

“국민의 정신적 일치결합” 강조

윤 대통령이 애용하는 ‘반국가세력’이란 단어가 우리 역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던 시기는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다.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까지 미국에서 시작된 대공황으로 전 세계 경제는 휘청거렸다.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군부와 우익세력은 이런 경제적 혼란이 거세던 1931년 9월 만주를 침략했다. 일본엔 파시즘이 득세했고, 일본의 우익과 군부세력은 ‘국가총동원 체제’를 만들자고 역설하기 시작했다. 1933년 일본 육군이 발표한 국가총동원을 위한 농촌, 사상, 교육 관련 3대 대책에 ‘반국가’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1933년 10월 16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일제는 “반국가·반군사상(反國家反軍思想)의 인쇄물을 일소하고 황도정신(皇道情神)을 철저케 함”과 “국민의 정신적 일치결합”을 통해 ‘국가총동원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서 말하는 국가는 바로 ‘일본’이다. 따라서 일제강점기 ‘반국가’라는 표현은 독립운동가들을 향한 것이었다. “조선인은 전연 조선인인 것을 잊어야 한다. 아주 피와 살과 뼈가 일본인이 되어버려야 한다”(경성일보, 1940년 9월 4일 자)던 춘원 이광수와 같이 생각하는 이들과 철저히 구별하기 위한 단어였다. 때문에 ‘반국가’는 독립운동가들에게 훈장과도 같은 표현이었다.

사상전선강화를 위해 반국가적 사상을 파쇄격멸하라고 강조하는 조선총독부의 입장을 보도한 동아일보 1938년 10월 7일자.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일본은 1937년 중일전쟁을 시작하며 국가총동원 체제를 본격화했다. 1938년엔 일본 열도와 한반도 등 식민지에서 물자를 최대한 많이 수탈하기 위해 ‘국가총동원법’까지 만들었다. 노동력, 물자, 자금, 시설, 사업, 물가, 출판 등을 통제해 일본 군부의 뜻대로 일사불란하게 사회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일제는 ‘국론통일’을 강조했다. 국론이 분열되는 것은 국가총동원에 방해가 된다고 여겼고, 일본 정부나 군부를 향해 비판하거나,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반국가’이고, 이런 노선에 따르지 않는 이들을 ‘비국민’이라고 몰아세웠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에 주둔했던 일본군 조직인 ‘조선군’ 보도국이 1938년 12월 15일 중일전쟁 1년을 맞아 조선일보에 기고한 ‘조선청장년과 시국에 대한 각오’라는 글을 보면 이런 일제의 주장을 잘 알 수 있다.

“왕왕 동포 중에 욱일승천의 세에 있는 흥륭(興隆) 일본의 세계적 세력을 인식하지 못하고 기회주의적 사상하에 배타적 주의에 취하야 풍선구와 같은 부동적 태도로서 칩거적 태도를 취하는 자 만약 일인이라도 존재할 시 이야말로 비국민으로서 단연매장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생각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국론을 분열시킨다면서 반국가 또는 비국민이라 낙인을 찍은 일제의 행동은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세력이 곳곳에 암약”하고 있으며 “북한은 개전 초기부터 이들을 동원하여, 폭력과 여론몰이, 그리고 선전, 선동으로 국민적 혼란을 가중하고 국론 분열을 꾀할 것”이라고 주장과 닮아있다.

일제강점기 친일부역 경찰과 군인

해방 이후 반공을 매개로 다시 활동

친일 세력이 과거 독립운동 세력을

‘반국가세력’이라 공격한 역사적 아이러니

아울러 ‘반국가세력’이란 표현은 일제강점기부터 ‘반공주의’와 맥을 같이했다. 조선의 독립운동가와 일본 본토에서 일본 제국주의에 반대하며 싸웠던 이들의 상당수가 ‘사회주의자’ 또는 ‘공산주의자’였기 때문이다. 1938년 조선총독부 경무국이 주도해 만든 ‘조선방공협회’는 설립 취지서에서 “반국가적 사상을 극복하여서 일본의 정신을 세계에 선양”하는 것을 자신들의 목적으로 밝히고 있다.

같은 해 일제에 전향한 좌익운동가 등이 주도해 만든 시국대응전선사상보국연맹은 결성식에서 “우리들은 황국신민으로서 일본정신의 앙양에 노력하고 내선일체의 강화 철저를 기한다. 우리들은 사상국방전선에서 반국가적 사상을 파쇄·격멸하는 육탄전 전사가 되기를 기약한다. 우리들은 국책 수행에 철저적으로 봉사하고 애국적 총후 활동의 강화 철저를 기약한다” 등 3개 항목의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일제의 이런 반공 정책에 협력한 조선인 경찰과 군인들도 많았다. 독립운동가들을 붙잡아 고문한 친일 경찰과 일본군, 관동군 등으로 복무하며 무장활동을 벌인 독립운동가들을 소탕하는데 가담했던 친일 군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반민족 행위에 앞장섰지만, 1945년 일본이 패망한 이후 미 군정에 의해 ‘반공’을 매개로 군인과 경찰로 다시 일하게 되었다. 일제시대 반민족 행위는 지우고, 자신들을 ‘반공투사’이자, 뉴라이트 세력이 주장하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의 주역으로 포장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입장에선 ‘반국가세력’일 수밖에 없었던 그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해방 이후 권력을 잡고 과거 독립운동에 가담했던 이들을 향해 ‘반국가세력’이라고 공격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반정부’는 곧 ‘반국가’라고 주장한 이승만

이승만식 주장 그대로 이어받은 수구보수정권

해방 이후 반공을 활용해 신분을 세탁한 그들은 이승만 정권 시절부터 지금까지 일제가 자주 쓰던 반국가세력이란 표현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고 있다. 아울러 이승만 정권은 국가 그 자체를 반대하는 ‘반국가’라는 표현과 정부를 비판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는 ‘반정부’라는 전혀 다른 두 개념을 뒤섞어 ‘반정부=반국가’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이승만은 1948년 11월 5일 열린 정례기자회견에서 ‘반정부와 반국가는 다르지 않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 정부는 영국이나 프랑스의 그것(정부)과는 다른 것이다. 영불 등은 내각책임제인 만큼 얼마든지 내각을 갈아낼 수 있으나 우리 정부는 4년간은 대통령 책임하에 정무를 보게 되는 것이니 현 정부를 전복하려 하는 것이니 이러한 행동은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용허할 수 없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 ⓒ뉴시스

이후 군사정권부터 지금의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수구보수 성향의 정권들은 ‘반정부=반국가’라는 이승만식의 해석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런 해석을 바탕으로 정권 퇴진, 대통령 탄핵 등의 내용을 담은 각종 시위와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에 ‘반국가’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고, 이런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는 것이다.

반국가세력 낙인찍기 위해

일제의 치안유지법을 본떠 만든

국가보안법과 박정희의 반공법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기 위해 이승만 정부가 들고나온 건 ‘국가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은 일제가 체제 유지를 위해 만든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삼았다. 일제는 천황 통치 체제를 부정하는 운동을 단속하는 단속하기 위해 치안유지법을 1925년 5월 12일부터 1945년 10월 15일까지 시행했다. 그리고, 이 법을 기초로 1948년 12월 1일 ‘국가보안법’이 태어났다. 치안유지법 제1조 “국체변혁을 목적하여 결사를 조직한 자”와 국가보안법 제1조 “국헌을 위배하여 정부를 참칭하거나 그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결사 또는 집단을 구성한 자”라는 표현이 흡사하다는 것만 보아도 두 법의 관계를 잘 알 수 있다.

국가보안법은 해방 뒤 정치적 격동기에 ‘비상시기의 비상조치’로 만든 ‘한시법’이었다. 형법이 제정되면 국가보안법은 형법으로 흡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권을 확보한 이들은 형법 제정 후에도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가보안법은 더욱 확대되고 보강되었다.

1961년 5월 16일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는 국가보안법과 별도로 반공법을 만들었다. 쿠데타 직후인 5월 19일 군사혁명위원회 장도영 의장 명의로 발표한 ‘군사혁명위원회 포고 제18호(반국가행위의 규제)’를 통해 “본관은 공산주의의 강령과 활동이 국헌을 문란케 하며 국가안전에 대한 명백하고도 계속적인 위험성이 있음을 확인하고 그 활동을 철저히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녕과 질서 및 국민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하여 다음 각항에 해당되는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그 직책에 따라 엄중처벌할 것을 포고한다”면서 “다음 각항에서 반국가단체라함은 공산당 및 이에 동조한다고 인정되는 단체를 지칭한다”고 규정했다.

1961년 7월 3일엔 ‘반국가행위의 규제’를 담은 군사혁명위 포고를 기초로 반공법을 제정했다. “반공체제를 강화하여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자나 이들에 대해서 협조하는 자 등을 일반법보다 무겁게 처벌하여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공산계열의 활동을 봉쇄한다”는 것이 이 법의 핵심 내용이었다. 반공법은 반국가단체에 가입 권유,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의 활동에 대한 찬양‧고무‧동조, 이적단체의 구성‧가입, 이적표현물의 제작, 반국가단체에 편의 제공과 ‘불고지’ 등 매우 포괄적인 규제 내용을 담았다. 국가보안법과 겹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박정희 정권은 국가보안법만으로는 대한민국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강행했다.

반국가단체에 동조하면 처벌하고, 찬양 고무행위 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반공법 초안을 소개한 경향신문 1961년 3월 10일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반공법의 별칭은 ‘막걸리 반공법’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걸려들 수 있는 법이었기 때문이다. 철거반원을 향해 ‘김일성보다 더한 놈들’ 운운했다는 이유로, 공화당이 공산당보다 못하다며 욕을 했다는 이유로, 영화에 등장하는 인민군이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로 반공법 위반으로 처벌됐다.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으로

반국가세력 양산하며

정적을 제거하고, 위기를 돌파하며

자신의 권력 유지한 박정희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처벌할 수 있었던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을 박정희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무기로 삼았다.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은 권력 유지에 방해되는 이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는 수단이 되었다. 반독재 민주화운동, 민중운동을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을 적용하여 가혹하게 탄압한 것이다. 반공법이 제정된 1963년부터 박정희 집권 마지막 해인 1979년까지 국가보안법으로 1651명이 검거됐고, 반공법으로 4031명이 검거됐다.

박정희 정권 집권 시기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검거 인원은 정권의 정치적 위기와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1969년 삼선개헌부터 1971년 제7대 대선, 1972년 유신헌법 제정까지 4년 동안 박정희 정권의 장기집권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커졌고, 이를 막기 위해 구속자가 급증했다.

이런 정치적 목적 때문에 박정희 정권은 1차 인혁당 사건(1964년), 동백림사건(1967), 통혁당 사건(1968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1974년), 민청학련 사건(1975년), 통혁당 재건위 사건(1979년), 남민전 사건(1979년) 등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벌이던 정치조직들을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이적단체로 규정해 대량구속 했고, 사형, 무기 등 중형을 선고했다.

정적 또는 정치적 반대파를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했다. 1966년 5월 민사당은 창당발기인 대회를 열고 서민호 전 의원을 대표 최고위원으로 선출했다. 그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 반대해 국회의원을 사퇴한 뒤 새롭게 당을 만들었다. 그리고 서신교환과 기자·문화인 교류 등 남북교류를 당의 통일정책으로 채택했다. 서 전 의원은 그해 5월 27일 창당준비 확대대회에서 한일기본조약의 폐기, 주월 한국군의 철수와 함께 “내가 만약 집권한다면 북한의 김일성과 국제기구를 통하거나 해서 면담, 대결할 용의가 있다”고 발언했다. 박정희 정권은 이를 꼬투리 잡아 1주일 후인 6월 3일 그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5.16 군사쿠데타 직후의 박정희 ⓒ자료사진

남북대화 등을 주장한 서 전 의원에게 박정희 정권은 반국가 낙인을 찍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서 전 의원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인물이고, 그에게 반국가 낙인을 찍은 박정희는 만주군관학교와 일본육군사관학교를 나와 일본 관동군에서 근무한 친일 군인 출신이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김일성과 만날 수 있다는 서 전 의원의 주장이 “반국가단체의 수괴를 자신과 대등한 위치로 끌어올림으로써 반국가단체인 북괴를 합법 정부인 대한민국과 동등하게 취급했다”는 이유로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 결국 무죄로 판결을 바뀌었지만, 박정희의 정치적 목적은 이미 달성된 뒤였다.

통일사회당 대표였던 김철 씨도 반국가 낙인을 피하지 못했다. 김철 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아버지다. 김철 씨는 1970년 통일사회당을 만들고 당대표로 선출된 뒤 중립화 평화통일안을 내세우면서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1971년 “잠정적으로 남북이 다 같이 유엔에 가입해야 한다” “북한정권의 현실적인 통치형태의 존재를 인정하여 북괴라 부르는 대신 북한정권이라고 호칭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주장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이롭게 했다며 구속됐다. 그리고, 재판을 통해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반국가·이적단체 조직 사건으로

정권 위기 돌파해온 전두환 정권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반국가’ ‘공산주의자’ 낙인

1979년 12·12 군사반란과 1980년 광주 학살을 거쳐 정권을 잡은 전두환도 박정희의 수법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전두환 집권 시기인 1980년부터 1987년까지 국가보안법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박정희 집권 시기와 마찬가지로 정권의 위기마다 구속자가 급증했다.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잡은 1980년부터 1981년까지 국가보안법 관련 구속자가 급증했고, 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타오르던 1986년과 1987년에 다시 급증했다.

특히 전두환 정권은 민주화운동세력을 향해 반국가단체 또는 이적단체를 구성했다는 혐의를 적극적으로 적용했다. 광주항쟁 이후 민주화운동은 이론화·조직화되면서 활발해졌고, 전두환 정권은 수많은 조직사건을 만들며 대응에 나섰다. 1981년 전민학련, 전민노련 등이 반국가단체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1985년엔 삼민투위, 민주화추진위원회(깃발사건) 등이 반국가단체로 처벌받았다. 1986년 9월엔 미국 유학 중 북한 공작원에 포섭된 뒤 국내에 잠입해 학생들의 반정부 폭력시위를 주도하면서 간첩 활동을 했다고 조작해 이른바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을 발표했다.

전두환 정권이 만든 수많은 조직사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바로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이다. 계엄사령부는 1980년 5월 17일부터 수사를 벌여 7월 4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화 운동가 37명이 북한의 사주를 받고 내란을 획책했다면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군사재판에 회부했다.

당시 계엄사령부의 수사발표를 보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괴상한 주장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계엄사령부는 “국민연합을 주축으로 방대한 사조직을 형성, 주로 복학생을 행동대원으로 하여 대중선동에 의해 학원소요사태를 일으키고 이를 폭력화, 전국적인 민중봉기를 일으켜 유혈혁명 사태를 유발케 하여 현정부를 폭력으로 전복한 뒤 김대중을 수반으로 하는 과도정권을 수립, 집권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선고됐다는 동아일보 1980년 9월 17일자 기사와 사형수로 복역하던 당시의 김대중 전 대통령 모습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김대중평화센터

계엄사령부는 또 “김대중은 8.15해방직후부터 좌익활동에 가담한 열성 공산주의자로서 73년 8월에는 반국가단체인재일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연맹(한민통)을 발기, 수괴인 의장으로 추대돼 북괴 노선을 지지 동조하는 반국가 활동을 했고 북괴 또는 조총련으로부터 받은 불순자금을 불법으로 반입해 사용했으며 계엄기간 중 포고령을 의도적으로 위반”했으며 “10.26사태가 자신의 집권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확신, 신민당 복귀를 통한 합법적 집권투쟁과 사조직을 통한 대중선동으로 정권을 탈취하는 합법적 비합법적 투쟁의 양면전략을 추진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계엄사령부의 수사발표와 함께 언론과 방송도 거들고 나섰다. 김대중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씌우기 위한 특집 보도가 이어진 것이다. “선동·권모술수로 얼룩진 「위선의 화신」 김대중을 벗긴다”(경향신문) 등 그를 좌익 공산주의자이며 북괴를 도와 반국가 활동에 나선 인물이자 각종 비위를 일삼아 온 믿을 수 없는 인물로 묘사했다.

결국,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되고, 사면으로 풀려나긴 했지만, 그에게 씌워진 반국가 등 부정적 이미지는 오래도록 그를 괴롭혔다. 지금도 수구보수세력 가운데 일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한 이런 주장을 아직도 되풀이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로 전두환 정권이 찍은 반국가 낙인의 위력은 대단했다.

여소야대 국회로 주춤했던 노태우 정권

문익환 목사 방북 등 빌미 공안정국 조성

“대한민국 안전 위태롭게 한 반국가활동”

1987년 6월항쟁 이후 직선제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노태우는 1988년 2월 취임사를 통해 “경제성장과 국가안보를 구실삼아 인간의 자유와 권리가 등한시되던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강압과 밀실 안에서의 고문이 묵인되던 날들도 이젠 지나갔습니다”라고 밝혔다. 말뿐일 수 있지만, 과거 정권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정권이 자신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반국가’ 낙인을 찍는 시대를 마감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1988년 4월 치러진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되면서 국가보안법 개정 시도 등 세상이 변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금방 허물어졌다. 1989년 통일운동의 열기가 거세지며 황석영 작가(3월20일), 문익환 목사(3월25일), 임수경 한국외대 학생(6월30일), 문규현 신부(7월25일)가 잇따라 방북했다. 당시 노태우 정권은 정부만 대북 접촉을 할 수 있다면서 창구단일화론 주장하고 있었고, 이런 정부의 방침을 벗어나 북한과 대화하거나, 북한을 방문하는 등의 행위는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며 처벌했다. 아울러 공안정국을 조성해 학생운동, 노동운동 등을 향해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당시 재판부는 문익환 목사가 북한을 방문해 “존경하는 김일성 주석”이라고 호칭하고, 북한과 함께한 만찬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동지의 만수무강을 위해 축배하자”는 축배사를 하며 함께 잔을 들었다는 이유로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찬양고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정부의 승인없이 잠행입북해 북한의 연방제통일안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팀스피리트훈련 반대 등 북한 주장에 동조한 것은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태롭게 한 반국가활동”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문익환 목사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노태우 정부 출범 이후

최초로 반국가단체로 규정된 ‘사노맹’

“무장봉기혁명으로 사회주의 국가 건설하려 했다”

검찰 박노해 백태웅에 사형 구형

민간의 통일운동을 빌미로 노태우 정권은 공안몰이에 나섰다. 1989년부터 크고 작은 조직사건을 발표했고, 1990년 여소야대 국회를 뒤엎고, 민정-민주-공화 3당 합당으로 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민자당)이 창당된 뒤엔 국가보안법 구속자가 급증했다. 3당 합당에 항의하는 대학생 등의 시위가 거세졌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동원한 것이다.

거대 여당 민자당의 행보는 순탄하지 않았다. 당시 유명 드라마 제목을 따 ‘한지붕 세가족’이라고 불릴 정도로 계파간 갈등이 심했다. 민자당 창당 직후 벌어진 4월 재보궐선거에서 텃밭인 대구에서 겨우 과반을 넘겼고, 충북 진천·음성에선 3당 합당에 동참하지 않은 민주당 계 정당인 이른바 ‘꼬마민주당’에게 의석을 넘겨주는 등 참패했다. 이후 내부 갈등을 더욱 커져만 갔고, 이런 민자당의 위기 속에서 노태우 정권은 대규모 조직사건을 발표했다.

1990년 당시 정형근 안기부 수사국장이 사노맹 사건을 발표하고 있다. ⓒ월간 말

1990년 10월 30일 국가안전기획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반국가단체라고 주장했다. 노태우 정부 출범 이후 운동단체가 반국가단체로 지목된 것은 사노맹이 처음이었다. 안기부는 사노맹이 전국의 노동현장과 대학가 등지에서 노동투쟁 폭력시위를 배후조종해온 반국가단체라며 조직원 1백50여 명을 수배 중이며 조직체계도가 수록된 워드프로세서 및 컴퓨터디스켓을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안기부는 조사결과 ‘사노맹이 전국에 1천6백여 명의 조직원으로 거대한 지하조직망을 구축했으며 조직원은 점조직형태로 가명·음어·무인포스트를 사용하고 자살용 독극물까지 개발하려 하는 등 최대규모의 사회주의 혁명지하조직’이라고 주장했고, ‘광주사태가 실패한 것은 민중이 무장력을 갖추지 못한 때문이라고 분석, 자체 폭발물개발과 무장봉기 시 무기고탈취계획까지 수립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안기부와 검찰 등은 사노맹이 북한과 어떠한 연계도 없었지만, 북한과 연계가 있는 것처럼 주장했고, 결국 주범으로 몰린 박노해와 백태웅에게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지만, 박노해는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백태웅은 1심에서 무기징역, 2심에선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두 사람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특별 사면으로 출소했다.

쌀개방과 연이은 대형참사로

위기 맞은 김영삼 정권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과

“정당·언론에도 주사파 있다”는

서강대 박홍 총장 발언으로

시작된 신공안정국

1993년 2월 김영삼 정권이 출범했다. 민주자유당이 재집권한 것이지만, 오랜 군부독재를 거쳐 군인 출신이 아닌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면서 출범한 ‘문민정부’였다. 집권 초기 금융실명제. 하나회 척결, 안기부 개혁 등 여러 변화가 있었고, 한때 김영삼 대통령 지지율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국민적 지지도 높았다. 아울러 국가보안법 구속자도 줄어들면서 ‘공안 정국’은 이제 막을 내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정권의 위기가 닥치자 김영삼 정권의 선택도 과거 군사정권과 다르지 않았다. 1993년 말부터 쌀시장 개방 논란 때문에 농민을 비롯한 여러 국민의 불만이 커졌다. 대형 참사도 잇따르면서 김영삼 정권의 위기감을 키웠다. 3월 구포역 열차 전복 사고로 78명이 사망하고 198명이 다쳤다. 7월 26일 목포행 아시아나 여객기가 추락해 66명이 사망하고, 44명이 부상을 당했다. 10월 10일엔 전북 부안군 위도 앞바다에서 서해훼리호가 침몰해 292명이 목숨을 잃었다. 김영삼 정권의 지지율은 추락했다.

그러다 1994년 7월 8일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면서 정국은 급변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었다. 당시 정상회담 상대인 김 주석이 사망한 만큼 조문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야당 등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이부영 민주당 의원은 7월 11일 국회 외무통일위원회에서 “북한을 협상의 상대로 본다면, 북한 권력층이 문제가 아니라 북한 주민의 심리적 상태를 고려해 조문단을 파견할 의사가 있는가”라고 질의하기도 했다.

서강대 박홍 총장은 주사파가 1만 5천 여명에 이르고, 정치, 언론, 교육계 등에 진출해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1994년 8월 26일자.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하지만, 야당의 김일성 조문 관련 질의를 빌미로 당시 여당이던 민자당과 보수언론은 조문이 곧 ‘김일성주의 찬양’이라고 주장하면서 조문 논쟁은 색깔론 논쟁이 됐다. 대검 공안부는 “김일성 추도행위를 벌일 경우 국가보안법 위반(반국가단체 고무 및 찬양) 혐의로 엄단할 방침”이라며 엄포를 놓았다. 1994년 7월 18일 서강대 박홍 총장은 청와대에서 열린 대학총장 간담회에서 “주사파 뒤에는 사노맹과 사로청이 있고, 그 뒤에 김정일이 있다”고 주장하며 분위기는 고조됐다. 아울러 박 총장은 “북한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유학생이 교수로 있다”, “정당·언론에도 주사파 있다”고 발언했다. 다음날 ‘중앙일보’가 ‘병균은 색출해야 한다’는 사설로 박 총장을 거들었다. 그리고 각종 언론과 국가기관이 총동원돼 주사파 색출 소동이 벌어졌다. 이후 ‘주사파’ 관련 조직사건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이들은 1심 재판과정에서 대부분 집행유예나 보석으로 풀려나왔으며, 안기부 검찰 등이 발표한 수사내용은 거창했지만, 실제 기소단계에서 축소되기도 했다. 해당 사건과 무관한 이들이 조직도에 끼워 넣어진 것이 나중에 밝혀지는 등 경찰과 공안 기관이 무리한 수사를 통해 과대 포장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김영삼 정권의 공안정국은 정권 입장에선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 공안세력의 칼날이 거세지자 진보진영 내에선 균열이 일어난 것이다. 많은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의 통일운동이 친북성향 일변도 였다”면서 “주사파 배격”을 선언하고 나섰다. 그리고, 이들의 주장은 정권의 공안탄압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았고, 정권으로선 진보진영을 분열시켜 위기를 돌파하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2003년 송두율 교수를 둘러싼 이념공방

여유와 포용력’을 강조한 노무현 대통령에

“적대적 행위 옹호하면

애국적 행동은 반국가적 행위가 되는 것”

총공세 나선 한나라당

1998년 2월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했다. 전두환 정권이 내란을 획책한 반국가단체의 수괴로 지목돼 사형까지 선고받았던 김대중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는 이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었다. 특히 반국가단체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김대중 정부에선 국가보안법 개정이 논의됐고, 노무현 정부에선 국가보안법 폐지가 검토됐다. 물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진 못했지만, 정권이 나서 정적이나 정치적으로 반대의견을 가진 이들을 ‘반국가’로 몰아세우는 일은 없어졌다.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진 10년 동안 연이어 남북정상회담과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며 남북 화해 분위기와 함께 ‘반국가’라는 낙인을 찍는 야만의 정치는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반국가’라는 낙인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했다. 과거 집권세력이었던 한나라당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민주개혁세력,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정당과 진보세력을 공격하는 무기로 여전히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2003년 송두율 교수 사건이다. 그해 9월 송두율 교수는 37년 만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초청으로 가족과 함께 귀국했다. 국가정보원은 당시 그를 노동당 서열 23위 김철수와 동일인이라며 ‘해방 이후 최고 거물급 간첩’으로 몰아세웠다. 그 과정에서 송 교수의 조선노동당 입당 사실이 밝혀졌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의 공세는 거셌다. 노무현 대통령이 10월 13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송두율 교수 처리문제에 대해 ‘여유와 포용력’을 강조하자 박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대통령이 국기문란 행위에 대해 사실상 포용하자는 편향된 사고를 보이고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자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식으로 적대적 행위를 옹호하면 애국적 행동은 반국가적 행위가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변인은 이어 “국정 최고책임자가 실정법인 국가보안법을 일종의 악법이라는 식으로 인식, 대통령이 남북관계에서도 경계인적 사고를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며 노 대통령을 향해서도 이념 공세를 펼쳤다.

송두율 교수 ⓒ영화 경계도시2 스틸컷

이러한 이념 공세는 효과를 거뒀다. 송두율 교수의 귀국을 추진했던 참여정부와 진보진영 인사들도 당황하기 시작했다. 송 교수는 “학술 활동을 위해 북한을 드나들려면 관례적으로 노동당 가입 절차를 치러야 했고, 이후 노동당원으로서 활동하지도 않았고 스스로 노동당원임을 의식하지도 않았다”라고 해명했지만, 진보진영에서조차 진의를 의심했다. “현 상황을 원칙이나 진정성으로 생각하지 말고, 축구를 할 때 골문을 수비하는 것처럼 기술적으로 생각하라”라며 노동당 탈당과 독일 국적 포기를 종용하는 이들도 있었다.

송 교수는 결국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당 탈퇴와 독일 국적 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7년을 받았다. 그리고 2004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보름 만에 한국을 떠났다. 4년 뒤인 2008년 대법원에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여론재판은 이미 끝난 뒤였다.

이명박·박근혜 연이어 집권

돌아온 전가의 보도 ‘반국가세력’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 속 터진

내란음모 사건

“총기 마련해 국가시설 파괴 모의”

수구보수 세력은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 지나 2008년부터 연이어 이명박·박근혜를 당선시키며 권력을 다시 잡았다. 다시 잡은 권력과 함께 강력했던 그들의 무기도 다시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국가보안법을 동원해 이들은 집권 내내 크고 작은 조직사건과 간첩단 사건을 연이어 터트렸다. 그리고, 조직사건과 간첩단 사건은 주로 진보정당을 노렸다. 이 시기 야권은 진보세력과 개혁세력이 선거연합을 통해 2010년 지방선거 등에서 승리하는 등 위력을 발휘했고, 조직사건과 간첩단 사건을 매개로 야권연합에 균열을 만들려는 의도였다. 이명박·박근혜 집권 시기 내내 이어졌던 이런 공격의 정점이자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바로 2013년과 2014년 이어진 ‘통합진보당 해산사건’과 ‘내란음모 조작사건’이다.

2013년 8월 28일 국정원은 이석기 의원을 포함한 통합진보당 주요 당직자 10명의 자택과 의원실 등 18곳을 전격 압수수색하고 3명을 ‘내란음모’ 혐의로 체포했다. 당시 박근혜 정권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로 정통성이 의심받는 일대 위기를 맞았다. 이런 위기를 타개할 방법으로 박근혜 정권은 과거 수구보수 정권이 애용하던 무기를 다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사건을 다룬 당시 언론 보도들이다. 당시 국정원을 통해 언론이 보도한 이석기 의원의 발언과 통합진보당 당원이 기자고 있던 폭탄제조법 등은 이후 재판에서 모두 허위임이 밝혀졌다. ⓒ방송화면 등 캡쳐

조선일보는 8월 30일 ‘지하조직 비밀회의 녹취록 국정원 입수’를 전했다. 이른바 지하조직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녹취록 내용이 공개되기 시작했다. 한국일보는 단독보도라며 녹취록 요약본을 실은 데 이어 전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 언론에선 ‘사제폭탄’, ‘기간시설 파괴’ 등 자극적 언어가 넘쳤다. 이런 총공세를 통해 이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에 찬성하라고 야당을 압박했고, 또 종북세력의 국회 진출에 민주당도 책임이 있다는 발언이 당시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쏟아졌다.

결국, 9월 4일 국회 본회의가 열리고, 찬성 258, 반대 14로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은 가결됐다. 민주당은 물론 한때 같은 당에 있었던 정의당마저 동조했다. 이후 국정원은 이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집행했다. 6일 정부는 ‘위헌정당 TF’를 구성했고, 새누리당은 이 의원 제명안을 제출했다.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 논의하는 회합”

주장하며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선고

이후 재판과정에선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 흘러나온 내용 대부분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통합진보당에 호전적 낙인을 찍었던 근거가 된 녹취록은 “구체적으로 준비하자”를 “전쟁을 준비하자”로 조작하는 등 수백 곳 넘게 오류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내란음모를 실행한 조직으로 지목받은 이른바 ‘RO’는 재판과정에서 실체가 없음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2015년 1월 22일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로 판결했지만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은 ‘유죄’로 판결했다. 선동 즉 부추기는 언행이 유죄가 되려면, 그로 인해 유발되는 ‘구체적 행위’가 전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행위없이 ‘말’ 한마디로 중형을 선고했다.

대법 판결이 나오기 전인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이미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하는 등 활동을 한 것은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고, 이러한 진보당의 실질적 해악을 끼치는 구체적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당해산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밝혔다. 국회의원직 상실과 관련해서도 위헌 정당의 해산을 명하는 비상상황에서는 국회의원의 국민대표성은 희생될 수밖에 없으므로 진보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위헌정당 해산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적 효력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헌재의 주장은 정부가 지난 2013년 11월 진보당 해산 청구 이후 해온 주장을 마치 녹음기처럼 되풀이한 것으로 정부 입맛에 맞춘 판결이었다.

촛불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

하지만, 여전히 건재한 국가보안법

윤석열 대통령 등장과 함께

다시 살아난 반국가세력 주장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는 등 공안몰이를 이어가던 박근혜 정권의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박근혜 정권은 위기를 맞았고, 2016년 10월29일부터 시민들은 “이게 나라냐”라며 19번의 촛불집회를 열었다. 그렇게 모인 함성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했다. 대선은 새롭게 치러졌고, 그렇게 촛불들의 기대를 모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취임했다.

문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만 같았다. 국가보안법 등 공안 악법과 국정원을 비롯한 공안기관 등을 철폐 또는 개혁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많았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체제는 전혀 변하지 못했다. 국가보안법은 이미 사문화된 것이라며 민주당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렇게 살아남았던 과거의 불씨는 결국 윤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다시 타오르게 됐다.

대학생 역사동아리연합 진보대학생넷, 청년진보당, 청년하다, 평화나비 네트워크 등 청년 대학생들이 15일 광복절 경축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뉴라이트 인사 등용, 굴욕적 역사외교를 거부하는 대학생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08.15 ⓒ민중의소리

2022년 5월 취임한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당선된 만큼 집권 초기엔 별다른 이념적 행보를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임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위기가 닥치자 윤 대통령은 ‘반국가세력’이라는 일제강점기부터 강력한 무기를 꺼내 들었다. 주요 요직에 뉴라이트 출신을 기용하면서 이념 공세를 이어갈 준비를 마쳤고, 취임 1년이 지난 2023년 8월부터 윤 대통령의 발언은 과격해지기 시작했다.

반국가세력, 반대한민국 세력 등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 총공세

‘반국가세력’이라는 무기를

사용해온 권력의 말로 어떠했는가를 살펴

윤석열 대통령은교훈을 찾아야

윤 대통령은 2024년 8월 15일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서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에서 이러한 반국가세력들의 준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 사회가 보장하는 법적 권리를 충분히 활용하여 자유사회를 교란시키고, 공격해 왔습니다. 이것이 전체주의 세력의 생존 방식”이라며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일제의 지배로부터 해방된 광복절 기념사임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화살은 일본제국주의가 아닌 북한과 대한민국의 야권과 진보세력으로 향했다.

8월 25일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에선 “시대착오적인 그런 투쟁과 혁명과 그런 사기적 이념에 우리가 굴복하거나 거기에 휩쓸리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고, 한쪽의 날개가 될 수 없습니다”라고 주장했고, 8월 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선 “이념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전임 문재인 정부의 이념 성향을 공격했다. 8월 29일엔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에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들은 허위 조작, 선전 선동으로 자유사회를 교란시키려는 심리전을 일삼고 있으며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공산전체주의의 생존 방식”이라며 야당과 진보세력을 상대로 사상전을 벌일 것을 독려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이후 반국가세력, 공산전체주의 맹종 세력, 반대한민국 세력 등 비슷한 표현을 이어가며 야권과 진보진영을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공격에도 불구하고 2023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2024년 총선에서 연이어 참패했다. 지지율은 더욱 떨어져 20% 이하로 떨어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일제를 시작으로 오늘에 이르기까지 ‘반국가세력’이라는 무기를 사용해온 권력의 말로가 어떠했는가를 살펴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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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가 하이브에서 따돌림? '직장내괴롭힘'법 적용할 수 있나

[분석] 아이돌 노동자성 논란과 뉴진스를 노동자로 가정할 때 따져볼 것들

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4.09.13. 05:01:03 최종수정 2024.09.13. 06:15:16

케이팝 아이돌 그룹 뉴진스 멤버들의 '작심 폭로'로 인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뉴진스가 의료기록·연습 영상 유출에 대한 사측의 책임을 물은 데 더해 기획사 하이브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자, 뉴진스의 한 팬은 고용노동부에 '직장내괴롭힘' 혐의에 따른 수사를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뉴진스가 제기한 문제들이 실제 법적 처벌로 이어질 수 있을지 법리적 쟁점을 추려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봤다.

'뉴진스 따돌림 의혹' 사건과 한 팬의 '직장내괴롭힘' 수사의뢰

'뉴진스 따돌림 의혹'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뉴진스 멤버 하니는 지난 11일 유튜브에 올린 '뉴진스가 하고 싶은 말' 영상에서 "얼마 전 하이브 건물 4층 메이크업을 받는 곳에서 다른 아이돌 멤버와 매니저를 마주친 적이 있는데 매니저님께서 제 앞에서 다 들릴 정도로 '(하니를) 무시해'라고 하셨다. 제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고 어이가 없다"며 "그런 일을 누구도 당하지 않으면 좋겠다. 다른 멤버들도 그런 일을 당할까 봐 무서울 수밖에 없다"고 폭로했다.

이어 "새로 오신 대표님한테 말씀드리긴 했는데 '저한테 증거가 없고 너무 늦었다'면서 넘어가려고 한 걸 보면, 저희를 지켜줄 사람이 없어졌다는 걸 느꼈다"며 "한순간에 약간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제가 직접 당했던 일인데도 제 잘못으로 넘기려 하시니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생길지 걱정되고 무섭다"고 말했다.

다른 멤버 민지도 "상상도 못할 말과 태도를 당했는데, (무시하라는 말을 한 매니저가) 사과는커녕 잘못을 인정하시지도 않았다"며 "앞으로도 이런 비슷한 일이 얼마나 더 일어날지 지켜주시는 사람도 없는데 은근히 따돌림을 받지 않을지 당연히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12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평소 뉴진스를 응원하는 팬으로서 어제 폭로 영상을 보고 울분을 토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특히 '하이브 내 뉴진스 따돌림 의혹'은 실체적 진실이 규명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국민신문고로 근로기준법 '전속 수사권'을 가진 고용노동부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근로기준법상 직장내괴롭힘의 정의인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인용하며, 뉴진스 멤버들에게 일어난 일이 노동부가 직장내괴롭힘 행위의 예시로 든 '따돌림 지시' 피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쟁점 ① : 뉴진스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인가

'뉴진스 따돌림 의혹'에 직장내괴롭힘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관해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뉴진스 멤버들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인지다. 학계에서는 특히 미성년 아이돌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2010년대 이후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일본·프랑스 등에서는 연예인의 노동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가 정착됐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B 노무사는 12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는 '직장내괴롭힘' 혐의 성립 요건의 대전제는 상시 근로자수 5인 이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일 것"이라며 "하이브와 뉴진스 멤버들이 체결한 계약의 형식과 실질이 '근로계약'에 해당하지 않으면, 성립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직장내괴롭힘' 혐의는 성립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기획사와 연예인이나 아이돌은 '근로계약'이 아닌 '민법상 용역계약'에 가까운 관계를 갖는다. 아이돌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직접 따진 대법원 판례는 없다"며 "그나마 'KBS 방송연기자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 사건에서 대법원이 근로자성을 인정했지만, 이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보다 광의의 개념"이라고 부연했다.

뉴진스 멤버들이 노동자가 아니라고 볼 경우 하니가 들은 '무시해' 발언에 형법상 모욕죄를 적용할 가능성을 떠올려볼 수 있지만, 이 역시 성립 가능성은 높지 않다. C 변호사는 "형법상 모욕은 보통 욕설 등을 뜻한다. '무시해'라는 말을 모욕죄로 의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쟁점 ② : 뉴진스를 근기법상 노동자로 가정하면 따져볼 것들

만약 뉴진스 멤버를 노동자로 가정하거나, 뉴진스 멤버들이 겪은 일이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에게 일어났다고 가정하면, 직장내괴롭힘의 다른 법적 성립 요건을 따져볼 수 있다.

먼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가졌는지를 봐야 한다. '무시해' 발언을 한 타 그룹 매니저가 뉴진스 멤버에게 '지위의 우위'를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관계의 우위'는 수적 측면(개인·집단 등), 인적 속성(연령, 학벌, 성별 등), 직장 내 영향력 등 모든 관계에 관한 것으로 구체적 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참고로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뉴진스 멤버들에게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모두 가진 이로 볼 수 있는데, 뉴진스 멤버들의 부모들이 '방 의장이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음으로는 가해자의 행위가 '업무와 관련이 있고 적정범위를 넘어선 것'인지를 따져야 한다. 이를 판단할 때는 행위의 강도와 지속성이 함께 고려된다. 하니가 '무시해'라는 말을 한 번 들었다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률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다른 사정이 더 드러나 회사 내에서 뉴진스에 대한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따돌림이 있었다는 점이 입증되면 성립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 참고로 뉴진스 멤버들은 '영상에서 말하지 못하는 일들이 더 있었다'고 말했다.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관련해서도 입증이 필요하다. B 노무사는 "하니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는 것은 분명하나 정신적 고통으로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을지는 추가 판단이 필요하다"며 "통상 정신과 진료에 따른 우울장애 등이 발생한 경우를 정신적 고통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의료기록 유출은 위법행위

전날 영상에서 민지·해린 등은 모기업 하이브 측의 의료 기록 유출 의혹도 제기했다. 이들은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얼마 전에 저희의 연습생 시절 영상과 의료기록 같은 사적 기록이 공개됐다. 그걸 처음에 보고 정말 놀랐다. 저희를 보호해야 하는 회사에서 이런 자료를 관리 못하고 유출시켰다는 게 정말 이해가 안 됐다"며 "부모님과, 그리고 민(희진) 대표님과 함께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하이브는 해결해주지 않았고 또 적극적인 조치도 없었다"고 밝혔다.

C 변호사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하지만, 타인의 의료기록을 유출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의료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에 해당한다. 당자사 동의 없이 이를 유출하면 5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걸그룹 뉴진스가 11일 민희진 전 대표의 복귀를 바란다며 "25일까지 어도어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하이브와 방시혁 의장에게 요구했다. 뉴진스 멤버 5명은 이날 오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저희가 원하는 건 민희진 대표가 대표로 있는 경영과 프로듀싱이 통합된 원래의 어도어"라며 이같이 말했다. 사진은 뉴진스 맴버 5명이 유튜브 라이브 방송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용락 기자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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