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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세수 펑크에 또, 기금·교부세로 돌려막기 한다는 정부

기금 축소 여파로 외환시장 대응·공공주택 지원 축소 우려…지방정부 책임 전가 논란 반복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10.28. ⓒ최상목
정부가 세수 결손 대응 방안을 내놨다. 지난해와 같이 기금을 헐어 결손분을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기금 고유의 목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방교부세를 삭감하는 방안도 담겼다. 정부가 2년 연속 교부세를 깎아, 지방정부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2024년 세수 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 방안’을 보고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9월 세수 결손을 공식화했다. 세수 재추계 결과, 올해 국세수입은 337조 7천억원으로, 당초 예산 367조 3천억보다 29조 6천억원(8.1%)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에는 56조 4천억원의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정부는 올해 각종 기금에서 돈을 끌어와 세수 결손을 메우는 데 쓸 계획이다. 지방정부와 시도 교육청에 내려보내는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을 깎는다. 당초 잡은 예산을 일부 불용 처리해 세수 결손을 충당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외평기금·주택기금 헐어 결손 충당금 마련…기금 고유 목적 훼손 지적

기금에서는 14조~16조원을 끌어다 쓴다.

외국환평형기금이 4조~6조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외평기금은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조성하는 기금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팔아 원화를 사들이고, 환율이 내리면 원화를 팔아 달러를 사들인다.

정부는 지난해도 대규모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외평기금 20조원을 투입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9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세수 결손 대응 방안으로 외평기금 활용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으나, 한 달 만에 뒤집었다.

정부는 외환시장 대응 여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외평기금을 축소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결산 기준 외평기금 자산 규모는 272조원이다.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외평기금을 헐어 쓰면 외환 시장 대응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많이 올랐다”며 “미국 대선도 있고 한국 경제 지표도 안 좋기 때문에 오히려 외평기금을 여유 있게 확보해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여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은 만큼 그간 상대적으로 많은 외평기금을 확보해 위험 대비하고 있었다”며 “갑자기 외평기금이 너무 크다며 헐겠다는 건 정부 재정 운영 실패를 가리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외평기금 유동자산 규모는 2022년 111조원에서 지난해 94조 7천억원으로 급감했다. 세수 결손 대응을 위해 외평기금을 헐어 쓴 영향이다. 올해도 외평기금을 축소하면, 유동자산 규모는 64조원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추산된다.

연구소는 “외평기금 자금 출입은 외환 정책 차원에서 수행돼야 할 것”이라며 “시장 참여자가 외환 정책과 상관없이 세수 결손을 메우고자 외평기금 자산이 감소한다는 시그널을 준다면 이는 외환 정책의 신뢰성을 훼손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외평기금뿐 아니라 주택도시기금에서도 2조~3조원을 끌어올 계획이다. 주택기금은 국민주택채권과 청약저축, 대출이자 수입 등으로 자금을 조성해, 임대·분양주택 건설과 주택 구입·전세 지원에 활용한다.

주택기금 축소로, 서민 주거권 보장을 위한 주택 건설·금융 지원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기재위의 종합감사에서 최 부총리를 향해 “올해 2조~3조원의 주택도시기금을 (세수 결손 대응에) 활용하겠다는 건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축소하겠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전문가들도 주택기금 활용 방안에 비판적이다.

우 교수는 “시기에 따라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여건이 좋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그럴 때는 자금을 잘 운용해서 차후에 임대주택을 공급할 때 이상이 없도록 적립해 놓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금에 돈이 남는다고 세수 결손 충당하는 데 쓸 거면 기금을 운용하지 않고 예산 사업만 해야 한다”며 “후진적인 정책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중계주공1단지. ⓒ민중의소리
반복되는 지방정부 책임 전가에 지자체 재정 위축 우려

세수 결손을 지방정부에 전가하는 행태가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을 각각 2조 2천억원, 4조 3천억원, 총 6조 5천억원을 삭감할 계획이다. 당초 교부세와 교부금 예산은 총 9조 7천억원이었다.

교부세와 교부금은 국세수입을 재원으로 한다. 정부는 세수가 줄었으니, 교부세와 교부금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임의적인 교부세 삭감은 위헌 논란의 대상이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교부세를 약 7조 2천억원 삭감했는데, 이에 반발해 일부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지방정부 자치권·재정권과 국회 예산심의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교부세를 삭감하려면 추가경정예산을 제출해 국회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2년 연속 교부세 삭감으로 지방정부 재정 여력은 더욱 위축될 우려가 크다.

김현동 교수는 “지자체는 정부가 주기로 한 교부세를 고려해 예산을 짜는데, 갑자기 정부가 예정된 금액을 보내지 않으면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교부세 삭감을 강행하면 지자체로서는 대응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세수 결손을 해소할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수 결손의 원인이 된 감세 정책을 손봐야 하는데, 정부는 편법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통상적인 오차 범위 내에서의 변동이라면 기금을 활용해도 큰 무리가 없겠지만, 지난해와 올해처럼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한 상황에서 기금을 끌어 쓰는 건 적절치 않다”며 “비정상적인 규모의 세수 결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감세 정책을 되돌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역대급 세수 결손이 났을 때 전문가들이 증세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으나, 정부는 이를 무시하면서 올해 다시 예측가능한 세수 결손을 야기했다”며 “증세라는 정공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기금 돌려막기 등 편법으로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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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송환 기다리던 장기수 박희성 선생 별세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10/29 09:54
  • 수정일
    2024/10/29 09:5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자명

  •  편집국
  •  
  •  승인 2024.10.28 10:03
  •  
  •  댓글 0
 

2차 송환을 기다리던 장기수 박희성 선생이 27일 향년 90세의 일기로 끝내 운명했다. 오후 6시경 낙성대 소재 ‘만남의 집’에서 같이 생활하시던 장기수 양희철 선생이 저녁식사로 죽을 끓여 고인의 침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가 숨을 거둔 고인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심정지 상태였고, 서울에 있는 (양)딸과 양심수 후원회 성원들이 도착해 임종을 확인했다. 사인은 백혈병 합병증으로 인한 부정맥.

전날 딸이 해준 밥으로 점심과 저녁을 기분 좋게 드셨고 같이 손잡고 북녘 구경 간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고인의 일대기는 민병래 작가의 도움으로 2020년 11월 본지에 게재했다.

☞기사 보기 ‘2016년 여름 어느 날, 길고 길었던 박희성의 하루’

1935년 평안북도 박천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시 16세의 나이로 인민군에 자원입대해 양구전투와 원산전투에 투입됐으며, 1952년(당시 18세) 조선로동당에 화선(火線) 입당했다.

1953년 최현 군단장 산하 원산 재상륙방어전에 투입됐으며, 7월 27일 정전협정 후 흥남군관학교 입교했다가 1957년 제대 후 귀향했다. 이후 당선전부에서 영화 이동영사기사로 일했다.

1962년 6월 1일 공작선 기관사로 대남침투공작 중 화성에서 체포됐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7년 간 복역했다. 1988년 12월 21일 장기수 양원진, 강담 선생 등과 함께 광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이후 생계를 위해 막노동을 전전했다.

 

2000년 9월 2일 63명의 장기수 1차 송환 후 2001년에 2차 송환을 신청해 북송을 기다려 왔다.

고인은 스물여덟 살에 남파됐을 때 갓 돌을 넘긴 아들이 있었다. 북에 가서 아들을 봐야 한다는 일념으로 평생을 소식하며 술은 입에 대지 않았고, 매일 운동했다. 특히 86살까지 6.15산악회와 함께 산행 하며 건강을 다졌다.

고인은 최근 급격히 기력이 떨어지고 외출 후에는 입술이 타는 등 식사를 제대로 못해왔다.

빈소는 서울 을지로 소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특실 207호에 마련됐다. 29일 오후 고인을 기리는 추모의 밤이 예정돼 있으며, 발인은 30일이다.

박희성 선생의 운명으로 한때 33명이었던 2차 송환 희망자는 현재 낙성대에 기거하는 양원진(96), 김영식(92), 양희철(91), 그리고 부산에 박수분(95), 대전에 이광근(80) 등 5명만 남았다.

아래는 기사 발췌본이다.

2016년 여름 어느 날, 길고 길었던 박희성의 하루

2000년 10월, 비전향장기수 1차 송환에서 제외된 그는 2차 송환을 손꼽아 기다렸다. 2016년 여름이 되었으니 벌써 15년이 넘게 기다린 세월이다.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귀환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팔십이 넘고 2차 송환은 기약이 없으니 죽기 전에 가족들 얼굴이라도 한 번 보는 게 소원이 되었다. 그래서 개별 상봉을 신청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광주교도소에서 출소, 교도소가 본적지가 되었다

박희성의 본적지는 광주시 북구 문흥동 88-1번지, 지금은 이전했지만 과거 광주교도소가 있던 자리다. 박희성은 이곳에서 만 27년을 복역하고 88년 12월 22일, 강담(2020년 8월 21일 작고)과 같이 출소했다. 그래서 광주교도소가 본적지가 되었고 출소하는 날 주민등록번호 생년월일 다음 일곱 자리 중 여섯 자리가 특별한 번호를 부여받았다.

 

잊을 수 없는 남양만에서의 전투

평양과는 오전 8시, 10시, 오후 2시 30분, 4시 30분, 6시 30분. 이렇게 다섯 차례 무전을 주고 받았다. 마지막 교신이었던 오후 6시 30분, 그대로 작전을 진행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박희성이 탄 배는 국화도에서 서서히 움직였다. 멀리 행담도 쪽에서 민가의 불빛이 별빛처럼 가물거렸다. 남양만 깊이 들어가 평택방면으로 안내원을 내려주는 것이 그날의 임무였다. 전조등 없이 항해를 하려니 까막눈 신세였다. 평소 같으면 고깃배들이 한참 조업 중일 텐데 이날은 거의 볼 수가 없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으로 한발 한발 들어갔다.

 

최현 2군단, 원산 배치

박희성은 52년 말 최현이 군단장인 2군단으로 옮겨져 13사단에 배속되었다. 그리고 원산방어작전에 투입되었다. 당시 원산이나 남포에 ‘인천상륙’같은 작전이 전개될 것이라는 첩보가 있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2사단은 안변, 27사단은 마식령, 13사단은 원산을 바라보는 내륙 안쪽에 배치되었다. 박희성은 낮에는 깊은 토굴 속에서 은신했다. 찐쌀을 보급 받아 이를 물에 불려서 먹었다. 우려했던 상륙작전은 없었고 이렇게 대치상태를 보내다가 휴전을 맞았다.

 

화선 입당, 당원번호 0466171

박희성은 화선 입당을 했다. 전선에서 불꽃이 튀는 가운데 입당했다는 말이다. 51년 양구군에서 공방전을 벌일 때 군공메달을 받았고 52년 원산방어작전 때 전사영예훈장 2급을 받은 게 높이 평가되어 군대정치부 중대장(세포위원장)의 보증으로 입당했다. 52년 5월 24일 생일을 두 달 넘겨 가입했고 당원 번호는 0466171였다. 사단에 가서 당원증을 받았는데 물에 젖을까봐 기름종이에 싸서 품에 보관했다.

 

영화감독이 꿈이었습니다

57년에 제대한 그는 다시 구성으로 돌아갔다. 군당에서는 두 가지 직업을 권했다. 하나는 군의 경력을 살려 트럭운전수를 하는 일과, 다른 한 가지는 극장의 상영기사였다. 박희성은 운전이 군에서 오랫동안 해온 일이어서 내키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기에 그는 선뜻 촬영기사를 택했다.

고 박희성 선생 약력

-1935년 3월 24일 평안북도 박천군 출생

-1948년 구성군 관서국민학교 졸업, 관서중학교 입학

-1950년 조선인민군 자원입대, 길림에서 훈련, 양구/원산 전투 투입

-1952년 군공메달과 전사영예훈장, 화선입당

-1953년 최현 2군단장 산하 원산 재상륙방어전 투입, 정전 이후 흥남군관학교 입교

-1957년 제대 후 귀향, 트럭 운전, 선전부 영화 이동영사기사

-1959년 당 연락사업 소환, 해주 해상공작임무, 결혼 후 1961년 득남(동철)

-1962년 6월 1일 공작선 기관사로 대남침투공작 중 화성에서 피체

-1988년 12월 21일 양원진, 강담 선생 등과 광주교도소 출소, 막노동 전전

-2000년 9월 63명 장기수 1차 송환 후 2001년 2차 송환 신청(33명)

-2024년 10월 27일 낙성대 만남의 집에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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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루지 못한 용산 이전...이태원 재판 2년, 밝힌 것과 밝혀야 할 것

[참사 2주기 기획] 관련자 무죄에도 '국가 책임' 언급한 판결문... 그날의 재구성과 책임자들

24.10.29 07:06l최종 업데이트 24.10.29 07:06l
 
이태원 참사 관련 모든 형사재판을 꼼꼼히 기록한 <오마이뉴스>가 참사 2주기를 맞아 그 동안 밝혀진 것, 재판의 한계, 그리고 앞으로 밝혀야 할 내용을 정리했다. [편집자말]
눈물 보이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 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한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17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무죄를 확정받자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무려 159명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가 2주기를 맞았지만, 아직까지 정부는 시민들에게 단 한 번도 참사가 왜 발생했고,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책임 있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참패한 뒤에야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설치를 수용했고, 지난 9월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특조위는 이제 막 준비단계에 와있다.

행정부의 설명이 빈칸으로 남아있는 동안, 그나마 법정에서 사실의 조각들이 공적으로 발화되고 기록돼 왔다. 특히 최근 2주기를 앞두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재판의 1심 결과들이 연이어 나왔다. ①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 서울경찰청 관계자 3명 ②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 4명 ③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용산경찰서 관계자 3명 중 업무상과실치사 유죄가 선고된 것은 일선 경찰인 용산경찰서 관계자들뿐(9월 30일)이었다.

1심 법원은 경찰 '윗선'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선 참사를 '예견'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10월 17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대해선 인파사고를 막을 법적 '의무'와 '권한'이 없었다는 이유(9월 30일)로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10·29 이태원 참사 법률지원TF 단장을 맡고 있는 오민애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법원이 구체적인 업무상 주의의무를 따짐에 있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159명 사망해도 정치적·도의적 책임 외면한 정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0월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압사사고 현장을 찾아 소방과 경찰의 설명을 들으며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무죄'가 곧 면죄부는 아니다. 처벌을 목적으로 피고인의 유·무죄를 가리는 형사재판은, 그 본질상 좁은 범위의 개별 행위들이 범죄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만을 핀셋처럼 집어 판단할 뿐이다.

유·무죄 여부와 상관없이, 지난 2년 가까이 진행돼 온 이태원 참사 공판에서는 참사 당일을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할 수 있는 진실의 편린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졌다. 1심 재판들에 따르면, 시민들은 그날 분명 참사 발생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기 4시간 전부터 11번이나 112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반응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심지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을 정확히 지목하며 '여기서 압사당할 것 같다'고 하거나, 인파 관리를 해 달라며 구체적으로 일방통행 통제를 요청하기까지 했지만 경찰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러나 참사 3일 전 작성됐다가 삭제된 경찰 보고서를 보면, 경찰은 이태원 중에서도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 구간'에 인파가 몰릴 위험성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아직은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지만, '경찰과 용산구 모두 그날 참사 현장에서 불과 1400미터 떨어진 용산 대통령실 앞 반정부 시위 관리에만 매몰돼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문이 재판 내내 제기됐다. 참사 당일 대통령실 앞 시위에는 67개 경찰관 경비기동대와 용산경찰서에서만 20명의 정보경찰들이 배치됐다. 반면 코로나 거리두기 해제 이후 3년 만에 처음 핼러윈을 맞은 이태원에는 경비기동대도 0명, 정보경찰도 0명이었다. 이를 두고 법원은 판결문에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비정상적 조치"라고 지적했다.

각 기관 수뇌부의 행적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그날 오후 8시 33분 용산 대통령실 앞 시위가 종료되자,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은 곧장 퇴근했고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오후 9시 24~46분 사이 식사를 한 뒤, 관용차 안에서만 무려 1시간 넘게 머물렀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집회 마무리 뒤인 오후 8시 59분 핼러윈 관련 민원에 대응하고 있던 구청 직원들을 시켜 용산 대통령실 인근 벽에 붙어있는 '전단지'를 떼라고 요구했다. 그 전단지에는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이 쓰여있었다. 그 사이 시민들의 신고는 빗발쳤고, 이태원 참사는 오후 10시 16분 발생했다.

경찰·용산구와 달리 기소되지 않은 소방, 보건당국은 물론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서울시 등의 잘잘못은 여전히 공백 상태다. 오민애 변호사는 "지금까진 경찰과 지자체에 대해서만 재판이 진행됐을 뿐, 소방이나 전체적인 행정 체계에 대해선 제대로 수사조차 되지 않았다"라며 "수사나 재판처럼 개별적인 책임을 묻는 과정에 귀속되지 않고, 전체적인 사실관계와 맥락을 정리할 수 있는 건 특조위 같은 조사기구뿐"이라고 강조했다.

한계 지닌 재판, 그럼에도 가리키는 것

이런 한계에도, 1심 재판들이 적어도 명확하게 가리키고 있는 것이 있다. 이태원 참사에 국가의 책임이 있었다는 점이다. 일선 경찰에 한정되긴 했지만, 법원은 공직자의 업무상과실치사를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에 무죄를 내리면서도, 판결문에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경찰을 포함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권한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다수의 생명을 앗아간 여러 참사를 겪었던 이상, 좀 더 체계적이고 선제적인 안전사고 방지 대책을 마련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국민의 일반적인 기대이고, 특히 이 사건 당일에는 사고 발생 이전부터 압사의 위험성 등을 알리는 112신고가 계속 접수되었으므로 적어도 그 이후에는 안전관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시민들의 구체적인 기대와 신뢰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사고 발생 결과를 보면 여전히 사회적 재난에 대한 국가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보면, 아쉬움을 넘어 실망감과 함께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중략) 이러한 측면에서 피고인들을 포함한 관련 기관 책임자들에 대한 도의적, 정치적, 법적 책임 유무를 분명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 사건 사고 유가족들이나 생존 피해자들의 고통과 상황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치유가 이뤄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개별적인 형사책임 성립여부를 따지는 것"과 별개로 정치적·도의적 책임이 존재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의 지적과 현실은 간극이 크다. 무죄로 법적 책임을 피해 간 이들은 애초에 마땅히 짊어졌어야 할 정치적·도의적 책임마저 저버린 채 법정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유가족·시민들이 1심 결과에 절규하고 분노한 건 단순히 '무죄'여서가 아니라 바로 이 때문이었다.

실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은 '최장수 청장' 타이틀까지 쥐고 지난 1월에야 퇴임했고,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여전히 현역 구청장이다. 윤희근 전 경찰청장은 지난 8월 경찰청장 2년 임기를 모두 채우고 환하게 웃으며 퇴임식까지 치렀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현 정부 최장수 장관으로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참사 직후 이상민 장관의 어깨를 토닥거리기까지 했다. 2주기가 되도록, 159명이 희생된 참사에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진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2022년 11월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하기 도착하고 있다. 차에서 내린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어깨를 두 번 툭툭치고 있다.
오민애 변호사는 "참사 초기 책임자들이 정치적 책임을 통감하고 도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였다면, 우리 사회가 오로지 좁은 구성요건의 형사 책임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됐을 것이고, 이렇게까지 참사 대응의 많은 것들이 꼬이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유예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기억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은 현재로선 기록을 남기는 일뿐이다.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그간 1심 재판들에서 확인된 그날의 조각들을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했다. 파편적인 형사재판의 증거들만으로 전체를 조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향후 이뤄질 진상 조사와 책임 규명의 단서는 될 것이다. 이는 앞으로 특조위가 공적 조사를 통해 채워갈 몫이기도 하다.

아래에 1심 재판들을 토대로 한 ① 참사 전 ② 참사 직전 ③ 참사 직후 상황을 정리했다.

[그날의 재구성 ① - 참사 전]

2022.10.4
용산경찰서는 <가을축제 행사 안전관리실태 및 사고위험요인> 보고서를 작성했다. 사고 위험이 있다고 본 축제 중 '핼러윈데이'도 포함돼 있었다.

2022.10.7
- 용산경찰서는 상급기관인 서울경찰청 지시로 작성한 <핼러윈데이를 앞둔 온오프 치안부담요인> 보고서를 서울경찰청에 회신했다. 보고서엔 "코로나19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3년 만에 정상 재개되어 참가 인원도 코로나19 이전으로 회귀될 것으로 예상"이라고 적혀 있었다.
- 용산경찰서는 <핼러윈, 경찰제복으로 파티 참석 등 불법 우려> 보고서 작성.

2022.10.14
서울경찰청 정보부는 <핼러윈데이(10.31)를 앞둔 분위기 및 부담 요인> 보고서 작성했다.

2022.10.17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주간회의에서 "10월 31일은 핼러윈데이로 올해는 3년 만에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이태원·홍대·강남 등을 중심으로 핼러윈데이에 많은 인파가 운집할 것이 예상된다. 해당 관서·부서에서는 성범죄·마약 등 범죄 예방과 시민 안전을 위한 촘촘한 사전 대책을 마련해야 하겠다"고 지시했다.

2022.10.24
-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는 김광호 청장에게 <핼러윈 축제 관련 관광경찰대 특별현장 활동 계획> 보고했다.
- 김 청장은 주간회의에서 용산경찰서 등에 핼러윈데이 관련 점검과 대비를 지시했다.

2022.10.26
- 용산경찰서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 2022년도 핼러윈데이에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해밀톤 호텔 구간의 많은 인파를 예측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해밀톤 호텔 골목은 실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장소로, 위험 장소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2022.10.27
-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은 김광호 청장에게 <핼러윈데이 치안여건 분석 및 대응방안>을 보고 받았다.
- 서울경찰청 교통안전과는 김광호 청장에게 <2022 핼러윈데이 교통관리 계획>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날의 재구성 ② - 참사 직전]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지난 2022년 10월 29일 밤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백여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구급대원들이 참사 현장 부근 임시 안치소에서 사망자를 이송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2022.10.29

- 낮 12시 2분 :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용산 대통령실 앞 시위 관리를 위해 서울경찰청으로 출근했다.

- 오후 6시 :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이후 3년 만에 맞는 핼러윈으로, 예상대로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리고 있었다. 법원은 "18:00~22:00 사이 이태원역 승차인원은 1만 9996명이었고 하차인원은 4만 3571명이었다. 이날 전체 승차인원은 4만 8558명, 하차인원은 8만 1573명이었는데, 이는 전주 토요일보다 폭증한 것이었다. 전주 토요일의 승차인원은 2만 3839명, 하차인원은 1만 8322명이었다"고 했다. 서울시의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이태원 관광특구 일대 인원은 오후 7시에 4만 4172명, 오후 8시에 5만 1529명, 오후 9시에 5만 5935명, 오후 10시에 5만 7339명이었다.

오후 6시 34분 : ①첫 번째 112 신고. 이태원 참사 장소인 해밀톤 호텔 골목에 "인파가 너무 많아" "압사당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신고한 시민은 "통제 좀 해 달라"고 했지만, 경찰의 인파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후 7시 5분 : 송병주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은 무전을 통해 "교통순찰자, 교통경찰관들이 배치되지 않았으면, 경찰관들 한 4명 정도 해밀톤 호텔 앞쪽으로 배치해서 인파가 차도로 나오는 것 전부 다 인파들 위로, 차도 쪽 인도 쪽 인도로 올려 보내세요"라고 지시했다. 이때 이미 인도에는 사람이 가득 차 차도 쪽으로 밀려나오고 있었다는 얘기다. 송 실장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차도로 나오는 인파들을 인도 위로 올려 보내라는 지시를 하는데, 오후 9시 26분에도 무전을 통해 "교통근무자들 추가 지원돼서 이태원 파출소 맞은편 쪽에 2개 차로 확보했어요. 차도에 나와있는 인파들 지속적으로 인도 쪽으로 올리고 있습니다"고 했다.

법원은 송 실장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이같은 지시가 이태원 참사 현장 일대의 군중밀집을 가중시켰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장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안일한 상황 판단으로 차도로 쏟아져 나오는 보행자들을 인도로 밀어 올리라는 지시를 함으로써 경사진 좁은 골목길에 밀집된 군중의 출구가 봉쇄되어 이태원 일대의 군중 밀집도를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했다. 인파가 넘쳐 차도까지 침범하기 시작했다면, 차량을 통제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안전을 확보했어야 했는데, "그릇된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태원 참사 2주 전인 2022년 10월 15~16일 열린 이태원 지구촌축제 때에는, 이태원 일대 4~5차선 차도를 통제해 인파가 차도 위까지 교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로써 인파는 비좁은 인도에서 벗어나 분산될 수 있었고, 안전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 오후 7시 30분 : 용산구청 직원은 '소음 순찰 실시 특이사항 없으나, 주변 인파 많음' 이라는 문자 메시지와 함께 인파가 밀집돼 있는 사진을 구청 동료 카톡방에 올렸다. 이 시각 용산구청 당직실에서 근무하는 숙직근무자들이 민원 처리를 위해 일대를 순찰하면서 '평소에 비해 훨씬 많은 인파가 모여있어 이동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곤란한 상황'을 목격했고, 해밀톤 호텔 주변에 인파가 많아 순찰하지 못 하고 돌아왔다는 용산구청 직원의 진술도 있었다. 용산구청 당직실에 숙직을 서던 용산구청 직원은 총 8명이었다.

- 오후 8시 : 이 시각 순찰을 돌던 용산구청 직원은 "불안감이 많이 느껴졌던 건 사실이지만, 이번과 같은 큰 사고가 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오후 8시 9분 : ②두 번째 112 신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정체가 돼서, 막 넘어지고 난리가 났다", "어떻게 해주셔야 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의 조치는 없었다.

- 오후 8시 33분 : ③세 번째 112 신고.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을 지칭하며 "사람들이 인파가 너무 많이 몰려", "길바닥에 쓰러지고 사고 날 것 같다", "통제가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의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후 8시 33분은 용산 대통령실 앞 반정부 집회 관리를 마친 김광호 청장이 상황을 마무리하겠다는 '치하종시' 무전을 한 시각이기도 하다. 이때까지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불과 1400미터 떨어진 용산 대통령실 앞, 삼각지역 인근에선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곳에는 경찰 경비기동대 67개 부대가 배치됐다. 하지만 3년만의 '노마스크' 핼러윈 축제가 예정돼 있던 이태원 주변엔 단 하나의 경비기동대도 배치되지 않았다. 경비기동대는 혼잡 경비를 전문으로 하는 경력이다.

검찰은 김 청장의 경비기동대 배치에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불특정 다수의 인파가 운집할 예정이라는 사실만으로 경찰이 구체적으로 대응하여야 할 치안의 수요의 내용이 무엇인지 사전에 분명히 특정하기 어렵다"면서 김 청장이 이태원 참사와 같은 구체적인 위험성을 예견하기는 어려웠다고 봤다.

김 청장은 집회 관리를 끝낸 뒤 오후 8시 39분경 곧바로 퇴근했다. 67개 경비기동대는 해산됐다. 이는 그날 서울경찰의 시선이 용산 대통령실 앞 집회 관리에 쏠려있었다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검찰은 김 청장이 반정부 집회가 끝난 이후라도 대통령실 앞에 몰려있던 경비 경력을 모두 해산해 버리지 않고 이태원에 재배치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선에서 특별한 요청이 없었던 이상, 김 장이 그 필요성을 인식할 수 없었다는 이유였다.

 
이태원참사 부실대응 혐의' 김광호 전 청장 1심 무죄 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한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17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 오후 8시 53분 : ④네 번째 112 신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압사당하고 있어요 거의"라는 내용이었다. 경찰의 조처는 없었다.

- 오후 8시 59분 : 박희영 용산구청장, 용산구청 직원 카톡방에 용산 대통령실 앞 삼각지역 인근 집회 현장으로 가 '전단지를 수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해당 전단지의 한 면에는 '윤석열 퇴진', 한 면에는 '김건희 특검'이 큰 글씨로 적혀 있었다. 이에 용산구청 당직실 당직사령은 실제 전쟁기념관 담벼락에 붙은 시위 전단지를 떼러 갔다. 이 당직사령은 앞서 오후 8시 40분경 '차도와 인도에 차량과 사람이 많아 복잡하다'는 민원 전화를 받고 오후 9시께 출동 준비 중이었다.

검찰은 이 부분이 박 구청장의 업무상 과실이라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박 구청장의 전단지 수거 지시 자체는 사실관계로 인정하면서도, "용산구청 당직근무자 중 일부가 전단지 제거 작업을 수행하지 않았더라면 이 사건 사고의 발생이 어떻게 방지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충분한 증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면서 검찰의 혐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했다.

박 구청장은 오후 9시 4분에도 민주당 지역 정치인이 걸어 놓은 현수막을 철거하라는 카톡도 보냈다. 이에 용산구청 직원은 곧장 "민주당 현수막은 전부 새벽에 제거 예정입니다! 시위 피켓은 당직실 통해서 바로 제거토록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 오후 9시 : ⑤다섯 번째 112 신고. "여기 사람들 인파들 너무 많아서 지금 대형 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에요. 다 밀려 가지고요. 여기 와서 통제하셔야 할 거 같은데요." 경찰의 조치는 없었다. 이 시각 순찰을 돌던 용산구청 직원은 "이태원역 1, 2번 출구 앞 인도는 보행자들로 인해 가득 차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고 진술했다.

- 오후 9시 2분 : ⑥여섯 번째 112 신고.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거리에서 "지금 인파가 너무 많아서", "길에서 다 떠밀리고 있다. 이러다가 진짜 사고 날 것 같아요", "여기 진짜 길 어떻게든 해주세요. 진짜 사람 죽을 것 같아요"라는 신고였다. 하지만 경찰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 오후 9시 5분 : 이임재 용산서장이 대통령실 앞 집회 관리를 종료한다는 의미의 '치하종시' 무전을 했다. 법원은 이 시각 이후 이 서장이 "관용차에 비치된 무전기를 통해 112 자서망을 청취할 수 있었는데, 오후 9시 10분부터 112 자서망에는 '사람이 많아 압사당할 것 같다'는 내용의 무전이 지속적으로 송출되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특히 오후 9시 40분부터 오후 11시까지는 관용차에 설치된 112 자서망을 제외한 다른 무전망에서 아무런 무전이 송출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은 위 112 자서망의 무전을 충분히 청취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 오후 9시 7분 : ⑦일곱 번째 112 신고. "여기 지금 사람들 너무 많아서 압사당할 위기거든요", "일방통행 할 수 있게 통제 좀 부탁 드릴게요". 시민이 구체적으로 '일방통행' 통제로 인파 관리를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 오후 9시 10분 : ⑧여덟 번째 112 신고. "지금 여기 다 사람들이 압사당할 것 같아요." 경찰은 반응하지 않았다.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2022년 10월 29일 밤 10시22분경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백여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구급대원들이 참사 현장 부근 임시 안치소에서 사망자 이송을 위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 오후 9시 24분 : 대통령실 앞 집회 관리를 마친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은 오후 9시 46분까지 용산경찰서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그 뒤 오후 9시 47분, 이 서장은 관용차에 타 이태원 파출소로 이동하기 시작했지만, 오후 9시 57분, 극심한 교통 혼잡으로 차량 진입이 안 됐다. 이에 이 서장은 부하인 송병주 용산서 112상황실장에게 전화해 특이사항을 물었는데, 송 실장은 '관내 특별 상황이 없다'고 보고했다.

이후 이 서장은 이태원 파출소까지 도보로 700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까지 와 놓고도, 꽉 막힌 도로에서 계속 관용차에 머물러 실제 도착하는 데 무려 1시간 18분이나 소비했다. 이 서장은 오후 10시 55분에야 차량에서 하차했고, 오후 11시 5분에야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한다.

- 오후 9시 51분 : ⑨아홉 번째 112 신고.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바로 그 지점을 가리키며 "여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인원 통제 좀 나와서 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 가능하면 빨리 나오실 수 있을까요", "지금 되게 위험한 상황인 거 같거든요", "인원 통제 좀 해주셔야 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역시 통제에 나서지 않았다.

- 오후 10시 : ⑩열 번째 112 신고. "막 골목에서 내려오기가, 압사 당할 것 같다", "통제 좀 해주세요." 경찰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 오후 10시 11분 : ⑪열한 번째 112 신고.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서 "여기 압사될 것 같아요"라며 비명소리까지 크게 들렸다. 이미 11건의 신고가 있었지만 이땐 이미 상황을 돌리기엔 늦은 상황이었다. 11건 신고 중 코드0이 1건, 코드1이 7건, 코드2가 3건이었다. 서울 지역에서 이뤄지는 112 신고는 서울경찰청에 먼저 접수된 뒤 관할 경찰서로 내려가는 구조다.

다만 법원은 "2022.10.29 오후 6시 30분경부터 다음날 오전 9시경까지 접수된 112 신고 건수는 코드0의 경우 133건, 코드1의 경우 2666건이었고, 이에 비춰 보면 코드 1 이하의 112 신고 접수 또한 상당히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일 근무한 (서울경찰청의) 접수반원은 25명 정도로, 각각 적게는 150건, 많게는 300건가량의 신고를 처리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짚었다. 인력 부족 구조를 언급한 것이다.

법원은 그러면서 "이 사건 사고 전 신고는 주로 오후 9시경을 전후해 수분 간격으로 접수된 경향을 보이긴 하나, 당일 이 일대에 112 신고가 급증하였기에 신고 장소를 점으로 찍어서 보여주는 112 시스템의 '폴맵' 기능만으로는 특정 장소에 동일한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점을 짐작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112 시스템상 한계를 지적한 셈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통화에서 "기존 시스템에서는 동일한 사람이 여러 번 반복 신고하는 것은 감지할 수 있었지만, 여러 명이 같은 장소에서 동일 내용을 반복 신고한 것은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라며 "이태원 참사 이후 거리 기반 반복 신고 감지 시스템이 생겨, 1시간 이내에 반경 50미터 안에서 3건 이상 112신고가 접수되면 이를 인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날의 재구성 ③ - 참사 직후]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지난 2022년 10월 29일 밤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백여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구급대원들이 참사 현장 부근 임시 안치소에서 사망자를 이송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위 골목이 압사사고가 발생한 현장.
오후 10시 16분 : 이태원 참사 발생. 법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오후 9시경부터 이 사건 사고 장소의 상부에 위치한 T자형 교차로의 양방향에서 몰려든 수많은 인파의 정체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던 중, 오후 10시 13분경 군중 밀집도가 점증하여 액체처럼 유동화되어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움직일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T자형 교차로 상부에 고착돼 있던 사람들이 군중 내의 파동으로 마치 파도처럼 이태원역 방면으로 이동하다가 이 사건 사고 장소 쪽으로 떠밀려 내려갔고, 그 과정에서 오후 10시 16분경 일부 군중이 이 사건 사고 장소 내 폭이 가장 좁은 지점 부근에서 전도되기 시작했으며, 이후에도 T자형 교차로 양방향의 인파가 사고 지점 방향으로 계속 유입되면서 피해자들의 신체의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사람들의 신체에 눌리고 전도되는 등으로 압착되었다."
- 오후 10시 18분 : 이태원역 1번 출구 사고 장소 부근에 경찰관 3명 도착. 오후 10시 24분까지 경찰관 10명이 추가로 도착했고, 오후 10시 27분경 이 사건 사고 장소로 진입해 피해자 구조 활동 시작했다.

- 오후 10시 20분 : 소방에서 신고를 접수한 후, 이 사건 사고 장소에 출동함에 따라 오후 10시20분경 서울시로부터 용산구청 측에 '신고 일시 22:15 골목에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있어 다칠 것 같다, 질서유지 및 통제 요청 / 부상자도 있다 함'과 같은 내용의 자동 상황 전파 메시지가 발송됐다. 이 메시지는 소방 출동에 따라 자동으로 발송된다고 한다.

- 오후 10시 29분 :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도로에 119 차량 도착. 119 구조대는 해밀톤 호텔 뒤쪽을 지나 오후 10시 37분 사고 장소로 진입해 구조 활동 시작. 오후 10시 39분경부터는 의식 없는 피해자들에 대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용산구청 당직근무자 중 1명은 이 시각 "용산소방서 측으로부터 '인파가 너무 많아 사람들이 압사당하겠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은 이 시각 부하에게 전화해 '차량이 왜 이렇게 막히냐, 교통근무자 어디에 배치됐는지 확인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하는 데 그쳤다.

- 오후 10시 31분 : 이태원 파출소장, 사고 현장 도착.

- 오후 10시 32분 : 이임재 서장, 부하인 송병주 용산서 112상황실장으로부터 '사람들이 넘어져 있어서 빼내야 한다고 이태원 파출소장이 지원 요청을 했다. 자세한 내용은 파악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미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후인데도 이 서장은 송 실장에게 '차가 왜 이렇게 막히냐'고 물었다.

- 오후 10시 36분 : 이 서장, 용산서 무전부관에게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계속 들어온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 서장은 이때서야 "조금 전 이태원 파출소 직원 지원사항, 가용경력 형사부터 해갖고 여타 교통경찰까지 해 가지고 일단 보내세요. 모두 보내세요"라고 처음으로 무전 지시를 했다.
- 오후 10시 43분 : 소방대응 1단계 발령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9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1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오후 10시 51분 :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태원상인연합회 관계자로부터 참사 발생에 대한 연락을 받고, 자택을 출발해 오후 10시 59분 이 사건 사고 장소에 도착했다. 박 구청장 집은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불과 300미터 정도 떨어져, 도보로 5분 거리다. 박 구청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고향인 경남 의령을 방문했다가 오후 8시 22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 귀가한 상태였다.

- 오후 10시 53분 : 행정안전부는 소방청을 통해 이 사건 사고 발생 상황을 접수한 후, 오후 10시 53분경 서울시와 용산구를 상대로 상황전파 메시지를 발송했다.

- 오후 10시 56분 : 소방청은 경찰청에 '경찰 인력 투입해 차량 통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 오후 10시 59분 : 서울 소방재난본부는 서울경찰청에 사고 발생을 통지했다. 야간 근무 순번이었던 정대경 서울경찰청 112상황실 상황팀장이 이때 처음 참사 사실을 인지했지만,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상관으로 보고는 곧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 청장이 처음 참사 사실을 안 것은 오후 11시 36분이다.

오후 11시 1분 :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사망자 중 한 명이 119에 신고한 시각이다. 사망자 본인이 직접 신고한 시각 중 가장 최후의 시각이다. 적어도 이때까진 살릴 수 있는 희생자가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앞서 오후 10시 42분에 119에 신고한 시민 역시 끝내 사망했다. 법원은 이렇게 언급했다.
"한편, 이 사건 피해자들 중에는 이사건 사고 발생 후인 오후 10시 42분경에 119 신고한 사망자와 오후 11시 1분경 119 신고한 사망자가 확인되는 바, (이임재 용산서장 등) 피고인들이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여 구조 및 구조지원 활동을 했다면 피해자들 중 상당수는 사망하지 않거나 상해를 입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오후 11시 1분은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 참사 발생 사실을 보고받은 시점이라고 대통령실이 밝힌 시각이기도 하다.

- 오후 11시 8분 : 용산소방서장이 지휘권 발동을 선언하고 소방 측의 지휘에 따라 구조가 진행됐다.
- 오후 11시 9분 : 용산경찰서는 이태원역 지하철 무정차를 요청하라고 무전했다.

- 오후 11시 13분 : 소방대응 2단계 발령.
- 오후 11시 16분 :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서울경찰청에 현장통제를 요청했다. 이임재용산서장은 용산서에 기동대 배치를 지시했고, 오후 11시 41분이 돼서야 용산서 기동대 가용경력 45명이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

- 오후 11시 22분 : 군중의 눌림과 끼임 상태가 해소돼, 사상자들에 대한 심폐소생술 실시 등 구조와 함께 환자 및 시신의 이송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 오후 11시 23분 :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경찰이나 소방 등 유관기관이 아닌 용산구의 국민의힘 국회의원이자 통일부 장관이었던 권영세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보고했다.

- 오후 11시 31분 : 이임재 서장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통화를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고, 오후 11시 36분에 통화가 연결돼 '30명이 CPR 중'이라고 보고했다. 김 청장은 이로써 오후 11시 36분에야 처음 참사 사실을 인지했다. 김 청장은 오후 11시 44분경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등 가용부대의 급파 지시를 내린다.

- 오후 11시 39분 : 류미진 서울경찰청 112상황관리관이 부하로부터 보고를 받아 처음 참사 사실을 인지했다. 서울경찰청 112상황관리관은 휴일 당직근무 개념으로, 당일 서울경찰청장을 대신해 서울 지역 112 치안 상황을 종합 관리해야 한다. 이곳에서 112신고를 접수해 관할 경찰서로 지령을 내리는 등 긴급 신고 처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일 류 상황관리관은 당직 메뉴얼대로 112상황실이 있는 서울경찰청사 5층에 단 한번도 가지 않았고, 10층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근무를 섰다.

이에 법원은 서울경찰청 관계자 중 류 상황관리관의 '업무상 과실'은 유일하게 인정하면서도, 이 과실이 이태원 참사 발생과 '인과관계'는 없다면서 류 상황관리관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태원 참사 이후 상황관리관 제도의 문제점이 드러나 당직근무 개념 자체를 없애 상시화했고, 사라진 상황관리관 대신 112를 총괄 책임지는 상황팀장 자리에서는 상황실 전체 모습이 모두 조망되고 있다"고 했다.

- 오후 11시 50분 : 소방대응 3단계 발령.
- 오후 11시 55분 : 서울경찰청 기동대 1개가 뒤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다음날 오전 1시 51분까지 경찰관 기동대 4개 부대, 의경부대 8개 부대가 현장 일대에 배치됐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1심 선고재판이 열린 지난 9월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유가족이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무죄 판결을 받고 청사를 빠져나간 뒤 오열하고 있다.
2022.10.30

- 오후 1시 39분 : 박성민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은 경찰청 정보분석과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11월 1일에도 서울경찰청 동료들에게 전송됐다.
"개인생각인데, 혹시 사고책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경우 참고하면 좋겠네. 경찰이 경력배치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으로 흐를 경우 → 서울경찰청 대비 미흡, 주말 대규모 집회시위 대응으로 경력 부족 등 부각 →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근본적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크고, 앞으로 지역행사, 축제 등에 더 많은 경력배치 문제로 연결되어 수익자 부담 원칙, 경찰 만능주의 극복에 악영향. 경찰에서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 발생 - 주최 측, 자치단체의 안전불감증으로 귀책 될 경우 → 주최 측, 자치단체 책임 강화로 이어져 경찰부담 완화 - 적극적인 수사 드라이브로 주최 측, 자치단체 책임이 부각되도록 조치 필요"
참사 직후 경찰 정보부서 간부조차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이태원 참사의 원인으로 비화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2022년 5월 10일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전격 이전했다. 각종 집회와 시위가 용산에서 급증했다. 용산경찰서·용산구청 관계자들은 공판에서 여러 차례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해 인력이 부족했고, 업무 과부하에 시달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임재 서장, 최아무개 용산서 형사과장, 최아무개 용산구청 안전건설교통국 안전재난과장 등이 그랬다.

이를 토대로 '이태원 참사 당일에도 경찰이 용산 대통령실 앞 시위 관리에만 매진해 핼러윈 인파 대응에 소홀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이는 지금껏 진행된 개별 형사재판에서는 주요 쟁점이 되기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참사의 전체 맥락과 구조적 요인을 조망해야 하는 진상조사에서는 중요할 수 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지난 2일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이태원 참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 특조위에 조사 신청을 한 상태다.


[관련기사] 이태원 공판기 35편 https://omn.kr/27r2t
 
#이태원참사#2주기#이태원공판기#특조위#진상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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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파병’ 다루려…한미 외교·국방, 3년 만에 2+2 장관회의

박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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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지지율 20%…중앙일보 “특단 조치 없으면 박근혜 때 위기 반복”

[아침신문 솎아보기] 동아·한겨레·경향 “국민이 원하는 건 특감 아닌 김건희 특검법”

이명박, 한동훈에 “박근혜와 불편했지만 정권 재창출 위해 전폭지지”

“명태균 여론조사 대선에 활용” 폭로에 경향 “대통령실 거짓 해명했나”

기자명박서연 기자

  • 입력 2024.10.28 07:37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역 인근 전통시장인 초량시장을 방문해 시장을 찾은 시민과 상인들을 응원하고 격려했다. ⓒ대통령실

한국갤럽이 조사한 10월 넷째 주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20%로 또 한 번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 1위는 ‘김건희 여사 문제’(15%)였다. 그러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7일 청년 100여 명과 만난 자리에서 “제가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것은 (대통령) 개인에게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저는 그게 맞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이라고 생각해서 (이견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한동훈 대표는 김건희 여사 등 대통령 친·인척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이틀 앞서 지난 21일 한동훈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정진석 비서실장은 회동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야당이 지체하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동훈 대표가 곧바로 특별감찰관 추천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통해 결정될 원내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특별감찰관 임명을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김건희 특검법 처리가 먼저”라고 했다.

특감 추천 권한을 가지고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맞붙은 가운데, 동아일보와 한겨레, 경향신문은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한동훈 대표를 향해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것은 특별감찰관이 아닌 김건희 특검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특별감찰관은 등 돌린 민심 달랠 마지노선”이라며 “민주당이 김 여사에 대한 감시 장치 없이 연일 사고가 터지기만 바라는 게 아니라면 특감 추천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동아·한겨레·경향 “국민이 원하는 건 특감 아닌 김건희 특검법”

경향신문은 한동훈 대표의 특별감찰관 도입 주장이 김건희 특검을 막기 위한 방책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4면 <‘특감’으로 ‘특검’ 가리는 여권> 기사에서 “정치권에선 특별감찰관 무용론이 팽배하다. 정권 후반기에 임명되는 특별감찰관이 김 여사의 공천·인사 개입, 주가조작 의혹 등 과거 사안을 들춰볼 수 없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라며 “국회가 특별감찰관 후보 3명을 추천하는데 대통령이 그중 자기 입맛에 맞는 여당 추천 인사를 임명하면 제대로 일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인력과 권한 부족에 허덕이다 좌초한 전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28일 경향신문 4면.

한 친한계 핵심 관계자는 경향신문에 “특별감찰관이라도 해야 민주당발 특검을 막을 명분이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친한계는 김 여사 특검법의 경우 ‘특검은 곧 탄핵’이라는 인식이 당내에 뿌리 깊어 추진하기 힘들다고 보고 있다”며 “결국 한 대표가 ‘민심’을 따르는 정치를 하겠다면 세 번째 발의된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김건희 특검법에 여야가 합의하면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는 자연스레 풀린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경중 못가리고 분란 휩싸인 與… ‘특감’보다 ‘특검’이 우선이다> 사설에서 “특별감찰관도 임명하고 김 여사 특검법에도 합의해야 한다”며 “다만 지금으로선 김 여사 특검법이 특별감찰관 임명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우선순위에서 앞선다. 특별감찰관 임명은 한동훈-이재명 간 여야 대표 회담의 결과를 보고 그때 가서 거론해도 늦지 않다. 여야가 김 여사 특검법에 합의하면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의 연계 문제는 부수적으로 풀릴 수도 있다. 일의 경중(輕重)과 우선순위를 구별하는 정치적 지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8일 동아일보 사설.

한겨레도 <김 여사 문제 놓고 ‘대표 권한 논쟁’ 여당, 그리 한가한가> 사설에서 “특감은 상시 감찰이라는 업무 성격과 제한된 권한·인력 등으로 김 여사 관련 수많은 의혹을 풀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것은 특감이 아니라 ‘김건희 특검법’이다. 여당은 권한 논쟁 따위의 소모적인 특감 실랑이를 접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한겨레·경향과 다른 입장 낸 중앙일보 “특별감찰관이 민심 달랠 마지노선”

반면 중앙일보는 특별감찰관 임명이 민심을 달랠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특별감찰관은 등 돌린 민심 달랠 마지노선이다> 사설에서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천 권한으로 다투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며 “여당이 이렇게 내분이나 벌이고 있을 만큼 상황은 한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갤럽의 지난 25일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긍정평가는 20%로 하락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국정농단 논란으로 사과했을 때 지지율이 17%였고, 바로 그다음 주 5%까지 급락한 끝에 탄핵당해 물러나야 했다. 지지율 하락을 막을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박 대통령이 당했던 위기가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고 경고했다.

▲28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갤럽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 1위가 ‘김건희 여사 문제’(15%)다. 역으로 이 문제를 해소한다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치솟아 국정 동력을 회복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 여사 문제를 풀 현실적 방안의 하나가 특감이란 건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라며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도입된 특감은 초대 이석수 특감이 박 대통령 동생 근령씨를 사기 혐의로 고발하고,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을 감찰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그러다 박근혜 정권의 미움을 사 사임한 뒤 공석이 된 특감 직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5년 내내 임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도 한 대표와의 면담에서 북한 인권재단 이사 인선 지연을 이유로 특감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재단 이사직이 특감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 특감은 등 돌린 민심을 달래기 위한 ‘마지노선’”이라며 “용산은 대안으로 ‘제2부속실 설치’를 들고 있지만 김 여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부속실 체제는 한계가 분명하다. 반면에 수사 의뢰권을 갖고 용산 내부를 24시간 감시하는 ‘암행어사(특감)’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김 여사 등 대통령 주변을 조심케 하는 예방 효과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한동훈에 “박근혜와 불편했지만 정권 재창출 위해 전폭 지지”

국민의힘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천 권한으로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일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빈소에 찾아온 한동훈 대표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과 불편했지만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전폭적으로 지지했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8일 중앙일보 5면.

중앙일보는 5면 <MB, 한동훈에 “불편했지만…재집권 위해 박근혜 전폭 지지”> 기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5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형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빈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꺼낸 말이다. 당시 한 대표는 대구 일정을 마치고 빈소를 찾아 조문했고, 이 전 대통령 부부와 30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박 전 대통령과의 편하지만은 않았던 관계를 언급하면서 ‘하지만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박 전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인 박 전 대통령과 크게 충돌하지 않은 점과, 친이계와 친박계가 화합해 선거에서 승리한 과정도 설명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이 가장 중요하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잘해낼 것’이라고 했고, 한 대표는 ‘제가 잘해서 꼭 정권 재창출을 하겠다고 화답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 전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언급한 것은, 격화되고 있는 윤·한(尹·韓) 갈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을 과거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갈등에 빗대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대통령과 여당 차기 유력 대선주자, 즉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충돌 양상인 점에서 닮았다”고 말했다.

“명태균 여론조사 대선에 활용” 폭로에 경향 “대통령실 거짓 해명했나”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맡았던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가 27일 뉴스타파와 경향신문에 “대선 당일 캠프 핵심 참모진에게 미래한국연구소의 미공표 여론조사 보고서가 공유됐고, 전략회의도 했다”고 밝혔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태균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신 전 교수는 “마지막날 명씨 보고서는 (윤 대통령이 이재명 당시 후보를) 9.1%포인트 이기는 걸로 돼있더라. 대선 결과는 0.73%포인트 차이였는데 9.1%면 오차범위 밖”이라고도 했다.

▲28일 경향신문 1면.

그러나 명씨는 그동안 미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고,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지난 7일 “(명씨와는) 본격적으로 대선에 들어가기 전에 대통령이 선을 그었던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경향신문은 <“명태균 여론조사 대선 활용” 증언, 대통령실 거짓 해명했나> 사설에서 “증언이 사실이라면 ’미공표 여론조사는 보고한 적이 없다‘는 명씨 주장이나, 대통령 후보 경선 이후 명씨와 관계를 단절했다는 대통령실 해명은 거짓이 된다”며 “명씨가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윤 대통령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선거 공천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명태균 의혹’의 핵심인 만큼 이에 대한 진상 규명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캠프에서 여론조사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만큼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은 명씨는 물론 관련자들을 모두 소환해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특별수사팀을 꾸리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증거와 증언들이 나오는데도 검찰이 제대로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국민의 의구심은 더욱 커질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여론조사 활용을 인지했는지를 포함해 명씨와 관계를 사실대로 밝히고, 그동안 해명에 거짓이 있다면 사과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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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승원 광명시장 “윤석열 정부 교부세 삭감으로 민생 파탄”

광명시장·KDLC 상임대표 “장기화하면 일부 지자체 파산 위험도…정부, 심각성 인식 못 하는 듯”

지난 25일 경기도 광명시청에서 박승원 시장이 교부세 삭감에 따른 지자체 위기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 ⓒ광명시청
윤석열 정부가 지방교부세를 삭감해 국민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정부가 예고 없이 교부세를 내려보내지 않아, 주민과 밀접한 사업을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해야 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도 교부세 삭감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교부세 삭감이 반복되면, 재정 여력이 없는 지자체는 파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지난 25일 경기도 광명시청에서 박승원 시장을 만나, 교부세 삭감에 따른 지자체 위기 상황을 들었다.

박 시장은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 상임대표로 선출됐다. KDLC엔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이 소속돼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박 시장은 지자체장 협의기구인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2004년 광명시의원을 시작으로 경기도의원을 거쳐 2018년부터 광명시장을 지내고 있다.

박 시장은 현 상황에 대한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교부세를 안 내려주면, 지방정부는 제대로 살림을 꾸려나갈 수가 없다"며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민생 경제 관련 예산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교부세 의존도가 높은 지방정부는 교부세 격감으로 재정에 심대한 악영향을 받고 있다”며 “진행하던 사업을 중단하는 등 형태로 지방재정이 심각한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그 피해는 오롯이 주민들에게 전가된다”고 호소했다.

“일방적 교부세 삭감으로 지방재정 혼란 야기”

정부는 지난해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하자, 교부세 7조 1,689억원을 임의로 삭감했다. 약속된 돈을 받지 못한 지자체는 사업을 중단하거나 축소해야 했다.

KDLC와 민주당 기초단체장협의회는 최근 ‘지방정부 재정 위기에 대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교부세 삭감에 따른 지자체 사업 중단·축소 사례를 전했다. A시는 도로 확장 공사를 백지화했다. 도로·지하차도 보수 공사도 잠정 연기했다. B시는 주차 시설 구축 사업을 중단했고, C시는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등 10개 이상의 사업을 축소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중앙정부는 국회에서 의결된 교부세 편성액에 대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거나 지방재정 상황을 살피지 않고, 일방적으로 교부세 삭감을 통보했다”며 “지방재정에 큰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광명시도 지난해 교부세 삭감으로 타격을 입었다. 정부 세수 결손에 따른 교부세 삭감을 예견하고 예산을 보수적으로 편성해 사업을 중단하는 사태는 막았지만, 그 과정에서 고강도 세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했다. 지난해 광명시가 받은 교부세는 8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46억원 이상 줄었다.

박 시장은 “광명시는 지난해 초부터 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 전문가와 세입부서가 논의해 국세와 지방세 세입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파악했다”며 “행정안전부가 내시한 교부세 규모보다 보수적인 자체 추계액을 도출해 반영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투자 사업의 연차별 예산을 최소 규모만 반영하고 행사운영비를 삭감하는 등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했다.

정부의 임의적인 교부세 삭감이 월권이라고 박 시장은 비판했다. 추경 편성 없이 교부세를 삭감하면서 국회 심의를 회피했다는 지적이다. 세수 결손으로 예산이 부족해지면, 세입 감액 추경을 거쳐 국채를 추가 발행해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는 게 정석이다.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지출을 줄일 경우에도 지출 감액 추경을 해야 한다.

박 시장은 “세입 감소에 따른 추경은 중앙정부, 국회, 지방정부가 소통을 통해 대안을 논의하는 장으로 역할을 한다”며 “정부가 세수 결손에 따라 교부세 등 지출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 국회에 지출 감액 추경안을 제출하고 국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또다시 국회 예산심의권을 무시하고 임의대로 교부세를 감액한다면 지난해처럼 많은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일부 국회의원들은 정부가 임의적인 교부세 삭감으로 국회 예산심의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지자체장들도 지방정부 자치권과 재정권을 침해당했다며 동참했다.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 상임대표인 박승원 광명시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세수 펑크로 인한 지방재정 파탄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0.21. ⓒ뉴시스

“2027년까지 반복되면 지자체 파산 위험 직면”

올해도 세수 결손이 반복된 가운데, 정부는 결손분을 충당하기 위해 교부세 삭감을 검토 중이다.

박 시장은 교부세 삭감이 장기화하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는 파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재정 축소 영향으로 빚을 내는 지방정부가 늘고 있다”며 “어느 시는 2천억원, 어느 시는 1천억원, 올해 또 몇백억원의 부채를 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2027년까지 계속 이렇게 교부세를 안 내려주면, 자체 재원이 없어 중앙정부 예산에 의지하는 지방정부는 파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며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부세를 삭감하더라도 지자체가 여유 재원을 활용하면 예산 집행에 큰 제약이 없다는 기획재정부 주장은 현실과 다르다고 박 시장은 지적했다. 대표적인 여유 재원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다. 지자체는 매년 불가피하게 남긴 돈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 적립한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 활용으로는 안정적으로 재정을 운영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게 박 시장 설명이다.

그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여러 회계와 기금의 유휴 자금을 통합해 운영하는 것”이라며 “일시적으로는 부족한 재원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차입해 운영할 수는 있지만,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 자금을 맡긴 회계의 자금 수요에 따라 예수금을 빈번히 상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차입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세수 결손을 내더라도 교부세를 당초 예산대로 지급하기 위한 장치는 이미 마련돼 있다. 지방교부세법은 정부 세수 결손 시 교부세를 당해연도에 바로 감액하지 않고, 2년 뒤까지 미룰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향후 경기가 개선돼 국세와 지방세가 늘어나는 시기에 교부세를 감액하면 지방재정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박 시장은 “지방정부의 재정 안정성을 위해 교부세를 함부로 삭감하지 말라는 지방교부세법 취지를 고려해, 정부는 교부세를 연차적으로 정산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올해는 정부가 교부세를 예산안대로 교부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지자체장들이 중심이 돼 지방재정 위기로 피해를 보는 시민단체들과 기재부에 항의 방문하는 등 방법을 통해서라도 강력하게 저항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정부가 교부세 삭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교부세 삭감이 민생과 직결된 문제라는 걸 이해하지 못한 채, 마음대로 교부세를 안 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본적인 인식 자체가 지방정부를 경시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윤 정부가 지방자치와 재정분권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시민들에게 보다 많은 권한과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지방정부가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필요로 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교육, 복지, 환경, 문화는 지역마다 특색이 다르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충분히 재정을 확보해 사업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 유럽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4 대 6이다. 지방이 더 큰 재정 권한을 갖는다. 한국은 국세 8, 지방세 2 구조에 머물러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7 대 3까지 지방세 확대를 추진했다. 이미 지방재정 확대라는 기본적인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그런데 윤 정부는 교부세를 임의로 삭감하면서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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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명 사망한 참사, 기소된 23명 살펴보니 '세월호'와 똑닮았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10/28 09:49
  • 수정일
    2024/10/28 09:5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태원 참사 주요 책임자 1심 선고…'박희영 무죄' 관련 '주최 없는 행사' 해석 다툼 여지 있어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159명이 사라진 골목에 희생자를 상징하는 보라색 별 모양의 전구가 내걸렸다. 경찰을 꿈꾸던 별, 간호조무사로 일하다 간호대학에 진학한 별, 미국 공인회계사 합격 발표를 두 달 남겨 놓은 별,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의 별, 한국 유학을 온 별, 혼자만 살아 남았다며 자책하던 별 등.

 

이들 모두 국가의 안전관리 책임 의무 소홀로 하늘의 별이 됐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경찰에 내린 판결에서 "국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과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라고 명시했다. 국가도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동시에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럼에도 법원은 경찰 일선에만 유죄를 선고해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주요 책임자에 대한 판결이 일단락 된 가운데, 유가족협의회가 기소한 23명에 대한 판결 내용을 정리했다. 피고인 중 안전관리 책임자가 아닌 김미나 창원시 의원은 제외했다. '모욕죄'로 기소된 김 의원은 지난 9월 1심에서 선고유예를 판결받았다.

▲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왼쪽)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오른쪽). ⓒ연합뉴스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무죄·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유죄…세월호와 닮은 꼴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이라는 혐의로 기소됐지만 경찰 최고위급에게는 무죄가, 일선 경찰에게는 유죄가 선고됐다. 이같은 판결은 여러 모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해경 지휘부에게는 무죄가, 일선 해경에게는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 권성수)는 지난 1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을 받은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이 안전과 질서 유지 등을 위해 충실한 임무를 직접 수행하거나 관할서를 관리‧감독할 일반적 의무는 있다"면서도 형사 처벌로 이어질 만큼 구체적·직접적 주의 의무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청장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험성을) 직접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관할 경찰서가 제공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으며 "여러 보고를 종합했을 때, 대규모 인파 사고가 발생할 여지나 관련 대비가 필요하다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참사 당일 용산서의 추가 경력 지원 요청은 없었으나 김 전 청장이 참사 보고를 들은 직후 가용 부대를 급파한 점 등을 들어 참사 당일과 이후 대응에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을 포함한 류미진 전 서울청 112상황관리관(총경)과 정대경 전 서울청 112상황팀장(경정)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지난 23일 항소했다.

 

경찰 최고위급과 달리 일선 경찰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는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는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의 치안을 총괄하는 용산경찰서장으로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안일한 인식으로 대비에 소홀했고 결국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 금고 3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마약류 범죄 단속과 교통 단속에만 치중했을 뿐 다중 운집으로 인한 안전사고 대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았고, 사고 당일 혼잡 경비와 정보 경력 전원을 집회·시위 현장에만 배치했다"며 "이태원 참사는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주의의무를 다하면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서장은 1심 선고에 불복해 지난 4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을 포함한 송병주 전 112 상황실장과 박인혁 112 상황팀장에게 각각 금고 2년과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용원 전 생활안전과 서무와 정현우 전 용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같은 결과는 8년 전 세월호 참사 재판 결과와 유사성을 보인다. 세월호 참사 책임자에 대해 법원은 해경 지휘부 무죄, 일선 해경 유죄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김석균 전 해경청장과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경청장 등에 대해 "제한된 정보로 세월호 침몰에 따른 인명 피해를 예견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현장 관리자인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에게는 "승객들이 빨리 퇴선하지 않으면 선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익사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다"며 신속히 판단해 즉시 퇴선 조치를 했더라면 승객 상당수를 구할 수 있었다고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김 전 정장은 해당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까지 갔지만, 대법원 2부는 지난 2016년 12월 상고 기각으로 유죄를 확정했다.

 

▲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 2022년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사고 책임에 대한 질문에 "이태원 핼러윈 데이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말했다.(MBC <뉴스데스크> 영상 갈무리)

 

박희영 용산구청장 무죄…'주최 없는 행사'에서 벌어진 참사 책임, 어떻게 볼 것인가

 

159명이 희생된 참사를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말해 유가족들과 시민들의 공분을 산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책임에서 빗겨갔다. '주최자 없는 행사'에 대한 지자체의 안전관리 의무가 쟁점이었지만, 검찰의 입증 실패로 1심 재판부는 구청 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구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치구를 관할하는 행정기관에서 사전에 특정 장소로의 대규모 인파 유입을 통제·차단하거나 밀집한 군중을 분산·해산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수권규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결국 이 사건 공소에서 검찰이 지적하고 있는 여러 업무상 주의의무는 자치구의 일반적·추상적 주의의무에 해당할 뿐 피고인들이 인파관리·통제에 관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업무상 주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설령 피고인들의 조치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선고 전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굉장히 많은 주의의무를 공소장에 언급했는데, 이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인가"라고 질문했지만, 검찰은 법원이 원하는 구체적인 '주의의무'를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

 

용산구청 측은 재판 내내 '주최자 없는 행사'의 경우지방자치단체의 안전관리 계획 수립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이태원참사TF는 "재난안전법 자체가 '주최 없는 인파 밀집'에 대해서도 지자체의 재난 예방·대응 의무를 두고 있다"고주장한다. 재난안전법은 국가와 지자체 모두에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할 책무 등을 두고 있는데, 이태원 참사와 같은 인파 사고를 '그 밖의 각종 사고'의 범주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피고인들이 모두 용산구 주민이거나 용산구에서만 장기간 근무하였던 공무원이면서 재난을 관리할 책무를 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들이 핼러윈 데이 인파 운집을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인정한 것은 대단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법원의 판단은 형식적인 법 논리에만 매몰되어 피고인들의 무능을 무죄의 근거로 삼은 부당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지난 7일 박 구청장을 포함한 용산구청 관계자 4명에 대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앞서 검찰은 박 구청장에게 징역 7년을, 유승재 전 용산부구청장과 문인환 전 용산구청 안전건설교통국장에게는 금고 2년을, 최원준 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 박희영 용산구청장 무죄 판결이 선고된 지난 9월 30일 서울 서초구 법원 앞은 눈물 바다가 됐다. ⓒ연합뉴스

 

"경찰의 '위험' 분석 보고서 은폐, 실체적 진실 발견 어렵게 해 엄정 처벌"

 

이태원 참사 관련 재판 중 부실대응 혐의 외에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민 전 서울청 정보부장,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정보과 직원에 대해서는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배성중)는 지난 2월 14일 박 전 부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김 전 과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리고 정보과 직원에 대해서는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기존 자료 보존 등으로 (이태원 참사) 수사에 적극 협조했어야 하나 정반대로 사고 이전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거나 임의로 파기하고 사건 관련 증거를 인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 같은 범행은 그 자체로도 공무를 망친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고 전국민적인 기대를 저버린 채 경찰의 책임을 축소·은폐함으로써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한 데 대해 책임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참사 발생 직후 경찰 수사에 대비해 용산서 정보관의 '이태원 할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와 특정정보요구(SRI) 보고서 3건 등 총 4건의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두 사람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박 전 부장은 지난 6월 항소심 첫 공판에서 "삭제 지시를 한 적 없다", "삭제 지시할 동기도 없다"고 혐의를 부것했다. 반면 김 전 과장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한 항소라고 밝혔다.

 

참사 현장인 해밀턴호텔 골목에 위반 건축물을 세운 혐의(건축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해밀턴호텔 이 모 대표에게는 지난해 11월 벌금 800만원이 선고됐다. 호텔 라운지바 '브론즈' 임차인과 '프로스트' 대표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원, 100만원이 선고됐다. 호텔 운영 법인 해밀톤관광에는 벌금 800만원, 임차 법인 디스트릭트에는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한편,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 구 모 순찰1팀장(경감)과 윤 모 순찰2팀장(경위)에 대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구 경감은 참사 당일 저녁 6시 34분 "압사당할 것 같다"는 첫 112 신고 1건을 받은 뒤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윤 경위는 저녁 6시 34분 첫 신고 이후로도 압사를 언급한 112신고 10건을 받았지만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참사 현장에 30분가량 일찍 도착했다고 허위 기재한 최재원 용산구보건소장(공전자기록등위작·행사 혐의)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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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울서 연이어 해괴한 일... 윤 정부, 심상치 않다

[윤석열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화 행정의 파행... 블랙리스트 시대로의 회귀

24.10.28 06:59최종 업데이트 24.10.28 06:59

"한 편의 회귀물을 보는 것 같다.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고발을 한 것이 7년 전인데 아직도 변한게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필자는 서울도서관의 예술과 노동 전시검열에 대한 기자회견(2023년 1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위 발언을 했다. 블랙리스트 사태의 재발을 막고 예술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음에도, 그러한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블랙리스트 사태는 재발했다.

물론 수천 명의 명단을 작성하고 지원을 배제하는 행위는 형사처벌 및 손해배상으로 학습이 되어 그대로 실행할 수 없겠지만, 위 법률이 금지하는 예술인권리침해행위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행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당시 유행하는 회귀물의 장르를 보는 듯했고, 이에 비유하여 표현하게 되었다.

아래에서는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블랙리스트 시대로의 회귀를 보여주는 예술검열 사건들에 대한 개요 및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2022년 행정안전부의 '늑대가 나타났다' 검열

43주년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식이 지난 2022년 10월 16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참가한 가운데,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리고 있다.부산시

지난 2022년 43주년 부마민주항쟁기념식을 앞두고 재단법인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은 강상우 감독에게 기념식의 총연출을 제안하였다. 강상우 감독은 정형화된 국가기념식 연출은 본인의 영역이 아니라 생각하여 거절하였다. 재단 측은 제43회 기념식은 청와대나 행정안전부 등의 특별한 개입 없이 부마재단의 주도로 준비될 예정임을 언급하였고, 강상우 감독은 기존과 다른 내용의 형식의 국가기념식을 연출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작업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총연출직을 승낙하였다.

강상우 감독은 가수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가 기념식 주제에 적합하다는 공감하에 이랑을 기념식 공연자로 섭외하였다.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 공연은 기념식의 주최, 주관 단위의 담당자가 모두 참석한 중간보고 회의에서 확정되었음에도, 행정안전부의 납득하기 어려운 곡 변경 지시(늑대가 VIP를 상징하는 것 같다는 이유)로 <늑대가 나타났다> 노래는 기념식에서 교체되어야 했다. 이에 동의할 수 없었던 강상우 감독과 이랑은 기념식까지 불과 3주를 앞둔 상황에서 사임·하차할 수밖에 없었다.

강상우 감독은 사임 전 재단 사무처장과 상임이사와 통화를 하였는데, 재단 측은 "행안부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재단의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행안부 윗선에서 늑대가 나타났다 노래에 대한 브레이크(교체 지시)가 있었고, 예산의 목줄을 행안부 정부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행안부의 의사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행정안전부의 노래 교체 지시는 예술인권리보장법 제13조 제1항 제3호의 '불공정행위'로서 "예술인권리침해행위"에 해당한다. 강상우 감독과 가수 이랑은 예술인권리보장법 위반 및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침해에 따른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대한민국, 재단법인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행정안전부는 위 검열논란 당시 특정 곡을 검열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였으나, 소송이 진행 중인 현재 주최기관의 관여는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3년 서울도서관의 전시 검열

2023년 1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서울도서관 '예술과 노동' 전시 검열 사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손잡고

지난 2022년 12월 29일 서울특별시 산하 서울도서관은,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등에 따라 서울도서관이 관리·감독하는 복합문화공간 서울아트책보고에서 시작된 입주 서점(자각몽)의 전시가 '이태원 참사', '화물노조 파업'을 언급하였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철거를 지시하였다.

이에 대해 입주 서점 자각몽 대표와 전시 작가가 강력하게 항의하자 서울아트책보고는 아무런 협의 없이 전시물을 다시 가져다 놓았다가, 서울도서관 지식문화과장의 지시를 받고 다시 일방적으로 철거를 반복했다.

서울도서관과 서울아트책보고는 이 사건이 언론에 공개되자 전시물 앞에 '본 전시는 서울시·서울아트책보고와는 무관한 전시'라는 안내 푯말을 세워두었다. 서울시는 서울도서관과 서울아트책보고의 검열 책임자들을 문책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대신, 아무런 입장표명 없이 본인들과 무관한 전시라는 푯말을 내세우며 책임을 회피하였다.

이 전시가 이태원 참사나 화물노조 파업을 직접 표현했더라도 무엇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전시는 이태원 참사나 화물노조 파업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전시 홍보물에 담긴 전시기획자의 기획의도에 위와 같은 표현이 담겼다는 것을 서울도서관 측이 문제 삼은 것이다. 자각몽 대표와 전시 작가는 2023년 1월경 서울도서관 지식문화과 과장과의 녹취록까지 확보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검열금지 원칙 위반 등으로 진정을 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사건이 많다는 이유로 조사를 계속 지연하다가, 다시 전시물을 복원한 점, 서울도서관 및 서울아트책보고의 입장을 홈페이지와 전시장에 별도 표시한 점, 서점과 수탁기관 간에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진행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점 등을 이유로 2024. 9. 13. 진정내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 및 인권침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을 결정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도서관 지식문화과 과장의 지시 및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녹취가 있음에도,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국가인권위원회는 일방적으로 철거하고 복원한 점(*그러나 복원도 철거 전 전시의 원 상태로 복원하지도 않았음) 및 서울시, 서울아트책보고와는 무관한 전시라는 입장을 별도 표시한 점이 왜 인권침해행위의 면책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이 기각 결정을 하였다. 자각몽 대표와 전시 작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기각 결정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준비 중에 있다.

2024년 종로구청의 백기완노나메기 재단에 대한 거부처분

백기완 노나메기재단, 블랙리스트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주최로 지난 2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 앞에서 열린 '마로니에 야외공연장 고 백기완 선생 3주기 추모문화제 불허 블랙리스트 실행 항의 및 정문헌 종로구청장 사과ㆍ공간사용 승인 및 재발방지책 요구 기자회견'에서 면담을 요구하는 참석자들이 구청 정문을 잠그고 출입을 막는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이정민

백기완노나메기재단은 2023년 12월 28일 "고 백기완 선생 3주기 추모문화제"의 공연을 위해 종로구청 홈페이지를 통해서 마로니에공원 야외공연장 대관신청을 하였다. 추모문화제의 내용은 시 낭송, 영상 상영, 합창단 공연, 춤 공연, 풍물굿 공연 등 전형적이고 보편적인 문화행사였다. 재단은 고인의 생전부터 종로구 대학로에 사무소가 소재한 지 35여년이었으므로, 마로니에공원의 상징적 의미를 고려하여 추모문화제를 진행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종로구청은 지난 2월 6일 "1) 서울특별시 종로구 도시운영에 관한 규칙 제6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공원의 조성 목적에 부합하지 않으며, 2)심의 시 심의위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요청한 보완자료 미제출" 등을 불승인 사유로 기재하며 재단의 이용신청을 거부하였다.

이후 2월 14일 재단 측과 종로구청장의 면담에서 종로구청장은 '본 추모행사가 정치적 행사라고 판단하였고,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원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를 뿐'이라고 하며,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신속히 공원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다시 심의하게 하는 것이 전부라 하였다. 재단 측은 종로구청장이 정치적 행사라고 판단한 의중이 공원운영위원회의 결정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종로구청은 추모제 하루 전인 2월 16일 본 행사가 순수 문화행사로 보기 어려운 점, 공원 이용으로 인한 참여 인파, 소음 등으로 인한 공원 이용객, 인근 주민 등의 불편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점 등을 불승인 사유로 기재하여 마로니에공원 이용 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을 하였다.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규칙 제6조 제1항 제1호는 이용승인에 대한 배제 사유로 "공원의 조성목적에 위배되는 경우"라 규정하고 있다. 상위법령인 공원녹지법 제49조는 도시공원 등에서의 금지행위를 한정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공위녹지법 제49조 제2항은 조례로 정하는 도시공원에서 금지행위 역시 행상 또는 노점에 의한 상행위, 동반한 반려견을 통제할 수 있는 줄을 착용시키지 아니하고 도시공원에 입장하는 행위로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규칙을 위임한 서울특별시 도시공원 조례 제22조에 따르더라도 위 금지행위 외에 도시공원의 사용허가에 관하여 어떠한 규정이나 위임 사항도 없다.

즉 종로구청은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된 규정 및 '공원의 조성목적에 위배되는지 여부'라는 포괄적이고 불분명한 규정을 근거로 재단의 이용신청을 거부하였다. 재단은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법률유보의 원칙 및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 규칙을 근거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또다시 권력을 가진 개인의 말 한마디가 예술인의 자유로운 예술활동을 파괴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예술활동의 의미와 내용을 불문하고, 누군가의 생각이나 견해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술활동을 중단시킬 수 있는 국가에서는 어떠한 자유와 권리도 살아 숨 쉴 수 없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김종휘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입니다.

#블랙리스트 #기초자치단체 #공공기관 #예술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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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격 대통령, 공멸 위기의 진앙이 되다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57


‘쇄신 요구’ 당대표와 사실상 결별
거센 비판 여론은 ‘정치 공세’ 일축
관리·통합·대응 등 리더십 결여
임기단축개헌·탈당, 유일한 해법

성한용기자
  • 수정 2024-10-27 08:49
  • 등록 2024-10-27 07:30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월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월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1960년생입니다. 검사 시절부터 동갑내기 술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성품이 맑은 어느 술친구가 윤석열 검사에게 “너는 정치하지 말라”고 충고했습니다. 윤석열 검사가 이유를 물었습니다. 술친구는 “너는 남의 말을 안 듣잖냐. 그런 사람은 정치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합니다.

      윤석열 검사는 술친구의 충고를 듣지 않고 정치에 뛰어들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임기 절반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금 잘하고 있나요? 10월21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면담은 우리 정치사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결별을 시작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여권이 친윤석열과 친한동훈으로 분열하기 시작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 한동훈 대표가 요구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건희 여사 대외 활동 중단, 김건희 여사 각종 의혹에 대한 설명과 해명, 특별감찰관 임명 등은 뭐 그리 특별한 요구가 아닙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 것뿐입니다.

    • 10월18일 공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명품 가방 수수, 주가조작 등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응답자의 63%가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필요 없다”는 26%에 불과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공개 활동에 대해서는 67%가 “줄여야 한다”고 했고, “현재대로가 적당하다”는 응답은 겨우 19%였습니다.

      10월24일 공개한 전국지표조사에서는 김건희 여사 대외 활동 중단에 대해 73%가 “동의한다”, 20%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바로 이런 여론을 ‘압도적’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 민심과 싸우려는 대통령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대표의 요구를 깡그리 무시했습니다. 면담 다음날 아침 대통령실 관계자가 ‘백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자세히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에게 이런 당부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 “이 어처구니없는 의혹에 대해서는 대응을 제대로 하고 싶어도, 대통령실이 계속 싸우는 게 맞느냐. 대통령실에서 입장을 내면 당에서도 같이 싸워주면 좋겠다. 말이 안 되는 공격을 하면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같이 공격을 해주면 좋겠다. 정치 공세에는 좀 대응을 해줘야 하지 않나.”

      김건희 여사 관련 여러 의혹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어처구니없는 의혹’, ‘말이 안 되는 공격’, ‘정치 공세’라고 확신한다는 뜻입니다.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한동훈 대표가 면담 결과를 브리핑하지 못하고, 다음날 오전 일정을 취소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철저히 무시당한 한동훈 대표는 직접 대국민 호소에 나섰습니다. 10월23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 결과들이 11월15일부터 나온다.”

    • “그때 우리는 어떤 모습이어야 되겠는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국민들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만 한다. 그때도 지금처럼 김 여사 관련 이슈들이 모든 국민들이 모이면 얘기하는 불만의 1순위라면, 마치 오멜라스를 떠나듯이 더불어민주당을 떠나는 민심이 우리에게 오지 않는다.”

      오멜라스는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가상의 도시로 ‘위선적 낙원’을 의미합니다. 민주당을 떠나는 사람들을 국민의힘이 붙잡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동훈 대표는 특별감찰관을 북한인권재단 이사와 연계하지 않고 추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 인권 문제는 헌법적 가치이자 당의 정체성과 연결된 문제”라고 했습니다. 사실상 반대입니다. 특별감찰관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갈등은 이처럼 거의 내전 수준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거나, 윤석열 대통령 지시를 받은 의원들이 한동훈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사태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도대체 지금 우리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골육상쟁하는 이유가 뭘까요? 골육상쟁의 결과는 공멸입니다. 그런데도 싸우는 이유가 뭘까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실한 정치적 리더십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마디로 자격이 없습니다. 대통령의 자격도 없고, 정치인의 자격도 없습니다. 정치인은 민심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지 않습니다. 제가 너무 심한가요?

      외교·안보 이슈로 비켜 가려는 꼼수?

      김영삼 대통령의 공보수석과 환경부 장관, 한나라당 의원을 지낸 윤여준 전 장관이 2011년 ‘대통령의 자격’이라는 책을 출판했습니다. ‘문제는 당선 이후의 통치력이다!’가 책의 부제입니다.

      “이 책의 주제인 스테이트크래프트는 ‘국가를 다스리는 실천지’로서, 특히 ‘근대 국민국가’라는 특수 유형의 정치 공동체를 창설·유지·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집단적 결정’과 그 ‘실행’을 관리·감독하는 실천적 능력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헌법적 기본 원리를 포함한 국가 제도의 관리, 국민적 일체감 형성 및 통합의 유지, 대내외 각종 현안에 대응할 수 있는 올바른 정책의 수립 및 실행, 여러 정치 세력 및 인물 관리 등 ‘국가라는 법인체의 행위자로서 요구되는 각종 능력’이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과연 ‘대통령의 자격’을 갖춘 사람일까요? 여러분이 한번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윤여준 전 장관은 특히 “(정치인들이) 자기편에 대해서는 선의라고 하는 관대한 심정윤리를 적용하고, 상대편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 규정을 들이댈 뿐 아니라 심지어 악의를 갖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보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어떻습니까? 툭하면 자신을 반대하는 국민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딱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한동훈 대표에 대해 “‘집권 여당 대표’라는 정체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러다가 머지않아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를 반국가 세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최근 여권 내분의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도대체 언제까지 김건희 여사 문제를 끌고 가려는 것일까요? 윤석열 대통령 머릿속에는 어떤 그림이 들어 있는 것일까요?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국정감사를 마치고 의원총회를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국정감사는 11월1일 끝납니다. 11월3일 이후 열리는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특별감찰관 추천 여부를 결정할 것입니다. 11월 초에는 제2부속실 윤곽도 드러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면담 때 정진석 비서실장이 그렇게 설명했습니다.

      11월10일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 반환점입니다. 기자회견이나 국정 설명회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유감 표명이나 사과로 민심을 달래려 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외교·안보에 ‘진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11월에 외교·안보 분야의 대형 사건들이 불거지면서 김건희 여사 문제를 비켜 갈 수 있다고 기대할 것입니다.

      이를테면 북한의 러시아 파병의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월24일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갖고 있었는데, 이 원칙을 더 유연하게 북한군 활동 여하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무섭습니다.

      11월5일(현지시각)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집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당분간 관련 뉴스가 쏟아질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는 호재입니다. 11월15일과 25일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1심 선고가 잇따라 내려집니다. 이재명 대표의 불행은 윤석열 대통령의 행복입니다.

      자, 어떻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이처럼 ‘믿는 구석’이 따로 있다고 봐야 합니다. 물론 정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희망대로 흘러갈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월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추경호 원내대표. 김경호 선임기자 jiae@hani.co.kr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월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추경호 원내대표. 김경호 선임기자 jiae@hani.co.kr

      ‘김건희 특검’ 재의결 땐 탄핵도 가시권

      마무리하겠습니다. 시간은 윤석열 대통령 편일까요? 아닌 것 같습니다.

      명태균씨의 입을 통해 쏟아진 김건희 여사 국정 농단 의혹이 하나씩 사실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11월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번째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의결할 예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무기명투표로 진행되는 국회 재의결에서 이번에는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합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재의결되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도 가시권에 들어온다고 봐야 합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한 사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단축 개헌을 제안하고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국정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하면 됩니다. 대통령 자격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니 스스로 임기를 일부 반납하고 대통령직에서 일찍 내려오는 것입니다.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어느 정도 가라앉을 것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런 제안에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쫓겨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능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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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이 평화다! 탄핵이 민주다!”…112차 촛불대행진 열려

이영석 기자 | 기사입력 2024/10/26 [19:51]

 

© 김영란 기자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2차 촛불대행진’이 26일 오후 5시 서울시청과 숭례문 사이 대로에서 열렸다.

 

‘탄핵이 평화다! 탄핵이 민주다!’라는 부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연인원 8,0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사회를 맡은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가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시작했다.

 

“탄핵이 평화다! 탄핵이 민주다!”

“이대로는 전쟁 난다! 윤석열을 탄핵하라!”

“위기 탈출용 공안탄압 윤석열을 끌어내리자!”

 

© 김영란 기자

배우 유정숙 씨가 격문을 낭독했다. (격문 전문은 아래 첨부)

 

유 씨는 “국민이 불러서 나왔다 했는가? 아니다. 윤건희 너를 부른 것은 우리가 아니다. 너를 부른 것은 네 속에 끓어 넘치는 탐욕”이라며 “똑똑히 들어라. 오늘 국민은 윤건희 너를 향해 당장 내려오라 명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 윤건희 정권을 향해 “하다 하다 계엄과 전쟁이라는 함정으로 국민을 밀어 넣는 어리석은 권력”이라며 “우리는 윤건희, 너를 탄핵시켜 공정과 상식의 정수를 보여줄 것이다. 탄핵이 법치고, 탄핵이 정의다. 탄핵이 민주고, 탄핵이 평화다”라고 외쳤다.

 

▲ 유정숙 배우. © 김영란 기자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는 “1972년 지금으로부터 52년 전 10월 17일은 박정희 정권이 유신을 선포한 날이었다”라며 “2024년 10월 17일, 검찰이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무혐의 선언을 했다. 검찰청에 마지막 남은 최소한의 신뢰도 무너진 날이고 대한민국 헌정이 김건희의 국정농단에 농락된 치욕스러운 날이었다”라고 개탄했다.

 

이어 “윤석열·김건희 정권이 독재를 넘어 불장난을 쳐서 한반도의 평화가 위태로워지고 있다”라며 “총력을 통해(다해) 윤석열 정권을 고립시켜 내고 전쟁의 불장난을 막기 위해서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을 탄핵하자”라고 주장했다.

 

▲ 송영길 대표. © 김영란 기자

윤석열 폭정 종식 그리스도인 모임 공동대표인 강경민 목사는 지난 10월 9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 여성 인권 토론에서 일본 대표가 “위안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위안부 주장은 근거 없는 주장이다”라고 말한 것에 한국 대표가 침묵으로 일관한 것을 두고 “사실상 일본의 역사 왜곡에 동조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은 일제에 의해 강제로 나라를 빼앗긴 우리 선조들의 피눈물 젖은 역사를 외면한 매국노들의 광기가 가득한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 강경민 목사. © 김영란 기자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10.29이태원참사 2주기 추모 영상에서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을 외면하는 윤석열 정권을 비판했다.

 

참가자들이 본대회를 마치고 서울 시내를 행진한 후 정리집회를 했다.

 

김지선 공동대표가 오는 11월 2일 113차 촛불대행진이 열린다고 알리며 집회를 마쳤다.

 

한편 구본기 촛불행동 공동대표가 진행하는 ‘구본기의 현장 인터뷰’가 이날부터 ‘구본기의 촛불국민 속으로!’라는 명칭으로 바뀌어 진행되었다.

 

이에 관해 구 공동대표는 “촛불국민을 더 높이며 역사 속에 (주인공으로) 남겨드리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 ‘지리산 노래패’가 「노래여 날아가라」, 「민주 승리가」, 「파도 앞에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불렀다. © 김영란 기자

 

▲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기념해 독도 플래시몹을 했다. © 김영란 기자

 

▲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기념해 독도 플래시몹을 했다. © 김영란 기자

 

▲ 극단 ‘경험과상상’이 「민중의 노래_레미제라블」, 「촛불이여 타올라라」, 「우리의 촛불은」, 「벨라 차오」를 불렀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이호 작가

 

© 김영란 기자

 

© 이호 작가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기조 격문

 

공정과 상식을 말했느냐?

그 입으로 공정과 상식을 말했느냐?

 

너와 네 가족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무시당하고 학대당하는 세상을 너는 공정이라 말했다.

지금 이 나라 백성들이 공평하게 공유하고 있는 것은

당장이라도 전쟁이 터져 모두가 죽을 수 있다는 공포심이다, 네가 오늘 또 무슨 짓을 저지를까 하는 근심이다.

너희가 누리는 특권과 특혜에 아무도 뭐라 할 수 없는 세상, 그것이 상식이 되는 세상을 너는 노렸느냐.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했던가?

 

그렇다, 너희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이라면 응당 있어야 할 양심이 없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느껴야 하는 수치심이 없다.

사람이 아닌 것이 사람에게 진정을 다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의 양심이 아닌 것들이 지엄한 국민을 하늘로 섬길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이 불러서 나왔다 했는가?

 

아니다. 윤건희 너를 부른 것은 우리가 아니다.

너를 부른 것은 네 속에 끓어 넘치는 탐욕이다.

마음 놓고 주가를 조작하고,

멋대로 도로를 틀고, 혈세를 탕진하고,

여론을 조작하고, 선거를 유린하고!

수틀리면 국민에게 총구를 들이댈 욕망,

로마의 네로처럼 모두를 불구덩이에 몰아 아비규환을 만들면 그만이라는 끔찍한 계산.

 

똑똑히 들어라.

오늘 국민은 윤건희 너를 향해 당장 내려오라 명하고 있다.

그 자리에서 버티며 내뱉는 한마디의 말도 죄악이다.

단 한 걸음, 단 한 모금의 술도 범죄고 낭비다.

온 나라의 퇴행이다.

 

돌을 맞더라도 갈 길 가겠다고 했는가?

 

그러나 길은 없다.

산짐승도 저마다 갈 길을 가려 걷는데,

길이 아닌 곳으로만 헤집고 다닌 너에겐 애초에 길이 없었다, 나락뿐이다.

우리는 돌멩이가 아니라 태산 같은 바위로

천지를 진동하는 벼락으로 네 앞에 서 있다.

보이지 않는가?

 

하다 하다 계엄과 전쟁이라는 함정으로 국민을 밀어 넣는

어리석은 권력아,

그 자리가 네가 죽을 자리인 줄 모르고

제 발을 제 손으로 묶는 한심한 독재자야.

우리는 윤건희, 너를 탄핵시켜 공정과 상식의 정수를 보여줄 것이다.

탄핵이 법치고, 탄핵이 정의다.

탄핵이 민주고, 탄핵이 평화다.

 

국정농단 비리 주범 윤건희를 탄핵하라!

전쟁과 계엄을 부르는 윤건희를 타도하자!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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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향한 걸음, 함께 하겠다” 약속·다짐으로 채워진 이태원 참사 2주기

“지치지 않도록, 외롭지 않도록 함께 해달라” 유가족 호소에 시민들 “함께 하겠다” 화답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및 참석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2024.10.26 ⓒ뉴스1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사흘 앞두고 이태원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수많은 시민이 모였다. 이태원 참사가 유가족들은 여전히 ‘진상규명’을 목 놓아 외쳤다. 유가족들의 간절한 외침에 참가자들은 “함께 하겠다”고 화답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26일 이태원 참사 당시 압사 위험을 처음으로 신고된 오후 6시 34분 서울광장에서 2주기 시민추모대회를 열었다. 서울광장은 이태원 참사를 상징하는 보라색 옷을 입은 유가족들과 시민들로 가득 찼다. 해가 지며 서늘해진 날씨에도 참가자들은 2시간 이상 이어진 추모대회를 끝까지 지켰다.

이날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위해 시민들의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지난 2년여간 거리에서 싸우며 힘들게 출범시킨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첫발을 내딛었지만, 여전히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향한 길이 멀고 험난하다는 것이다.

현재 참사 책임자들 중 극히 일부의 공직자들만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다. 그나마도 윗선으로 꼽히는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은 최근 이뤄진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0.26. ⓒ뉴시스

고 이주영 님의 아버지인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눈물과 애환의 산증인들이 있다. 가족을 잃고 평생을 고통스러운 멍에를 메고 살아가야 하는 4월의 세월호, 그리고 10월의 이태원, 또 수없이 많은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들이 그분들”이라며 “이런 사회적 참사가 수십년이 지나도 반복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더 이상 이 나라에 이러한 불행이 반복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에서 두 번 다시 재난참사로 고통받는 이들이 없도록 한 걸음 나아가는 주춧돌이 되고자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참사를 겪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피해당사자로서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사회 각계에 당부하는 말을 남겼다.

우선 정부와 여야 정치권을 향해 “이태원 참사는 정쟁의 도구로 소모되어서는 결코 안 될 엄청난 국가적 재난 참사”라며 “그러므로 이 참사가 정치권에 부여하는 의미를 깊이 되새기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을 진지하게 이행해 주실 것을 진심으로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를 향해선 “참사 직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안전사회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활동하고 함께 걸어주셨던 것을 기억한다”며 “이제 막 걸음을 뗀 진상조사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감시자이자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을 부탁드린다. 진상을 규명하고 그 책임을 묻는 과정에, 그리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그 긴 과정에 지치지 않는 걸음으로 함께해달라”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시민들에게도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년간 여러분들이 보여주신 연대는 우리 유가족들이 버텨온 힘이자 위로였고 응원이었다. 또한 왜곡된 시선으로 악의적인 모욕과 폄훼를 퍼붓는 이들로부터 우리를 버티게 해 준 힘이었다”며 “그러나 이태원 참사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이는 수많은 생존피해자와 목격자들이 이태원 참사를 이야기하고 기억하는 일을 주저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들에 맞서 이태원 참사를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함께 해달라”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는 잃어버린 꿈들의 잃어버린 진실을 찾기 위해 기나긴 여정을 내딛고 있다”며 “그 긴 여정에 지치지 않도록, 외롭지 않도록 함께 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거듭 호소했다.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맡은 송기춘 특조위원장은 이날 추모대회에 참석해 “유가족들의 애끓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송 위원장은 “위원회는 2년 전 10월 29일 밤의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 왜 희생자와 피해자들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들이 행해졌는지, 왜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는지,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이러한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우리들이 제기할 수 있는 모든 의문과 요청에 답하고자 한다”며 “우리는 참사 원인을 밝히는 것을 넘어서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조건을 확보하고 그런 환경을 어떻게 만들지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위원장은 “위원들은 추천된 정당과 무관하게 활동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참사 원인을 밝히고 책임 소재를 규명하려 한다. 특조위원 9명의 뜻과 마음도 결코 다르지 않다”며 “위원회가 가지는 권한의 한계에도 많은 분들이 진상규명 작업에 함께할 것으로 믿는다. 진실은 밝혀지고 거짓은 드러나지 않을 리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 초 야당이 통과시킨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지난 5월 여야 합의로 수정안이 통과되면서 특조위는 어렵게 출범했다. 첫 회의는 지난 9월 개시됐고, 활동 기간은 조사 개시 결정일로부터 1년이며 3개월 이내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 가능하다. 특조위는 참사 발생 원인과 수습 과정, 후속 조처 등 참사 전반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유가족들이 여는 공연을 바라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4.10.26 ⓒ뉴스1

유가족들, 정부와 국회 향해 “정치가 해야 할 역할 해달라” 당부
여야 7개 정당 대표들, 한목소리로 ‘특조위 지원’ 약속


유가족들의 간절한 호소에 정치권도 화답했다. 추모대회에는 여야 7개 정당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특히 야당 대표들은 참사에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정부를 질타하며,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국회의 역할을 약속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책임지지 않는 권력은 폭력이다. 이태원 참사가 인재라는 증거가 차고 넘치지만 참사의 책임자는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고 있다”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통과됐지만, 특조위 임명은 지체됐고, 예산과 인력 지원은 요원하다. 과연 정부가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엄벌할 수 의지가 손톱만큼이라도 있는지 심각하게 따져 묻게 된다”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특조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과 인력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며 “반드시 참사의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고 책임져야 할 이들이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함께 분노하고 싸우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그날 국가와 정부가 제 역할을 다했다면 수많은 생명을 잃는 어처구니없는 비극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가족들은 진실과 정의를 밝히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워왔지만 참사를 둘러싼 책임 있는 이들은 하나둘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조위가 2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고, 조사 권한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정부를 상대로 한 증거와 자료 확보가 필요한 조사이기 때문에 앞으로 길고 지난한 싸움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혁신당은 특조위 활동에 최대한 협조하고 지원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지난 2년간 온갖 난관을 헤치고 싸워 마침내 특조위를 출범시키며 진실을 향한 한 걸음을 내딛고 국민을 대신해 맨 앞에서 싸워준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상임대표는 “어렵사리 출범한 특조위가 여러 악조권을 뚫고 감춰진 진실의 문을 열고 책임자 처벌로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진보당이 함께 하겠다”며 “진실을 감추고 잘못을 사과하지 않는 공직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생각조차 없는 불의한 권력에 맞서 시민과 함께 손잡고 싸워 나가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처럼 야당 대표들의 발언이 끝날마다 참가자들은 환호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반대해 온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무대에 오르자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거센 항의와 야유를 보냈다.

추 원내대표는 “다시는 이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할 뿐”이라며 “특조위의 피해구제심의위원회와 추모위원회도 조만간 출범한다. 관련 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주어진 역할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 대한민국의 모든 시간과 공간에 국가가 존재함을 느낄 수 있도록 국회가 무한한 책임감을 갖고 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을 향한 항의는 추 원내대표의 발언을 끝내고 내려올 때도 이어졌다. 한 유가족은 추 원내대표가 무대에서 내려가자 “어디서 발언을 하느냐”고 소리쳤다.

이날 추모대회에서는 특별한 추모 공연이 준비 돼 시민들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가수 하림이 오래된 지인이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인 최정주 씨(고 최유진 님 아버지)가 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직접 작사, 작곡한 추모곡 ‘별에게’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하림의 노래가 시작되자, 참석자들은 희생자들을 향한 마음이 하늘에 닿을 수 있도록 휴대전화의 플래시를 켜고 함께 추모곡을 들었다.

한편 유가족과 시민들은 시민추모대회에 앞서 참사가 발생했던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4대 종단 기도회를 진행한 뒤, 용산 대통령실을 거쳐 서울광장까지 행진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 뒤로 서울시청이 이태원참사를 추모하는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다. (공동취재) 2024.10.26.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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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하트 여왕'과 '이상한 나라'의 한동훈

[박세열 칼럼] '정권 재창출' 의지가 없는 대통령, 그리고 대선주자 한동훈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10.26. 05:02:20

중국의 대문호 루쉰을 인용할 때도 느꼈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좌파 작가의 작품을 곧잘 인용한다. 좋은 일이다. 이번엔 자본주의의 모순을 파헤쳐 온 무정부주의자 어슐러 르 귄의 SF 소설을 인용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이슈들이 모든 국민들이 모이면 얘기하는 불만의 1순위라면 마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처럼 더불어민주당을 떠나는 민심이 우리에게 오지 않는다."(한동훈 대표, 23일 확대당직자회의)

이 말엔 몇 가지 중요한 상황 판단이 들어있다. 먼저, 한 대표는 '보수 결집'보다 '중도 확장'이 중요하다는 걸 안다. 둘째, '김건희 리스크'가 지금 중도 확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유죄가 선고될 경우 민주당에 마음이 가 있던 '중도층', 그들이 한 대표가 포섭해야 할 '타겟'이다.

해법은 제대로 짚었지만, 중요한 건 한 대표가 처한 상황이다. 한 대표가 언급한 오멜라스는 어슐러 르 귄의 단편 소설 속에 등장하는 부조리한 유토피아다. 왕도, 노예도, 경찰도 없는 오멜라스의 사람들은 행복하지만, 그 행복은 한 어린아이의 비참한 삶을 집단적으로 방치함으로 얻어진 행복이다. 오멜리스가 행복한 건 양심의 가책을 느낀 사람들이 오멜라스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멜라스엔 '양심'과 '행복'을 교환한 사람들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영원히 '행복함'을 유지할 수 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을 소설 속의 오멜라스에 비유하고 있는데, 정작 한 대표 본인이 처한 상황은 여왕이 통치하던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토끼굴이다. 오멜라스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보다, 하트 여왕이 통치하는 이상한 나라를 헤매고 있는 한 대표의 처지가 더 딱해 보인다.

지난 21일 윤-한 차담은 여러모로 괴이한 회동이었다. '윤석열 원더랜드'의 문을 열고 혈혈단신 용산에 발을 디딘 한 대표를 에워싼 건 대통령이 거느린 수많은 카드 병정 같은 참모들이다. 소설 속에서 하트 여왕이 주관하는 기묘한 크로켓 경기를 본 앨리스는 기겁한다. 공은 살아있는 고슴도치고 방망이는 살아있는 플라밍고다.

카드 병정들이 손과 발을 사용해 고슴도치가 통과할 아치를 만들고 있었다. 하트 여왕은 게임을 도중 '저놈의 목을 베어라'라고 연신 소리를 지르고 있다. 크로켓 경기가 끝날 때쯤엔 모든 병정들이 목을 베이는 형을 선고받는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사는 세계는 보통의 정서로 설명될 수 없다. 지난 4월 총선 참패 원인은 한동훈이어야 하고, 지난 당대표 선거에선 원희룡 대표가 선출돼 있어야만 하는 세계다. 카드 병정을 거느리며 국정을 주무르고 있는 하트 여왕이 왜 문제인지 왕은 잘 모른다.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여왕이 '목을 베라'고 명령을 내렸는데, 사형 집행인은 '몸이 없는 머리는 벨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고, 하트 여왕의 남편인 왕은 '모든 머리는 벨 수가 있다'며 하트 여왕을 대신해 아무런 의미도 없는 논쟁을 벌이며 국사를 논하고 있는 기괴한 형국. 하트 여왕은 왕과 재판관을 향해 "선고를 먼저 내리고 재판은 나중에 하라"고 소리치고 있다.

현실로 돌아와 보자. 대통령은 "집사람이 많이 힘들어한다"며 "활동을 많이 줄였는데 그것도 과하다고 하니 더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고, "(한동훈이) 나와도 계속 일 해 왔지만 나와 내 가족이 무슨 문제가 있으면 편하게 빠져나오려고 한 적이 있나"라고 오히려 반문한다. '김건희 라인' 참모들을 경질하란 요구엔 "누가 어떠한 잘못을 했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얘기를 해줘야 조치를 할 수 있지 않나"라며 거부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회동 사진엔 '김건희 라인' 의전비서관과 한 대표가 같은 프레임 속에서 박제됐다. 굴욕적이다. 하긴, 이상한 나라에 온 건 앨리스의 잘못이지, 애초에 하트 여왕의 잘못은 아니다.

하트 여왕으로부터 '머리를 베어라'라는 선고를 언도받고 재판정에 선 앨리스가 지금 '오멜라스'를 바라보며 걱정을 하고 있는 꼴이다. 소설 속 앨리스는 여왕을 향해 "말도 안되는 헛소리"라며 "너흰 그냥 카드 한 벌일 뿐이야"라고 외친 후 꿈에서 깨어나게 된다. 한 대표는 그럴 수 있을까?

'윤-한 회동'에서 성과가 있다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권 재창출' 의지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는 점이다. 한 대표는 당대표에 출마하며 "정권 재창출"을 강조하며 "만약 1년 뒤쯤 그게 저라면 저는 당연히 (대선에) 나온다"고 말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 범어사를 찾아 '무구무애(인생을 살면서 허물이 없어 걸릴 것이 없다)가 적힌 족자를 받아 들고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다짐했다.

대선 주자 한동훈의 목표는 '정권 재창출'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럴 의지가 없다. 한 대표는 '중도 확장'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럴 의지가 없다.

앨리스가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여왕을 향해 반기를 들었듯, 한 대표가 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한다면 '차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한 대표는 지금 겹겹의 딜레마에 처해 있다. 첫째, 한 대표가 인식하고 있는대로 '중도 확장'을 목표로 한다면 대통령과 영부인을 둘러싼 의혹을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 대통령의 경우엔 한 대표가 약속한 채상병 특검이 해법이 될 것이고, 영부인의 경우엔 김건희 특검이 해법이 될 것이다. 이 경우 대통령 탈당, 나아가 '분당'까지 각오해야 한다.

둘째, 한 대표가 설사 분당을 막고 보수 단일 대오를 유지하며 대통령 부부에 대한 처분을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데 성공했다 치자. 본인이 대권을 꿈꾼다면 대한민국 유권자들이 '검찰 대통령'을 연속 두 번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명분을 제공해 줘야 한다. 한 대표가 언급한 어슐러 르 귄의 오멜라스는 지금 검찰의 모습과도 같다. 영부인의 범죄 혐의를 방치한 대가로 '영원한 행복'을 구가하고 있는 '검찰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붙잡기 위해선 친정을 향해 개혁의 칼을 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 대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이 어려운 일들을 전부 해낼 수 있는가? 욕심을 버리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사즉생이다. 보수를 살리고 본인의 대권을 포기할 때, 오히려 길은 열릴 수도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대통령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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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서 확산되는 위험천만한 전쟁 개입론...“소시오패스적 발상”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4.10.01. ⓒ뉴시스


부정확한 북한군 참전설을 빌미로 우리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해야 한다는 취지의 도를 넘은 주장이 여권에서 확산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직접 공급 방안을 시사했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파병된 북한군에 인명 피해를 입혀 대북 심리전에 활용하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포착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공동언론발표 자리에서 “우리는 대원칙으로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는데, 더 유연하게 북한군 활동 여하에 따라 더 유연하게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원식 안보실장과 한기호 의원의 메시지 내용은 충격적이다. 같은 날 ‘이데일리’ 카메라에 포착된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한 의원은 신 실장에게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신 실장은 “넵 잘 챙기겠습니다. 오늘 긴급 대책회의했습니다”라고 답했다. 한 의원이 이어 “파병이 아니라 연락관도 필요하지 않을까요”라고 보냈고, 신 실장은 “그렇게 될 겁니다”라고 답했다.

북한 파병설에 관한 정보의 정확성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 비해 여권에서 언급되는 이러한 대응 방식은 다소 과도해 보인다. 이렇게 강경 일변도의 대응 발언들이 여과 없이 나오는 일이 누적·확산되는 건 분명한 불안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들의 반복이 자칫 빌미로 작용해 북한과 수위 높은 말싸움이 오가면서 남북간 군사적 긴장에 불을 지피거나,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 입장에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레드라인을 넘나들기라도 한다면 지금보다 높은 차원의 안보 위기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군·정보 당국이 현재까지 확보하고 있는 정보는 북한군 3천여 명이 러시아 동부 연해주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것이 전부다. 지난 6월 양국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맺은 이후 그에 따른 새로운 군사·안보 협력 차원인지, 전장에 용병으로 투입하기 위한 목적인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보다 더 높은 정보력을 가진 미국도 북한의 전투병 파병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3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에 참가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했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군의 이동 목적에 대해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 패트릭 라이더 대변인이 그 전날 북한군 이동과 관련해 “북한과 러시아 관계 각각의 측면과 수년에 걸친 양국의 정보·훈련 교류는 그 자체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오늘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비준됐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것이다. 그 조약 4조의 이행과 관련된 협상을 (북한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북러 조약 4조는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면 다른 한쪽이 지체 없이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푸틴 대통령의 말은 전황에 따른 불확실한 미래의 일이다. 객관적인 현재의 전황을 러시아가 현재 동맹국의 군사 원조를 받을 만큼 시급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군 파병 정보에 관한 국제사회의 공식적인 판단과 우리 여권의 대응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야권에서는 우려와 비판이 거세다.

외교·안보 전문가인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전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만약 트럼프가 당선이 돼서 전쟁을 끝내면, 만약 그 전에 우리가 살상 무기를 보내버리면 전쟁이 끝난 상태에서 한러 관계는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며 “우리가 왜 이렇게 앞서가느냐”고 꼬집었다.

설사 전투병 참전설이 사실이라는 가정하에서도 김 의원은 “북한도 비판해야 되고 러시아도 비판해야 되고, 한미일이 같이 공조해야 되는 문제가 분명히 맞다다. 그러나 그게 우리가 미리 입장을 정해놓으면서 우리 스스로 올가미를 맬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90여 명은 25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윤석열 정권의 전쟁 조장, 신북풍몰이 규탄대회’를 열고, 정부·여당의 긴장 조성 국면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신 실장과 한 의원이 주고받은 메시지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사주하고 한반도에 전쟁을 불러들여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겠다는 저 극악무도한 발상을 우리가 용서할 수 있나”고 했다.

또한 “(이들은) 한반도에 전쟁을 불러들여 정권이 맞이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위험천만한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며 “정권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민의 생명쯤이야 아무렇지 않게 희생할 수 있다는 소시오패스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 발언에 대해 “추가적으로 더 드릴 말이 없다”고 했고, 신 실장-한 의원 메시지 내용과 관련해서는 “의례적인 응대였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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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반도 재진출 부를 미·일 주도 신냉전 동맹체제 반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10/26 08:01
  • 수정일
    2024/10/26 08:1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야3당·시민사회, 독도의 날 맞아 일본과의 군사협력 중단 촉구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10.25 23:55
  •  
  •  댓글 0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 3당은 2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의 영토주권과 역사정의를 훼손하는 한일군사협력 추진을 즉각 멈추라"고 함께 외쳤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 3당은 2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의 영토주권과 역사정의를 훼손하는 한일군사협력 추진을 즉각 멈추라"고 함께 외쳤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5회째를 맞는 '독도의 날'인 25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 3당과 시민사회가 노골적으로 독도강탈을 꾀하는 일본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려는 윤석열정부를 규탄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 3당은 2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의 영토주권과 역사정의를 훼손하는 한일군사협력 추진을 즉각 멈추라"고 함께 외쳤다.

먼저 윤석열정부에서 역사적으로, 또 실효적으로 우리 고유영토인 독도의 존재를 지우려는 여러 시도가 끊이지 않고, 일본이 2022년 국가안전보장전략 개정판에 '독도를 자신들의 고유영토'로 최초 명시하는 등 영토주권에 대한 노골적 침해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에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않는 행태를 문제삼았다.

한일역사정의행동 공동대표인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공동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주권의 핵심인 영토주권을 침해하려는 나라와 군사동맹을 구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협력각서 체결(한미일 군사훈련 정례화,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강화 등) △한일군수지원협정(ACSA) 체결 움직임(김선호 국방부차관 국회 국방위원회 발언) △한일상호접근협정 추진(자위대 한반도 진출 뒷받침) 등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나아가려는 정부의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해야 한다'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구상에 대해 '구체화되면 협의하겠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비친 정부의 태도는 미일 주도하의 배타적 군사동맹 구축과 역내 긴장격화에 대한 우려를 한층 높이고 있다"고 경계했다.

또 한일군사협력 추진과 함께 일본 제국주의의 불법적 침략을 미화하고 친일 협력을 합리화하는 등 '친일 역사쿠데타'를 감행하여 '우리의 미래마저 식민지화'하려 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군사동맹 정책 기조를 강력 비판했다.

야 3당과 시민사회는 "우리는 군사기밀을 내어주고, 영토주권을 내어주며 역사정의를 내어주면서 일본의 군화발을 다시 한반도로 끌어들이려는 정부의 한일군사협력 추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사회를 대표해 이홍정 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은 "우리는 일제를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고 자위대의 재무장과 한반도 진출을 정당화하는 한일 군사협력을 반대하는 동시에 이를 매개로 구축되는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체제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한일 군사협력 체제를 작동시키는 미국의 패권주의적 욕망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전쟁 시기에 구축된 미일, 한미 양자 간 냉전 군사동맹을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확정하기 위해 노력해 온 미국이 마침내 윤석열정권의 대미 종속 외교와 대일 굴욕외교를 매개로 한일관계의 걸림돌인 역사적인 문제를 안보우선주의에 입각해 가해자 입장에서 타협하고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의 길을 강제한 것"이라고 하면서 "이는 미중 패권경쟁이 치열하게 작동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일극패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신냉전 분열 정책으로서 결국 북중러 동맹체제를 강화하여 한반도의 영구 분단과 민족 공멸의 핵전쟁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독도지우기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은 "독도는 단순한 섬이 아니라 국민의 자존심이자 주권의 상징"이라며, 독도지우기에 여념이 없는 윤석열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호시탐탐 독도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는 일본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독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독도에 대한 잘못된 표기를 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외교안보특별위원장은 "한미일 군사협력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묵인'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이 숨어 있다"며 "윤석열정부는 '독도지우기'라는 위험한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독도 수호의 굳건한 의지를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혜경 진보당 원내대변인은 "독도의 날에 국민들이 독도를 잃을까봐 걱정하는 건 윤석열정부의 역사 지우기 행보가 계속되기 때문"이며, "일본정부가 말도 안되는 독도지우기에 몰두하는 건 그들의 군사 야욕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격변하는 국제정세속에 국익 우선의 신중한 외교는 커녕 일본 군대의 손을 잡고 뛰어들겠다는 윤석열정부의 위험천만한 사고 방식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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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2주기, 세은 아빠의 다짐 "이름 없는 조의금, 사회에 돌려드릴 것"

 
[인터뷰] 유가족 진정호씨 "연대와 지지가 버팀목, 26일 추모대회 함께 해주세요"
24.10.25 17:34l최종 업데이트 24.10.25 17:34l
 
 이태원 참사 당시 상황을 전하는 진정호 씨 (사진 : 정민구 기자)
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는 많은 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중에서도 딸 세은이를 잃은 진정호씨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참사 2주기를 맞아, 진씨는 딸과의 추억과 그날의 충격적인 경험을 되새기며 인터뷰에 응했다.

세은이는 집안의 막내로,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았고, 여행을 좋아하던 세은이는 항상 주변에 웃음을 주던 존재였다.

"세은이는 집안에서는 제 편이었어요. 엄마와 큰딸이 저에게 잔소리를 하면 세은이가 저를 위로해 주곤 했죠. 제가 운전할 때 졸까 봐 옆에서 계속 얘기해 주는 딸이었어요."

진씨는 딸과의 소중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참사가 있던 날, 세은이와 언니는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며 집을 나섰다. 세은이는 이태원으로 언니는 홍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세은 엄마가 TV에 속보가 뜨는데 아이들이 전화를 안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저기 전화를 하는데 1시쯤 전화가 왔어요. 세은이가 깨어나서 엄마 이름하고 전화번호를 얘기한 거예요."

이름도 쓰여있지 않은 조의금 봉투들

 
 제주여행에서 딸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진정호 씨 (사진제공 : 진정호)
정신없이 병원으로 향했다. 수술에 필요한 동의서를 작성하고 나니 세은이를 중환자실로 옮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치의는 세은이가 너무 힘들어해서 수술실까지도 옮기지 못하고 중환자실에서 수술을 진행해야겠다고 전했다.

"부모로서 무얼 할 수 있는지 의사에게 물었어요. 그랬더니 혹시라도 필요할 수 있으니 지정 헌혈을 해놓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큰딸이 이런 사연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는데 한 5분쯤 지났을까, 병원에서 막 쫓아오더라고요. 지정 헌혈 문의가 너무 많아서 병원 업무가 마비됐다고 연락처를 좀 바꿔달라고요."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날 세은이를 살리겠다고 지정 헌혈에 나선 이가 200명이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은이와의 이별은 막을 수 없었다. 병원으로 옮긴 지 사흘 만의 일이었다.

"솔직히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는 게 맞을 거예요. 그리고 정말 무서웠어요. 아내와 큰딸을 다독이면서도 무서운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어요. 한참 나이 어린 처남한테 무섭다고, 같이 있어달라고 부탁했어요."

담담히 이야기를 풀어나가던 진씨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이 젖어있었다. 이제는 나아졌는가 싶은 아픔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진씨는 장례를 은평에서 치러야 하나 싶은 고민을 할 새도 없이 세은이가 입원했던 병원에서 떠나보내야 했다.

 
 시민들이 보낸 따뜻한 연대에 감사함을 전하고 있는 진정호 씨 (사진 : 정민구 기자)
"누구한테 뭘 알려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장례식장에 잘 모르는 시민들이 조문을 오시기도 하고 나중에 장례 정리하면서 조의금 들어온 봉투를 보니 누군지 이름도 쓰여있지 않은 봉투가 너무 많이 나오는 거예요. 이렇게 받은 마음을 다시 사회에 돌려드리고 후원을 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세은이를 잃은 마음을 달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저 세 식구가 의지하며 집안에 머무른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차 기숙사 생활을 했던 세은이의 짐을 정리하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 같은 방을 쓰던 친구도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었다. 친구 아버지를 만나 같이 울고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공감하고 위로를 나눌 수 있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걸어 온 500km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하지 말 것을 촉구하기 위해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용산집무실 앞을 찾았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유가족 모임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친구 아버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처음으로 위로받고 공감받을 수 있었어요. 그제야 모임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조금씩 뉴스를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그전에는 뉴스고 뭐고 전혀 안 보고 있었는데 뉴스를 보다 보니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많더라고요. 위험 신고가 계속 들어갔는데도 왜 경찰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을까, 사고 이후에 사고처리는 왜 그렇게 밖에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죠."

같은 생각과 의문을 품은 가족들이 하나 둘 모여 유가족협의회가 만들어졌고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국민이 이렇게나 많이 죽었는데 대통령이 사과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행안부장관은 뭘 하고 있는 건가?

"시민단체 계신 분들, 변호사 분들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고 조언을 해주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보니 맞아요. 그래서 국회에 요구를 하게 됐죠. 특수본에서 내놓은 결과는 그냥 공중 유체 현상이라는 말밖에는 없었어요. 누구를 기소하지 않겠다는 설명만 13장이고 누구를 기소한다는 말은 없었어요. 저희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다, 제대로 조사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죠."

유가족들은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는 처벌해달라는 요구를 하며 행진을 1년 반 이상 이어갔다. 진종오씨는 그동안 행진한 거리를 계산해 보니 500km가 넘는다고 전했다. 속상하고 화가 났지만 행진하고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것 외에 달리할 수 있는 방법도 많지 않았다.

"그렇게 1년 반을 다니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고요. 이후에 다시 특별법이 통과됐고 특조위가 구성이 되었죠."

참사 당일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 지역에 많은 인파가 모였고 좁은 골목길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인파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적절한 안전 대책이나 인력 배치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고됐고 특히 경찰과 안전 요원의 수가 부족하여 상황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 후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일었다. 긴급 구조와 응급처치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일 거라는 건 충분히 예측 가능했죠. 실제로 경찰도 용산구청도 몇십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니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공식 문서도 있어요. 그런데 다들 설마 했다는 거예요. 그날 최초 신고가 6시 34분에 있었는데 그 뒤로도 계속 신고전화가 들어왔어요. '긴급 레드'가 계속 떴는데 왜 현장에 안 갔냐고 물어보면 그냥 관행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인근 파출소 옥상에서 현장이 다 보여요. 그리고 한 50m 거리에 소방서가 있어요. 참사가 일어났는데 거의 2시간 동안 뭘 한 건가요?"

진씨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 묻어났다. 위험신호가 계속 뜨는데도 괜찮겠거니 하고 넘긴 안일한 인식이 사고를 불러온 셈이다. 매년 배치했다는 안전요원은 왜 하필 그때는 없었을까, 왜 구청과 경찰은 위험상황을 예측하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을까, 생각할수록 의구심과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시민들의 지지로 버티고, 악성 댓글에 상처받는 유가족들

 
 이태원 사고 재난심리지원 현장상담소의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유가족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인터넷에 달린 악성 댓글이다. 온라인상에서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악성 댓글과 비난이 이어졌다. 악성 댓글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추가적인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댓글을 읽다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도 많아요. 분향소를 지킬 때 어떤 분들이 지나가면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는 일이 있어요. 그래도 그냥 넘기는데 댓글은 정말 아프더라고요. 언론사에도 관련 기사에는 댓글 창을 닫아달라고 부탁하는데 그렇게 해주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어요.

한 번은 분향소를 지키는데 어떤 분이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또 다른 아이는 손을 잡고 가더라고요. 아이가 엄마한테 '저 언니들은 왜 저기 있어?' 하고 물으니 '너도 엄마 말 안 들으면 저렇게 돼' 하며 지나갔어요. 어찌 보면 정말 아무렇지 않은 말일 수도 있지만 저는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우리 세은이는 정말 말 잘 듣는 아이였거든요."

 
 딸 세은과의 즐거운 순간 (사진제공 : 진정호)
가족을 잃은 아픔, 말도 안 되는 비난 속에서도 힘겹게 버틸 수 있는 힘은 그래도 연대와 지지의 마음을 모아주는 시민들 덕분이다. 지나가면서 손을 잡아주는 시민,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는 시민, 춥다고 핫팩을 전해주는 시민 그리고 유가족이 모일 수 있도록 노력해 준 시민대책 회의가 유가족을 일으켜 세웠다.

"이 분들 덕분에 다시 밥을 먹을 수 있게 됐죠. 세월호 참사 유가족분들도 많이 도와주셨어요. 이 분들은 저희에게 계속 미안하다고 말씀하셔요. 뭐가 미안한가 물으면 제대로 세월호 참사 문제를 해결했으면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무슨 말인가 했어요. 그런데 오송 참사가 일어나는 걸 보고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됐어요."

오송 참사는 2023년 청주시 오송읍에서 발생한 홍수 사고로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인근 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차를 타고 그곳을 지나던 14명이 사망했던 사건이다. 자연재해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사전 대비와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사건이다.

 
ⓒ 은평시민신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 회의는 21일 참사 현장 앞에서 '2주기 집중 추모 기간'을 선포하고 '시민들의 연대'를 호소했다. 이들은 최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진상 규명의 불씨가 꺼지지 않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6일에는 서울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가 열려요. 그날 이태원역에서 4대 종단에서 기도회를 해주기로 하셨어요. 기도회가 끝나면 대통령실 앞으로 해서 서울시청까지 행진할 계획입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갖고 함께해 주시면 좋겠어요."

진씨 가족은 매주 세은이가 잠들어있는 옥천을 향한다. 세은이 아빠와 엄마 그리고 언니는 서로를 지키고 의지하며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 세은 아빠 진정호 씨는 "우리는 평범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은평주민이고 사회적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가슴 아프게 바라보던 보통 시민이었다"라며 "참사는 어느 날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기억해 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이태원참사2주기#세월호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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