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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대란 주범 윤석열을 탄핵하자!”…용산에서 목요촛불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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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9/13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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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9/12 [22:10]

 

용산촛불행동, 국민주권당 서울시당,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이 공동 주최한 ‘윤석열 탄핵을 위한 목요촛불’이 12일 오후 6시 30분 용산역 광장에서 열렸다.

 

© 문경환 기자

“의료대란 주범 윤석열을 탄핵하자!”라는 부제를 달고 진행된 이날 집회에는 때때로 내리는 빗속에서도 연인원 100여 명의 시민이 참가해 윤석열 탄핵 목소리를 높였다.

 

많은 시민이 용산역을 오가며 촛불집회를 유심히 바라보았으며 손뼉을 치거나 함께 구호를 외치는 등 호응하는 시민도 많았다.

 

사회를 맡은 김교영 용산촛불행동 회원은 의료대란 실태를 설명하며 “윤석열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게 맞나? 어디 달나라, 안드로메다에서 살다 왔나? 정말 너무 화가 난다. 불같은 윤석열 탄핵의 민심을 오늘 제대로 보여주자”라고 하였다.

 

신동호 국민주권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약 7개월 동안 윤석열 정부가 스스로 일으킨 의료대란을 수습하겠다며 우리 국민 혈세를 약 2조 원 정도 썼다”라며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돌아오면 바로 의사 자격증을 부여해 주겠다고 한다. 학습과 의료 공백을 통해서 자격이 안 되는 전공의들에게 복귀만 하면 바로 자격증을 부여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나 되나? 국민을 상대로 기만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외쳤다.

 

▲ 신동호 위원장. © 문경환 기자

용산구 청파동에 사는 박영아 용산촛불행동 회원은 “배추 한 포기에 7천 원, 무가 한 개에 4천 원, 상추 오이 애호박 할 것 없이 하나하나 너무나 비싸졌다. 시금치 한 단에 무려 1만 원이 넘는다. 100g에 4천 원 정도라는데 이 정도면 소고기 가격 아닌가?”라며 “국민은 민생 파탄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윤석열, 김건희는 국민의 혈세를 펑펑 써가면서 사우나실이랑 드레스룸까지 만들고 감사 표시라면 몇백만 원짜리 선물을 턱턱 받아도 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라며 분개했다.

 

류우승 대진연 회원은 “우리나라의 최고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대통령부터가 부패하고 부정의하고 역사관이 삐뚤어져 있는데 어떻게 대학생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다고 할 수 있겠나? 그렇기에 우리 대학생들이 총력을 다해 윤석열을 끌어내리겠다”라고 다짐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까지 행진하였다.

 

© 문경환 기자

행진을 마치고 진행한 정리집회에서 박준의 국민주권당 상임위원장은 “우리나라가 의료 분야만큼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자랑거리였다. 그런데 개혁을 빙자한 윤석열의 독선, 아집 때문에 국민들이 응급실 뺑뺑이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라고 하였다.

 

또 “반국가세력 운운하면서 색깔론, 안보 불안 조성, 공안탄압으로 정권을 연장해 보겠다고 발버둥 치고 있는데 꿈 깨라! 윤석열은 꿈 깨라!”라고 외쳤다.

 

주최 측은 다음 주 목요일인 19일에는 남영역 1번 출구 앞에서 오후 6시부터 촛불집회를 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 사회를 맡은 김교영 용산촛불행동 회원. © 문경환 기자

 

▲ 대진연 노래동아리 파란이 노래를 불렀다. © 문경환 기자

 

▲ 유튜버 제2독립군 김한일 씨가 노래를 불렀다. © 문경환 기자

 

▲ 발언하는 박영아 회원. © 문경환 기자

 

▲ 발언하는 류우승 회원. © 문경환 기자

 

▲ 발언하는 박준의 상임위원장. © 문경환 기자

 

© 문경환 기자

 

© 문경환 기자

 

© 문경환 기자

 

© 문경환 기자

 

© 문경환 기자

 

© 문경환 기자

 

© 문경환 기자

 

© 박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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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범죄 혐의군 그림에 3번 등장하는 김건희, 더 위험

[분석] 도이치 주가조작 항소심 방조죄 유죄, 손씨와 김 여사의 결정적 차이 3가지

24.09.13 06:59l최종 업데이트 24.09.13 07:00l 이정환(bangzza)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가담자로 검찰이 기소한 투자자 손아무개씨 방조 혐의에 대해 12일 항소심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했다.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권순형·안승훈·심승우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시세조종 행위를 인식하고도 이를 용이하게 방조했음이 인정된다"면서 손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주가조작 일당과 공동으로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검찰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손씨에 대해 방조 혐의를 예비적 공소 사실로 추가하면서 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대통령실이 손씨 1심 판결을 근거로 김건희 여사의 무혐의를 주장해왔기 때문에 2심 선고 결과에 따라 김 여사에 대한 처분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높아진 상황이다. 당장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재판 결과에 대해 "손씨에게 주가조작 방조혐의가 인정된다면, 마찬가지로 이 사건의 전주였던 김건희 여사도 혐의를 피할 길이 없다"면서 "김 여사 계좌가 '작전문자'에 따라 움직이는 등 사건 연루 정황도 차고 넘친다. 검찰은 당장 김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고 기소하라"고 주장했다.

김건희 여사 계좌 거래 성격, 손씨와 명확히 구분한 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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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제2단계 행위에 대한 판단을 검찰 범죄일람표를 인용하여 판결문에 유죄는 ○, 무죄는 X로 표시했다. 붉은 테두리선이 김건희 여사 계좌 거래, 검정 테두리선은 최은순씨 계좌 거래다.

ⓒ 이정환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김 여사가 손씨와 같은 전주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그동안 검찰 수사나 공판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들만 살펴봐도 손씨와 김 여사와는 큰 차이가 있다.

먼저 계좌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 재판부의 명확한 입장이다. 1심 재판부는 손씨의 경우 자신의 판단에 따라 계좌들을 운용했다고 판단한 반면, 김 여사 계좌 4개 중 3개에 대해 이 사건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블랙펄인베스트먼트가 직·간접적으로 운용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1심 재판부가 손씨 계좌 거래 8건에 대해서는 무죄로, 김 여사 계좌에서 이뤄진 거래 49건 중 48건을 유죄 판단했던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설명자료를 통해 "피고인들의 시세조종 행위에 있어서는 원심과 기본적으로 결론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판단은 사실상 방조 행위 여부에 대한 판단과도 맞물려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형법상 방조 행위는 "정범(자신의 의사에 따라 범죄를 실제 행한 사람)이 범행을 한다는 사정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킨다. 이와 같은 행위 여부를 따지기 위한 사실 관계에서 두 사람 사이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 법원의 시각인 셈이다.

1차 주가 조작 관여 계좌주 18명 중 2차 관여자... 김 여사가 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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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 "김건희 씨 기소하라" 지난 5일 참여연대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김건희 씨 기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등의 수사 · 조사기관에 대한 사실상 가이드라인 제시, 그에 충실히 따른 검찰 수사의 문제점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기소의 필요성을 밝히고 있다.

ⓒ 이정민

정범의 범행 시점 또한 방조 행위와 관련 따져봐야 하는 지점이다. 김 여사 경우는 손씨와 달리 1차 주가 조작에도 연루돼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사건 종합의견서를 통해 이 사건 범행 시작 시점을 1차 주포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주문이 나온 2009년 12월 23일로 특정했다. 이 사건의 정범 중 두 사람, 즉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1차 주포 이아무개씨가 범행을 하는 사정이 발생한 시기다. 공판 과정에서 이씨는 권 회장으로부터 김 여사를 소개받은 시점을 2010년 1월로 증언했다. 이 때부터 관여한 김 여사와 2차 주가 조작에 가담했던 혐의로 기소됐던 손씨 사이에는 역시 큰 차이가 존재한다.

"이 시기 관여된 계좌주는 DJ, DH, CP, FB, FC, DG(김건희), AJ, FD, FE, FF, FG, FH, FI, FJ, FK, FL, FM, FN가 있는 것으로 제시되어 있는 바..." (1심 판결문 중)

검찰이 제시한 1차 주가 조작 관여 계좌주 18명 중 2차 주가 조작에도 관여된 계좌주는 김 여사뿐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 관계가 이와 같은 만큼, 정범들과의 관계 역시 방조 행위 판단에서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다. 검찰이 이 사건의 '주모자'로 기소한 권 회장과의 관계에서 특히 두 사람 간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김 여사는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랑 권오수 사장이라도 (알고) 지낸 지가 20년"이라며 "권오수 사장이랑 사업을 같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여사가 권 회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회사 두창섬유로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장외거래(블록딜)로 대량매입했던 것이나, 도이치모터스 우회 상장 과정에서 유상증자에 참여한 사실 등은 김 여사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사실 관계들이다.

이른바 이너써클(소수 핵심 권력 점유층)로 보이는 김 여사 경우와 달리 손씨는 공판 과정에서 권 회장과 친분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 사건 정범 중 한 사람인 2차 주포 김 아무개씨와의 친분 정도만 구체적으로 확인됐을 뿐이다.

검찰의 혐의군 연계도... 김 여사 이름 가장 많이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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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022년 12월 법원에 제출한 사건 종합의견서 13페이지에 나오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시세조종 혐의군(群) 연계도. 김건희 여사 이름이 주요 혐의군에 각각 등장한다.

ⓒ 검찰종합의견서

이처럼 방조 행위 개연성과 관련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현격한 차이를 한 눈에 보여주는 '그림'도 있다. 검찰이 2022년 12월 제출한 사건 종합의견서 13페이지에 나오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시세조종 혐의군(群)' 연계도다.

검찰은 종합의견서를 통해 이 사건 피고인 9명을 크게 네 부류로 나눴다. 권 회장을 주모자로, 1자 주포 이씨와 2차 주포 김씨 그리고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3명을 '본건 시세 조종 행위를 주도적으로 실행한 사람'으로 제시했다. 이들과 함께 범죄를 실행한 사람이 3명이었으며, 손씨는 다른 1명과 함께 '본건 시세조종행위에 가담한 사람'이었다.

이런 검찰 판단이 요약된 것이 바로 '혐의군 연계도'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람이 바로 김 여사다. 그의 이름은 '권오수군', 그림에서 '수급팀(전문주가조직)'으로 서술된 '1차주포군', 그리고 '2차주포인 김○○군'에서 각각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재판부가 이 사건의 콘트롤타워로 명시했던 블랙펄인베스트가 김 여사 계좌를 직·간접적으로 운용했다고 판단했던 사실까지 감안하면 김 여사는 이 사건의 '주모자'는 물론 '이 사건을 주도적으로 실행한 사람' 3명과 모두 연계된 유일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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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도이치모터스#방조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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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라도 잘못되면 0원, '자발적 초과노동'이 설계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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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경의 MZ 여성 그리고 빈곤] 추석에도 씨의 모니터에는 빨간 색 대기자 수가 - 콜센터의 씨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 기사입력 2024.09.12. 05:02:42 최종수정 2024.09.12. 08:25:51

일 년 전 이맘때 씨를 만났다. 카페로 걸어들어오는 씨를 보는데 반소매 아래 왼쪽 팔꿈치에 꽤 큰 흉터가 있다. 20대 후반의 여성에게서 쉽게 볼 수 없는 자국이다.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을 치고 나서 시작한 택배접수 콜센터 알바가 씨의 콜센터 노동의 출발이었다. 다른 알바자리보다 시급이 높았다. 갖고 싶던 노트북을 살 돈을 금방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노트북을 샀지만 콜센터 알바는 그만두지 않았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돈을 벌어야 하는데 콜센터는 항상 사람을 뽑고 있었다. 은행 콜센터는 돈을 상품으로 다룬다는 것이 무서웠다. 잘 안 맞았다. 통신사 콜센터 몇 곳을 돌아 현재 콜센터에 자리를 잡았다. 대기업 통신사 자회사다.

팔꿈치 흉터에 대해서 먼저 물었다. 신경이 눌려서 수술을 했다고 답한다. 모니터 앞에서 앉아 자료를 입력할 때 팔이 닿는 그 자리다. 수술 후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 관리를 받았어야 하는데 병원에 못 가는 바람에 흉터가 생겼다. 의사는 '팔꿈치 터널증후군'이라고 했다. 손가락 끝까지 신경이 연결되어 있으니 수술을 해야 할 만큼 팔꿈치가 아프다는 건 손으로 입력하는 일도 어렵다는 거다. 콜을 받으면 후처리 결과를 입력해야 한다. 손이 저리고 힘이 안 들어가는데도 수술 날짜를 잡기까지 한 달을 더 출근해야 했다. 수술을 하려고 '병가'를 신청했는데도 미리 계획한 휴가가 아니니 근무를 빼 줄 수 없다고 회사 팀장이 말했다고 했다. '무급'이라고 했다. 어차피 '무급'인데 왜 치료를 방해하는가 고개를 갸웃했지만 씨의 이야기를 들으니 '무급병가'조차 당연하지 않았다.

의사는 팔꿈치 터널증후군이 '골프나 테니스 치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병이라고 하더니 더 묻지 않았다. 산재 신청을 권유했으면 좋으련만 여러 가지로 먼 얘기다. 산재 같은 건 처음부터 씨의 마음에도 회사의 방침에도 고려 대상에 올라오지 않았다. 씨는 수술 당일을 포함해서 겨우 3일의 무급 병가를 썼다고 한다. 치료비는 본인 카드로 긁고 약간의 실손보험을 받았다. 일을 못한 날만큼 들어온 급여가 줄었지만 원룸 월세는 어김없이 나가고 빚도 있었고, 병원비도 나갔다. 생활비가 점점 부족해지는 악순환의 굴레에 올라타 있었다고 씨가 말했다.

팔꿈치 수술을 하고부터는 한 단계 더 깊은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였다. 팔꿈치가 나으려면 이 일을 그만해야 하는데 그만두면 무슨 일을 해야 하나, 씨의 막막한 마음을 회사는 안다. 노동자를 묶어두는 것은 쉽다. 콜센터 일을 하면서 감정이 힘들 때, 손목이 아플 때 '아파서 쉬고 싶다' 고 말해 봤지만 '그 정도 일에 쉬고 싶으면 나가도 상관없다' 는 암묵적인 답이 돌아왔다. 말 없는 말, 그 분위기 아래서 일해 왔고, 마침내 팔꿈치 신경이 상한 것이다.

▲ 콜센터 상담원들(사진은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최저임금을 기본급으로 해서 전화를 받는 콜 수에 따라 인센티브라는 이름으로 약간 올리고, 주말과 야간 당직 근무 같은 시간 외 수당을 붙여서 '더 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게 콜센터의 급여책정 방식이다. 어떤 고객이 걸리느냐에 따라서 통화가 길어질 수도 있고 순조롭게 끊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콜 수로 인센티브를 주는가. 같은 환경에서 날마다 60콜을 받는 사람이 있고 100콜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100콜을 받는 사람의 스킬이 우수하니까 인센티브를 준다. 올리는 장치가 있으면 깎는 장치도 있었다. 씨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복잡한 평가방식을 고안해서 급여를 다시 깎아내리는 기술이 섬세하게 개발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팀장들은 팀원들이 콜수를 높이도록 독려하고 감시한다. 팀원 사이에 경쟁을 부추기는 방식에는 다른 평가도 있다.

'생산성이라거나, 얼마나 전화를 빨리 받았는지

녹취평가, 얼마나 친절하게 매뉴얼대로 얘기했는가

근태, 직무평가 하나하나 다 신경써서 점수를 어느 정도 이상을 만들어야 하는데

하나라도 잘못되면 인센티브가 0원'

이 된다. 0원이 되면? 모든 의욕이 사라진다. 이번 달에 기본급만 받는 건가. 씨는 인센티브가 0이 되어 기본급만 받는 공포를 거듭 말했다. 씨가 한 말을 다시 읽으면서 나는 씨의 기운이 닳아 0이 되는 것처럼 느낀다. 점수는 매일 나온다. 팀장이 등급과 점수를 전파한다. 팀별 순위가 팀장의 점수다. A등급, B등급, C등급... 어떤 팀장은 시간대별로 등급을 전파한다. 고객이 '매우 불만족'을 찍으면 팀 분위기가 다운된다. 팀원이 급휴(급하게 쓰는 휴가)를 써도 마이너스 점수가 생긴다. 급휴 개수가 많으면 팀장이 괴로워한다. 씨가 팔꿈치 수술을 늦게 받은 이유가 '급휴 제로' 방침 때문이었다. 팀은 6개월마다 갈린다. 팀장도 바뀌고 팀원들도 달라지고 앉는 자리도 달라진다. 팀웍이 안 좋은 이들이 있어서라고 짐작하는데 씨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옆자리 동료와 유대감이 생기는 것을 막고 긴장을 만들어 경쟁체제를 유지하려는 것일까.

365일 24시간 열려있는 콜센터에서 씨는 주간조를 기본으로 주말과 공휴일, 명절 등에 근무를 자원한다. 주말이나 명절은 정해진 당직 개수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자원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대신 주말에 일하면 평일 하루를 쉴 수 있다. 이때 쉬지 않고 1.5배로 나오는 수당을 받는다. 이렇게 월급을 끌어모은다. 평일엔 오전 9시 출근보다 한 시간을 당겨서 나오는 식으로 연장근무를 한다. 통상 매월 5개의 주말 당직 개수가 정해진다. 씨가 휴대폰을 열어 스케줄표를 보여준다. 5개, 6개의 칸이 채워져 있는 주가 많다. '이론상으로는 안 되지만 지난 주 일요일부터 이번 주 토요일까지, 주 52시간을 비껴가기도 하고 그렇거든요'. 기본급을 짜게(낮게) 책정한 다음 모아, 모아서 남들 받는 만큼 월급을 가져가야겠다는 의지를 갖도록, 자발적 초과노동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달이 얼마를 인센티브로 모으나요?"

"240만원은 받아야 돼요. 항상 생각을 해요. 이번 달 당직을 쉬어야 할까? 다 수당으로 받을까?"

"기본급이 얼마였죠?"

"200만원이요. 실수령은 180만원"

인센티브로 모으는 금액이 얼마인가 궁금했다. 적어 보인다. 씨도 알 것이다. 자신의 노동에 비해 너무 적게 받을 때,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씨가 '청년여성 산재회복 지원사업'에 신청서를 낸 것은 팔꿈치 수술 때문은 아니었다. '공황장애'로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고 했다. 통화 중인 고객이 계속 욕설을 하는 일이 있었다. 30여분 욕설이 지속되었는데 팀장이 제지하거나 개입하지 않았다. 욕설을 듣는 동안 통화가 밀려 다음 콜을 받아야 했다. 휴식시간을 얻지 못했다. <감정노동 보호를 위한 지침>이 회사에 있지만 회사는 힘들다고 말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욕설로 힘들었던 일이 있은 후 씨는 한 고객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실수를 했다. 그룹장의 호출을 받았다. 거의 없는 일이다. 그룹장이 한 말은 '멘탈 관리'를 잘 하라는 것이었다.

콜을 받는 중에 스트레스가 심하면 발이 빠른 동료들은 10분 이내에 건물 밖에 나가 흡연을 하고 오기도 하지만 씨는 주로 퇴근 후에 몰아서 흡연을 한다. 퇴근 시간까지 기다리기 어려울 때도 있다. 휴식시간을 달라고 할 순 없으니까 점심시간에 벤치에 앉아서 1시간 내내 담배를 핀 적도 있다. 휴식시간에 흡연을 하러 가서 10분 내 자리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씨의 모니터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씨의 휴식은 우선 사휴(사적인 휴식)인지 공휴(공적인 휴식)인지 분류되어 있다. 전체 부서별로 전화가 얼마나 밀려있는지, 팀별로 대기하는 고객이 몇 명인지, 전화를 해 왔지만 연결이 안 돼서 끊은 사람이 몇 명인지 나온다. 대기자 수, 나의 콜 수, 동료의 콜 수, 누가 자리에 없는지, 무엇을 하는지 빨간색의 숫자들이 껌뻑거린다. 내가 없는 사이 응답률이 더 낮아졌다면 무어라 하는 사람이 없어도 다시 일어나긴 어려울 것이다. 한 시간의 점심시간에 씨와 동료들은 식당에 나가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대신(씨의 회사가 입주한 빌딩엔 고급식당들은 입점해 있는데 직원식당은 없다), 회사 휴게실에서 컵라면과 즉석밥을 먹는다. 그리고 각자의 장소에서 흡연을 한다.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이나 흡연의 부작용을 몰라서는 아닐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이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이다.

회사는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처럼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에 위배 될만한 일을 드러내고 하지 않는다. 씨의 주석에 의하면 회사가 '꼬투리 잡힐 만한 걸 명문화해 두진 않는다', 대신 '룰을 따르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압력을 넣는다. 씨와 동료들의 노동강도는 점점 높아진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회사는 직원 직무교육을 온라인 자료로 대체하고 있다. 코로나 전에는 직원 보수교육을 업무시간 중에 진행하기도 했다. 코로나 시기에 대규모 재택근무를 해도 관리가 된다는 것을 확인해서인지 회사는 이제, 자료만 올리고는 '안 읽어서 일어나는 문제는 네 책임'이라고 한다.

상품도 수시로 바꾸고 서비스 내용도 달라진다. 일단 고객과 통화하라고 회사가 지시하면 노동자들은 콜을 받을 수 있을까. 받을 수 있다. 동료들을 생각해서 노동자들은 공부한다. 다음 전화를 받는 이가 힘들어질까 봐 걱정한다. 대면 교육이 사라진 자리에서 노동자들은 대면 교육만큼의 효율을 스스로 만들어낸다.

콜센터에서 생산이 일어나는 곳, 그러니까 서비스노동이 행해지는 곳은 씨의 전화받기 노동 외에는 없었다. 씨가 받는 수많은 평가항목 중에 의미 있는 것이 있는가. 콜을 받는 노동자의 노동에 기대 서비스를 유지하면서도 그들을 관리하고 감시하는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대기업과, 그 소비자인 나와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떤 세상을 만들고 있는 것일까.

씨는 지금 성대결절도 겪고 있다고 했다. 언젠가 목소리가 안 나오면 회사가 나가라고 할 것이고 그때는 무엇을 할 것인지 막막하다고 했다. 씨의 팔꿈치 흉터를 치료해 줄 수 있는 의료기관을 찾아 씨를 연결해 주었으나 씨는 병원에 오지 않았다.

* 이 연재는 2023년 '노동건강연대'와 '아름다운재단'이 함께 한 <청년여성 산재회복 지원사업>에서 만난 여성들, 노동건강연대가 활동하면서 만난 여성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타인의 노동에 기대어 살아간다. 노동하는 사람들의 노고에 언제나 감탄하고 감사하고 존경한다. 할 수 있는 건 말, 쓸 수 있는 건 글, 고마운 마음을 글로 전하고 싶다. 달리기는 못 해도 걷는 건 조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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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4당 '윤석열 탄핵 준비 의원연대' 결성 "탄핵 통과 위한 200명 모을 것"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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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9.1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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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 진보당 이어 조국혁신당 당론 채택
      13인 국회의원, 탄핵 준비 연대 제안
      9·28 탄핵 민중대회도 참석 시사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가칭) 윤석열 탄핵준비 의원연대 제안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의원연대 제안자 모임에는 야4당(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 뉴시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가칭) 윤석열 탄핵준비 의원연대 제안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의원연대 제안자 모임에는 야4당(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 뉴시스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원내정당 가운데 처음으로 윤석열 탄핵을 당론으로 확정한 진보당에 이어 조국혁신당도 당론 채택을 완료했다. 함께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사회민주당 국회의원 13인도 연대해 ‘윤석열 탄핵 준비 의원연대’를 제안했다.

      진보당은 지난달 20일 국회 본청 앞에서 탄핵 선포대회를 개최했다. 여기서 의원모임을 결성하고 9·28 탄핵 민중대회를 추진해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머뭇거리던 다른 야당에서도 동참의 뜻을 밝히기 시작했다. 탄핵추진위원회를 발족했던 조국혁신당은 진보당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정했고, 다른 야당에 소속된 국회의원 개개인들도 ‘윤석열 탄핵 준비 의원연대’ 구성에 함께하기로 했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해달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최종 143만 4,784명에 달했다. 이후 잠잠해진 탄핵 여론에 다시금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가장 먼저 나선 사람이 가장 먼저 매를 맞는다는 두려움이 왜 없겠냐 만은 먼저 나서는 사람이 있어야 마음과 사람을 모을 수 있다”며 “탄핵 준비 의원 모임은 바로 그걸 하겠다는 것이고 대한민국과 민주주의를 위한 저희의 절박한 심정이 모든 의원님의 마음에 닿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의원연대에 임시 간사를 맡은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는 “이틀에 한 번꼴로 모여 오늘의 자리가 만들어졌다”며 “모임의 명칭과 성격, 취지를 확정했다”고 경과를 설명했다.

      윤 원내대표는 연대 모임의 취지를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윤석열 탄핵을 국회에서 선도하는 것 ▲국회와 광장의 윤석열 퇴진 열망을 결집해 나가는 것 ▲윤석열 탄핵 이후 사회 대개혁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준비 없이 맞이한 정권교체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진 백브리핑에서 9월 28일 탄핵 민중대회에 야당들도 참석하냐는 질문에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여기 모인 의원 모두 그런 집회에 참석해왔던 인물들”이라며 긍정적인 답을 내놨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중요한 원칙은 원내 의원들 중심으로 원내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고 시민사회와 광장하고의 연대도 함께 이어갈 것”이라 전했다.

      대통령 탄핵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150명)의 동의를 받아 소추가 발의된다. 표결에서는 재적의원의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서 소추안이 통과된다.

      민형배 의원은 “탄핵안 발의에 150명의 의원이 필요하다”며 “우선은 발의요건 충족을 위해 민주당 안에서 여론을 확대하고 통과를 위한 200명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윤석열 탄핵 준비 의원연대’에는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민형배, 문정복, 박수현, 김정호, 복기왕, 김준혁, 양문석, 부승찬, 조국혁신당 황운하, 진보당 윤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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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 정부 의대 예산 몰아주기 여파로 일반 사립대 융자 지원 축소

의대 융자 수요 전액 반영, 일반 사립대 지급률은 40%→25% 하향…교육부도 예산 부족 우려

지난 4월 1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대기중인 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의료계를 향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2024.4.1 ⓒ뉴스1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방침을 고집하는 정부가 사립학교 융자 지원 예산을 의대에 몰아주면서 일반 사립대 몫이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사립대의 재정 여력이 위축돼, 교육 환경 개선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내년 ‘사립학교 교육환경개선 자금 융자’ 사업 예산은 2,181억원이다. 올해 690억원보다 1,491억원 늘었다.

예산은 의대에 편중됐다. 내년 정원이 증원된 사립 의대에 할당된 금액은 1,728억원으로, 전체 사업 예산의 79%를 차지한다. 의대를 제외한 일반 사립학교 예산은 452억원에 불과하다.

기존에도 융자 예산 사업 대상에 의대와 부속병원이 포함돼 있었다. 올해는 예산 690억원 중 약 200억원이 의대와 부속병원에 배정됐다. 의대 외 일반 사립학교 예산은 올해 490억원에서 내년 452억원으로 38억원 줄어든 셈이다.

문제는 감액 규모로 보이는 것보다 심각하다. 일반 사립학교가 요구한 금액을 예산에 반영하는 비율이 내년에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 정부는 융자 사업 예산을 편성하기 전에 사업 시행 주체인 한국사학진흥재단을 통해 대학별 수요를 조사한다. 일반 사립학교의 융자 수요는 총 1,809억원이었으나, 정부는 예산에 25%만 반영했다. 최근 5년간 학교의 융자 수요 대비 평균 지급률은 40%였다. 내년 일반 사립학교 융자 수요는 올해보다 크게 늘었으나, 지급률을 대폭 하향하면서 실제 예산에 반영된 금액은 오히려 올해 대비 감소한 것이다.

융자 사업은 지급률이 40%일 때도 높은 집행률을 유지했다. 그만큼 예산 실수요가 크다는 의미다. 올해 7월 말 기준 집행률은 82.6%로, 교육부는 예산 전액을 집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집행률은 87.3%였다. 융자를 배정받은 학교 중 한 곳이 시공업체와 공사비 협상에 이르지 못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 사정이 있었다. 연말에 융자 배정을 포기하는 바람에 추가 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 2022년에는 예산이 100% 집행됐다.

융자 사업에서 일반 사립대 몫이 쪼그라든 건 의대에 예산을 몰아준 영향이다. 정부는 의대가 요구한 융자 금액 1,728억원을 내년 예산에 전액 반영했다. 기존에는 융자 사업 예산을 편성할 때 의대와 일반 사립학교를 구분하지 않았으나, 내년 예산에는 지급률을 차등 적용했다. 교육부는 “의대 융자 지원 강화를 위해 일반 융자 지급률을 25%로 하향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의대 증원 방침을 고집하는 정부가 의대 교육 여건 개선 방안 중 하나로 내놓은 게 융자 사업이다. 늘어난 의대생을 수용할 수 있도록 사립 의대에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전날 발표한 ‘의학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 방안’에서 “국립대의 교육여건 개선은 국고 예산으로 직접 지원하고, 사립대는 기금 융자 지원을 통해 교육여건 개선 수요 반영하겠다”고 했다.

2030년까지 교육부 예산 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에도 사립대 융자 지원이 포함됐다. 향후에도 의대 지원에 융자 사업 예산을 대거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정부가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가운데 그와 관련된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자 사립대학을 지원하던 융자 사업 예산을 끌어다 쓰는 형국”이라고 짚었다.

 

 

 

사립학교 교육환경개선 자금 융자 지원 세부사업. ⓒ교육부

융자 사업은 사립학교의 교육·재정 여건 개선에 필요한 자금을 저리로 빌려줘 학교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다. 올해 6월 기준 융자 사업 이자율은 2.67%로, 시중은행 이자율 4.56%보다 1.89%포인트 낮다.

융자금은 산학협력을 위한 기자재·시설 확충, 노후시설 개선, 장애인 교육시설 신축 등에 쓸 수 있다. 지원 대상은 사립학교 전반을 포괄하나, 예산이 한정돼 주로 대학 위주로 예산을 배정한다.

조만간 융자 신청이 시작된다. 매년 9~10월 각 대학이 융자 신청을 하면, 심사를 거쳐 대학별로 예산을 배정한다. 일반 사립대는 지급률이 낮아, 대학의 융자금 확보 난항이 예상된다. 최근 신축 공사 자금을 융자받은 한 대학 예산 담당자는 “융자 수요는 시기별, 학교별로 달라 지급률 하향이 모든 대학에 일괄적으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융자가 필요한 대학은 사업 재원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내부적으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업설명자료를 보면, 부처 건의사항에 ‘의대 외 일반융자 예산 확대 필요’라고 기재돼 있다. 신규 융자뿐 아니라, 기존에 융자를 받던 학교가 진행하던 사업의 지원 예산도 부족하다는 경고가 담겼다. 신축 공사와 같은 대규모 사업은 융자를 여러 해에 걸쳐 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사립대(학생)에 대한 지원 형평성 제고를 위해 일반 융자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정부가 융자 지원을 축소하면서 가중되는 일반 사립대 재정 부담이 학생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 연구원은 “대다수 사립대가 학생 수 감소 등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국은 OECD 국가와 비교할 때 대학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이 적은 상황에서 저금리의 공공자금 융자 예산까지 깎으면 사립대의 재정 확보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으로서는 교육에 대한 투자를 못 하거나, 금리가 높은 시중 금융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이자 부담은 결국 학생들 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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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해법은? “핵전쟁 준비하는 미국…분단 극복해야”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4/09/11 [18:48]

9.19남북군사합의 체결 6주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격화하는 국면에 관해 전문가들이 해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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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회 참석자들. © 촛불행동

 

11일 오전 10시 30분 촛불행동, 김준형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실,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실은 ‘한반도 전쟁 위기의 구조적 원인과 해법’을 주제로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좌장은 김진향 한반도 평화경제회의 상임의장이 맡았다.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국제법 학자인 이장희 서울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가 토론자로 나섰다.

 

이밖에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 고은광순 (사)평화어머니회 이사장, 강정구 동국대 명예교수 등도 참석했다.

 

김재연 상임대표는 인사말에서 “모든 힘을 다 동원해서 어려운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돌파하고 다시 평화를 만들어내는 일에 함께 정진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권오혁 공동대표는 인사말에서 “정권 위기를 전쟁 위기로 탈출하려는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멈춰 세우지 않는다면 전쟁은 현실이 될 수 있고 계엄과 영구 집권도 불가능하지 않게 된다”라면서 “각계각층 국민은 윤석열의 폭주를 막기 위해 적극 조치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진향 상임의장은 “우발적 충돌에 의한 전쟁은 없다”라면서 한반도에서 되풀이되는 전쟁 위기를 끝내려면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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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행동

 

토론자들의 발제가 이어졌다.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는 지난 7월 28일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협력각서가 체결된 것에 관해 ▲한국이 ‘신냉전’ 대결 구도의 첨병이 되어 불이익과 위험 감수 ▲미국과 중국 사이의 군사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 증대 ▲한반도 전쟁 위험성의 증대 ▲대미 군사적 종속의 심화 ▲일본의 한반도 군사개입 현실화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의 파괴 ▲경제적 손해와 사회적 분열 심화 등을 일으킨다고 7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분쟁의 화근이 될 수 있는 나라는 말할 것도 없이 미국이다. 미국은 가장 전쟁을 많이 하고 좋아하는 나라”라며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해소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 화해 협력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하게 복원”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해영 교수는 지난 3월 미국이 ‘핵운용 지침’을 개정한 것과 관련해 “미국이 3개의 전선(북·중·러)에서 3개의 핵전쟁을 준비하라는 지시”라면서 “북한이 호명됐다는 말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벌어진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이 북·중·러와 동시에 연속적으로 핵전쟁을 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이기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미국의 처지를 평가하면서도 만약 한반도에서 국지전이 발발하면 전면전, 국제전, 핵전쟁 순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봤다.

 

김동엽 교수는 “분단과 냉전이라는 구조적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전쟁 위기와 미래 세대의 고통이 결코 해결될 수 없다”라면서 정부, 시민사회단체, 국민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현재 한반도 군사 위기를 일으킨 시작점은 북한의 오물 풍선이 아니라 한·미·일 군사협력, 유엔사 강화를 밀어붙이며 군사 위기를 끌어올린 미국에 있다면서 “(그럼에도) 우리 정치권은 책임지고 있지 않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고통은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장희 상임대표는 “평화와 남북 문제는 항상 국제, 남북한 쌍방향, 국내라는 3가지 차원에서 봐야 한다”라면서 이 가운데 “국내 차원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남북은 4.27판문점공동선언, 9.19평양공동선언과 부속 9.19남북군사합의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이룰 중요한 내용을 합의했지만, 윤석열 정권이 9.19남북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하면서 무력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시민사회가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협력법을 뛰어넘는 평화특별법” 제정을 주도해 “한반도에 어떠한 외국 군대의 진입도 국회 비준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강정구 동국대 명예교수는 “만약에 미국이 패권 위기를 맞지 않았더라면 지금 현재의 한·미·일 군사동맹,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이토록 엄숙하게 등장했을까? 아마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반문하며 “세계정세의 흐름과 직결되는 구도 속에 한반도가 최전방에 놓여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엄청난 위기를 맞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에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내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 때문에 좌절됐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저는 앞으로 한 2035년 이후는 세계 질서 구도가 바뀐다고 본다. 미국은 망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토론회 전체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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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도 넘은 '대통령 행세'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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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를 방문해 근무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선출되거나 임명되지 않은 청와대 안의 유일한 존재. 법으로 정해진 권한과 책임도 없으면서 많은 공식 비공식적 역할을 수행하는 특별한 존재."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자신의 자서전에 쓴 '영부인'이란 존재에 관한 글이다. 말 그대로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도 임명되지도 않은 존재지만 공식, 비공식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지극히 어려운 자리라는 뜻이리라.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는 이 말이 해당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 기관을 종횡무진 혼자 다니며 마치 대통령 같은 행보를 하고 다닌다.

'당부' '조치' '개선', 영부인의 언어인가

어제(10일) 김 여사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119특수구조단 뚝섬수난구조대,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용강지구대를 연이어 방문했다.

소외된 계층이나 힘든 일을 하는 공무원들을 찾아 격려하는 일은 역대 모든 대통령의 부인들이 해왔고 또 해야 할 일로도 여겨져 왔다.

그러나 문제는 그의 언행. 이날 적어도 대통령실이 기자들에게 배포한 사진과 브리핑 자료만 보면 대통령의 그것을 방불케 했다.

CCTV 관제실에 가서는 관제센터가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라며, "항상 주의를 기울여 선제적으로 대응해 줄 것"을 '당부'하는가 하면, 순찰인력과 함께 마포대교를 가보고는 "자살 예방을 위해 난간을 높이는 등 '조치'를 했지만, 현장에 와보니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며 "한강대교의 사례처럼 구조물 설치 등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당부', '조치', '개선'이 과연 영부인의 언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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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에서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와 함께 도보 순찰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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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에서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와 함께 도보 순찰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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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에서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와 함께 도보 순찰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김 여사의 '대통령 행세'는 말 뿐만이 아니다.

대원들 앞에서 손짓을 하며 무언가를 설명하고 지시하는 듯한 모습에서 영부인이 아닌 대통령의 모습을 본 것은 기자뿐일까.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자신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 국민권익위, 검찰, 수사심의위의 '무혐의' 판정을 받자, 김 여사가 족쇄를 벗고 대외행보를 넓히고 있는 것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 여사는 과연 족쇄를 완전히 벗었다고 볼 수 있을까? 명품백 수수를 고발한 최재영 목사가 신청한 또 하나의 수사심의위가 여전히 남아 있고, 오늘(11일) 국회 법사위에서는 명품백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김 여사와 관련한 무려 8개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특검법안이 다시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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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를 찾아 근무자들을 격려한 뒤 한강경찰대 모자를 선물 받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국가기관들, '김여사 무혐의'에 동원

대통령 남편의 거부권이 그렇게 믿음직스러운지 모르지만, 이걸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민주당 대변인은 "'자살 예방' 전도사가 되고 싶다는 김건희 여사님, 권익위 국장의 억울한 죽음부터 해결하시라"고 질타했다. 자신이 연루된 명품백 사건의 종결처리에 괴로워하던 권익위 국장의 안타까운 죽음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세간에는 명품백 사건 처리를 두고 모든 국가기관이 김 여사의 혐의를 씻어주는 '무료세탁소'가 됐다고 아우성이다. 당당하게 나와 특검을 받을 자신이 없으면 최소한 눈치라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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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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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유엔사” 가입은 정당한가

[기고] 이시우 사진가

서독정부는 1954년 5월 부산에 적십자병원을 설립해 1959년 3월까지 운영하였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서 서독정부의 인도주의적 지원에 감사를 표한다. 그러나 독일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외교에서 부당하게 다루는 정책에 대해서는 단연코 반대한다. 독일 적십자병원은 정전협정 이후에 활동했기 때문에 2018년까지도 6·25전쟁 시기 의료지원 5개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2024년 8월 2일, 독일은 “유엔사”에 가입했다. 독일의 “유엔사” 가입은 정당한 것인지 의심된다.

 

첫째, 1953년 4월 7일 아데나워 서독 수상이 야전병원 파견을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에게 제안(주1)했을 당시 독일은 완전한 외교주권이 부재한 상태였다. 따라서 당시 결정이 서독의 정당한 주권행사범위에 있었던 것인지 의심된다.

연합국은 1945년 독일점령 후 ‘독일전체에 관련된 사안(matters affecting Germany as a whole)’에 대해서는 연합군관리위원회(Control Council)(주2)가 관할하도록 하였으며, 개별점령지구에서는 점령국최고사령관들이 독자적인 군사정부(military government)를 구성하여 점령정책을 수행케 하였다. 이를 군총독(Militärgouverneure)이라고 불렀다. 1949년 서독 분단정부출범과 동시에 적용된 점령조례(Besatzungsstatut)에는 외교‧안보문제 등을 점령국 고등판무관(Hohe Kommissare)들이 통제‧관할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주3)

예를 들면 점령국은 아데나워의 독일안보에 대한 발언이 점령조례 16조 위반이라고 못 박있다.(주4) 이처럼 독일안보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개진은 연합국들의 점령조례에 의해 불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처벌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1949년 12월까지도 점령조례 24조에 의해서 확인된다.(주5)

1950년 5월 런던외상회담에서 향후 독일주둔 점령군대들은 단순히 독일의 비무장화 정책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서부독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으로 하며, 점령조례를 점진적으로 철폐함으로써 완전한 주권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며, 서유럽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서독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을 새로운 임무로 한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주6) 5월 16일에는 점령국고등판무관들이 독일정부에 국내안전과 질서를 위한 문제에 한해서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주7) 그러나 여전히 외교‧군사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 달 뒤 한국전쟁의 발발은 아데나워가 자신의 안보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선전도구가 되었다. 그는 재무장으로 가는 첫 단계인 연방경찰 창설을 위해 한국전쟁의 충격을 이용했다. 아데나워는 한국전쟁 이전에는 서독의 안전보장보다는 완전한 주권의 회복, 즉 통일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전쟁발발이후에는 소련으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안전보장에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하였다.(주8)

아데나워는 1950년 8월 25일 고등판무관들의 요청으로 내각회의를 소집했다.(주9) 그는 내각 위원들에게 연방경찰 창설 의제를 바탕으로 한 서독의 재무장 계획을 알렸고, 처칠이 제안한 서독 군대의 파병을 포함한 유럽군대 창설가능성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하여 내무장관 구스타브 하이네만(Gustav Heinemann)은 오랜 토론에도 불구하고 이 회의에서 결의안이 통과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주10)

그는 아데나워의 결정을 두 가지 측면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첫째는 그가 건의서의 내용을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연방 총리가 내각 구성원들과 상의하지 않고 이 중대한 외교문제에 대해 독단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내각의 다른 구성원들과 상의 없이 점령국에 건의서를 넘긴 아데나워 총리의 정치적 독단에 반대해 공개적으로 사임을 선언했다.(주11)

아데나워가 서독의 재무장과 독일군의 유럽군대 기여에 반대한 하이네만의 사임을 받아들이면, 자칫 내각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아데나워 총리는 가능한 내무장관 하이네만의 사임을 수리하지 않고 보류하길 원했다.(주12) 그러나 하이네만은 끝까지 자신의 사임을 고집했고, 10월 10일 끝내 그의 사임은 수리되었다.(주13)

전쟁 중인 한국에의 의료지원은 분명 외교‧안보문제였고 점령조례가 약화되고는 있었으나 1955년 독일조약 발효로 폐지될 때까지는 엄연히 유지되었다. 이는 아데나워 정부의 야전병원제안에 대한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수락문서가 본(Bonn)에 있는 미국 고등판무관실로부터 온 것에서도 확인된다. 서독은 당시까지 점령상태에 있었던 것이다. 1953년 한국전쟁 의료지원은 서독정부의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독일은 2차대전 전범국으로 유엔헌장 제107조가 명시한 유엔의 적국이었다.(주14) 유엔헌장 제53조는 이들 적국의 침략정책 재발에 대한 조치에 대해서는 안보리허가조차 받을 필요가 없도록 하고 있었다.(주15) 서독의 재무장화는 국내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주변국들에게 침략정책의 재발가능성으로 받아들여졌고 특히 프랑스의 반대가 거셌다.

그럼에도 이 제안이 성사된 것은 서독재무장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아데나워 내각이 한국전쟁의 의료지원에 대해서 논의를 시작한 것은 미국의 요청 때문이었다.(주16) 한국전쟁 이전까지 독일의 군사적 참여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해왔던 미고등판무관 맥클로이도 전쟁발발 이후 개인적으로는 서독의 재무장이 서유럽 안보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맥클로이 고등판무관의 전보는 당시까지도 독일의 재무장이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판단하였던 국무성의 태도를 변화시키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주17)

그리하여 한국전쟁 이전부터 독일 재무장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던 합참과 국방성의 계획안을 국무성이 합의해 주기에 이른 것이다. 아데나워는 서독의 선 재무장, 후 완전한 주권회복을 염두에 두었지만 사민당 당수 슈마허는 반대로 우선 완전한 주권회복, 즉 통일을 요구하였으며 그 후에나 대등한 관계속에서 서독의 군사적 참여문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슈마허에게 있어서 독일의 재무장은 최후의 수단이었다.(주18)

한국과 직접적인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존재할리 없었고, 독일내‧외부의 거센 반대와 점령조례의 제약을 뚫고, 서독정부의 야전병원이 제안되고 결정된 배경에는 점령국인 미국의 입장변화와 역할이 있었다.

 

둘째, “유엔사령부”가 서독의 제안을 수용한 것은 정전이후인 1953년 9월 23일이었다. 이에 따라 서독과 미국정부는 1954년 2월 12일 ‘한국에서의 유엔작전에 관한 독일적십자병원 지원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유엔작전이 아닌 정전 후 자선활동을 하면서 한국정부와는 어떤 협정도 체결하지 않았던 것이 의심된다.

1950년 6월 27일 유엔의 군사조치결정은 없었다. 이는 1994년 유엔법률국의 입장표명으로 정리되었다. 설령 안보리의 군사조치가 있었다고 가정해도 그 효력은 정전협정과 함께 종료된 것으로 봄이 국제법학계의 일반적 견해이다.

‘안보리의 군사력 사용권한은 안보리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그리고 만장일치로 지속적 효력을 갖는다는 결의를 하지 않는 한 정전협정의 체결로 종료된다.’(주19)

그런데 “유엔사”는 서독의 제안을 정전 이후에 수용함으로서 정전을 무시하는 양태를 보였다. 안보리 결의를 왜곡하여 결성된 “유엔사”는 어떤 국제법적 제약도 받지 않는 것처럼 자신들의 권한을 남용했다.

정전 이후 병원을 개설할 무렵 전상군인들은 충분히 치료를 받고 있었기에 야전병원 기능은 불필요했고 독일은 민간인 피해자에 대한 자선활동으로 임무를 바꾸라는 “유엔사”의 지시에 동의해야 했다. 독일적십자병원은 야전병원으로서가 아니라, 1954년 4월 15일 한국민사원조사령부로부터 구호기관(relief organization)으로 승인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독일 유엔대표부에서도 독일병원의 임무가 유엔작전이 아닌 민간인 치료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였다.(주20)

독일적십자병원은 작전이 아닌 자선‧봉사활동을 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한국민에겐 소중한 지원이었다. 그런데 왜 무리하게 자신들의 활동을 “유엔사” 활동으로 해석하고 “유엔사” 가입의 논리로 삼는지 의심된다.

독일과 미국 정부는 1954년 2월 12일 ‘한국에서 독일적십자병원에 의한 지원협정’(주21)을 체결했다. 구 부산여고(부산광역시 서구 서대신동1가 1-1)에 독일적십자병원이 개원되었다. 서독은 한국지원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면서도 한국정부와 어떤 협정도 체결하지 않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는 서독이 한국에서 어떤 법적 지위도 가질 수 없음을 의미했다. 한국정부가 “유엔사”에 절대복종할 때만 자신들의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병원으로 쓰던 부산여고 반환문제가 발생하자 한국정부와 아무런 협정도 맺지 않았던 독일정부는 속수무책이 되었다. 일부 여론으로부터 한국정부가 독일과의 협력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주22) 그러나 미군의 통제를 받는 야전병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파악할 수 없었던 한국이 소극적이었던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었다.

1958년 5월 28일 바이츠(Heinrich Weitz) 서독적십자 총재는 서독병원의 구호사업을 중지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그 이유는 한국정부가 자발적인 봉사에 대해 감사를 표하지 않았고 병원에 아무런 원조도 하지 않았으며 의사와 간호사들이 가장 원시적인 환경 속에 일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사회부 의정국장은 우리나라와 아무런 협정도 체결하지 않았고 병원 측에서 아무런 원조 요청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독일의 인도적 지원에는 감사하지만 법적인 문제는 분리해서 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국정부의 대응은 정당했다.

대학 병원 출신 로젠바움(Franz J. Rosenbaum)을 비롯한 일부 의사들은 후베르 원장의 독선적 운용과 외과 과장의 전문성 부족에 따른 환자사망 의혹, 구타 등을 폭로했다. 한 연구자는 파견된 의사와 간호사 가운데 나치주의에 동조해 인종주의적 행태를 보인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주23) 이재승에 의하면 소련점령지구에서는 철저한 나치청산을 추진한 후에 사회주의국가 수립으로 이어진 반면, 서부 독일은 냉전의 강화과정에서 자유세력의 보루로 자리잡음으로써 청산작업은 ‘재나치화’라 부를 정도로 방향을 상실하였다.

이러한 기조 위에서 서독정부가 들어서고 정치세력 간의 타협이 이루어지고 나치범죄자에 대한 인적 청산작업은 매우 미미한 정도에 그쳤다.(주24) 또한 독일적십자사 본부와 노동재판소 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병원의 폐쇄를 권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독일적십자사 본부와 주한공사가 병원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주25) 이상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결국 서독병원은 폐원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이때 독일정부는 의료단지원협정을 미국과 체결했기 때문에 폐원 전에 미국의 의중을 확인했다. 미 국무부도 동의했다.

독일적십자병원의 5년간의 활동에 대해 당시 공식통보를 받았던 외무부는 한국외교 30년을 발간하면서도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주26) 국방부가 1976년 9월 의료지원국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부산 태종대 의료지원단 참전기념비에도 독일은 제외되었다. 1967년 3월 4일 하인리히 리뷔케 독일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의 독일 방문에 대한 답방을 할 때 부산을 방문했지만, 부산시에서는 서독병원 터를 방문하도록 주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병원활동을 강조하지도 않았다.(주27) 현재 독일적십자병원터에는 국가가 아닌 개인들이 세운 기념비가 서 있을 뿐이다.

[자료사진1] 독일적십자병원 기념비는 당시 산부인과 의사였던 최하진과 환자였던 이한식이 세웠다.(주28)

서독의 의료단지원이 한국을 위한 것인지, 미국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서독 자신을 위한 것인지 의심될 만한 정황 속에 특별한 반성 없이 독일은 다시 “유엔사” 가입을 결정했다. 독일의 결정의 정당성이 의심된다.

 

셋째, 미‧독 협정에 따르면 한국민사원조사령부(KCAC)가 독일적십자병원에 대한 작전통제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한국민사원조사령부는 유엔과 무관한 조직이었으며, 독일적십자병원은 전쟁에 관련한 어떠한 작전통제도 받은 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왜 “유엔사”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이제 와서 “유엔사”에 가입하는지 의심된다.

서독은 아마 미국을 개별국가로서가 아니라 유엔을 대표하는 국가로 생각했을지 모른다. 이는 후베르 병원장의 인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후베르 원장은 병원임무 수행을 위해 “유엔사령부” 예하로 들어감으로써 실질적인 면에서 미 육군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 중요했다고 여겼다. 미군은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면 항시 기꺼이 지원했고, 때로는 분에 넘칠 만큼 제공하였다고 기억했다. 독일 직원들을 위해 현지에서 구입할 수 없는 일용품은 미군이 제공하여 독일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고도 했다.(주29)

후베르 원장의 회고는 그가 접한 대상이 유엔이 아닌 미국이었음을 정확히 지시하고 있다. 독일적십자병원을 통제한 한국민사원조사령부(KCAC: the Korea Civil Assistance Command)는 유엔과 무관한 미8군 조직에서 시작되었다. 유엔의 명칭을 남용하고 유엔기를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자신들이 속한 “유엔사”가 유엔조직으로 착각된 것이다.

그러나 1994년 6월 유엔사무국법률과는 ‘유엔법률백서’의 ‘주한유엔사의 상태’란 글에서 “유엔사”란 명칭이 유엔과 무관한 “잘못된 이름”(misnomer)임을 명확히 했다.(주30) 또한 미‧독 협정문에는 서독의 참여가 유엔작전(UN operation)과 관련된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유엔의 조치가 아닌 각국의 조치일 뿐임을 유엔사무국법률과는 다시 명확히 했다.(주31) 한마디로 한국전쟁에서의 유엔작전은 없었다. 독일정부는 미국만을 믿고 부당한 협정을, 부당한 주체와 체결하였으며, 결과적으로 부당한 행동을 한 셈이었다.

한편 1954년 3월초 독일 정부는 미 국무부에 독일 적십자병원의 존재에 대해 “유엔사령부”를 대표하는 미국정부가 유엔사무총장을 통해 북한과 중국공산 당국에 통보하기를 원했다. 이에 따라 함마슐드 유엔사무총장은 3월 19일 북한 박헌영 외상과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외상에 통보했으나 아무런 답신이 없었다. 5월 27일 재차 확인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주32) 이는 독일이 국제법상 교전단체로서 인정받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한국민사원조사령부(KCAC)의 복잡한 변천사는 그 시작과 끝을 보면 실체가 분명해진다. 1950년 11월 4일 미제8군 산하에 “유엔사령부보건복지파견대”(UNPHWD: UN Public Health and Welfare Detachment)가 설치되고 12월 10일 이 조직은 유엔민사원조사령부(UNCACK: U.N. Civil Assistance Command)로 개편된다.(주33)

“유엔사령부보건복지파견대”는 “유엔사령부” 산하가 아닌 미제8군 산하의 8201부대로 창설된 것이었다. 애초 “유엔사”와 무관한 조직으로 출발하였으나 미국의 임의조치에 따라 후에 “유엔사”에 편입되었을 뿐이다. 물론 UNCACK에 대한 유엔의 결정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정전 후 미국원조기구의 위상을 유엔과 구분하기 위해 UNCACK을 KCAC으로 개편할 필요성이 발생했다. UNCACK을 KCAC으로 개편할 때 명칭에서 ‘UN’을 탈락시켰는데, 이는 KCAC이 유엔원조와 구분되는 미국원조기구라는 점을 명확하게 하는 조치였다.(주34)

[자료사진2] 한국민사원조사령부의 활동사진(주35)

[자료사진3] 한국민사원조사령부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약도이다.(주36) 사령부는 통인동에, 서울팀은 소공동에, 관사는 동대문 근처에 있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당시 통인동의 사진을 분석해보면 서양식건물은 친일파 윤덕영의 벽수산장과 박노수미술관뿐이었던 것으로 봐서 벽수산장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곳은 UNCURK 본부로도 알려져 있다. 소공동의 서울팀 사무소는 현 한화빌딩 자리로 확인된다. 관사는 과거 미군극동공병대터일 것으로 추정된다.

1952년 1월 초 서독이 혈액제공과 의료지원단(Medical Unit) 파견을 제안할 것이라는 정보가 처음 미국무부에 입수된 때로부터 미 육군부와의 사이에 수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다.(주37) 하지만 이러한 논의가 유엔민사원조사령부(UNCACK)에 전달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주38)

상황이 이럼에도 독일적십자병원 관계자들이 유엔을 대표한 “유엔사”의 작전통제 하에 있었다고 여기는 것은 사실과 다른 착각일 뿐이었다.

 

넷째 서독은 1975년 유엔총회에서 “유엔사” 해체결의에 찬성했다. 그런데 미국이 해체약속을 어기며 유엔정신을 유린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기는커녕 왜 “유엔사” 재활성화에 들러리를 서고 있는지 의심된다.

1973년 9월 18일에야 동서독은 유엔의 적국에서 유엔회원국이 되었다. 그리고 2년 뒤인 1975년, 1976년 1월 1일부로 “유엔사” 해체를 약속한 유엔총회결의에 찬성표를 던졌다.(주39) 독일 국방부장관은 2024년 8월 2일 독일의 “유엔사” 가입 기념식에서 “우리는 ‘힘의 법칙’이 아닌 ‘규칙의 힘’을 믿는다”고 밝혔다. 힘의 법칙을 일극패권주의의 논리로, 규칙을 힘을 유엔헌장과 국제법의 논리로 생각한다면, 독일의 “유엔사” 가입결정은 자신의 신념을 스스로 탄핵하는 행위로 보인다. 70년 전에야 “유엔사”의 실체를 몰라서 그런 행동을 했다 해도 이제 모든 것이 명백해진 상황에서 유엔헌장을 우롱하며 유엔정신을 기만해온 대표적 기구, “유엔사”에 들러리를 서는 것이 일류국가인 독일의 위상에 맞는 것인지 나는 의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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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독일의 야전병원 파견 의사는 1953년 3월 말부터 추진되었다. 독일 아데나워 수상과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과 회담의제(Agenda for Adenauer Visit)로 처음 등장했다. “Memo by the Director of the Bureau of German Affairs(Riddleberger) to the Secretary of State: Agenda for Adenauer Visit” March 29, 1953, https://history.state.gov/historicaldocuments/frus 1952~54 v07 p1/d172(2024.9.1.검색)

2) 베를린선언(1945.6.5)과 동시에 연합국관리위원회가 설치되었다. 1945년 7월 30일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회합하였다. 관리위원회는 4개국 연합군사령관으로 구성되고 독일전체에 관련된 사안에 대하여 만장일치로 입장을 정할 수 있었다. 1948년 독일분단이 가시화됨과 더불어 관리위원회는 운명을 다했다.

3) 최형식, 「한국전쟁을 전후로 한 아데나워의 안보정책-독일의 재무장을 중심으로」, 국제정치논총 36(2), (1997.2), p.128

4) 김건우, 「한국전쟁으로 인한 서독 아데나워 내각의 변화와 의료지원」, 복현사림Vol.39, (경북사학회 2021), p.37

5) Klaus von Schubert, Sicherheitspolitik der BRD, (Bonn, 1977), p.261; 최형식, 「한국전쟁을 전후로 한 아데나워의 안보정책-독일의 재무장을 중심으로」, 국제정치논총 36(2), (1997.2), p.129

6) AdG 1950, P.2379 G

7) Hans Buchheim, "Adenauers Sicherheitspolitik 1950-1951" in Militärgeschichtliches Forschungsamt(MGFA) (ed), Aspekte der deutschen Widerbewaffnung, (Boppard a. RH., 1975), p.124; 최형식, 「한국전쟁을 전후로 한 아데나워의 안보정책-독일의 재무장을 중심으로」, 국제정치논총 36(2), (1997.2), p.140 재인용

8) Konrad Adenauer, Erinnerungen Bd.1(1945-1950), (Stuttgart, 1965), p.367; 최형식, 「한국전쟁을 전후로 한 아데나워의 안보정책-독일의 재무장을 중심으로」, 국제정치논총 36(2), (1997.2), p.145 재인용

9) Gerhard Wettig, Entmilitarisierung und Wiederbewaffnung in Deutschland 1943-1955. Internationale Auseinandersetzungen um die Rolle der Deutschen in Europa, (Müchen: Oldenbourg, 1967), p.334

10) Diether Koch, Heinemann und die Deutschlandfrage, (Müchen: Kaiser, 1972), p.168

11) Thomas Flemming, Gustav W. Heinemann. Ein deutscher Citoyen; Biographie (Essen: Klartext, 2014), p.220f.

12) Konrad Adenauer, Erinnerungen 1945-1953, 4th ed. (Stuttgart: Deutsche Verlags-Anstalt, 1980), p.373f ; 강혁, 「한국전쟁의 발발과 독일 개신교회(EKD)의 재무장 논쟁」, 韓國敎會史學會誌Vol.60, (한국교회사학회 2021), pp.8-9

13) 하이네만은 내각에서 나온 후 1952년 기민당(CDU)에서도 탈당하여 새로운 전독일국민당(GVP: Gesamtdeutsche Volkspartei)을 창당하여 재무장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였다. 하이네만은 그 후 1957년에 사민당에 입당해 대연정의 법무부장관(1966~1969)을 역임한 후, 사민당과 자유당의 지원으로 연방대통령(1969~1974)이 되었다.

14) 유엔헌장 제107조: 이 헌장의 어떠한 규정도 제2차 세계대전 중 이 헌장 서명국의 적이었던 국가에 관한 조치로서, 그러한 조치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정부가 그 전쟁의 결과로서 취하였거나 허가한 것을 무효로 하거나 배제하지 아니한다.

15) 유엔헌장 제53조:

1. 안전보장이사회는 그 권위하에 취하여지는 강제조치를 위하여 적절한 경우에는 그러한 지역적 약정 또는 지역적 기관을 이용한다. 다만, 안전보장이사회의 허가없이는 어떠한 강제조치도 지역적 약정 또는 지역적 기관에 의하여 취하여져서는 아니된다. 그러나 이 조 제 2항에 규정된 어떠한 적국에 대한 조치이든지 제 107조에 따라 규정된 것 또는 적국에 의한 침략 정책의 재현에 대비한 지역적 약정에 규정된 것은, 관계정부의 요청에 따라 기구가 그 적국에 의한 새로운 침략을 방지할 책임을 질 때까지는 예외로 한다.

2. 이 조 제1항에서 사용된 적국이라는 용어는 제 2차 세계대전 중에 이 헌장 서명국의 적국이었던 어떠한 국가에도 적용된다.

16) 김건우, 「한국전쟁으로 인한 서독 아데나워 내각의 변화와 의료지원」, 복현사림Vol.39, (경북사학회 2021), p.42

17) Dean Acheson, Present at the Creation, (New York, 1969), pp.436-437

18) 최형식, 「한국전쟁을 전후로 한 아데나워의 안보정책-독일의 재무장을 중심으로」, 국제정치논총 36(2), (1997.2), pp.147-151

19) Jules Lobel, Michael Ratner, “Bypassing the Security Council: Ambiguous Authorizations to Use Force, Cease-Fires and the Iraq Inspection Regime”, AJIL vol.93, (1999), p.144.

20) 「부산서독적십자병원 관계」1956~1959, 국가기록원, p.14. “Department to HICOG, Bonn”Sep. 29, 1953, Box 2~9/ RG 59 Records of Pertaining to UN Korean Relief Organizations, 1950-1960; 조성훈, 「6·25전쟁시 독일 의료지원단 파견과 성과」, 항도부산,Vol.36, (2018), p.147

21) 영문제목은 다음과 같다. ‘Agreement between the Government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nd the Government of the Federal Republic of Germany Concerning Participation of a German Red Cross Hospital in Connection with the United Nations Operation’

22) 「인방의 원조를 받아들일 태세도 갖출 줄 모르는 정부」, 경향신문(1958.6.1.)

23) Young-Sun Hong, Cold War Germany, Third World, Global Humanitarian Regime, p.84).

24) 이재승, 「연합국의 독일점령과 사법정책에 관한 연구」, 민주법학제27호, (2005), pp.297-298

25) 「드러난 인술의 난맥지대」, 한국일보(1959.2.1); 「물의 속에 문닫는 서독병원」, 경향신문(1959.2.21.)

26) 외무부, 한국외교 30년 1948~1978, (1979), pp.50-51.

27) 「뤼브케 대통령 역사적 來釜」, 국제신보(1967.3.4.); 「1967년 부산 방문한 서독 뤼브케 대통령 환영」, 서울신문(2013.3.8.); 조성훈, 「6·25전쟁시 독일 의료지원단 파견과 성과」, 항도부산,Vol.36, (2018), p.159

28) https://www.unpm.or.kr/un2022/ (2024.9.2.검색)

29) 후버, 우원형 역, 「재부 주한서독적십자병원 5년기」, Komitee 100 Jahre Deutsh-Koreanische Beziehungen, 100 Jahre deutsch- koreanische Beziehungen Bilianz Einer Freundschaft(독일과 한국 100년 관계: 우정의 성과), (1984), p.57 ; 조성훈, 「6·25전쟁시 독일 의료지원단 파견과 성과」, 항도부산,Vol.36, (2018), p.149

30) UN Office of Legal Affairs, UN Juridical Yearbook, (1994), Chapter VI, pp.501-502

31) UN Office of Legal Affairs, UN Juridical Yearbook, (1994), Chapter VI, pp.501-502

32) “Red Cross Hospital of the Fed. Rep. of Germany in Korea”March 4, 1954, 국편 전자사료관 ; “USUN, New York to Department of State”June 3, 1954, 국편 전자사료관.

33) UNPHWD는 1950년 9월 30일경 부산에서 서울로 돌아갔고, 유엔군의 북한 점령에 따라 역할이 확대되었다. 또한 1950년 10월 9일자 행정명령에 따라 북한지역에서의 점령업무를 미 제8군과 군단, 사단이 담당하게 되며 UNPHWD의 활동은 종료되었다. 김학재, 「한국전쟁과 ‘인도주의적 구원’의 신화」, 서중석 외, 전장과 사람들, (선인, 2010), pp.51-52

34) 홍수현, 「1953~1955년 한국민사원조사령부(KCAC)의 조직과 활동」, (서울대석사논문, 2022), p.19

35) http://www.koreanwar-educator.org/memoirs/bradley_roger/index.htm(2024.6.21검색)

36) http://www.koreanwar-educator.org/memoirs/bradley_roger/index.htm(2024.6.21검색)

37) “DA to CINCFE, Tokyo” Jan. 12, 1952, Bx 4516/ RG 319 Army-AG, 국사편찬위원회 전자사료관.

38) 조성훈, 「6·25전쟁시 독일 의료지원단 파견과 성과」, 항도부산,Vol.36, (2018), p.139

39) A/10327 1975.11.3., pp.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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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의 학교 밖 세상] 10월 재보궐 선거, 서울시 교육감을 뽑는 기준

박정훈 교사, 『교육개혁은 없다』 저자

지난 8월 29일 대법원 확정 판결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직을 상실하고, 10월 16일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게 되었습니다. 조희연 교육감을 세웠던 민주진보 진영은 ‘2024 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를 구성해 9월 20일까지 단일 후보를 세우기로 했고,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도 9월 23일까지 단일 후보를 세우겠다고 합니다.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전남 곡성 군수, 전남 영광 군수로 예정됐던 선거에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갑자기 추가되면서 10월 재보궐 선거가 전국적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작년 10월에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는 5월에 대법원 확정판결로 강서구청장 직에서 물러난 김태우 씨가 8월에 사면·복권을 받고 출마하여 큰 비난을 받은 바 있습니다. 물론 강서구 주민들이 표로 심판도 했지요.

그래서 재보궐 선거에 귀책사유가 있는 정당은 후보를 내지 말자는 주장이 확산되어 왔습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올해 1월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국민의힘 귀책사유로 재보궐 선거 시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더불어민주당도 그런 이유로 작년 전주 재보궐 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않았습니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재보궐 선거에서도 그런 기준을 적용하는 게 옳을까요? 조희연 교육감은 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5명을 특별채용한 것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교육감 직을 잃었습니다. 그렇다면 조희연 교육감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2024 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의 입장은 옳지 못한 것일까요?

해직 교사 부당 특채 혐의로 직을 상실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서울시교육청을 나서며 직원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배웅을 받고 있다 ⓒ뉴스1

조희연 교육감이 사법부의 심판대에 올라간 것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기소했기 때문입니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의 비리, 특히 검찰과 사법부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입니다. 그런데 2021년 공수처가 신설된 후 수사에 착수한 첫 번째 사건은 조희연 교육감이 2018년 시행한 해직교사 특별채용이었습니다. 조희연 교육감은 해직교사 5명을 복직시켰다는 죄로 본인이 ‘해직’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습니다. 조희연 교육감은 왜 전교조 교사들을 복직시켰을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시계를 2008년으로 돌려야 합니다. 2007년 12월 대선에서 승리하고 2008년 4월 총선에서 압승한 이명박 정권은 4월 15일 ‘학교 자율화 조치’를 발표합니다. 말이 좋아 ‘자율화’지 일제고사, 0교시 수업, 야간자율학습이 ‘학교 자율’이란 미명 아래 부활되었습니다. 이에 2008년 5월 2일 광화문에서 최초로 촛불 집회가 열립니다. 참석자 2만여 명 중 80%가 중고등학생이었죠. 그들이 외친 구호는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였습니다. 여기서 출발한 게 2008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광우병 촛불 집회였습니다.

촛불이 꺼져가던 8월에 최초의 주민직선 교육감 선거가 서울에서 치러집니다. 선거는 공정택 후보와 주경복 후보가 맞붙어 치열하게 전개되었습니다. 공정택 후보가 내건 구호는 “우리 아이들을 전교조에 맡길 수 없다”였습니다. 공정택 후보는 서울 25개 구 중에 22개 구에서 패배했으나 강남 3구에서 몰표를 받아 1.7%p 차이로 승리하여 서울시 교육감이 되었습니다.

당선이 유력한 공정택 후보가 ‘반전교조’를 전면에 내건 선거에서 전교조 조합원들은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주경복 후보 당선을 위해 십시일반으로 후원금을 모았습니다. 선거가 끝난 후 ‘전교조 저격수’를 자처하는 조전혁 의원(한나라당)이 전교조가 주경복 후보의 선거 비용을 모았다며 서울지검에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전교조 통장을 샅샅이 뒤져 3명을 구속하고 수십 명을 재판에 회부하여 7명이 해직되고 13명의 간부가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반면 공정택 후보에게 직접 돈을 건넨 학교장들은 벌금 80만 원을 선고해 교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흘러 해직되었던 교사 중 공무담당권이 회복된 5명의 교사가 2018년 특별채용 되었습니다. 이게 조희연 교육감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교육감직에서 물러나게 된 이유입니다.

교육감 선거에 모금했다고 7명 해직, 13명 중징계

보수 후보에 돈을 건넨 학교장들은 솜방망이 처벌

OECD 중 교사 참정권 부정하는 유일한 나라, 한국

지난 7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에서 사퇴하고 해리스가 후보로 지명되자 조합원이 300만 명으로 미국 최대 교원노조인 NEA(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와 조합원 180만 명으로 두 번째로 큰 교원노조인 AFT(American Federation of Teachers)는 모두 해리스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2008년 오바마가 출마했을 때 NEA는 오바마에게 5천만 달러(한화 600여억 원)를 정치자금으로 제공하여 오바마 당선의 일등 공신이 되기도 했죠. 이게 ‘글로벌 스탠다드’입니다. OECD 국가 중 교사의 정치활동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하물며 교육감을 뽑는 선거에서 교육의 주체인 교사가 후원금조차 모으지 못하게 막는 나라, 다른 나라에 가서 말하기도 부끄럽습니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과 참석자들이 정치기본권 쟁취를 위한 교사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2022.05.25 ⓒ민중의소리

이번 서울시 교육감 재보궐 선거는 정치 검찰과 사법부의 합작품입니다. 검찰은 조희연 교육감이 해직교사를 특별채용한 것이 위법하다고 기소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모두 특별채용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1994년 검사 생활을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은 2002년 사표를 내고 법무법인 태평양에 변호사로 취업했다가 1년 만에 다시 검찰로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특별채용입니다. 한동훈 당대표도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9년 검찰에 사표를 내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행정관으로 근무합니다. 그리고 2년 후인 2011년 다시 검찰에 복귀합니다. 어떻게? 특별채용입니다. 이렇게 2006~2021년에 검사를 그만두고 나갔다가 다시 검찰에 특별채용된 검사가 43명입니다.

대통령이건 서울시 교육감이건 특별채용은 임용권자의 권한입니다. 검사는 되는데 교사는 안 되는 나라, 이거 공정과 상식 맞습니까?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 교육정책도 중요하고 후보의 면면도 따져봐야 할 겁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왜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되었는가?’입니다. 조희연 교육감이 잘못했고 교육감직 상실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조희연 교육감의 뜻을 잇겠다는 후보를 반대하여 투표하고, 조희연 교육감이 잘못한 게 없다고 판단한다면 조희연 교육감의 뜻을 잇겠다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게 옳습니다. 이게 10월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을 뽑는 기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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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없는 갯벌이었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유명해진 곳

[2024 기후정의 현장르포]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공동단장

4.09.11 06:58최종 업데이트 24.09.11 06:58

기후위기로 드러나는 온갖 환경문제와 불평등 문제, 그로 인해 삶의 위협을 받는 존재들 곁을 지키는 사람들을 기록합니다. 기후위기가 왜 나의 문제인지 공감대를 만들고, 우리에게 닥친 생존의 위기를 고민하기 위해 생태공동체로서 공존하는 지혜를 모아보고자 합니다.[기자말]

▲ 지난 8월 22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수라갯벌 친구들의 증언 마당 ⓒ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수라갯벌 친구들'이 서울행정법원에 모였다. 지난 8월 22일 있었던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5차 재판 방청에 앞서, 새만금 사업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원형 갯벌 '수라'의 자리에 신공항이 들어서지 말아야 할 이유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인근에 있는 군산공항도 수요가 없어 매년 적자를 내는 가운데, 신공항은 군산에 기지를 둔 미 공군의 제2활주로로 쓰이기가 더 쉽고, 공항으로서의 전망은 불분명하다. 또한 물새들의 번식지이자 이동 경로와 겹치는 수라갯벌에서는 항공기와 조류가 충돌할 위험도 크다. 그 무수한 생명의 집터를 밀어내서도 안 된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오동필 공동단장도 목소리를 보탰다.

"새만금 갯벌과 바다를 살리는 일은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일입니다. 우리가 수라의 저어새를 보호하자고 말할 때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서식지를 보전하는 법은 있는데, 지역민의 터전을 보호할 법은 없어요. 저어새가 살아갈 자연을 지켜야 인간의 서식지도 지켜질 수 있습니다."

▲ 수라갯벌의 저어새 ⓒ 오동필

군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새를 따라다니며 사진에 담는다. 새만금으로 메워진 동진강과 만경강 하구는 그가 수많은 새를 본 추억이 쌓인 놀이터 같은 곳이다. 2003년 시작된 조사단이 올해 20주년을 맞아 연 사진전 <바다를 만나다>에도 그간 만나온 새들이 모였다.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2023)에서 그는 그 새들의 '아름다움을 본 죄'를 말했다.

"새들이 갯벌에 없어. 공허감이 밀려와요. 괴롭고 슬프고, 아름다움을 본 죗값을 치르는 것 같아요. 너무 아름다운 걸 봤기 때문에 책임감이 있더라고요. 못 봤고 몰랐으면 나도 그냥 직장 다니고 그랬을 거 같아요."

그 책임감이 그를 지금까지 오게 했다. 생계를 위한 직업이 따로 있어 스스로 환경운동가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시민으로서 새만금을 둘러싼 운동을 포기할 수 없는 까닭이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핵심도 '시민'이다. 지역에 몸담고 살아가면 전문가보다도 잘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들에게 생태조사란 삶을 살피고 돌보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올해 4월에 출범한 '새만금 상시 해수유통 서명운동본부'도 전북도민의 목소리로 이뤄지는 행동 조직이다. 오동필 단장은 그곳의 정책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바닷물이 가로막힌 새만금호에 해수를 유통하자는 얘기는 몇 년 간 꾸준히 나왔으나, 이 본부의 역할은 달리 있다. 싸워야 하는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왜 '상시' 해수유통인가

'해수 유통'이란 방조제로 가둔 담수호에 다시 바닷물을 흐르게 만들어 해역으로 두는 것이다. 그러려면 방조제의 출입구를 인위적으로 닫기 위해 설치한 배수갑문을 열어야 한다.

2020년 12월부터 하루 두 번 새만금방조제의 배수갑문을 열고 있으니 지금도 해수 유통이 진행 중이긴 하다. 문제는, 그 지속 시간이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단 십 분만 열어도 해수 유통이기 때문이다. 오동필 단장이 수문 여는 횟수를 늘리기보다 아예 닫지 않는 흐름으로 바꾸고자 '상시'란 말을 제안했다.

"그 이름을 걸어야 싸움이 돼요. 운동은 싸움이거든요. 이미 주어진 말의 방향을 틀 수도 있지만, 전혀 새로운 이름을 거는 것도 운동이에요."

이름을 붙여보니, 과연 그렇다. '상시'라고 부르자 방조제로 막힌 새만금 안쪽이 예전처럼 바다로 흐를 수 있다는 상상력이 모인다.

반면 새만금개발청의 마스터플랜은 바닷물을 해수면보다 –1.5m로 낮추는 관리 수위를 유지하려 한다. 해수 유통을 확대하여 수위를 높이면 방조제와 방수제를 보강해야 해서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거기에는 수위가 높아지면 매립 용지가 줄어든다는 더 실리적인 이유가 있다. 아직도 새만금을 토건 사업의 이익 수단으로만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달라졌다. 방조제로 악화한 수질개선에 4조 원이 넘게 들어갔다. 담수호를 계속 고집하면 더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해수 유통 없이는 '염분 성층화' 문제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소금물을 놔두면 소금이 점점 가라앉아 올라오지 않는 현상 같은 거예요."

새만금호 유역에서는 강의 민물과 염분기 있는 바닷물이 섞이지 않아 층이 생겨난다. 민물보다 무거운 바닷물이 가라앉아 층이 나뉜 채 오래 순환하지 못하면, 밑바닥의 산소가 부족해져 물이 썩는다. 그로 인해 어패류 같은 저서생물이 폐사하면서 수질 전반이 나빠진다.

바다의 자정 능력 자체는 뛰어나지만, 지금처럼 수문이 닫혀 있으면 새로운 바닷물이 흘러 들어올 수 없어 회복되기 어렵다. 가만히 고여만 가는 물속은 생명이 머무를 수 없는 죽음의 구역으로 남는다.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해수가 그 층을 흔들지 않는 한, 인간의 힘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하루에 한 번만 수문을 열었던 2020년 전에 비해 상황이 나아졌다지만, 정말 그럴까.

"사람도 산소가 충분해야 숨을 쉬잖아요. 누가 산소를 조금만 넣어주고 편하게 있으라고 하면, 죽지는 않더라도 숨이 가쁘고 고통스럽겠죠. 그게 맞나요? 그저 겨우 안 죽고 있는 상태일 뿐인데요."

▲ 새만금 이후 서식 생물의 변화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바닷물을 돌려주는 게 생태계의 숨을 돌려주는 일인 까닭이다. 생명권이 걸린 문제에서는 차선이 아닌 최선의 출구를 찾아야 한다. 덜 나빠진 현재보다 더 나쁘지 않았던 과거가 있다면 그때를 바라봐야 한다. 방조제가 생기고도 분명히 그럴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2006년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끝나고 2010년까지 수문을 상시 개방했을 때는 훨씬 다양한 생물이 대량 번식했다. 상시 해수 유통만이 해답인 까닭이다.

이름을 주고 부른다는 것

다만 오동필 단장이 2016년에 직접 수질을 조사하다가 '염분 성층화' 문제를 발견했을 때, 다른 고민이 따라왔다. 현장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말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어려운 말을 알려봤자 이해받겠냐고, 저희끼리도 말이 많았어요. 하지만 저는 낯설고 복잡할수록 더 알려줘야 한다고, 감추고 있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거란 생각에 더 많이 떠들고 다녔어요."

그렇게 7년을 외치자, 그 뜻은 몰라도 말을 아는 이들이 늘어갔다. 사실 '새만금'도 그렇게 자리 잡은 말이다. 원래는 없었지만, 정부에서 동진강과 만경강 하구를 새만금이라고 부르며 어느새 지역을 대신하는 이름처럼 되었다. 그러나 이름을 둘러싼 싸움의 닻을 다 내어주지 않고 맞서려면 여러 가능성을 이뤄줄 말이 더 필요하다. 다시, 이름을 주고 부르는 문제다.

"현장에 있으면 일부러 말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 와요. 이름이 주어져야 시작되는 싸움이 있거든요. 어떤 고유명사가 퍼지는 과정도 싸움이고요. 특히 장소를 지키려면 그곳의 이름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죠."

그가 영화 <수라>에서 앞으로도 수라를 갯벌로 부르자고 한 마음도 여기 있다. 그는 말했다. 당장 마른 땅도 언젠가 들어올 바닷물과 함께 살아난다면, 갯벌이라고. 풀만 자라나는 땅 같더라도 갯벌이라는 이름을 놓지 않으면 언젠간 갯벌로 돌아온다고. 끝난 게 아니라고. 그때까지 그 이름을 불러줘야 살 수 있다고.

덕분에 '수라'는 그가 세상에 가장 널리 전한 이름이 되었다. 군산시 옥서면 남수라마을 옆의 이름 없는 갯벌이던 그곳에 '비단에 새긴 수'라는 아름다운 뜻의 이름을 찾아준 사람도 오동필 단장이다. 지도에는 없지만 수라는 어느덧 사람들 속에서 당연한 지명이 되고 있다. 그에게는 그러한 변화야말로 대중 운동이다. 이름을 불러주면 얼굴이 보이고 주소가 그려진다는 믿음으로, 거기까지 가는 길을 닦아가려 한다.

▲ 지난 6월 '수라갯벌에 들기' 체험 ⓒ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그가 '수라갯벌에 들기'라는 체험을 꾸려 사람들과 수라로 가는 이유다. 다 같이 온몸으로 만나는 수라는 생생한 삶터다. 예전에는 전부 갯벌이었지만, 물이 빠지고 노출면이 많아지며 연안습지가 된 수라. 해안에서 갯벌, 또 육지로 이어지는 길목마다 습지와 염습지, 초지 등 다양한 지대의 풍경이 펼쳐진다.

덕분에 수라갯벌에 드는 길도 다채롭다. 정해진 길만 가는 관광과 달리, 날씨와 주변 환경에 따라 길도 변한다. 곳곳에 돌아다니거나 잠들어 있는 생물도 매번 달라져, 당장 보이지 않아도 여기서 살아가고 있을 온갖 생명을 상상하게 된다. 누군가는 수라를 밟아도 되는지 묻지만, 오동필 단장은 도리어 자연에 마음껏 닿아 누리라고 한다. 자연을 함부로 취하는 게 아니라 이 삶에서 자연과 공존하고 상생하자는 말이다.

"마음껏 밟고 겪어야 해요. 우리의 걸음 하나하나가 훼손이 아니라 생물 다양성이 주어지는 조건이거든요. 한 걸음마다 변화가 일어나요. 발자국 보폭에 따라 파이는 땅에 생물이 들어설 기회가 오고요.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에 물이 고이면 잠자리가 알을 낳아요. 새로운 길을 걸어 공간을 내면 거기를 통하는 생물이 생기죠. 우리가 넓은 곳을 다닐수록 자연의 회피로도 늘어나요. 무작정 해쳐 파괴하는 게 아니라 회복력을 배우고 기를 틈을 만들어주는 보존이에요.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적극적으로 누리는 과정이죠."

희망이 이기는 싸움으로

다시,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5차 재판 때로 돌아가자. 그날도 수라를 보존할 필요를 얘기했다. 4차 소송의 법정 증인이었던 나일 무어스 박사(새와생명의터 대표)가 또 한 번 람사르 협약의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인 수라의 가치를 증언했다. 람사르 협약은 습지의 생태 환경을 보존하며 지속 가능한 이용을 추구한다. 고로, 이 모든 싸움의 종착지는 한곳에서 만난다. 새만금의 기본계획과 마스터플랜을 처음부터 다시 고민하는 것. 상시 해수 유통으로 갯벌과 바다를 보존하는 개발이 되어야 한다.

오동필 단장은 또 하나의 재판 선고를 앞두고 있다. 세종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앞에서 '새만금신공항 철회촉구 천막농성'이 9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데, 보행에 방해된다며 세종시에서 도로법 위반으로 그를 고발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환경영향평가가 끝나기도 전에 난개발 사업을 강행하려 하며 먼저 법을 무시한 정부가 일으킨 싸움이다. (관련기사: "환경영향평가제도 짓밟은 기만적인 국토부" https://omn.kr/22nj2 ) 지난 8월 29일 마지막 공판에서 2081명이 천막농성을 지지하는 탄원서에 연명했다.

▲ 새만금호 상시 해수유통과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서명 운동 포스터 ⓒ 새상해 및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우리는 부끄럽지 않은 싸움을 하며 20년을 왔어요. 20년 전 아무도 싸우지 않았다면 지금 많이 부끄러웠겠지만, 그간 가만히 있지 않고 힘들게 싸워온 시간이 있어 떳떳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기는 싸움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끝까지 싸워보고 싶습니다."

이기는 싸움. 그는 이 싸움을 그렇게도 부른다. 기울어진 법정의 승패와 관계없이 더 나은 세상의 희망을 구하고 지키려는 이들의 부끄럽지 않은 싸움이다. 그곳에서 함께 하는 모두가 수라갯벌의 친구들이다. 방청이 가능한 기본계획 취소소송 5차 재판일은 10월 17일, 천막농성 재판 선고일은 9월 26일로 잡혔다. 서명운동은 온라인으로도 동참할 수 있다. 수라가 금빛으로 물들어가는 가을이 다가오는 8월 말, 상시 해수 유통을 위한 서명 인원이 2만 명을 넘겼다.

우리는 언제든 더 많은 친구를 기다리고 환영할 것이다.

[필자 소개] 김누리: 글을 읽고 쓴다. 돌봄과 연결의 힘에 기대어 더 정확히 비관하고 구체적으로 낙관하고 싶다. 현재 전주에서 살아가며 기후생태위기 현장으로부터 함께 상생할 가능성을 그려볼 수 있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서명 운동 링크

새만금호 상시 해수유통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fgNEDD6km3Ni-aEu1I0vve_WVPDABYdETwR1IMknhM55SXDw/viewform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 https://docs.google.com/forms/d/1AtoFzntOmRDl82q1DXG6hQm1ci8uieQ8Z7xa3dVmgoA/viewform?edit_requested=true

#새만금 #새만금신공항 #해수유통 #상시해수유통 #수라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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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대에 ‘유엔사’의 탈을 씌워 한반도에 들이려는가”

시민사회단체, 한국·유엔사 국방부장관 회의 규탄 기자회견 열어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4/09/10 [18:42]

   

▲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 자주통일평화연대

 

“우리는 미국 주도의 다국적 전투 기구의 구축, ‘유엔사’의 전투 기능 부활에 단호히 반대한다!”

 

10일 오후 4시 20분경 서울 소공동의 롯데호텔 앞에서 위와 같은 구호가 울려 퍼졌다.

 

자주통일평화연대와 가짜 ‘유엔사’ 해체를 위한 국제캠페인은 이날 롯데호텔에서 진행되는 ‘2회 한·유엔사 국방부장관 회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유엔사는 유엔 산하의 기구도 아닐 뿐 아니라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진작 해체됐어야 할 기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엔사가) 한국전쟁의 한 당사자로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기는커녕 그동안 남북관계를 가로막아 왔을 뿐 아니라 대북 전단 살포 등 정전협정을 위반하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충돌을 조장하는 적대행동을 뒷받침했다”라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유엔사가 한국전쟁 참전국도 아니었던 독일을 추가로 가입시켜 유엔사를 확대, 강화하려 시도하는 것은 아시아에 나토와 같은 미국 주도의 다국적 전투 기구를 구축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며 “나토의 핵심 국가인 독일의 가입을 통해 나토 자체를 아태지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과 윤석열 정부는 ‘유엔사’에 일본을 공식 참여시키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라며 “이제 자위대에게 한·미·일 동맹뿐 아니라 ‘유엔사’의 탈을 쓰고 한반도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하나 더 열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미국 주도 하의 다국적 전투 기구의 구축이 주변국들을 자극하고 신냉전 대결을 격화시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 회의는 지난해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에 즈음해 처음으로 열렸다. 당시 참가국은 회의 정례화를 결정했다.

 

이번 회의는 김용현 한국 국방부장관과 빌 블레어 캐나다 국방부장관이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유엔사 회원국 중 남아공을 제외한 17개국의 대표와 유엔군 사령관이 참석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 규탄 기자회견문

주권과 평화 훼손하는 ‘유엔사’ 확대, 전투 기능 강화 반대한다!

 

오늘 (9월 10일) 서울에서 <2차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가 개최된다.

국방부는 이번 회의에 기존 ‘유엔사’ 회원국뿐 아니라 최근 신규 가입한 독일 국방부 차관이 처음으로 참여한다고 하면서, ‘하나의 깃발, 하나의 정신 아래 함께 싸운다’는 슬로건 아래 ‘한·유엔사·유엔사 회원국 간 협력과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엔사의 확대, 그리고 ‘정전협정 관리’를 넘어서 ‘싸우는 기능’, 즉 전투 기능의 수행과 이를 위한 상호 협력 강화라는 방향성을 명확히 한 것이다.

우리는 이미 해체됐어야 할 ‘유엔사’에 전투 기능을 다시 부여하고, 미국 주도의 다국적 군사 기구로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단호히 반대한다.

지난해 열린 1차 회의는 미국 주도하에 ‘유엔사’의 전투 기능 부활을 공식화한 회의였다. 지난 75년 유엔총회 해체 결의에 한·미 정부가 동의하고 이후 한미연합사로 전투 기능을 이관한 이래, ‘유엔사’에는 ‘정전협정 관리’ 권한만 남아 있었으나, 정전 70년을 맞아 전쟁 종식을 위한 노력은커녕 ‘공격 억제’ 등을 명분으로 군사 기능, 전투 기능을 다시 복원하였고 군사훈련 정례화, 회원국 확대 등을 선언한 것이다.

이번 2차 회의를 앞두고 한미연합훈련에 ‘유엔사’ 회원국의 참여가 확대되었고, 나토의 핵심 국가인 독일을 ‘유엔사’의 새 회원국으로 참여시켰다. 나토와 같은 미국 주도의 다국적 군사 기구로 ‘유엔사’를 강화하고, 동시에 나토의 아태지역 확장 교두보를 함께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유엔사’는 정전협정의 당사자로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정치협상의 개시와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비무장지대 관할’ 역할을 앞세워 남북 간 왕래와 협력 사건을 사사건건 가로막더니, 정작 비무장지대로 날아드는 ‘대북 전단’, 사실상의 전쟁 행위인 ‘대북 확성기’ 방송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은 채 이를 방조함으로써 비무장지대 관할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 충돌 위기를 부추기는 데 일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른바 ‘유엔사’는 유엔 산하의 기구가 아님에도 유엔의 이름을 도용하고 있는 미국주도의 다국적 군사기구이며,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진작 해체되었어야 할 기구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해체되었어야 할 ‘유엔사’가 미국 주도하에 다국적 전투 기구로 탈바꿈하는 것은 주변국들을 자극하고 신냉전 대결을 격화시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유엔사’의 전투 기능을 부활시킴으로써 한국군에 대한 개입을 다시 제도화하고 작전지휘권 환수의 취지를 백지화시켰으며, 한반도 문제에 대한 외국의 개입을 이중, 삼중으로 보장함으로써 주권과 평화를 훼손한다는 점 역시도 심각한 문제이다.

최근 미국과 정부는 ‘유엔사’에 일본을 공식 참여시키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제 자위대에게 한·미·일 동맹뿐 아니라 ‘유엔사’의 탈을 쓰고 한반도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하나 더 열어주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 주도의 다국적 전투 기구의 구축, ‘유엔사’의 전투 기능 부활에 단호히 반대한다!

유엔사 회원국들과의 군사훈련을 비롯하여 일본과 한국의 ‘유엔사’ 추가 가입 등 유엔사 강화와 확대를 위한 일체의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

불법적인 ‘유엔사’를 즉각 해체하라!

2024년 9월 10일

자주통일평화연대, 가짜 ‘유엔사’ 해체 국제캠페인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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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공급 확대'만 외치는 윤석열 정부, 투기 거품 조장 주인공?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정부가 만드는 세대간 부동산 투기 사다리

조정흔 감정평가사 | 기사입력 2024.09.11. 05:03:55

서울시내 한 재개발구역의 입주권을 감정평가하고 있다. 입주권이 소재한 지역은 바로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가 있는 장위10구역이다.

장위동 일대는 2006년도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뉴타운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1구역에서 15구역까지 구역에 따라 사업속도가 상이하다. 장위1, 2, 4, 5, 6, 7, 10구역은 사업이 완공되었거나 진행중이다. 이에 따라 장위동 일대에 1만 세대 이상의 신축아파트가 공급되었다.

장위동에 공급된 신축 아파트 가격은 59㎡기준 2021년에는 최고가가 10억 원을 웃돌았다.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까지는 조정을 받아 7억 초반까지 하락했으나 올해 다시 반등해 최근에는 8억 초반대 수준에서 거래된다. 84㎡는 2021년 13억 중반대까지 올랐으나 2022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조정을 받아 8억 중반까지 하락했다. 올해는 역시 반등해 10억 초반대를 회복했다.

재개발로 인해 주민들이 이주한 후, 철거 전의 장위동을 몇 차례 가본 적 있다. 전형적인 서민 거주 저층주거지였다. 주민들이 이주한 후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빈 골목길, 곧 다시는 볼 수 없게 되는 동네를 걸으면서 불과 몇 달 전까지 멀쩡히 사람들이 살던 벽돌집과 골목길이 모두 사라진다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였다.

장위10구역은 2017년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주민 이주 후 2020년부터 철거가 시작됐다. 그러나 조합과 사랑제일교회의 충돌로 인하여 사업이 계속 지연되어 왔다. 사랑제일교회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상 수용절차를 통한 감정평가액 82억 원에 불만을 품고 명도를 거부하였고, 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조합과 보상금 500억 원을 합의하는 초유의 일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제일교회로부터 추가 요구가 이어지자 조합은 결국 사랑제일교회를 제척하고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오랜기간동안 재개발사업이 지연되다보니 원주민 조합원들의 피해가 얼마나 막심할까 싶었는데, 조합원들에 대한 뉴스가 별로 없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장위10구역은 2008년 정비구역 지정, 2013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는데, 사업시행인가일 이전의 공시지가가 기준이 되다보니 종전자산 평가금액이 매우 낮은 편이었다. 또한 2017년 관리처분일 기준으로 조합원 분양가도 낮았다. 당시만해도 부동산 투기열풍이 몰아치기 직전이라 소유자들 중에서 현금청산자들이 많았고, 거주인구 3천여명 중 조합원수는 400여명에 불과했다. 조합원분양가가 59㎡기준 3억4000만 원, 84㎡기준 4억5000만 원 정도였으니, 현재 시점 기준 상승한 시세를 고려하면 조합원 프리미엄이 매우 높았을 것이다.

종전자산 권리가액 3억인 조합원이 84㎡ 아파트를 분양신청했을 때, 추가분담금 1억5000만 원만 부담하면 현재 시세 기준 10억 아파트를 갖게 된다. 조합원 입주권이 양도가능한 조건이라면 5~7억 정도의 프리미엄을 붙여 매도할 수 있는 선택지를 갖게된 것이니 조합원들은 대부분 부동산시장 급등기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게 되는 케이스였기 때문에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더라도 큰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오지 않았다.

사업은 실제로 늦춰졌다. 지난해 12월 사랑제일교회가 구역에서 제척되는 내용으로 정비구역 촉진계획이 변경되어야 했다. 이에 지난 7월에 정비사업통합심의을 거쳤으며, 이를 기초로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 등의 절차를 모두 다시 거쳐야한다.

지금까지 조합원들이 분양신청한 내용은 다시 모두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공사비가 상승한만큼 조합원분양가 또한 상승할 것이다. 물론 공사비 상승에 따라 일반분양가도 함께 상승할테지만 경제상황이 안갯속인 상황에서 높은 분양가로 인해 분양성이 낮아질 수도 있다. 조합원 분양가가 얼마나 높아질지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다.

장위10구역 재개발사업이 도대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조합원의 권리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오랜 시간을 들였음에도, 외부의 부동산 시장 상황이 불안정적이고 변동성이 큰데다 부동산 입주권과 관련된 거래정보가 깜깜이인 상태에서 종전의 조합원 입주권 거래사례를 기준으로 조합원이 보유한 입주권 가치를 판단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장위10구역의 경우 거주인구 3000여명 중 조합원수는 400여명이고, 공급예정 아파트는 2000여 세대이다. 2000세대의 새아파트가 공급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1300여세대, 3000여명이 거주하던 주택이 사라진다. 이중에서 개발사업으로 인한 이익을 누리는 사람은 400여명의 조합원들 뿐이다. 조합원 세대수가 적다보니 아파트 2채의 입주권을 갖고 있는 조합원도 제법 있었는데, 이들은 운 좋게 더 많은 입주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었다. 대부분은 아마 자녀에게 한 채 물려주기 위해 추가 입주권을 받은 사람들일 것이다. 조합원들은 부동산 시장이 활황인 좋은 때를 만나서 큰 개발이익을 얻으리라 기대했으나, 이들마저도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 상황으로 인하여 불안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곳을 터전으로 삼았던 3천여명 대부분의 거주자들이 산산이 흩어지게 되었다.

이 같은 현상이 장위동 일대 재개발 지역 전역에서 일어났다. 일대에 신축 아파트 1만여 세대가 공급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만 명이 거주하던 노후주택이 사라졌다. 저소득층, 서민, 청년들이 거주하던 서민주택지, 즉 대체로 주택가격 2~3억 원, 월세 50만 원 전후의 저렴한 주택 공급이 감소한 것이다.

▲8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서초구 일대 아파트. ⓒ연합뉴스

도심지에서의 주택 공급은 순수한 공급이 아니다. 멸실을 동반한다. 고가의 새 아파트를 기준으로 보면 공급이지만, 저가의 낡은 주택을 기준으로 보면 공급 감소다. 10억짜리 아파트가 공급되는 대신, 월세 50만 원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은 사라진다. 10억짜리 새아파트의 공급은 반드시 가계빚을 동반한다.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가 국가경제 위험 뇌관이 되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그래서 무조건적인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가 능사가 아니다.

기존의 원주민 조합원들 조차도 추가분담금 수억 원을 부담해야한다. 10억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필요한 수억 원의 추가분담금은 빚 없이 마련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수요자, 즉 국민의 부담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아파트 공급은 허상이다.

2억의 부담 능력을 갖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라면 2억 수준의 주택 공급이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한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 즉 가격을 고려하지 않은 공급, 소득과 괴리된 공급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2~3억 원의 부담능력을 갖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는 2~3억짜리 기존 주택을 잘 관리하고 유통되게 하는 것이 진정한 공급이다. 나라의 경제성장과 소득수준에 맞게, 가계부채를 적절히 관리해가면서 개발이익을 적절히 환수하고, 사업성 없는 취약 지역의 기반시설에 개발이익을 적절히 분배해가면서 순차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저 작은 집을 허물어 고가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정책은 부동산 매매 시장 과열을 노린 대책일 뿐이다.

불행히도 지금이 그렇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종일관 공급 확대, 규제 완화, 부자 감세다. 윤석열 정부는 모든 부동산 문제의 원인이 새 아파트 공급 부족에 있다고 진단한다. 정부는 주택시장 침체로 인하여 공급 부족이 우려된다면서 올해초 발표한 1.10. 부동산 대책에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세제 금융지원, 대출지원정책을 포함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2월 기자간담회에서 공급확대 정책을 할 수 있던 배경으로 '집값이 활활 불타오를 것 같은 위험한 시기였다면 이렇게 규제 완화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박상우 장관의 예상과는 달리 이후 부동산시장은 불안정하고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월까지 서울아파트의 거래량과 거래액은 이미 작년 전체 규모를 넘어섰다. 5대 은행 8월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 증가폭 모두 역대최대 기록을 세우고 있다. 금융당국 압박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줄였지만 주담대 증가폭이 두달째 7조 원을 넘는 등 역대급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는다.

이렇게 부동산 거래량과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불안한 상황에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8.8.부동산대책을 발표했는데 역시 획기적인 공급확대와 규제완화, 세제완화 정책이 주요 내용이었다. 부동산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국토교통부의 부동산대책은 정답이 정해져 있다. 시장 침체시기에도 공급확대, 주택시장 과열 시기에도 공급 확대다.

세대간 이어지는 견고한 투기 사다리

정부는 지난 7월 말까지 6개월간 신생아특례대출이란 정책대출상품을 만들어 7조2000억 원 규모를 시장에 공급한 바 있다. 2023년에는 특례보금자리론이라는 정책대출상품을 판매하였는데, 1년간 신청금액이 43조4000억 원에 달했다. 저리의 정책금융자금은 부동산에 대한 불안과 투기 심리를 자극해, 약간의 가격조정이 일어나자 2030청년세대를 통하여 부동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결국 저리의 대출이 높은 부동산 가격의 하방을 단단하게 지지하고 있는 게 지금의 모습이다.

특례보금자리론과 신생아특례대출은 주거안정을 위해 조성되는 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아 저금리일 뿐만 아니라, DSR과 같은 대출규제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 결국 신생아특례대출과 같은 저리의 정책대출로 2030젊은 세대가 '영끌'로 주택을 구입하고, 이들에게 주택을 매도한 3040세대가 기존 주택의 매도자금으로 다시 새로운 대출을 일으켜 서울의 주요 상급지역으로 이동하는 갈아타기 수요가 가세해 지금의 서울 집값 상승세를 이끈 것 아닐까.

실제 한국부동산원이 매입자 연령대별 서울아파트 매매거래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40대의 매수비중은 31.2%, 30대의 매수비중은 32.5%로 현 주택 가격 폭등세를 3040이 주도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결국 저리의 정책자금대출을 기반으로 2030 청년 주택 수요층이 만들어졌고, 이들로부터 나온 아파트 매도 자금이 3040 수요로 가세하는 세대간 투기 사다리가 만들어졌다. 2030에서 3040으로 연결되는 매수행렬이 갭투기 증가, 가계대출 폭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부동산정책인 공급확대, 규제완화, 부자감세가 국민주거안정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높은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고, 국민 모두에게 정부는 절대 부동산가격이 조정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을 주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인 민주당도 다를 바가 없다.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야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주요 인사들의 입에서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성 정치권이 하나로 뭉쳐 부동산 기득권을 공고히하니, 이 정부와 정치세력 누구를 믿고 주거안정과 부동산 시장 안정을 바라겠는가,

최근 경제지면을 덮는 각종 통계와 지표는 하나같이 지금 내수 침체 수준이 금융위기 이후 최악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이와 괴리되어 과열되고만 있다. 자산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부동산 투기 뿐이라는 강한 믿음의 원천은 바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있는 정부와 여야를 막론한 부동산기득권 세력이다. 이제 어디서 부동산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조정흔 감정평가사

2004년부터 감정평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부동산 현장과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은 현상이지만, 가격에는 적절한 자원의 배분과 사회의 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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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선출된 적 없는 김건희, 대통령 행세…국민은 최순실 어떻게 됐는지 기억”

박용하 기자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발언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 지적

 

<b>정부 비판하는 조국 대표</b>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부 비판하는 조국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을 하고 있다. 박민규 

 

정부 비판하는 조국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조 대표는 “여당 대표와 문자를 하며 회유하고 압박하고, 정부 인사를 자신이 한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며 급기야 전 여당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기라고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경고한다. 박근혜 정권에서 최순실씨가 무슨 일을 했는지, 그 결과 박근혜, 최순실 두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 국민은 다 기억하고 있다”며 “어떤 부적도, 어떤 무당도 막아주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총선 후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사실을 거론하며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부자와 강자만 챙기는 국정기조는 바꾸지 않았고 경제와 민생 파탄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무모한 의대 2000명 정원 (증원) 결정의 여파로 응급환자는 병원을 못 찾아 목숨을 걸고 뺑뺑이를 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권의 전 정권 탓, 이념몰이, 반대자와 비판자에 대한 반국가세력 비방, 일제강점기 불법성 부인, 뉴라이트 인물 중용 등을 비판했다.

조 대표는 “어느 주가조작 사건에서 공범이 유죄 판결이 났는데 전주는 소환도 기소도 되지 않는가. 어느 공무원 배우자가 300만원짜리 명품가방을 받고 무사히 넘기는가”라며 김 여사 관련 수사의 불공정을 지적했다. 조 대표는 “(검찰은) 전 정권과 야당은 사냥하듯 수사하고, 잘 잡히지 않으면 가족과 친척, 지인을 턴다”며 “그리고 일방적 피의 사실을 ‘친검’ 언론에 흘린다. 바로 15년 전 노무현 대통령님의 비극이 발생하기 전과 똑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권력기관을 주머니 공깃돌로 가지고 놀더라도 국민의 마음을 잃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당내에 ‘3년은 너무 길다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이미 심리적 탄핵을 하신 국민의 마음을 받들며 온 힘을 다하여 위헌과 위법의 증거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며 2026년 6월3일 지방선거 이전에 국민투표로 개헌안을 확정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협력으로 진행되는 지구당 부활 움직임에 대해선 “거대 양당 소속 정치인에게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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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규제 ‘사전지정’ 아닌 ‘사후추정’...대폭 후퇴한 공정위

공정위, ‘온플법’ 없이 공정법 개정만...‘티메프 재발 방지’ 관련 법 개정도 추진

김백겸 기자 kbg@vop.co.kr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 추진방향 발표하고 있다. 2024.09.19.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플랫폼 규제 대상을 당초 예고했던 '사전지정'이 아닌 '사후추정' 방식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온라인플랫폼 규제의 법적 근거 또한 온라인플랫폼법 등 별도 법 제정이 아닌 기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마련하기로 했다.

당초 공정위가 규제 대상을 '사전지정'해 규제하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했던 것에서 대폭 후퇴한 입장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9일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온라인플랫폼 공정경쟁 촉진을 위한 입법 방향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플랫폼 시장) 독과점 분야에서는 반경쟁행위의 신속한 차단을 위한 제도 보강을 통해 시장 경쟁질서를 보호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율 대상은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인 지배적 플랫폼이며, 이는 법 위반행위가 발생한 후에 사후 추정하는 방식으로 특정되겠다"며 "당초 '사전 지정' 방침을 발표했으나 업계·전문가·관계부처 의견 등을 종합 검토하여 '사후 추정'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규제 대상을 사후 추정하는 구체적인 추정 요건은 현행 시장지배적 사업자보다 강화해 독점력이 공고한 경우로 한정한다. 다만 공정위는 "스타트업 등의 규제 부담 등 우려를 고려해서 연간 매출액 4조원 미만 플랫폼은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규율 분야는 중개, 검색, 동영상, SNS, 운영체제, 광고 등 6개 서비스 분야이며, 금지되는 반경쟁행위는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 대우 요구 등이다.

또 공정위가 플랫폼사의 불법행위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위법이 아니라는 입증 책임은 사업자가 져야 한다. 한 위원장은 "지배적 플랫폼의 영향력에 상응하는 강화된 입증책임을 부여하겠다"면서도 "다만 경쟁제한성이 없는 경우 등에 대한 항변권은 충분히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반경쟁행위로 적발된 경우에는 과징금 상한을 현행 기준인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관련 매출액의 6%보다 상향한 8%로 하기로 했다. 반경쟁행위의 신속한 차단을 위해서 임시중지명령 제도도 도입한다. 임시중지명령은 공정위가 조사·심의를 거쳐 시정 조치를 부과하기 전 해당 기업의 반칙 행위를 임시로 중지하게 해 소비자 피해 확산을 막는 제도다. 다만 위반행위에 따른 형벌은 제외될 예정이다.

"업계·관련부처 의견 반영해 사전지정에서 사후추정으로 변경"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플랫폼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힘이 큰 소수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사전에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플랫폼 업계와 국민의힘에서 사전지정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자 공정위는 사전지정제도를 다시 살펴보겠다고 한발 물러났다.

기존 공정거래법은 온라인플랫폼 시장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여러 시장을 아우르고 있는 플랫폼을 규제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공정거래법의 규제 대상인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규정하는 현재 기준을 플랫폼 기업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고, 규제가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사전지정제의 별도 법이 필요하다고 시민단체와 소상공인들은 주장한다.

실제로 A기업이 B플랫폼을 공정위에 신고한 사례를 보면, 2019년 6월 신고를 접수한 공정위가 B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라고 결론 낸 것은 2021년 8월이다. 신고부터 결론까지 2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당시 공정위는 해당 플랫폼이 지난 2017년부터 2020년 9월까지 101개 납품 업자에게 경쟁 온라인몰 판매가가 내려갔을 때 판매가격을 인상하라고 요구한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더구나 규제와 함께 규제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식의 사후추정제으로 인해 기업이 항소한다면 실제 규제가 실행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거나 규제가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A기업의 신고로 결정된 공정위의 제재도 현재 중단된 상태다. 플랫폼은 공정위의 제재 결정에 즉각 행정소송을 냈고, 올해 2월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과징금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거래당사자 사이에 모든 조건이 동등한 경우"라며 B플랫폼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공정위가 상고해 재판은 대법원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그 사이 B플랫폼은 A기업과 거래를 재개해 아무런 사업적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결국 공정위가 여당과 업계의 바람대로 기존의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사후추정 방식으로 선회하면서 규제 방안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사후추정은 사전지정과 분명히 다른 방식이다. 사전지정은 일정 사업자를 수검자로 특정하는 방식이지만, 사후 추정은 그렇게 하지 않다는 점에서 분명히 다르다"면서 "다만 주기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며 빠르게 추정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입법 목적을 상당 수준 달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업의 항소 등으로 규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사후추정 기준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보다 조금 더 엄격하게 돼 있다"면서 "(시장)지배력이 더 강한 기업이라는 기준을 만든 것이고, 그 요건에 해당되면 (시장)지배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입법이 좌절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은 이번 22대 국회 들어와서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 다수 발의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번 공정위가 밝힌 입법 방향은 야당의 동의를 얻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입법 형식이 바뀌어도 내용 면에서는 지난번에 추진했던 저희 제정안의 내용이 대부분 개정안에 반영이 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의힘과는 당정협의를 마쳤고,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에 대해서는 저희가 추진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8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에서 한 피해자가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2024.07.28. ⓒ뉴시스

대규모유통업법에 플랫폼 기업 포함...기준은 두가지 안 제시

이날 브리핑에는 티몬·위메프(티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방안도 제시됐다.

대규모유통업법의 규제 대상에 일정규모 이상의 플랫폼 기업(통신판매중개업자)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공정위는 지정 기준에 대해서는 두가지 안을 제시했다. ▲연간 중개거래수익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금액 1000억원 이상의 사업자 ▲연간 중개거래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금액 1조원 이상 사업자 등 두가지 기준이다.

또 이들의 정산 기한을 단축하고, 판매대금을 은행 등 신뢰성 있는 기관에 맡기는 방안을 의무화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정산 기한에 대해서도 ▲구매확정일로부터 10일에서 20일 이내 ▲월 판매마감일로부터 30일 이내 등 두가지 안을 제시했다. 모두 전통적 소매업(40일)보다는 짧게 설정했다.

이와 함께, 판매대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돼 판매사, 소비자 등의 피해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플랫폼이 제3의 기관을 통해 판매대금을 별도 관리하도록 의무화한다. 별도 관리해야 하는 판매대금의 비중에 대해서는 ▲100% ▲50% 등 두가지 기준을 제안했다.

한 위원장은 "신설된 규제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개정법을 일정 기간 유예 후 시행하고, 규율 강도도 경과규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상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미 관계부처 협의 등이 완료된 공정거래법 개정 관련 내용은 국회와 법안 발의를 신속히 협의할 예정이다. 복수안을 검토 중인 대규모유통업법 개정과 관련해선 공청회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이달 중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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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말대로면 트럼프는 한국의 '반(反)국가 세력'?

[정세현-박인규의 정세토크 시즌 2] 뉴라이트가 만든 '정보질서'에 갇힌 윤석열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4.09.10. 04:01:18

제79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의 몇몇 인사들은 "일본 제국주의 시절 선조들의 국적은 일본이다", "1945년 광복을 인정할지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등의 발언들을 쏟아냈다. 소위 '뉴라이트' 계열로 분류되는 극우적 색채를 띈 인사들이 정부 주요 직위의 전면에 나선 결과다.

이러한 뉴라이트 인사들의 등용을 두고 박인규 <프레시안> 상임고문은 "이들은 일본의 식민지배를 합법이라고까지 했다. 이는 한국의 대외 정책에 굉장히 큰 문제로 작용할 수도 있어 보인다"며 "이는 이른바 '정보질서'를 재편하려는 목적으로도 읽힌다"고 분석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국제정보질서가 군사질서, 경제질서보다 늦게 생겼는데 정보질서를 만드는 종주국은 군사‧경제‧안보와 관련해 다른 국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준다. 여기에 포섭된 국가들은 종주국이 주는 정보만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예전 사회주의권에서 소련이 보여주는 정보만을 보는 것처럼, 한국은 주로 미국이 주는 정보만 봐왔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최근 정부 인사들의 이러한 발언을 두고 "8.15 경축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이야기를 보면 누군가가 보여주고 싶은 국내정치적 모습을 써준 그대로 읊은 것으로 보인다"며 "윤 대통령 주변에 뉴라이트가 포진해서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정보질서 속에 대통령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제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반(反)국가세력이 암약하면서 반일(反日)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뉴라이트가 보여주고 싶은 정보질서 속에서 이야기를 하니 미국과 일본을 추종하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고 일본과 관계에서도 과거사 문제가 해결됐다는 식의 입장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7월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와 관련 "미국이 동아시아에 극동 사령부를 만들고 그 지휘권을 일본에 넘겨버릴 경우 한국군이 사실상 일본 자위대 지휘를 받게 되고, 독도를 사실상 일본의 영향력이 미치는 군사 구역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인데, 뉴라이트 세력은 이것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정보질서를 구축하려는 것 아닌가 싶다"고 전망했다.

박 상임고문은 "윤석열 개인의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나 능력의 문제이기도 하고 미국의 영향력이 대단히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며 "한국 사회 내에서 미국 유학생들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라는 것도 미국만을 바라보는 주요 이유가 되는 것 같다.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미국식 세계관을 받아들인 학자, 관료, 경제 엘리트들이 한국을 지배하고 있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에 편중된 뉴라이트의 세계관이 군사적 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분야에서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 더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박 상임고문은 "러시아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아세안(ASEAN)이 자율적 외교 주체로 참여하고 있고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협의체)가 G7보다 GDP 규모가 커졌고 중국 대외 무역의 절반이 달러가 아닌 다른 화폐로 운영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박 상임고문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를 지금처럼 대하면 군사 영역이 아닌 경제 전선에서 더 먼저 무너질 수 있다"며 "뉴라이트가 대외 정책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입장을 편협한 방향으로 강화하게 되면 이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일본만 바라보는 현 상황 타개를 위해 정부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지만, 윤석열 정부 집권 중에는 현실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가운데, 정 전 장관은 이보다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등 외부 요인이 상황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 트럼프가 김정은을 워싱턴으로 불러낼 수도 있다"며 "다만 트럼프 정부의 목표는 비핵화는 아닐 것이다. 트럼프는 '비확산'이 목표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비확산을 전제로 하고 북미관계 개선을 용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전 장관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싱가포르 북미 협상 시즌 2가 시작될 것이다. 새로운 북미관계수립,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 한반도 비핵화 이 세 가지가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인데 이 중 비핵화는 비확산 및 ICBM 중단 등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트럼프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이같은 세 가지 통로를 실현하는 입구로 종전선언을 추진하려 할 것인데, 윤석열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추진하면 '반(反)국가세력'이라고 했던 것을 적용해보면 트럼프가 남한의 반국가 세력이 되는 셈"이라고 윤 대통령의 발언을 꼬집기도 했다.

대담은 지난 4일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사)한국통일협회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대담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오른쪽) 전 통일부 장관과 박인규 <프레시안> 상임고문. ⓒ프레시안(이재호)

 

박인규 :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이른바 '뉴라이트' 계열 인사의 기용이 강화되면서 대미 추종, 대일 예속 외교도 심화되고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는 발언을 보면 그 정도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명박 정부 때도 김태효 당시 비서관이 일정 부분 역할을 했지만 지소미아(GSOMIA, 한일 군사 정보 보호 협정) 체결 논의가 들통 나자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도에 방문, 일본과 외교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 박근혜 대통령 때는 2015년 세계 2차대전 승전 70주년에 베이징 천안문에 올라가기도 했다.

이처럼 이전 정부는 뉴라이트와 유사한 색채를 보이기도 했지만 나름 자주적이라고 평가되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죽으나 사나 미국‧일본만을 바라바고 있다. 결정적으로 일본의 식민지배를 합법이라고까지 했다. 이는 한국의 대외 정책에 굉장히 큰 문제로 작용할 수도 있어 보인다.

이들의 이러한 활동은 이른바 '정보질서'를 재편하려는 목적으로도 읽힌다. 저서 <통찰>에서 미국이 군사질서, 경제질서, 정보질서 장악을 통해 세계를 지배한다고 지적했는데, '정보질서'가 우리의 세계인식 및 현실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살펴봤으면 한다.

정세현 : 국제정보질서가 군사질서, 경제질서보다 늦게 생겼는데 정보질서를 만드는 종주국은 군사‧경제‧안보와 관련해 다른 국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준다. 여기에 포섭된 국가들은 종주국이 주는 정보만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4년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는 KBS로부터 국제 정보질서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받았다. 이 중 북한이 외부 사회를 인민들에게 어떤 식으로 보여주는지에 대해, 즉 북한이 어떤 국제정보질서 속에서 국내 정치를 하는지에 대해 실증적으로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

그런데 북한을 연구하기 전에 중국이나 소련이 어떤 식으로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지 언론 매체 보도를 통해 분석해봤다. <인민일보>를 포함해 중국의 여러 언론을 보니 특정한 정치적 사건에 대해 소련의 <타스>통신만 인용하고 있었다. 영국의 <로이터>통신이나 프랑스의 <AFP>통신이 인용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심지어 중국은 중소 분쟁으로 소련과 사이가 좋지 않은 때에도 소련 언론사를 인용했다. 스탈린 집권 때부터 소련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유고슬라비아도 <타스>통신을 인용했다.

이들 국가와 서방 언론 보도를 비교해보면 한 사건에 대해 육하원칙 형식은 맞추지만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즉 '언제, 어디서, 누가' 등 바꿀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두고 '무엇을, 어떻게, 왜' 등 해석의 영역이 있는 부분들에서 달라졌다. 사실이 달라지면 평가가 달라지고, 그렇게 되면 이후 대책이 달라진다.

이걸 발견하고 소련이 어떻게 이들을 영향권에 두게 됐는지 알게 됐다. 정치 질서를 이식하고 이후에 눈과 귀를 소련 식으로 만들기 위해 '정보질서'가 동원된 것이다. 즉 군사‧경제 질서를 장악하고 안보질서를 정리하면서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들 때 화룡점정이 되는 것이 바로 정보질서였다.

이걸 가지고 북한에 대입해서 보니 북한도 1950년대 주체사상을 내걸었지만 역시나 대외 문제에 있어서는 <타스통신>을 인용하고 있었다. 이처럼 정보질서라는 것은 강력하면서도 무서운 것이다. 국제정치 문제와 관련해 소련이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국제 정치질서에서 대국은 소국들이 자신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정보질서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이러한 정보질서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외신을 인용한 보도를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러시아가 금방이라도 망할 것 같이 보였다. 이는 우크라이나 배후에 미국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보여주고 싶은 쪽으로만 보도가 되기 때문이다. 예전 정보질서를 주무르는 국가가 미국과 소련이었다면 지금은 미국 또는 중국의 정보질서 속에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15 경축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누군가가 보여주고 싶은 국내정치적 모습을 써준 그대로 읊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주변에 뉴라이트가 포진해 있는 가운데,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정보질서 속에 대통령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은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이 시작된 19일 국무회의에서 반(反)국가세력이 암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일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에서 이미 공산주의 세력과 반국가세력이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있다면서 이념 공세를 하기도 했다.

뉴라이트가 보여주고 싶은 정보질서 속에서 이야기를 하니 미국과 일본을 추종하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고 일본과 관계에서도 과거사 문제가 해결됐다는 식의 입장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정부 정책도 이러한 방향에서 전개되고 있다. 지난 7월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를 통해 한미일 3국 국방장관이 안보 협력각서에 서명했는데 여기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그간 행보를 고려했을 때 독도를 공동 군사 연습장으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동아시아에 극동 사령부를 만들고 그 지휘권을 일본에 넘겨버릴 경우 한국군이 사실상 일본 자위대 지휘를 받게 되고, 독도를 일본의 영향력이 미치는 군사 구역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인데, 뉴라이트 세력은 이것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정보질서를 구축하려는 것 아닌가 싶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을지 및 제36회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인규 : 한국의 경우를 보면 뉴라이트가 저변으로 확산되는 것보다는 정부 요직에 많이 등용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노태우 정부 때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하고 남북기본합의서를 만들기도 했다. 또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며 미국이 마냥 좋은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국민들이 알기도 했다.

미국이 지난 2003년 발발한 이라크 전쟁에 실패하고 이후 2008년 금융위기,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당선까지 이어지면서 세계 경영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지자, 한국에 미국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통치 세력을 집권시켜야겠다고 생각했고 그에 따른 결과가 지금 윤석열 정부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정세현 : 미중 경쟁 시대에 미국이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데 그러면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과 원만한 관계를 설정하도록 놔두면 안 된다. 최근 중국 부동산 위기를 많이 언급하는데 이 역시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 속에서 만들어진 부분이 있어 보인다.

그런 큰 틀에서 보면 현 정부의 뉴라이트 세력은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헤게모니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미국이 보여주려는 것만 보면서 대통령을 구석의 골방으로 끌고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건 지도자의 성향도 영향이 있다. 사실 최종 결정권자는 어떤 사실을 인지했을 때 이것이 사실인지 '크로스체크'를 해야 한다. 김영삼 대통령의 경우 외무부 장관의 이야기만 듣지 않았다. 외교안보수석 이야기도 함께 들으면서 상황을 다각도에서 파악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참모들이 제공한 정보질서 속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독자적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북핵 문제가 있음에도 한미관계가 대미 추종적이지 않을 수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말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설득해서, 북한과 대화하고 북한에 쳐들어가지 않으며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도출해내기도 했다.

박인규 : 그런데 정부 관료가 '테크노크라트'라고 하더라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부에서 관료를 했던 사람들은 그래도 나름대로의 자기 판단 능력과 실행 능력 같은 게 분명히 있었는데 지금 윤석열 대통령 집권 시기에 보면 우리 외교의 자기중심성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판단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는 것 같다.

상급자가 시키면 그대로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본인이 국가와 민족, 시대를 위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대한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갈수록 더 없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과 합의는 했지만 그래도 대놓고 '중일마'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었다.

정세현 : 김영삼 정부 때는 일본과 관계에서 네오콘이 주장하는대로 끌려가지만은 않았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 하고 우리도 대화에 같이 들어가야 한다고 미국에 항의하기도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뉴라이트의 접근이 불가했고 독자적인 판단을 통해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북한과 관계를 원활하게 끌고 가면서 미국과 중국에 발언권을 높이는 식이었는데 윤석열 정부는 일단 대통령 본인이 그런 문제를 고민하려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 국가의 정책 결정권자가 고민해야 하는 것을 방기하다 보니 특정 세력의 정보질서에 갇힌 것 같다.

박인규 : 윤석열 개인의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나 능력의 문제이기도 하고 미국의 영향력이 대단히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한국 사회 내에서 미국 유학생들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라는 것도 미국만을 바라보는 주요 이유가 되는 것 같다.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미국식 세계관을 받아들인 학자, 관료, 경제 엘리트들이 한국을 지배하고 있기도 하다.

경희대학교 사회학 교수 김종영의 저서 <지배 받는 지배자>(2015년)를 보면 한국의 미국 박사는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3위지만 인구 당 숫자는 세계 최고라고 한다. 2013년 통계 기준으로 유학생 수가 중국이나 인도가 20만 명 내외인데 한국이 7만 명이었다고 하더라. 이들이 한국의 요직을 차지하면서 우리의 세계 인식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의 뉴라이트가 사실 미국으로 따지면 '네오콘'이다. 미국의 네오콘이 1960년대 베트남 전쟁에서 패해하면서 생겨났다. 베트남 전쟁에서 지는 꼴을 도저히 못보겠는 사람들이 이들인데, 이 중 상당수는 좌파에 '트로츠키스트'들이었다.

이들은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닉슨 대통령이 중국 등과 데탕트(긴장 완화)를 하는 것을 봐줄 수 없다는 식의 사고를 가지고 있다. 공산주의와는 타협하지 않고 때려잡아야 한다는 식인데, 1980년대부터 등장하기 시작해서 2000년대 부시 대통령 집권 때는 정부의 전면에 등장했다. 미국의 대외 정책을 완전히 망쳐놓은 주역인데 오바마와 바이든 집권 때도 이들의 영향력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뉴라이트는 대체로 1987년 민주화 이후에 나타나기 시작했고 전면에 나선 것은 이명박 정부 때다. 이들 이념은 "서방과 자본주의, 시장주의가 옳다"로 요약된다. 서방이 비서방을 착취한 적 없고 일본이 우리를 문명화시켰고 한일합병조약도 합법이라는 세력인데, 이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905년 을사조약 때 우리가 외교권을 뺏겼고 1965년 청구권 협정은 미국이 시켜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일본과 협정을 맺었다. 이런 와중에 내년이 또 을사년인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지금도 군사적 자주권이 없지만 미국과 일본 밑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경제 문제다. 러시아에서 동방경제포럼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아세안(ASEAN‧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참여하고 있다. 자율적 외교 주체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경제 상황을 보면 이미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협의체)가 G7보다 GDP 규모가 커졌고 중국 대외 무역의 절반이 달러가 아닌 다른 화폐로 운영되고 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예전처럼 사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를 지금처럼 대하면 군사 영역이 아닌 경제 전선에서 더 먼저 무너질 수 있다.

뉴라이트가 대외 정책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입장을 편협한 방향으로 강화하게 되면 이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이 일본과 화해를 주문하면서 우리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이게 한국의 미래를 봤을 때 적합한 선택인지가 의문이다.

정세현 : 미국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가 지고 있어서 초조해서 그런 것 같다. 몰락의 시간을 늦추기 위한 것인데, 중국을 찍어 누르면 자기들의 몰락이 늦어진다고 생각하니까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을 데리고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을 압박해 들어가는 것이다.

즉 미국이 한국을 찍어 눌러서 한일 간 군사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는 것이 미국의 힘이 빠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한 행동임을 알아야 한다. 미국이 동맹과 스크럼을 짜고 들어가지 않으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약해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한데, 뉴라이트 등은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윤석열 정부는 러시아, 중국, 북한 모두 기회만 있으면 군사적으로 괴롭히려고 하니, 이를 막으려면 미국으로부터 확장억제를 보장 받아야 하고 전술핵 재배치를 통해 북핵에 대응한 억지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하라는 건 무조건 따라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 자신의 대리인으로 일본을 내세우려 한다. 여기서 윤석열 정부는 미국이 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일본에 굽히고 들어가려 하는 것 같다.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식'의 동아시아 평화를 유지한다는 건데, '헛꿈'을 꾸고 있는 셈이다.

왜냐하면 일본이 뉴라이트와 유사하게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협조하고 있지만 속셈은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일단 미국 휘하에 들어가 있다가 더 이상 미국이 힘을 못쓰면 자기가 아시아의 주인이 되어 이른바 '대동아공영권'을 부활시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뉴라이트는 미국 말을 들으면 된다는 친미주의 성향이 강해서 미국이 하라고 하니까 일본과 손잡고 있는데, 사실 일본은 러일, 청일 전쟁에서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어 한다. 일본의 이러한 속셈을 생각하지 않고, 군사적으로 일본 밑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이러는 것 아닌가 싶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이재호)

 

박인규 : 그런데 미국의 대외정책은 베트남 전쟁부터 이미 실패의 연속이다. 이라크 전쟁 일으켰다가 정권을 잡고 있던 소수 수니파를 몰아내고 다수 시아파가 정권을 잡게 해서 시아파의 맹주 국가인 이란에 좋은 일만 하게 됐고,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가서 20년 동안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결국 도망치듯 나왔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난민들은 유럽으로 들어가면서 극우화를 촉발시켰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베트남전 이후 성공하지 못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내세워 러시아를 무너뜨리려는 것인데, 이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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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남한의 '반국가세력' 될까

박인규 : 앞서 언급했지만 최근 아세안의 외교적 행보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속 국가 중에 패권국가도 없고 베트남 같은 공산국가도 가입해 있고 군비경쟁도 없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등거리 외교를 하는 등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의 외교 책사라고 하는 키쇼어 마부바니 싱가포르국립대학교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 학장은 유엔대사도 지냈던 인도 출신 인물인데,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라고 하면서 중추에 아세안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세안 중에 강대국은 없지만 국가들 간 관계가 원만하다고 평가한다. 서아시아, 즉 중동의 경우 하루가 멀다하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동아시아는 선진국이 있긴 하지만 별로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이 마부바니 학장의 평가다. 그는 중국과 남북한, 일본, 몽골 등이 동북아 협의체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도 이와 유사한 동아시아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역시 동북아 공동체 형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일본의 진보적 정치가나 지식인들은 이를 위해 남한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너무 폐쇄적이고 독재국가고, 중국은 너무 커서 움직이기 어렵고, 일본은 2차 대전 전후로 제국주의 일본이 주장했던 '대동아공영권' 때문에 지역주의 담론을 만들기 어렵다고 한다. 그나마 2000년 이후 남한이 정권교체되고 남북관계가 풀리면서 일본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나오게 됐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남한이 앞장서서 동북아 평화와 공동번영을 만드는 이니셔티브를 추진해야 하지 않나 싶다. 식민지배를 겪은 나라 중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루고 선진국이 되어 대외 원조도 하는 나라가 됐는데 미국만 따라갈 수는 없지 않나.

정세현 : 아세안의 경우 식민지로 시달렸던 국가들이라 저항적인 민족주의를 가지고 있다. 또 제국을 이뤘던 국가도 없기 때문에 각자 '동병상련'을 가지고 뭉칠 수 있다.

그런데 동아시아는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일본이 있다. 중국도 지금은 미국에 시달리고 있지만 예전에 얼마나 주변국가를 무시했나. 2049년 미국보다 GDP가 높아지면 한, 당, 명, 청의 예전 중국으로 돌아가려 할 수 있다.

아세안은 뭉칠 수 있는 공감대가 있는데 동아시아는 그런 공감대를 만들기가 좀 어려워 보인다. 관념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국가 국력 차이가 너무 커서, 같은 급으로 멤버십을 가지기가 어렵다.

박인규 : 물론 동남아와 동북아는 각자 겪은 역사적 경험 때문에 세계 인식이 좀 다르긴 하다. 동남아 국가들이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서구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면, 동북아의 경우 미국‧영국의 지원을 받은 일본에게 핍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국의 경우 일본의 침략성을 잘 알지만 미국에 대해서는 해방자, 유럽에 대해선 선진문명이란 생각이 훨씬 강하다.

그럼에도 동아시아에는 한일중 3국회의도 있고, 동아시아가 전 세계의 엔진이고 공장이라서 대만이든 남중국해든 한반도든 전쟁이 나면 인류가 끝나는 수준이라 적어도 평화와 공동번영 정도의 공감대는 가져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세현 : 뉴라이트 때문에 어려운 점도 있다. 주도적으로 대외 정책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미국을 추종하는 식이면 동아시아 공동체에 중국이 포함되지 못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동남아 국가들의 지정학적 위치와 한반도는 다르다. 우선 여기는 주변 국가들이 너무 크다. 남북이 먼저 화해협력해서 주변 국가가 남북한 평화를 보장하는 방식을 꿈꿀 수도 있는데, 미중이 저렇게 경쟁하는 와중에 이러한 것을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균형자 역할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 모두 '불가근 불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인규 : 세계 정세가 바뀌는 전환의 시대에 한국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데 그 중 하나로 노무현 정부 때 나왔던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다시 한 번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세계 경제가 두 쪽으로 갈라진다고 하는데, 이미 1974년 '오일쇼크' 때 제3세계 국가들이 신 국제경제질서, 신국제정보질서를 내세웠던 역사도 있다.

지금 중국, 러시아와 비 서방 국가들은 자기들끼리 경제권을 만들려고 한다. 거기에 우리는 참여하지 않아도 될까? 우리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

남북 화해를 통한 동아시아 평화 구축이 어렵고 미중 화해를 통한 공존도 어려운 상황에서 그렇다고 미국만 일방적으로 추종할 수도 없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남한 정부가 독자적으로 대외관계를 펼쳐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을까?

▲ 박인규 프레시안 상임고문. ⓒ프레시안(이재호)

 

정세현 : 지금 정부처럼 뉴라이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한미일 3각 협력이 미국의 대중, 대러시아 압박정책인지도 모르고 참여했고 이를 보고 북한은 남한에 선을 그어버렸다.

다만 북한이 헌법 개정을 통해 두 개 국가를 명시할 줄 알았는데 아직 헌법은 수정되지 않았다. 혹시라도 남한 정권이 바뀌면 대북 화해‧협력 단계로 돌아가려는 것 아닌가 하는 전망을 하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어 보인다.

남한의 정권이 교체된다면 이후 북한에 화해‧협력 정책으로 다가가면서 미중 간 등거리 외교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것도 현실화하려면 양측의 경제력 격차가 크기 때문에 북한이 원하는 부분을 일정 정도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남한 내에서 소위 '퍼주기' 논란이 나오고 국민 여론 악화되고 미국이 말리는 등등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2019년 1월 남한 정부에서 타미플루를 보내려고 했지만 결국 올라가지 못했는데, 북한은 이걸 보고 상당히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 그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6월 30일 남한의 중재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났는데 이 때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 상황이 좀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우선 트럼프가 김정은을 워싱턴으로 불러낼 수도 있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목표는 비핵화는 아닐 것이다. 트럼프는 '비확산'이 목표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비확산을 전제로 하고 북미관계 개선을 용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남한은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할 수 있는데 이러면 남북 간 공포의 균형이 일어나 버리니까 남한이 더 이상 미국 무기를 사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국은 전술핵 재배치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트럼프는 비확산이라도 달성해서 노벨평화상을 받고 재선을 노릴 것이다. 비핵화는 못했지만 북한과 같은 소위 '깡패국가'를 달래서 핵은 더 만들지 말고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폐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타협하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싱가포르 북미 협상 시즌 2가 시작될 것이다. 새로운 북미관계수립,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 한반도 비핵화 이 세 가지가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인데 이 중 비핵화는 비확산 및 ICBM 중단 등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이같은 세 가지 통로를 실현하는 입구로 종전선언을 추진하려 할 것인데, 윤석열 대통령이 종전선언 추진하면 반국가세력이라고 했던 것을 적용해보면 트럼프가 남한의 반국가 세력이 되는 셈이다.

북미관계가 안정되면 지금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옹색해질 수 있는데, 소위 '통미봉남'이 상당 기간 갈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북미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줄어들기 때문에 이른바 '코리아리스크'는 줄어들 수 있다.

비확산 조건 하에서도 남북 간 평화 화해협력을 추진할 경우 북한이 이를 거부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두 국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접 국가'끼리 경제적 협력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북한도 미국, 남한과 협력하면 국방비에 돈 적게 쓸 수 있으니까 인민경제로 자원을 돌릴 수 있고다 지방경제 관련해서 '20X10' 정책 추진하려면 자원이 많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북미관계가 개선되면 중국 입장에서는 인중에 비수가 꽂히는 것이다. 평양에 미국 대사관이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건 반대로 이야기하면 북미 관계 개선이 미국 입장에서도 전략적으로 이득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인규 : 트럼프가 대북정책에 실패한 이유가 네오콘을 등용했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이번에도 또 네오콘이 입각하면 어려워지지 않을까?

정세현 : 그건 예단할 수는 없는데 실패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심할 것으로 본다. 트럼프는 중동 쪽에서 이란, 이라크 못지않게 악의 축으로 분류된 북한과 관계 개선을 통해 남북한 평화 및 중국의 부상을 막을 수 있는 전초기지를 서울에서 평양으로 옮기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면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더 지속될 수 있다.

물론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해리스는 트럼프와 차별화를 위해 김정은을 '폭군'이라고 규정하고 비굴하게 굴복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해리스가 당선되면 김정은과 정상회담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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