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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통령 집무실, 기재부 승인 전 56일간 무단사용... 현행법 위반 소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9/06 09:46
  • 수정일
    2024/09/06 09:4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2022년 5월 9일 오후 새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될 서울 용산구 옛 국방부 청사의 모습.

ⓒ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를 개방하며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의 사용 승인 전 집무실을 56일간 무단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행위는 국유재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이 기재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기재부는 지난 2022년 7월 5일 국방부 청사에 대한 대통령비서실·대통령경호처의 사용을 승인했다. 해당 일부터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같은 해 4월 6일에는 해당 건물에 대해 국방부 청사로서의 용도를 폐지하고, 행정안전부가 이를 사용하도록 승인했다. 당시 대통령 집무실 시설 개선 업무를 맡았던 행안부에 청사 사용 권한을 준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부 청사로 사용되던 이 건물에서 집무를 시작한 시점은 2022년 5월 10일이다. 대통령실이 국방부 청사에 대한 사용 승인을 받은 것은 그 이후인 7월 5일이기 때문에, 해당 건물을 56일간 무단으로 사용한 셈이다.

기재부 승인 전 사용, 국유재산법 위반 소지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베트남 또 럼 신임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기재부의 사용 승인 전에 국유재산을 대통령 집무실로 무단으로 사용한 것은 현행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유재산법 7조에는 '누구든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따르지 않고 국유재산을 사용하거나, 수익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에 저촉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국유재산법 82조에선 이를 위반했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이와 관련한 부승찬 의원실의 서면 질의에 대해 기재부도 "중앙관서의 장은 국유재산을 행정재산으로 사용하려는 경우 총괄청(기재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사용 시점에 대해서는 법령상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통상 사용 승인 이후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부승찬 "국유재산법 위반은 빙산의 일각"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 남소연

전홍규 변호사(법무법인 해랑)는 "'누구든지'라는 의미는 대통령이라도, 국가라도, 이 법령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대상이 된다는 뜻"이라며 "(국유재산법은) 설사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국가 소유의 땅이나 건물을 마음대로 쓰면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 소유의 땅이나 건물이라도 용도에 맞게 사용해야 하고, 사용을 위해서는 승인 절차를 제대로 거쳐야 한다"며 "법과 규정을 지켜야 하는 중요 기관이 오히려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승찬 의원은 "국유재산 용도 폐지와 사용 승인 절차는 그 적정성을 심의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인데, 대통령실은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사용 승인을 받기 전에 입주했다"며 "이번에 확인된 국유재산법 위반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대통령실 이전의 불법성을 앞으로 하나씩 밝혀내겠다"라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기재부 승인 전 대통령 집무실 사용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실에 수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윤석열#대통령실#국방부#대통령집무실#부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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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윤석열 정부 2년 연속 역대급 세수펑크, 무엇을 의미하나

  • 기자명 정강산 기자
  •  
  •  승인 2024.09.05 18:40
  •  
  •  댓글 0
 
 

예고된 세수펑크...모형 오차와 부자감세가 문제
지방교부세 삭감 등 복지재원 반토막
각종 국가기관에서 대출...빚의 굴레에 빠진 정부
대규모 국채발행으로 빚더미에 시장교란까지

▲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첨단기술과 문화로 미래를 디자인하는 광주'를 주제로 열린 스물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9.05.
▲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첨단기술과 문화로 미래를 디자인하는 광주'를 주제로 열린 스물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9.05.

윤석열 정부의 연이은 부자감세 폭주로 세수펑크가 현실화하는 데 우려가 커진다.

정부가 표방하는 건전재정과 정반대로 국가 재정이 점차 빚의 수렁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최근 기재부는 올해 세수가 예산안에 비해 30조원 넘게 결손될 거라 밝히며 세수를 재추계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세수펑크 규모는 32조 원 가량이 된다.

지난해 세수결손이 56조원 상당이었음을 감안하면 윤석열 정부 출범 내내 2년 연속으로 역대 최대규모의 세수펑크가 현실화하는 셈이다.

예고된 세수펑크...모형 오차와 부자감세가 문제

세수펑크의 원인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기재부의 세수추계 모형 자체의 한계로 세수예측이 빗나가 예상 세입과 실 세입이 불일치하는 기본적인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불경기나 각종 감세정책으로 인해 세입 총액이 줄어드는 경우다.

윤석열 정부 하 연속 세수펑크는 위 두 요인 모두에 해당하는 만큼 심각성을 더한다.

2023년 세수추계 오차율은 –14.1%(음수)로, 전년도 오차율이 2022년 13.3%(양수)인 만큼 그 후과가 비약적으로 커졌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세입이 예상치보다 많았지만, 윤 정부 들어 경기 전망을 과대추계 하는 잘못된 모형을 썼다는 말이다.

세수펑크가 기정사실이 된 현재로선 24년 추계 오차율 역시 마이너스를 띨 전망이다.

여기 더해 윤 정부는 법인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과세 유예,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 등 대규모 부자감세를 성사시켰다. 이에 최소 수십조원 규모의 세수감소가 예고됐다.

이때 줄어든 세수감소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경우 세수펑크가 일어나게 되는 셈.

윤 정부의 세수펑크를 두고 ‘무능과 뻔뻔함이 돋보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방교부세 삭감 등 복지재원 반토막

세수펑크가 일단 일어나고 나면, 단순히 세입 재추계를 하여 예산을 조정하는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필수복지지출이 줄어들거나,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정지출 항목이 줄어 경기후퇴를 유발할 만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24년 정부 예산안은 지난해 초부터 각 중앙부처의 지출계획을 수렴하여 마련된 것으로, 지난한 절차를 거쳐 지난해 말 국회에서 승인된 것이다.

세수펑크가 발생했다는 것은 국회승인을 받아 각 부처가 세워둔 사업들이 그대로 집행이 안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확정된 예산이 불용 처리되고, 정부지출이 전반적으로 줄어든다. 지난해 56조 세수 펑크로 인해 기재부가 지방교부세 23조 원을 일방적으로 삭감한 게 대표적이다.

지방교부세가 삭감되면 지자체의 각종 사업계획이 망가지게 되고, 지자체 단위의 취약계층 복지사업, 노인 일자리 사업, 청년 지원, 농업·농촌 보조금 등이 깎여나간다.

각종 국가기관에서 대출...빚의 굴레에 빠진 정부

그러나 세수펑크로 인해 긴축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연금, 교육, 특성화 산업 지원, 공무원 봉급 등 줄일 수 없는 필수지출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부는 각종 유관기관에 이자 비용을 내며 자금을 빌려오게 된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환율 변동에 대응하고자 적립해 둔 외국환평형기금 중 20조 원을 빌린 데 이어 우체국 보험 적립금 2500억 원을 빌린 바 있으며, 올 상반기엔 한국은행에서 91조 원 가량을 빌려왔다.

이렇게 1년 동안 빌려다 쓴 돈만 117조 원 상당이며, 이는 한국 평균 1년 국가 예산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로써 지출되는 이자만 1500억 원에 달한다.

장기 추세로는 이자 비용을 내는 만큼 각종 복지예산을 비롯한 정부지출은 깎여나가게 되고, 그 빚은 차기 정부에 모조리 이양될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국채발행으로 빚더미에 시장교란까지

각종 기관에서 적립금을 끌어다 쓰는 것에도 한계가 있기에, 대규모 세수펑크를 마주한 정부는 결국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게 된다.

지난달 27일 기재부가 내년 국고채 발행 계획 물량을 201조3000억원으로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158조4000억원에 그친 올해보다 27% 상당 증액된 규모로(42조8000억원), 역대 최대 규모의 국채 발행이다.

국고채 발행 규모는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이었던 2021년 180조5000억원 이후 쭉 감소추세였으나 4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하게 된 셈이다.

국채는 곧 국가의 빚을 의미한다. 인프라 확충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있거나 펜데믹 위기와 같은 상황에서는 국채 발행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으나, 현재의 국채 발행 증가는 당장의 세수결손을 메우기 위해 무지성으로 발행한 맥락이 크다는 게 문제다.

여기 더해 회사채는 대량 공급된 국채와 경쟁하기 위해 금리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게 되고, 기업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채권시장 자체가 경직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윤석열 정부의 연속 세수펑크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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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한 환자 수술 중” 인요한 문자에 공분...“국민은 죽어 가는데”

인요한 국민의힘 의료개혁특위 위원장 “모르는 목사가 전화 와서 부탁, 재미없는 이야기”

인요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3차 본회의에서 추경호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동안 휴대폰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 2024.09.05. ⓒ뉴시스

 
의료대란으로 응급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못 받고 숨지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인요한 국민의힘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이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급한 수술을 부탁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인요한 위원장은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의사와 주고받은 문자를 보다가 카메라에 찍혔다. 문자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인요한 의원 휴대전화 문자

▷ 의사 : 부탁한 환자 지금 지금 수술 중 조금 늦었으면 죽을 뻔 너무 위험해서 수술해도 잘 살 수 있을지 걱정이야
▶ 인요한 : 감사감사


당장 이날만 해도 의정갈등으로 촉발된 의료공백 사태 때문에 제때 응급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라 보도되고 있는데, 이 같은 문자를 현직 의사와 주고받은 게 드러난 것이다. 이날 광주 동구 조선대 재학 중인 20대 대학생은 조선대병원 응급실에서 100m 거리에 있는 곳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나, 곧바로 조선대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를 받지 못했다. 조선대 병원도 의료진이 없어 받지 못한다고 한 것이다. 결국 이 학생은 다른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여전히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에도 공사현장에서 추락한 70대 건설노동자가 받아줄 수 있는 병원이 없어 1시간 넘게 ‘응급실 뺑뺑이’를 돌아가 결국 숨진 바 있다.

인 위원장의 문자는 온라인에서 빠르게 공유되며 공분을 샀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는 “국민은 구급차가 영구차가 되는 현실에 치를 떤다”, “국민은 죽어가고, 줄 있는 이들만 살아남는구나”, “새치기”, “부탁할 사람이 없는 환자는 어떻게 하냐, 참담하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관련 기사에는 “이들에게는 의료대란이 아니었던 것”, “청탁 아니냐”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한 의사는 페이스북에 “몸소 우리 (국회)의원 나리들께서는 아파도 친목질로 치료받는데 문제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최고위원 ⓒ국민의힘TV 생중계 화면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피해 사례가 생겨나고 있는데도 정부·여당이 왜 남탓과 방관으로 일관해 왔는지 분명하게 드러냈다”면서 “속칭 ‘빽’ 있는 권력자들에게는 의료체계가 붕괴되든 말든, 응급실 기능이 망가지든 말든 상관이 없겠다는 인식을 짧은 문자 메시지 하나에서 다 읽어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대변인도 페이스북에 “아프시면 119 대신 인요한”이라는 짧은 글로 비판했다. 박지혜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응급실 뺑뺑이가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더니, 이렇게 청탁으로 해결해 왔던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되자, 인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이름도 모르는 어떤 목사가 연락이 왔다. 목사가 ‘그 의사 믿을 만하냐’고 해서 ‘예 굉장히 좋은 의사입니다’라고 했더니, 집도의가 정해져서 수술을 받게 됐는데 좀 부탁할 수 있냐고 해서 전화 한 통 한 것이다. 재미없는 얘기다.” 또 찍힌 사진을 보면 인 위원장은 해당 문자를 삭제하고 있는데, ‘왜 삭제했냐’라는 질문에 “나는 문자 다 보고 삭제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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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는 한반도 분단 고착 중단하고 물러가라”

「가짜 ‘유엔사’ 해체 국제캠페인」등 65개 단체, 대통령실 찾아 회견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4.09.05 13:52
  •  
  •  수정 2024.09.05 14: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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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유엔사’ 해체를 위한 국제캠페인 등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부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유엔사' 해체를 촉구했다. 마이크 든 사람이 이시우 작가, 그 왼쪽 이장희 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가짜 ‘유엔사’ 해체를 위한 국제캠페인 등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부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유엔사' 해체를 촉구했다. 마이크 든 사람이 이시우 작가, 그 왼쪽 이장희 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유엔과 무관한 가짜 ‘유엔사’를 해체하라!”
“미국 군사패권에 시녀짓하는 독일은 각성하라!”
“‘유엔사’는 한반도 분단 고착 중단하고 물러가라!”

「가짜 ‘유엔사’ 해체를 위한 국제캠페인」(위원장 이장희), AOK(Action One Korea) 등 65개 사회단체가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부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에 불과한 ‘유엔사’는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마다 번번이 방해하며 분단 고착의 한 축이 되어왔다”면서 “신냉전 시대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유엔사’를 아시아판 나토처럼 이용하여 한반도를 전장터로 몰아넣고 있는 미국과 그에 앞장서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특히, “‘유엔사’는 평화행위에 대해서는 군사분계선의 통과를 막고, 적대행위에 대해서는 통과를 방치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참가자들은 “우리는 대북 전단 문제가 한국 정부의 책임보다 ‘유엔사’의 책임이 더 크고 최종적인 것임을 지적한다”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한 대책을 마련한 능력이 없다면 모든 권한을 한국 정부에 이양하고 1976년 1월부터 해체하겠다던 키신저 미 국무장관의 유엔 발언을 이제라도 이행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지난달 2일 독일이 ‘유엔사’의 18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데 대해서는 “독일과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조직인 ‘유엔사’는 여러모로 말이 안 되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엔의 적국’이었던 서독이 한국 내에서 자선·봉사활동을 한 시기는 정전협정 체결 이후이고 게다가 서독이 유엔 회원국으로 받아들여진 시점도 1970년대인데 이제 와서 독일이 ‘유엔사’ 회원국으로 가입하는 게 의아하다는 것.     

이장희 위원장은 “미국이 어떠한 방식으로 한반도 평화를 파괴하고 미국의 국제패권을 관철하려고 하느냐? 제가 보건대 최근에는 국제법적이나 여러 나라의 국내법적으로 제도화되어 있는 유엔사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윤석열 정부는 이와 같이 한반도 전쟁 부추기고 평화를 파괴하는 제도를 폐기하지는 못할망정 이를 부추기고 더 부채질하는 행태를 했다. 작년 11월 14일 유엔사 참전국 국방장관회담을 한국에서 개최했다. 1953년 한반도 유사시 안보리 결의 없이도 자동개입한다는 결의를 재확인했다. 그래서 이제 미국은 한반도 유사사태를, 유엔사의 이름으로 자국의 국제적인 패권 관철을 위한 모든 제도적 틀을 갖췄다. 이걸 항간에서는 ‘아시아판 나토’라고도 한다.”

이 위원장은 “‘유엔사’는 비무장지대 전체관리는 군사정전위원회가 하되 ‘유엔사’는 남측 2km 비무장지대 출입관리를 맡고 있다. 그런데 ‘유엔사’는 남북 정상 합의를 실현하기 위한 남북 간의 교류협력은 방해하고 탈북단체가 대북전단으로 적대행위를 하는 데 눈감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체되어야 할 ‘유엔사’에 독일을 끌어들이고 재활성하고 대북 전단 살포를 방임하여 한반도를 핵전쟁화하는 ‘유엔사’와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고 국민과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서” 가짜 ‘유엔사’를 해체하자고 촉구했다.  

‘유엔사’ 문제에 천착해온 이시우 작가는 “독일 정부가 유엔사에 가입해 활동했다고 하는 건 근거가 없고 1973년에야 유엔 회원국이 되는데 2년 뒤 ‘유엔사 해체’를 요구한 유엔총회 결의(1975)에 서독이 찬성표를 던졌다”면서 “‘유엔사’ 해체에 찬성표를 던져놓고 이제는 ‘유엔사’ 재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가입하는 게 말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유엔은 이미 여러 차례 ‘유엔사’가 유엔과 무관한 기구임을 밝혔으며 유엔사령관인 라카메라 역시 지난해 4월 ‘유엔사’가 유엔의 기구가 아니고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이라고 밝혔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무엇인가” 등 6개항의 질의서를 대통령실에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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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재인 수사 피의사실 흘리기” 조선일보 “문다혜 해명 먼저”

[아침신문 솎아보기] 김태효 ‘해리스 가르쳐야’, ‘트럼프 당선 방산 수출 기회 늘어’...경향 “천박”

동아일보 “안창호, 이런 인물이 인권위원장이어야 하나”

기자명조현호 기자

  • 입력 2024.09.05 07:33

  • 수정 2024.09.05 07:46

▲문재인 전 대통령과 딸 다혜씨 사진. 사진=문다혜 X 계정 갈무리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 서아무개씨 특혜 채용 수사와 관련해 딸 다혜씨를 압수수색하고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지목하는 등 수사의 칼 끝을 문 전 대통령에게 향하고 있다. 검찰이 이 과정에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 마찬가지로 무분별한 피의사실 흘리기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사 마무리 시점에 터뜨린 문 전 대통령 수사로 그 의도를 의심받는데 여기에 피의사실 공표로 불신까지 자초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는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조선일보는 화내지 말고 해명 먼저 하라고 주장했다.

법원, 전 사위 의혹 문 전 대통령에 증인신문 통보

법원이 공판 전 증인신문을 위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출석 통지서를 보냈다. 동아일보는 12면 <법원, 前사위 의혹 文에 ‘공판전 증인신문’ 통지서>에서 “법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옛 사위 서모 씨의 특혜채용 의혹 수사와 관련한 ‘공판 전 증인신문’ 절차를 앞두고 문 전 대통령 등에게 관련 통지서를 보냈다”며 “서울남부지법은 피의자 신분인 문 전 대통령과 조현옥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 이상직 전 의원,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에게 9일 서울남부지법이 진행하는 ‘공판 전 증인신문’ 기일 통지서를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증인신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피의자가 출석할 의무는 없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문다혜 “가족은 건드리는 거 아닌데 막 하자는 거지요…더 이상 안 참아”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는 지난 3일 밤 X(구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경제공동체’란 말을 만들어서 성공했던 지라 다시금 추억의 용어를 소환해서 오더(?)를 준 건가”라며 “그런데 우리는 ‘경제공동체’ Nope! ‘운명공동체’인 가족인데요?”라고 썼다. 그러면서 “가족은 건드리는 거 아닌데 엄연히 자연인 신분이신데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며 “이제 더이상은 참지 않겠습니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 수사도 피의사실 공표 의심

한겨레는 사설 <문 전 대통령 수사에도 ‘피의사실 흘리기’ 수법 쓸 건가>에서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도 ‘검찰발’ 수사 정보가 언론에 보도된다면서 “과거 검찰이 수사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고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려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가뜩이나 ‘김건희 명품 가방’ 수사 마무리 시점이라 검찰의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의도가 의심받고 있는데, ‘피의사실 공표’ 논란으로 수사에 대한 불신까지 자초하려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그 예로 한겨레는 조선일보가 지난 2일 문 전 대통령 전 사위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내용을 보도하면서 계좌 추적 내역과 관련자 진술 등을 상세히 전한 사실을 들었다. 한겨레는 “전주지검이 누구의 계좌를 어떤 계기로 추적했고, 어떤 진술을 받아냈는지, 출처가 의심되는 돈의 액수는 얼마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마치 검찰 수사기록을 직접 본 것처럼 상세히 썼다”며 “검찰은 기사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지만 검찰이 아닌 주변 취재를 통해서는 도저히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라 검찰 쪽에서 수사 정보가 새어나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검찰 또는 권력기관이 문 전 대통령을 망신 주려는 의도로 ‘언론플레이’를 하는 게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우려했다.

▲한겨레 2024년 9월5일자 사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선일보 기사를 두고 “김정숙 여사가 딸에게 이 돈을 입금한 시기는 2022년 퇴임 이후로, 전 사위의 취업이 있었던 2018년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한겨레는 “이 해명이 맞는지 확인하는 게 이번 검찰 수사의 목적일 것”이라며 “이를 확인하기도 전에 뒤에 숨어 단편적인 정보만 언론에 흘려 마치 대단한 뭔가가 있는 것처럼 떠보기를 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 그렇게 해서 도출된 검찰 수사 결과가 과연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한겨레는 검찰 수사의 언론플레이로 생긴 비극적 사건 중 노 전 대통령 수사 때의 ‘논두렁 시계’가 대표적이라고 지목하면서 “문 전 대통령 관련 수사에서 객관적 증거를 통해 확인된 혐의만 기소해 신속하게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선일보 “다혜씨 화내기 보다 의혹 먼저 해명해야”

조선일보는 사설 <文 전 대통령 딸은 화내기 앞서 의혹 해명 먼저 하길>에서 문 전 대통령 딸 다혜씨의 입장 표명을 두고 “다혜씨의 전 남편 서모씨는 2018년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이 실소유한 태국 항공사 타이이스타젯 임원으로 취업해 월급 800만원과 집세 350만원 등 2억2300만원을 받았고, 문 전 대통령은 이 전 의원을 중진공 이사장에 앉히고 총선 때 민주당 공천으로 국회의원을 만들어줬다”며 “전형적인 ‘뇌물 정황’”이라고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다혜씨는 문 전 대통령 저서를 펴낸 출판사와 김정숙 여사의 친구로부터 거액의 돈을 전달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며 “현재 드러난 사실관계가 그렇다. 그런데 다혜씨는 피해자라도 되는 양 화를 내고, 문 전 대통령은 해명 한마디 없이 뭉개고 있다”고 썼다. 이 신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제공동체로 엮여 유죄를 선고받은 것을 들어 “‘운명 공동체’라는 다혜씨 말은 ‘경제 공동체’와 다른 것인가”라며 “각종 의혹에 ‘사생활’이라며 침묵해 온 문 전 대통령이나 의혹 해명 없이 화만 내는 다혜씨의 태도를 국민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2024년 9월5일자 사설

‘중일마’ 김태효, 이번엔 “해리스 가르치겠다”…“오만하고 천박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3일 세종연구소 포럼에서 미국 대선 평가와 전망을 언급하면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 그의 참모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하는가 하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엔 “한국의 방산 수출 기회가 커진다”고 말했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를 보면, 김 차장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조언하는 역할을 해온 참모진이라 백악관과 행정부에 들어가 얼마나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며 “제가 이 사람들을 상대할 때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되면 미국의 안보 우산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고, 분쟁 지역에 대한 안보 불안이 커지고 그러면 여러 각지에서 한국 방산 수출 기회가 커질 수도 있다. 결국 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이에 경향신문은 사설 <‘해리스 참모들 가르친다’는 김태효의 오만·천박한 인식>에서 “문제 있는 발언”이라며 “정부가 미 대선에 대비하고 전문가·시민들과 분석을 공유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이런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김 차장 발언은 오만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트럼프가 집권하면 그 기회를 활용해 무기를 더 팔아먹을 수 있다는 발언은 천박하다”며 “방산수출에 집착한 정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세상 불안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어서 좋다고 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김 차장이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 발언으로도 국민의 분노를 산 점을 떠올려 “무슨 말을 해도 대통령 신임이 변치 않을 거라 확신하는지 제동이 걸리지 않는 듯하다”며 “그로 인한 비용을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게 불행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도 사설 <“제가 해리스 외교안보 참모 많이 가르쳐야”…도 넘은 김태효>에서 “11월 미 대선 향방이 혼란스럽고, 우리에게 미칠 영향도 큰 상황에서 외교안보 실세로 알려진 공직자가 공개석상에서 함부로 할 평가인가”라며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베테랑 외교관 출신인 필립 고든이 백악관 외교안보 참모를 맡는다면 카운터파트인 김 차장을 마주하고 싶을지 의문일 만큼 불쾌한 월권, 오만으로 여길 것”이라며 “또한 트럼프가 (그의 말을) 들었다면 벌컥 화를 낼 일”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거듭 논란을 빚고 있는 이유에 대해 김 차장은 일국의 외교안보를 책임진 공직자 자질을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창호 “차별금지법 공산혁명 가능성, 표현의 자유 침해” 동아일보도 비판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공산혁명 가능성이 있고 다수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주장하면서 차별금지법에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는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등 거센 반발에 나섰다. 안 후보자는 그러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건폭 단속’ 표현 ‘대통령 풍자 영상 강력 대응과 수사 방침’ 등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답변이 적절하지 않다며 피해갔다.

동아일보는 사설 <인권위원장 이런 논란의 인물이어야 하나>에서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이 국가인권위원장에 적임인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썼다. 공안검사 출신인 안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시절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에 반대하는 등 소수자 권리와 관련해서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라고도 소개했다. 찬반 논란이 있다는 점을 들어 동아일보는 “인권위원장 임명을 놓고 이렇게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라고도 썼다.

▲동아일보 2024년 9월5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인권 침해와 차별 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라는 인권위의 가장 중요한 임무를 들어 “그런 점에서 인권위는 인권을 침해당할 우려가 큰 소수자나 약자를 보호하는 게 조직의 존재 이유라 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안 후보자가 저서나 강연 등을 통해 종교적 소신이나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은 자유지만, 인권위원장 자리에 적임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두고 찬반 논란이 분분하지만 유엔의 여러 인권기구는 한국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해 왔다”며 “차별금지법에 대해 명백하게 반대 의견을 밝혀온 안 후보자가 인권위원장에 취임할 경우, 국제 사회에도 부정적인 인식을 줄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공산주의 혁명’ 운운도 일반적인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며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의 성격을 고려할 때 굳이 안 후보자 같은 인물을 앉혀야 하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연금개혁안 논란 더 내고 덜 더받는다?

정부가 9%였던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2%로 유지하는 내용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았다. 세계일보는 1면 기사에서 보험료율의 경우 연령이 높을수록 가파르게 인상되도록 세대별 차등을 뒀고, 기금수익률을 5.5% 이상으로 끌어올려 기금 소진 시점을 2072년까지 늦춘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개혁안을 단일안으로 내놓은 것은 2003년 이후 21년 만이라고도 했다.

정부는 4일 올해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고, 명목 소득대체율은 42%로 조정하는 연금개혁 추진 계획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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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1면 기사에서 “11개월 ‘지각 제출’했지만 연금개혁에 불을 붙였다는 점에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며 “이번 정기국회는 연금개혁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정부 발표대로 기금 고갈 시점을 30년 늦추려면 모수 조정안 ‘13%, 42%’에 더해 2036년부터 자동조정장치를 발동해야 하지만 야당이 반대 입장이고 정부도 장기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20∼50대의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젊은 세대에 유리하게 차등화하는 방안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데다 세대 간 견해차가 커 합의에 이르기 더욱 어렵다”며 “청년층보다 적게 버는 중장년층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능력이 아닌 나이에 따라 부담을 달리하는 것은 사회보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고 썼다. 한국일보도 1면 기사에서 세대 간 차등적용 문제를 두고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어떤 국가에서도 선례가 없어 세대 간 갈등 여지도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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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심우정 아들이 받은 ‘과학자 양성’ 장학금 수혜자 중 문과생은 10명 중 1명꼴

2018년 1월 H장학회 5기 장학생 선발 명단에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아들이 포함돼 있다. ⓒ민중의소리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의 아들 심모 씨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 받은 미래 과학자 양성 목적의 민간 장학금 당해 수혜자 중 문과생 비중은 열 명 중 한 명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 씨는 고교 때 인문계 과정을 거쳐 서울 소재 명문대 경제학부에 진학했다.

4일 ‘민중의소리’ 취재에 따르면 심 씨는 서울 강남 8학군에 속하는 A고등학교 2학년 진학 직전인 2018년 1월 H장학회가 선발한 5기 장학생 180명 중 한 명이었으며, 수혜자 180명 중 자연계 학생이 158명, 인문계 학생은 22명이었다. 인문계 학생 수혜율은 12% 수준이다.

해당 장학금 수혜자 출신 학교는 영재학교와 과학고가 123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심 씨와 같은 일반고 학생은 39명(21%)에 불과했다. 전국 고교 중에서도 분포도가 낮은 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율형사립고 학생은 17명이었다. 일반고 수혜자 39명 중 문과생은 심 씨를 포함해 9명 뿐이다.

해당 장학금은 이른바 ‘노벨 과학상 꿈나무’를 선정해서 주는 것으로, H장학회는 지원 대상을 ‘과학자의 길로 진로를 정한 학생’, ‘장래 노벨과학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학생’ 등으로 특정해놓고 있다. H장학회 역시 B이사장이 ‘한국인 최초 노벨 과학상 수상자 배출’을 목적으로 개인 재산 660여억 원을 출연해 설립했다. 민간 장학재단 중 국내 2위 규모다.

이 장학금은 선발 공고일 기준 고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지급하는데, 그 규모는 2~3학년 기간 동안 매년 300~500만 원, 최대 1천만 원에 달한다. 일반고 중에서는 상위권 명문고 학생들의 신청 비중이 매우 높다. H장학회는 통상 장학생 선발 공고를 직전 연도 12월 초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전국 300여개 고교에 선발 공문을 보낸다.

지원서 양식은 계열과 상관없이 동일하다. 양식은 ‘장래 과학자로서의 진로 및 비전과 노벨상 도전 계획’, ‘과학 분야 멘토’ 등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교과 활동 실적 항목에도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천문 등 자연계 과목들만 적혀 있다. 의대·치대 진학시 장학생 자격을 박탈하고 장학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해당 장학금이 과학 분야 인재 양성 목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 요소들을 지원 양식에도 철저히 해두고 있는 셈이다.

인문계 학생도 일부 수혜 대상이긴 하다. H장학회 측은 ‘민중의소리’에 과학 분야 융복합 인재 양성을 명목으로 매해 20% 정도를 인문계 학생들을 장학생으로 선발해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심 씨가 장학금을 받았던 해에는 인문계 학생 수혜자 비중이 20%에 현저히 미달했다.

심 씨가 받은 장학금 규모는 자신이 진학한 대학교 2학기 등록금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심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은 약 108억 원이다.

해당 장학금 명성과 규모를 감안하면, 수혜 이력이 대학 진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H장학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우리 장학금을 받으면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됐는데, 지금은 서울대나 이런 데서 원서에 못 쓰게 한다. 서울대 입학에 무슨 가점이 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우리 장학생이라는 걸 드러내려고 하고, 장학생들 3박 4일 캠프에서 서로 뒤섞이면서 인맥을 쌓기도 한다”고 했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09.03. ⓒ뉴시스

심우정 후보자는 국회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사생활 문제”라는 이유로 자녀의 장학금 수혜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H장학회 관계자는 심 씨의 장학금 신청 관련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어서 폐기 시한이 도래해 폐기했다”라고 답했다. 선발 과정에 대해서는 학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선발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하게 심사한다고 설명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5차 ‘3년은 너무 길다 특별위원회(탄핵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심 후보자의 청문회가 어제 열렸지만, 검증되고 해명된 것이 없다. 열람시켜주겠다던 장남과 장녀의 장학금 내역도 아직 확인받지 못하고 있다”며 “어떤 이에게는 21명의 검사들이 본인은 물론 가족과 지인들까지 모두 조사해서 자녀에게 준 장학금을 특정해서 뇌물이라는 혐의를 씌웠다. 검찰의 잣대로 누군가의 자녀 장학금이 뇌물이라면 심 후보자 자녀의 장학금도 뇌물 아니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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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북중 이상 징후가 기회? 미·일만 바라보는 외교부터 바꿔라

[정욱식 칼럼] 평화의 재발명 (28) 5년 넘게 북중 정상회담이 안 열리는 이유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4.09.05. 04:59:11

올해로 집권 13년에 접어든 조선(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재까지 가장 많이 만난 외국 지도자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다. 두 정상은 2018년 네 차례에 걸친 김정은의 방중과 2019년 6월 시진핑의 방북을 통해 모두 다섯 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를 통해 북중관계가 혈맹의 복원을 넘어 "하나의 사령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밀착 조짐을 보였었다.

그런데 2019년 6월을 끝으로 북중 정상회담은 5년이 넘도록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이한 올해에 북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아직까진 감감무소식이다.

이는 2023년 9월과 2024년 6월에 북러 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려 북러관계가 결속되고 있는 것과 대비되면서 다양한 추측을 수반하고 있다. 북러 밀착에 불편함을 느낀 중국이 조선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보다 큰 틀에서 북중관계의 동학을 봐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관계 동학의 가장 큰 변화는 조선에서 비롯됐다. 조선이 '가난하고 고립된 핵개발국'에서 '가난과 고립에서 탈피하는 핵보유국'이 되면서 중국이 조선을 상대하기가 과거보단 버거워진 것이다.

북핵 문제는 그 중심에 있다. 한반도 비핵화는 전쟁 방지 및 안정 유지와 더불어 중국의 오랜 한반도 정책이었다. 그런데 조선은 미국에 시한으로 제시한 2019년이 지나면서 핵무력을 "국체"로 삼는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다. '안보는 핵으로, 경제는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으로, 외교는 중국·러시아 중심으로 삼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특히 2022년 9월에는 핵무력법을 제정해 비핵화에 종언을 고하고 "불가역적인 핵보유국"을 선언하면서 핵 고도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렇게 '달라진 조선'은 중국에게 기회(전략적 자산)이자 도전(전략적 부채)으로 다가오고 있을 것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들을 규합해 중국을 견제·봉쇄하는 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내심으론 유일한 동맹국인 조선의 핵무장이 지정학적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중국이 조선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대해 연합훈련을 비롯한 한미동맹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대북 규탄이나 제재에 거리를 두어온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하지만 전략적 부채의 측면도 있다. 중국이 핵비핵확산과 안보리 결의 준수를 중시하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만큼, 조선의 핵무장에 눈을 감아줄수록 국제사회에선 '중국 책임론'이 강해진다. 또 "북한 위협 대응"을 이유로 사실상의 군사동맹으로 치닫고 있는 한미일 안보협력도 중국으로선 큰 부담이다.

이렇듯 중국으로선 좌고우면해야 할 상황인데, 조선은 거침이 없다. 김정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갖고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표현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조선이 자체적으로 핵우산을 갖고 있다"는 푸틴의 발언이나 양국이 냉전 시대 동맹 복원을 넘어 전략적 동맹 수준으로 관계를 격상시킨 것은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해준다.

아마도 조선은 직언이든 묵언이든 중국에게도 마찬가지 요구를 하고 있을 것이다. 북중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김정은을 핵보유국 지도자로 대우해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러한 '전략적 냉기'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흐르면서 북중 정상회담이 5년이 넘도록 열리지 않고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럼 시간은 누구 편일까? 중국과 마찬가지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화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조선과의 관계를 대폭 강화하면서 내세운 논리가 "지정학적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동맹국들을 규합해 대중 견제와 봉쇄가 강해질수록 중국 내에서도 비슷한 논리가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북중관계의 이상 징후를 기회로 보면서도 한미일 동맹 구축에 '다 걸기'를 하면서 중국의 전략적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이를 중국의 대북정책을 변화시킬 압박 수단으로 간주하는 경향도 있지만, 정작 미국과 일본은 조선보다는 중국을 의식해 한미일 동맹을 추구하고 있다. 대만 문제는 그 핵심에 있다.

러시아에 이어 중국도 조선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 정세의 판도는 크게 흔들릴 것이다. 윤 정부가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동맹을 향한 폭주를 멈추고 사라진 외교부터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대중 발언권이 강해질 수 있다.

▲ 지난 2018년 5월 7~8일 이틀 일정으로 중국을 찾은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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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관·공보의 응급실 땜질..."추석엔 절대 아프면 안 된다"

4일 오후 서울의 한 병원에서 환자가 구급차를 바라보고 있다.

ⓒ 소중한

"정부에게 우리는 갖다 쓰고 버리면 그만인 존재일까요?"

공중보건의사(공보의) A씨는 정부의 '군의관·공보의 250명 응급실 파견' 방침을 듣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지방공공의료원 응급실에서 복무 중인 그는 지난 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응급실에 필요한 건 응급의학과 전문의"라면서 "정부의 군의관·공보의 파견 결정은 실효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최근 정부는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대형 병원에 군의관·공보의 8차 파견을 결정했다. 4일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아주대병원, 이대목동병원, 충북대병원 등 5곳에 군의관 15명을 우선 배치하고, 오는 9일부터는 군의관·공보의 235명을 위험기관 중심으로 추가 배치한다.

"추석에 응급실 갈 일 생기면 어쩌나"

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응급실 앞.

ⓒ 박수림

4일 군의관이 파견된 이대목동병원 이용객들은 불안한 속내를 내비쳤다.

과거 뇌경색, 급성폐렴 등으로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던 구아무개(76)씨 부부는 "오늘 아침 뉴스를 보면 응급실이 잘 안 돌아간다고 하더라"라며 "당장 이 병원도 일주일에 한 번(수요일)은 응급실 야간 진료를 안 한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언제든지 다치거나 아파서 병원에 올 수 있는데..."라고 걱정했다.

외래 진료를 보고 나가던 이아무개(80)씨 모녀는 "요즘 '이번 추석에 우리 가족이 아파서 응급실에 가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떡하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미숙한 의사가 진료를 봐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솔직히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이아무개(31)씨도 "최근 대통령이나 보건복지부 설명과는 달리 응급상황이 오면 제때 치료를 못 받는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와 의사들의 의견이 대립하는 사이, 제일 피해를 보는 건 시민들 아니겠나"라고 되물었다.

"응급실 익숙치 않은 공보의, 위급환자 받기 무서울 것"

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응급실 앞.

ⓒ 박수림

공보의 A씨는 "정부의 (군의관·공보의) 파견 결정에 부정적"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복무 중인 공보의가 1200여 명 정도인데, 이들 중 대부분은 일반의(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하고 전문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이들)"라며 "전문의 자격이 있는 공보의 중에서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1~2명뿐이다. 결국 응급실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공보의들이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보의 대부분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자주 하는 '기관 삽관(호흡이 힘든 응급환자의 기관 내로 튜브를 넣어 기도를 확보하는 것)' 등 생명과 직결된 술기(의사의 손기술)에 익숙하지 않다. 위험한 순간에 즉시 처치해야 하는데 (이런 술기는) 공보의가 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이전 파견 때는 응급실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로 갔다면, 이번 파견은 폐쇄될 위기의 응급실에서 책임자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술기가 부족한 상태로 응급실에 파견돼 환자를 받으면, (공보의 입장에선) 환자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의 전원 요청 때 그 환자를 받기가 무서울 것"이라고 전했다.

A씨는 "파견을 가지 않고 남는 공보의들도 업무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원래대로라면 공보의 1명이 1개 보건지소에 상주하면서 한 마을 주민을 담당해야 하는데, (공보의가 모자라) 이미 현재도 많은 공보들이 2~3개의 보건지소를 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 마을 주민들을 1명의 공보의가 담당하면 환자가 제때 진료를 보기가 어렵고, 상태가 악화한 후 진료를 보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며 "이는 결국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덧붙였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은 현 상황을 두고 "정부가 단순히 응급실 인원수를 채우는 용으로 공보의와 군의관을 들러리 세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앞서 파견 초창기부터 저희가 가진 생각, 입장, 우려 등을 여러 언론사를 통해 표현했으나 (정부 측은 이를) 반영한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열악한데... 군의관 파견에 우려"

군의관 상황 역시 공보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군에서 복무 중인 군의관 인력도 넉넉한 게 아니다"라며 "군의관들은 각 사단에서 응급 진료를 위해 당직 근무 등을 하는데, 근무 순번이 빠르게 돌아가는 등 남은 군의관들의 업무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군도 의료 역량이 부족한데 군의관 파견까지 이어지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응급실 파견을 발표한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의 대책은) 실효성이 전혀 없고 국민들을 거짓 선동하는 비상 진료 대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군 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군의관들이 복무 중인 부대를 떠나고, 농어촌 등 의료 취약지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보의가 근무지를 떠나면 그 공백은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4일 오후 서울의 한 병원.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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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공보의#군의관#의료대란#이대목동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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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석열 정권의 계엄령 시도를 조기에 분쇄하자

 

기자명

  •  편집국
  •  
  •  승인 2024.09.04 16:47
  •  
  •  댓글 1
 
 

박근혜 계엄 문건에 드러난 ‘계엄 시나리오’
윤석열 정권의 계엄 음모
전두환 ‘하나회’ 닮은 윤석열의 ‘충암고’
계엄령의 역사적 교훈
계엄령과 미군의 군사작전지휘권

윤석열 정권이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은 결코 단순한 음모론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작성한 계엄 문건에서 드러났듯, 현 정부 역시 계엄령을 선포할 충분한 의지와 준비를 하고 있다. 김용현 경호처장의 국방장관 임명, 충암고 라인에 의한 군 정보 요직 장악,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끊임없이 언급하는 '반국가세력'은 그 음모를 더욱 구체화시키고 있다.

박근혜 계엄 문건에 드러난 ‘계엄 시나리오’

박근혜 정부 당시 드러난 계엄 문건은 국정이 위기에 빠졌을 때 계엄령을 통해 모든 권력을 장악하려는 구체적인 계획을 담고 있다. 탄핵 정국 당시 박근혜 정부는 국회의 계엄 해제 시도를 무력화하기 위해 여당을 회유하고, 야당 의원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여 정족수를 미달시키는 시나리오까지 준비했다. 특히, 국회를 포위해 계엄 해제안 표결을 물리적으로 막으려는 계획까지 수립했다.

당시 계엄 문건에는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4,800명의 무장병력, 1,400명의 특수전 병력이 동원되어 국회를 통제하는 방안이 포함되었으며, 계엄군이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막고, 계엄 해제 시도 자체를 물리적으로 차단할 계획이었다. 이런 계획이 단순 음모로 그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실행에 옮길 수 있었음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윤석열 정권의 계엄 음모

윤석열 정권 역시 이러한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언급한 ‘반국가세력’이라는 용어는 국가보안법 상의 ‘반국가단체’와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특정 법적 근거가 없는 이런 용어가 사용된 맥락을 보면, 윤석열 정권이 자신을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탄압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개전 초기’와 ‘암약’이라는 표현은 계엄을 발동할 수 있는 전쟁 상황과 혼란을 조성하는 적대적 세력을 겨냥한 용어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는 정권이 불안한 정치적 입지를 지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전쟁 위기를 조장하고, 군사적 통제를 강화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윤석열 정권이 의도적으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이유는 계엄령 선포의 명분을 마련하고, 국내의 정치적 반대세력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여 탄압하려는 목적일 수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북과의 긴장을 빌미로 정권의 군사적 통제를 강화하고, 한국 사회 내에서 윤석열 정권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무력으로 잠재우려는 의도와 결합되어 있다.

전두환 ‘하나회’ 닮은 윤석열의 ‘충암고’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등학교 선배인 김용현 후보자는 경호처장 시절부터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특히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되면서 계엄 음모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김 후보자가 경호처장 신분으로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등 군 주요 인사를 비밀리에 불러 용산대통령실에서 만났다는 의혹은 단순한 소문이 아니다. 계엄령 준비를 위한 논의였다는 주장은 정황적으로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으며, 이런 회동은 계획된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행정안전부 장관인 이상민도 충암고 출신이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방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은 계엄령 발동 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인물들이다. 국방부 장관은 군 지휘를 통해 계엄령 실행을 지시할 수 있으며,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력을 동원해 계엄령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이 두 자리를 충암고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윤석열 정권이 비상사태를 빌미로 권력을 집중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또한, 국군방첩사령관인 여인형 중장 역시 충암고 출신으로, 그는 군 내부의 방첩 활동을 담당하며 계엄령 발동 시 군 내부의 반발을 억누르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12.12쿠데타 당시 전두환의 보안사령관과 같은 방첩사령관은 계엄령을 반대하는 군내 인사들을 제압하고, 계엄령 시행에 맞서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여기에 777사령부의 박종선 사령관 역시 충암고 출신이다. 대북 신호정보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 부대는 계엄령 상황에서 정보 통제 및 감시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맡는다. 이처럼 충암고 출신 인사들이 군사 정보와 계엄령 집행의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니라 계획된 배치일 가능성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과거 전두환의 '하나회'가 주요 군 요직을 장악하고 독재 정권을 유지하는 데 사용된 것처럼, 윤석열 정권의 충암고 라인은 계엄령을 통해 권력을 집중시키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계엄령 발동 시 군과 경찰을 동원해 정부 비판 세력을 억누르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인사 배치는 단순한 인사적 배려가 아니라, 체계적으로 계획된 음모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계엄령의 역사적 교훈

한국의 현대사에서 계엄령은 독재 정권의 마지막 카드로 자주 사용되었다. 이승만 정권의 여순항쟁과 4.19혁명, 박정희 정권의 5.16 군사정변과 부마항쟁, 전두환의 12.12 군사 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계엄령은 항상 국민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군사적 힘을 통해 정권을 유지하려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윤석열 정권이 계엄령을 준비하는 지금, 우리는 이 역사적 교훈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 많은 국민은 국회가 계엄을 해제할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의 계엄 문건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국회조차 군의 통제 아래에 놓일 수 있다. 계엄령의 위험성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도구이며,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계엄령과 미군의 군사작전지휘권

전시나 계엄령이 발동되는 비상상황에서 군사작전지휘권은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이양된다. 계엄령의 실제적인 실행과 군사적 통제권이 미군의 승인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윤석열 정권이 만약 계엄 선포를 기도한다면, 이는 미국의 승인 하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근혜 정부의 계엄령 문건에도 ‘미군의 협조와 승인을 얻기 위해 미국 대사와 협의해야 한다’는 전략적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계엄령과 같은 중대한 결정이 미국의 승인 없이 독립적으로 추진될 수 없다는 현실은, 계엄령 선포가 자칫 미국의 내정간섭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 정권이 계엄령을 기도하고 있다면, 이는 단지 한국 내의 정치적 문제를 넘어, 미국의 내정간섭을 통한 권력 유지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이 윤석열 정권의 계엄령에 대한 협조를 제공한다면, 이는 곧 한미동맹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게 된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한미동맹은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수호자로 포장되어 왔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 아래에서 자주권을 침해당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또한 미국은 한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계엄령 발동을 승인하거나 묵인함으로써 국제적으로도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계엄 시도를 초기에 분쇄해야 한다

윤석열 정권이 계엄령을 선포할 가능성은 충분히 현실적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미 계엄령을 준비하고 실행할 계획을 세웠던 것처럼, 윤석열 정권 역시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는 계엄령의 성공 여부가 아니라, 그 시도 자체를 분쇄해야 한다. 계엄령은 단순히 군사적 통제 수단이 아닌,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다.

더 이상 "설마 계엄을 선포하겠어?"라는 안일한 인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계엄령은 현실적으로 언제든 실행될 수 있는 위험한 도구이며, 그 시도 자체를 분쇄하지 않으면 우리는 민주주의의 파괴를 목도하게 될 것이다. 국민 모두가 이 음모에 경각심을 가지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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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 뭐였더라?" 상식 파괴한 윤 대통령의 반말

[박민중의 폴리팁스] 대통령의 기자회견 : 무지와 권위주의

24.09.03 18:02최종 업데이트 24.09.03 18:24
한국은 물론 국제 정치를 보면 의아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 정치를 바라보는 작은 'tip'을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기자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40분 간의 국정브리핑과 85분 간의 기자회견, 윤석열 대통령은 무려 125여 분간 수많은 말을 내뱉었으나, 그 기저에 흐르는 핵심은 '무지'와 '권위주의'였다.

대통령의 '무지'는 국정브리핑과 기자회견 내내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인사과정과 역사의식에 대한 대답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데, 대통령은 마치 무지한 것이 자랑인 것처럼 말한다.

윤석열 정부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이후 뉴라이트 인사들을 등용한다는 지적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두 가지를 자신 있게 말한다. 먼저 인사와 관련된 답변은 아래와 같다.

"김형석 관장에 대한 인사는, 저도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는 분이다. (중략) 보통 1, 2, 3등으로 심사한 서열을 매겨서 보내는 모양이다. 보통 1번으로 올라온 분을 제청한다. 저는 그런 인사 과정에 대해서 장관이 위원회를 거쳐서 1번으로 제청한 사람에 대한 인사를 거부해 본 적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답변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되고 있는 김형석 관장을 모른다는 것을 넘어, 어쩌면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인사과정이 이번처럼 진행되었다고 실토한 것은 아닐까. 그저 대통령이 지난 2년 반 동안 진행한 상당수의 인사에서 모두 1번으로 추천된 사람을 선택했다면, 지금까지 대통령은 인사권자로서 무엇을 기준으로 인사를 했단 말인가. 도대체 지금 윤석열 정부의 실질적 인사권자는 누군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최근 뜨거운 이슈인 뉴라이트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답한다.

"뉴라이트 이야기가 요새 많이 나온다. 저는 솔직히 뉴라이트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판단력 없는 리더

2004년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연세대학교에서 진행한 특별 강연에서 한 학생으로부터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판단력"이라고 답한다. 왜냐하면 지도자인 리더는 많은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인데, 만약 그 리더의 판단력이 잘못되면 여러 사람이 낭패를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그 판단력을 "역사를 꿰뚫어 볼 줄 아는 통찰력"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저는 솔직히 뉴라이트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답변은 단순한 의미의 무지가 아닌 역사의식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뉴라이트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등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기록된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임명한 독립기념관장이 누군지 모른다고 하는 대통령, 뉴라이트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하는 대통령.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이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우리 대통령은 알아야 할 내용조차 알려고 하지 않는 듯하다.

특정 국가와 사회의 사상을 형성하는 가장 결정적인 토대는 동일한 역사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이런 관점에서 1910~1945년까지 대한민국 국민이 경험했던 식민지 역사와 항일독립운동의 역사를, 일본의 주장으로 왜곡하는 세력이, 또 그걸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방향을 정하는 리더가 될 수 있겠는가.

기자회견 중 대변인에게 반말로 질문하는 대통령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정혜전 대변인에게 취재진의 여러 개 질문을 재차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 눈에 띄는 한 장면이 있다. 문화일보 기자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사 관련 질문을 한다. 윤 대통령은 이 질문이 조금 불편했는지 기자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질문을 3개쯤 하시니까 갑자기 뒤엣것만 생각나고, 지금 뉴라이트 이야기부터 하셨나요?"라고 반문한다. 이후 착석해 있던 기자들이 첫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정리해 주자 윤 대통령은 답변을 시작한다. 그리고 답변을 하던 중 마지막 질문을 까먹자 윤 대통령은 사회를 보던 정혜전 대변인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그리고 마지막이 뭐였더라?"

이 기자회견은 대통령의 기자회견이다. 그렇다면 기자의 질문을 숙지하는 책임은 사회자가 아닌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 기자가 질문할 때, 대통령은 당연히 질문을 경청하고 질문의 요지를 정리했어야 한다. 설령 잊어버렸다면 질문을 던진 기자에게 정중하게 물어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생중계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뜸 사회자를 맡은 대변인에게 반말로 질문을 했다.

카메라 앞에서도 대변인에게 반말을 하는, 권위주의적인 태도가 몸에 밴 대통령의 모습에서 그가 평소 부하 직원들을 어떤 태도로 대하고 있었을지를 상상해 보게 된다. 나아가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약 70%의 국민들을 향해 어떠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을지까지 예상할 수 있다고 하면 너무 심한 비약일까?

권위주의 시대에는 군대, 검찰과 같은 무력으로 정치적 상대와 국민을 제압했다면, 민주주의 시대에는 말과 글로 정치적 상대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는 고려하지 않은 수직적 관계가 보편적이었다면, 민주주의 시대는 상대에 대한 배려를 기반으로 한 수평적 관계가 기본이다.

2024년 현재, 우리 국민은 탈권위주의·민주주의 시대의 국민으로 살고 있는데, 우리 대통령은 마치 1960~70년대 권위주의, 독재 시대의 대통령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어떤 대통령이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지 명확하게 드러났다. 첫째는 일방적인 힘으로 강제하는 권위적인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자발적인 인정을 이끌어내는 권위가 있는 대통령이다. 둘째는 모르는 것이 당당한 무지한 대통령이 아니라 역사의식을 가진, 즉 역사를 꿰뚫어 볼 줄 아는 판단력을 지닌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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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계엄문건을 통해 알게된 윤석열의 음모

기자명

  •  정강산 기자
  •  
  •  승인 2024.09.03 18:11
  •  
  •  댓글 0
 
 

윤, “군과 민이 하나 돼야”…박정희 계엄 담화문과 판박이
계엄시 요직 충암고 출신으로 채워…전두환 ‘하나회’와 닮은 꼴
여소야대라 계엄해제 가능?…방심은 금물
야당회유부터 체포, 국회 포위까지…계엄해제 대책 메뉴얼

▲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빌 해거티 미국 연방 상원의원 등 7명의 상원의원과 배우자들을 초청한 만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빌 해거티 미국 연방 상원의원 등 7명의 상원의원과 배우자들을 초청한 만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0퍼센트대의 낮은 지지율과 탄핵 여론에 맞서 계엄령을 발동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 “군과 민이 하나 돼야”…박정희 계엄 담화문과 판박이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느닷없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들이 곳곳에 암약하고 있다”며 “군과 민간의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모든 구성원이 하나로 힘을 모으는 국가 총력전 태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민의에 의해 선출된 정부를 부정 도괴시키려는 불순한 경향이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발언을 연상시킨다.

계엄령의 특징은 군대가 사회 전 영역을 통제한다는 것이다. 일단 계엄령을 발동하게 되면 민간 영역을 비롯해 입법·사법·행정 전 영역을 군과 국가원수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윤 대통령이 말한대로 “군과 민간의 영역을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당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일반적인 국무회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계엄령 선포 담화문’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시민사회에 적대적이었다.

이에 각계각층에서는 공안사건을 터뜨려 낮은 국정운영 지지도를 만회하려는 게 아니냐는 염려를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반국가세력’이라는 말은 해방후 친일파와 독재정권의 하수인들이 즐겨 쓰던 표현”이라며 “빨갱이 소탕작전이라도 벌이겠다는 것이냐”고 꼬집었고, 한 시민단체는 “일제가 중일전쟁을 수행하며 전시 총력동원을 위해 만들었던 국가총동원법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작성된 계엄문건 개요
▲박근혜 정부 당시 작성된 계엄문건 개요

계엄시 요직 충암고 출신으로 채워…전두환 ‘하나회’와 닮은 꼴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느닷없이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등학교 1년 선배로, 경호처장 시절 진보당 강성희 전 국회의원을 폭행하고 카이스트 졸업생을 내동댕이친 바 있다. 

문제는 그는 육군 장성출신으로서 여전히 군부에 상당한 끈이 있는 강성 우익인사로 평가받는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이미 계엄 발동시 합동수사본부장을 맡게되는 국군방첩사령관을 충암고 9년 후배 여인형 전 중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경찰에 상당한 통제력을 행사하는 행정안전부에 충암고 4년 후배 이상민 장관을 앉혀놓은 상태다.

계엄령 발동 시 요직을 차지하게 되는 인사 전원을 충암고 출신으로 채운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전두환 등 육사 하나회 출신들에게 인사특혜를 베푼 것과 비견된다.

탄핵정국이 현실화되면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적인 이유다.

 

여소야대라 계엄해제 가능?…방심은 금물

역대 한국의 계엄령은 이승만 정권에서 9번, 박정희 정권에서 3번 등 총 16번 발동됐으며 대개 독재에 맞선 시민저항을 억누르고자 선포됐다. 

이승만 정부가 여순항쟁과 4.3항쟁, 4.19 혁명 당시 계엄을 선포했고, 박정희 정부가 5.16 군사정변과 6.3 항쟁, 10월 유신, 부마항쟁 당시 계엄을 선포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의 사례로는 촛불시위를 억누르기 위해 선포하려했으나 미수에 그친 박근혜 정부 시절의 계엄령이 있다.

현재 정부·여당은 ‘야당(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만큼 계엄해제를 요구하면 바로 계엄이 무력화된다’며 야당의 주장을 음모론 취급하고 있다.

실제로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의 요구가 있다면 대통령이 바로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국회의 계엄해제 시도를 물리치고 계엄을 관철할 수 있는 대책이 있었다.

▲ 박근혜 정부 당시 작성된 계엄문건. 계엄해제 시도를 차단하는 방법을 메뉴얼로 정리하고 있다.
▲ 박근혜 정부 당시 작성된 계엄문건. 계엄해제 시도를 차단하는 방법을 메뉴얼로 정리하고 있다.

야당회유부터 체포, 국회 포위까지…계엄해제 대책 메뉴얼

당시 계엄문건 내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 시도시 조치사항’에 따르면, △여당을 통해 최단 시간 내 해제를 약속하며 야당 회유 △여러 구실을 통한 국회의원 체포와 사법처리로 의결정족수 미달 유도 △그외 국회의 계엄해제안 직권상정 차단 강구 등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달리 말해 야당을 안심시키거나, 사전 체포로 계엄해제안 통과 과반수를 무너뜨리거나, 군을 통한 국회 포위로 계엄해제 강행돌파를 저지한다는 말이다.

당시 계엄문건에는 계엄 선포 즉시 미국 대사를 만나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까지 담겨 있었다.

현재의 ‘여소야대’ 국면이 윤 정부의 계엄령에 대비하기에 충분한 조건이 못 되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의 경우 최순실 게이트를 비롯 이재용 당시 삼성부회장에게 뇌물을 받는 등 비리 스캔들로 인해 정권 말기에 탄핵당한 박근혜 정부에서 학습효과를 받은 만큼, 박근혜 정부가 차마 밀어붙이지 못한 계엄령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에서부터 양평고속도로 개발 특혜, 영부인 명품백 수수, 채해병 순직 수사외압 등 대통령 부부의 사법리크스가 상당한 규모로 누적된 상황, 정권 말기 탄핵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정부·여당의 계엄기도를 유심히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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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디지털교과서의 실체(1) ‘세계 최초’의 함정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9/04 08:08
  • 수정일
    2024/09/04 08:0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2023.06.08. ⓒ뉴시스
문해력 퇴행으로 이어진 디지털 기기 활용

지난 2017년, 전 세계 교육학자들을 들썩이게 한 놀라운 교육 정책이 도입됐다. 바로 스웨덴 국가교육청이 ‘세계 최초’로 예비학교(우리나라의 유치원에 해당)에서 디지털 기기 활용을 의무화한 것이다. 스웨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국가교육청 주관의 시험(Nationella Prov)을 모두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고 종이 시험을 폐기하겠다고 밝히며, 교육 환경의 대대적인 디지털 전환을 선언했다.

반응은 곧바로 극명하게 갈렸다. 일부 학자들은 스웨덴의 정책을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미래 교육 혁명이라며 찬양하기 시작했고,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나치게 이른 디지털 기기 사용이 교육적 효과를 넘어 발달상의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경악했다. 그리고 스웨덴 정부는 ‘일부 부작용은 발생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스웨덴 학생들의 문해력 관련 성적이 급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2016년 국제 읽기 문해력 연구(PIRLS)에서 555점을 기록했던 스웨덴 학생들은 2021년 544점을 받으며, 5년 새 11점이나 하락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전국 단위 평가 결과를 도출하는 국제적인 지표가 11점 하락한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스웨덴 연구기관들은 문제의 원인을 찾기 시작했고,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2023년 8월 교육 디지털화 정책과 관련한 성명에서 “디지털 도구가 학생의 학습 능력을 향상하기보다는 오히려 저해한다는 명백한 과학적 증거가 있다”고 발표했다. 결국 2023년 9월, 스웨덴은 예비학교 디지털 기기 의무화, 디지털 시험 전환 정책을 전면 폐기하고 ‘종이책’으로 회귀할 것을 선언했다. 그렇게 ‘세계 최초’ 디지털 기기 의무화 정책은 문해력 퇴행이라는 부작용을 낳은, 스웨덴 교육계의 흑역사로 남았다.

AI의 예상치 못한 결과들

‘세계 최초’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정작 아이들을 놓친 스웨덴 국가교육청의 경험은 우리에게도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 스웨덴이 디지털 기기 활용 의무화 정책을 추진했던 과정이 대한민국 교육부의 AI디지털교과서 추진 과정과 판박이처럼 닮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 2023년 1월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돌연 AI 기반 코스웨어를 운영하겠다고 발표했고, ‘세계 최초’의 AI디지털교과서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최초라는 것은 가장 먼저 앞서나간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변수들을 가장 먼저 체험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갑작스러운 세계 최초 AI디지털교과서의 전면 도입 선언에 수많은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우려를 표했고, 교육부는 자신만만했던 스웨덴 정부처럼 ‘일부 문제는 발생할 수 있으나 일단 도입하고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AI를 활용한 코스웨어, 디지털교과서의 전면 도입은 이렇게 말 한마디로 간단하게 추진할 문제가 아니다. 세계 최대 교원단체인 국제교육연맹(Education International, EI)는 지난 2023년 ‘AI와 교육의 예상치 못한 결과들(The Unintended Consequences Of Artificial Intelligence and Education)’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급속도로 확산 중인 AI와 기술의 교육적 활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AI와 기술은 교육을 포함한 우리 일상에 점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AI가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것이 EI의 결론이다. 교육에서의 영향성은 장기간 종단 연구가 이뤄져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만큼 아직 AI를 전면적으로 교육 현장에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EI는 AI 교육 도구들이 디지털상의 각종 데이터를 학습한 만큼 기존의 편견과 불평등을 강화하고, 특히 소득이 낮은 지역일수록 특권계층의 권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OECD 역시 교육에서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OECD가 EI와 함께 교육 영역에서의 AI 활용을 위한 지침서를 발간했는데, 특이하게도 이 지침서를 ‘가이드라인이자 가드레일(guidelines and guardrails)’이라고 지칭한다. AI와 기술을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사용할지 알려주는 지침서이기도 하지만, AI와 기술을 정교한 방식으로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가드레일이 없는 절벽에서 운전하는 것과 다름없이 위험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당선인과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1만명 개인정보 유출, 부실급조 AI 디지털교과서 규탄 및 교육부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5.27. ⓒ뉴시스

디지털 교육 정책의 기로

온 세상이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AI와 기술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경고하는데, 유독 윤석열 정부는 자신만만하다. 지난 8월 22일 교육부는 2024년 AI디지털교과서 검정 심사에 착수하여 최종 결과를 11월 29일에 발표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초의 AI디지털교과서 개발을 불과 3~4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개발 완료하고, 현장 검토를 3개월 남짓 거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현장 검토 기간은 학생들이 방학한 12월~2월이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짧은 심사, 부실한 검토 계획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반년도 남지 않은 기간 안에 AI디지털교과서 개발과 검증, 도입을 모두 문제없이 마칠 수 있다고 공언한다. 마치 진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하염없이 이곳저곳을 헤매는 환자들을 외면하고, “응급의료 체계는 문제가 없다”고 호언장담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떠오르는듯하다. 윤석열 정부의 ‘AI디지털교과서 전면 도입’이 스웨덴의 ‘디지털 기기 사용 의무화’ 정책처럼, ‘세계 최초’만 앞세웠다가 치명적인 결과를 떠안고 대한민국의 흑역사가 될 것이라는 걱정은 그저 기우일 뿐일까.

대한민국 디지털 교육 정책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세계 최초라는 업적에 홀려 막무가내로 추진할 것인가? 아니면 충분한 검증과 검토를 거쳐 AI와 기술의 도입 여부, 방향성을 결정할 것인가? 스웨덴의 디지털 교육 정책은 학교 현장과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결국 실패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교육부는 스웨덴과 같은 길을 선택했다.

잘못된 길을 가려는 정부를 꾸짖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이제 우리가 나서서 AI디지털교과서 전면 도입에 제동을 걸고, 디지털 교육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할 시간이다.
 

“ 이기백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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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민주당 계엄령 괴담, 국민을 바보로 알기 때문”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국일보 “민주당 공당답지 못해”

한겨레 “국방장관 후보, 국군방첩사령관, 777사령부 수장, 행안부 장관 모두 충암고 출신”

한겨레 “안창호 인권위원장 된다면 우리나라 국제적 웃음거리 될 것”

기자명박서연 기자

  • 입력 2024.09.04 07:39

  • 수정 2024.09.04 07:40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 중인 '빌 해거티'(Bill Hagerty) 상원의원을 비롯한 美 연방 상원의원 7명과 그 배우자들을 청와대 상춘재에 초청하여 만찬을 가졌다. ⓒ대통령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가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열린 여야 대표회담 모두발언에서 “최근에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안을 보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국회의원들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 구금하겠다라는 그런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거 완벽한 독재국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다음 날인 지난 2일 한동훈 대표는 “맞다면 심각한 것 아니냐. 근거를 제시해달라. 차차 알게 될 것이라는 건 너무 무책임한 얘기다. 그건 일종의 ‘내 귓속에 도청장치가 있다’는 얘기랑 같다”고 맞받았다. 같은 날 대통령실도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당 대표직을 걸고 말하라”며 “민주당 의원들의 머릿속에는 계엄이 있을지 몰라도 저희 머릿속에는 계엄이 없다”고 밝혔다.

한겨레 “김용현 경호처장까지 국방 장관되면 尹 충암고 선후배들이 군 요직 장악”

한겨레는 5면 <군·정보 요직 충암고 포진 민주 ‘계엄 준비설’ 불지펴> 기사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계엄 준비설이 다시 고개를 든 건 경호처 권한을 확대한 당사자인 김용현 경호처장이 지난달 12일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되면서부터”라며 “민주당이 무엇보다 주목한 건 김 후보자가 국방부 장관으로 옮겨 가면 ‘충암파’라 불리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선후배들이 군정·군령권은 물론, 실병력의 동원과 통제에 필수적인 정보 계통의 요직을 장악하게 된다는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실제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다. 정보기관인 국군방첩사령관에 임명된 여인형 중장도 충암고 출신이다. 대북 특수정보 수집의 핵심 기관인 777사령부 수장인 박종선 사령관, 현행 계엄법상 국방부 장관과 함께 대통령에게 계엄 발령을 건의할 수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충암고 출신”이라고 보도했다.

▲4일 한겨레 5면.

한겨레는 “하지만 열거한 사실들은 군의 최근 상황이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주는 여러 정황 가운데 일부일 뿐, 계엄 준비설을 뒷받침할 만한 ‘물증’은 되지 못한다는 게 군과 정치권의 중론이다. 민주당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가 연일 계엄을 입에 올리는 건 ‘정치적 예방주사’ 성격이 짙어 보인다”고 해석했다.

민주당 “尹 정부 계엄령 준비” 주장에 조선일보 “국민을 바보로 알기 때문”

조선일보는 <국민을 바보로 아는 ‘계엄령 괴담’> 사설에서 “지금 세상에서 정부가 계엄령을 발동하면 군에서 이에 따를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도 거의 동시에 정부가 무너질 것이다. 그런 자해 행위를 할 정부가 어디에 있겠나”라며 “만에 하나 정부가 계엄령을 발동한다 해도 헌법상 국회가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하면 계엄은 즉시 해제된다. 민주당과 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곧바로 해제될 게 뻔한 계엄령을 대통령이 왜 선포하겠나. 계엄령 해제를 막으려 야당 국회의원들을 체포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의원 체포엔 국회 동의가 필요한데 절대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동의해 줄 건가”라고 물었다.

▲4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들이 계엄령과 관련된 군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충암고 출신 장성은 전체 400명 중 4명에 불과하다”며 “‘계엄령’ 주장이 현실성 없다는 것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도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상식 밖 음모론을 펴는 것은 지지층이 좋아하기 때문에 손해 볼 것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곧 있을 이 대표 판결을 앞두고 대통령 탄핵 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계엄령이 괴담이라는 걸 알면서도 주장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은 광우병·천안함·세월호·사드·후쿠시마 괴담을 퍼뜨려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 이 괴담 중에 사실인 것은 하나도 없다. 민주당도 알고 있을 것이다. 알면서도 괴담을 주장하는 것은 결국 국민을 바보로 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도 민주당이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계엄 음모론’ 증폭 민주당, 공당답지 못한 행태 아닌가> 사설에서 “총선 압승 이래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도 공공연히 언급하며 이에 초점을 맞춰 의혹들을 제기하고 있다. 계엄 음모론 역시 그 연장선상의 ‘정치행위’일 수밖에 없고,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권인 정치구도상 이는 야당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근거도, 실현 가능성도 거의 없는 수준의 얘기로 정쟁을 증폭시키는 건 수권을 지향하는 공당으로선 적절치 못한 행태다. 정부·여당이 계엄 추진 가능성을 일축한 만큼, 민주당도 이젠 공연한 정쟁을 접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겨레 “안창호 인권위원장 된다면 우리나라 국제적 웃음거리 될 것”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가 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한다면서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공산주의 혁명에 이용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안창호 후보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지금의 형태로는 반대한다. 많은 국민은 반대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에 의해 다수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한겨레 1면 <인권위원장 후보 안창호 극단적 혐오 안 멈췄다> 기사를 보면 안 후보자는 “신체 노출과 성충동으로 인해 성범죄가 급증할 수 있다”는 자신의 저서 내용에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이 “성인지 감수성이 매우 떨어지는 인식”이라고 말하자, 안 후보는 “외국에서 그런 보도가 있으니까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답했다. 노 의원이 “이런 인식이 성범죄를 두둔한다는 지적을 받는다는 사실을 모르냐”고 묻자, 안 후보가 “왜 성범죄를 두둔하는 거냐”고 되물었다.

관련기사

▲4일 한겨레 3면.

한겨레는 <인권 부정하는 안창호, 인권위원장 자격 없다> 사설에서 “이 법(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가 확산된다거나 공산주의 혁명으로 가는 수단이 된다는 주장은 일부 극단적인 사람들만 공유하는 근거 없는 편견이다. 그런데 그런 극단적인 편견을 지닌 사람이 인권위원장이 되겠다고 나선 것”이라며 “안 후보자는 학교에서 진화론과 함께 창조론도 가르쳐야 한다거나 여호와의 증인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투로 답변하는 등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과학과 인권에 대한 상식조차 부정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안 후보자가 인권위원장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국제적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안 후보자는 우리나라의 인권 향상을 위해 스스로 물러나는 편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성소수자 차별 발언하는 ‘안창호 인권위’ 국제적 망신이다> 사설에서 “갖은 혐오 표현을 불사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고 유엔의 권고를 대놓고 무시하는 안 후보자가 인권위원장이 된다면 명색이 선진국이라는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어떻게 낯을 들겠으며, 인권외교에서 무슨 발언권이 있겠는가. 그 자체가 국제적 망신이요, 국격 추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4일 경향신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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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에 정신팔린 사이 공고해지는 '불평등'

[장석준 칼럼] 피케티가 역설하는 우리 시대의 과제 - 21세기 사회국가와 민주적, 생태적, 다원적 사회주의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 기사입력 2024.09.04. 04:01:25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공정'이란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한편에서는 '공정'을 비판하고 '평등'을 복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런 반격은 '공정'론의 밑바탕에 흐르는 능력주의를 이모저모 따지며 비판하는 방향에서 전개되기도 했고, '공정'에 정신이 팔린 사이에 한국 사회에서 더욱더 공고해지는 계급 불평등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형태를 취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사회학자 조돈문 전 가톨릭대 교수가 <불평등 이데올로기: 수저 계급 사회에 던지는 20가지 질문>(한겨레출판, 2024)을 통해 '평등'이 '공정'보다 더 근본적인 가치이면서 더 시급한 과제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한 이 책은 최근에 겉으로 드러난 추세와는 달리 현대 한국인이 꼭 '평등'보다 '공정'을 중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논쟁적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한데 이에 더해, 이런 현재진행형 논쟁에 풍부한 지적 자원과 자극을 줄만한 번역서도 나왔다. 이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인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평등의 짧은 역사>(전미연 옮김, 그러나, 2024)다. 피케티라고 하면, 이미 우리말로 소개된 두 대표작 <21세기 자본>과 <자본과 이데올로기>가 떠오를 것이다. 앞의 책은 국역본 분량이 800쪽이나 되고, 뒤의 책은 아예 1000쪽이 훨씬 넘는다. 독서 의욕을 원천봉쇄할만한 두께다. 이 점에서 피케티의 새 책은 더욱 반갑다. 제목부터, 평등의 '짧은' 역사가 아닌가. 장벽 하나가 치워진 느낌이다.

짧지만 풍성한, (불)평등의 역사

한데 <평등의 짧은 역사>도 한국 출판계 추세로 보면 그다지 '짧은' 책은 아니다. 300쪽이 조금 넘으니, 사회과학 서적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여전히 적지 않은 분량이라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의 깊이와 넓이에 비하면, 확실히 '짧다'. 이 정도 내용을 어떻게 단행본 한 권에 다 담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이 일만큼 이 책은 평등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이야기를 참으로 풍부하게 전한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추천사'에서 그 미덕을 이렇게 정리한다. "저자가 저명한 경제학자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경제학'이라는 좁은 테두리에 갇혀 있지 않다는 점", "자본주의에서의 (불)평등 문제의 핵심이 바로 권력관계에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비껴가지 않고 또렷하게 직시한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권력관계에 환원해버리는 또 하나의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이 세 가지에 더해, 불평등에 맞서고 실질적 평등을 이룰 대안으로 "민주적, 생태적, 다원적 사회주의"를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 역시 장점으로 다가온다(5-10쪽).

<평등의 짧은 역사>를 읽다 보니 과연 이런 특징들이 눈에 들어온다. 깊은 인상을 받은 특징으로 적어도 세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 정말로 짧은지 아닌지를 논외로 한다면, 이 책은 제목에 아주 충실하다. 그야말로 평등의 '역사'다. 근대가 처음 동터오던 시기부터 현재까지 수백 년에 걸친 시간 속에서 (불)평등이 어떻게 장기 변동했는지 간단명료하게 보여준다. 피케티의 방대한 전작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요약정리다.

그리고 여기에서 '역사'란 결코, 알면 좋지만 몰라도 상관없는 상식의 더미가 아니다. 우리가 자신을 알기 위해 반드시 직시해야 할 수단, 하나의 거울이다. 국가나 시장 같은 가장 기본적이면서 거대한 제도들을 둘러싼 사회 세력들의 집단적 결정에 따라 노도와 같은 장기 추세가 형성됐고, 보통사람들의 삶은 8, 9할이 그 흐름에 의해 결정됐다. 자기계발 소재들인 개인의 지능이나 성정, 의지보다는 납세 유권자 선거제와 결합한 초기 산업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느냐, 보통선거제와 결합된 사회국가 시대를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의 색깔이 정해졌다. 이런 근본적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확실히, 주식 가격과 아파트 값 변동에만 골몰하며 살아갈 때와는 다른 눈으로 삶을 바라보게 만든다.

ⓒ그러나

둘째, <평등의 짧은 역사>는 평등의 실로 다양한 얼굴을 아우른다. 물론 뼈대를 이루는 논의는 소득과 자산의 세계사적 변화다. 여기까지는 경제학자가 지은 책에서 누구나 기대할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피케티는 전작, 특히 <자본와 이데올로기>에서 그랬듯이, 이 수준을 넘어선다.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한 분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교육을 별도 주제로 다룰 뿐만 아니라, 성별, 인종 등에 따른 불평등 역시 생색내기 식으로 몇 마디 덧붙이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심도 깊게 짚는다. 흔히 '정체성 정치'와 연관되는 이 주제들이 실은 분배 문제와도 직결된 (불)평등의 또 다른 측면임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의미심장하게 읽은 것은 "제4장. 배상의 문제"다. 이 장에서 피케티는 식민지 노예제의 과거가 현재 자본주의 중심부와 주변부 사이에 나타나는 심대한 불평등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를 프랑스와 아이티의 관계를 사례 삼아 검증한다. 피케티의 논의는 주변부 사회의 여러 양상을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식민주의 문제를 기껏해야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얼버무리는 주류 발전경제학과는 딴판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식민주의라는 핵심으로 육박하고, 총배상액이라는 형태로 그간의 모순을 깔끔하게 집약한다. 제국주의를 반성하려면, 이쯤은 해야 한다.

셋째, 홍기빈 소장도 '추천사'에서 강조하듯이, <평등의 짧은 역사>는 단순한 '경제학자'의 저서가 아니다. 오늘날 보기 드문 인간 유형인 '사회과학자', '사회사상가'의 작품이다. 익숙한 초역사적 경제 모델을 만사에 들이밀기는커녕 역사라는 캔버스 안에 경제, 정치, 사회, 문화 같은 인간 삶의 필수적 측면들을 총출동시킨다. 이것은 단지 경제학자가 다른 분야에도 해박하다는 정도가 아니다. '경제학자'라는 강제적 규정을 넘어 삶과 사회, 세계를 총체적으로 바라본다는 본래의 '사회과학'을 실현한 결과다. 또한 이것이, 특히 <자본과 이데올로기>가 나온 이후에 주류 경제학자들이 피케티를 그토록 경원시하거나 무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 바깥 영역에 접근하는 저자의 자세가 이러하기에 <평등의 짧은 역사>는 좁은 의미의 경제를 넘어선 주제에서도 이 책만의 독창적 통찰을 선사한다. 나는 무엇보다 사회국가(국역본은 '사회적 국가'라 옮겼다)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논의에서 이를 확인했다. 물론 사회국가의 주된 수단이자 기능인 누진적 조세제도는 <21세기 자본>부터 피케티가 깊이 파고들고 정열적으로 설파해온 주제다. 한데 평등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짚고 더 나아가 미래까지 전망하는 이런 '역사' 안에 사회국가와 조세제도 논의를 배치하니, 그 함의가 더욱 깊게 다가온다.

탈자본주의의 출발점 – 조세재정국가의 진화

피케티는 사회국가(복지국가)를 조세재정국가라는 보다 일반적인 국가 형태의 진화 속에 자리매김한다. 모든 국가는 고대부터 어떤 식으로든 조세제도에 의존했지만, 실제로 세수가 국민소득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국가는 비교적 최근에야 등장했다. 적어도 유럽의 경우는 그렇다. 동아시아에서는 훨씬 일찍부터 원시 조세재정국가라 할 만한 형태가 등장했지만, 유럽에서는 18세기나 되어서야 조세재정국가 체제가 완비됐다. 다만 유럽의 조세재정국가는 처음부터 발달한 화폐경제와 결합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기계제 산업과 결합했기에 처음부터 그 현재적, 잠재력 역량이 막강했다.

18세기-19세기 중반에 이르는 시기에 조세재정국가의 1차 도약이 전개됐다. 국민소득의 1-2%에 불과하던 세수가 6-8%로 증가했다(173쪽). 다만 이때 증가한 재정은 관료제의 뒤늦은 확대와 전 세계를 들쑤시고 다닐 군사력 확충에 투입됐다. 그러다 제1차 세계대전부터 신자유주의 등장 직전까지의 시기에 조세재정국가의 2차 도약이 나타났다. 유럽 주요국들의 경우, 세수가 국민소득의 40-50%로까지 급증했고, 대폭 늘어난 재정은 이제 교육과 의료, 교통과 공동체 인프라, 각종 복지제도에 주로 사용됐다(168쪽). 이렇게 2차 도약을 거친 조세재정국가가 바로 사회국가다.

말하자면 피케티는 조세재정국가의 좀 더 긴 진화 과정 안에서 사회국가의 출현과 발전을 바라본다. 유럽과 북미에서 조세재정국가가 등장해 발전하다가, 불평등, 특히 계급 불평등에 대한 격렬한 항의와 이에 따른 보통선거제 민주주의의 출현을 통해 조세재정국가의 더 진화된 형태인 사회국가가 대두했다는 것이다.

피케티의 이런 조세재정국가-사회국가론은 사회주의운동이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이 운동을 분열시킨 첨예한 논쟁 구도에서 개혁적 사회주의, 즉 '사회민주주의'에 속했던 이들이 실제 역사 속에서 해온 일이 무엇이었는지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개혁주의자들이 부르주아계급의 역사적 산물인 현존 국가를 계승한다는 점을 호되게 비판했다. 그런데 과연 무엇을 계승했고 심지어는 더 발전시켰는지 따져봐야 한다. 개혁주의자들은 이제 막 2차 도약에 나서려던 조세재정국가의 중앙권력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2차 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 결과로 등장한 사회국가는 그러니까 애초 혁명주의자들이 비판 대상으로 삼았던 역사적 부르주아 국가를 일정하게 초과하는 셈이다.

▲<21세기 자본>, <자본과 이데올로기>의 저자 토마 피케티 ⓒAFPJ, OESL SAGET

피케티가 제시하는 "민주적, 생태적, 다원적 사회주의"는 이런 조세재정국가-사회국가의 역동적, 복합적 진화 과정에 바탕을 두며, 신자유주의와 벌일 대결의 결과에 따라 사회국가가 미래에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렇다고 피케티가 20세기형 사회민주주의의 단순한 부활이면 충분하다는 순진한 생각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자본과 이데올로기>의 결론을 이어받아 <평등의 짧은 역사>에서도 "소유의 재분배만으로는 자본주의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강조한다. 소유 구조를 변혁해야 하며, 그러려면 생산과 서비스가 이뤄지는 현장, 즉 기업에서 권력관계가 바뀌어야 한다. <평등의 짧은 역사>는 이를 위해 1970년대 스웨덴의 임노동자기금 구상을 새롭게 다시 추진하는 방안까지 제시한다(220-223쪽).

이 대목에서 탈자본주의 이념-운동의 오랜 난제인 개혁과 혁명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조세재정국가의 2차 도약이 이뤄지기 전인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개혁 대 혁명 논쟁의 주된 내용은 의회민주주의의 수용 여부를 중심으로 기존 국가를 이어받을 것인가, 단절할 것인가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회국가의 등장과 발전, 후퇴까지 한 차례 경험한 역사적 상황에서 피케티가 제시한 도식에 따르면, 개혁과 혁명의 문제는 조세재정국가-사회국가를 이어받아 더욱 발전시키는 과제와 이런 사회국가 확대만으로는 자동으로 실현될 수 없는 기존 권력관계의 역전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결합할 것이냐는 고민으로 재정리될 수 있다. 이 경우에 두 과제의 관계는 더 이상 대립이나 양자택일이 아니라 공존과 중첩, 시너지다.

물론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경로는 단 하나일 수 없다. 아니, 각 사회가 밟을 경로는 과거보다 훨씬 더 다양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머레이 북친의 지역자치적 코뮌주의(<착취 없는 세계를 위한 생태정치학>, 서유석 옮김, 동녘, 2024)에서 영감을 얻은 쿠르드 자치정부의 로자바 혁명처럼, 조세재정국가-사회국가의 진화 과정을 반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경로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조세재정국가-사회국가의 역사적 경로가 열린 사회(한국 같은)에서는 피케티가 제시한 탈자본주의론의 기본 구도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민주주의의 지속적인 확대와 활성화를 통해 조세재정국가-사회국가를 복구하거나 새로 구축하거나 확장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계급 세력 관계를 실질적으로 역전시키는 도전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피케티도 지적하듯이, 21세기에 사회국가를 성장시키는 힘은 무엇보다 기후위기와 인구/돌봄위기 대응에서 나올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최대 과오 - 조세재정국가의 후퇴와 역량 훼손

하지만 생각을 이렇게 굴려가다 보면, 우리의 현재가 더 답답해진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관해서는 이미 지겨울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느닷없는 '공산전체주의'에 대한 선전포고부터 핵발전소 복고주의, 정파적 목적에서 시작된 의료 파국, 모험적인 대북 강경 기조와 교조적인 한미일 군사동맹 맹신, 이를 위한 뉴라이트 역사관 맹종까지 지면이 모자랄 정도다.

한데 그 중에서 정말 심각한데도 그만큼 주목을 받지 못하는 과오가 있다. 부자 감세를 통한 조세재정국가 역량의 심각한 훼손과 후퇴가 그것이다. 대한민국의 국가기구는 오랫동안 조세재정 역량이 국내 자본주의 발전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감세국가'(김미경, <감세국가의 함정>, 후마니타스, 2018) 기조를 이어왔지만, 그래도 윤석열 정부 전까지는, 심지어는 박근혜 정부도 기존 역량을 후퇴시키는 짓까지는 차마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그 일이 벌어지고 있다.

<평등의 짧은 역사>를 읽으며 확인한 것처럼, 조세제도는 단지 현대 국가의 여러 정책 영역 중 하나가 아니다. 현대 국가의 요체인 조세재정국가의 존립과 재생산을 위한 기본 토대다. 그리고 피케티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모든 사회 개혁(심지어는 혁명까지도)이 출발할 원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금 이 싹을 짓밟고 있다. 과거와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가 수탈당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 실패에 대해 더 많이 주목하고 더 많이 공격하며 더 많이 투쟁해야 할 이유다.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의원은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진보적 사회과학을 재구성하고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구 및 출간 사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사회주의>, <장석준의 적록 서재>,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대 시장 : 지구 경제의 출현>, <안토니오 그람시 : 옥중수고 이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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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불러놓고 '임금 깎자'만 외치는 오세훈, 싸게 쓰자가 답인가

[경제뉴스N시선] 돌봄 노동의 가치부터 재평가를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 | 기사입력 2024.09.03. 05:01:44

월급 238만원' 필리핀 이모님 비싸다더니… '뜻밖의 상황' [이슈+](24.08.21 한국경제)

[사설]외국인 가사도우미·간병인만이라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24.08.22 한국경제)

'238만원' 필리핀 이모님 월급 깎이나…오세훈 "인하 논의 환영"(24.08.22 뉴스1)

홍콩은 월급 87만원인데…"필리핀 가사관리사, 한국서 더 받아야" 왜?(24.08.04 머니투데이)

2곳 이상서 일 가능해 관리 어려워…아이와 소통도 문제 ['필리핀 이모' 문제점과 해법 (상)](24.08.18 파이낸셜뉴스)

대만·홍콩, 외국인 가사도우미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24.08.23 조선일보)

요즘 오세훈 서울 시장이 불만을 많이 표시한다. 지난 2022년 국무회의에서 자신이 제안한 '외국인 육아 도우미' 사업이 정부 정책이 되어 이제 시범사업 시작 단계인데도 만족하지 못한다. 오 시장이 원했던 것은 '값싼 인력'인데 시범사업을 위해 입국한 100명의 필리핀 가사관리사에게 최저임금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다급해진 이유는 또 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사업이 강남 3구 고소득층에게 혜택을 주는 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범사업 참여를 신청한 731가구 중 312가구(42.6%)가 소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있는 가구였다. 지난 21일 <한국경제>는 "맞벌이 가정의 가사·돌봄 부담을 덜겠다며 도입한 제도가 결국 '강남'과 '영어'라는 키워드로 함축된 셈"이라고 평했다.

▲오세훈 시장이 8월 23일자로 페이스북에 올린 글.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시범사업을 앞두고 있지만 동일 최저임금 적용으로 높은 비용이 계속 문제로 지적됐다"면서 "가사도우미의 인력난과 높은 비용 때문에 많은 분이 고통을 받고, 혹은 인생의 기회를 포기하고 있다."

돌봄 비용이 부담스러우니 비용을 낮추자,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오고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 그게 어려우면 사적 계약이라는 방법을 써보자.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내놓은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일제 맞벌이 부부가 하루 10시간 가사 및 육아도우미를 고용하면 2023년 기준 월 264만 원의 비용이 든다. 왜 하루 10시간을 기준으로 잡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월 264만 원은 30대 가구 중위소득 509만 원의 절반을 넘는 금액이다.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한국 정부는 필리핀 정부와 협의를 통해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법적 검토를 거친 결과 필리핀 가사관리사에게도 하루 8시간 기준 월 238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외국인 노동자에게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경우 국적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근로기준법상의 규정과 판례에 위배된다. 국제노동기구(ILO)가 고용과 직업에 있어서 모든 형태의 차별을 철폐할 목적으로 채택한 협약과도 상충된다. 또한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외국인에게만 그 적용을 배제하는 사례는 없다.

오 시장의 해결책은 "사적 계약의 형태로 사용자가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직접 고용"해서 최저임금 적용을 비켜 가자는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초에 정부에 공문까지 보내서 사적 계약 형태로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고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비자를 신설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국내 노동법, ILO 협약, 국제 무역 관행을 모두 거슬러가며 오 시장의 편을 드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직도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미련을 못 버린 경제신문들만 이때다 하고 말을 보탠다. <한국경제>는 사설을 통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이 당장 어렵다면 외국인 가사도우미·간병인의 최저임금 적용 제외 또는 차등 적용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희망사항에 가깝다.

오 시장의 시각에서 본다면 필리핀 가사관리사 사업은 악순환의 고리에 갇혔다. 맞벌이 부부의 돌봄비용 부담 →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하자 → ILO 협약 등에 따라 최저임금 차별 불가 → 강남 3구 중산층 이상에게만 혜택 →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 지급할 방법 찾자 → 개별 가정이 사적 고용하자 → 명백한 차별, 여론의 반발 등 현실적 어려움….

정책이 문제 해결과 멀어져 빙빙 도는 것은 출발점부터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가사 및 돌봄 시장의 현황이 어떻고 구인난은 왜 그렇게 심각한지를 먼저 알아봐야 했다. 돌봄 노동의 가치와 적정임금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했다. 그런데 다 생략하고 '30대 맞벌이 가구의 비용 부담'을 거론하며 임금을 깎자는 이야기부터 했다.

질문 하나. 사람을 싸게 쓰자가 답인가?

사람을 싸게 쓰자는 것은 새로운 주장이 아니다. 한국은 박정희 때부터 줄곧 그렇게 해 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번에는 해외에서 사람을 100명이나 불러와 놓고 임금 깎자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으니 기본적인 예의에도 어긋난다.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경우 지금 책정된 임금도 최저임금이다. 오 시장은 여기서 얼마나 더 낮추자는 걸까? 지난 5월 서울시청 브리핑에서 오 시장은 "처음 홍콩·싱가포르에서 얻은 아이디어로는 100만 원에 해결이 가능했습니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경우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처음 도입한 1970년대부터 형성된 관행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OECD 국가인 한국이 2024년에 그런 관행을 그대로 가져와서 제도화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저출산 대책을 고민하면서 홍콩과 싱가포르를 모델로 삼는 것도 적절하지 못하다. 홍콩과 싱가포르에는 공적 돌봄 체계가 없어서 개인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홍콩과 싱가포르 모두 인구밀도가 높고(홍콩 6,849명/제곱킬로미터, 싱가포르 7,988명/제곱킬로미터) 경쟁이 극심하며 출산율은 낮다(홍콩 2023년 기준 0.75명, 싱가포르 2023년 잠정 기준 0.97명).

그래도 서비스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비용이 낮은 게 좋지 않을까? 당장 내는 돈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돌봄 비용은 뒤집어 생각하면 돌봄 노동자의 ‘임금’이다. 그렇다면 다른 질문도 필요하다. 돌봄 노동은 최저임금 또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아야 할 정도로 가치가 낮은 노동인가?

시장가치만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이 돌봄의 경우 2024년 현재 시급이 1만2000원~1만5000원에 형성되어 있다. 이미 돌봄노동의 시장가치는 최저임금 위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업체 수수료 등을 제하고 나면 아이를 돌보는 노동자가 실제로 받는 임금은 최저임금을 밑돌기도 한다. 지난 2022년 6월부터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되었지만, 이 법은 '정부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직접 고용된 가사노동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국내 가사노동자와 돌봄노동자의 98%는 여전히 4대 보험,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돌봄노동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돌봄노동자의 처우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 결과가 돌봄과 간병 분야의 인력난이다. 최근 한국의 고용률이 높게 유지되는 것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업종이 사회복지서비스업이지만, 이 분야에는 사람이 많이 유입되는 만큼 실망하고 떠나가는 사람도 많다. 외국인 노동에 의존하면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경우 전반적인 임금 수준이 낮아져서 국내 인력의 이탈은 더 심해질 것이다. 그러면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와야 하는데, 그게 언제까지 가능할까?

질문 둘. 구인난은 왜 발생하는가?

그래도 비용 부담을 덜어야겠다면 공공서비스에 주목해야 한다. 아이 돌봄의 비용만 따진다면 민간 시장의 돌봄서비스보다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아이돌봄서비스가 더 저렴하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소득에 따라 비용이 지원되는 합리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중위소득 150% 이하(가, 나, 다형)가 아닌 가구(라형)이라 해도 기본 이용요금은 2024년 시간제 기본형 기준 시간당 1만1,630원으로 시장가격보다 저렴하다. 영아종일제 서비스와 시간제 서비스가 모두 가능하고, 지난해 12월부터는 긴급돌봄 서비스도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만약 정부와 서울시가 진심으로 중산층과 서민 가구의 돌봄 비용을 걱정했다면 왜 아이돌봄서비스의 확대 개편을 선택지에 넣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수요자 입장에서 아이돌봄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는 이용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아이돌봄서비스를 4시간 시간제로 신청해 봤지만 아이돌보미와 매칭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아이가 만 4세가 될 때까지 매칭이 되지 않았으니 그 이후로는 아예 시도하지 않았다. 결국 연회비를 내야 하는 민간 돌봄업체를 이용하고, 때로는 온라인에서 1대 1 채팅으로 도우미를 구하고, 시터 앱도 2가지나 사용했다. 아이돌봄서비스를 통해 정말 좋은 돌보미 선생님을 만난 가정을 주변에서 본 적은 있었다. 딱 한 집만 그랬다. 주 5일 5시간 고용이었다.

지금 돌봄 시장의 구인난은 단순히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도 원인이 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가 오후 1~4시에 끝나기 때문에 부모의 퇴근 시간까지 공백이 생긴다. 그래서 민간의 아이 돌봄 수요자가 서비스를 원하는 시간대는 정해져 있다. 주로 오후 시간에 3~5시간의 시간제 돌봄을 원한다. 그런데 노동자 입장에서는 더 일하고 싶어도 하루 3~5시간의 파트타임 일거리만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동시간 등을 고려하면 좋은 조건이 못 된다. 그래서 파트타임 일만 하다가 금방 떠나간다. 공공에서 운영하는 아이돌봄서비스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아이돌보미 수요에 비해 공급이 현저히 모자란다.

▲2024년 기준 아이돌보미의 시간당 기본 시급은 1만110원이다. 아이돌보미가 '시간제 기본형'으로 아동 1명을 주 5일, 하루 4시간씩 돌본다는 조건을 설정하고 활동수당 모의계산을 해봤더니 총 활동수당은 주당 20만2,200원으로 나왔다. 출처: 아이돌봄서비스 아이돌보미 홈페이지

서울시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번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신청 가구 중에서도 68.0%는 하루 4시간 이용을, 13.1%는 하루 6시간 이용을 희망했다. 80% 이상이 하루 4~6시간 시간제로 도움을 받기를 원했던 것이다. 아마도 오후 시간에 신청이 몰렸을 것이다. 그래도 서울시는 어떻게든 가사관리사 100명을 수요자와 매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아이돌봄서비스 운영 과정에서도 매치에 이 정도로 공을 들여서 수요자 측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돌봄 노동자인 아이돌보미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처우 개선 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한다면 공공에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여지가 충분히 있지 않을까?

질문 셋. 가사인가, 돌봄인가?

이번에 입국한 필리핀 노동자 100명을 부르는 공식 명칭은 '가사관리사'다. 지난해 고용노동부에서 가사노동자의 새로운 명칭으로 "가사관리사"를 사용하자고 홍보하기 시작했다. "도우미", "아줌마", "이모님" 대신 "관리사님"이라고 불러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페북에서 "필리핀 가사도우미"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언론은 '필리핀 이모' 또는 '필리핀 이모님'이 들어가는 기사 제목을 뽑는다.

▲2023년 9월 고용노동부가 온라인에 배포한 '가사관리사' 명칭 홍보 자료. 출처: 고용노동부 블로그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기본적으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어기버(Caregiver)'다.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소지한 돌봄자격증(Caregiving NC Ⅱ)은 돌봄 업무와 어린이 발달과정, 응급조치 요령 등에 관한 교육을 780시간 이상 이수해야 취득 가능한 고급 자격증이다. <머니투데이>도 홍콩에서 일하는 필리핀 가사도우미와 이번에 한국에 온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홍콩에 가는 노동자는 '도메스틱 헬퍼(Domestic Helper)'로서 케어기버보다 자격요건이 낮고 관련 교육 시간도 적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힘든 이유 중 하나는 가사와 육아를 동시에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설거지, 쓰레기, 빨래, 청소, 소독해야 할 물건들이 금방 쌓이기 때문에 아이와 눈 맞추고 웃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일을 맡긴다면 아기도 보면서 틈틈이 집안일도 처리해 주기를 바라게 된다. 그러나 그건 돌봄 수요자의 단순한 생각이고,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그런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다. 어린아이를 돌보다가 잠시라도 눈을 떼고 다른 일을 하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이유로 국내 시장에서 가사와 돌봄은 어느 정도 분리되어 있다. 서로 합의해서 아이를 돌보지 않는 시간에 가사 서비스를 일부 제공하는 특별한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돌봄과 가사는 구인 자체가 따로 진행된다. 여유 있는 가정에서는 파트타임 돌봄 서비스와 가사 서비스를 따로 이용한다. 그 정도의 여유가 없는 가정에서는 '3대 이모님'이라 불리는 식기세척기, 건조기, 로봇청소기를 모신다.

한국 고용노동부와 필리핀 이주노동자부가 맺은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기본 업무는 아이 옷 입히기와 씻기기, 기저귀 교체, 음식 먹이기, 아이 방 청소 등 아이 돌봄과 관련된 것들이다. 국내 돌봄 노동자의 업무 범위와도 대략 일치한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필리핀 가사노동자의 업무에 '동거 가족을 위한 부수적이고 가벼운(incidental and light) 가사 서비스'를 추가했다. 정부가 선정한 서비스 중개기관들은 부수적 업무에 어른 옷 세탁과 식기 설거지, 청소기·마대걸레를 이용하는 바닥청소 등이 포함된다고 안내한다.

돌봄과 가사가 모호하게 섞여 있다. 이렇게 되면 가정에서 가사노동을 요구할 경우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어디까지 수용하느냐를 두고 갈등이 생길 여지가 있다. 또 국내 돌봄 노동자와 가사 노동자의 업무 영역에도 다시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 아무리 봐도 정부는 돌봄서비스 시장과 가사서비스 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한 것 같다. 그리고 오 시장은 케어기버의 개념도 모르고, 그저 필리핀 노동자가 와서 100만 원쯤 받고 육아와 가사를 다 해주기만을 바라는 것 같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값싼 돌봄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버렸다. 돌봄과 관련된 중요한 정책을 논의하면서 아무도 '돌봄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정반대의 상상을 한번 해본다. 대통령이나 서울 시장이 돌봄 노동자를 직접 만나서 다음과 같은 감사 인사부터 했다면 어땠을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아이들과 고령자들의 돌봄을 맡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돌봄은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일이고 미래의 성장 동력을 준비하는 일이다. 말로만 감사하다고 하지 않고, 앞으로 여러분이 일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저임금에 고통받는 일은 없도록하겠다." 이렇게 출발했다면 정책도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너무 이상적인 생각일까?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할 필리핀 노동자들이 지난달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는 더불어삶 회원들과 함께 해고노동자 지원, 인터뷰, 강연 기획 등 노동 현장에 도움 되는 활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모순을 파악하고 공론화하는 일에도 기여하고 싶어서 경제 뉴스와 각종 문헌을 뚫어져라 들여다본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더불어삶 뉴스레터 구독 링크 https://livetogether.substa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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