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진실 향한 걸음, 함께 하겠다” 약속·다짐으로 채워진 이태원 참사 2주기

“지치지 않도록, 외롭지 않도록 함께 해달라” 유가족 호소에 시민들 “함께 하겠다” 화답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및 참석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2024.10.26 ⓒ뉴스1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사흘 앞두고 이태원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수많은 시민이 모였다. 이태원 참사가 유가족들은 여전히 ‘진상규명’을 목 놓아 외쳤다. 유가족들의 간절한 외침에 참가자들은 “함께 하겠다”고 화답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26일 이태원 참사 당시 압사 위험을 처음으로 신고된 오후 6시 34분 서울광장에서 2주기 시민추모대회를 열었다. 서울광장은 이태원 참사를 상징하는 보라색 옷을 입은 유가족들과 시민들로 가득 찼다. 해가 지며 서늘해진 날씨에도 참가자들은 2시간 이상 이어진 추모대회를 끝까지 지켰다.

이날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위해 시민들의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지난 2년여간 거리에서 싸우며 힘들게 출범시킨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첫발을 내딛었지만, 여전히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향한 길이 멀고 험난하다는 것이다.

현재 참사 책임자들 중 극히 일부의 공직자들만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다. 그나마도 윗선으로 꼽히는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은 최근 이뤄진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10.26. ⓒ뉴시스

고 이주영 님의 아버지인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눈물과 애환의 산증인들이 있다. 가족을 잃고 평생을 고통스러운 멍에를 메고 살아가야 하는 4월의 세월호, 그리고 10월의 이태원, 또 수없이 많은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들이 그분들”이라며 “이런 사회적 참사가 수십년이 지나도 반복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더 이상 이 나라에 이러한 불행이 반복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에서 두 번 다시 재난참사로 고통받는 이들이 없도록 한 걸음 나아가는 주춧돌이 되고자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참사를 겪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피해당사자로서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사회 각계에 당부하는 말을 남겼다.

우선 정부와 여야 정치권을 향해 “이태원 참사는 정쟁의 도구로 소모되어서는 결코 안 될 엄청난 국가적 재난 참사”라며 “그러므로 이 참사가 정치권에 부여하는 의미를 깊이 되새기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을 진지하게 이행해 주실 것을 진심으로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를 향해선 “참사 직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안전사회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활동하고 함께 걸어주셨던 것을 기억한다”며 “이제 막 걸음을 뗀 진상조사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감시자이자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을 부탁드린다. 진상을 규명하고 그 책임을 묻는 과정에, 그리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그 긴 과정에 지치지 않는 걸음으로 함께해달라”라고 호소했다.

끝으로 시민들에게도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2년간 여러분들이 보여주신 연대는 우리 유가족들이 버텨온 힘이자 위로였고 응원이었다. 또한 왜곡된 시선으로 악의적인 모욕과 폄훼를 퍼붓는 이들로부터 우리를 버티게 해 준 힘이었다”며 “그러나 이태원 참사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이는 수많은 생존피해자와 목격자들이 이태원 참사를 이야기하고 기억하는 일을 주저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들에 맞서 이태원 참사를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함께 해달라”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우리는 잃어버린 꿈들의 잃어버린 진실을 찾기 위해 기나긴 여정을 내딛고 있다”며 “그 긴 여정에 지치지 않도록, 외롭지 않도록 함께 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거듭 호소했다.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맡은 송기춘 특조위원장은 이날 추모대회에 참석해 “유가족들의 애끓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송 위원장은 “위원회는 2년 전 10월 29일 밤의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 왜 희생자와 피해자들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들이 행해졌는지, 왜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는지,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이러한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우리들이 제기할 수 있는 모든 의문과 요청에 답하고자 한다”며 “우리는 참사 원인을 밝히는 것을 넘어서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조건을 확보하고 그런 환경을 어떻게 만들지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위원장은 “위원들은 추천된 정당과 무관하게 활동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참사 원인을 밝히고 책임 소재를 규명하려 한다. 특조위원 9명의 뜻과 마음도 결코 다르지 않다”며 “위원회가 가지는 권한의 한계에도 많은 분들이 진상규명 작업에 함께할 것으로 믿는다. 진실은 밝혀지고 거짓은 드러나지 않을 리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 초 야당이 통과시킨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지난 5월 여야 합의로 수정안이 통과되면서 특조위는 어렵게 출범했다. 첫 회의는 지난 9월 개시됐고, 활동 기간은 조사 개시 결정일로부터 1년이며 3개월 이내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 가능하다. 특조위는 참사 발생 원인과 수습 과정, 후속 조처 등 참사 전반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유가족들이 여는 공연을 바라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4.10.26 ⓒ뉴스1

유가족들, 정부와 국회 향해 “정치가 해야 할 역할 해달라” 당부
여야 7개 정당 대표들, 한목소리로 ‘특조위 지원’ 약속


유가족들의 간절한 호소에 정치권도 화답했다. 추모대회에는 여야 7개 정당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특히 야당 대표들은 참사에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정부를 질타하며,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국회의 역할을 약속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책임지지 않는 권력은 폭력이다. 이태원 참사가 인재라는 증거가 차고 넘치지만 참사의 책임자는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고 있다”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통과됐지만, 특조위 임명은 지체됐고, 예산과 인력 지원은 요원하다. 과연 정부가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엄벌할 수 의지가 손톱만큼이라도 있는지 심각하게 따져 묻게 된다”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특조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과 인력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며 “반드시 참사의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고 책임져야 할 이들이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함께 분노하고 싸우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도 “그날 국가와 정부가 제 역할을 다했다면 수많은 생명을 잃는 어처구니없는 비극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가족들은 진실과 정의를 밝히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워왔지만 참사를 둘러싼 책임 있는 이들은 하나둘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조위가 2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고, 조사 권한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정부를 상대로 한 증거와 자료 확보가 필요한 조사이기 때문에 앞으로 길고 지난한 싸움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혁신당은 특조위 활동에 최대한 협조하고 지원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지난 2년간 온갖 난관을 헤치고 싸워 마침내 특조위를 출범시키며 진실을 향한 한 걸음을 내딛고 국민을 대신해 맨 앞에서 싸워준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상임대표는 “어렵사리 출범한 특조위가 여러 악조권을 뚫고 감춰진 진실의 문을 열고 책임자 처벌로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진보당이 함께 하겠다”며 “진실을 감추고 잘못을 사과하지 않는 공직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생각조차 없는 불의한 권력에 맞서 시민과 함께 손잡고 싸워 나가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처럼 야당 대표들의 발언이 끝날마다 참가자들은 환호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반대해 온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무대에 오르자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거센 항의와 야유를 보냈다.

추 원내대표는 “다시는 이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할 뿐”이라며 “특조위의 피해구제심의위원회와 추모위원회도 조만간 출범한다. 관련 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주어진 역할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 대한민국의 모든 시간과 공간에 국가가 존재함을 느낄 수 있도록 국회가 무한한 책임감을 갖고 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을 향한 항의는 추 원내대표의 발언을 끝내고 내려올 때도 이어졌다. 한 유가족은 추 원내대표가 무대에서 내려가자 “어디서 발언을 하느냐”고 소리쳤다.

이날 추모대회에서는 특별한 추모 공연이 준비 돼 시민들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가수 하림이 오래된 지인이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인 최정주 씨(고 최유진 님 아버지)가 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직접 작사, 작곡한 추모곡 ‘별에게’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하림의 노래가 시작되자, 참석자들은 희생자들을 향한 마음이 하늘에 닿을 수 있도록 휴대전화의 플래시를 켜고 함께 추모곡을 들었다.

한편 유가족과 시민들은 시민추모대회에 앞서 참사가 발생했던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4대 종단 기도회를 진행한 뒤, 용산 대통령실을 거쳐 서울광장까지 행진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 뒤로 서울시청이 이태원참사를 추모하는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다. (공동취재) 2024.10.26. ⓒ뉴시스

“ 윤정헌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용산의 '하트 여왕'과 '이상한 나라'의 한동훈

[박세열 칼럼] '정권 재창출' 의지가 없는 대통령, 그리고 대선주자 한동훈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10.26. 05:02:20

중국의 대문호 루쉰을 인용할 때도 느꼈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좌파 작가의 작품을 곧잘 인용한다. 좋은 일이다. 이번엔 자본주의의 모순을 파헤쳐 온 무정부주의자 어슐러 르 귄의 SF 소설을 인용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이슈들이 모든 국민들이 모이면 얘기하는 불만의 1순위라면 마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처럼 더불어민주당을 떠나는 민심이 우리에게 오지 않는다."(한동훈 대표, 23일 확대당직자회의)

이 말엔 몇 가지 중요한 상황 판단이 들어있다. 먼저, 한 대표는 '보수 결집'보다 '중도 확장'이 중요하다는 걸 안다. 둘째, '김건희 리스크'가 지금 중도 확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유죄가 선고될 경우 민주당에 마음이 가 있던 '중도층', 그들이 한 대표가 포섭해야 할 '타겟'이다.

해법은 제대로 짚었지만, 중요한 건 한 대표가 처한 상황이다. 한 대표가 언급한 오멜라스는 어슐러 르 귄의 단편 소설 속에 등장하는 부조리한 유토피아다. 왕도, 노예도, 경찰도 없는 오멜라스의 사람들은 행복하지만, 그 행복은 한 어린아이의 비참한 삶을 집단적으로 방치함으로 얻어진 행복이다. 오멜리스가 행복한 건 양심의 가책을 느낀 사람들이 오멜라스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멜라스엔 '양심'과 '행복'을 교환한 사람들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영원히 '행복함'을 유지할 수 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을 소설 속의 오멜라스에 비유하고 있는데, 정작 한 대표 본인이 처한 상황은 여왕이 통치하던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토끼굴이다. 오멜라스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보다, 하트 여왕이 통치하는 이상한 나라를 헤매고 있는 한 대표의 처지가 더 딱해 보인다.

지난 21일 윤-한 차담은 여러모로 괴이한 회동이었다. '윤석열 원더랜드'의 문을 열고 혈혈단신 용산에 발을 디딘 한 대표를 에워싼 건 대통령이 거느린 수많은 카드 병정 같은 참모들이다. 소설 속에서 하트 여왕이 주관하는 기묘한 크로켓 경기를 본 앨리스는 기겁한다. 공은 살아있는 고슴도치고 방망이는 살아있는 플라밍고다.

카드 병정들이 손과 발을 사용해 고슴도치가 통과할 아치를 만들고 있었다. 하트 여왕은 게임을 도중 '저놈의 목을 베어라'라고 연신 소리를 지르고 있다. 크로켓 경기가 끝날 때쯤엔 모든 병정들이 목을 베이는 형을 선고받는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사는 세계는 보통의 정서로 설명될 수 없다. 지난 4월 총선 참패 원인은 한동훈이어야 하고, 지난 당대표 선거에선 원희룡 대표가 선출돼 있어야만 하는 세계다. 카드 병정을 거느리며 국정을 주무르고 있는 하트 여왕이 왜 문제인지 왕은 잘 모른다.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여왕이 '목을 베라'고 명령을 내렸는데, 사형 집행인은 '몸이 없는 머리는 벨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고, 하트 여왕의 남편인 왕은 '모든 머리는 벨 수가 있다'며 하트 여왕을 대신해 아무런 의미도 없는 논쟁을 벌이며 국사를 논하고 있는 기괴한 형국. 하트 여왕은 왕과 재판관을 향해 "선고를 먼저 내리고 재판은 나중에 하라"고 소리치고 있다.

현실로 돌아와 보자. 대통령은 "집사람이 많이 힘들어한다"며 "활동을 많이 줄였는데 그것도 과하다고 하니 더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고, "(한동훈이) 나와도 계속 일 해 왔지만 나와 내 가족이 무슨 문제가 있으면 편하게 빠져나오려고 한 적이 있나"라고 오히려 반문한다. '김건희 라인' 참모들을 경질하란 요구엔 "누가 어떠한 잘못을 했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얘기를 해줘야 조치를 할 수 있지 않나"라며 거부했다. 대통령실이 공개한 회동 사진엔 '김건희 라인' 의전비서관과 한 대표가 같은 프레임 속에서 박제됐다. 굴욕적이다. 하긴, 이상한 나라에 온 건 앨리스의 잘못이지, 애초에 하트 여왕의 잘못은 아니다.

하트 여왕으로부터 '머리를 베어라'라는 선고를 언도받고 재판정에 선 앨리스가 지금 '오멜라스'를 바라보며 걱정을 하고 있는 꼴이다. 소설 속 앨리스는 여왕을 향해 "말도 안되는 헛소리"라며 "너흰 그냥 카드 한 벌일 뿐이야"라고 외친 후 꿈에서 깨어나게 된다. 한 대표는 그럴 수 있을까?

'윤-한 회동'에서 성과가 있다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권 재창출' 의지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는 점이다. 한 대표는 당대표에 출마하며 "정권 재창출"을 강조하며 "만약 1년 뒤쯤 그게 저라면 저는 당연히 (대선에) 나온다"고 말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 범어사를 찾아 '무구무애(인생을 살면서 허물이 없어 걸릴 것이 없다)가 적힌 족자를 받아 들고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다짐했다.

대선 주자 한동훈의 목표는 '정권 재창출'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럴 의지가 없다. 한 대표는 '중도 확장'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럴 의지가 없다.

앨리스가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여왕을 향해 반기를 들었듯, 한 대표가 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한다면 '차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한 대표는 지금 겹겹의 딜레마에 처해 있다. 첫째, 한 대표가 인식하고 있는대로 '중도 확장'을 목표로 한다면 대통령과 영부인을 둘러싼 의혹을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 대통령의 경우엔 한 대표가 약속한 채상병 특검이 해법이 될 것이고, 영부인의 경우엔 김건희 특검이 해법이 될 것이다. 이 경우 대통령 탈당, 나아가 '분당'까지 각오해야 한다.

둘째, 한 대표가 설사 분당을 막고 보수 단일 대오를 유지하며 대통령 부부에 대한 처분을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데 성공했다 치자. 본인이 대권을 꿈꾼다면 대한민국 유권자들이 '검찰 대통령'을 연속 두 번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명분을 제공해 줘야 한다. 한 대표가 언급한 어슐러 르 귄의 오멜라스는 지금 검찰의 모습과도 같다. 영부인의 범죄 혐의를 방치한 대가로 '영원한 행복'을 구가하고 있는 '검찰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붙잡기 위해선 친정을 향해 개혁의 칼을 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 대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이 어려운 일들을 전부 해낼 수 있는가? 욕심을 버리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사즉생이다. 보수를 살리고 본인의 대권을 포기할 때, 오히려 길은 열릴 수도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대통령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여권서 확산되는 위험천만한 전쟁 개입론...“소시오패스적 발상”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4.10.01. ⓒ뉴시스


부정확한 북한군 참전설을 빌미로 우리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해야 한다는 취지의 도를 넘은 주장이 여권에서 확산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직접 공급 방안을 시사했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파병된 북한군에 인명 피해를 입혀 대북 심리전에 활용하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포착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공동언론발표 자리에서 “우리는 대원칙으로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는데, 더 유연하게 북한군 활동 여하에 따라 더 유연하게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원식 안보실장과 한기호 의원의 메시지 내용은 충격적이다. 같은 날 ‘이데일리’ 카메라에 포착된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한 의원은 신 실장에게 “우크라이나와 협조가 된다면 북괴군 부대를 폭격, 미사일 타격을 가해서 피해가 발생하도록 하고 이 피해를 북한에 심리전으로 써먹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신 실장은 “넵 잘 챙기겠습니다. 오늘 긴급 대책회의했습니다”라고 답했다. 한 의원이 이어 “파병이 아니라 연락관도 필요하지 않을까요”라고 보냈고, 신 실장은 “그렇게 될 겁니다”라고 답했다.

북한 파병설에 관한 정보의 정확성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 비해 여권에서 언급되는 이러한 대응 방식은 다소 과도해 보인다. 이렇게 강경 일변도의 대응 발언들이 여과 없이 나오는 일이 누적·확산되는 건 분명한 불안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들의 반복이 자칫 빌미로 작용해 북한과 수위 높은 말싸움이 오가면서 남북간 군사적 긴장에 불을 지피거나,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 입장에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레드라인을 넘나들기라도 한다면 지금보다 높은 차원의 안보 위기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군·정보 당국이 현재까지 확보하고 있는 정보는 북한군 3천여 명이 러시아 동부 연해주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것이 전부다. 지난 6월 양국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맺은 이후 그에 따른 새로운 군사·안보 협력 차원인지, 전장에 용병으로 투입하기 위한 목적인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보다 더 높은 정보력을 가진 미국도 북한의 전투병 파병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3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에 참가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했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군의 이동 목적에 대해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 패트릭 라이더 대변인이 그 전날 북한군 이동과 관련해 “북한과 러시아 관계 각각의 측면과 수년에 걸친 양국의 정보·훈련 교류는 그 자체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오늘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비준됐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것이다. 그 조약 4조의 이행과 관련된 협상을 (북한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북러 조약 4조는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면 다른 한쪽이 지체 없이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푸틴 대통령의 말은 전황에 따른 불확실한 미래의 일이다. 객관적인 현재의 전황을 러시아가 현재 동맹국의 군사 원조를 받을 만큼 시급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군 파병 정보에 관한 국제사회의 공식적인 판단과 우리 여권의 대응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야권에서는 우려와 비판이 거세다.

외교·안보 전문가인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전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만약 트럼프가 당선이 돼서 전쟁을 끝내면, 만약 그 전에 우리가 살상 무기를 보내버리면 전쟁이 끝난 상태에서 한러 관계는 회복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며 “우리가 왜 이렇게 앞서가느냐”고 꼬집었다.

설사 전투병 참전설이 사실이라는 가정하에서도 김 의원은 “북한도 비판해야 되고 러시아도 비판해야 되고, 한미일이 같이 공조해야 되는 문제가 분명히 맞다다. 그러나 그게 우리가 미리 입장을 정해놓으면서 우리 스스로 올가미를 맬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90여 명은 25일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윤석열 정권의 전쟁 조장, 신북풍몰이 규탄대회’를 열고, 정부·여당의 긴장 조성 국면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신 실장과 한 의원이 주고받은 메시지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사주하고 한반도에 전쟁을 불러들여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겠다는 저 극악무도한 발상을 우리가 용서할 수 있나”고 했다.

또한 “(이들은) 한반도에 전쟁을 불러들여 정권이 맞이한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위험천만한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며 “정권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민의 생명쯤이야 아무렇지 않게 희생할 수 있다는 소시오패스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살상 무기 지원 가능성 발언에 대해 “추가적으로 더 드릴 말이 없다”고 했고, 신 실장-한 의원 메시지 내용과 관련해서는 “의례적인 응대였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 강경훈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일본의 한반도 재진출 부를 미·일 주도 신냉전 동맹체제 반대"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10/26 08:01
  • 수정일
    2024/10/26 08:1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야3당·시민사회, 독도의 날 맞아 일본과의 군사협력 중단 촉구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10.25 23:55
  •  
  •  댓글 0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 3당은 2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의 영토주권과 역사정의를 훼손하는 한일군사협력 추진을 즉각 멈추라"고 함께 외쳤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 3당은 2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의 영토주권과 역사정의를 훼손하는 한일군사협력 추진을 즉각 멈추라"고 함께 외쳤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5회째를 맞는 '독도의 날'인 25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 3당과 시민사회가 노골적으로 독도강탈을 꾀하는 일본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려는 윤석열정부를 규탄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 3당은 2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민국의 영토주권과 역사정의를 훼손하는 한일군사협력 추진을 즉각 멈추라"고 함께 외쳤다.

먼저 윤석열정부에서 역사적으로, 또 실효적으로 우리 고유영토인 독도의 존재를 지우려는 여러 시도가 끊이지 않고, 일본이 2022년 국가안전보장전략 개정판에 '독도를 자신들의 고유영토'로 최초 명시하는 등 영토주권에 대한 노골적 침해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에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않는 행태를 문제삼았다.

한일역사정의행동 공동대표인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공동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주권의 핵심인 영토주권을 침해하려는 나라와 군사동맹을 구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협력각서 체결(한미일 군사훈련 정례화,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강화 등) △한일군수지원협정(ACSA) 체결 움직임(김선호 국방부차관 국회 국방위원회 발언) △한일상호접근협정 추진(자위대 한반도 진출 뒷받침) 등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나아가려는 정부의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해야 한다'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구상에 대해 '구체화되면 협의하겠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비친 정부의 태도는 미일 주도하의 배타적 군사동맹 구축과 역내 긴장격화에 대한 우려를 한층 높이고 있다"고 경계했다.

또 한일군사협력 추진과 함께 일본 제국주의의 불법적 침략을 미화하고 친일 협력을 합리화하는 등 '친일 역사쿠데타'를 감행하여 '우리의 미래마저 식민지화'하려 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군사동맹 정책 기조를 강력 비판했다.

야 3당과 시민사회는 "우리는 군사기밀을 내어주고, 영토주권을 내어주며 역사정의를 내어주면서 일본의 군화발을 다시 한반도로 끌어들이려는 정부의 한일군사협력 추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사회를 대표해 이홍정 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은 "우리는 일제를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고 자위대의 재무장과 한반도 진출을 정당화하는 한일 군사협력을 반대하는 동시에 이를 매개로 구축되는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체제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한일 군사협력 체제를 작동시키는 미국의 패권주의적 욕망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전쟁 시기에 구축된 미일, 한미 양자 간 냉전 군사동맹을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확정하기 위해 노력해 온 미국이 마침내 윤석열정권의 대미 종속 외교와 대일 굴욕외교를 매개로 한일관계의 걸림돌인 역사적인 문제를 안보우선주의에 입각해 가해자 입장에서 타협하고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의 길을 강제한 것"이라고 하면서 "이는 미중 패권경쟁이 치열하게 작동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일극패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신냉전 분열 정책으로서 결국 북중러 동맹체제를 강화하여 한반도의 영구 분단과 민족 공멸의 핵전쟁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독도지우기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은 "독도는 단순한 섬이 아니라 국민의 자존심이자 주권의 상징"이라며, 독도지우기에 여념이 없는 윤석열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호시탐탐 독도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는 일본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독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독도에 대한 잘못된 표기를 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외교안보특별위원장은 "한미일 군사협력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묵인'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이 숨어 있다"며 "윤석열정부는 '독도지우기'라는 위험한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독도 수호의 굳건한 의지를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혜경 진보당 원내대변인은 "독도의 날에 국민들이 독도를 잃을까봐 걱정하는 건 윤석열정부의 역사 지우기 행보가 계속되기 때문"이며, "일본정부가 말도 안되는 독도지우기에 몰두하는 건 그들의 군사 야욕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격변하는 국제정세속에 국익 우선의 신중한 외교는 커녕 일본 군대의 손을 잡고 뛰어들겠다는 윤석열정부의 위험천만한 사고 방식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태원 2주기, 세은 아빠의 다짐 "이름 없는 조의금, 사회에 돌려드릴 것"

 
[인터뷰] 유가족 진정호씨 "연대와 지지가 버팀목, 26일 추모대회 함께 해주세요"
24.10.25 17:34l최종 업데이트 24.10.25 17:34l
 
 이태원 참사 당시 상황을 전하는 진정호 씨 (사진 : 정민구 기자)
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는 많은 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중에서도 딸 세은이를 잃은 진정호씨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참사 2주기를 맞아, 진씨는 딸과의 추억과 그날의 충격적인 경험을 되새기며 인터뷰에 응했다.

세은이는 집안의 막내로,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았고, 여행을 좋아하던 세은이는 항상 주변에 웃음을 주던 존재였다.

"세은이는 집안에서는 제 편이었어요. 엄마와 큰딸이 저에게 잔소리를 하면 세은이가 저를 위로해 주곤 했죠. 제가 운전할 때 졸까 봐 옆에서 계속 얘기해 주는 딸이었어요."

진씨는 딸과의 소중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참사가 있던 날, 세은이와 언니는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며 집을 나섰다. 세은이는 이태원으로 언니는 홍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세은 엄마가 TV에 속보가 뜨는데 아이들이 전화를 안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저기 전화를 하는데 1시쯤 전화가 왔어요. 세은이가 깨어나서 엄마 이름하고 전화번호를 얘기한 거예요."

이름도 쓰여있지 않은 조의금 봉투들

 
 제주여행에서 딸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진정호 씨 (사진제공 : 진정호)
정신없이 병원으로 향했다. 수술에 필요한 동의서를 작성하고 나니 세은이를 중환자실로 옮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치의는 세은이가 너무 힘들어해서 수술실까지도 옮기지 못하고 중환자실에서 수술을 진행해야겠다고 전했다.

"부모로서 무얼 할 수 있는지 의사에게 물었어요. 그랬더니 혹시라도 필요할 수 있으니 지정 헌혈을 해놓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큰딸이 이런 사연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는데 한 5분쯤 지났을까, 병원에서 막 쫓아오더라고요. 지정 헌혈 문의가 너무 많아서 병원 업무가 마비됐다고 연락처를 좀 바꿔달라고요."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날 세은이를 살리겠다고 지정 헌혈에 나선 이가 200명이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은이와의 이별은 막을 수 없었다. 병원으로 옮긴 지 사흘 만의 일이었다.

"솔직히 아무 생각이 안 들었다는 게 맞을 거예요. 그리고 정말 무서웠어요. 아내와 큰딸을 다독이면서도 무서운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어요. 한참 나이 어린 처남한테 무섭다고, 같이 있어달라고 부탁했어요."

담담히 이야기를 풀어나가던 진씨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이 젖어있었다. 이제는 나아졌는가 싶은 아픔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진씨는 장례를 은평에서 치러야 하나 싶은 고민을 할 새도 없이 세은이가 입원했던 병원에서 떠나보내야 했다.

 
 시민들이 보낸 따뜻한 연대에 감사함을 전하고 있는 진정호 씨 (사진 : 정민구 기자)
"누구한테 뭘 알려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장례식장에 잘 모르는 시민들이 조문을 오시기도 하고 나중에 장례 정리하면서 조의금 들어온 봉투를 보니 누군지 이름도 쓰여있지 않은 봉투가 너무 많이 나오는 거예요. 이렇게 받은 마음을 다시 사회에 돌려드리고 후원을 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세은이를 잃은 마음을 달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저 세 식구가 의지하며 집안에 머무른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차 기숙사 생활을 했던 세은이의 짐을 정리하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 같은 방을 쓰던 친구도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었다. 친구 아버지를 만나 같이 울고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공감하고 위로를 나눌 수 있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걸어 온 500km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하지 말 것을 촉구하기 위해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이 용산집무실 앞을 찾았다. ⓒ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유가족 모임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친구 아버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처음으로 위로받고 공감받을 수 있었어요. 그제야 모임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조금씩 뉴스를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그전에는 뉴스고 뭐고 전혀 안 보고 있었는데 뉴스를 보다 보니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많더라고요. 위험 신고가 계속 들어갔는데도 왜 경찰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을까, 사고 이후에 사고처리는 왜 그렇게 밖에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죠."

같은 생각과 의문을 품은 가족들이 하나 둘 모여 유가족협의회가 만들어졌고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국민이 이렇게나 많이 죽었는데 대통령이 사과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행안부장관은 뭘 하고 있는 건가?

"시민단체 계신 분들, 변호사 분들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고 조언을 해주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보니 맞아요. 그래서 국회에 요구를 하게 됐죠. 특수본에서 내놓은 결과는 그냥 공중 유체 현상이라는 말밖에는 없었어요. 누구를 기소하지 않겠다는 설명만 13장이고 누구를 기소한다는 말은 없었어요. 저희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다, 제대로 조사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죠."

유가족들은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는 처벌해달라는 요구를 하며 행진을 1년 반 이상 이어갔다. 진종오씨는 그동안 행진한 거리를 계산해 보니 500km가 넘는다고 전했다. 속상하고 화가 났지만 행진하고 시민들에게 호소하는 것 외에 달리할 수 있는 방법도 많지 않았다.

"그렇게 1년 반을 다니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고요. 이후에 다시 특별법이 통과됐고 특조위가 구성이 되었죠."

참사 당일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 지역에 많은 인파가 모였고 좁은 골목길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인파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적절한 안전 대책이나 인력 배치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고됐고 특히 경찰과 안전 요원의 수가 부족하여 상황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 후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일었다. 긴급 구조와 응급처치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일 거라는 건 충분히 예측 가능했죠. 실제로 경찰도 용산구청도 몇십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니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공식 문서도 있어요. 그런데 다들 설마 했다는 거예요. 그날 최초 신고가 6시 34분에 있었는데 그 뒤로도 계속 신고전화가 들어왔어요. '긴급 레드'가 계속 떴는데 왜 현장에 안 갔냐고 물어보면 그냥 관행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인근 파출소 옥상에서 현장이 다 보여요. 그리고 한 50m 거리에 소방서가 있어요. 참사가 일어났는데 거의 2시간 동안 뭘 한 건가요?"

진씨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 묻어났다. 위험신호가 계속 뜨는데도 괜찮겠거니 하고 넘긴 안일한 인식이 사고를 불러온 셈이다. 매년 배치했다는 안전요원은 왜 하필 그때는 없었을까, 왜 구청과 경찰은 위험상황을 예측하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을까, 생각할수록 의구심과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시민들의 지지로 버티고, 악성 댓글에 상처받는 유가족들

 
 이태원 사고 재난심리지원 현장상담소의 모습 (사진 : 김연웅 기자)
유가족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인터넷에 달린 악성 댓글이다. 온라인상에서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악성 댓글과 비난이 이어졌다. 악성 댓글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추가적인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댓글을 읽다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도 많아요. 분향소를 지킬 때 어떤 분들이 지나가면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는 일이 있어요. 그래도 그냥 넘기는데 댓글은 정말 아프더라고요. 언론사에도 관련 기사에는 댓글 창을 닫아달라고 부탁하는데 그렇게 해주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어요.

한 번은 분향소를 지키는데 어떤 분이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또 다른 아이는 손을 잡고 가더라고요. 아이가 엄마한테 '저 언니들은 왜 저기 있어?' 하고 물으니 '너도 엄마 말 안 들으면 저렇게 돼' 하며 지나갔어요. 어찌 보면 정말 아무렇지 않은 말일 수도 있지만 저는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우리 세은이는 정말 말 잘 듣는 아이였거든요."

 
 딸 세은과의 즐거운 순간 (사진제공 : 진정호)
가족을 잃은 아픔, 말도 안 되는 비난 속에서도 힘겹게 버틸 수 있는 힘은 그래도 연대와 지지의 마음을 모아주는 시민들 덕분이다. 지나가면서 손을 잡아주는 시민,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는 시민, 춥다고 핫팩을 전해주는 시민 그리고 유가족이 모일 수 있도록 노력해 준 시민대책 회의가 유가족을 일으켜 세웠다.

"이 분들 덕분에 다시 밥을 먹을 수 있게 됐죠. 세월호 참사 유가족분들도 많이 도와주셨어요. 이 분들은 저희에게 계속 미안하다고 말씀하셔요. 뭐가 미안한가 물으면 제대로 세월호 참사 문제를 해결했으면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무슨 말인가 했어요. 그런데 오송 참사가 일어나는 걸 보고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됐어요."

오송 참사는 2023년 청주시 오송읍에서 발생한 홍수 사고로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인근 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차를 타고 그곳을 지나던 14명이 사망했던 사건이다. 자연재해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사전 대비와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사건이다.

 
ⓒ 은평시민신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 회의는 21일 참사 현장 앞에서 '2주기 집중 추모 기간'을 선포하고 '시민들의 연대'를 호소했다. 이들은 최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진상 규명의 불씨가 꺼지지 않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6일에는 서울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가 열려요. 그날 이태원역에서 4대 종단에서 기도회를 해주기로 하셨어요. 기도회가 끝나면 대통령실 앞으로 해서 서울시청까지 행진할 계획입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갖고 함께해 주시면 좋겠어요."

진씨 가족은 매주 세은이가 잠들어있는 옥천을 향한다. 세은이 아빠와 엄마 그리고 언니는 서로를 지키고 의지하며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 세은 아빠 진정호 씨는 "우리는 평범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은평주민이고 사회적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가슴 아프게 바라보던 보통 시민이었다"라며 "참사는 어느 날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기억해 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이태원참사2주기#세월호참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건설노동자 고공농성 23일째, 심근경색에도 단식 투쟁 불사

  • 기자명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4.10.24 22:52
  •  
  •  댓글 0
 
 

심근경색에도 단식 투쟁 불사한 장옥기 위원장
임금 삭감 철회 쟁취하는 지역 늘어나
"11월 9일 저 위에 있는 동지들과 함께 내려가겠다"

지난 2일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문승진 사무국장과 경기도지부 김선정 부지부장이 일당 2만원 삭감안 철회와 건설 노동자 고용입법안 제정을 요구하며 여의2교 인근 광고판에 올라가 농성을 시작했다. ⓒ한경준 기자
지난 2일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문승진 사무국장과 경기도지부 김선정 부지부장이 일당 2만원 삭감안 철회와 건설 노동자 고용입법안 제정을 요구하며 여의2교 인근 광고판에 올라가 농성을 시작했다. ⓒ한경준 기자

지난 2일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문승진 사무국장과 경지도지부 김선정 부지부장이 국회가 보이는 여의2교 인근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건설노조는 매주 목요일 18시 30분 농성장 인근에서 ‘건설노조 투쟁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24일 건설노조 문화제에 함께 했다.

여의2교에 다다르면 건설노동자들의 요구가 담긴 대형 현수막이 눈에 띈다. 건설노조는 ‘내국인 우선고용 보장하라!’, ‘건설노동자 고용입법안 제정하라!’는 요구를 내걸고 있다.

건설 노동자들은 이른바 ‘노가다’라고 불리며 사실상 하층민 대우를 받았다. 이러한 인식은 건설 현장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건설 현장은 누가 하나 죽어도 모르는 죽음의 현장, 식사와 배변 등 기본적인 권리도 지켜지지 않는 비인간적인 현장이었다. 건설노조가 만들어지고 투쟁을 통해 단체 협약과 일자리 보장, 노동자를 위한 안전한 현장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건폭몰이를 하면서 노조를 탄압하고 조합원들을 고용하지 못하게 압력을 넣었다. 그러면서 건설현장은 다단계 하도급, 외국인 인력으로 채워졌고 빈번한 부실시공으로 이어졌다.

문화제에는 건설 조합원을 비롯해 건설노조를 응원하고 고공농성하는 동지들을 지지하는 많은 연대단체 회원들과 진보당 등 진보정당 당원들로 가득 찼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단결의 열기는 문화제가 진행되는 장소를 훈훈하게 데웠다.

​24일 오후 18시 30분, 여의2교 고공농성장 인근에서 개최된 건설노조 투쟁문화제에서 장옥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경준 기자
​24일 오후 18시 30분, 여의2교 고공농성장 인근에서 개최된 건설노조 투쟁문화제에서 장옥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경준 기자

한편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은 22일, 고공농성 사태 해결을 촉구하면서 삭발하고 무기한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그는 2013년 투쟁하다 쓰러져 심근경색을 앓고 있다. 아직까지 약을 복용하는 등 단식 투쟁하기에 매우 위험한 몸 상태다.

장옥기 위원장은 “11월 9일 서울에 올라와서도 고공 농성을 하고 있는 저 동지들이 내려오지 못한다면 윤석열을 그냥 놔두고 내려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단식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건설노동자들에게는 칼을 들이대고 자기 패거리들의 죄는 묻어버리는 이런 권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용산 패거리를 퇴진시키는 것이 양회동 열사의 염원”이라며 “함께 투쟁해서 함께 승리하자”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이태환 수석부위원장은 “건설노조를 사수하는 것이 바로 민주노총을 사수하는 것”이라며 “양회동 열사의 유지가 살아있는데 주저하거나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11월, 12월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끌어내겠다는 결심을 조직하는 것이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라며 “건설노동자와 우리 국민들의 삶과 미래를 위해 윤석열 정권 끌어내리자”고 호소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11월 9일 노동자대회와 민중총궐기 성사를 위해 양경수 위원장이 전국의 현장을 순회하고 있다. 9월 12일 충북을 시작으로 강원, 울산, 제주, 인천, 대구, 경남, 경기, 부산, 전북의 현장에서 조합원들 만나서 11월 9일 윤석열 퇴진 투쟁에 함께 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24일 오후 18시 30분, 여의2교 고공농성장 인근에서 개최된 건설노조 투쟁문화제 ⓒ한경준 기자
​24일 오후 18시 30분, 여의2교 고공농성장 인근에서 개최된 건설노조 투쟁문화제 ⓒ한경준 기자

윤석열퇴진경기운동본부 이종철 상임대표는 “대통령 하나 잘못 뽑으면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윤석열 정권이 보여주고 있다”며 “2년 반 만에 어떻게 나라를 이렇게 망가뜨릴 수 있는가”라고 한탄했다. 그리고 “짙은 어둠은 여명을 예고하듯 우리의 저항이 곧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고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열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언제 사람이 죽어도 이상하지 않고 현장에서 제대로 먹고 싸는 것도 허용되지 않던 것이 건설 현장이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건설노조는 일당을 포기하면서까지 투쟁해 많은 것을 쟁취했고 우리는 건설노조에 큰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공 하늘 감옥에서 손짓하는 저 두 동지의 손을 맞잡고 사악한 정치와 건설 자본에게 반대한다 목소리 높여 달라”고 호소했다.

고공농성을 하는 건설노조 경기도지부 김선정 부지부장은 전화 통화를 통해 참가자들에게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건설 노동자들이 희망을 잃고 목숨을 끊는 소식이 올라오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없기에 우리는 이곳에 올라와서 투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옥기 위원장님의 단식 투쟁, 전국의 동지들이 함께 싸우는 그 힘을 믿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24일 오후 18시 30분, 여의2교 고공농성장 인근에서 개최된 건설노조 투쟁문화제에서 양회동 열사의 부인 김선희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한경준 기자
​24일 오후 18시 30분, 여의2교 고공농성장 인근에서 개최된 건설노조 투쟁문화제에서 양회동 열사의 부인 김선희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한경준 기자

양회동 열사의 부인 김선희 씨는 “조합원분들은 목숨은 걸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며 “오늘은 제가 그동안 받은 위로의 말을 드리겠다. 지치지 말자. 힘내시고 건강하시라”고 말했다.

건설노조 광주전남건설기계지부 정양욱 지부장은 “저 위에 있는 두 동지는 자랑스러운 건설노조와 위대한 우리 조합원 동지들의 단결력만 믿고 버티고 있을 것”이라며 “더욱더 힘있게 투쟁하고 단결하자”고 호소했다.

문화제를 마무리하면서 사회자는 “대구경북과 부산, 울산, 경남은 총파업으로 돌파했다”며 “다시 한번 힘차게 싸워보자”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파업가를 부르며 투쟁의 결의를 다졌다.

고공 농성장 인근에 설치된 응원 현수막 ​ⓒ한경준 기자
고공 농성장 인근에 설치된 응원 현수막 ​ⓒ한경준 기자
고공 농성장 인근에 설치된 응원 현수막 ​ⓒ한경준 기자
고공 농성장 인근에 설치된 응원 현수막 ​ⓒ한경준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충재 칼럼] '주술'에 빠진 대통령 부부

'영적대화' '장님 무사' '주술사' 해괴한 말 난무...대통령 부부 무속 심취, 국정 운영 영향 줬다면 심각한 일

24.10.25 06:07최종 업데이트 24.10.25 07:08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7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열린 오찬에 앞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부부와 기념촬영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온갖 의혹이 난무하는 '김건희 국감'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증인으로 출석한 강혜경씨의 주술 관련 발언이다. 명태균씨가 윤 대통령을 '장님 무사', 김건희 여사를 '앉은뱅이 주술사'로 칭하며 장님의 어깨에서 주술을 부리라고 얘기했다는 대목에서 소름이 돋았다. 명씨와 김 여사가 첫 만남에서 이런 '영적 대화'를 나눴다는 것도 황당하지만, 김 여사가 배후에서 국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더 기가 막힌 건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이 명씨의 '꿈'으로 인해 바뀌었다는 의혹이다. 강씨 증언에 이은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2년 윤 대통령 부부의 캄보디아 순방 당시 명씨가 "비행기가 떨어지는 꿈을 꿨다"고 김 여사에게 말하고 난 뒤 당초 예정된 앙코르와트 방문이 취소됐다는 것이다. 당시 앙코르와트 사원 방문은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의 배우자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한갓 사적 인물의 꿈 얘기를 듣고 외교 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건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여태껏 풀리지 않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취소 의혹은 또 어떤가.

윤 대통령 부부가 무속에 심취해있다는 사실은 대선 후보 때부터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김 여사는 대선 당시 공개된 '7시간 녹취록'에서 스스로를 비범한 무속인으로 자처하면서 "남편에게도 영적인 기가 있어 인연이 됐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토론에서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나와 국민을 놀라게 했고, 김 여사는 사주와 관상 등 점술을 소재로 박사학위 논문까지 썼다. 여기까지는 '참 희한한 부부'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대통령에 오른 뒤 국정에도 영향을 줬다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석연찮은 정책 나올 때 마다 무속 관여 의혹

대표적인 게 용산 대통령실 이전이다. 윤 대통령은 용산에 채 집무실이 마련되지 않았는데도 하루도 청와대에 머물 수 없다며 부리나케 옮겼다. "청와대는 터가 좋지 않아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녹취록에서 했던 김 여사 말 그대로다. 당시 무속인 누군가가 그런 주장을 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용산 졸속 이전으로 인한 막대한 예산 낭비 등 숱한 혼란과 폐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돌연 외교부장관 공관으로 바뀐 관저 이전은 또 어떤가. 무속인 천공 개입설이 돌자 조사에 나선 당국은 '무속인이 아닌 풍수전문가가 동행한 것'이라고 되레 큰 소리를 쳤다.

이게 끝이 아니다. 윤 대통령이 석연찮은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무속인 관여 의혹이 어김없이 뒤따랐다. '의료대란'의 발단인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역술인 천공의 본명인 '이천공'에서 왔다는 말이 돌았고,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천공의 "우리도 산유국이 된다"는 발언에서 비롯됐다는 음모론에 가까운 설이 난무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져도 납득할 만한 설명없이 지나가는 사례가 많기에 나타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명씨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부부와 자신의 관계와 관련해 "내가 (천공보다) 더 좋으니까 (천공이) 날아갔겠지"라고 주장했다. 명씨가 공개한 '오빠' 카톡에서 김 여사는 명씨를 '선생님'으로 지칭하고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하고, 완전히 의지한다고 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해괴하고 경천동지할 무속과 관련된 국정 개입 의혹이 나올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진다.

윤 대통령 부부 주변에 끊임없이 무속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은 홀로 설 능력이 되지 않아서다. 윤 대통령의 고시합격과 검사 선택도 무속인의 말을 따른 것이라는 김 여사 말처럼 윤 대통령 부부가 지금까지 이룬 것의 상당부분은 무속의 힘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 터다. 그러니 전혀 준비되지 않은 국정을 운영하려면 무속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역사를 보면 국가지도자가 국민 여론보다 무속에 의존하는 때는 국가가 극심한 혼란에 빠진 때였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인지 모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금투세 증시 폭락설’에 전문가들 “무지한 의원들 막말…영향 미미 입증”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10/25 09:49
  • 수정일
    2024/10/25 09:4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금투세 도입·유예 당시 코스피 추세 유지…손익통산 범위 확대로 합리성 제고

박상인 서울대학교 교수(왼쪽 두 번째)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금융투자소득세 본질 왜곡하는 쟁점들, 끝장 팩트체크 2회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10.24. ⓒ뉴스1
금융투자소득세를 시행하면 한국 증시가 폭락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투세 법안이 통과된 2020년과 시행이 유예된 2022년 증시가 급등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본 이탈 우려를 고려해 완화된 형태로 금투세가 설계됐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금투세는 비합리적이고 복잡한 금융 세제를 개편하는 목적인 만큼, 개인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는 설명이 따른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는 24일 경제개혁연대, 경실련, 민변 복지재정위원회, 포용재정포럼, 참여연대가 주최한 ‘금투세 팩트체크’ 기자간담회에서 “금투세를 도입하면 대만처럼 증시가 폭락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무지한 국회의원들의 막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금투세를 시행하면 증시가 폭락한다는 주장에 대해 박 교수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금투세 반대 진영은 대만이 1988년 금투세를 도입한 이후 증시가 36% 하락한 것을 근거로 든다.

박 교수는 “일본은 1989년 주식 양도 차익 전면 과세를 실시한 이후 오히려 증시가 올랐다”며 “한국은 대만과 일본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 따져보지도 않고 증시 폭락을 주장하는 건 기우”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금투세 시행이 증시 폭락을 야기한다면 그 효과는 앞서 국회에서 금투세 법안이 통과된 당시 나타났어야 한다고 박 교수는 짚었다. 박 교수에 따르면, 금투세 법안이 통과된 2020년 12월 2일 기준 3일 후 코스피 종가 평균은 2724.36으로, 통과 3일 전 2619.68보다 올랐다. 5일 전후를 비교해 봐도, 2617.29에서 2725.9로 상승했다. 박 교수는 “당시 증시가 상승 추세였으며, 금투세 도입은 추세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동일한 방식으로, 금투세가 유예된 2022년 12월 22일 전후 증시 상황을 분석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교수는 “금투세가 증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면 유예됐을 때 폭등해야 하는데, 떨어지는 추세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금투세가 대만 같이 증시에 영향을 미친다면 두 번의 이벤트(급등락)가 발생했어야 한다”며 “현재 한국 증시에 금투세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게 입증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으로의 자본 이탈을 우려할 수준으로 금투세 세율이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금투세는 국내 상장주식 양도 차익이 3억원 이하일 때는 지방소득세 포함 22%, 3억원 초과분에는 27.5%의 세율을 적용한다. 종합소득세 세율은 최소 6%에서 최대 45%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본은 빠르게 국내외를 오갈 수 있다 보니, 자본 소득에 대해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투세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자본 이탈에 대한 우려가 반영돼 있다는 의미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도 “금투세 세율이 높은 게 아니다”라며 “(자본 이득세 세율이) 덴마크는 42%이고, 캐나다는 50%였다가 최근에 60% 이상으로 올렸다”며 “한국에서 시행을 앞둔 금투세는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아주 느슨하게 설계돼 있다” 말했다.

“금투세 핵심은 금융 세제 불합리 개선”

전문가들은 금투세가 금융 세제를 개편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한다. 현재는 법에 열거된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가 이뤄진다. 동일한 소득이 발생했더라도, 법에 열거됐는지 여부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는 구조다. 이같은 문제는 금융 세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가령 소액주주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배당소득에 세금이 붙지만, 주식을 팔아 이익을 낸 데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또한, 투자자가 직접 채권을 양도해 수익이 발생하면 과세하지 않지만, 투자한 펀드에서 채권을 양도해 수익이 발생하면 배당소득을 과세한다. 소득별로 세제가 다르게 적용되면 투자자는 어떤 상품에 투자할 때 이득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김현동 교수는 “현행 소득세법은 복잡하고 비체계적이고 중립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투세는 금융 세제를 통합하고 두 개 그룹으로만 분류한다. 국내 상장주식과 공모주식펀드는 수익이 5천만원 이상인 경우 과세하고, 이 외의 기타 금융 투자 소득은 250만원 이상일 때 세금을 부과한다.

김 교수는 금융 세제를 단순화하면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손익통산 범위가 넓어진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금융투자소득 금액 범위 내에서 소득분과 손실분을 합산한 순소득에 과세한다. 금융 투자 결손금은 5년간 이월공제된다. 현재는 주식·파생상품·펀드·파생결합증권 간 손익통산을 허용하지 않는다. 또한, 펀드는 다른 금융 상품뿐 아니라 다른 펀드와도 손익통산이 불가하다. 가령 주식 투자로 100만원을 손실 보고 채권 양도로 20만원을 번 경우 기존에는 손익통산이 안 돼 20만원 수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했다. 금투세 체계에서는 이 경우 과세하지 않고, 순손실 80만원에 대한 공제가 이월된다.

김 교수는 “금투세는 개인이 보유하는 금융 상품 전체로 볼 때 손실이 발생해도 특정 상품에서 발생한 소득에 과세하는 불합리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금투세는 주식 개인투자자에 대한 상당한 혜택을 반영해 설계됐다는 설명도 제시됐다. 기타 금융 소득의 과세 기준인 250만원은 기존의 대주주 주식 양도세 규정을 준용했으나, 국내 상장주식 과세 기준은 20배 높은 공제 한도를 적용한다. 김 교수는 “굉장히 호혜적인 규정”이라고 평가했다.

“금투세는 자본시장 선진화 조치…상법 개정은 병행하면 될 일”

금투세 도입에 앞서 제반 여건을 마련하기 전까지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 쏟아졌다. 대표적인 유예론은 자본시장 선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상인 교수는 “금투세가 바로 자본시장 선진화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본시장 불투명성은 재벌 기업의 소유·지배구조 문제와 더불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된다”며 “자본시장 불투명성의 가장 큰 배경은 불법적인 차명 거래를 사전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양도소득에 과세가 안 돼, 차명으로 주식 계좌를 만들어 투자해도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주식 양도 차액에 과세하는 과정에서 차명 계좌를 이용한 주가 조작, 정부·기업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불법 거래를 감시하는 등 제2의 금융실명제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사 충실 의무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 조치는 금투세 도입과 병행하면 된다는 게 박 교수 입장이다. 그는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하자고 한 게 문재인 정부 때부터”라며 “정말 자본시장 선진화를 고민한다면 당장이라도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법 개정과 재벌 개혁 관련 법안은 하나도 통과시키지 않으면서 금투세는 안 된다는 건, 자본시장 선진화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 노동시장이 선진화돼 있는가”라며 “근로소득세도 안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금투세 법안의 세부적인 문제점을 개선한 후에 시행해야 하는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핑계”라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이월공제 기간을 5년보다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보완 후 시행 방안을 거론한 바 있다.

박 교수는 “미세조정은 시행 이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미세조정을 이유로 유예하자는 건 시행 자체를 막으려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조한무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쪼만한 백” 박장범 KBS 사장 후보에 한겨레 “얼마나 더 아부 보도 쏟아낼지”

[아침신문 솎아보기] 尹 신념대담 진행한 박장범 앵커 KBS 사장 내정

경향신문 “용산방송 오명 계속” 한겨레 “공영방송 모욕이다”

“김건희 여사 라인 8명 정리하라” 용산에 인적 쇄신 촉구한 동아일보

명태균 국책사업 개입 의혹 보도 1면 상단 배치한 한겨레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4.10.25 07:32

▲KBS 이사회가 23일 박장범 '뉴스9' 앵커를 차기 사장 후보로 임명제청했다. 사진=KBS

박장범 앵커가 KBS 신임 사장으로 내정된 것을 놓고 25일 경향신문, 한겨레가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을 비판하는 사설을 냈다. 동아일보는 논설위원 칼럼을 통해 KBS의 흑역사 반복을 우려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박장범 앵커 관련 기사를 25일 지면에 싣지 않았다.

지난 23일 KBS 이사회가 박장범 ‘뉴스9’ 앵커를 차기 사장 후보로 임명제청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면 오는 12월10일부터 3년 임기를 가진다. 야권으로 분류되는 KBS 이사 4명은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 추천으로 임명된 이사들이 진행하는 사장 선임 절차 자체가 위법하다며 이사회 의결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윤 대통령의 무리한 방송 장악 욕심”

경향신문은 25일자 사설 <‘파우치 사장’ 현실화한 KBS, ‘용산 방송’ 시비 계속되나>에서 박장범 앵커를 놓고 “(신년 대담) 당시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에서 만든 조그마한 백’이라고 표현해 ‘대통령 심기 경호’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며 “정권에 편향된 보도로 시청자 신뢰도가 뚝 떨어진 KBS가 ‘용산 방송’이란 오명을 이어가겠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 박장범 KBS 메인뉴스 앵커.

박장범 앵커는 이사회 면접에서 ‘명품백’ 표현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언론에서 구분하는 품목은 생필품과 사치품이지 명품은 들어 있지 않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안을 꿰뚫는 적확하고 간결한 표현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언론의 주요 기능을 무시한 궤변이다. 사안의 심각성을 애써 축소하려던 의도를 시민들이 모를 거라 생각하는가”라고 했다.

이어 “‘5인 합의제’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비정상적 ‘2인 체제’에서 선임한 KBS 이사진이 사장을 선출한 것이 유효한지도 의문”이라며 “ 방통위 2인 체제 결정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에 앉히겠다는 시도는 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반민주주의적 발상”이라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 <KBS 사장 후보에 ‘조그만 백’ 박장범, 공영방송 모욕이다>을 내고 “공영방송 사장이라는 중대한 직책이 대통령 부부와의 친소 관계나 아부성 발언의 대가인 것처럼 해석되는 현실 자체가 공영방송의 위상과 가치를 훼손하는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런 인사가 한국방송 사장이 되면 앞으로 얼마나 더 정권에 아부하는 보도를 쏟아낼지 우려된다”며 “이 모든 ‘위법 행렬’(2인 체제 방통위)이 윤 대통령의 무리한 방송 장악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하루속히 방통위를 정상화하고, 공영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 25일자 동아일보 칼럼.

이진영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횡설수설’ 칼럼 <“쪼만한 백” KBS 사장 선임>에서 박장범 앵커가 진행한 윤석열 대통령 신년 대담을 놓고 “18개월간 공식 회견을 거부하던 대통령의 녹화 대담을, 그것도 녹화 3일 후 내보내는 방식을 수용한 것 자체가 공영방송의 흑역사로 남을 일”이라고 했다.

이진영 논설위원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정치색 짙은 인물이 사장이 돼 정권 바뀔 때마다 새 사장이 전임자 시절 ‘용비어천가’를 반성하는 게 관례가 됐다”며 “(박장범 앵커가) 소송에서 이기고 인사청문회 마치고 사장이 돼도 웬만한 공적을 남기지 않으면 그저 ‘쪼만한 백’ 덕에 큰 감투 쓴 인물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8명의 실명이 거론될 때마다 냉소가 퍼져가고 있다”

동아일보가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김건희 라인’으로 지목된 인사들을 정리하라고 촉구했다.

▲ 25일자 동아일보 사설.

25일자 사설 <실명 지목된 ‘김 여사 라인’ 8명… 빠른 정리가 최선이다>에서 동아일보는 “김 여사 라인이라는 이들은 대체로 코바나컨텐츠와 인연을 맺었거나, 네거티브 대응이나 행사 업무를 맡으면서 김 여사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며 “이들은 여사의 뜻을 앞세워 실권을 행사하기도 하고 김 여사와 직접 소통하며 본업 이외의 미션도 수행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용산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김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은 국정 지지율이 20%대 초반까지 주저앉는 데 큰 요인이 됐다”며 “대통령과 여당 대표와의 만남에서 경제 회생책이나 일자리 창출 등 중요한 국정 현안이 아니라 대통령 배우자 문제가 집중 거론되고, 무슨 라인이니 하며 얼굴을 붉히는 상황 자체가 참담한 일이다. 정치권과 관가에선 8명의 실명이 거론될 때마다 냉소가 퍼져가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차담회를 가진 이후 여권 내부는 대통령실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로 정면출동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천은 원내 사안이라고 선을 긋자 한동훈 대표가 “당헌상 대표가 원내외 일을 총괄한다”며 “특별감찰관 추천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 25일자 국민일보 사설.

이에 국민일보는 “볼썽사나운 내분”이라 했고 한국일보는 “지금이 내전 벌일 때인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25일자 <‘빈손’ 회동 이어 특별감찰관 갈등, 볼썽사나운 與 내분> 사설을 내고 “김건희 여사 문제 때문에 촉발된 여권 내 갈등이 점입가경”이라며 “여권 전체가 1년 중 가장 중요하다는 정기국회 시즌마저 계파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무엇보다 윤·한 회동 이후 여권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이 하나같이 볼썽사납다”며 “여권 내부가 이래선 거대야당을 상대할 수도 없거니와 국정을 원활히 운영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지금이 특별감찰관 놓고 '與-與 내전' 벌일 때인가> 사설에서 “특별감찰관 임명은 여론의 관심에서 한참 떠난 얘기라 답답하기 짝이 없는 풍경이다. 김 여사 관련 다수의 의혹은 수사로 밝혀져야 할 수준”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만 해도 검찰의 무혐의 불기소 처분으로 인해 지금 국민적 관심사는 특검법 향배 아닌가. 1년 이상 제기돼온 김 여사 사과와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을 넘어서는 특단의 조치를 내놔도 민심을 달래기 힘든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명태균씨 의혹 1면 배치한 한겨레 “국책사업 대상지 선정 개입”

한겨레가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 명태균씨에 대한 국책사업 개입 의혹 보도를 1면에 배치했다.

▲ 25일자 한겨레 1면.

한겨레는 <명태균, 창원 산단 ‘대외비’ 보고받았다> 기사에서 “명태균씨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한 경남 창원 국가 첨단산업단지(창원국가산단) 선정 몇달 전부터 창원시 공무원들로부터 산단 추진 계획 및 진행 상황 등을 담은 대외비 문서를 보고받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아무런 공식 직함이나 권한이 없었던 명씨가 국책사업 대상지 선정에 개입한 양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이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지 의혹이 제기된다”고 했다.

관련기사

명씨의 지시로 각종 선거 여론조사를 벌였던 미래한국연구소의 직원이자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로 일했던 강혜경씨는 한겨레에 “당시 명씨는 김영선 의원의 세비를 ‘반띵’해갈 뿐 아무런 공식 직함도 없었는데 공무원들이 명씨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갔다”며 “창원시 부시장 A씨와 담당 국장 B씨가 자주 김 의원의 사무실로 찾아와 명씨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고, 사무실 밖에서도 명씨와 자주 만났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명씨는 창원산단 선정에 개입하면서 산단 예정 부지에서 부동산 개발사업을 도모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명씨는 ‘10년지기’이자 ‘동업자’인 강아무개씨와 2022년 하반기 무렵부터 산단 예정 부지에 있는 땅과 건물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고 했다. 강혜경씨는 지난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명씨가) 주변에 창원산단 땅을 사라고 했고, 본인에게도 사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박상학 돈벌이에 전쟁날 판이다. 전단살포 중단하라"

평화연대 국회 앞 기자회견, "남의 집 앞에 전단 뿌리는 건 표현의 자유 아니다"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10.24 23:42
  •  
  •  수정 2024.10.25 01:01
  •  
  •  댓글 0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는 24일 오전 국회 정문앞에서 '박상학 돈벌이에 전쟁난다! 국민생명 위협, 전쟁부르는 대북전단 살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는 24일 오전 국회 정문앞에서 '박상학 돈벌이에 전쟁난다! 국민생명 위협, 전쟁부르는 대북전단 살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남북 충돌 위기가 급속도로 격화되는 상황에서 그 중요한 발원지인, 대북전단 살포 주체 자유북한연합 대표 박상학씨가 24일 오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탈북민인 박상학씨는 국정감사장 증인석에서 대북전단살포 행위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항공안전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따져묻는 야당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끝내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추궁이 계속되자 급기야 "이건 뭐 최고인민위원회야?", "내가 지금 법정에 섰냐고"라며 반말로 대꾸하는 등 무도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의원석에서 '박상학의 선전장이 됐다'는 탄식이 나오는 가운데 그는 "정부가 안하면 우리 탈북자들이 하겠다"며 전단 살포 강행 의사를 꺾지 않았다.

이날 오전 박씨가 국회 증인으로 출석하는 것으로 파악한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는 국회 정문앞에서 '대북전단 살포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해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 등의 자금지원으로 십수년간 대북전단 살포를 주도해 온 그의 행각이 사실은 '더 많은 자금지원을 받기 위한 과시적 이벤트'일 뿐이라며, "박상학의 돈벌이에 전쟁난다. 국민생명 위협, 전쟁부르는 대북전단 살포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평화연대는 윤석열정부 들어 대북전단 살포는 더욱 빈번해져서, 올해에만 그 횟수가 73회에 달하며, 북의 오물풍선 대응과 남북 군사적 긴장 격화 이후에는 살포 방법도 은밀한 비공개 방식으로 바꾸었다고 하면서 "남북충돌을 집요하게 유발하려는 의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에는 남북자가족모임이 박상학의 자문을 받아 대북전단을 공개살포하겠다는 예고까지 나온 상황이라고 하면서 "현대 대북전단 살포는 미국 뿐만 아니라 통일부, 국정원 등 윤석열정부의 직간접 금전지원, 살포옹호 등을 등에 업고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정부가 박상학 등을 대북심리전의 '용역으로 활용해 대북전단 살포를 확대하면서 북의 대남풍선 살포에만 초점을 맞춰 정치, 군사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

이같은 사실은 처음으로 북의 오물풍선이 날아든 지난 5월 28일 밤을 전후로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시킨 6월 4일까지의 상황에서 집약적으로 드러난다.

지난 6월 4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이 심의·의결됐다.

북한이 지난 5월 28일 밤부터 6월 2일 새벽까지 남쪽을 향해 오물풍선을 살포하고 5월 29일부터 서북 도서지역 항공기와 선박을 대상으로  위성항법장치(GPS) 전파교란 공격을 가했으며 30일에는 18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우리 국민에게 실제적인 피해와 위협을 가하는 북한의 도발이라는 것.

그러나 앞서 상습적으로 대북전단을 살포해 온 반북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연합(대표 박상학)이 5월 10일 밤 인천 강화도에서 대북전단 30만장과 K팝, 트로트 동영상 등을 저장한 USB 2,000개를 대형풍선 20개에 실어 북쪽 방향으로 살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었고 5월 26일 북한이 국방성 부상 명의의 담화를 발표해 이에 대한 맞대응을 할 것이라는 사전 경고가 있었다.

이후 대북전단과 대남 오물풍선, 확성기방송이 오고가면서 걷잡을 수 없이 위기가 확대된 것이다.

뒷돈 대는 국정원과 미국이 전쟁 배후다. 박상학 돈벌이에 전쟁난다. 대북전단 살포 처벌하라. 상징의식이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뒷돈 대는 국정원과 미국이 전쟁 배후다. 박상학 돈벌이에 전쟁난다. 대북전단 살포 처벌하라. 상징의식이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평화연대는 "대북전단 살포는 접경지역 일대의 충돌을 조장하여 한반도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이며, 항공안전법과 정전협정 등을 위반하는 불법행위일 뿐 결코 '표현의 자유'나 '대북정보 제공'으로 미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파주지역 주민들이 임진각에서 대북전단 살포 예고에 맞선 48시간 비상행동에 돌입(10.22)하고 경기도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가 대북전단살포단체들을 항공안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조사나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박상학이 국회에 출석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안지중 평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상식적으로 남의 집앞에 유인물을 던지고 가는 행위가 표현의 자유인가? 더군다나 남북의 갈등이 심화되고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자칫 잘못하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엄연한 전쟁유발 행위이다"라고 대북전단살포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왼쪽부터 이진호 평화통일시민행동 대표, 신미연 진보당 자주평화통일위원장,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통일위원장, 최희주 진보대학생넷 동국대지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왼쪽부터 이진호 평화통일시민행동 대표, 신미연 진보당 자주평화통일위원장,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통일위원장, 최희주 진보대학생넷 동국대지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매주 수요일 저녁 종로 보신각에서 시민들과 함께 '수요평화촛불' 활동을 벌이는 평화통일시민행동 이진호 대표는 "최근 남북간 긴장은 윤석열 정부의 뼛속 깊은 대북 적대의식과 함께 대북 전단 살포를 이어온 탈북민 단체가 북을 자극하며 도발하고 있었던 데에 원인이 있다"며, "탈북민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그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전쟁도발 심리전에 다름 아니"라고 하면서 "윤석열정부의 행위는 북의 위협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기어이 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미연 진보당 자주평화통일위원장은 "오늘 국회에 출석하는 박상학은 증인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 주민생명을 위협한 범죄자"라며, "국회는 그동안 정부가 탈북자 단체의 전단살포를 지원해 온 과정을 명백히 밝혀야 하고 사태를 이 지경까지 만든 통일부장관, 국방부장관, 국가안보실장 경질을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은 "박상학이 지금까지 저지른 대북전단 살포에는 많은 돈과 기술이 필요하다. 그 배후에는 국정원이 있고 민주주의진흥재단(NED, 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이라는 미국 단체가 존재한다"며, "국회는 박상학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그 돈을 누가 댔는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상학만 대북전단을 보내지 않아도 실제 대북전단 문제는 대다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이런 범죄자가 버젓이 활보하고 다니는 것, 너무나 당당하게 대북 전단을 다시 보내겠다고 말하도록 방관하는 것 자체가 그를 부추켜 남북간의 충돌과 전쟁 위기를 조장하려는 정부의 속셈이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정부의 수수방관, 모르쇠를 비판했다.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통일위원장은 "대북전단 살포로 인한 불편과 고통은 접경지역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도 땅 구례에서 사는 저를 비롯해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 평화로운 삶을 꿈꾸는 전 세계 세계인들이 모두 겪는 일"이라며, "엄중한 처벌과 단속도 모자랄 판에 재정 지원까지 하는 이 나라가 과연 정상인 나라인가"라고 되물었다.

최희주 진보대학생넷 동국대지회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중동지역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직접 목격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현실적인 걱정을 전하면서 "말로는 미래라고 추켜세우지만 청년 학생의 앞길을 막고 전쟁이라는 또 다른 사회적 대참사를 일으키려고 하는 이 정부에 대해서 눈 뜨고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윤석열 탄핵’ 당론 진보당, 전국순회 퇴진투표 돌입

  • 기자명 김준 기자
  •  
  •  승인 2024.10.23 17:16
  •  
  •  댓글 0
 
 

탄핵준비 의원 연대 이어 국민 투표 나서
윤, 국정농단 직전 박근혜 보다 지지율 낮아

​진보당이 국회 앞에서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캠페인을 진행했다. ⓒ 김준 기자
​진보당이 국회 앞에서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캠페인을 진행했다. ⓒ 김준 기자

원내정당 가운데 가장 먼저 ‘윤석열 탄핵’을 당론으로 정한 진보당이 전국의 민의를 모으기 위해, 퇴진국민투표에 돌입했다. 국민투표 하러 가기

진보당은 앞서 윤종오 원내대표를 필두로 ‘윤석열 탄핵준비 의원연대’를 꾸려 야당 의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의원이 탄핵 준비위에 함께하고 있다. 윤종오 의원은 “지금은 국정감사 기간으로 잠시 중단됐으나, 다음 주에 회의를 열어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진보당은 원외에서의 활동도 개시했다. 전국을 순회하며 16개 광역시도에 ‘오늘도 국민투표(가칭)’ 투표소를 설치해, 직접 국민의 탄핵 열망을 모으겠단 거다.

진보당이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에 돌입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김준 기자
진보당이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에 돌입했다. ⓒ 김준 기자

김재연 진보당 대표는 “대통령 탄핵소추권은 국회의 권한이지만 이를 움직이는 힘은 결국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이를 위해 진보당은 각계각층 시민사회와 함께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추진을 결정하고 오늘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고 전했다.

이어 “윤석열 퇴진 이후 국민이 요구하는 개혁 과제에 대한 투표를 병행함으로써 새로운 대한민국을 준비하는 사회 대개혁 운동을 함께 펼칠 것”이라며 탄핵 이후의 청사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 수행 부정 평가율은 매주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심지어는 보수 텃밭이라는 대구·경북에서도 대통령 긍정 평가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8년 전 박근혜 당시 대통령 때보다도 낮다. 최순실 국정 논란이 폭로되기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갤럽의 2016년 10월 셋째 주 박 전 대통령 긍정 평가는 25%, 부정 평가는 64%였다.

 

8년이 지난 현재 같은 한국갤럽의 10월 셋째 주 윤 대통령 긍정 평가는 22%, 부정 평가는 69%다. ‘심리적 탄핵’이란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갤럽이 2024년 10월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통신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로 진행했으며,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진행. 표본오차는 ±3.1%포인트, 95% 신뢰수준이었으며 응답률은 10.9%로 총통화 9160명 중 1001명 응답)

김재연 대표의 말대로 이번 진보당의 국민투표가 국회를 움직일 수 있을지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김용현 진보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연초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김건희 특검을 실시를 위한 서명 때는 ‘이게 되겠어’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고 현장 분위기에 관해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투표소를 만들면 줄을 서서 투표한다”며 “모두 열정이 넘친다”고 말했다. 아울러 “4월 총선으로 우리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했지만 이 정권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며 “분노를 혼자 삭이지 말고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로 보여주자”고 투표를 호소했다.

이번 진보당의 국민투표는 아래 주소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다. 

국민투표 링크 https://outvote.kr/

진보당이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에 돌입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김준 기자
진보당이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에 돌입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 김준 기자
​진보당이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에 돌입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 김준 기자
​진보당이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에 돌입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 김준 기자
​진보당이 국회 앞에서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캠페인을 진행했다. ⓒ 김준 기자
​진보당이 국회 앞에서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캠페인을 진행했다. ⓒ 김준 기자
진보당이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에 돌입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김준 기자
진보당이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에 돌입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 김준 기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동아시아 신냉전체제 대신할 새로운 평화의 길 찾는다

역사·독립운동 단체 주축 '역사기억 평화행동-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창립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4.10.23 23:52
  •  
  •  수정 2024.10.24 00:06
  •  
  •  댓글 0
 
15개 항일민족운동단체, 역사정의행동단체, 평화운동단체들은 2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역사기억 평화행동-한미일 군사동맹 반대'(역사기억 평화행동) 창립 총회를 열어 조성두 흥사단 이사장을 상임대표로 선출하고 발족을 선언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15개 항일민족운동단체, 역사정의행동단체, 평화운동단체들은 2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역사기억 평화행동-한미일 군사동맹 반대'(역사기억 평화행동) 창립 총회를 열어 조성두 흥사단 이사장을 상임대표로 선출하고 발족을 선언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반도가 남북 및 진영간 대결의 전장터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신냉전적 군사대결이 아니라 지난 한 세기 역사과정의 기억을 바탕으로 새로운 동아시아 평화의 길을 찾아나서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흥사단과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한국YMCA전국연맹을 비롯한 15개 항일민족운동단체, 역사정의행동단체, 평화운동단체들은 2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역사기억 평화행동-한미일 군사동맹 반대'(역사기억 평화행동) 창립 총회를 열어 조성두 흥사단 이사장을 상임대표로 선출하고 발족을 선언했다.

참가자들은 그동안 거의 아무런 견제없이 추진되고 있는 '한미일 군사동맹'은 그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를 야기했지만, 얼마남지 않은 미국 대선이 끝나면 곧 '동아시아 신냉전체제'로 완성될 것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참가자들은 총립총회에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 추진은 지난 2년간 지속된 결과 11월 초 개최되는 미국 대선을 경유하면서 종착점을 맞게 될 것"이라며, "한미일 3국 군사력이 일체화되는 속에서 한국군의 자율성이 상실되고 군사주권·평화주권이 침해될 것이라는 걱정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극적으로는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등에서 유사시 작전권이 없는 일본 자위대를 대신하여 한국군이 중국군과 전투를 벌이고, 또한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국 영토에 상륙하여 행진하는 모습이 곧 현실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한국인들의 뇌리를 사로잡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동아시아의 평화를 저해하는 '신냉전형 군사대결 중심'의 '한미일 군사동맹 체제'가 아니라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 가치를 보다 우선시하는 관점에서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새로운 길'을 찾아 일대 대전환을 이뤄내보자고 제안했다.

먼저 주요 국가들인 미국과 일본은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국교수립을 위한 대화에 나서 동아시아의 새로운 평화조건을 형성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미·일 시민사회단체들과 중국·러시아의 공익단체들에게는 '역사기억 평화행동'과 연대하여 동아시아 평화행동을 함께 펼쳐나가자고 호소했다.

특히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가 군사동맹 수준으로 진전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되는 △한일상호군수지원협정(ACSA)과 상호접근협정(raa) 추진 반대 △유엔사(UNC)에 일본 참여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에 이어 군수지원협정과 상호접근협정이 체결되면 사실상 한일군사동맹이 작동하게 되는 것이며, 일본의 유엔사참여는 한미일 3국 군사력의 일체화를 의미한다는 이유에서다.

왼쪽부터 역사기억 평화행동 상임대표(흥사단 이사장),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김태일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왼쪽부터 역사기억 평화행동 상임대표(흥사단 이사장),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김태일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은 '일제하 민족해방투쟁, 독립투쟁에 대한 폄훼와 왜곡이 도를 넘고 있는 상황', 그리고 '군사적 패권형식으로 나타나는 한미일 군사동맹체제가 동아시아의 기본체제가 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가 있어 역사단체를 중심으로 '역사기억 평화행동'을 창립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김태일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사장은 "과거 식민지 지배와 해방공간의 구조적 요인들이 지금도 그대로 작동하고 있는 본질을 통찰하면서 과거의 역사기억을 다시 불러내야만 이 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대응을 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창립총회에서는 올해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그룹을 중심으로 시민 주체의 공공외교와 문화 교류 △전쟁과 지배, 인권침해 등 동아시아 근현대사에 대한 재조명과 역사적 화해, 평화에 관한 교육 △정책제안위원회를 구성하여 평화와 화해 협력을 촉진하는 정책 제안 활동 △국제 비정부기구(NGO), 동아시아 시민사회단체, 특히 일본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와 협력 등을 주요 사업으로 제시했다. 

특별히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운동에 힘을 쏟기로 하고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및 상호접근협정(raa) 체결로 야기될 한국의 군사주권 침탈과 동아시아지역내 군사적 충돌과 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 행동 △일본의 유엔사령부 편입은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해 한반도를 포함한 국제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며 한미일 군사동맹 체제가 가시화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강력한 반대·저지 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동아시아 평화의 중요 당사자인 한일 두 나라 지식인들이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의 중요성과 긴급성을 천명하고 이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해 '한일 지식인 1000인 선언'을 조직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역사기억 평화행동은 첫 활동으로 이날 총회 이후 '한미일 동맹화의 문제점과 대응방안'(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장), '과제로서의 한일 과거청산: 핵심은 '불법강점'이다'(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범덮고 군국주의 꾀하는 일본 이를 지지하는 윤정부와 보수언론의 공모(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 등의 발제를 중심으로 시민토론회를 개최했다.

한편, 이날 창립한 역사기억 평화행동은 한미일 군사동맹체제의 인해 위협받는 동아시아의 새로운 평화질서 구축에 관심을 갖고 역사단체와 독립운동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 

지난 2022년 8월 민족문제연구소, 정의기억연대, 민주노총, 참여연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 610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일본 과거사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 결성한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역사기억 평화행동-한미일 군사동맹 반대>가 국제사회에 드리는 요구 (전문)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무인기 침투 사건으로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한반도가 순식간에 또 하나의 전장으로 변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긴박해지자 단지 남북 간 대결 외에, 러북 간 안보동맹의 가동과 한미일 3국 간 차관회의 가동 등 국제적 블록 간 대결이 동시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본다. 우리는 지금 한반도에서 남북 및 블록 간 대결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전쟁 발발 가능성의 벼랑 끝에 서있는 것이다. 

우리는 왜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가? 현 정부가 지난 정부 시기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가짜 평화'로 보고, '협상을 통한 평화'를 부정하고 '힘에 의한 굴복'을 평화로 보는 등 왜곡된 평화관에 따라 대북 압박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온 결과가 아닌가? 또한 균형외교의 관점을 버리고 미·일에만 협력하고 중·러에 대립하는 외교를 펴온 현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의 결과가 아닌가?  

한국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의 중심은 2022년 5월 제1차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포괄적 글로벌 전략동맹'으로 제고한 이후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강화'에 놓이게 되었다. 

이의 추진 과정에서 한국 정부에게는 중·러 및 북한 등 대륙세력과의 협력 공간이 허용되지 않았고,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른 일본·필리핀 등 해양국가들과의 협력 제휴가 권장되었다. 또한 한미일 군사동맹의 체결에 걸림돌이 되는 한일간 과거사 문제를 봉인하고 협력 강화로 나아가는 '역사불문-협력강화' 방침이 추진되었다. 

그 결과 정부 초기 1년 시점부터 한국과 중·러 간 비우호적 또는 공격적 발언이 잇따르면서, 양자 사이의 우호관계가 손상되어 거의 적대국으로 전화되었다. 그 효과는 당장 경제교역 면에서의 위해로 나타났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최초로 연간 무역적자가 연속 발생하여 지금까지 그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도 러시아 당국의 압력으로 한국의 대기업들이 철수함으로써 러시아라는 중요 시장에서 축출되었으며, 시베리아 개발에서도 한국이 배제되었다. 이로 인한 한국경제의 손실은 오늘의 한국 경제 위기의 주요 구성 부분이 되어 있다. 

한일 간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과거사 문제를 봉인한 조치들은 한국민에게 엄청난 정신적 상처를 주었고,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 추진의 정당성을 의심하게 하였다. 2023년 3월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 해법으로 이른바 '제3자 변제방식'을 내세우고 대법원의 판단에 역행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변하였다. 

2024년 7월 일본 사도광산을 둘러싼 대일협상이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내용으로 진행되었던 바, 이는 '불법적 식민지배'라는 역사전쟁의 불후퇴 방어선으로부터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거기에다 한국 정부는 2024년 7월 한국학중앙연구원장과 8월 독립기념관장을 뉴라이트 인사로 임명하는 조치 등을 통해 '합법적 식민지배'라는 뉴라이트 역사인식을 전면화하였다. 이로 인해 한일간 '역사전쟁'을 남남간 '역사전쟁'으로 변질시키는 악영향을 가져왔다.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안의 추진은 지난 2년간 지속된 결과 11월 초 개최되는 미국 대선을 경유하면서 종착점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미일 간 추진된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안들이 반영되어 지난 7월말 3국 국방장관회의에서 '한미일 안보협력프레임워크 합의각서'가 서명되었다. 11월 초 미국의 대선 당선자가 결정되면, 앞선 일련의 논의를 이어받아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안의 방향과 내용을 새로이 조율하여, 신임 미 대통령의 동아시아 안보정책에 어떠한 형태로든 반영될 것이다.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의 방향과 내용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유념할 점이 있다. 

한미일 군사동맹의 완성체 출현은 세계 1위, 5위, 6위 국가 군사력이 하나가 되어 동아시아 국가들 및 주민들에게 가공할 위협이 된다는 점이다. 이미 북한, 러시아만이 아니라 중국에서도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에 초래할 영향력 양상을 보면, 한미일 3국 군사력이 일체화되는 속에서 한국군의 자율성이 상실되고 군사주권 평화주권이 침해될 것에 대한 걱정이 높다. 

극적으로는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등에서 유사시 작전권이 없는 일본 자위대를 대신하여 한국군이 중국군과 전투를 벌이고, 또한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국 영토에 상륙하여 행진하는 모습이 곧 현실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한국인들의 뇌리를 사로잡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신냉전형 군사 대결 중심의 길이 아니라 평화, 인권, 민주주의 가치를 보다 우선하는 관점에서 동아시아 안보질서가 새로이 구상될 수는 없는가? 지금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은 동아시아 시민 모두가 희원하는 절실한 과제이다.  

<역사기억 평화행동-한미일 군사동맹 반대>에 참여한 한국 시민사회 단체들은 항일민족운동단체, 역사정의행동단체, 평화운동단체들이다. 우리는 그동안 추진되어 온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안이 미 대선 후의 재조율 과정에서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새로운 길'로 일대 대전환을 해나가길 희망하고 그러하길 촉구한다. 

<역사기억 평화행동-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참여 단체들은 한 세기를 넘는 긴 역사 과정을 통해 체득한 역사인식과 역사기억에 바탕하여, 동아시아 평화를 간절히 소망하며, 다음과 같은 평화행동에 나서고자 한다. 

1. 동아시아 주요 국가들에게 제안한다. 
- 미국은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국교 수립을 위한 대화에 나서서 동아시아 내 새로운 평화 조건을 형성해 주시기 바란다.
- 일본은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국교 수립을 위한 대화에 나서서 동아시아 내 새로운 평화 조건을 형성해 주시기 바란다.

2. 동아시아 각국의 시민사회 단체 및 공익적 단체들에게 제안한다.
- 일본의 시민사회 단체들에게 <역사기억 평화행동-한미일 군사동맹 반대>와 연대하여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활동을 함께 펼쳐나갈 것을 제안한다.   
- 미국의 시민사회 단체들에게 <역사기억 평화행동-한미일 군사동맹 반대>와 연대하여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활동을 함께 펼쳐나갈 것을 제안한다.  
- 중국의 공익단체들에게 <역사기억 평화행동-한미일 군사동맹 반대>와 연대하여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활동을 함께 펼쳐나갈 것을 제안한다. 
- 러시아의 공익단체들에게 <역사기억 평화행동-한미일 군사동맹 반대>와 연대하여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활동을 함께 펼쳐나갈 것을 제안한다. 

3. 한미일 안보협력의 강화가 한미일 군사동맹 수준으로 진전하는 것에 반대한다. 
- 한일지소미아협정(GSOMIA) 체결에 이어 한일상호군수지원협정(ACSA)과 일원활화협정(RAA)이 체결되어 사실상 한일 군사동맹이 작동하는 것에 반대한다.
- 유엔사(UNC)에 일본이 참여하여 3국 군사력이 일체화됨으로써 사실상 한미일 군사동맹이 작동하는 것에 반대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김건희 2시간 참석한 행사에 정부 예산 1억 썼다"

여야 "의대생 휴학 승인해야" 한목소리…조규홍 "의료대란 연내 해소되도록 하겠다"

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4.10.24. 05:00:55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참석한 자살예방사업 행사에 정부가 1억 원의 예산을 쓴 것은 과다 지출이라는 지적이 야당으로부터 나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불용 예산을 쓴 것으로 과한 지출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은 23일 국회 보건복지위 종합감사에서 지난해 9월 김 전 대표가 참석한 자살예방사업 행사에 대해 "3시간이 안 걸렸다. 이 행사 예산 사용을 확인한 결과 정부는 총 9700만 원을 썼다"며 △대관료 1600만 원, △무대설치비 5300만 원 △협약식 영상 등 제작비 1000만 원, △기타 및 참석자 기념품 1800만 원 등 집행 내역을 열거했다.

김 의원은 "복지부 행사 중에 이렇게 고액의 예산이 투입되는 행사가 있나"라며 "야외 행사도 아니고 수백 명 모이는 대형행사도 아니다. 당일 행사 시작 시간은 오후 2시인데 준비한다고 대관을 이틀이나 했다. 김건희 여사가 참석한 행사라 그런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행사 재원이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자살 고위험군 발굴·지원 사업' 중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 예산이다. 응급실에 실려온 자살 시도자들의 정서적 안정과 회복, 자살 재시도를 막기 위한 것 아닌가"라며 "이 예산 중 거의 1억 원을 2시간짜리 김건희 여사 행사에 다 썼다"고 질타했다.

조 장관은 행사 재원에 대해 "응급실 기반 자살 고위험군 사후관리 예산사업이 143억 원인데, (2023년) 8월 불용액이 예상됐다. 불용 예산 20억 원 중에 1억 원을 사용했다"고 해명한 뒤 "저도 그 행사에 참여했는데 과도하게 데코레이션을 한 행사는 아니었다"고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국감에서는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과 관련한 질의도 이어졌다. 여야는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과대학협회)가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내건 '의대생 휴학 승인'을 정부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데 같은 견해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단체 두 곳(대한의학회, 의과대학협회)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발족 전에 의대생 휴학 승인 문제가 선결돼야 된다고 요구했다"며 "복지부는 의료대란을 종식하기 위한 입장에서 이에 대해 입장을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 단체마저 (협의체에) 들어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도 "교육부가 (의대생들의) 1학기 휴학 승인 허용을 안 하고 있다"며 "학사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1학기 휴학을 승인할 수 있도록 복지부도 교육부에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장관은 "자세한 사안은 교육부와 협의를 해보겠다"면서도 "교육부에 따르면, 동맹휴학은 법령과 학칙에서 정하는 정당한 휴학 사유는 아니라고 한다. 그걸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서 하겠다는 것이 교육부 입장이고 이에 대해 큰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여야의정 협의체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야가 온도 차를 보였다. 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15곳에 요청했는데 2곳이 참여했고, 대한의사협회나 전공의, 의대생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대학의학회와 의과대학협회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혔는데, 어려운 결단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갈 길이 구만 리지만 대화의 물꼬를 트고 정상화를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긴다"고 밝혔다. 이어 "(더 많은) 의료계, 특히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참여를 간곡히 바란다"고 했다.

조 장관은 "두 단체(대한의학회, 의과대학협회)가 나머지 단체를 완벽하게 대표하는 데는 일정 부분 제한이 있겠지만, 협의체가 가동되면 의료계 이야기를 충분히 그리고 자세하게 전달할 것"이라며 전공의와 의대생의 참여를 위해서도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대란이) 언제 끝날 거라고 제가 말씀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이제 여야의정 협의체가 가동이 되면 좀 더 빨리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며 "연내 해소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백 의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조만간 회동을 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두 대표가 대통령의 사과와 (관계부처) 장·차관의 사퇴가 담긴 합의안을 내면 받아들일 것인가"라고 물었다. 조 장관은 그러나 "가정을 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최용락 기자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명태균 게이트', 검찰 또 팔짱 끼고 있다

[이충재의 인사이트] 늑장 수사에 굼뜨기만 한 창원지검...대통령 부부 의혹 수사 지방에 맡겨 파장 축소 의도

24.10.24 07:01최종 업데이트 24.10.24 07:36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연합뉴스
명태균씨를 둘러싼 의혹이 날로 확대되고 있지만 검찰 수사는 좀처럼 진척이 없어 비판이 커집니다. '공천 개입' '여론조사 조작' 등 제기된 의혹들이 모두 중대하고 심각한 범죄행위에 해당하는데도 검찰은 이상하리만치 신중한 모습입니다. 명씨 입에 두 달 가까이 정국이 요동치는데도 명씨를 소환조사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검찰 수뇌부도 지방 검찰에 수사를 맡겨 둔채 팔짱을 끼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직접 관련된 사안이라 검찰이 또다시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재 명씨 의혹을 수사 중인 창원지검의 행보는 굼뜨기만 합니다. 이 사건은 경남선관위가 지난해 12월 김영선 전 의원의 세비 절반이 매달 명씨에게 건네진 정황을 확인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시작됐습니다. 통상 선관위가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사건은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자료를 첨부하는 게 관행입니다. 고발된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이었지만 선거법 혐의도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들 증거를 토대로 수사하면 신속하게 혐의를 입증할 수 있어 검찰에선 비교적 쉬운 수사로 통합니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을 방치하다 최근 명씨 의혹이 언론에 불거진 뒤에야 관련자들 압수수색을 실시했습니다. 수사가 시작된 지 9개월만으로, 공직선거법 시효만료까지 불과 열흘을 남긴 시점이었습니다. 결국 검찰은 지난 10일 명씨와 김 전 의원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내사 종결을 결정했습니다. 검찰의 늑장수사로 제대로 수사도 해보지 못한채 종결한 셈입니다. 검찰의 직무유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검찰의 이상한 행태는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드러납니다. 검찰은 당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명씨 휴대폰이 이른바 '깡통폰'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뒤 당일 돌려줬습니다. 당시 명씨는 "6개월마다 휴대전화기를 바꾼다" "휴대전화가 여러대"라고 언론에 말해왔습니다. 검찰은 명씨가 핵심 증거를 다른 장치로 옮겼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추가 압수수색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최근에야 압수수색을 다시 시도하고 있지만 김 여사의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 등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검찰 수뇌부의 안이한 태도
 
심우정 검찰총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유성호
검찰 수뇌부의 안이한 태도도 의심을 키웁니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지난 21일 서울중앙지검으로의 수사 이관을 촉구하는 야당의원들에게 "지금 창원지검에서 수사중"이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심 총장은 관련자들이 주로 창원에 거주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주요 의혹의 당사자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등 서울 지역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습니다. 수사팀 인력도 2명을 충원했다지만 고작 검사 6명으로 윤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정치 게이트'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됩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수사 확대를 꺼리는 것은 사건의 폭발력이 워낙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서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명씨의 불법 여론조사 대가로 김 전 의원의 공천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검찰 수사로 사실로 드러날 경우 윤 대통령은 실정법에 저촉될뿐 아니라 대통령 선거 과정의 정당성마저 흔들리게 됩니다. 사건의 얼개가 워낙 단순해 여러 단계를 거칠 필요도 없이 명씨에서 바로 윤 대통령 부부 의혹으로 직결되는 구조입니다. 검찰로선 그야말로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이유로 야권 일각에선 상설특검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어차피 검찰 수사에 기대할 게 없다면 상설특검으로 신속하게 수사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주장입니다. 도이치모터스와 관저공사 등 기존의 '김건희 특검법'과 별도로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과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떼어서 추진하는 방식입니다. 상설특검은 활동기간이 짧고, 수사 인력이 적다는 한계는 있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어 국회 의결만으로 출범할 수 있습니다. 검찰이 지금처럼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검토할 만한 주장으로 보입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휴대폰 속 ‘국정원 민간인 사찰’ 증거에도 무혐의, 피해자들 ‘국가 손배소’

국정원감시네트워크 “국정원 내부 승인 거치면 불법 아니냐, 법원 통해 위법성 확인받을 것”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민간인 사찰 국가배상청구 기자회견에서 사찰 피해자인 주지은 씨가 발언하고 있다. 2024.10.23. ⓒ뉴시스
국가정보원(국정원) 직원이 민간인 다수를 사찰하는 정황이 적발돼 고발까지 당했지만, 경찰이 최근 무혐의 처분을 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이에 불법사찰 대상이 된 피해자들은 재판을 통해 사찰의 위법성을 따져보겠다며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7개 단체가 구성한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23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직원 이 모 씨와 대한민국을 상대로 이 같은 소송에 나선다고 밝혔다. 원고는 국정원 직원이 집중 사찰한 주지은 씨와 그 가족들,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과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김민웅 대표 등 12명이다.

이번 소송 대리인단 단장을 맡은 백민 변호사는 “국정원은 올해 4.10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에 자주 참가하는 원고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찰을 진행했다”며 “‘북한과 연계될 것’이라는 막연한 의심만으로 원고들의 사생활과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찰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백 변호사는 “주지은 씨는 평범한 가정주부이고 라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근무를 하는 분인데, 국정원의 사찰 대상이 돼서 같이 근무하는 가게 동료들, 남편과 초등학생 딸까지 국정원의 감시를 받아왔다”며 “국정원은 주 씨의 집 주소지로 발송된 우편물을 개봉해 본 사실이 있고, 주 씨가 길을 걷다 휴대폰을 보는 모습에 대해 ‘지령 수수 중’이라고 보고하는 식이다.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진연 회원 7명은 대학 선배였던 주 씨와 몇 번 만나고 차를 마셨다는 이유로 역시 사찰 대상이 돼서, 몰래 촬영 당했다”며 “대진연 학생들이 올해 3월에 ‘이토 히로부미’ 망언을 했던 성일종 의원 사퇴를 요구하기 위해 국민의힘 당사를 방문했던 일은 ‘북한이 배후조정했다’는 식으로 국정원에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김민웅 대표에 대해서도 “북한과의 연계가 의심된다는 막연한 이유로 출·입국하는 비행기에 관한 정보까지 수집됐다”고 전했다.

 

 

 

국정원이 A씨와 지인들의 카페 만남을 미행해 촬영한 사진. ⓒ촛불행동 제공
국정원 직원의 휴대전화 속에는 이 같은 증거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피해자들은 우연히 자신들을 미행하는 국정원 직원을 발견하고 그의 휴대전화를 확인했는데, 그 속에서 민간인 다수를 불법 사찰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과 메시지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례로, 국정원 직원들은 주 씨와 후배들이 카페에서 만나 대화하는 모습을 몰래 촬영한 뒤 “사상학습일 수 있겠습니다”, “공개 장소에서 대놓고 하네”라고 몰아가거나, “그런 식으로 보고서를 써도 모양이 나올 듯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국정원 직원이 저장한 사진에는 피해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모습 등도 담겨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백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에 반대하는 집회, 가령 촛불집회와 같은 집회의 참가자들에 대해서도 북한과 연계돼 있다고 몰아가는 시각에 참 아연실색하게 되는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파악한 내용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국가의 사찰 행위는 개인들의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등을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리인단에 소속된 민변 하주희 변호사는 국정원의 사찰 행위가 국정원법의 개정 취지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개정 국정원법의 주요 내용은 정보 수집 목적에 적합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도 직무 외의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정당이나 정치 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 활동에 관여하는 행위에 대한 정보 수집 등을 일체 금지했다”며 “그럼에도 국정원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민간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그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정원의 사찰 대상이 된 주 씨는 왜 자신이 사찰을 당한 것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 국정원이 이에 대해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불법사찰 논란이 일자, 구체적인 근거 없이 ‘북한 문화교류국과 연계 혐의가 의심된다’는 내용만 언론에 흘릴 뿐이었다. 주 씨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들은 주 씨가 20여년 전 대학생 시절 한 동아리 활동까지 문제 삼는 대화를 했다고 한다.

경찰 역시 국정원 직원을 고소한 사건을 불송치하며 “정보수집 활동을 했던 합리적인 근거, 사유가 확인된다”고 할 뿐, 어떤 근거인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아울러 “이러한 정보수집 활동은 국정원 내부 위원회의 심사, 의결 절차를 거쳐 승인을 득한 다음 착수한 것으로서, 미행, 촬영 행위의 심사, 착수, 실행에 있어 절차적인 하자는 없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장동엽 행정감시센터 선임간사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정원 내부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결정하면, 절차적인 문제가 없으니까 불법행위의 위법성이 사라지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보수집 대상이라고 규정해 버리고 나면, 정보 수집 기간의 문제나 정보 수집 범위에 대해서도 전혀 제한 없이 지인의 지인까지 다 불법 사찰할 수 있도록 하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이 사건의 경우 당사자들이 현장을 잡았기 때문에 불법 사찰의 사례가 드러난 것인데, 그러지 않을 경우 이 사찰의 정보들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해 피해 당사자들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피해자들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강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주 씨는 “경찰은 국정원의 불법사찰은 물론 사찰의 협조자였던 경찰에게 향응을 제공한 것까지 모두 ‘혐의없음’으로 처리했다”며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국가와 국정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해나갈 것이다. 더 이상 이런 국가 폭력에 의해 선량한 시민들의 일상이 파괴되는 경우가 없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대진연 회원인 김수형 씨는 “윤석열 정권에 반대하는,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종북 세력으로 몰아 와해시키는 큰 그림을 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국정원 직원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내용 중, ‘윗선에서 대진연 학생들이 선배(주 씨)와 접촉하는 것을 북한과의 연계성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는 내용이 발각된 바 있다”며 “이는 이번 불법사찰의 목적이 선배를 간첩으로 둔갑시켜 대진연을 북한과 연계시키려는 공안사건 조작 시도였다는 걸 증명한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김 씨는 최근 진보단체를 대상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강제수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최근 민중민주당, 반일행동 압수수색, 진보단체 활동가들에 대한 국가보안법 혐의의 압수수색, 촛불행동 회원 명단 압수수색, 그리고 어제 시판 중인 책과 100여편의 인터넷 기사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을 들먹이며 언론사 ‘자주시보’ 전현직 기자 4명에 대한 압수수색 등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며 “보수세력이 지난 역사 속에서 늘 그래왔듯, 이번 민간인 사찰도 현 정권이 자신들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속셈으로 공안기관을 앞세워 자신에 비판적이거나 진보적 활동을 하는 이들을 종북세력으로 몰아서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