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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의 학교 밖 세상] 10월 재보궐 선거, 서울시 교육감을 뽑는 기준

박정훈 교사, 『교육개혁은 없다』 저자

지난 8월 29일 대법원 확정 판결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직을 상실하고, 10월 16일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게 되었습니다. 조희연 교육감을 세웠던 민주진보 진영은 ‘2024 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를 구성해 9월 20일까지 단일 후보를 세우기로 했고,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도 9월 23일까지 단일 후보를 세우겠다고 합니다.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전남 곡성 군수, 전남 영광 군수로 예정됐던 선거에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갑자기 추가되면서 10월 재보궐 선거가 전국적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작년 10월에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는 5월에 대법원 확정판결로 강서구청장 직에서 물러난 김태우 씨가 8월에 사면·복권을 받고 출마하여 큰 비난을 받은 바 있습니다. 물론 강서구 주민들이 표로 심판도 했지요.

그래서 재보궐 선거에 귀책사유가 있는 정당은 후보를 내지 말자는 주장이 확산되어 왔습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올해 1월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국민의힘 귀책사유로 재보궐 선거 시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더불어민주당도 그런 이유로 작년 전주 재보궐 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않았습니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재보궐 선거에서도 그런 기준을 적용하는 게 옳을까요? 조희연 교육감은 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5명을 특별채용한 것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교육감 직을 잃었습니다. 그렇다면 조희연 교육감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2024 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의 입장은 옳지 못한 것일까요?

해직 교사 부당 특채 혐의로 직을 상실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서울시교육청을 나서며 직원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배웅을 받고 있다 ⓒ뉴스1

조희연 교육감이 사법부의 심판대에 올라간 것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기소했기 때문입니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의 비리, 특히 검찰과 사법부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입니다. 그런데 2021년 공수처가 신설된 후 수사에 착수한 첫 번째 사건은 조희연 교육감이 2018년 시행한 해직교사 특별채용이었습니다. 조희연 교육감은 해직교사 5명을 복직시켰다는 죄로 본인이 ‘해직’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습니다. 조희연 교육감은 왜 전교조 교사들을 복직시켰을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시계를 2008년으로 돌려야 합니다. 2007년 12월 대선에서 승리하고 2008년 4월 총선에서 압승한 이명박 정권은 4월 15일 ‘학교 자율화 조치’를 발표합니다. 말이 좋아 ‘자율화’지 일제고사, 0교시 수업, 야간자율학습이 ‘학교 자율’이란 미명 아래 부활되었습니다. 이에 2008년 5월 2일 광화문에서 최초로 촛불 집회가 열립니다. 참석자 2만여 명 중 80%가 중고등학생이었죠. 그들이 외친 구호는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였습니다. 여기서 출발한 게 2008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광우병 촛불 집회였습니다.

촛불이 꺼져가던 8월에 최초의 주민직선 교육감 선거가 서울에서 치러집니다. 선거는 공정택 후보와 주경복 후보가 맞붙어 치열하게 전개되었습니다. 공정택 후보가 내건 구호는 “우리 아이들을 전교조에 맡길 수 없다”였습니다. 공정택 후보는 서울 25개 구 중에 22개 구에서 패배했으나 강남 3구에서 몰표를 받아 1.7%p 차이로 승리하여 서울시 교육감이 되었습니다.

당선이 유력한 공정택 후보가 ‘반전교조’를 전면에 내건 선거에서 전교조 조합원들은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주경복 후보 당선을 위해 십시일반으로 후원금을 모았습니다. 선거가 끝난 후 ‘전교조 저격수’를 자처하는 조전혁 의원(한나라당)이 전교조가 주경복 후보의 선거 비용을 모았다며 서울지검에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전교조 통장을 샅샅이 뒤져 3명을 구속하고 수십 명을 재판에 회부하여 7명이 해직되고 13명의 간부가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반면 공정택 후보에게 직접 돈을 건넨 학교장들은 벌금 80만 원을 선고해 교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흘러 해직되었던 교사 중 공무담당권이 회복된 5명의 교사가 2018년 특별채용 되었습니다. 이게 조희연 교육감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교육감직에서 물러나게 된 이유입니다.

교육감 선거에 모금했다고 7명 해직, 13명 중징계

보수 후보에 돈을 건넨 학교장들은 솜방망이 처벌

OECD 중 교사 참정권 부정하는 유일한 나라, 한국

지난 7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에서 사퇴하고 해리스가 후보로 지명되자 조합원이 300만 명으로 미국 최대 교원노조인 NEA(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와 조합원 180만 명으로 두 번째로 큰 교원노조인 AFT(American Federation of Teachers)는 모두 해리스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2008년 오바마가 출마했을 때 NEA는 오바마에게 5천만 달러(한화 600여억 원)를 정치자금으로 제공하여 오바마 당선의 일등 공신이 되기도 했죠. 이게 ‘글로벌 스탠다드’입니다. OECD 국가 중 교사의 정치활동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하물며 교육감을 뽑는 선거에서 교육의 주체인 교사가 후원금조차 모으지 못하게 막는 나라, 다른 나라에 가서 말하기도 부끄럽습니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과 참석자들이 정치기본권 쟁취를 위한 교사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2022.05.25 ⓒ민중의소리

이번 서울시 교육감 재보궐 선거는 정치 검찰과 사법부의 합작품입니다. 검찰은 조희연 교육감이 해직교사를 특별채용한 것이 위법하다고 기소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모두 특별채용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1994년 검사 생활을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은 2002년 사표를 내고 법무법인 태평양에 변호사로 취업했다가 1년 만에 다시 검찰로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특별채용입니다. 한동훈 당대표도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09년 검찰에 사표를 내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행정관으로 근무합니다. 그리고 2년 후인 2011년 다시 검찰에 복귀합니다. 어떻게? 특별채용입니다. 이렇게 2006~2021년에 검사를 그만두고 나갔다가 다시 검찰에 특별채용된 검사가 43명입니다.

대통령이건 서울시 교육감이건 특별채용은 임용권자의 권한입니다. 검사는 되는데 교사는 안 되는 나라, 이거 공정과 상식 맞습니까?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 교육정책도 중요하고 후보의 면면도 따져봐야 할 겁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왜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되었는가?’입니다. 조희연 교육감이 잘못했고 교육감직 상실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조희연 교육감의 뜻을 잇겠다는 후보를 반대하여 투표하고, 조희연 교육감이 잘못한 게 없다고 판단한다면 조희연 교육감의 뜻을 잇겠다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게 옳습니다. 이게 10월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을 뽑는 기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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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없는 갯벌이었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유명해진 곳

[2024 기후정의 현장르포]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공동단장

4.09.11 06:58최종 업데이트 24.09.11 06:58

기후위기로 드러나는 온갖 환경문제와 불평등 문제, 그로 인해 삶의 위협을 받는 존재들 곁을 지키는 사람들을 기록합니다. 기후위기가 왜 나의 문제인지 공감대를 만들고, 우리에게 닥친 생존의 위기를 고민하기 위해 생태공동체로서 공존하는 지혜를 모아보고자 합니다.[기자말]

▲ 지난 8월 22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수라갯벌 친구들의 증언 마당 ⓒ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수라갯벌 친구들'이 서울행정법원에 모였다. 지난 8월 22일 있었던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5차 재판 방청에 앞서, 새만금 사업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원형 갯벌 '수라'의 자리에 신공항이 들어서지 말아야 할 이유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인근에 있는 군산공항도 수요가 없어 매년 적자를 내는 가운데, 신공항은 군산에 기지를 둔 미 공군의 제2활주로로 쓰이기가 더 쉽고, 공항으로서의 전망은 불분명하다. 또한 물새들의 번식지이자 이동 경로와 겹치는 수라갯벌에서는 항공기와 조류가 충돌할 위험도 크다. 그 무수한 생명의 집터를 밀어내서도 안 된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오동필 공동단장도 목소리를 보탰다.

"새만금 갯벌과 바다를 살리는 일은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일입니다. 우리가 수라의 저어새를 보호하자고 말할 때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서식지를 보전하는 법은 있는데, 지역민의 터전을 보호할 법은 없어요. 저어새가 살아갈 자연을 지켜야 인간의 서식지도 지켜질 수 있습니다."

▲ 수라갯벌의 저어새 ⓒ 오동필

군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새를 따라다니며 사진에 담는다. 새만금으로 메워진 동진강과 만경강 하구는 그가 수많은 새를 본 추억이 쌓인 놀이터 같은 곳이다. 2003년 시작된 조사단이 올해 20주년을 맞아 연 사진전 <바다를 만나다>에도 그간 만나온 새들이 모였다.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2023)에서 그는 그 새들의 '아름다움을 본 죄'를 말했다.

"새들이 갯벌에 없어. 공허감이 밀려와요. 괴롭고 슬프고, 아름다움을 본 죗값을 치르는 것 같아요. 너무 아름다운 걸 봤기 때문에 책임감이 있더라고요. 못 봤고 몰랐으면 나도 그냥 직장 다니고 그랬을 거 같아요."

그 책임감이 그를 지금까지 오게 했다. 생계를 위한 직업이 따로 있어 스스로 환경운동가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시민으로서 새만금을 둘러싼 운동을 포기할 수 없는 까닭이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핵심도 '시민'이다. 지역에 몸담고 살아가면 전문가보다도 잘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들에게 생태조사란 삶을 살피고 돌보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올해 4월에 출범한 '새만금 상시 해수유통 서명운동본부'도 전북도민의 목소리로 이뤄지는 행동 조직이다. 오동필 단장은 그곳의 정책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바닷물이 가로막힌 새만금호에 해수를 유통하자는 얘기는 몇 년 간 꾸준히 나왔으나, 이 본부의 역할은 달리 있다. 싸워야 하는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왜 '상시' 해수유통인가

'해수 유통'이란 방조제로 가둔 담수호에 다시 바닷물을 흐르게 만들어 해역으로 두는 것이다. 그러려면 방조제의 출입구를 인위적으로 닫기 위해 설치한 배수갑문을 열어야 한다.

2020년 12월부터 하루 두 번 새만금방조제의 배수갑문을 열고 있으니 지금도 해수 유통이 진행 중이긴 하다. 문제는, 그 지속 시간이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단 십 분만 열어도 해수 유통이기 때문이다. 오동필 단장이 수문 여는 횟수를 늘리기보다 아예 닫지 않는 흐름으로 바꾸고자 '상시'란 말을 제안했다.

"그 이름을 걸어야 싸움이 돼요. 운동은 싸움이거든요. 이미 주어진 말의 방향을 틀 수도 있지만, 전혀 새로운 이름을 거는 것도 운동이에요."

이름을 붙여보니, 과연 그렇다. '상시'라고 부르자 방조제로 막힌 새만금 안쪽이 예전처럼 바다로 흐를 수 있다는 상상력이 모인다.

반면 새만금개발청의 마스터플랜은 바닷물을 해수면보다 –1.5m로 낮추는 관리 수위를 유지하려 한다. 해수 유통을 확대하여 수위를 높이면 방조제와 방수제를 보강해야 해서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거기에는 수위가 높아지면 매립 용지가 줄어든다는 더 실리적인 이유가 있다. 아직도 새만금을 토건 사업의 이익 수단으로만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달라졌다. 방조제로 악화한 수질개선에 4조 원이 넘게 들어갔다. 담수호를 계속 고집하면 더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해수 유통 없이는 '염분 성층화' 문제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소금물을 놔두면 소금이 점점 가라앉아 올라오지 않는 현상 같은 거예요."

새만금호 유역에서는 강의 민물과 염분기 있는 바닷물이 섞이지 않아 층이 생겨난다. 민물보다 무거운 바닷물이 가라앉아 층이 나뉜 채 오래 순환하지 못하면, 밑바닥의 산소가 부족해져 물이 썩는다. 그로 인해 어패류 같은 저서생물이 폐사하면서 수질 전반이 나빠진다.

바다의 자정 능력 자체는 뛰어나지만, 지금처럼 수문이 닫혀 있으면 새로운 바닷물이 흘러 들어올 수 없어 회복되기 어렵다. 가만히 고여만 가는 물속은 생명이 머무를 수 없는 죽음의 구역으로 남는다.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해수가 그 층을 흔들지 않는 한, 인간의 힘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하루에 한 번만 수문을 열었던 2020년 전에 비해 상황이 나아졌다지만, 정말 그럴까.

"사람도 산소가 충분해야 숨을 쉬잖아요. 누가 산소를 조금만 넣어주고 편하게 있으라고 하면, 죽지는 않더라도 숨이 가쁘고 고통스럽겠죠. 그게 맞나요? 그저 겨우 안 죽고 있는 상태일 뿐인데요."

▲ 새만금 이후 서식 생물의 변화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바닷물을 돌려주는 게 생태계의 숨을 돌려주는 일인 까닭이다. 생명권이 걸린 문제에서는 차선이 아닌 최선의 출구를 찾아야 한다. 덜 나빠진 현재보다 더 나쁘지 않았던 과거가 있다면 그때를 바라봐야 한다. 방조제가 생기고도 분명히 그럴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2006년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끝나고 2010년까지 수문을 상시 개방했을 때는 훨씬 다양한 생물이 대량 번식했다. 상시 해수 유통만이 해답인 까닭이다.

이름을 주고 부른다는 것

다만 오동필 단장이 2016년에 직접 수질을 조사하다가 '염분 성층화' 문제를 발견했을 때, 다른 고민이 따라왔다. 현장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말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어려운 말을 알려봤자 이해받겠냐고, 저희끼리도 말이 많았어요. 하지만 저는 낯설고 복잡할수록 더 알려줘야 한다고, 감추고 있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거란 생각에 더 많이 떠들고 다녔어요."

그렇게 7년을 외치자, 그 뜻은 몰라도 말을 아는 이들이 늘어갔다. 사실 '새만금'도 그렇게 자리 잡은 말이다. 원래는 없었지만, 정부에서 동진강과 만경강 하구를 새만금이라고 부르며 어느새 지역을 대신하는 이름처럼 되었다. 그러나 이름을 둘러싼 싸움의 닻을 다 내어주지 않고 맞서려면 여러 가능성을 이뤄줄 말이 더 필요하다. 다시, 이름을 주고 부르는 문제다.

"현장에 있으면 일부러 말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 와요. 이름이 주어져야 시작되는 싸움이 있거든요. 어떤 고유명사가 퍼지는 과정도 싸움이고요. 특히 장소를 지키려면 그곳의 이름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죠."

그가 영화 <수라>에서 앞으로도 수라를 갯벌로 부르자고 한 마음도 여기 있다. 그는 말했다. 당장 마른 땅도 언젠가 들어올 바닷물과 함께 살아난다면, 갯벌이라고. 풀만 자라나는 땅 같더라도 갯벌이라는 이름을 놓지 않으면 언젠간 갯벌로 돌아온다고. 끝난 게 아니라고. 그때까지 그 이름을 불러줘야 살 수 있다고.

덕분에 '수라'는 그가 세상에 가장 널리 전한 이름이 되었다. 군산시 옥서면 남수라마을 옆의 이름 없는 갯벌이던 그곳에 '비단에 새긴 수'라는 아름다운 뜻의 이름을 찾아준 사람도 오동필 단장이다. 지도에는 없지만 수라는 어느덧 사람들 속에서 당연한 지명이 되고 있다. 그에게는 그러한 변화야말로 대중 운동이다. 이름을 불러주면 얼굴이 보이고 주소가 그려진다는 믿음으로, 거기까지 가는 길을 닦아가려 한다.

▲ 지난 6월 '수라갯벌에 들기' 체험 ⓒ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그가 '수라갯벌에 들기'라는 체험을 꾸려 사람들과 수라로 가는 이유다. 다 같이 온몸으로 만나는 수라는 생생한 삶터다. 예전에는 전부 갯벌이었지만, 물이 빠지고 노출면이 많아지며 연안습지가 된 수라. 해안에서 갯벌, 또 육지로 이어지는 길목마다 습지와 염습지, 초지 등 다양한 지대의 풍경이 펼쳐진다.

덕분에 수라갯벌에 드는 길도 다채롭다. 정해진 길만 가는 관광과 달리, 날씨와 주변 환경에 따라 길도 변한다. 곳곳에 돌아다니거나 잠들어 있는 생물도 매번 달라져, 당장 보이지 않아도 여기서 살아가고 있을 온갖 생명을 상상하게 된다. 누군가는 수라를 밟아도 되는지 묻지만, 오동필 단장은 도리어 자연에 마음껏 닿아 누리라고 한다. 자연을 함부로 취하는 게 아니라 이 삶에서 자연과 공존하고 상생하자는 말이다.

"마음껏 밟고 겪어야 해요. 우리의 걸음 하나하나가 훼손이 아니라 생물 다양성이 주어지는 조건이거든요. 한 걸음마다 변화가 일어나요. 발자국 보폭에 따라 파이는 땅에 생물이 들어설 기회가 오고요.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에 물이 고이면 잠자리가 알을 낳아요. 새로운 길을 걸어 공간을 내면 거기를 통하는 생물이 생기죠. 우리가 넓은 곳을 다닐수록 자연의 회피로도 늘어나요. 무작정 해쳐 파괴하는 게 아니라 회복력을 배우고 기를 틈을 만들어주는 보존이에요.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적극적으로 누리는 과정이죠."

희망이 이기는 싸움으로

다시,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5차 재판 때로 돌아가자. 그날도 수라를 보존할 필요를 얘기했다. 4차 소송의 법정 증인이었던 나일 무어스 박사(새와생명의터 대표)가 또 한 번 람사르 협약의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인 수라의 가치를 증언했다. 람사르 협약은 습지의 생태 환경을 보존하며 지속 가능한 이용을 추구한다. 고로, 이 모든 싸움의 종착지는 한곳에서 만난다. 새만금의 기본계획과 마스터플랜을 처음부터 다시 고민하는 것. 상시 해수 유통으로 갯벌과 바다를 보존하는 개발이 되어야 한다.

오동필 단장은 또 하나의 재판 선고를 앞두고 있다. 세종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앞에서 '새만금신공항 철회촉구 천막농성'이 9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데, 보행에 방해된다며 세종시에서 도로법 위반으로 그를 고발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환경영향평가가 끝나기도 전에 난개발 사업을 강행하려 하며 먼저 법을 무시한 정부가 일으킨 싸움이다. (관련기사: "환경영향평가제도 짓밟은 기만적인 국토부" https://omn.kr/22nj2 ) 지난 8월 29일 마지막 공판에서 2081명이 천막농성을 지지하는 탄원서에 연명했다.

▲ 새만금호 상시 해수유통과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서명 운동 포스터 ⓒ 새상해 및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우리는 부끄럽지 않은 싸움을 하며 20년을 왔어요. 20년 전 아무도 싸우지 않았다면 지금 많이 부끄러웠겠지만, 그간 가만히 있지 않고 힘들게 싸워온 시간이 있어 떳떳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기는 싸움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끝까지 싸워보고 싶습니다."

이기는 싸움. 그는 이 싸움을 그렇게도 부른다. 기울어진 법정의 승패와 관계없이 더 나은 세상의 희망을 구하고 지키려는 이들의 부끄럽지 않은 싸움이다. 그곳에서 함께 하는 모두가 수라갯벌의 친구들이다. 방청이 가능한 기본계획 취소소송 5차 재판일은 10월 17일, 천막농성 재판 선고일은 9월 26일로 잡혔다. 서명운동은 온라인으로도 동참할 수 있다. 수라가 금빛으로 물들어가는 가을이 다가오는 8월 말, 상시 해수 유통을 위한 서명 인원이 2만 명을 넘겼다.

우리는 언제든 더 많은 친구를 기다리고 환영할 것이다.

[필자 소개] 김누리: 글을 읽고 쓴다. 돌봄과 연결의 힘에 기대어 더 정확히 비관하고 구체적으로 낙관하고 싶다. 현재 전주에서 살아가며 기후생태위기 현장으로부터 함께 상생할 가능성을 그려볼 수 있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서명 운동 링크

새만금호 상시 해수유통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fgNEDD6km3Ni-aEu1I0vve_WVPDABYdETwR1IMknhM55SXDw/viewform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 https://docs.google.com/forms/d/1AtoFzntOmRDl82q1DXG6hQm1ci8uieQ8Z7xa3dVmgoA/viewform?edit_requested=true

#새만금 #새만금신공항 #해수유통 #상시해수유통 #수라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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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대에 ‘유엔사’의 탈을 씌워 한반도에 들이려는가”

시민사회단체, 한국·유엔사 국방부장관 회의 규탄 기자회견 열어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4/09/10 [18:42]

   

▲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 © 자주통일평화연대

 

“우리는 미국 주도의 다국적 전투 기구의 구축, ‘유엔사’의 전투 기능 부활에 단호히 반대한다!”

 

10일 오후 4시 20분경 서울 소공동의 롯데호텔 앞에서 위와 같은 구호가 울려 퍼졌다.

 

자주통일평화연대와 가짜 ‘유엔사’ 해체를 위한 국제캠페인은 이날 롯데호텔에서 진행되는 ‘2회 한·유엔사 국방부장관 회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유엔사는 유엔 산하의 기구도 아닐 뿐 아니라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진작 해체됐어야 할 기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엔사가) 한국전쟁의 한 당사자로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기는커녕 그동안 남북관계를 가로막아 왔을 뿐 아니라 대북 전단 살포 등 정전협정을 위반하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충돌을 조장하는 적대행동을 뒷받침했다”라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유엔사가 한국전쟁 참전국도 아니었던 독일을 추가로 가입시켜 유엔사를 확대, 강화하려 시도하는 것은 아시아에 나토와 같은 미국 주도의 다국적 전투 기구를 구축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며 “나토의 핵심 국가인 독일의 가입을 통해 나토 자체를 아태지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과 윤석열 정부는 ‘유엔사’에 일본을 공식 참여시키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라며 “이제 자위대에게 한·미·일 동맹뿐 아니라 ‘유엔사’의 탈을 쓰고 한반도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하나 더 열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미국 주도 하의 다국적 전투 기구의 구축이 주변국들을 자극하고 신냉전 대결을 격화시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 회의는 지난해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에 즈음해 처음으로 열렸다. 당시 참가국은 회의 정례화를 결정했다.

 

이번 회의는 김용현 한국 국방부장관과 빌 블레어 캐나다 국방부장관이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유엔사 회원국 중 남아공을 제외한 17개국의 대표와 유엔군 사령관이 참석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 규탄 기자회견문

주권과 평화 훼손하는 ‘유엔사’ 확대, 전투 기능 강화 반대한다!

 

오늘 (9월 10일) 서울에서 <2차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가 개최된다.

국방부는 이번 회의에 기존 ‘유엔사’ 회원국뿐 아니라 최근 신규 가입한 독일 국방부 차관이 처음으로 참여한다고 하면서, ‘하나의 깃발, 하나의 정신 아래 함께 싸운다’는 슬로건 아래 ‘한·유엔사·유엔사 회원국 간 협력과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엔사의 확대, 그리고 ‘정전협정 관리’를 넘어서 ‘싸우는 기능’, 즉 전투 기능의 수행과 이를 위한 상호 협력 강화라는 방향성을 명확히 한 것이다.

우리는 이미 해체됐어야 할 ‘유엔사’에 전투 기능을 다시 부여하고, 미국 주도의 다국적 군사 기구로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단호히 반대한다.

지난해 열린 1차 회의는 미국 주도하에 ‘유엔사’의 전투 기능 부활을 공식화한 회의였다. 지난 75년 유엔총회 해체 결의에 한·미 정부가 동의하고 이후 한미연합사로 전투 기능을 이관한 이래, ‘유엔사’에는 ‘정전협정 관리’ 권한만 남아 있었으나, 정전 70년을 맞아 전쟁 종식을 위한 노력은커녕 ‘공격 억제’ 등을 명분으로 군사 기능, 전투 기능을 다시 복원하였고 군사훈련 정례화, 회원국 확대 등을 선언한 것이다.

이번 2차 회의를 앞두고 한미연합훈련에 ‘유엔사’ 회원국의 참여가 확대되었고, 나토의 핵심 국가인 독일을 ‘유엔사’의 새 회원국으로 참여시켰다. 나토와 같은 미국 주도의 다국적 군사 기구로 ‘유엔사’를 강화하고, 동시에 나토의 아태지역 확장 교두보를 함께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유엔사’는 정전협정의 당사자로서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정치협상의 개시와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비무장지대 관할’ 역할을 앞세워 남북 간 왕래와 협력 사건을 사사건건 가로막더니, 정작 비무장지대로 날아드는 ‘대북 전단’, 사실상의 전쟁 행위인 ‘대북 확성기’ 방송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은 채 이를 방조함으로써 비무장지대 관할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 충돌 위기를 부추기는 데 일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른바 ‘유엔사’는 유엔 산하의 기구가 아님에도 유엔의 이름을 도용하고 있는 미국주도의 다국적 군사기구이며,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진작 해체되었어야 할 기구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해체되었어야 할 ‘유엔사’가 미국 주도하에 다국적 전투 기구로 탈바꿈하는 것은 주변국들을 자극하고 신냉전 대결을 격화시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유엔사’의 전투 기능을 부활시킴으로써 한국군에 대한 개입을 다시 제도화하고 작전지휘권 환수의 취지를 백지화시켰으며, 한반도 문제에 대한 외국의 개입을 이중, 삼중으로 보장함으로써 주권과 평화를 훼손한다는 점 역시도 심각한 문제이다.

최근 미국과 정부는 ‘유엔사’에 일본을 공식 참여시키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제 자위대에게 한·미·일 동맹뿐 아니라 ‘유엔사’의 탈을 쓰고 한반도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하나 더 열어주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 주도의 다국적 전투 기구의 구축, ‘유엔사’의 전투 기능 부활에 단호히 반대한다!

유엔사 회원국들과의 군사훈련을 비롯하여 일본과 한국의 ‘유엔사’ 추가 가입 등 유엔사 강화와 확대를 위한 일체의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

불법적인 ‘유엔사’를 즉각 해체하라!

2024년 9월 10일

자주통일평화연대, 가짜 ‘유엔사’ 해체 국제캠페인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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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공급 확대'만 외치는 윤석열 정부, 투기 거품 조장 주인공?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정부가 만드는 세대간 부동산 투기 사다리

조정흔 감정평가사 | 기사입력 2024.09.11. 05:03:55

서울시내 한 재개발구역의 입주권을 감정평가하고 있다. 입주권이 소재한 지역은 바로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가 있는 장위10구역이다.

장위동 일대는 2006년도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뉴타운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1구역에서 15구역까지 구역에 따라 사업속도가 상이하다. 장위1, 2, 4, 5, 6, 7, 10구역은 사업이 완공되었거나 진행중이다. 이에 따라 장위동 일대에 1만 세대 이상의 신축아파트가 공급되었다.

장위동에 공급된 신축 아파트 가격은 59㎡기준 2021년에는 최고가가 10억 원을 웃돌았다.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까지는 조정을 받아 7억 초반까지 하락했으나 올해 다시 반등해 최근에는 8억 초반대 수준에서 거래된다. 84㎡는 2021년 13억 중반대까지 올랐으나 2022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조정을 받아 8억 중반까지 하락했다. 올해는 역시 반등해 10억 초반대를 회복했다.

재개발로 인해 주민들이 이주한 후, 철거 전의 장위동을 몇 차례 가본 적 있다. 전형적인 서민 거주 저층주거지였다. 주민들이 이주한 후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빈 골목길, 곧 다시는 볼 수 없게 되는 동네를 걸으면서 불과 몇 달 전까지 멀쩡히 사람들이 살던 벽돌집과 골목길이 모두 사라진다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였다.

장위10구역은 2017년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주민 이주 후 2020년부터 철거가 시작됐다. 그러나 조합과 사랑제일교회의 충돌로 인하여 사업이 계속 지연되어 왔다. 사랑제일교회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상 수용절차를 통한 감정평가액 82억 원에 불만을 품고 명도를 거부하였고, 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조합과 보상금 500억 원을 합의하는 초유의 일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제일교회로부터 추가 요구가 이어지자 조합은 결국 사랑제일교회를 제척하고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오랜기간동안 재개발사업이 지연되다보니 원주민 조합원들의 피해가 얼마나 막심할까 싶었는데, 조합원들에 대한 뉴스가 별로 없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장위10구역은 2008년 정비구역 지정, 2013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는데, 사업시행인가일 이전의 공시지가가 기준이 되다보니 종전자산 평가금액이 매우 낮은 편이었다. 또한 2017년 관리처분일 기준으로 조합원 분양가도 낮았다. 당시만해도 부동산 투기열풍이 몰아치기 직전이라 소유자들 중에서 현금청산자들이 많았고, 거주인구 3천여명 중 조합원수는 400여명에 불과했다. 조합원분양가가 59㎡기준 3억4000만 원, 84㎡기준 4억5000만 원 정도였으니, 현재 시점 기준 상승한 시세를 고려하면 조합원 프리미엄이 매우 높았을 것이다.

종전자산 권리가액 3억인 조합원이 84㎡ 아파트를 분양신청했을 때, 추가분담금 1억5000만 원만 부담하면 현재 시세 기준 10억 아파트를 갖게 된다. 조합원 입주권이 양도가능한 조건이라면 5~7억 정도의 프리미엄을 붙여 매도할 수 있는 선택지를 갖게된 것이니 조합원들은 대부분 부동산시장 급등기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게 되는 케이스였기 때문에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더라도 큰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오지 않았다.

사업은 실제로 늦춰졌다. 지난해 12월 사랑제일교회가 구역에서 제척되는 내용으로 정비구역 촉진계획이 변경되어야 했다. 이에 지난 7월에 정비사업통합심의을 거쳤으며, 이를 기초로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 등의 절차를 모두 다시 거쳐야한다.

지금까지 조합원들이 분양신청한 내용은 다시 모두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공사비가 상승한만큼 조합원분양가 또한 상승할 것이다. 물론 공사비 상승에 따라 일반분양가도 함께 상승할테지만 경제상황이 안갯속인 상황에서 높은 분양가로 인해 분양성이 낮아질 수도 있다. 조합원 분양가가 얼마나 높아질지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다.

장위10구역 재개발사업이 도대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조합원의 권리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오랜 시간을 들였음에도, 외부의 부동산 시장 상황이 불안정적이고 변동성이 큰데다 부동산 입주권과 관련된 거래정보가 깜깜이인 상태에서 종전의 조합원 입주권 거래사례를 기준으로 조합원이 보유한 입주권 가치를 판단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장위10구역의 경우 거주인구 3000여명 중 조합원수는 400여명이고, 공급예정 아파트는 2000여 세대이다. 2000세대의 새아파트가 공급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1300여세대, 3000여명이 거주하던 주택이 사라진다. 이중에서 개발사업으로 인한 이익을 누리는 사람은 400여명의 조합원들 뿐이다. 조합원 세대수가 적다보니 아파트 2채의 입주권을 갖고 있는 조합원도 제법 있었는데, 이들은 운 좋게 더 많은 입주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었다. 대부분은 아마 자녀에게 한 채 물려주기 위해 추가 입주권을 받은 사람들일 것이다. 조합원들은 부동산 시장이 활황인 좋은 때를 만나서 큰 개발이익을 얻으리라 기대했으나, 이들마저도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 상황으로 인하여 불안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곳을 터전으로 삼았던 3천여명 대부분의 거주자들이 산산이 흩어지게 되었다.

이 같은 현상이 장위동 일대 재개발 지역 전역에서 일어났다. 일대에 신축 아파트 1만여 세대가 공급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만 명이 거주하던 노후주택이 사라졌다. 저소득층, 서민, 청년들이 거주하던 서민주택지, 즉 대체로 주택가격 2~3억 원, 월세 50만 원 전후의 저렴한 주택 공급이 감소한 것이다.

▲8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서초구 일대 아파트. ⓒ연합뉴스

도심지에서의 주택 공급은 순수한 공급이 아니다. 멸실을 동반한다. 고가의 새 아파트를 기준으로 보면 공급이지만, 저가의 낡은 주택을 기준으로 보면 공급 감소다. 10억짜리 아파트가 공급되는 대신, 월세 50만 원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은 사라진다. 10억짜리 새아파트의 공급은 반드시 가계빚을 동반한다.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가 국가경제 위험 뇌관이 되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그래서 무조건적인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가 능사가 아니다.

기존의 원주민 조합원들 조차도 추가분담금 수억 원을 부담해야한다. 10억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필요한 수억 원의 추가분담금은 빚 없이 마련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수요자, 즉 국민의 부담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아파트 공급은 허상이다.

2억의 부담 능력을 갖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라면 2억 수준의 주택 공급이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한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 즉 가격을 고려하지 않은 공급, 소득과 괴리된 공급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2~3억 원의 부담능력을 갖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는 2~3억짜리 기존 주택을 잘 관리하고 유통되게 하는 것이 진정한 공급이다. 나라의 경제성장과 소득수준에 맞게, 가계부채를 적절히 관리해가면서 개발이익을 적절히 환수하고, 사업성 없는 취약 지역의 기반시설에 개발이익을 적절히 분배해가면서 순차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저 작은 집을 허물어 고가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정책은 부동산 매매 시장 과열을 노린 대책일 뿐이다.

불행히도 지금이 그렇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종일관 공급 확대, 규제 완화, 부자 감세다. 윤석열 정부는 모든 부동산 문제의 원인이 새 아파트 공급 부족에 있다고 진단한다. 정부는 주택시장 침체로 인하여 공급 부족이 우려된다면서 올해초 발표한 1.10. 부동산 대책에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세제 금융지원, 대출지원정책을 포함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2월 기자간담회에서 공급확대 정책을 할 수 있던 배경으로 '집값이 활활 불타오를 것 같은 위험한 시기였다면 이렇게 규제 완화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박상우 장관의 예상과는 달리 이후 부동산시장은 불안정하고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8월까지 서울아파트의 거래량과 거래액은 이미 작년 전체 규모를 넘어섰다. 5대 은행 8월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 증가폭 모두 역대최대 기록을 세우고 있다. 금융당국 압박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줄였지만 주담대 증가폭이 두달째 7조 원을 넘는 등 역대급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는다.

이렇게 부동산 거래량과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불안한 상황에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8.8.부동산대책을 발표했는데 역시 획기적인 공급확대와 규제완화, 세제완화 정책이 주요 내용이었다. 부동산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국토교통부의 부동산대책은 정답이 정해져 있다. 시장 침체시기에도 공급확대, 주택시장 과열 시기에도 공급 확대다.

세대간 이어지는 견고한 투기 사다리

정부는 지난 7월 말까지 6개월간 신생아특례대출이란 정책대출상품을 만들어 7조2000억 원 규모를 시장에 공급한 바 있다. 2023년에는 특례보금자리론이라는 정책대출상품을 판매하였는데, 1년간 신청금액이 43조4000억 원에 달했다. 저리의 정책금융자금은 부동산에 대한 불안과 투기 심리를 자극해, 약간의 가격조정이 일어나자 2030청년세대를 통하여 부동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결국 저리의 대출이 높은 부동산 가격의 하방을 단단하게 지지하고 있는 게 지금의 모습이다.

특례보금자리론과 신생아특례대출은 주거안정을 위해 조성되는 주택기금의 지원을 받아 저금리일 뿐만 아니라, DSR과 같은 대출규제의 제한도 받지 않는다. 결국 신생아특례대출과 같은 저리의 정책대출로 2030젊은 세대가 '영끌'로 주택을 구입하고, 이들에게 주택을 매도한 3040세대가 기존 주택의 매도자금으로 다시 새로운 대출을 일으켜 서울의 주요 상급지역으로 이동하는 갈아타기 수요가 가세해 지금의 서울 집값 상승세를 이끈 것 아닐까.

실제 한국부동산원이 매입자 연령대별 서울아파트 매매거래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40대의 매수비중은 31.2%, 30대의 매수비중은 32.5%로 현 주택 가격 폭등세를 3040이 주도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결국 저리의 정책자금대출을 기반으로 2030 청년 주택 수요층이 만들어졌고, 이들로부터 나온 아파트 매도 자금이 3040 수요로 가세하는 세대간 투기 사다리가 만들어졌다. 2030에서 3040으로 연결되는 매수행렬이 갭투기 증가, 가계대출 폭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일관성 있는 부동산정책인 공급확대, 규제완화, 부자감세가 국민주거안정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높은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고, 국민 모두에게 정부는 절대 부동산가격이 조정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을 주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인 민주당도 다를 바가 없다.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야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주요 인사들의 입에서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성 정치권이 하나로 뭉쳐 부동산 기득권을 공고히하니, 이 정부와 정치세력 누구를 믿고 주거안정과 부동산 시장 안정을 바라겠는가,

최근 경제지면을 덮는 각종 통계와 지표는 하나같이 지금 내수 침체 수준이 금융위기 이후 최악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이와 괴리되어 과열되고만 있다. 자산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부동산 투기 뿐이라는 강한 믿음의 원천은 바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있는 정부와 여야를 막론한 부동산기득권 세력이다. 이제 어디서 부동산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조정흔 감정평가사

2004년부터 감정평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부동산 현장과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은 현상이지만, 가격에는 적절한 자원의 배분과 사회의 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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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선출된 적 없는 김건희, 대통령 행세…국민은 최순실 어떻게 됐는지 기억”

박용하 기자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발언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 지적

 

<b>정부 비판하는 조국 대표</b>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부 비판하는 조국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을 하고 있다. 박민규 

 

정부 비판하는 조국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조 대표는 “여당 대표와 문자를 하며 회유하고 압박하고, 정부 인사를 자신이 한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며 급기야 전 여당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기라고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경고한다. 박근혜 정권에서 최순실씨가 무슨 일을 했는지, 그 결과 박근혜, 최순실 두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 국민은 다 기억하고 있다”며 “어떤 부적도, 어떤 무당도 막아주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총선 후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사실을 거론하며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부자와 강자만 챙기는 국정기조는 바꾸지 않았고 경제와 민생 파탄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무모한 의대 2000명 정원 (증원) 결정의 여파로 응급환자는 병원을 못 찾아 목숨을 걸고 뺑뺑이를 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권의 전 정권 탓, 이념몰이, 반대자와 비판자에 대한 반국가세력 비방, 일제강점기 불법성 부인, 뉴라이트 인물 중용 등을 비판했다.

조 대표는 “어느 주가조작 사건에서 공범이 유죄 판결이 났는데 전주는 소환도 기소도 되지 않는가. 어느 공무원 배우자가 300만원짜리 명품가방을 받고 무사히 넘기는가”라며 김 여사 관련 수사의 불공정을 지적했다. 조 대표는 “(검찰은) 전 정권과 야당은 사냥하듯 수사하고, 잘 잡히지 않으면 가족과 친척, 지인을 턴다”며 “그리고 일방적 피의 사실을 ‘친검’ 언론에 흘린다. 바로 15년 전 노무현 대통령님의 비극이 발생하기 전과 똑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권력기관을 주머니 공깃돌로 가지고 놀더라도 국민의 마음을 잃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조 대표는 “당내에 ‘3년은 너무 길다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이미 심리적 탄핵을 하신 국민의 마음을 받들며 온 힘을 다하여 위헌과 위법의 증거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며 2026년 6월3일 지방선거 이전에 국민투표로 개헌안을 확정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협력으로 진행되는 지구당 부활 움직임에 대해선 “거대 양당 소속 정치인에게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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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규제 ‘사전지정’ 아닌 ‘사후추정’...대폭 후퇴한 공정위

공정위, ‘온플법’ 없이 공정법 개정만...‘티메프 재발 방지’ 관련 법 개정도 추진

김백겸 기자 kbg@vop.co.kr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 추진방향 발표하고 있다. 2024.09.19.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플랫폼 규제 대상을 당초 예고했던 '사전지정'이 아닌 '사후추정' 방식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온라인플랫폼 규제의 법적 근거 또한 온라인플랫폼법 등 별도 법 제정이 아닌 기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마련하기로 했다.

당초 공정위가 규제 대상을 '사전지정'해 규제하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했던 것에서 대폭 후퇴한 입장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9일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온라인플랫폼 공정경쟁 촉진을 위한 입법 방향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플랫폼 시장) 독과점 분야에서는 반경쟁행위의 신속한 차단을 위한 제도 보강을 통해 시장 경쟁질서를 보호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율 대상은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인 지배적 플랫폼이며, 이는 법 위반행위가 발생한 후에 사후 추정하는 방식으로 특정되겠다"며 "당초 '사전 지정' 방침을 발표했으나 업계·전문가·관계부처 의견 등을 종합 검토하여 '사후 추정'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규제 대상을 사후 추정하는 구체적인 추정 요건은 현행 시장지배적 사업자보다 강화해 독점력이 공고한 경우로 한정한다. 다만 공정위는 "스타트업 등의 규제 부담 등 우려를 고려해서 연간 매출액 4조원 미만 플랫폼은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규율 분야는 중개, 검색, 동영상, SNS, 운영체제, 광고 등 6개 서비스 분야이며, 금지되는 반경쟁행위는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 대우 요구 등이다.

또 공정위가 플랫폼사의 불법행위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위법이 아니라는 입증 책임은 사업자가 져야 한다. 한 위원장은 "지배적 플랫폼의 영향력에 상응하는 강화된 입증책임을 부여하겠다"면서도 "다만 경쟁제한성이 없는 경우 등에 대한 항변권은 충분히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반경쟁행위로 적발된 경우에는 과징금 상한을 현행 기준인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관련 매출액의 6%보다 상향한 8%로 하기로 했다. 반경쟁행위의 신속한 차단을 위해서 임시중지명령 제도도 도입한다. 임시중지명령은 공정위가 조사·심의를 거쳐 시정 조치를 부과하기 전 해당 기업의 반칙 행위를 임시로 중지하게 해 소비자 피해 확산을 막는 제도다. 다만 위반행위에 따른 형벌은 제외될 예정이다.

"업계·관련부처 의견 반영해 사전지정에서 사후추정으로 변경"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플랫폼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힘이 큰 소수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사전에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플랫폼 업계와 국민의힘에서 사전지정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자 공정위는 사전지정제도를 다시 살펴보겠다고 한발 물러났다.

기존 공정거래법은 온라인플랫폼 시장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여러 시장을 아우르고 있는 플랫폼을 규제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공정거래법의 규제 대상인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규정하는 현재 기준을 플랫폼 기업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고, 규제가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사전지정제의 별도 법이 필요하다고 시민단체와 소상공인들은 주장한다.

실제로 A기업이 B플랫폼을 공정위에 신고한 사례를 보면, 2019년 6월 신고를 접수한 공정위가 B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라고 결론 낸 것은 2021년 8월이다. 신고부터 결론까지 2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당시 공정위는 해당 플랫폼이 지난 2017년부터 2020년 9월까지 101개 납품 업자에게 경쟁 온라인몰 판매가가 내려갔을 때 판매가격을 인상하라고 요구한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더구나 규제와 함께 규제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식의 사후추정제으로 인해 기업이 항소한다면 실제 규제가 실행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거나 규제가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A기업의 신고로 결정된 공정위의 제재도 현재 중단된 상태다. 플랫폼은 공정위의 제재 결정에 즉각 행정소송을 냈고, 올해 2월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과징금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거래당사자 사이에 모든 조건이 동등한 경우"라며 B플랫폼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공정위가 상고해 재판은 대법원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그 사이 B플랫폼은 A기업과 거래를 재개해 아무런 사업적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결국 공정위가 여당과 업계의 바람대로 기존의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사후추정 방식으로 선회하면서 규제 방안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사후추정은 사전지정과 분명히 다른 방식이다. 사전지정은 일정 사업자를 수검자로 특정하는 방식이지만, 사후 추정은 그렇게 하지 않다는 점에서 분명히 다르다"면서 "다만 주기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며 빠르게 추정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입법 목적을 상당 수준 달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업의 항소 등으로 규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지적에 대해서는 "사후추정 기준이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보다 조금 더 엄격하게 돼 있다"면서 "(시장)지배력이 더 강한 기업이라는 기준을 만든 것이고, 그 요건에 해당되면 (시장)지배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입법이 좌절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은 이번 22대 국회 들어와서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 다수 발의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번 공정위가 밝힌 입법 방향은 야당의 동의를 얻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입법 형식이 바뀌어도 내용 면에서는 지난번에 추진했던 저희 제정안의 내용이 대부분 개정안에 반영이 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의힘과는 당정협의를 마쳤고,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에 대해서는 저희가 추진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8일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에서 한 피해자가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2024.07.28. ⓒ뉴시스

대규모유통업법에 플랫폼 기업 포함...기준은 두가지 안 제시

이날 브리핑에는 티몬·위메프(티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방안도 제시됐다.

대규모유통업법의 규제 대상에 일정규모 이상의 플랫폼 기업(통신판매중개업자)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공정위는 지정 기준에 대해서는 두가지 안을 제시했다. ▲연간 중개거래수익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금액 1000억원 이상의 사업자 ▲연간 중개거래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금액 1조원 이상 사업자 등 두가지 기준이다.

또 이들의 정산 기한을 단축하고, 판매대금을 은행 등 신뢰성 있는 기관에 맡기는 방안을 의무화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정산 기한에 대해서도 ▲구매확정일로부터 10일에서 20일 이내 ▲월 판매마감일로부터 30일 이내 등 두가지 안을 제시했다. 모두 전통적 소매업(40일)보다는 짧게 설정했다.

이와 함께, 판매대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돼 판매사, 소비자 등의 피해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플랫폼이 제3의 기관을 통해 판매대금을 별도 관리하도록 의무화한다. 별도 관리해야 하는 판매대금의 비중에 대해서는 ▲100% ▲50% 등 두가지 기준을 제안했다.

한 위원장은 "신설된 규제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개정법을 일정 기간 유예 후 시행하고, 규율 강도도 경과규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상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미 관계부처 협의 등이 완료된 공정거래법 개정 관련 내용은 국회와 법안 발의를 신속히 협의할 예정이다. 복수안을 검토 중인 대규모유통업법 개정과 관련해선 공청회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이달 중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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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말대로면 트럼프는 한국의 '반(反)국가 세력'?

[정세현-박인규의 정세토크 시즌 2] 뉴라이트가 만든 '정보질서'에 갇힌 윤석열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4.09.10. 04:01:18

제79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의 몇몇 인사들은 "일본 제국주의 시절 선조들의 국적은 일본이다", "1945년 광복을 인정할지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등의 발언들을 쏟아냈다. 소위 '뉴라이트' 계열로 분류되는 극우적 색채를 띈 인사들이 정부 주요 직위의 전면에 나선 결과다.

이러한 뉴라이트 인사들의 등용을 두고 박인규 <프레시안> 상임고문은 "이들은 일본의 식민지배를 합법이라고까지 했다. 이는 한국의 대외 정책에 굉장히 큰 문제로 작용할 수도 있어 보인다"며 "이는 이른바 '정보질서'를 재편하려는 목적으로도 읽힌다"고 분석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국제정보질서가 군사질서, 경제질서보다 늦게 생겼는데 정보질서를 만드는 종주국은 군사‧경제‧안보와 관련해 다른 국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준다. 여기에 포섭된 국가들은 종주국이 주는 정보만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예전 사회주의권에서 소련이 보여주는 정보만을 보는 것처럼, 한국은 주로 미국이 주는 정보만 봐왔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최근 정부 인사들의 이러한 발언을 두고 "8.15 경축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이야기를 보면 누군가가 보여주고 싶은 국내정치적 모습을 써준 그대로 읊은 것으로 보인다"며 "윤 대통령 주변에 뉴라이트가 포진해서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정보질서 속에 대통령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제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반(反)국가세력이 암약하면서 반일(反日)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뉴라이트가 보여주고 싶은 정보질서 속에서 이야기를 하니 미국과 일본을 추종하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고 일본과 관계에서도 과거사 문제가 해결됐다는 식의 입장이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7월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와 관련 "미국이 동아시아에 극동 사령부를 만들고 그 지휘권을 일본에 넘겨버릴 경우 한국군이 사실상 일본 자위대 지휘를 받게 되고, 독도를 사실상 일본의 영향력이 미치는 군사 구역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인데, 뉴라이트 세력은 이것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정보질서를 구축하려는 것 아닌가 싶다"고 전망했다.

박 상임고문은 "윤석열 개인의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나 능력의 문제이기도 하고 미국의 영향력이 대단히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며 "한국 사회 내에서 미국 유학생들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라는 것도 미국만을 바라보는 주요 이유가 되는 것 같다.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미국식 세계관을 받아들인 학자, 관료, 경제 엘리트들이 한국을 지배하고 있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에 편중된 뉴라이트의 세계관이 군사적 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분야에서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 더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박 상임고문은 "러시아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아세안(ASEAN)이 자율적 외교 주체로 참여하고 있고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협의체)가 G7보다 GDP 규모가 커졌고 중국 대외 무역의 절반이 달러가 아닌 다른 화폐로 운영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박 상임고문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를 지금처럼 대하면 군사 영역이 아닌 경제 전선에서 더 먼저 무너질 수 있다"며 "뉴라이트가 대외 정책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입장을 편협한 방향으로 강화하게 되면 이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일본만 바라보는 현 상황 타개를 위해 정부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지만, 윤석열 정부 집권 중에는 현실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가운데, 정 전 장관은 이보다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등 외부 요인이 상황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 트럼프가 김정은을 워싱턴으로 불러낼 수도 있다"며 "다만 트럼프 정부의 목표는 비핵화는 아닐 것이다. 트럼프는 '비확산'이 목표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비확산을 전제로 하고 북미관계 개선을 용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전 장관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싱가포르 북미 협상 시즌 2가 시작될 것이다. 새로운 북미관계수립,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 한반도 비핵화 이 세 가지가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인데 이 중 비핵화는 비확산 및 ICBM 중단 등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트럼프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이같은 세 가지 통로를 실현하는 입구로 종전선언을 추진하려 할 것인데, 윤석열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추진하면 '반(反)국가세력'이라고 했던 것을 적용해보면 트럼프가 남한의 반국가 세력이 되는 셈"이라고 윤 대통령의 발언을 꼬집기도 했다.

대담은 지난 4일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사)한국통일협회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대담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오른쪽) 전 통일부 장관과 박인규 <프레시안> 상임고문. ⓒ프레시안(이재호)

 

박인규 :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이른바 '뉴라이트' 계열 인사의 기용이 강화되면서 대미 추종, 대일 예속 외교도 심화되고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는 발언을 보면 그 정도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명박 정부 때도 김태효 당시 비서관이 일정 부분 역할을 했지만 지소미아(GSOMIA, 한일 군사 정보 보호 협정) 체결 논의가 들통 나자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도에 방문, 일본과 외교를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 박근혜 대통령 때는 2015년 세계 2차대전 승전 70주년에 베이징 천안문에 올라가기도 했다.

이처럼 이전 정부는 뉴라이트와 유사한 색채를 보이기도 했지만 나름 자주적이라고 평가되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는데 윤석열 정부는 죽으나 사나 미국‧일본만을 바라바고 있다. 결정적으로 일본의 식민지배를 합법이라고까지 했다. 이는 한국의 대외 정책에 굉장히 큰 문제로 작용할 수도 있어 보인다.

이들의 이러한 활동은 이른바 '정보질서'를 재편하려는 목적으로도 읽힌다. 저서 <통찰>에서 미국이 군사질서, 경제질서, 정보질서 장악을 통해 세계를 지배한다고 지적했는데, '정보질서'가 우리의 세계인식 및 현실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살펴봤으면 한다.

정세현 : 국제정보질서가 군사질서, 경제질서보다 늦게 생겼는데 정보질서를 만드는 종주국은 군사‧경제‧안보와 관련해 다른 국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준다. 여기에 포섭된 국가들은 종주국이 주는 정보만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4년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는 KBS로부터 국제 정보질서에 관한 연구 용역을 받았다. 이 중 북한이 외부 사회를 인민들에게 어떤 식으로 보여주는지에 대해, 즉 북한이 어떤 국제정보질서 속에서 국내 정치를 하는지에 대해 실증적으로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

그런데 북한을 연구하기 전에 중국이나 소련이 어떤 식으로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지 언론 매체 보도를 통해 분석해봤다. <인민일보>를 포함해 중국의 여러 언론을 보니 특정한 정치적 사건에 대해 소련의 <타스>통신만 인용하고 있었다. 영국의 <로이터>통신이나 프랑스의 <AFP>통신이 인용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심지어 중국은 중소 분쟁으로 소련과 사이가 좋지 않은 때에도 소련 언론사를 인용했다. 스탈린 집권 때부터 소련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유고슬라비아도 <타스>통신을 인용했다.

이들 국가와 서방 언론 보도를 비교해보면 한 사건에 대해 육하원칙 형식은 맞추지만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즉 '언제, 어디서, 누가' 등 바꿀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두고 '무엇을, 어떻게, 왜' 등 해석의 영역이 있는 부분들에서 달라졌다. 사실이 달라지면 평가가 달라지고, 그렇게 되면 이후 대책이 달라진다.

이걸 발견하고 소련이 어떻게 이들을 영향권에 두게 됐는지 알게 됐다. 정치 질서를 이식하고 이후에 눈과 귀를 소련 식으로 만들기 위해 '정보질서'가 동원된 것이다. 즉 군사‧경제 질서를 장악하고 안보질서를 정리하면서 하나의 시스템으로 만들 때 화룡점정이 되는 것이 바로 정보질서였다.

이걸 가지고 북한에 대입해서 보니 북한도 1950년대 주체사상을 내걸었지만 역시나 대외 문제에 있어서는 <타스통신>을 인용하고 있었다. 이처럼 정보질서라는 것은 강력하면서도 무서운 것이다. 국제정치 문제와 관련해 소련이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국제 정치질서에서 대국은 소국들이 자신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정보질서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이러한 정보질서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외신을 인용한 보도를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러시아가 금방이라도 망할 것 같이 보였다. 이는 우크라이나 배후에 미국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보여주고 싶은 쪽으로만 보도가 되기 때문이다. 예전 정보질서를 주무르는 국가가 미국과 소련이었다면 지금은 미국 또는 중국의 정보질서 속에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15 경축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누군가가 보여주고 싶은 국내정치적 모습을 써준 그대로 읊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주변에 뉴라이트가 포진해 있는 가운데,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정보질서 속에 대통령이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은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이 시작된 19일 국무회의에서 반(反)국가세력이 암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일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식에서 이미 공산주의 세력과 반국가세력이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있다면서 이념 공세를 하기도 했다.

뉴라이트가 보여주고 싶은 정보질서 속에서 이야기를 하니 미국과 일본을 추종하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고 일본과 관계에서도 과거사 문제가 해결됐다는 식의 입장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정부 정책도 이러한 방향에서 전개되고 있다. 지난 7월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를 통해 한미일 3국 국방장관이 안보 협력각서에 서명했는데 여기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그간 행보를 고려했을 때 독도를 공동 군사 연습장으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동아시아에 극동 사령부를 만들고 그 지휘권을 일본에 넘겨버릴 경우 한국군이 사실상 일본 자위대 지휘를 받게 되고, 독도를 일본의 영향력이 미치는 군사 구역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인데, 뉴라이트 세력은 이것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정보질서를 구축하려는 것 아닌가 싶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을지 및 제36회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인규 : 한국의 경우를 보면 뉴라이트가 저변으로 확산되는 것보다는 정부 요직에 많이 등용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노태우 정부 때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하고 남북기본합의서를 만들기도 했다. 또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며 미국이 마냥 좋은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국민들이 알기도 했다.

미국이 지난 2003년 발발한 이라크 전쟁에 실패하고 이후 2008년 금융위기,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당선까지 이어지면서 세계 경영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지자, 한국에 미국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통치 세력을 집권시켜야겠다고 생각했고 그에 따른 결과가 지금 윤석열 정부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정세현 : 미중 경쟁 시대에 미국이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데 그러면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과 원만한 관계를 설정하도록 놔두면 안 된다. 최근 중국 부동산 위기를 많이 언급하는데 이 역시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 속에서 만들어진 부분이 있어 보인다.

그런 큰 틀에서 보면 현 정부의 뉴라이트 세력은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헤게모니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미국이 보여주려는 것만 보면서 대통령을 구석의 골방으로 끌고 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건 지도자의 성향도 영향이 있다. 사실 최종 결정권자는 어떤 사실을 인지했을 때 이것이 사실인지 '크로스체크'를 해야 한다. 김영삼 대통령의 경우 외무부 장관의 이야기만 듣지 않았다. 외교안보수석 이야기도 함께 들으면서 상황을 다각도에서 파악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참모들이 제공한 정보질서 속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독자적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북핵 문제가 있음에도 한미관계가 대미 추종적이지 않을 수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말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설득해서, 북한과 대화하고 북한에 쳐들어가지 않으며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도출해내기도 했다.

박인규 : 그런데 정부 관료가 '테크노크라트'라고 하더라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부에서 관료를 했던 사람들은 그래도 나름대로의 자기 판단 능력과 실행 능력 같은 게 분명히 있었는데 지금 윤석열 대통령 집권 시기에 보면 우리 외교의 자기중심성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판단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는 것 같다.

상급자가 시키면 그대로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본인이 국가와 민족, 시대를 위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대한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갈수록 더 없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과 합의는 했지만 그래도 대놓고 '중일마'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었다.

정세현 : 김영삼 정부 때는 일본과 관계에서 네오콘이 주장하는대로 끌려가지만은 않았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 하고 우리도 대화에 같이 들어가야 한다고 미국에 항의하기도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뉴라이트의 접근이 불가했고 독자적인 판단을 통해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북한과 관계를 원활하게 끌고 가면서 미국과 중국에 발언권을 높이는 식이었는데 윤석열 정부는 일단 대통령 본인이 그런 문제를 고민하려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 국가의 정책 결정권자가 고민해야 하는 것을 방기하다 보니 특정 세력의 정보질서에 갇힌 것 같다.

박인규 : 윤석열 개인의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나 능력의 문제이기도 하고 미국의 영향력이 대단히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한국 사회 내에서 미국 유학생들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라는 것도 미국만을 바라보는 주요 이유가 되는 것 같다.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미국식 세계관을 받아들인 학자, 관료, 경제 엘리트들이 한국을 지배하고 있기도 하다.

경희대학교 사회학 교수 김종영의 저서 <지배 받는 지배자>(2015년)를 보면 한국의 미국 박사는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3위지만 인구 당 숫자는 세계 최고라고 한다. 2013년 통계 기준으로 유학생 수가 중국이나 인도가 20만 명 내외인데 한국이 7만 명이었다고 하더라. 이들이 한국의 요직을 차지하면서 우리의 세계 인식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의 뉴라이트가 사실 미국으로 따지면 '네오콘'이다. 미국의 네오콘이 1960년대 베트남 전쟁에서 패해하면서 생겨났다. 베트남 전쟁에서 지는 꼴을 도저히 못보겠는 사람들이 이들인데, 이 중 상당수는 좌파에 '트로츠키스트'들이었다.

이들은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닉슨 대통령이 중국 등과 데탕트(긴장 완화)를 하는 것을 봐줄 수 없다는 식의 사고를 가지고 있다. 공산주의와는 타협하지 않고 때려잡아야 한다는 식인데, 1980년대부터 등장하기 시작해서 2000년대 부시 대통령 집권 때는 정부의 전면에 등장했다. 미국의 대외 정책을 완전히 망쳐놓은 주역인데 오바마와 바이든 집권 때도 이들의 영향력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뉴라이트는 대체로 1987년 민주화 이후에 나타나기 시작했고 전면에 나선 것은 이명박 정부 때다. 이들 이념은 "서방과 자본주의, 시장주의가 옳다"로 요약된다. 서방이 비서방을 착취한 적 없고 일본이 우리를 문명화시켰고 한일합병조약도 합법이라는 세력인데, 이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905년 을사조약 때 우리가 외교권을 뺏겼고 1965년 청구권 협정은 미국이 시켜서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일본과 협정을 맺었다. 이런 와중에 내년이 또 을사년인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지금도 군사적 자주권이 없지만 미국과 일본 밑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경제 문제다. 러시아에서 동방경제포럼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아세안(ASEAN‧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참여하고 있다. 자율적 외교 주체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경제 상황을 보면 이미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협의체)가 G7보다 GDP 규모가 커졌고 중국 대외 무역의 절반이 달러가 아닌 다른 화폐로 운영되고 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예전처럼 사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를 지금처럼 대하면 군사 영역이 아닌 경제 전선에서 더 먼저 무너질 수 있다.

뉴라이트가 대외 정책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입장을 편협한 방향으로 강화하게 되면 이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이 일본과 화해를 주문하면서 우리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이게 한국의 미래를 봤을 때 적합한 선택인지가 의문이다.

정세현 : 미국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가 지고 있어서 초조해서 그런 것 같다. 몰락의 시간을 늦추기 위한 것인데, 중국을 찍어 누르면 자기들의 몰락이 늦어진다고 생각하니까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을 데리고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을 압박해 들어가는 것이다.

즉 미국이 한국을 찍어 눌러서 한일 간 군사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는 것이 미국의 힘이 빠지는 것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한 행동임을 알아야 한다. 미국이 동맹과 스크럼을 짜고 들어가지 않으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약해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한데, 뉴라이트 등은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윤석열 정부는 러시아, 중국, 북한 모두 기회만 있으면 군사적으로 괴롭히려고 하니, 이를 막으려면 미국으로부터 확장억제를 보장 받아야 하고 전술핵 재배치를 통해 북핵에 대응한 억지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하라는 건 무조건 따라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 자신의 대리인으로 일본을 내세우려 한다. 여기서 윤석열 정부는 미국이 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일본에 굽히고 들어가려 하는 것 같다.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식'의 동아시아 평화를 유지한다는 건데, '헛꿈'을 꾸고 있는 셈이다.

왜냐하면 일본이 뉴라이트와 유사하게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협조하고 있지만 속셈은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일단 미국 휘하에 들어가 있다가 더 이상 미국이 힘을 못쓰면 자기가 아시아의 주인이 되어 이른바 '대동아공영권'을 부활시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뉴라이트는 미국 말을 들으면 된다는 친미주의 성향이 강해서 미국이 하라고 하니까 일본과 손잡고 있는데, 사실 일본은 러일, 청일 전쟁에서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어 한다. 일본의 이러한 속셈을 생각하지 않고, 군사적으로 일본 밑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이러는 것 아닌가 싶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이재호)

 

박인규 : 그런데 미국의 대외정책은 베트남 전쟁부터 이미 실패의 연속이다. 이라크 전쟁 일으켰다가 정권을 잡고 있던 소수 수니파를 몰아내고 다수 시아파가 정권을 잡게 해서 시아파의 맹주 국가인 이란에 좋은 일만 하게 됐고,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가서 20년 동안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결국 도망치듯 나왔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난민들은 유럽으로 들어가면서 극우화를 촉발시켰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베트남전 이후 성공하지 못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내세워 러시아를 무너뜨리려는 것인데, 이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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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남한의 '반국가세력' 될까

박인규 : 앞서 언급했지만 최근 아세안의 외교적 행보를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속 국가 중에 패권국가도 없고 베트남 같은 공산국가도 가입해 있고 군비경쟁도 없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등거리 외교를 하는 등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의 외교 책사라고 하는 키쇼어 마부바니 싱가포르국립대학교 리콴유공공정책대학원 학장은 유엔대사도 지냈던 인도 출신 인물인데,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라고 하면서 중추에 아세안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세안 중에 강대국은 없지만 국가들 간 관계가 원만하다고 평가한다. 서아시아, 즉 중동의 경우 하루가 멀다하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동아시아는 선진국이 있긴 하지만 별로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이 마부바니 학장의 평가다. 그는 중국과 남북한, 일본, 몽골 등이 동북아 협의체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도 이와 유사한 동아시아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역시 동북아 공동체 형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일본의 진보적 정치가나 지식인들은 이를 위해 남한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너무 폐쇄적이고 독재국가고, 중국은 너무 커서 움직이기 어렵고, 일본은 2차 대전 전후로 제국주의 일본이 주장했던 '대동아공영권' 때문에 지역주의 담론을 만들기 어렵다고 한다. 그나마 2000년 이후 남한이 정권교체되고 남북관계가 풀리면서 일본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나오게 됐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남한이 앞장서서 동북아 평화와 공동번영을 만드는 이니셔티브를 추진해야 하지 않나 싶다. 식민지배를 겪은 나라 중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이루고 선진국이 되어 대외 원조도 하는 나라가 됐는데 미국만 따라갈 수는 없지 않나.

정세현 : 아세안의 경우 식민지로 시달렸던 국가들이라 저항적인 민족주의를 가지고 있다. 또 제국을 이뤘던 국가도 없기 때문에 각자 '동병상련'을 가지고 뭉칠 수 있다.

그런데 동아시아는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일본이 있다. 중국도 지금은 미국에 시달리고 있지만 예전에 얼마나 주변국가를 무시했나. 2049년 미국보다 GDP가 높아지면 한, 당, 명, 청의 예전 중국으로 돌아가려 할 수 있다.

아세안은 뭉칠 수 있는 공감대가 있는데 동아시아는 그런 공감대를 만들기가 좀 어려워 보인다. 관념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국가 국력 차이가 너무 커서, 같은 급으로 멤버십을 가지기가 어렵다.

박인규 : 물론 동남아와 동북아는 각자 겪은 역사적 경험 때문에 세계 인식이 좀 다르긴 하다. 동남아 국가들이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서구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면, 동북아의 경우 미국‧영국의 지원을 받은 일본에게 핍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국의 경우 일본의 침략성을 잘 알지만 미국에 대해서는 해방자, 유럽에 대해선 선진문명이란 생각이 훨씬 강하다.

그럼에도 동아시아에는 한일중 3국회의도 있고, 동아시아가 전 세계의 엔진이고 공장이라서 대만이든 남중국해든 한반도든 전쟁이 나면 인류가 끝나는 수준이라 적어도 평화와 공동번영 정도의 공감대는 가져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세현 : 뉴라이트 때문에 어려운 점도 있다. 주도적으로 대외 정책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미국을 추종하는 식이면 동아시아 공동체에 중국이 포함되지 못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동남아 국가들의 지정학적 위치와 한반도는 다르다. 우선 여기는 주변 국가들이 너무 크다. 남북이 먼저 화해협력해서 주변 국가가 남북한 평화를 보장하는 방식을 꿈꿀 수도 있는데, 미중이 저렇게 경쟁하는 와중에 이러한 것을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균형자 역할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 모두 '불가근 불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인규 : 세계 정세가 바뀌는 전환의 시대에 한국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데 그 중 하나로 노무현 정부 때 나왔던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다시 한 번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세계 경제가 두 쪽으로 갈라진다고 하는데, 이미 1974년 '오일쇼크' 때 제3세계 국가들이 신 국제경제질서, 신국제정보질서를 내세웠던 역사도 있다.

지금 중국, 러시아와 비 서방 국가들은 자기들끼리 경제권을 만들려고 한다. 거기에 우리는 참여하지 않아도 될까? 우리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

남북 화해를 통한 동아시아 평화 구축이 어렵고 미중 화해를 통한 공존도 어려운 상황에서 그렇다고 미국만 일방적으로 추종할 수도 없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남한 정부가 독자적으로 대외관계를 펼쳐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을까?

▲ 박인규 프레시안 상임고문. ⓒ프레시안(이재호)

 

정세현 : 지금 정부처럼 뉴라이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한미일 3각 협력이 미국의 대중, 대러시아 압박정책인지도 모르고 참여했고 이를 보고 북한은 남한에 선을 그어버렸다.

다만 북한이 헌법 개정을 통해 두 개 국가를 명시할 줄 알았는데 아직 헌법은 수정되지 않았다. 혹시라도 남한 정권이 바뀌면 대북 화해‧협력 단계로 돌아가려는 것 아닌가 하는 전망을 하고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어 보인다.

남한의 정권이 교체된다면 이후 북한에 화해‧협력 정책으로 다가가면서 미중 간 등거리 외교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이것도 현실화하려면 양측의 경제력 격차가 크기 때문에 북한이 원하는 부분을 일정 정도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러면 남한 내에서 소위 '퍼주기' 논란이 나오고 국민 여론 악화되고 미국이 말리는 등등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2019년 1월 남한 정부에서 타미플루를 보내려고 했지만 결국 올라가지 못했는데, 북한은 이걸 보고 상당히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 그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6월 30일 남한의 중재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났는데 이 때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 상황이 좀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우선 트럼프가 김정은을 워싱턴으로 불러낼 수도 있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목표는 비핵화는 아닐 것이다. 트럼프는 '비확산'이 목표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비확산을 전제로 하고 북미관계 개선을 용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남한은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할 수 있는데 이러면 남북 간 공포의 균형이 일어나 버리니까 남한이 더 이상 미국 무기를 사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국은 전술핵 재배치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트럼프는 비확산이라도 달성해서 노벨평화상을 받고 재선을 노릴 것이다. 비핵화는 못했지만 북한과 같은 소위 '깡패국가'를 달래서 핵은 더 만들지 말고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폐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타협하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싱가포르 북미 협상 시즌 2가 시작될 것이다. 새로운 북미관계수립,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 한반도 비핵화 이 세 가지가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인데 이 중 비핵화는 비확산 및 ICBM 중단 등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이같은 세 가지 통로를 실현하는 입구로 종전선언을 추진하려 할 것인데, 윤석열 대통령이 종전선언 추진하면 반국가세력이라고 했던 것을 적용해보면 트럼프가 남한의 반국가 세력이 되는 셈이다.

북미관계가 안정되면 지금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옹색해질 수 있는데, 소위 '통미봉남'이 상당 기간 갈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북미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줄어들기 때문에 이른바 '코리아리스크'는 줄어들 수 있다.

비확산 조건 하에서도 남북 간 평화 화해협력을 추진할 경우 북한이 이를 거부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 두 국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접 국가'끼리 경제적 협력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북한도 미국, 남한과 협력하면 국방비에 돈 적게 쓸 수 있으니까 인민경제로 자원을 돌릴 수 있고다 지방경제 관련해서 '20X10' 정책 추진하려면 자원이 많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북미관계가 개선되면 중국 입장에서는 인중에 비수가 꽂히는 것이다. 평양에 미국 대사관이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건 반대로 이야기하면 북미 관계 개선이 미국 입장에서도 전략적으로 이득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인규 : 트럼프가 대북정책에 실패한 이유가 네오콘을 등용했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이번에도 또 네오콘이 입각하면 어려워지지 않을까?

정세현 : 그건 예단할 수는 없는데 실패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심할 것으로 본다. 트럼프는 중동 쪽에서 이란, 이라크 못지않게 악의 축으로 분류된 북한과 관계 개선을 통해 남북한 평화 및 중국의 부상을 막을 수 있는 전초기지를 서울에서 평양으로 옮기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면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더 지속될 수 있다.

물론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해리스는 트럼프와 차별화를 위해 김정은을 '폭군'이라고 규정하고 비굴하게 굴복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해리스가 당선되면 김정은과 정상회담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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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현, “북, ‘두 개의 민족’ 올바른 노선인가?”

광화문포럼 등, ‘2024 한반도 전략아카데미’ 6강 개최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4.09.09 17:12
  •  
  •  댓글 0
 

“북이 두 개의 국가론을 선언하는 것은 지금 현실적으로 조성되어 있는 정세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측면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것을 넘어서 ‘완전히 다른 민족이다’라고 하는 것은 과연 이게 올바른 노선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적절하게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이 든다.”

북한의 대남정책 전환에 대한 평가가 분분한 가운데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7월 18일 서울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열린 ‘2024 한반도 전략 아카데미’ 여섯 번째 강좌에서 “1민족 2국가, 2민족 2국가 – ‘적대적 두 국가’ 선언의 배경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은 문제의식을 던졌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7월 18일 서울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열린 ‘2024 한반도 전략 아카데미’ 여섯 번째 강좌에서 “1민족 2국가, 2민족 2국가 – ‘적대적 두 국가’ 선언의 배경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7월 18일 서울 광화문 조영래홀에서 열린 ‘2024 한반도 전략 아카데미’ 여섯 번째 강좌에서 “1민족 2국가, 2민족 2국가 – ‘적대적 두 국가’ 선언의 배경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동족의식이 거세된 대한민국족속들과는 민족중흥의 길, 통일의 길을 함께 갈수 없다”면서 “북남관계가 더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중에 있는 완전한 두 교전국관계”라고 천명했다.

나아가 “헌법에 있는 《북반부》,《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들이 이제는 삭제되여야 한다”거나 “우리 공화국의 민족력사에서 《통일》,《화해》,《동족》이라는 개념자체를 완전히 제거해버려야 한다”고 말하고 오히려 “자주와 정의를 지향하는 모든 나라, 민족들과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단결하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자료 제공 - 정창현]
[자료 제공 - 정창현]

정창현 소장은 “왜 두 개의 ‘민족’ 이야기까지를 하고 있을까? 여러 가지 파장을 과연 고려를 했나?”라고 자문하고 “정치 군사 안보적인 측면에서만 북이 생각한 거 아닌가 라고 하는 의문을 떨쳐버리기 어렵다”고 고심의 일단을 풀어놨다.

정 소장은 북한의 민족론이 민족의 징표로 ‘혈통’과 ‘언어’의 공통성를 중시해 기존 맑스레닌주의의 ‘경제생활’의 공통성을 중시하는 입장과 다르고,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민족주의 문제를 올바로 이해할데 대하여」(2002)로 정리돼 있다며, “지금의 이 논리를 보면 민족론을 새로 규정해야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민족 문제 못지않게 북측의 공식 통일방안이었던 ‘연방제 통일’에 대한 폐기 문제도 우리에게 적잖은 숙제를 던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 소장은 “연방제 통일 방식을 이제 북이 폐기했으니까 우리가 조금 더 미래를 생각할 때 연방제 통일이 과연 현실적인 가능성이 있는가? 논리적 정합성이 있는가? 라고 하는 것을 우리가 좀 연구를 하고 검토를 해 봐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연방제의 단계론을 새롭게 규정하고 최종적인 형태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라고 하는 것을 다시 좀 짜야 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청창현 소장은 북한의 두 개의 국가를 넘어 두 개의 민족을 설정한 점과 연방제 통일방안 폐기를 논점으로 삼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청창현 소장은 북한의 두 개의 국가를 넘어 두 개의 민족을 설정한 점과 연방제 통일방안 폐기를 논점으로 삼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정창현 소장은 북한의 대남 정책 전환이 장기적 전략 차원인지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정창현 소장은 북한의 대남 정책 전환이 장기적 전략 차원인지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북한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10년 구상, 20년 구상의 경제건설 플랜이 이루어질 때까지 잠시 따로 살자라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게 완전히 다른 민족으로 북이 얘기하는 사회주의 민족과 자본주의 민족으로 우리 민족은 분화됐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통일의 논의라고 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이렇게까지 논리가 가고 있는 것인지”라고 의문부호를 달았다.

정 소장은 “현재 북쪽 내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논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 아닌가라고 하는 여러 가지 징후로 볼 수 있다”며 재일총련 동포들에 대한 관련 지침이나 민족론 수정 여부 등을 예시했다. 실제로 헌법개정을 위한 최고인민회의 개최 일정도 나오지 않고 있다.

정 소장은 “북의 젊은 세대들은 남쪽의 인터넷, 방송, 신문들을 쫙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남과 북의 언어는 이제 완전히 달라졌다. 같은 언어가 아니다”, “대한민국에 있는 사람들이 피를 나눈 과연 동포인가? 그런 동포들이 저런 언어를 쓰면서 북에 대해서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라는 북측 정서의 일단도 소개했다.

[자료 제공 - 정창현]
[자료 제공 - 정창현]

이같은 기류는 남쪽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통일부 차관이 기자회견을 했더라. 일성이 뭐냐하면 자유민주적 질서에 기초해서 북쪽을 흡수통일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하는 이야기”라며 “북쪽은 여전히 경계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언젠가는 통일로 같이 가야 될 동반자다라고 하는 이런 규정이 남쪽에서도 완전히 폐기가 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진단했다.

또한 “설문조사를 해 보면 ‘그래도 북은 같은 동포고 같은 민족이고 이다’라고 하는 (응답률은) 40% 간당간당 하고 이미 30% 대로 떨어졌다고 봐야 된다”며 “통일 하는데 돈이 좀 더 들어 세금 더 내야 되는데 그럴 생각은 없다. 그냥 따로 살자라고 하는 생각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세태를 짚었다. 나아가 “북쪽은 어떻게 저렇게 사람들이 살지? 저기서 같이 할 수 없는 형태이기 때문에 따로 살아야 된다라고 하는 그런 논리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소장은 “남과 북의 동질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남과 북의 젊은 세대들은 IT, 스마트폰으로 동질화 되어 가고 있다”며 “북쪽하고 소통하기보다 우리 젊은 세대하고 소통하는 게 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북의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라 최소한 10년, 20년은 간다 라는 사고에서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금의 한국에 있는 대북 NGO 단체 또 협력단체, 여러 가지 평화 통일운동 단체들이 그것에 맞게끔 개편을 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그 방향성으로는 “가장 좋은 것은 자기 조직도 유지하면서 상층부에 새로운 어떤 연대 기구로 만들어야 된다”며 “그 연대 기구에서 상근자, 중간 활동가들을 위한 교육기관을 만들어야 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20대, 30대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기적인 강좌, 아카데미를 열고 그들한테 어떤 메리트를 줘야 되고, 그것에 기초해서 새로운 세대의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할 수 있는 활동가들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해외동포들이 이제 북측에 들어가서 북측을 이해하는 프로그램을 돌리고 이런 부분들은 과거보다는 훨씬 좀 더 자유롭게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해외동포들의 역할에 기대를 걸기도 했다.

실제로 북한은 대남사업을 전담하는 통일전선부는 국 차원으로 축소됐을 뿐만 아니라 “이제 군부를 기반으로 해서 성장한 사람들이 지금 현재 통일전선부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지만 해외동포위원회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연에 이어 참석자들과의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강연에 이어 참석자들과의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정 소장은 김정은 시대의 두 가지 키워드를 ‘세계적인 추세’와 ‘실리 추구’로 꼽고 “결국은 세계적인 추세를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의 선진 기술이나 문화들, 이런 부분들이 교류가 되고 실리 추구는 그 속에서 북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들을 취사 선택하는 그런 형태로 가지 않겠느냐”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 제정 등에 대해 “자신들이 지금 사회주의를 가는 것에 맞는 새로운 규범들을 만드는 형태와 또 하나는 이 문을 열고 나가기 위해서 예방주사를 지금 막 주고 있다라고 하는 그런 측면들을 같이 얘기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내부 사상통제 강화는 대외 개방을 위한 전초전이라는 파악이다.

정 소장은 지난 5월 ‘2024 한반도 전략아카데미’ 3강 발표에서 발표했듯이 북한의 대남정책 전환의 배경으로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2019.2) △한미 합동군사연습 상시화 △윤석열 정부의 등장(2022.3) △북러 동맹조약 체결(2024.6) 등을 꼽고 북한 내부적으로 세대교체와 자력에 의한 코로나19 극복, 2023년 경제성장(농업분야) 등에 주목했다.

‘2024년 한반도 전략아카데미’는 “전쟁의 시대, 한반도는 안전한가?”를 주제로 조성렬 경남대 군사학과 초빙교수와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이 11월 21일까지 총 10강좌를 진행할 예정이며, 광화문포럼과 포럼열린공감, 평화의길이 공동 주최하고 평화3000과 통일뉴스가 후원하고 있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오는 9월 19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열리는 ‘2024년 한반도 전략아카데미’ 제7강에서 “북한식 개혁개방 노선 - 북한의 경제전략과 ‘15년 구상’”을 주제로 △변화된 개혁개방 노선의 방향 △북의 ‘15년 구상’ 내용과 의미 △목표와 현실의 격차, 향후 과제 등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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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강점 79년, 강탈은 지금도 계속된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9/10 09:03
  • 수정일
    2024/09/10 09:0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4.09.0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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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자주독립 좌절시킨 미군의 '강점'

1945년 9월 8일은 미군 중장 하지가 이끄는 미 24군단 7만여 명의 미군이 38선 이남에 들어온 날이다. ‘일본군의 무장 해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 목적은 조선을 점령하고 미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친미 정권’을 세우는 것이었다.

1945년 9월 8일 미군 제24군단 소속 제7사단 17보병연대가 인천항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미국 국립문서기록청)
1945년 9월 8일 미군 제24군단 소속 제7사단 17보병연대가 인천항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미국 국립문서기록청)

8.15 광복과 함께 몽양 여운형이 이끄는 건국준비위원회와 자발적으로 조직된 인민위원회를 중심으로 하여 새 조국 건설을 위한 조선 인민의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었다. 그러나 맥아더는 8월 28일 조선 총독 아베에게 다음과 같은 서한을 보내 조선 인민의 활동을 제압할 것을 지시한다.

“귀하는 우리 군대가 책임을 떠맡을 때까지 38선 이남의 질서를 유지하고 통치 기구를 보전할 것을 지시한다. 나는 귀하에게 그곳의 질서를 유지하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권한을 부여하며 지시하는 바이다.”

맥아더는 이에 그치지 않고 9월 7일 '조선 인민에게 고함'이라는 포고령을 내려 조선 점령 정책을 발표한다. 특히 6개에 달하는 점령 조항(conditions of the occupation)은 미군 점령의 본질을 정확히 담고 있다.

제2조

정부, 공공단체 및 기타의 명예 직원들과 고용인 또는 공익사업 공중위생을 포함한 전 공공사업기관에 종사하는 유급 혹은 무급 직원과 고용인 또 기타 제반 중요한 사업에 종사하는 자는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종래의 정상적인 기능과 의무를 수행하고 모든 기록과 재산을 보존 보호하여야 한다.

이른바 친일파들에게 종래의 권한과 임무를 맡긴 것이다. “종래의 정상적 기능과 의무”는 조선의 자치 활동을 불법화하라는 것이며, “재산 보존 보호”는 일본인의 재산을 조선인들에게 넘기지 말라는 것이다.

이 경우 조선인의 저항이 따를 것은 자명한 사실. 점령 조항 3조는 “가차 없는 엄벌”을 강조한다.

제3조

주민은 본관 및 본관 권한 하에서 발포한 명령에 즉각 복종하여야 한다. 점령군에 대한 모든 반항행위 또는 공공안녕을 교란하는 행위를 감행하는 자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엄벌에 처할 것이다.

이렇듯 미군의 점령은 자주독립 국가를 건설하려는 조선 인민의 활동을 불법화하는 조치와 함께 시작되었다. 조선 인민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미군의 강점’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이후 모든 비극의 출발이 되었다.

미군정의 조선 재산 ‘강탈’

1945년 9월 9일 미군정이 시작되었다. 조선총독부 건물에서 일장기가 내려오고, 성조기가 올라가는 장면은 당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군정 실시 이후 자주독립 국가를 건설하려는 조선 인민과 미군정 사이에 투쟁은 이미 본지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다.

미군정이 한 일은 조선의 독립 국가 건설을 무력화시킨 것만은 아니었다. 미군정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인이 조선에서 소유한 재산을 모두 자기 소유로 만들었다.

적산은 조선에 있는 일본 정부와 일본인의 재산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의 재산은 조선을 착취해서 쌓은 것이니 조선이 되찾아야 할 ‘조선의 재산’이다. 해방 직후 노동자들이 일본인 소유의 공장을 ‘자주관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45년 11월까지 38선 남쪽에는 16개의 산별노조가 728개의 공장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자주관리’ 운동을 펼치고 있었다. 이 운동에 참여한 노동자가 8만 8천 명에 달한다는 기록도 있다.

해방 후 노동자 자주관리운동의 중심지였던 화순 탄광마을(사진: 한국중앙연구원)
해방 후 노동자 자주관리운동의 중심지였던 화순 탄광마을(사진: 한국중앙연구원)

전라도 화순탄광은 대표적 사례이다. 화순탄광 노동자들은 일본인들이 떠난 광산에 ‘자치위원회’를 조직했다. 당시 ‘자주관리’ 운동에 참여했던 한 노동자의 증언이다.

“해방되니 일본 놈들 두말 못 하고 쫓겨갔제. 압박받고 살다 우리 세상 되니 만세도 부르고 좋아서 죽고 못 살았구만. 서러움 그만 당하고 우리도 좀 살아보자고 맘먹고 직장 관리 자치 위원회를 바로 맨들었제. 긍께로 우리가 탄광 주인이 된 것이었구만.”

일제 강점기 한 달에 7, 8천 톤 정도였던 석탄 생산량은 자주관리 운동 시기 한 달 평균 1만 삼천 톤의 생산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군정은 1945년 12월 12일 “조선 내 소재 일본인 재산 취득에 관한 건”이라는 제목의 군정법령 제33호를 발표하여 공장과 광산 2,690개, 부동산 3,924개 등 남쪽 사실상 남쪽 조선 재산의 전부를 미군정의 소유로 만들었다.

이 법령은 “누구를 불문하고 군정청 허가없이 기 재산에 침입 또 점유하고 기 재산의 이전 또는 기 재산의 가치, 효용을 훼손함을 불법으로 함”이라고 하여 노동자들의 ‘자주관리’ 운동을 불법으로 명시했다.

미군정의 소유가 된 것은 비단 공장만이 아니었다. 미군정은 1946년 2월 21일 ‘신한공사’를 설립해 광범위한 토지를 미군정에 귀속시켰다. 일제가 남기고 간 토지는 조선의 농민들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전라남북도의 경우 농민 43%가 신한공사 소유의 땅에서 소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 조정래는 소설 <태백산맥>에서 당시 소작농의 한탄을 “나라가 공산당 맹글고 지주가 빨갱이 맹근당께요”라는 사투리로 묘사하기도 했다.

미군정은 이렇게 조선의 재산을 ‘강탈’했다.

2024년에도 계속되는 미국의 강탈

미군정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종료되었다. 그러나 미군정의 그림자는 2024년에도 우리 사회에 짙게 드리워 있다.

2024년 3월 2일 조선일보는 “패전 후 일본인 71만 명, 단돈 1000엔 씩 들고 조선을 떠났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미군정이 적산을 “3년 동안 관리하다가 정부 수립 이후 대한민국 정부로 이관”했으며, 그것이 “한국의 고도성장 이끈 마중물”이 되었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다.

기사는 “일본으로 보내기 위해 창고에 보관 중이던 서울 2만 3000여 개, 2만 2000여 개의 탁송 화물이 일본으로 송출되지 못하고 미군정 소유로 몰수되는 일”을 거론하며 미군정이 얼마나 가혹하게 적산을 몰수했는지 상세히 기록한다. 그러나 그 적산이 조선의 재산이라는 사실은 거론하지 않는다. 조선인 노동자들이 ‘자주관리’하던 공장을 미군정이 군사력을 동원해 갈취한 사실은 애써 외면한다.

미군정은 적산을 관리한 것이 아니다. 미군정은 조선의 재산을 강탈했을 뿐이다. 해방 7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군정의 조선 재산 강탈은 이렇게 ‘찬양’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미군정이 적산을 대한민국 정부에 ‘이관’했다고 주장하나 이 역시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사실 호도이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는 이 적산을 정부 공시 가격의 50%에 불과한 금액(당시 60%가 넘는 인플레이션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공짜!)으로, 그것도 10~15년 분할 상환 방식으로 불하하면서 친미 자본을 육성했다. 미스코시 백화점 경성점은 이병철에게 넘어가 신세계백화점이 되었고, 조선이연금속은 정주영에게 넘어가 현대제철이 되었다. 조선화약공판은 김종희에게 넘어가 한화그룹의 모태가 되었고, 선경직물은 박두병에게 넘어가 SK그룹이 되었다.

이렇듯 미군정의 적산 불하 정책은 친미 재발 중심의 종속적 경제 체제를 초래했을 뿐이다. 그러나 위의 조선일보 기사처럼, 해방 8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군의 강점과 미군정의 강탈을 찬양하고 미화하는 친미 사대 세력이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 영토에 대한 미군의 강점과 우리 재산에 대한 미국의 강탈은 8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 반도체법 등을 통해  우리 언론에 종종 등장하는 미국의 법들은 동맹국에 대한 강탈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미 패권 세력과 친미 사대 세력을 청산하지 않고서 대한민국은 단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다는 것이 1945년부터 2024년 오늘까지의 변함없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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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재인-박근혜 2배...윤 ‘퇴임 뒤 사저 경호시설’ 139억

대통령실 “사저 위치 미정, 확정 금액 아냐”

기자심우삼

수정 2024-09-05 21:13등록 2024-09-04 17:15

윤석열 대통령이 8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퇴임 뒤 거주할 사저 경호시설을 신축하기 위해 100억원대 사업비를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임 대통령들에 견줘 사업비 규모가 2배 넘게 늘어난 것이어서 야당은 “예산 낭비”라고 비판했다.

4일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를 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업무시설 신축 비용으로 11억6900만원을 편성했다.

윤 대통령이 오는 2027년 5월9일 퇴임한 뒤 거주할 사저 인근에 경호시설을 신축하기 위한 것으로, △건설보상비(토지매입비) 10억 △실시설계비 1억100만원 △기본조사설계비 6800만원 등으로 구성된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퇴임한 대통령을 위한 경호시설에는 국고가 지원되는데, 정부는 퇴임 시점을 고려해 통상 대통령 임기 3년 차에 사저 경호시설 관련 예산을 편성한다. 다만, 윤 대통령의 구체적인 사저 위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문제는 경호시설 신축을 위한 3년에 걸친 총사업비가 140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해당 사업의 중기재정계획상 연도별 투자 계획을 보면, 경호시설을 착공하는 2026년도에 119억8800만원, 완공 및 입주에 들어가는 2027년도에 8억2300만원이 편성될 예정이다. 내년도 예산안까지 합치면 총 사업비만 139억8000만원에 이른다.

이는 전임 대통령들에 견줘 2배가 넘는 액수다. 문재인 정부가 세웠던 중기재정계획을 보면, 사저 경호시설 예산은 지난 2020년도 예산안에 처음 편성됐고 이때 총사업비는 49억2900만원이었다.

이후 2021년도 예산안에서 총사업비가 66억6300만원으로 조정됐고, 국회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62억원이 쓰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16년도 예산안에 67억원이 책정된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통령경호처와 협의해 사업비를 책정했다”며 “총사업비가 늘어난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인한 긴축 기조 속에 ‘대통령 보위 예산’이 과도하게 책정됐다고 꼬집었다. 최민희 의원은 “긴축재정을 외치던 윤석열 정부가 정작 국민에게는 ‘나만 빼고'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예산이 없다며 25만원 민생지원금도 반대하던 대통령이 정작 자신을 위한 경호시설에는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쓰는 것이 과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강남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다가 퇴임 뒤에도 비슷한 수준의 주거지를 선택하려는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 사업비가 몇 배로 증가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 사저 위치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 및 경기 일원의 부지 가액을 토대로 이전 경호경비시설 규모를 반영하여 추산한 금액으로 확정된 게 아니다”며 “경호경비시설 부지 매입 및 건축 비용 등은 정부규정지침에 따른 단가를 토대로 물가상승분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또 “정부 예산안은 수도권 지역을 고려한 잠정 편성된 금액으로 부지매입 비용의 차이가 있을 뿐으로 건축비는 이전 정부와 비슷하다. 향후 사저 위치가 결정될 경우 세부 예산안에 적용해 확정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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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아프리카 53개국과 운명공동체 선언

신상현 통신원 | 기사입력 2024/09/08 [12:58]

   

▲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 중국 외교부

 

지난 8월 23일 천샤오둥(陈晓东)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2024년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건설’에 대한 중국의 기대와 관련해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이 설립된 지 24년 이래 양측의 공동 노력으로 포럼 기틀 내에서 중국-아프리카 협력이 평등, 실용, 효율성의 특징을 형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을 통해 지향하는 바가 ‘▲중국-아프리카 운명공동체 공동 구축 ▲새로운 추진력을 모아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심화해 ’일대일로‘의 고품질 공동 건설 모델 창출 ▲상호 이해와 우호의 새로운 장을 지속 형성해 중국과 아프리카 간 상호 이익, 상생, 공동 발전의 더 넓은 길 추진’임을 밝혔다.

 

중국은 2000년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을 만들면서 먼 미래를 내다보고 아프리카 대륙을 상대로 ▲투자 ▲항만 건설 ▲철도 교량 지원 ▲중국으로 지도자들 국빈 초청 등 교류의 물꼬를 텄었다.

 

이후 중국과 아프리카는 2006년 11월, 2015년 12월, 2018년 9월에 각각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베이징 정상회담,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요하네스버그 정상회담, 중국-아프리카 협력 베이징 정상회담 포럼을 개최했다.

 

중국-아프리카 포럼 아프리카 회원국은 아프리카 대륙 내 55개 나라 중 중국과 수교한 아프리카 53개국과 아프리카연합위원회 등이 있다. 지난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6년 동안 잠시 중단했던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이 올해 중국 수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을 시작으로 9월 5일~6일까지 양일간 재가동했다.

이번 회담에 참여한 나라는 회원국 53개국 가운데 역대 최대로 85%인 45개국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참가했으며, 이 중 총 30개국과 새롭게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거나 한 단계 고조시키는 협력 관계를 만들어냈다.

 

최근 아프리카 대륙에서 미국 군대가 철수 당하는 등 미국의 패권이 몰락해가는 변화 속에서 진행된 이번 포럼에서 중국은 전략적 관계를 새롭게 추가로 맺으며 압도적인 협력 구축에 성공한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정상회담 개막식에 참석해 회의 주제인 ‘손잡고 현대화를 추진하고 운명공동체를 구축하는 높은 수준의 중국-아프리카’에 맞춰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그리고 참가한 모든 국가 정상 및 주요 정부 대표자들과 회담을 갖고 주요 전략 문제에 관해 심도 있는 소통을 진행했다.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아프리카 측 현·차기 공동의장국 외무장관들과 활발한 교류의 장을 열었다.

 

왕이 외교부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달성한 주요 성과를 네 가지로 짚었다.

 

첫째, 중국과 아프리카 수교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전면적으로 실현했다.

 

둘째, 중국과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중국-아프리카 관계를 신시대 운명공동체인 전천후 중국-아프리카 공동체로 격상시키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셋째, 중국과 아프리카가 손잡고 현대화를 추진하는 6대 제안을 명확히 했다. 6대 제안이란 ‘▲공정하고 합리적인 현대화 ▲개방적이고 상생하는 현대화 ▲인민 우선 현대화 ▲다양하고 포용적인 현대화 ▲친환경 현대화 ▲평화롭고 안전한 현대화’를 실현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넷째, 중국-아프리카 다음 단계 협력의 청사진을 마련하여 양측은 향후 3년간 중국-아프리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베이징 선언 및 행동 계획을 채택했다.

 

© 중국 외교부

 

이번 회담은 이미 8월 말부터 아프리카 대륙 현·차기 지도자들이 미리 중국 베이징에 속속 도착하면서 상호 협력 체결의 근간을 확립했다. 그리고 양일간에 걸쳐 10가지 주요 협력 조치를 합의하여 발표했는데 향후 3년간 수행할 구체적 계획이 수반된 것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수행 계획을 살펴보면, 먼저 중국-아프리카 개발 지식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1천 명의 아프리카 정당 인사를 중국으로 초청하여 교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문명 상호 학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한 아프리카 최빈개도국 제품의 세금 항목에 대해 100% 무관세 대우를 부여해 중국의 큰 시장을 아프리카에 큰 기회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보건 파트너십 액션(Health Partnership Action)으로 ▲공동의료센터 공동 구축 ▲의료진 2천 명 아프리카 파견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 건립 지원 등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농업 분야에서 아프리카에 긴급 식량 지원을 제공하고 농업 표준화 시범 구역을 구축하며, 아프리카에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미래 아프리카 직업 교육’ 계획을 추진하고 6만 개의 훈련 장소를 제공하며, 2026년을 ‘중국-아프리카 인적 교류의 해’로 만드는 인적 교류 활동을 하겠다고 했다.

 

또 녹색개발 파트너십 행동(Green Development Partnership Action)으로 ▲아프리카에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30개 시행 ▲공동연구소 30개 건립 ▲위성 원격탐사 ▲달 및 심우주 탐사 협력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처럼 방대한 분야에 있어서 구체적인 수행 계획이 나왔다는 것이 주목할 부분이다.

 

회담을 통해 중국과 전략적 관계에 있는 아프리카 회원국들은 상호 미래를 현대화의 길로 개척해 가면서 운명공동체 관계로 나아갈 것을 선언한 것이다. 이 거대한 협력 포럼 관련 내용 속에 배타, 국수주의, 전쟁, 갈등, 보호무역 같은 적대적 논의는 없었다.

 

또 중국-아프리카의 우호 협력을 통해 새로운 미래와 성과를 창출해 가면서 다극화 세계를 구축하고 포용적인 경제 세계화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미국의 대중 전략인 ‘좁은 마당, 높은 장벽’을 허물고 차별과 편견에 반대하며, 역사적 불의를 바로잡고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현대화와 발전을 촉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베이징 정상회담에 참석한 나라와 지도자 명단. © 신상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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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재명 만남에 조선일보 “사법리스크 커지자 방탄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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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4/09/09 08:17
  • 수정일
    2024/09/09 08:17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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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김건희 명품은 선물, 문재인 사위 월급은 뇌물이냐 말 나와”

중앙일보 “김 여사가 국민에게 진심으로 머리를 숙이는 게 바람직”

기자명정민경 기자

  • 입력 2024.09.09 07:39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문 전 대통령을 만났다. 주요 일간지 가운데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는 해당 소식을 1면으로 다뤘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는 정치보복”이라 한목소리를 냈다. 보수 성향의 신문들은 이에 대해 ‘방탄 동맹’이라 비판했고 진보 성향의 신문은 현 정권과 검찰이 정략적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여야가 상대 진영 핵심 인사의 사법 리스크를 띄우고 있는 가운데, 여당은 ‘문재인 수사, 이재명 재판’을 띄우고 야당은 ‘김건희 특검’을 외치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불기소 처분을 검찰에 권고한 사실이 알려지고 비판이 계속되면서, 9일부터 시작되는 대정부질문은 양 진영의 사법 리스크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겨레 “‘김건희 명품은 선물, 사위 월급은 뇌물이냐’ 말 회자되는 현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만나 “검찰개혁에 공감하고, 검찰 수사가 흉기가 되고 정치보복 수단이 되는 현실에 개탄하고 공감했다”고 민주당이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문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 ‘전 정권 정치탄압 대책위원회’를 꾸려 9일 첫 회의를 여는 등 전당적 대처에 나서기로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문 전 대통령 가족 관련해 정부가 하는 짓이 정치적, 법리적으로 전혀 이해 가지 않고, 한 줌의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고 문 전 대통령은 “당당히 강한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했다.

▲9일 조선일보 4면.

조선일보는 4면에 해당 소식을 다루고 <사법 리스크 커지자… 문재인·이재명의 ‘방탄 동맹’> 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의 해당 기사는 “7개월만에 만난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가 자기들을 향한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한 것”이라며 “각종 사법 리스크에 시달려온 이 대표와, 검찰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최근 딸 문다혜씨 압수수색 영장에서 피의자로 적시된 문 전 대통령이 공동 대응을 모색하려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1면 기사 제목을 <이재명·문재인 “검찰 수사가 정치보복 수단”>이라고 짓고 5면 기사에는 <검찰 수사에 맞서 ‘명문 연대’ 다져…당분간 단일대오 전망>이라는 기사를 배치했다.

한겨레 5면 기사는 “이 대표가 측근인 김영진 의원을 중심으로 ‘전 정권 정치탄압 대책위’를 꾸려 문 전 대통령 수사에 총력 대응을 당부한 데 대한 화답의 측면도 커 보인다”며 “이 대표 쪽 인사들은 총선 당시 대거 낙선해 세력이 취약해진 친문재인계를 대신해 최전방에서 문 전 대통령 방어에 나서고, 문 전 대통령은 그동안 대장동 의혹과 공직선거법 위반 수사 등으로 당 안팎의 공격을 혼자서 받아온 이 대표에게 ‘동병상련’의 처지에서 힘을 실어준 셈”이라 해석했다.

▲9일 한겨레 5면.

한겨레는 이날 <‘정략적 수사’와 실정에 한목소리 낸 문재인·이재명>이라는 사설에서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가 2018년 7월~2020년 초 타이이스타젯 전무로 취업해 받은 급여가 회사 설립자인 이상직 전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임명 대가로 문 전 대통령에게 건넨 뇌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문 전 대통령이 평소 딸과 사위 가족의 생활비를 대주는 경제공동체 관계였기에 뇌물이라는 것”이라 전했다.

이어 한겨레 사설은 “문 전 대통령 쪽은 사위가 이미 증권회사와 게임회사를 다니는 등 독자적 생계를 꾸려왔다며, 가끔 대소사에 쓰라고 도와준 걸 침소봉대한 아전인수식 법리라고 반박한다”며 “김건희 명품 백은 선물이고, 사위 월급은 뇌물이냐 말이 회자되는 현실은 검찰 주장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크다는 방증일 것”이라 썼다. 이어 “현 정권과 검찰은 상식을 벗어난 정략적 수사로는 국민 반발과 저항을 불러올 뿐임을 한시바삐 깨달아야 한다”고 전했다.

▲9일 한겨레 사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심위 불기소 권고에 경향신문 “‘김건희 특검’ 명분 키워”

중앙일보 “김 여사가 국민에게 진심으로 머리를 숙이는 게 바람직”

한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불기소 처분을 검찰에 권고하면서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수심위 제도 도입 논의에 참여한 박준영 변호사가 비판을 하고 나섰다. 경향신문은 이를 1면으로 다뤘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 제목을 <‘수심위 설계자’마저 “이럴 바엔 폐지하라”>라고 짓고 수심위 제도 설계에 참여한 박준영 변호사의 말을 전했다. 박 변호사는 “검찰개혁위에서 수심위 도입을 논의할 때, 이렇게 형식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정하지 않았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 도입한 제도의 운영을 이런 식으로 하면서 제도의 취지와 논의 결과의 권위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 이렇게 운영하는 것보다 더 이상 세금을 쓰지 말고 폐지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도 밝혔다.

관련기사

▲9일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수심위 불기소 권고, 끝까지 납득 못할 ‘김건희 명품백’ 수사>를 통해서도 “검찰은 검찰권 견제 장치인 수심위마저 거수기로 전락시킴으로써 자체적인 교정이 불가능한 집단임을 입증했다”며 “‘김건희 특검’ 명분을 키우고, 근본적인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재확인한 수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 <김 여사가 명품백 사과하고 재발방지책 서둘러야>에서 “지난해 이 문제가 터졌을 때 김 여사가 곧바로 진상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를 했으면 지금처럼 커질 일도 아니었다”며 “그러나 대통령실이 이 문제를 계속 침묵으로 대응하는 바람에 근거 없는 의혹들이 부풀려졌고, 결국 지난 4월 총선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 아닌가”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김 여사가 공개적으로 과오를 인정하고 국민에게 진심으로 머리를 숙이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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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 위기' 윤 대통령... 그가 여기에 집착하고 있다

[이게 이슈] 대통령 교체보다 어려운 건 '의료=상품' 이라는 지배담론의 교체

24.09.09 06:59최종 업데이트 24.09.09 07:00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한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아 응급 의료 현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 발표로 촉발된 진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사실 현재도 개원의를 비롯한 대다수 의사들은 평소처럼 진료에 임하고 있다. 문제는 응급·중증환자 치료를 전담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하며 고난도 치료 영역에서 큰 차질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들 병원은 해당 업무를 전문의와 간호사 등 기존 의료 인력에 분담하고 진료·수술, 응급실 운영 등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전공의 복귀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이러한 비상운영체계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진료 수입 감소에 따른 경영난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수개월간 지속된 과중한 노동으로 남아 있는 의료진들 다수가 '탈진' 상태에 이르렀다. 이는 의료진의 건강뿐 아니라 이들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지며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부는 이참에 전공의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급종합병원 구조를 전문의가 중심이 되는 체계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전공의의 (상대적) 저임금·고강도 노동을 중심으로 설계된, 즉 생산 비용(인건비) 최소화를 통해 이윤을 창출해 온 병원의 의료서비스 생산시스템을 단기간 내 전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치료 지연으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환자들에게 공허한 계획일 뿐이다.

또한 수요 발생의 불확실성·불규칙성이라는 보건의료 특성을 고려할 때 현재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경증 환자나 시민들 역시 시스템 개편을 기다려 줄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즉, 언제든 누구라도 응급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 진료 공백 사태의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따라서 지금 국면은 '의료대란'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하지 않은 심각한 사회적 위기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오판

▲ 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지난 6일 서울 시내 한 병원 응급진료센터로 의료 관계자가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런데 지난달 말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현실과 동떨어진 문제 인식을 드러냈다. 실태 파악이 부정확하거나 시민들의 건강 피해를 과소평가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전자라면 관료제의 무능, 후자라면 정권의 낮은 인권 감수성에서 기인한 것일 테다. 정책결정자의 "관리 가능"하다는 말 속에는 의료개혁 완수를 위해 일정 수준 국민의 건강 피해를 감수하겠다는 정치적 판단이 전제돼 있다.

문제는 그 감당 가능한 '수준'이 비민주적으로 결정된다는, 즉 원치 않게 개혁의 '기회비용'을 치르게 된 환자와 병원 노동자, 시민들이 그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국의 판단과 별개로 의료대란에 따른 피해가 사회적 수용 범위를 넘어서는 순간 심각한 통치의 위기를 맞이하게 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기고 글에서 정부가 의사 집단이 가진 이해관계와 권력 자원, 전략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고려와 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통령은 '헌신적인 의료인'에 대한 믿음이 있는 듯 하나, 의사 집단도 여느 이익집단과 다를 바 없다고 간주하는 것이 합리적 정책판단이다.

자본주의 사회체제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동기 자체가 죄악시될 수 없다. 다만 자기 이익을 우선하는 집단적 행태가 사회 전체 공익과 충돌하는 경우 제도적, 비제도적(규범적·문화적) 수단을 동원해 이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된다. 그것이 특히 의료와 같이 사회 필수재 공급을 책임진 집단의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오늘날 의사 집단은 이러한 사회적 통제 기전이 잘 '먹히지' 않는 초기득권 집단이 됐다.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는 가운데 거의 모든 언론과 70% 시민들이 이를 찬성했음에도 여태껏 힘겨루기를 이어오지 않았나. 이러한 의사 집단의 사회적 힘은 전문 지식이나 부, 명성 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의사 권력의 원천은 바로 '환자의 건강'이다. 굳이 애써 항의하고 시위할 필요 없이, 집단적으로 동시에 진료행위를 멈추는 것, 특히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응급·중증 치료 현장을 떠나는 것이 가장 큰 권력 행사다.

이를 두고 비윤리적이라 비난할 수 있어도, 억지로 붙잡아 진료를 강제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의사면허 정지·박탈이라는 가장 강력한 법적 제재를 동원한다면 동시에 의료 공백에 따른 사람들의 막대한 건강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물론 의사들도 이런 극단적 집단행동에 따른 경제적 손해와 직·간접적 불이익 등을 고려하기 마련이다. 다만 이번 의사 증원과 같이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크게 침해받는 경우라면 이를 막고자 초강수도 불사할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오판은 지난 정부들이 의사 증원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회피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하지 않은 게 아니라 하지 못한 것에 가깝다. 마치 핵 억지력과 같이, 의사 집단이 의료대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은 그 자체만으로 정부가 의사들의 이해관계에 크게 어긋나는 정책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도록 만드는 권력 효과를 발휘해 왔다.

물론 의사들도 실제 집단 행동에 나설 경우 직업 윤리를 저버린 것 외에도 면허제를 통해 시장 독점을 보장해 준 사회와의 암묵적 '계약'을 파탄 낸 것에 대한 일정한 사후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늘 저수가 문제를 외쳐도, 또 때로는 일정수준 손해를 끼치는 정책이 도입되더라도 그 불만을 극단적 형태로까지 표출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의사 증원은 정부와 의사들 사이에 그어져 있던 일종의 '휴전선'을 훌쩍 넘어선 도발로 간주되었다. 향후 의사 시장에 인력 공급이 확대되면 경쟁이 심화되면서 1인당 소득이 줄어들고 더불어 사회 특권층으로서의 위상 역시 다소간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개원의나 의대 교수보다 비교적 '엉덩이가 가벼운' 전공의들이 응전에 나선 것이다.

현재 버티기 국면에 있는 의·정 갈등이 언제 어떻게 마무리될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새로운 변수들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일단 정부가 더 불리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여론의 압박은 양측 모두 받고 있지만, 건강 피해의 가장 큰 책임은 국가의 몫일 수 밖에 없고, 그동안 버텨 온 전문의 인력마저 속속 이탈하게 되면 그 피해가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공의들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더라도 개원의나 봉직의 등 다른 활로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정부보다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돌이켜보면 의사 증원은 정부가 총선 전략으로 꺼내든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정치적 맥락이 변화된 지금 이 시점에서도 이를 관철시키려는 강력한 동기를 갖고 있는지 회의적이다. 문제는 이미 내년 입시요강이 발표된 상황에서 의사들이 여전히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탓에 출구전략을 세우기 쉽지 않다는 것인데 결국 어떤 형태로든 정부는 명분을, 의사 집단은 실리를 챙기는 방식으로 타협점을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대통령의 '신념'을 형성하고 있는 담론을 주목해야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렇게 마치 제3자가 관망하듯 이야기한 까닭은 처음부터 '그들만의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정책 추진과 저항 과정에서 사람들이 입게 될 건강 피해에 무감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사람 중심 관점이 결여돼 있기는 매한가지다. 더 큰 문제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며 의대 정원을 늘리더라도 보건의료체계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필수·지역의료 공백' 문제 해결을 장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한 의사 집단의 대응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안타깝게도 처음부터 시민들에게는 의사 증원 찬반이라는 양자택일의 선택지만 주어졌을 뿐이다. 그 결과 시민들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발생한 소용돌이에 휩싸여 큰 고통과 불편을 겪으면서도 정작 정부와 의사들 사이에서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물론 둘 다 나쁘다고 비난하고 욕하기는 쉽다. 하지만 이 위기를 더 좋은 보건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한 기회를 바꿀 수 있으려면 양비론을 넘어 사태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이번 의사 증원 정책을 철저히 정치적 산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의사 수가 얼마나 부족한지, 미래 의사 인력 수급을 추계한 연구 결과가 얼마나 정확한지 묻는 것을 부차적 문제로 보자는 것이다. 정부와 의사 집단은 자꾸 사람들의 시선을 미시적인 정책기술적 논의에 가두려고 하지만, 우리는 어떤 이해관계와 권력관계 속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정책 결정이 이루어졌는지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과정에 주목한다는 건 결과적으로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지 따지는 차원 역시 넘어서야 함을 의미한다. 영국의 건강정책학자 길 월트에 따르면, "정책결정에서 권력과 과정은 겉보기보다 더 '복잡하게 얽혀 있고, 직관적이며, 무의식적인 것'이므로 항상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라 좀 더 질서 있고 심층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도대체 대통령이 무슨 연유로 대혼란을 야기할 위험이 큰데도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 의사 증원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그 정책 결정 과정에 여러 복합적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대통령이 유독 '신념 정치(conviction politics)'에 집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건의료와 관련해 그의 신념을 형성하고 있는 담론이 무엇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때 담론이란 사회 내 다양한 행위자들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정당화하기 위해 창출하는 논리성을 갖는 언술 체계 혹은 넓은 의미에서의 지식체계"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담론은 이처럼 특정 관점과 의도에 따라 구성되는 것이면서, 동시에 사회 현상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틀로 작동하며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지난해 우리는 '지역 응급실 문을 닫는다', '대형 병원 간호사도 수술받지 못해 죽었다', '소아과 진료 받기 너무 어렵다' 등의 뉴스를 접했다. 다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의사가 없거나 부족해서 생긴 문제였다.

그런데 대통령과 정부는 이 문제의 원인으로 인력의 왜곡된 분포보다는 공급 부족에 방점을 찍었다. 전자에 더 주목하거나 아니면 둘 다 균형있게 고려할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대안이 더 직관적이고 단순하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지만, 정책결정자들의 이러한 판단마저 보건의료와 관련된 특정 담론을 수용한 결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는 보건의료(체계)에 관한 몇 가지 주요 담론이 존재한다. 각 담론은 보건의료체계의 현 상황이 어떠한지(표상), 미래 보건의료체계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비전), 그리고 이렇게 상상된 보건의료체계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과정)에 대해 서로 다른 가치·지식 체계를 갖추고 있다. 사회적 담론의 장에서 이들 담론들은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서로 경합하는 가운데 영향을 주고받기도 한다.

담론 간 일정한 유사성이 존재하고 중첩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큰 틀에서 나눠 보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의료를 '상품'으로 보는지에 따라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극단적인 자유지상주의 입장을 제외하면 보건의료가 가진 공공재, 가치재로서의 특성을 전면 부정하는 담론은 드물다.

다만 '의료=상품' 담론은 이 재화(서비스)의 분배가 시장 거래의 원리와 기전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가정한다. 국가는 구매 능력이 부족한 이들을 일정 부분 지원해 주면서, 낮은 수익성 등의 이유로 서비스 공급이 원활치 않은 특정 분야와 지역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책임지는 역할만 하면 된다. 이 담론의 핵심 가치와 목표는 의료를 통해 이윤 창출을 극대화하는 시장 행위를 긍정하고 장려하는 것이다.

이 말이 너무 당연하게 들리는 까닭은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지배담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지배담론으로서 '의료는 본질적으로 상품이다'라는 명제에 대한 사회적 동의와 수용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현재 치열하게 힘 겨루기를 하고 있는 정부와 의사 집단 모두 이 지배담론을 전제로 행동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강화하고 확산, 유통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또한 보다 시장친화적인 보건의료체계를 미래 비전으로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역설적이지만 이번에 충돌하게 된 까닭도 둘 다 이 지배담론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쟁' 강화라는 가장 이상적인 시장 원리에 따라 공급 확대를 선택했고, 의사들은 시장의 상품 판매자로서 '이익 극대화'라고 하는 어쩌면 본능에 가까운 목표에 따라 독점력을 지키고자 했을 뿐이다.

의사 증원이라는 시장친화적 대안, 그게 최선인가?

▲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와 의사 집단이 의료 상품화에 있어서는 공모 관계에 있으면서도 서로 대립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정부가 보건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을 최소화하고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신자유주의 담론을 추종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국가 책임을 강화 또는 약화할 것인지를 보건의료를 둘러싼 담론을 가르는 또 하나의 축으로 볼 수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건강보험은 가입자에게 의료이용의 경제적 접근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공급자에게는 안정적인 시장 수요를 확보할 수 있도록 기능하는 측면이 있다. 물론 이미 사보험 시장을 통해 많은 수요가 창출되고 있긴 하지만, 의사 집단은 자신들의 수익 증대를 위해 정부가 수가 인상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의 보장성 역시 확대해주기 바란다. 의사 집단의 이해관계가 시민사회의 보장성 강화 담론과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한편 정부는 국가 통치의 차원에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요구받고 있다. 이를 위해 예전에는 사회 재생산 측면에서만 관심을 가졌던 건강과 보건의료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담론이 대두되었고, 이러한 경향은 윤석열 정부 들어 더욱 노골화됐다. 필수의료를 강조하면서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비필수 건강관리 서비스에 대한 사기업 진출을 허용한 것도 보건의료 산업화 담론이 작동하는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산업화 담론은 폐쇄적인 의료 시장의 개방을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삼는다는 점에서 정부와 의사 집단 간의 분기점이 된다.

물론 기업화된 대형 병원 자본에 합류한 의사들과 그렇지 않은 소자본가로서의 의사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측면이 있지만, 그동안 의사협회를 필두로 의사 집단이 원격의료나 영리병원 도입,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등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며 시민사회의 의료 민영화·영리화 반대 담론과 접점을 이룬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번 의사 증원 사태는 정부와 의사 집단 간 내재해 있던 이러한 담론(이해관계)의 불일치가 큰 갈등으로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국가 권력과 의사 권력 모두 '의료=상품' 담론을 공고히 하는 관계라는 점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지배담론에서 분화됐거나 친화성이 높은 담론들이 가진 현실 인식과 비전이다.

시장 담론에는 경쟁과 소비자 선택이, 신자유주의 국가 담론에서는 의료비 지출의 효율화와 개인 책임 강화가, 산업화 담론에는 GDP 증대가 핵심 가치와 규범, 목표로 제시된다. 이 담론들이 지배적 영향력을 미치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 안전, 자유와 평등, 공동체 안녕과 같은 소중한 가치들이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의사 증원 정책의 숨겨진 문제점 하나를 꼽자면, 바로 의사 증원이라는 시장친화적 대안이 국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인 것으로 표상됨으로써 부지불식간에 의료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더 공고해지는 효과를 낳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배담론에 맞서며, 의료가 상품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하는 대항 담론이 존재한다. 이를 '의료=인권' 담론, 또는 보건의료의 탈상품화나 공공성 강화 담론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큰 담론 아래 의료 영리화, 민영화, 산업화(금융화) 등에 반대하는 담론들이 연합해 있다. 또 부정의하고 부당한 건강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건강형평성 담론도 한 줄기를 이룬다.

우리는 '필수·지역의료 공백'으로 불리는 보건의료 위기의 실체를 이러한 담론과 담론 구조를 통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위기는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것이며, 그동안 시장원리에 입각해 끌고 온 보건의료체계가 구조적 모순에 봉착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의료대란은 지배담론이 제시한 비전이 허상에 불과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지배담론이 규정한 의료개혁의 틀 속에서 탈정치화된 땜질식 처방만 열심히 쏟아내고 있다. 발표되는 정책들에서 공허한 레토릭들을 거둬내고 보면 사람들의 고통과 건강불평등에 관심이 없는 지배담론의 흔적만 남는다. 보건의료를 통한 이윤 창출과 자본 축적이 위협받지 않도록 시장형 체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불만을 적절히 잠재우면서 언젠가 스스로 체념하도록 만드는 것, 바로 이것이 지금 하려는 의료개혁의 실체 아닌가.

의정협의체 역시 기존 지배담론의 구조를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시민들이 직접 정책 논의 과정 전반에 참여하고 정책결정에 대한 최종 통제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료민주주의 담론이 헤게모니를 갖게 되면 의료민주주의 위기는 곧 통치의 위기가 될 수 있다. 어쩌면 대통령과 집권세력을 교체하는 것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과제가 새로운 담론 질서를 만들고 지배담론을 교체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담론투쟁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대란 #의사증원 #의료상품화 #사람중심보건의료체계 #?의료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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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의 직격] ‘검찰 수사심의위’라는 짝퉁은 이제 그만!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자료사진) 2022.06.03 ⓒ민중의소리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사건에 대해 불기소 의견을 냈다. SBS의 보도에 따르면 의결과정에서 일부 위원들은 ‘수사 계속’ 의견을 냈다고 한다.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이 쟁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5시간이 넘는 논의 끝에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결국 불기소 의견을 낸 것이다.

 

독립성없는 위원회가 낳은 예견된 결과


한마디로 ‘짜고 치는 고스톱’같은 판이다. 현재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대검찰청 예규인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 의해 운영되는 위원회이다. 법률에 근거가 없고 단지 예규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다.

또한 위원 구성 자체도 검찰총장이 전부 위촉권을 갖는 등 독립성도 없는 위원회이다. 외부추천을 받는다고 해도, 결국 위원구성에 대한 최종결정권은 검찰총장이 갖는 것이다.

게다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간사는 대검찰청의 핵심 보직으로 손꼽히는 정책기획과장이다. 각종 위원회에 참여해 본 사람이라면, 간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간사를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이 맡고 있다는 것 자체가 권력의 의중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원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연 것 자체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불기소처분을 정당화하려고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너그럽게 생각하더라도, 이원석 검찰총장이 면피용으로 연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명품백 수수 의혹을 공개한 최재영 목사 측에게 진술기회도 주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불기소 의견을 가진 수사팀과 김건희 여사 변호인에게만 발언기회를 준 것은 사실상 같은 편에게만 발언기회를 준 것이다.


이런 식의 공정하지 못한 진행도 문제이지만, 더 들여다보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라는 것 자체가 검찰개혁을 피하려고 만든 ‘꼼수’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이것 자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검찰개혁을 피하려고 만든 짝퉁


그렇다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지방검찰청, 고등검찰청에는 검찰시민위원회라는 것도 있다)라는 것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이 터지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요구가 터져 나왔다. ‘스폰서 검사’ 사건은 부산의 어느 건설업자가 수십명의 전현직 검사에 지속적인 금품제공, 향응, 성상납 등의 스폰서 행위를 해왔다는 사건이다.

PD수첩의 보도에 의해 사건이 드러나자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자 검찰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 검찰 시민위원회같은 것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입 당시에는 ‘수사와 기소권을 국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면서 미국의 기소배심같은 제도로 나아갈 것처럼 얘기했지만, 그것은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

주권자인 시민이 직접 참여해서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로 미국의 기소배심, 일본의 검찰심사회같은 제도가 있는데도, 이런 제도 도입 요구를 피하면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짝퉁’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2010년 9월 3일자 대검찰청 보도자료
 

2010년 9월 3일자 대검찰청 보도자료 ⓒ대검찰청

 

무작위 추첨으로 뽑힌 주권자들이 검찰을 통제할 수 있어야


기본적으로 미국의 기소배심이나 일본의 검찰심사회는 무작위 추첨으로 뽑힌 시민들이 일정 임기 동안 검찰을 통제하는 제도이다.

우리와 유사한 법제를 가진 일본의 경우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정의 요구에 의해 검찰심사회 제도를 도입했다. 미군정이 일본 검찰을 민주화하려는 의도에서 미국식 기소배심 제도를 도입하려고 했는데, 그것이 검찰심사회라는 형태로 수정되어 도입된 것이다. 그래도 일본의 검찰심사회는 무작위 추첨으로 뽑힌 시민들로 구성된다는 점, 다수결에 의한 결정 등 미국의 기소배심과 유사한 면이 많은 제도였다. 다만 검찰심사회의 결정에 법적 구속력이 없는 등 약점도 있었다.

그러나 2009년부터는 검찰심사회의 ‘기소상당’ 의결에는 법적 구속력도 주어지게 되었다. 즉 검사가 ‘기소상당’ 의결에 따르지 않으려고 하면 재심사를 해서 ‘기소 결정’을 할 수 있고, 공소유지 담당 변호사를 선정해서 공소유지를 하게 된 것이다.

일본의 검찰심사회는 각 지방재판소 및 지방재판소 지부에 설치되며, 일본 전역에 200여 개가 설치되어 있다. 검찰심사위원의 숫자는 11명이고, 임기는 6개월이다. 그리고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심사해서 ‘기소상당’이나 ‘불기소 부당’ 의견을 낼 수 있다. 지금까지 일본의 검찰심사회는 정치부패 사건 등에 대한 검사의 불기소 처분을 견제하는 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 검찰이 족보에도 없는 ‘검찰 시민위원회(이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도 신설)’라는 짝퉁 제도를 만든 것은 검찰개혁을 회피하려고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검찰심사회 제도를 도입해야


검찰의 막강한 권력은 선별적 수사와 함께 기소ㆍ불기소를 편의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에서 나온다. 표적으로 찍으면 ‘먼지털이’ 식 수사를 하고, 봐주기로 마음먹으면 ‘부실수사’, ‘면죄부수사’를 해서 불기소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등 미국 안보순방을 마치고 귀국,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4.07.12. ⓒ뉴시스


그리고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은 그 모든 것의 총체적인 집합체이다. 검사들이 피의자측에게 휴대폰까지 압수당해 주면서까지 ‘봐주기 수사’를 했고, 어떻게든 불기소를 하려고 애쓰고 있다.

만약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이런 상황이면 당장 검찰심사회가 소집되어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타당한 지를 주권자인 시민들이 심사를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주권자인 시민들이 직접 검찰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실효적인 통제장치일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것은 촛불 이후에 등장한 문재인 정권이 기소배심이나 검찰심사회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검찰의 지금과 같은 행태도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불기소 처분에 분노하는 것과 함께, 최소한 일본의 검찰심사회와 같은 제도의 도입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현재 요구되는 검찰개혁의 핵심적인 한 축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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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친기업 경제정책, 어떻게 국민총소득 감소시켰나

  • 기자명 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장
  •  
  •  승인 2024.09.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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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1. 윤석열 정부의 민간중심 역동경제
2. 한국경제 2분기 –0.2% 역성장
3. 한국경제 발전과 민생경제 회복 방안

1. 윤석열 정부의 민간중심 역동경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민간중심 역동경제’로 정부의 규제나 개입을 최소화하고 기업과 시장의 자율성을 극대화하여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허가·환경보호·노동기준(최저임금·노동시간)·금융대출·산업안전 등에서 규제를 제거하고, 법인세·상속세 등 세금을 인하하며, 기업의 기술혁신과 산업재편을 지원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만능 친기업 정책이 경제성장을 가져오지 못한다. 수출 대기업을 아무리 지원해도 성장의 결과가 총수 일가에게 집중되어 낙수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재벌 독점과 불공정거래로 중소상공인이 지속해서 몰락하며, 억압적인 노동정책으로 노동조합 교섭력이 약화되어 임금이 감소하고 고용불안이 지속된다. 결국 노동자·서민의 소비감소로 내수경제가 침체한다. 

2023년 1.4%로 저조했던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수출 증가에 힘입어 2024년 1분기 1.3%(전기대비, 연율 5.2%)의 깜짝 성장을 기록했다. 이에 언론은 ‘올해 7천억 불 수출 기대’, ‘하반기 수출 순풍에 돛’, ‘세계 5위 수출국 기대’ 등 장밋빛 미래를 선전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으로 경제회복의 온기를 민생현장에 전달하겠다며 취약계층 지원책을 제시해고, 8월 29일 국정브리핑에서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 한국경제 2분기 –0.2% 역성장

 그러나 한국의 2024년 2분기 경제성장률은 –0.2%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한국은 가계부채(1,896조원)와 고금리 등으로 내수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상반기 수출증가율이 9.1%를 기록했으나 이는 2023년 저조한 수출(-7.7%)에 대한 기저효과가 있으므로 과대평가는 곤란하다.

2024년 2분기 GDP 성장기여도를 보면 건설투자 –0.3%, 설비투자 –0.1%, 민간소비 –0.1% 등으로 내수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KDI에 따르면 내수 위축으로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20만명(작년 33만명)으로 추정된다. 

수출은 2024년 들어와 계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8월에는 반도체, 선박,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석유화학, 바이오헬스 등에서 증가하였다. 그러나 한국의 수출은 반도체·자동차 등 특정 품목과 미국·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고, 미국의 압박에 따라 대중국 수출의 지속적인 둔화 가능성이 크며, 미국 등 해외 현지생산이 확대되어 국내 생산과 수출이 향후 감소할 예정이며, 보호무역이 강화되는 탈세계화 현상과 트럼프 집권시 무역제재 가능성 등 리스크가 상존한다.

 

한편 국내외 국민의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2024년 1분기 567.5조원에서 2분기 559.5조원으로 1.4% 감소하였다. 실질 국민총소득은 실질 GDP에 무역손익과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을 반영한 것인데, 먼저 교역조건(환율 상승, 수입 에너지가격 상승) 변화에 따라 실질무역손실은 1분기 11.3조원에서 2분기 16.6조원으로 늘어났다. 환율 상승으로 수출품 1단위를 판매하여 구매할 수 있는 수입품의 수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교역조건이 악화되었다. 다음으로 외국인 국내소득과 내국인 해외소득의 차이를 나타내는,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외국인 현금 배당의 증가(달러로 환전하여 유출) 등으로 1분기 5.9조에서 2분기 4.4조원으로 감소하였다.

3. 한국경제 발전과 민생경제 회복 방안

IMF는 2024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3.2%, 한국경제는 2.5%로 전망하고 있고, KDI 경제전망에서 한국경제 성장률은 2022년 2.6%, 2023년 1.4%, 2024년 2.5%, 2025년 2.1%(추정)로, 코로나 이전의 3%대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저성장이 고착되고 있다. 
한국경제 발전과 민생회복을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쇠퇴가 역력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폐기하고, 노동자 서민 중심 내수경제와 공공성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노동자 서민의 고용과 임금을 안정화하여 내수경제를 살려야 한다. 한국경제 내수침체는 노동자 서민의 소비위축에서 기인하는데, 실질임금과 실질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먼저 2023년 자영업자 폐업 신고자는 금융위기 때보다 많은 98만 6,487명(국세청)으로 100만에 육박한다. 다음으로 물가상승과 고금리 등으로 실질임금은 2022년부터 3년째 감소했고 실질소득은 2024년 1/4분기 현재 7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또한 1/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12만원으로 전년대비 1.4% 증가했다. 소득 중 사업소득과 이전소득은 증가했으나 근로소득은 329만원으로 명목으로도 전년대비 1.1% 감소하였다. 또한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2024년 2/4분기 –2.9%인데 2022년 2분기(-0.2%)부터 9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어 내수 붕괴를 보여준다.

둘째 노동기본권을 보장하여 일하는 사람들의 교섭력을 높이고, 원하청 불공정거래를 민주화하여 중소납품업체의 몫을 늘려야 한다. 임금·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노동기본권을 보장하여 노동자가 사용주와 대등하게 교섭·투쟁하여 권리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윤 정부는 말로는 노동 약자를 대변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건설·화물 등의 단체교섭과 안전운임제 합의 등을 무효화하여 교섭력을 약화시켰고, 진짜 사장과 교섭할 수 있는 권리인 노조법 개정에는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한편 중소하청기업 노동자들의 몫을 늘리기 위해서는 원하청 구조의 민주화가 필요하다. 원청이 단가인하, 기술탈취, 내부거래 등을 자행하고, 티메프 사태처럼 납품업체나 배달기사의 정산금을 맘대로 사용하는 것을 규제하여 중소납품업체의 몫을 보장해야 있다.

셋째 부자 증세로 복지재원을 늘려 공적영역에 대한 무상화를 확대해야 한다. 민간경제가 위축되면 정부가 재정정책으로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부자 감세와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어든 가운데 건전 재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재원을 경기부양용 부동산 정책(특례보금자리론 40조원 정책자금등)과 자산계급 지원(금융업자, 건설업체 정책자금)에 집중하여 불로소득이 늘어나고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 등 복지지출은 줄어들었다.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교육, 의료, 돌봄, 주거, 교통 등 공적영역에서 무상화 확대로 공공성을 보장하고 서민생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그러나 윤 정부는 공공영역의 시장화를 확대하고 복지지출은 축소하고 있는데 국회에서 의결한 전국민 25만원 지원금에도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넷째 미국 중심 경제블록에서 벗어나 중립적인 외교통상으로 중국·러시아 등과 교역을 늘리고, 과도한 해외투자를 지양하여 국내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미중 갈등 등 보호무역 전쟁’, ‘우크라이나·중동 등의 군사충돌’, ‘일본 금리인상으로 앤-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 복잡한 국제질서에서 한국은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중립적인 외교통상과 핵심산업 자국 생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 지원법 등으로 한국 핵심산업의 과도한 미국 투자로 국내 투자가 감소되고, 중국 투자 제한 등 불리한 조건을 일방적으로 강요당해 통상주권이 훼손되고 있다. 

이 기고는 지난 8월 전국금속노동조합 노동연구원에 제출한 칼럼을 보완하여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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