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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의료공백 위기 넘겼다…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직전 62곳 중 59곳 교섭 타결

의사 진료공백 책임전가 금지, 임금 인상 등 합의…조선대병원은 파업 돌입

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4.08.29. 09:59:44

29일로 예정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총파업을 앞두고 파업 준비 사업장 62곳 중 59곳의 교섭이 타결돼 총파업 돌입 계획이 철회됐다. 의사 파업에 간호사 파업까지 더해진 사상 초유의 의료 공백에 대한 걱정은 한시름 놓게 됐다.

보건의료노조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27일부터 29일 새벽까지 진행된 밤샘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와 교섭 결과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미타결 의료기관 3곳 중에서는 조선대병원이 유일하게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호남권역재활병원도 조정이 중지됐지만, 노조는 환자 불편 등을 고려해 파업 돌입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노원을지대병원은 다음달 11일까지 조정 기간을 연장했다.

교섭이 타결된 의료기관의 주요 합의사항을 보면, 전공의 공백에 따른 병원 경영난 및 남은 병원 노동자들의 부담과 관련 △의사 진료공백에 따른 일방적인 책임 전가 금지, △연차휴가 강제 사용 금지, △인력 확충 등이 눈에 띈다.

처우와 관련해서는 △임금 인상, △주4일제 시범사업 실시 및 노동시간 단축 TF 구성, △유급수면휴가 부여 보장 포함 교대근무자 처우 개선 등이 담겼다. △무기계약직 동일노동 동일임금, △비정규직 정규직화 기간 단축, △계약직 정규직 전환 시 근속연수 산입 등 비정규직 관련 개선 사항도 있다.

향후 보건의료노조는 파업에 돌입한 조선대병원 교섭 타결을 위해 병원 사용자와의 면담을 추진하고, 집회 등을 벌일 계획이다.

▲ 지난 25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붙은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현수막. ⓒ연합뉴스

 
 

최용락 기자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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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 사망’ 아리셀 대표 구속, 이제야 안도한 유가족 “참사 해결의 첫걸음”

 

 

사망자 23명이 발생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와 관련해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인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8.28 ⓒ뉴스1
노동자 23명이 목숨을 잃은 리튬배터리 업체 아리셀 박순관 대표가 구속됐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업체 대표가 구속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원지법 손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8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박 대표에 대해 “혐의 사실이 중대하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대표의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 역시 산업안전보건법 및 파견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지난 23일 발표된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수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이번 참사는 회사가 무리한 목표의 생산량을 채우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였다. 아리셀은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자격도 없는 인력 공급업체로부터 비숙련공을 대거 투입했다. 이로 인해 제품 불량률이 급증해 전지 폭발 및 화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비상구 설치 규정을 위반했으며, 노동자의 채용과 작업 내용 변경 때마다 진행돼야 할 사고 대처요령에 대한 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는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아리셀 대표의 구속수사를 촉구해 온 유가족과 시민사회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지극히 당연하고 상식적”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리셀 산재 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이제 수사기관은 강도 높은 보강 수사와 조사를 통해 박순관과 그 일당의 범죄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해결에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밝혀진 진상과 그에 부합하는 책임자 처벌,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 마련까지 갈 길은 여전히 멀다. 피해자에 대한 정당한 배상 역시 요원하다. 하지만 협의회와 대책위는 오늘의 기쁨과 자신감으로 다시 힘차게 내일을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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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로 고온에 노출된 물류 노동자들 "국회가 입법으로 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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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 기자
  •  
  •  승인 2024.08.28 15:36
  •  
  •  댓글 0
 
 

야간에도 30도 넘는 물류센터
일하는 공간 아닌 창고로 분류
"이제 국회가 입법으로 답해야"

28일 국회 앞에서 열린 물류노동자 폭염투쟁 보고 및 폭염대책 입법 요구 기자회견 ⓒ 김준 기자
28일 국회 앞에서 열린 물류노동자 폭염투쟁 보고 및 폭염대책 입법 요구 기자회견 ⓒ 김준 기자

계속되는 이상기후로 고온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잇따라 쓰러지는 일이 발생하자,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자료를 들고 국회 앞에서 폭염대책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은 올해 기록적인 폭염을 겪고 있다. 서울은 열대야 현상이 지속되면서 24일 연속으로 밤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때아닌 폭염에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30도가 넘는 찜통에서 일해야 했다.

연이은 사상자도 발생 중이다. 지난달 18일에도 제주도 쿠팡 CLS(쿠팡로지스틱스) 서브 허브에 출근해 물을 마시던 조 모씨가 갑자기 심정지로 쓰러져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8일에는 대전 유성구 한진택배 메가허브 터미널에서 택배 상하차 작업을 하던 30대 노동자 A씨가 쓰러지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이 A씨의 온도를 확인했는데 40.9도가 나왔다.

지난 6월 근로복지공단은 고온으로 인한 질병, 열사병과 관련된 산업 재해 통계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온열 관련 산업 재해는 코로나 시기 주춤했지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6년간 총 147건의 산업 재해 중, 2018년에 35건, 2019년에 26건, 2020년에 13건, 2021년에 19건, 2022년에 23건, 2023년에 31건이 발생했다. 

폭염이 연일 계속되는 28일 오전 경기 구리시 한 택배 대리점에서 택배노동자들이 선풍기에 의존해 더위를 이겨내며 작업하고 있다.
폭염이 연일 계속되는 28일 오전 경기 구리시 한 택배 대리점에서 택배노동자들이 선풍기에 의존해 더위를 이겨내며 작업하고 있다.

야간에도 30도 넘는 물류센터

물류센터는 대부분 넓은 공간에 천장이 높고, 통풍이 잘되지 않는다. 열 차단이나 냉방시설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 온도가 쉽게 상승하고 유지된다. 정부는 이런 문제로 매시간 15분씩 휴식 시간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지만, 강제 사항이 아닌 권고 사항이라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는 폭염 시기 온도감시단을 꾸려 폭염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고용노동부가 해야 할 일을 사실상 대신 한 거다.

감시단은 6개 쿠팡물류센터와 다이소 용인 남사 허브 물류센터의 온도와 습도를 체크했다. 그 결과 이번 달 20일 쿠팡 인천4센터 4층의 온도는 오전 8시임에도 불구하고 35.8도, 습도는 52%에 달했다. 같은 날 대구2센터 4층 B동은 36.1도에 습도 57%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대부분 물류센터의 체감온도가 30도를 넘겼다. 

감시단은 인천4센터의 경우, 야간인 19시에도 온도가 30.4도에 달해 “숨이 막히고 심장이 울렁거리는 등 어지럽다고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있었다”고 기록했다.

 
2024년 온도감시단 활동내용 ⓒ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온도감시단
2024년 온도감시단 활동내용 ⓒ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온도감시단

일하는 공간 아닌 창고로 분류

이들은 건축법 개정을 촉구했다. 현재 물류센터는 건축법상 단순히 물건을 쌓아놓는 ‘창고시설’로 분류된다. 물품 보관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작업자의 안전과 관련한 규정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거다.

건축법 개정을 통해 ‘노동현장’으로 분류된다면 해당 공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요구사항이 강화될 수 있다. 

쿠팡대책위 물류센터 제도개선 TF 문은영 변호사는 입법을 통한 제도개선 필요성과 입법과제 제안했다. ▲냉난방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건축법 개정 ▲사업주에게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의무 부여 ▲폭염 상황에서 노동자 판단에 따라 작업중지를 할 수 있는 권한 부여 ▲일정 수준 온도습도로 올라갈 경우 고열작업환경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규정 마련이다.

고열작업환경 판단의 경우,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폭염 또는 한랭 등의 기온에 의한 작업환경 위험을 위험인자로 규정하고 있다. 일정수준의 온도 습도가 발생하면 보호조치를 하거나 작업을 중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일부 기준이 존재하지만, 모든 경우에 명확하게 적용되는 기준이 없어 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민병조 공공운수노조 전국 물류센터 지부장은 “신문, 방송 등의 보도를 통해 연일 역대급 더위가 올 것이란 경고가 있었고, 더위로 인한 재해와 재난이 더욱 크고 더욱 많이 발생할 거란 경고가 있었다”며 “충분히 예견되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비하지 않고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범죄”라고 국회를 꾸짖었다.

이어 “지금이라도 고용노동부는 안 지켜도 그만인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제 조항으로 재규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사업장과 문제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엄격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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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가능성을 숙고할 때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다
 
박한표  | 등록:2024-08-28 09:58:52 | 최종:2024-08-28 10:03:0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다양한 가능성을 숙고할 때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인문 운동가의 인문 일지
(2024년 8월 27일)

오늘의 화두는 다양성이다. 프랑스어 디베르시떼(diversite)라고 한다. 프랑스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단어이고, 지금 우리 사회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왜냐하면,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즐겨 읽는 <장은수의 책과 미래>라는 칼럼의 제목이 “내다 보는 눈과 열린 귀”이다. 그가 소개한 토머스 서든도프 호주 퀸즐랜드대 교수의 <<시간의 지배자>>(디플롯 펴냄)에 따르면, “미래를 내다보는 힘은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도구다. 예지력이 없다면 우리는 미래를 계획하지도, 그에 따른 기회와 위험을 사전에 대비하지도 못한다. 내일을 모르는 삶, 전면적 불확실성은 끔찍한 지옥과 같다. 무엇이 최선인지, 어떻게 살아야 괜찮은 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까닭이다.” 시간을 지배하려면 예지를 올바로 쓰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 그 출발은 겸손이다.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확실한 미래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플랜 B를 생각지 않는 인생은 아주 작은 변화에도 파멸할 수 있다. 자기 패를 과신하는 도박꾼들이 항상 파산하듯이 말이다. “인간은 최선을 희망하지만, 최악을 준비하는” 존재여야 한다. 미래가 내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숙고할 때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유연하고 개방적인 인지 장치라는 거다. 가령 출신과 신분과 성향이 각각 다르고 다양한 이들이 한 팀을 이루어 미래를 내다보면 예측력이 좋아진다. 그리고 오늘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왕정이나 귀족정보다 민주 정치가, 온갖 사람이 모여드는 도시가, 그 중에서도 다민족, 다인종 공동체가 더 창조적인 이유라는 점이다. 다른 목소리의 존재는 시간의 흐릿한 지평선에서 기대를 보완해 우리가 미지를 더 잘 다루게 이끈다. 여기서 일어나는 “내다보는 눈은 열린 귀”와 짝을 이룰 때 비로소 온전히 작동하게 된다.

그리고 하늘의 별이나 바람의 움직임을 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신들의 지식을 추출하는 일”이라고 키케로가 말했다. 인류는 진화의 길 위에서 “마음의 눈으로 시간을 가로지르는 놀라운 힘”을 얻었다. 그 힘을 상징하는 존재가 프로메테우스다. 프로메테우스는 ’미리 보는 자’란 뜻이다. 그가 인류에게 가져다준 불은 마음의 안개를 밝히고 앞날의 어둠을 거두는 불이었다.

프로메테우스는 티탄족으로 동생 에피메테우스와 아틀라스를 둔 장남이다.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은 ‘먼저 아는 자’란 뜻이고, 동생 에피메테우스는 ‘나중에 아는 자’란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머릿말을 ‘프롤로그’라고 하고, 편집 후기를 ‘에필로그’라고 하는 것이다. 세상의 미래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프로메테우스와 그의 바로 아래 동생 에피메테우스는 ‘신들의 전쟁’에서 제우스 편을 들고, 아틀라스는 자신들의 조상들인 티탄 족 편을 들어, 지구를 받치는 형벌을 받았고,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는 제우스가 지배하는 올림포스로 초대받는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에게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과 식물들을 만들라고 명령한다. 그러니까 신화에 의하면, 우리 인간을 창조한 사람이 프로메테우스이다.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의 모습을 본 따 인간을 만들었다. 그때 프로메테우스의 과업을 축하하기 위해 제우스를 비롯한 모든 신들이 프로메테우스의 피조물들에게 선물을 보내왔는데 그만 ‘멍청한’ 동생 에피메테우스가 인간에게 줄 선물을 남겨두지 않고 몽땅 나눠줘 버린 것이다. 그래서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 불을 훔쳐다 준다. 인간에게 이 불은 커다란 행운이었다. 지금 우리에게 불이 없다면, 우리들의 삶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몸을 따뜻하게 하고 고기를 잘라 구워 먹고 삶아 먹는 조리 생활을 하게 되었다. 어두운 밤에도 불 때문에 사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 프로메테우스 덕분에 인류는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가 된다. 유인원과 현생 인류의 중간 단계에 속하는 화석 인류를 이렇게 말한다. 두 발로 서서 걸어 다녔으며, 석기와 불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인간에게 주어진 이 불은 진화를 거듭 한다. 티탄 시대의 헬리오스(티탄 시대의 태양)의 ‘태양 마차’의 불은 하늘에서 땅을 비출 뿐이었다. 그러나 이 불이 헤스티아(로마 식으로는 베스타)의 부엌의 화로, 헤파이스토스(대장간의 신)의 대장간의 불로 그리고 아폴론의 ‘포에보스’로 진화하였다.

헤스티아의 불은 ‘생존의 불’이다. 인간이 자신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데에 필요한 의식주를 해결하는 일에 쓰이는 불이다. 따뜻하게 살고, 음식을 익혀 먹고, 어둠을 밝히는 1차원적인 불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 불을 그냥 놔두지 않았다. 그들은 먹고 사는 일에만 만족할 수 없었다. 마치 우리가 술도 단지 배고파서 마시는 것이 아닌 것처럼.

두 번째로 헤파이스토스의 불은 ‘변화의 불’이다.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의 불은 쇠를 녹여 도구를 만들어냈다. 인간은 이 도구를 이용해서 땅을 갈고 농사를 지었다. 세상을 바꾸는 2차원적인 불이 되었다. 그러면서 불의 강도는 더 세어져 물을 끓이고 고기를 굽는 온도에서 쇠를 달굴 뿐만 아니라 세상을 태워버릴 거대한 불로 진화하였다. 불이 갖는 양면성이 드러난다. 불로 쇠를 적당히 달구면 단단한 도구가 되지만, 불의 강도를 너무 세게 하면 모든 것이 다 타버린다. 이와 같이 술이 갖는 양면성도 이 불 때문이다. 술도 적당히 마시면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하는데, 지나치게 마시면 몸을 헤치게 한다.

이러한 불이 그 다음 단계로 진화한 것이 아폴론의 불이다. 우리는 이 불을 ‘생각의 불’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아폴론은 의술의 신, 음악과 예술의 신, 예언의 신으로 ‘팔방미인의 황태자’였다. 그러면서 태양의 신으로 밝은 이성을 상징하는 잘 생긴 신으로 그리스의 모든 젊은이들이 닮고 싶어했던 신이었다. 아폴론이 갖게 된 불은 생존의 문제가 해결된 이후의 세상에서 필요한 것들이다. 구체적인 일상의 삶에서 인간이 지혜로워져 추상의 세계로 나아간 것이다. 인간이 사유 하기 시작하며,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몸의 감각으로부터 벗어나 추상적인 생각을 하며, 차가운 머리로 사유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인간은 머리가 커졌고, 육체의 힘을 잃어가고 감각이 무디어 갔다.

이러한 추상의 세계가 또 다른 세계, ‘진짜’ 인간적인, 문명의 세계로 넘어가는 지점에서 ‘불’이 ‘물’을 만난다. 이 때 등장하는 신이 포도주의 신, 아니 술의 신 디오니소스이다. 불이 물을 만나야 불이 완성된다. 이때부터 인간은 신으로부터 벗어난다. 신이 주는 것만으로 기뻐하지 않고 인간 스스로 ‘예-술해서’ 행복해 하게 된다. 이때부터 진정한 문명이 시작하는 것이다. 문명이라는 말에서 ‘명’자가 물과 불, 달과 해가 만난 단어인 것처럼. 이제 프로메테우스 신으로부터 훔쳐 온 불이 아폴론에게 이른 다음 디오니소스를 만나 술이 되면서 불은 완성된다. 그러자 인간은 술을 알게 되면서, 신에게 올리는 경배를 게을리하고, 신에게 감히 덤비게 된다. 그래서 신들은 불을 훔쳐간 프로메테우스를 미워했던 것 같다.

지금부터는 신들이 불을 훔쳐간 프로메테우스와 그 불을 덥석 받은 인간에게 내리는 형벌들도 있다. 프로메테우스가 받은 형벌은 신은 죽지 않으니, 고통을 주는 것으로 코카서스 높은 절벽에 묶여 날마다 찾아오는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것이었다. 그를 더 아프게 했던 것은 날마다 간이 다시 재생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살이 찢기는 아픔보다 다시 살아나는 간이 공포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제우스가 자신의 미래를 알려 달라는 목소리였다. 할아버지 우라노스와 아버지 크로노스가 그랬던 것처럼, 제우스도 언젠 가는 권좌에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문제는 프로메테우스만이 제우스의 앞날을 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메테우스는 고통을 이기지 못해 불의와 타협하고, 유혹을 견디지 못해 정의를 버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이치에 따라 당연한 일을 하였기 때문이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으니 인간은 존재해야 하고,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지명되었으니 인간은 다른 생명체보다 강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프로메테우스는 ‘정의의 화신’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따서 ‘프로메티안(Promethean)’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이 말은 ‘프로메테우스 같은’이란 말로 ‘개인적이고 독창적이며 권위에 복종하지 않는 태도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사전에 쓰여있다. 다시 말하면 프로메티안이란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정의로움을 지키며 인류에게도 도움을 주는 현자’라는 말이다.

우리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인간에게 선물했다는 것은 잘 알지만, 제우스가 불을 숨겼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정의가 실현되기 전에 불의가 일어난 것들을 우리는 간과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형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 주는 용기를 가졌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할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인간에 어떤 보상도 바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그 길을 선택했다. 우리는 그 용기의 밑바닥에서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보았다. 그는 완벽하지 못한 인간을 사랑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조건 없는 사랑만이 정의를 이룬다. 사랑은 남을 나처럼 생각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니까 사랑은 조건이 없다. 조건을 달면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내가 다른 이로부터 대접 받고 싶은 것을 남에게 해주는 것이라면, 정의는 내가 당해서 싫은 것을 남에게 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이 싫어하는 것을 강요하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사랑도 남의 입장에서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사랑과 정의는 한 축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사랑과 정의 중에서 우선 해야 하는 것은 정의이다.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면 당장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사랑은 그렇지 않다.

물론 정의는 말처럼 쉽지 않다. 자신의 힘겨운 삶을 통해 싸워야만 쟁취할 수 있다. 정의를 외면하게 하는 세속의 유혹이 늘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이다. 그 유혹은 정의로운 삶보다 효율적인 삶을 선택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의의 실현은  자신의 인생을 걸 만큼 힘겨운 투쟁이 필요하다.

이 힘겨운 투쟁의 모습을 보여준 인물이 바로 프로메테우스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인간에게 선물했다는 것은 잘 알지만, 제우스가 고의로 불을 숨겼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정의가 실현되기 전에 불의가 일어난 것들을 우리는 간과한다.

제우스는 불이라는 문명 창조의 도구를 독점함으로써 인간에게 ‘신을 닮아 갈 기회’를 빼앗아 버린 것이다. 이에 비해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을 압제 하며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상상력을 해방시켜 인간 스스로 자신들의 운명을 개척하기를 바랬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제우스는 세상을 창조하는 힘의 원천인 불을 숨김으로써 인간의 자율성을 가로막으려 했고,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과 ‘스스로 문명을 창조하는 능력’을 줌으로써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결점을 스스로 극복하기를 바랬던 것이다.

프로메테우스의 정의는 인간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과 독재에 대한 저항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해 본다. 진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은 왜 오히려 더 큰 고통을 받는가? 프로메테우스는 이름처럼 남보다 먼저 생각하여, 먼저 깨어난 자이다. 먼저 깨달은 자로 그는 우리 인간에게 불 그 자체만이 아니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간할 수 있는 지혜, 즉 이성을 주었다.

세상은 위험한 진실보다 안전한 거짓의 편에 서라고 충동 한다. 제우스는 자신에게 복종하는 인간을 원했고, 프로메테우스는 힘들더라도 제 머리로 생각하는 인간, 자유 의지를 가진 인간을 원했다. 불의와의 끊임없는 결투를 통해서만 정의로움의 감각은 단단히 담금질 된다. 정의와 정의감은 다르다. 정의감이 있어도 정의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불의와 타협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정의감을 간직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만큼 고통을 겼어야 한다. 프로메테우스에게서 배운다.

이야기 다른 길로 샜다. 물론 인간은 여전히 어리석다. 과식은 성인병을 부르는 걸 빤히 알면서도, 먹을 걸 보면 일단 손을 뻗는다. 비극 작품엔 신들의 지식을 무시하는 인간의 오만과 미망, 도전과 파멸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 이야기는 내일로 미루고, 오늘 못 다한 ‘다양성’ 이야기는 계속된다. 특히 이 문제는 2024년 프랑스 올림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랑 그대로의 사랑으로 / 홍수희

준다의 미래형이 받는다 였던가
준다의 미래형이 되돌려 받는다 였던가
준다의 미래형이 언젠가는 세상을 돌고 돌아
나에게 되돌아올 것이라는 거였던가

아니 아니다
내가 아주 조금 인생을 살아보니

준다의 미래형은 잊는다였다
그리하여 준다의 완성형은 잊힌다였다

그때 비로소
준다의 과거형은 순백의 사랑이 되리
사랑 그대로의 사랑이 되리

박한표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박사를 받고 국내에 들어와 대전 알리앙스 프랑세즈, 프랑스문화원장을 하다가 와인을 공부하였습니다. 경희대 관광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며, 또한 와인 및 글로벌 매너에 관심을 갖고 전국 여러 기관에서 특강을 하고 있습니다, 인문운동가를 꿈꿉니다. 그리고 NGO단체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다 그만두고, 지금은 인문운동에 매진한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마을 활동가로 변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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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인 무덤? 더 이상 억울한 죽음 만들지 말라

[최병성 리포트] 매년 반복되는 산사태... 산림청의 잘못된 산림 정책, 개선 시급

24.08.28 06:48최종 업데이트 24.08.28 06:48

▲ 산사태로 발생한 엄청난 토석류가 집을 덮쳐 집 안에 있던 냉장고와 세탁기 등이 논까지 밀려와 있다. ⓒ 최병성

사람이 사망했다. 모두가 깊이 잠든 지난 7월 10일 오전 3시 57분경, 충남 서천 율리의 집 뒤 산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집중호우에 산사태가 발생해 엄청난 토석류가 집을 덮친 것이다.

산사태의 위력이 얼마나 컸던 것일까? 커다란 양문형 냉장고가 집 아래 논까지 떠밀려 와 있었다. 문짝이 떨어져 나간 냉장고 안에는 음식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세탁기와 보일러 기름통과 방 문짝까지 논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집 안에서 잠자던 70대 A씨가 실종되었다. 수색 끝에 토사와 함께 논바닥까지 떠밀려온 A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사망했다.

▲ 산사태로 집 안에 있던 물건들이 아래 논까지 떠 내려올 만큼 산사태의 위력이 컸다. ⓒ 최병성

집안의 모습은 어떤 상태일까? 산 쪽 방향 벽이 주저앉았고 온 집안에 흙과 돌덩이가 가득했다. 벽과 천정에 달린 샹들리에까지 튄 황토가 사고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말하고 있었다.

▲ 산사태가 덮친 집안 모습 ⓒ 최병성

산사태의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산사태가 발생한 계곡을 따라 올라갔다. 산사태는 눈사태와 같은 이치다. 작은 눈덩이가 구르며 점점 더 커지는 것처럼, 산사태 역시 시작은 작지만 아래로 굴러가며 땅속 깊은 바닥의 기반암이 노출될 때까지 모든 토석류가 다 패여 나간다. 이런 엄청난 토석류가 갑자기 집을 덮쳤으니 피해가 컸던 것이다.

▲ 계곡 땅속에 있던 기반 암이 노출되도록 엄청난 토석류가 떠밀려 내려왔다. ⓒ 최병성

산사태로 새롭게 만들어진 계곡 정상부에 올라섰다. 산사태가 시작된 지점을 찾아냈다. 봉분 3개가 나란히 놓여 있는 무덤의 잔디부터 산사태가 시작된 것을 볼 수 있었다.

▲ 산사태가 발생한 계곡을 따라 올라오니 무덤에서 산사태가 시작된 것을 볼 수 있었다. ⓒ 최병성

산사태 원인은 무덤이 아니라 싹쓸이 벌목

무덤이 산사태 발생의 원인일까? 산사태의 시작점은 무덤이 분명하다. 그러나 산사태 발생 원인은 무덤 뒤편에 따로 있었다. 무덤 뒤에 대규모 싹쓸이 벌목이 이뤄졌다.

▲ 산사태가 발생한 무덤 뒤편에 최근 대규모 싹쓸이 벌목이 이뤄졌다. ⓒ 최병성

자세히 보니 큰 나무들을 모두 베어내고 어린 백합나무를 심었다. 싹쓸이 벌목 탓에 집중호우로 인한 빗물이 무덤 방향으로 밀려들며 무덤 잔디밭이 침식되면서 산사태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산사태가 발생한 계곡을 오르는 우측에 있는 무덤 2곳은 멀쩡했다. 무덤 뒤에 나무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2일 '사방댐 있으면 안전? 산사태 발생 주범이 산림청인 증거들'(https://omn.kr/29hom) 기사에 나온 것처럼 <녹색댐 기능증진을 위한 숲가꾸기 효과>(국립산림과학원, 2017)에 따르면, 비가 집중되는 7월에 숲가꾸기로 나무들을 솎아낸 지역이 자연 그대로인 숲보다 '첨두유출량'(집중호우시 최대 홍수 유출량)이 무려 318배다.

숲의 나무 중 일부를 솎아낸 숲가꾸기만으로도 40~50배에서 무려 318배가 넘는 빗물이 일시에 쏟아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숲의 모든 나무를 벌목한 지역의 홍수 위험은 얼마나 더 급증하는 것일까?

산사태 현장에 남겨진 증거

산사태 발생 원인이 무덤 뒤편의 싹쓸이 벌목이라는 증거는 현장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붕괴된 무덤 우측 사면에 빗물이 흐른 자국들이 역력하다. 무덤이 산사태의 발생 원인이라면, 산사태로 무너지고 조금 남은 잔디밭에 고인 빗물이 이렇게 큰 빗물 자국을 만들 수 없다.

▲ 산사태로 무너진 무덤 봉분 바로 앞 사면에 빗물이 흘러내린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는 산사태 이후에도 외부에서 많은 빗물이 흘렀음을 이야기한다. ⓒ 최병성

▲ 무덤을 바라보며 우측 사면에 산사태로 붕괴 이후에도 빗물이 계속 흐르며 깊게 패여나간 흔적들을 볼 수 있다. 산사태로 무너지고 남은 잔디밭의 빗물 양만으로는 불가능한 흔적이다. ⓒ 최병성

붕괴된 좌측 사면에도 빗물이 흐른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무덤이 없는 좌측 잔디밭도 크게 붕괴되었다. 그 아래 사면에 빗물이 흘러 골이 깊게 패인 흔적들이 있었다. 산사태로 붕괴 이후 이렇게 깊게 패인 흔적이 남으려면, 외부로부터 빗물이 많이 유입되어야만 가능하다.

▲ 무덤을 바라보며 좌측 사면에 위쪽으로부터 많은 빗물이 흘러 내려와 깊은 골이 패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 최병성

무덤 뒤편 벌목지에 올라섰다. 싹쓸이 벌목한 곳에서 무덤 방향으로 빗물이 흘러간 흔적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벌목으로 인해 큰 나무들이 사라지자 바닥에 있던 부엽토와 토사가 무덤으로 흘러내려 쌓여 있었다.

▲ 벌목지에 서서 무덤을 바라본 모습. 벌목지에서 빗물이 무덤으로 흘러 내려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 최병성

이곳 서천 율리의 산사태 피해가 커진 또 다른 원인이 있다. 산사태로 토석류가 흘러내린 사면이 대부분 칡넝쿨이었다. 2015년 산사태가 발생한 사면의 울창했던 나무들을 싹쓸이 벌목했기 때문이다. 만약 벌목하지 않아 큰 나무들이 있었다면, 상부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더라도, 나무들이 토석류를 막아 주어 산사태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 2009년 사진에 따르면, 산사태가 발생한 집 뒤편 사면에 숲이 울창했다. 그러나 2015년 벌목을 했다. 산사태가 발생한 무덤이 2009년 이전부터 존재했으며, 무덤 뒤에 가득했던 소나무 숲이 2024년 벌목으로 사라지며 산사태를 촉발시킨 것임을 알 수 있다. ⓒ 카카오맵

위 항공사진에 따르면, 산사태가 시작된 무덤은 2009년 이전부터 존재했다. 특히 2015년 사진에 따르면, 산사태가 시작된 무덤 바로 뒤편에 소나무가 가득했던 숲이 있었다. 그동안 이 숲에 나무들이 있어 무덤으로 인한 산사태를 막아주었던 것인데, 최근 나무들을 베었다.

산림청의 이상한 해명

산림청은 지난 23일 대전 청사 기자실에서 서천 율리의 산사태가 벌목 때문이 아니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산림청은 '벌채지와 묘지는 산 능선부를 기준으로 반대 방향으로 나눠져 있어 벌채지로 떨어지는 빗물이 피해지로 흘러갈 수 없는 구조'라며 산사태 원인은 '극한 강우와 오목한 지형, 인위적인 산지훼손(묘지)'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 증거로 빗물이 흐른 경사 방향을 표시한 벌목 사진 두 장과 설명을 덧붙였다.

▲ 산사태 발생 원인이 벌채지 때문이 아니라며 산림청이 언론에 배포한 자료. 그러나 능선의 위치 표시가 잘못되었다. 산림청이 표시한 노란선은 능선이 아니라 벌목 경계선일 뿐이다. ⓒ 산림청

그러나 산림청이 배포한 보도자료는 벌목 경계선을 표시한 것에 불과하며, 빗물이 흐른 경사면의 표시가 잘못되었다. 산사태가 발생한 무덤 주변을 좀 더 가깝게 살펴보면 무덤 뒤편의 작은 능선에서 무덤 방향으로 빗물이 흘러들게 되어 있다.

▲ 무덤 뒤편에 싹쓸이 벌목이 이뤄졌다. 벌목 후 나무를 심었지만, 여전히 뻘건 황토들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무덤 뒤쪽에 작은 능선이 있고, 능선 우측 무덤 방향으로 빗물이 흘러드는 구조다. ⓒ 최병성

만약 산림청의 주장처럼 산 능선부 기준으로 나뉘어 빗물이 무덤 쪽으로 흘러갈 수 없는 구조라면, 무덤이 능선 정상부에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러나 무덤은 능선 아래 위치하고 있다. 2015년 항공사진에 따르면, 무덤 뒤편에 초록 소나무 숲이 있고, 그 너머는 낙엽이 떨어진 활엽수림으로 나뉘어 있다. 능선에 따라 남쪽 경사면엔 소나무, 북쪽 경사면에 활엽수가 나뉘어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산림청이 보도자료를 배포한 23일은 산사태가 발생한 7월 10일로부터 43일 지난 후다. 산림청은 산사태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바로 전문가들을 보내 산사태 발생 원인을 조사해 왔다. 산림청의 전문가들이 분명 무덤이 있는 정상부까지 올라왔었을 텐데, 현장을 보고도 위와 같은 보도자료를 낸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지난 2023년 여름 산사태가 많이 발생했다. 산림청의 산사태 원인 조사 보고서들을 입수해 살펴봤다. 산림청 보고서에 따르면, 산사태 현장 조사 전문가들은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 산림청 산하 치산기술협회 직원, 산림 기술사, 그리고 대학교수 등으로 이뤄진다.

▲ 산림청의 산사태 조사단 명단. 산림청은 산사태 현장마다 이런 정도의 전문가들을 조사단으로 보내 산사태 원인을 조사해 왔다. ⓒ 산림청

산림청으로부터 월급을 받는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원, 직전 산림청장이 협회장을 맡고 있는 치산기술협회 직원들, 산림청으로부터 사업을 받아 살아가는 산림기술사, 그리고 산림청으로부터 수시로 거액의 용역을 받는 대학교수들이 산사태 발생 원인을 제대로 조사할 리 만무하다.

산림청의 산사태 조사 보고서들을 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산사태 현장이 많고 지역과 위치도 각기 다른데, 산사태 발생 원인은 '① 극한 호우 ② 연약한 지질 구조 ③ 오목한 지형 ④ 용출수 추정' 등으로 마치 정해진 정답을 베낀 것처럼 모두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

매년 여름 산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는 산림 재난이 반복되는 이유는 산사태 원인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림청은 전문가들을 동원해 산사태 원인을 조사하고도, 왜 산사태 발생 원인을 정확히 밝히지 않는 것일까?

'벌목'은 산림청의 핵심 사업이다. 벌목을 해야 조림 사업을 할 수 있고, 풀베기, 가지치기 등 산림청 산하 벌목상과 산림조합과 육묘상, 펠릿업자 등의 돈벌이가 가능해진다.

수백 년 사는 나무임에도 대한민국 숲이 30살 된 늙은 숲이라며, 탄소 흡수원 조성을 위해 벌목해야 한다고 국민을 속여 온 산림청이다.(관련기사: 산림청이 저지른 엄청난 사건, 국민 생명 위험하다 https://omn.kr/1t88z) (싹쓸이 벌목의 진짜 이유, 대통령도 의원도 산림청에 속았다 https://omn.kr/1tkiw)(국유림 금강송도 싹쓸이 벌목... 들통난 산림청의 거짓말 https://omn.kr/1txs2)

상습적으로 산사태 발생 원인을 호도한 산림청

지난 2017년 7월,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과 미원면 두 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였다. 산림청은 산사태 직후 단 며칠 만에 전문가 조사를 통해 산사태 원인이 기록적인 폭우와 취약한 지질 구조 때문이라며 자연재해로 결론지었다. '①기록적인 폭우와 ②취약한 지형과 지질 구조'는 역시 산림청이 산사태 조사 결과에 되풀이하는 단골 메뉴다.

▲ 2017년 청주에서 산사태로 두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산림청의 조사 발표 자료. ⓒ 산림청

그러나 지질토목 전문가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교수는 2017년 두 현장을 모두 살펴보고, 자연재해가 아니라 산림청의 벌목과 조림으로 인해 발생한 인재임을 강조했고, 해외 유명 학회지에도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사건 발생 6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이수곤 교수는 내게 이곳의 산사태 원인은 벌목이라고 강조했다.

▲ 2017년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의 산사태 관련 이수곤 교수 해외 학회지에 실린 논문. 벌목하고 소나무 조림한 곳에서 산사태가 시작되었다. ⓒ 이수곤

▲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산사태. 이수곤 교수는 어린 나무 심은 자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고 표시했다. ⓒ 이수곤

당시 산사태 현장을 조사한 이수곤 교수의 사진에는 산사태 시작이 벌목과 조림 때문임이 그대로 담겨 있다. 낭성면은 2012년 벌목하고 자작나무를 심었다. 미원면은 2014년 벌목하고 소나무를 심었다. 벌목 후 조림한 나무가 아직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해 집중호우에 산사태가 발생했다.

▲ 2017년 산사태가 발생한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산사태 시작점. 벌목한 나뭇가지들이 쌓여 있고, 새로 심은 자작나무 뿌리가 드러나 산사태 발생 원인을 보여주고 있다. ⓒ 이수곤

▲ 청주시 미원면 2017년 산사태 현장. 벌목하고 소나무 심은 곳에서 산사태가 시작되었다. 산사태가 시작된 곳에 붉은 동그라미 안에 새로 심은 어린 소나무들이 보인다. ⓒ 이수곤

지난 2023년 여름, 두 현장을 찾아갔다. 산사태가 발생한 지 6년여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2017년 산사태가 발생한 자리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좌측 낭성면에는 잎이 병들어 누렇게 변한 자작나무들이, 우측 미원면에는 6년여만큼 조금 더 자란 소나무들이 그날의 산사태 발생 원인을 말하고 있었다. 특히 자작나무는 추운 지역에 자라는 나무로, 우리나라에는 강원도 인제까지가 한계선이다. 지형과 기후에 맞지도 않은 나무를 심기 위해 사람을 죽인 꼴이다.

▲ 산사태 발생 6년여 지난 2023년 여름, 2017년 산사태가 발생했던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과 미원면 현장을 찾았다. 아직도 산사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 최병성

논문 '산림 벌채가 산사태를 일으켜 토양 유기탄소와 총 질소 이동에 영향을 미친다'(2023.12)에 따르면, '심은 나무는 미성숙하고, 벌목한 나무는 썩어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한다'며, 조림한 나무뿌리가 튼튼히 자리 잡는 20년까지 계속 산사태가 발생한다고 나와 있다. 이는 해외 많은 논문들이 동일하게 지적하는 내용이다.

▲ 벌목 후 5~10년 사이에 잘린 나무의 그루터기 뿌리가 완전히 썩고, 새로 심은 나무의 뿌리가 자라 안정될 때까지 20년 동안 산사태가 발생한다고 밝힌 논문. ⓒ 해외 논문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만든 '숲과 산사태'에도 벌목 후 나무뿌리가 썩어 응집력이 사라져 20년까지 산사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FAO 보고서에 경사지 숲의 나무를 벌목하면, 20년까지 산사태가 증가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FAO

전국 곳곳의 주택지 뒤편 경사지에 싹쓸이 벌목을 해 위험천만한 현장들이 많다. 지금은 초록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잘린 그루터기 뿌리가 썩고, 새로 심은 어린나무가 뿌리내리는 20년 동안 언제든 극한 호우에 산사태가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을 만든 꼴이다.

억울한 죽음 멈추게 해야

청주 상당면의 2017년 당시 산사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가족을 잃은 두 집을 지난해 여름 방문했다. 그러나 두 집 모두 산사태 이후 가족을 잃은 충격을 견디지 못해 다른 곳으로 이사 가고 없었다.

그동안 벌목과 임도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산림청 대변인에게 '산사태로 인한 피해자에게 지금까지 산림청이 피해 보상을 해 준 적이 몇 건 있는지?' 물었다. 그는 담당 부서에 확인한 결과 한 건도 없다는 답을 들려주었다.

산림청이 산사태를 자연재해로 포장하면, 산사태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어디서도 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

장마가 시작되는 지난 6월 산림청은 '산사태, 막을 순 없어도 피할 수는 있습니다'라는 표어를 걸고 대국민 홍보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사태가 산림청의 벌목지와 임도에서 발생하고 있다. 산림청이 벌목과 임도 건설을 줄이면 산사태 발생을 많이 줄일 수 있다.

▲ 산림청은 산사태를 막을 수 없지만, 피할 수 있다고 국민을 속이고 있다. 갑자기 발생하는 산사태는 피할 수 없지만, 인위적으로 산을 건드리지 않으면 산사태를 막을 수 있다. 대한민국의 산사태 발생 원인은 극한 호우가 아니다. 대부분의 산사태가 사람이 건드린 곳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 산림청

매년 반복되는 산사태 산림 재난을 멈추게 하려면 공정하고 올바른 산사태 조사를 위한 제3의 기관이 필요하다. 벌목과 임도 건설로 산사태를 촉발한 산림청과 산림청 관계자들을 산사태 조사단에서 배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산사태 원인 조사가 왜곡될 수밖에 없고, 억울한 죽음도 매년 반복될 것이다.

#산림청 #산사태 #임상섭산림청장 #벌목 #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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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고교 동창’ 김건희 오빠, 청문회 참고인 채택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와 김건희 여사 친오빠 김진우 대표의 최근 모습. ⓒ대통령실 제공, 유튜브 화면 캡쳐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심 후보자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김건희 여사의 친오빠인 김진우 씨가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다음달 3일로 예정된 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증인 1명과 참고인 7명에 대한 출석 요구 안건을 의결했다.

김 여사의 오빠인 김 씨는 가족회사로 알려진 부동산개발업체 E사의 대표이자, 심 후보자와 휘문고등학교 81회 동창 사이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김 씨의 대통령실 출입 및 회의 참석 의혹이 거론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은 “권력 초기에 대통령 처남이 대통령실에 출입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가짜뉴스로 추정된다”고 하자, 박 의원은 “대통령실 출입 기록을 확인하면 간단한 일”이라고 했다.

김 씨 외에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하승수 변호사,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경열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임선웅 뉴스타파 기자, 김재훈 변호사(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법률대리인) 등이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또한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뒤 출국금지 이의신청 심사 과정을 묻고자 이기흠 법무부 출입국심사과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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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은 美 주도 'IPEF 협정' 위반



[오민규의 인사이드경제] '최임 차별' 주장 보수 정치인들, 美 원정투쟁이라도 기획해 볼 텐가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 기사입력 2024.08.28. 06:18:08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은) 헌법, 국제기준, 국내법 등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보수·수구·우익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청문위원들이 보낸 사전 질의서에 이런 답변을 내놓아 화제가 된 바 있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 했는데, 이것도 그런 사례로 봐야 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정부 입장에서 헌법·국제기준보다 더 무서운 무역 관련 규범이 있기 때문이다. 각종 FTA에도 노동 관련 챕터가 있지만 지난 글에서 소개한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협정처럼 '노동권'을 중시하는 국제 조약도 그렇다.

 

IPEF 협정에 명시된 최저임금 권리

그럼 IPEF 공급망 협정에 명시된 '노동권'은 어떤 개념일까? 친절하게도 협정 본문에는 '노동권'에 대한 정의가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에 이 공급망 협정 한글본이 공개되어 있는데 해당 문구를 살펴보자.

▲ 산업통상자원부의 IPEF 협정 번역본에 나온 '노동권'의 정의.

(가) 항목에 등장하는 ILO 선언은 지난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우리가 흔히 ILO 기본 협약 또는 핵심 협약이라고 부르는 10개의 협약을 의미한다. ILO 선언과 동일한 무게로 등장한 (나) 항목에는 '최저임금'이 적시되어 있다.

 

게다가 '노동권'으로서 최저임금 개념을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이윤분배, 상여금, 퇴직금 및 건강보험과 같이 근로자에게 임금 관련 수당을 지급하는 모든 요건을 포함한다"고 그 자세한 의미까지 설명하고 있다.

 

최저임금 권리 = 이주노동자 차별 금지

그런데 대체 통상협정과 국제조약에 '최저임금'이 포함된 이유는 무엇일까? 최저임금은 나라별로 액수도 다르고 운영원리도 다른데 이를 국제적으로 통일시킬 수도 없는 노릇인데 말이다. 보통 통상협정에 최저임금이 포함되는 이유는 2가지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무역이 활발한 국가들 사이에서 특정 국가의 최저임금이 심각할 정도로 낮을 경우, 저임금에 기반한 가격경쟁력이 공정한 무역질서를 해칠 것을 우려해서이다. 나머지 하나는 접경국가 또는 노동력 이동이 잦은 국가 사이에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이주노동자가 어느 나라에 가건 그 나라에서 보장된 최저임금 권리를 차별없이 온전히 누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특정 국가를 지목해서 진행되기에 만만치 않은 무역분쟁과 갈등을 전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통상적으로 국제조약에 최저임금이 포함될 경우 그건 대부분 두 번째 사례, 즉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의미한다.

 

즉, IPEF 공급망 협정을 체결한 당사자 국가들 사이를 오가는 이주노동자가 협정국 어느 나라에서든 그 나라에서 보장된 최저임금 권리를 차등적용 따위 없이 온전히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최근 한국의 보수진영과 자본가들이 입만 열면 외치는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구분적용(차별)'과는 완전히 충돌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IPEF 협정에 참여하는 14개국 중에는 한국에 고용허가제(비자형태 E9)로 이주노동자를 송출하는 4개 나라(태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가 포함되어 있다. 다시말해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하자는 주장은 IPEF 공급망 협정을 정면으로 거스르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필리핀 이주 가사노동자 차별은 빼박

그런데 최근 이걸 어기자며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분들이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안철수 의원은 8월 21일에 '외국인근로자 최저임금 구분적용' 공개 세미나를 열기까지 했다. 특히 이 세미나에서 가장 구체적으로 거론된 사례는 최근 서울시가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필리핀 이주 가사노동자 문제였다.

 

"특히 최근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도입되었으나 임금이 높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싱가폴·홍콩의 사례와 같은 합리적 임금정책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회 세미나 나경원 의원 인사말)

 

이 정도 노골적인 주장이면 필리핀 정부가 IPEF 공급망 협정에 의거해 한국 정부에 얼마든지 문제를 제기할 만한 워딩이라 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미 선을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아예 공문으로 법무부에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을 건의했다는 보도가 나오지 않았던가.

 

"외국인 가사관리사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으로 저소득층의 이용이 어렵고 육아 비용 가중 등으로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실효성이 우려된다 … 최저임금 이하가 적용될 수 있도록 건의한다." (서울시가 법무부에 보낸 공문에 포함된 문구라며 <동아일보>가 단독으로 보도한 내용)

 

이런 내용들을 대한민국 인구 1/4이 몰려 있는 수도 서울의 단체장, 그리고 여당의 중진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쏟아내고 있다는 건, 인사청문회 답변 초안 작성 책임을 맡은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이 보기에도 참으로 위험천만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게다가 최근 입국한 이주 가사노동자들의 국적은 IPEF 협정국의 일원인 필리핀이니 말이다.

 

협정 주도한 미국 이해관계도 동일

어쩌면 우익 정치인들의 마음 속에는 굳건한 한미동맹이 최후의 보루로 자리잡혀 있을지도 모른다. 즉, IPEF 협정 주도를 비롯해 WTO 질서도 쥐락펴락 하는 미국이 설마 한국이 당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겠느냐 하는 일종의 '비빌 언덕' 같은 심리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번지수를 완전히 잘못 찾았다. 지난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미국이 IPEF 협정을 주도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중국 견제'다. 그런데 중국이 밉다는 이유로 고립시킬 순 없으니, 강제노동·아동노동 금지와 같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에 명시된 노동권을 명분으로 제시한 것이다. (☞관련기사 :'ILO협약 비준 불량국' 미국이 무역협정에서 노동권 꺼내든 이유)

 

이 노동권 영역에 '최저임금'이 포함된 것 역시 철저히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다. 아동노동·강제노동이 잦은 곳에서 최저임금 역시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ILO의 규범에다 최저임금이라는 명분을 얹으면 중국에 대한 견제는 훨씬 수월해진다.

 

실제로 미국은 통상협정, 국제조약에서 '최저임금' 문제를 아주 강력한 명분과 수단으로 밀어붙인 경험도 있다. 트럼프 집권 시절,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깨고 새로운 무역협정(USMCA) 체결을 위해 멕시코·캐나다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최저임금 관련 엄청난 공세를 퍼부은 바 있다.

 

6년 사이 최저임금 2.8배 상승한 멕시코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의 낮은 최저임금이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갉아먹고 일자리를 줄이는 요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미국의 제조업이 멕시코로 빠져나가고,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유입된 멕시코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공격한다는 것이다.

 

2018년 시작된 USMCA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에서 미국은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거의 융단폭격을 쏟아부었고, 결국 멕시코 정부는 2019년부터 엄청난 속도로 최저임금 인상을 시작했다. 그 인상 폭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초고속이었는데, 수치를 보면 정말 현기증이 날 정도이다.

▲ 2018~2024년 멕시코 법정 최저임금과 북부 국경지역 최저임금.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진행된 직후인 2019년부터 매년 평균 20%씩 법정 최저임금이 오르게 된다. 2018년 하루 일당 88.36페소이던 멕시코 최저임금은 6년 뒤인 2024년 248.93페소로 무려 2.8배가 오르게 된다. 한국의 우익 정치인이나 자본가들이 멕시코에 살았다면 아마 정권 퇴진운동을 벌이지 않았을까.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상향식 구분적용까지

그뿐이 아니다. 멕시코 북부, 그러니까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에는 최저임금 구분적용(!)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한국의 우익 정치인이나 자본가들이 원하는 하향식 구분적용이 아니라 상향식 구분적용, 그러니까 법정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정확히는 법정 최저임금의 1.5배)으로 결정되는 구분적용이다.

6년에 걸쳐 연평균 20%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 그리고 북부 국경지역의 경우 법정 최저임금의 1.5배를 적용하는 구분적용, 이 모든 것이 실제로 미국·멕시코·캐나다가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대체할 새로운 무역협정(USMCA) 협상에 바탕해 이뤄진 결과이다.

▲ '왜 멕시코 북부 국경지역이 더 높은가'에 대한 ChatGPT의 답.

혹시나 해서 이번에도 ChatGPT에 확인 작업을 거쳤다. 생성형 AI 역시 동일한 취지의 답을 해줬는데, 여기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하나 얻게 되었다. 멕시코 북부지역은 "높은 생활비와 인건비 압력이 존재하기에 최저임금을 더 높게 책정하는 게 필요했다"는 대목 말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는가? 필리핀 이주 가사노동자를 사용함으로 인해 "높은 생활비와 인건비 압력이 존재하기에 최저임금을 더 낮게 설정해야 한다"는 한국의 우익 정치인과 자본가들의 주장과 완전히 반대되는 결론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가.

 

ChatGPT "한국 최저임금 인상에서 답 찾아라"

이주노동자 최저임금을 낮출 게 아니라 한국 노동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곳에서 해법을 찾은 것이 멕시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내용을 찾아준 생성형 AI를 만든 곳도 미국 회사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 우익 정치인과 자본가들이 신주처럼 모시는 아메리카 대륙의 USA는 적어도 최저임금 문제에서만큼은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여당 중진, 서울시장을 비롯한 우익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얘기들은 영문으로 활자화되어 전세계에 퍼지고 있다. 게다가 필리핀은 그냥 영어를 잘하는 나라가 아니라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 아닌가. 필리핀 정부와 노동계,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이 한국의 우익 정치인들이 어떤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지 모른다면 그게 이상한 거다. 무역분쟁은 코 앞에 있다.

 

미국 대선이 한창이지만 지금 쟁점이 되는 건 선거결과와 무관하다. IPEF 협정을 밀어붙인 바이든 행정부나, USMCA 협정을 밀어붙인 트럼프 행정부나, 최저임금과 노동기본권을 무기로 삼는 태도는 동일하니 말이다. 우익 정치인들과 자본가들이 억울하다면 이참에 원정투쟁이라도 기획해보시는 게 어떨까. 그토록 꿈에 그리던 아메리카, USA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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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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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 협상, 밀실에서 이루어지는 비밀스러운 거래

기자명

  •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4.08.27 16:00
  •  
  •  댓글 0
 

27~29일 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7차 협상 진행 중
밀실·졸속 협상이라는 비판 꾸준히 제기

27일 자주통일평화연대가 '제12차 주한미군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7차 협상에 즈음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자주통일평화연대 제공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7번재 회의가 27~29일 서울에서 열린다. 지난 12~14일 열린 6차 회의 이후로 13일 만에 진행되는 회의다. 이전과 다르게 협상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또 특별협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막기 좋은 장소를 협상장으로 정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는 27일 오전 협상장 앞에서 ‘제12차 주한미군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7차 협상에 즈음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경찰은 인도를 점유하고 기자회견 현수막을 펜스로 가리는 등 기자회견을 가로막았다.

한편 6차까지 진행된 협상 과정에서 정부는 회의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밀실 협상을 진행하면서 반대 목소리는 원천 봉쇄하고 있다.

기자회견장을 둘러싼 경찰이 기자회견을 가로막고 있다. ⓒ자주통일평화연대 제공
기자회견장을 둘러싼 경찰이 기자회견을 가로막고 있다. ⓒ자주통일평화연대 제공

민주노총 함재규 통일위원장은 “국세 수입은 151조 감소하고 나라 빚은 3000조가 되었는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인상하려 한다”면서 “강압적인 분담금을 강탈당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진보대학생넷 강새봄 대표는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기자회견인데도 미국과 관련되니 기자회견을 막고 소통을 차단하는 난리를 피운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이 추앙하는 한미동맹에는 오직 불평등과 깡패같은 행위만 있다”고 비난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은 “졸속, 밀실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외교부는 국회에서 요구했던 방위비분담금 결정 방식을 총액형에서 소요형으로 전환하는 제도개선 연구용역을 7월에나 시작했다”며 “협상을 4월에 시작했는데 모양새만 갖추려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제11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의 유효기간은 2025년까지다. 1년 넘게 남았음에도 한미 당국은 새로운 특별협정 체결을 서두르고 있다. 7차 협상까지 진행되는 동안 정부가 밝힌 것은 “방위비 분담이 합리적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 뿐이다.

2021년 방위비 분담금은 전년도 대비 13.9% 인상했다. 2020년 한국의 국방예산 증가율 7.4%에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증가율 6.5%를 합한 것이다. 증가율을 합연산 하는 이상한 계산법이 등장한 것이다. 졸속으로 진행되는 이번 협상은 얼마나 엉망인 결과를 보여줄 것인가?

 

한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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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명예훼손 재판에 이건희 애도 기사 무슨 관련 있나”



서울중앙지법 재판부 “검찰 증거목록 검토하다 폭발” 지난 기일 이어 검찰 비판...“이재명 공산당 프레임 재판과 관련 없다” 재차 지적도

 

기자명장슬기 기자

  • 입력 2024.08.27 15:45

  • 수정 2024.08.27 15:49

 

▲윤석열 대통령과 뉴스타파 사옥. 사진=대통령실, ⓒ연합뉴스

검찰이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재판 증거로 야당 정치인들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사망시 애도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첨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재판부에선 “이 사건과 무슨 관련이 있냐”며 “증거목록 검토하다 폭발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허경무)는 지난 23일 김만배(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전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신학림(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 등 4명의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위반 사건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목록에 대해 지적했다.

 

검찰은 뉴스타파가 지난 2022년 3월6일 보도한 김만배·신학림 녹취 보도가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을 위한 허위 인터뷰이며 인터뷰 대가로 김만배가 신학림에게 1억6500만 원을 건넸다고 보고 있다. 피고인들은 검찰 측 주장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해당 뉴스타파 보도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할 때 불법대출 브로커 조우형에 대한 수사를 무마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다루고 있다.

 

허경무 판사는 검찰 측에 “증거목록에서 제목 가지고는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상상이 안 된다”며 “참조사항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건희 전 회장 애도 관련 기사,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이건희 전 회장 애도 관련 기사가 있는데 제가 증거목록 검토하다가 폭발해서 ‘이거 뭐야’ 한 게 이 두 기사”라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언론보도를 팔로우했고 기사가 많다 보니 증거차원에서 필요한 기사가 있고 선행보도를 살펴볼 필요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증거조사를 하면 설명하겠지만 김만배가 정영학과 나눈 녹취록 중 이재명 후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부분에 대해 설명하며 증거로 넣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사가 많다 보니 (재판장) 말씀처럼 관련성이 떨어지는 기사도 일부 포함될 수 있는데 그런 건 저희가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허 판사는 “형사소송규칙에서 입증취지를 적어내도록 돼 있고 그게 검사가 증거신청할 때 적법한 신청이 되기 위한 요건”이라며 “(증거로 제출한) 기사를 정리해야 하고 입증취지를 보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피고인 신학림 측은 “2020년 9월15일자 녹취록을 10개 정도 (검찰이) 제출했고, 조우형의 진술조서도 반복된 부분이 많은데 정리를 해줬으면 한다”며 “피고인별로 (증거를) 특정해주는 게 (피고인 측이) 탄핵하는데 유의미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에 허 판사는 “증거가 공소사실 여러 개에 연관될 수가 있으니 일일이 기재하는 것보다는 해당 증거로 입증하려는 게 뭔지 설명해주면 충분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에서는 지난 공판준비기일에서 판사가 지적했던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 등에 대해 공소사실에서 철회하지 않고 이를 재차 주장했다.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은 김만배가 대장동 개발 비리를 숨기려고 과거 ‘이재명 성남시장이 성남시 이익을 위해 민간업자 이익을 가져갔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했고 이러한 내용이 다수 언론을 통해 확산됐다는 검찰 측 주장이다. 허 판사는 지난 기일에 이어 이날도 ‘이재명 공산당 프레임’이 피해자 윤석열에 대한 명예훼손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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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공산당 프레임과 윤석열 후보의 조우형 수사무마 프레임 두 가지는 각각 창작돼 각각 기획된 게 아니라 두 개 허위프레임이 단일한 계획 하에 만들어진 범행 도구”라며 “전체 범행 경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산당 프레임에 대한 설명이 반드시 필요하고 실질은 결과적으로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불리한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허 판사는 “제가 의문을 제기한 것과 결이 다른 말을 하는데 윤석열 후보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공직선거법상 명예훼손이 아니라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이니 경위사실로는 들어갈 수 있지만 (공소사실에는)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제 말은 이재명 후보가 공산당이었기 때문에 윤석열 후보의 명예가 어떻게 훼손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검토를 해서 다음 기일 전까지는 (관련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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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검찰 “기밀 누설 정보사 요원 구속기소”…간첩혐의 적용 안해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4/08/27 18:43
  • 수정일
    2024/08/27 18:4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자신형철

  • 수정 2024-08-27 18:12
  • 등록 2024-08-27 18:09
 
군사기밀이 유출되는 장면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국군방첩사 부대 소개 영상. 국군방첩사령부 누리집 갈무리
군사기밀이 유출되는 장면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국군방첩사 부대 소개 영상. 국군방첩사령부 누리집 갈무리

국방부검찰단(검찰단)은 27일 금전을 받고 군사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정보사 요원 ㄱ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단이 이날 ㄱ씨에 적용한 혐의는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법률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위반 등 세가지다. ㄱ씨가 금전을 받고 군사기밀을 누설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검찰단은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가 지난 8일 ㄱ씨를 군 검찰에 구속 송치하면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군형법상 일반이적 및 간첩 혐의를 적용한 것과 달리 ㄱ씨에 간첩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단이 ㄱ씨에 간첩 혐의를 묻지 않은 것은 혐의 적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뜻한다. 따라서 간첩죄를 적용하려면 재판에서 북한과의 연계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수사에서 이를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군법무관 출신 김영현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간첩죄가 적용되려면 북한이 대상이 되어야 하는데, 대상이 북한인지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간첩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전 사례에 비춰봤을 때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드니 그 부분을 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한편, ㄱ씨의 기밀 유출은 지난 6월께 정보 당국이 포착해 군에 통보했다. 이후 방첩사는 국외에서 대북 첩보 요원 정보 등이 유출돼 중국 동포에게 넘어간 것을 확인했다. 정보사 내부 컴퓨터에 있던 기밀자료가 ㄱ씨의 개인 노트북으로 옮겨졌고, 이 자료가 다시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군사기밀을 개인 노트북으로 옮긴 행위 자체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다. 방첩사는 지난달 30일 ㄱ씨를 구속하고 수사해왔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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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운동의 이론적 문제, 무대를 내려온 ‘연방제’

1. 윤석열 정부의 삼탕 정책, 촌스런 ‘8.15 통일 독트린’
2. ‘연합제’와 ‘연방제’의 40여 년 대결 시대
3. 연방제의 퇴장, 남북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전환
4. 남북관계의 두 가지 경로, 전쟁이냐 평화협정 후 관계 정상화냐?
5. 자주민주통일 노선의 변화 불가피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1. 윤석열 정부의 삼탕 정책, 촌스런 ‘8.15 통일 독트린’
윤 정권은 ‘독트린’이란 영어를 연모하여 언젠가 이 용어를 꼭 쓰고 싶었던 것 같다. 독트린(doctrine)이란 먼로 독트린, 할시타인 독트린처럼, 일국의 정치지도자가 향후 정책에 대한 새로운 원칙과 교리를 설파할 때 주로 쓰는 미국식 정치 용어이다. 독트린이란 용어를 쓰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아무런 새로운 내용이 없는 재탕, 삼탕 통일정책에 독트린을 붙이는 것은 국민 기만이거나 정신질환이다.
윤석열의 ‘8.15 통일독트린’은 한국이 근 30년 동안 유지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통일원칙이나 교리와 비교할 때,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더 후퇴했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도 말은 남북 공존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 제도) 확장 원칙에 기초한 남북통일방안이다. 북이 이것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마치 북이 사회주의 제도 확장 원칙으로 남한과 통일하자는 제안과 같기 때문이다.
윤석열의 독트린이 차이가 있다면 기존 남한의 통일정책이 설정했던 남북 사이의 일정한 공존의 교류 과정 (화해 협력-> 남북연합-> 통일국가)마저 생략하고, 노골적으로 남한 자본주의제도 확장을 ‘자유통일’로 포장하여 제시한다는 것이 차이다. 사실상 이승만 ‘북진통일론’의 2024 버전이다. 이는 정치협상에 의한 통일정책 포기선언 이며, 강요와 강제에 의한 공격적 흡수통일 정책이다.
남한에서 첫 통일방안이 나온 것은 생각보다 늦다. 1980년대 초이다. 한국전쟁 이후 멸공을 외치던 이승만, 박정희시대에는 전쟁통일 이외에 평화적 통일방안이 공식적으로 없었다. 정전체제, 즉 전시분단 체제에서 북을 적이 아니라 최소한 상생의 공존의 대상으로 통일을 이야기할 분위기가 형성되는데 30년이 걸렸다는 이야기다.
첫 작품이 전두환 정부가 내놓은 ‘민족화합 민주통일방안’(1982) 인데 급조라서 조금 조악했다. 얼마 안 가 이를 가다듬어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1989, 노태우 정부)이 나왔다. 이 방안을 계승하고 종합하여 완성도를 더 높인 통일방안이 ‘민족공동체 통일방안’(1994년, 김영삼 정부)이다. 이 방안이 이후 남한의 대표적 통일방안이 되었다.
한국에서 이러한 통일정책이 나온 것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조선(북한)이 조선로동당 6차 당대회(1980년)에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을 남측에 제안한 것이 자극이 되었다. 북이 통일정책의 주도권을 쥐고 적극적으로 나오자, 이를 방어적 차원에서 대응할 남한의 통일방안이 절박하게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북의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에 대응하고, 사실상 그것을 비판, 반대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통일방안이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과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었다.
남한 통일 방안들의 원칙과 교리는 본질적으로 모두 같다. 원판, 재탕, 삼탕의 통일 방안들의 속 내용은 모두 ‘자본주의 확장’ 통일방안이다. 이 통일방안들의 모순과 한계를 간단히 정리하면 ‘사실상 통일을 미루자 또는 자본주의 체제로 통일하자’ 라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마지못해 평화통일 절차를 표방하지만 속내는 흡수통일이나 자본주의 통일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사실상 상대가 받을 수 없는 ‘통일불가’ 방안들을 통일로 포장하고 있다. 역대 한국의 통일방안들이 反(반) 통일방안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2. ‘연합제’와 ‘연방제’의 40여 년 대결 시대
통일방도에는 ‘정치협상에 의한 통일’과 ‘전쟁에 의한 통일’ 두 가지가 있다. 그러나 남북이 공개적으로 통일정책을 말할 때, 통일방안은 본질상 남북 당국이 합의 가능한 평화적 통일방안을 의미한다. 즉 거족적 남북 정치협상을 통한 통일을 의미한다. 따라서 원래 통일방안이란 말은 평화 통일을 의미하며 ‘전쟁통일, 흡수통일, 적화통일의 개념은 배제된다. 북을 자본주의로 흡수통일하거나, 남을 사회주의로 제도통일을 하자는 말은, 통일하지 말고 계속 싸우자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평화통일 방안은 당연히 남북이 상호 주권 실체를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평화적으로 통일을 하려면, 북이 남측 지역정부를 인정하고, 남한이 북측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합법적으로 인정한 기초에서 새로운 통일 중앙정부와 중앙의회를 만들어 새로운 통일국가를 창설하는 방법밖에 사실 다른 방법이 없다. 두 개의 정부를 인정한 기초에서 하나의 단일한 민족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그 공존 원리에 기초한 가장 합리적 통일 방안이 바로 ‘남북 연방제’이며, 이를 부정할 이유가 별로 없다.
연방제란 사실 별것이 아니다. 남과 북이 각기 독자성을 갖고 내치를 하되, 국방과 외교를 중앙정부에 맡겨 하나의 국호 아래 단일한 국가를 운영하자는 방안이다. 이것을 ‘1민족, 1국가 2정부, 2제도 통일방안’(1122 통일방안)이라고 부른다. 만약 남한이 진정으로 평화통일에 관심이 있었다면, 북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적화통일 방안’이라 공격하며 연방제 논의 자체를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고,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합의 가능한 느슨한 연방제 국가통일방안을 제안해야 했다.
남한이 역대 주장한 통일방안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연합제’이다. 연합제란 국가연합 또는 ‘남북연합’을 말하는 것인데 이것도 별것이 아니라, 남북이 두 국가체제를 유지하고 정기적으로 정상회담도 하고 각료회담도 하면서 두 개의 국가운영을 조절하는 연합기구를 두자는 것이다. 이 방안의 장점은 상호공존을 인정하는 것이고, 단점은 하나의 통일된 국가구성을 영구적으로 미루고, 2개의 국호를 가진 남북 2개의 국가가 계속 병존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는 하나의 나라로 통일하자는 통일방안이 아니라, 사실상 2개의 나라가 영구 공존하자는 분단유지 방안으로 충분히 오용될 수 있다. 한국의 민주당이 이 정도의 통일정책을 선호했다.
이 연합제 통일정책이 비현실적인, 또 다른 이유는 한반도 정전체제 때문이다. 정전체제(전시체제)를 청산하지 못하고 남북 두 나라가 사이좋게 연합국가로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남한의 연합제 통일방안이 이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이 없다. 즉 이는 전시 분단체제 위에 올려놓은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통일방안이었다.
북이 제시한 연방제 통일방안이 한국에서 토론은 고사하고 국가보안법의 처벌대상이자, 금기어가 되었다. 민주당 집권기를 포함하여 한국 역대정권이 통일을 표방했으나, 실제로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 정책을 추종하거나 굴복하며 북 정권붕괴를 유도하는 자본주의 흡수통일이나 전쟁통일을 추종했다는 이야기다.
남한의 통일정책에서 딱 하나의 예외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2000년에 합의한 ‘6.15 공동선언’이다. 공동선언 2항을 보면, 여기서 처음으로 연합제와 연방제의 절충안이 추상적으로 합의 되었다.
“2)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이 조항은 당시 20년간 평행선을 달리던 남북의 통일방안이 역사상 처음으로 각도를 틀어 교차점과 교집합을 도출하려 한 시도였다. 물론 이 추상적 조항에 대한 해석도 제 각각이다. 민주당은 연합제의 연장으로 보았고, 한국진보는 이를 ‘연합연방제’(또는 연방연합제)로 해석하였고, 북은 이를 남측과 합의 가능한 어떤 형태의 낮은 단계 연방제를 염두 해 두었을 것이다. 우리민족의 평화통일을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미국이, 이 선언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며 깨려고 시도했음은 물론이며 오늘 그것이 현실이 되었다.

3. 연방제의 퇴장, 남북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전환
2023년 12월말, 조선로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조선은 지난 80여 년의 통일 정책을 평가하며 완전히 새로운 교리와 원칙에 따라 대남, 대미, 대외정책을 내놓았다. 이 결정으로 결국, 평화통일도 연방제 통일방안도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이에 대해서는 필자의 지난 칼럼에서 여러 차례 설명했으므로 참조)
남한이 그동안 ‘적화통일’ 방안이라고 저주했던 북의 연방제 통일방안이 사라져서 이제 남한의 연합제가 승리하고 한반도에는 평화가 찾아왔을까? 결과는 정반대이다. 비참하게도 남북이 주도하는 평화통일 논의도, 남북 정치협상 자체도 사라져 버렸다. 남은 것은 조선과 미국의 최종대결의 결과물로 남게 될 한국-조선 관계와 비평화적 방도(전쟁)에 의한 ‘통일 아닌 통일’이다.
북 전원회의 결정의 의미는 한국 당국을 더 이상 통일의 상대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이 그동안 주장한 남북 정치협상에 의한 민족통일 정책을 폐기한다는 의미이다. 한국을 더 이상 통일의 상대가 아니라 정전협정에 규정된 적으로만 규정한다는 의미이다. 교전상태의 적국이자 영토완정의 대상국으로 본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남북의 연합제, 연방제와 통일 논의도 이제 정치적으로 파산했으며 무의미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남북 간 모든 평화통일 논의와 정치협상이 무너진 상황에서 윤 정권이 ‘8.15 통일톡트린’ 이란 것을 다시 발표하니, 한반도 전문가들이 이를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로 듣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상식을 가진 보통 정치인이 할 수 있는 ‘독트린’이 아니다.
통일을 배제한 조선은 차후 한국을 적대국이자 철저히 미국의 종속국으로 대우할 것으로 보인다. 북은 조선-한국 관계 역시 과거와 다르게 독자적 통일 사업이 아니라, 군사적 적대관계 속에 놓인 조-미관계의 하위 종속물로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북의 통일정책 변화로 한국은 그나마 가지고 있던 대북 정치협상, 정치공간도 완전히 상실했다. 미국이 보기엔 한국을 통한 미국의 대북 협상 지렛대를 잃었다. 미국이 다루는 조선(북한) 문제에 한국이 쓸모가 없어졌다. 이는 남북관계가 남북 당국 간 정치협상이나 민족통일전선의 시대가 종결하고, 북이 주도하는 대미 제압 결정론, 북이 주도하는 한반도 평정론이 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4. 남북관계의 두 가지 경로, 전쟁이냐 평화협정 후 관계 정상화냐?
남북관계는 현재 한국전쟁 이후 최악이다. 온 국민이 평화적 남북관계를 바라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한국 보수언론에서 이제 북이 대한민국을 국가로 인정하고, 차후 시간이 지나면 북의 체제 안정과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북 양국관계’를 정상화할 것이라고 보는데 이는 오류이다.
조선(북한)이 한국에 대해 교전 중인 적대관계를 선언한 심각한 마당에, 굳이 한국과 장미 빛 관계 정상화를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한국-조선 관계를 추론하자면 북은 우선 한국전쟁이 산생한 구조적 적대관계가 청산되어야 한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현재 평화적 한국-조선 관계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현실 정치에서는 이미 사라진 통일제안이나 가능치도 안은 어설픈 ‘대화협의체‘ 아니다. ‘정전체제’를 종결하고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길뿐이다.
역사적으로 정전체제를 종결하는 방도는 전쟁을 재개하는 것과 평화협정을 맺는 것뿐이다. 과거와 같은 어중간한 상태의 한국-조선 평화관계를 계속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현재는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먼저 평화협정 가능성 문제를 보자. 평화협정 문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이 자신의 생사 운명 결정 문제에 대해 이러저러한 의견 제시는 고사하고 아예 결정할 권한이 없는 종속국 지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미(또는 남북미) 평화협정에서 이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한국이 아니다. 1953년 정전협정의 서명자이자 한국의 군작전 지휘권(전쟁 지휘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다. 만약 한국정부가 자주적 입장에서 북과 평화협정을 하자고 하면 미국은 그 싸가지 없는(?) 한국 정권부터 교체하려 할 것이다. 이 평화협정의 당사자가 조선과 미국이고 한국이 종속변수 처지라는 의미이다.
평화협정이 성사되려면 미국의 ‘대조선 정책’이 변하는 길 밖에 없다. 평화협정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포기’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국과 조선이 상호 일정 양보하는 길은 지난 트럼프-김정은 조미정상회담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문제는 조선 핵문제와 연동되어 있는데, 지금 조선은 핵무력을 포기하거나 핵을 두고 미국과 협상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아예 국가 헌법에 못을 박았다.
조선의 핵무력 증강 정책의 최근 양상은, 조선이 단순히 국가 핵무력완성 유지나 양적 증강문제를 넘어서, 전략 전술핵무기의 최첨단화, 인공지능화, 다종화로 미국을 압도하는 질적 군비경쟁으로 넘어가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북이 미래 예상하는 평화협정의 함의는 양보협정이 아니라, 미국의 패퇴 인정이라는 것을 뜻한다.
평화협상이 지연되는 가운데 한반도 문제의 중요 경로 중 하나는 불행히도 전쟁 가능성이다. 과거 상황과 상당히 다른 점은 북(조선)도 한국 평정 수복 전쟁을 전면 공식화했다는 점이다. 근 반세기만의 중요한 정책변화이며 조-미 강대강 대결의 현주소다. 차후 북을 침략하거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할 경우, 북도 한국을 수복평정, 편입하겠다고 공식선언했다. 미국이 사실 가장 두려워하는 지점도, 북이 통일을 폐기하고 수복 평정 정책으로 전환한 부분이다. 이에 관해서 지난 칼럼에서 여러 번 해설했으므로 생략한다.
조선과 미국사이에는 이미 핵 억제력이 작동하고 있다. 즉 외교적으로 미국이 조선 핵을 인정하든 안하든, 현실적으로 양국이 전략핵으로 상대를 핵 보복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이미 인정하는 관계라는 의미이다. 이는 한반도 전쟁 양상이 과거와 질적으로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지구상 온갖 동맹을 엮고, 한미동맹과 한미일 군사동맹을 찬미하며 강조하지만, 막상 전쟁이 발생하면 조선과의 싸움이 미국의 안보와 운명을 직접 결정하는 전쟁이 된다는 것부터 우선 유념해야 하는 전쟁이 되었다. 실제 전쟁이 발생하면 미국이 자국의 안위를 위해 한국을 배신할 가능성을 높게 보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한반도 전문가들이 전쟁문제에 대해 여러 위기 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지만, 전쟁의 시기와 장소, 작전에 대한 예상, 예측 능력은 이 방면 최고 전문가들의 능력 범위도 벗어난다. 전쟁이란 예상치 못한 경우와, 복잡한 경로가 많으므로 결코 단순치 않다.
분명한 것은 현재 최첨단 전략, 전술핵을 보유한 조선에 대해, 한국이 ‘즉강끝’으로 이길 수 있다는 윤석열 정권의 호기는 망상이자 자멸 수라는 점이다. 탄핵과 정권 위기로 사리분멸을 못하는 패밀리 범죄집단 정권이 온 국민을 끌어들여 생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수 있다. 미국이 태평양 멀리 남의 땅에서 벌어지는 핵전쟁을 정책으로 논할 수 있다 치자. 그러나 한국 국민을 대표하는 한국의 위정자 말에서 이제 북과 전쟁 이야기가 나와서는 절대 안 된다.

5. 자주민주통일 노선의 변화 불가피
조선로동당 전원회의 결정 이후, 통일의 당사자이자 한 축인 조선(북한)이 통일정책을 폐기하면서 불가피하게 연방제통일, 남북 합작 평화통일 가능성도 멀어졌다. 대신에 ‘평정에 의한 한국편입’, ‘영토완정’, ‘전쟁에 의한 국가병합, ‘흡수통일’ 등의 용어가 부상하고 있으나, 이는 원칙적으로 남북 합작에서 벗어난 통일시도로, 통일개념에 포함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진보의 자주민주통일 정치노선과 통일운동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자주민주통일 노선이란 크게 보면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한국의 독자적인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운동’이고 또 하나는 남북을 포괄하는 ‘민족 통일국가 수립운동’이다. 즉 자주민주통일 운동은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운동’ + ‘민족통일정부 수립 운동’의 이중 과제를 의미한다.
원래 한국진보가 예상한 유력한 통일 경로는, 한국에 민주정권이나 자주적 민주정권이 들어서면 평화적으로 민족통일이 가능하다고 본 경로이다. 보수언론에서는 한국진보가 한국을 사회주의 정권으로 체제전복한 후에 북과 적화통일 시도한다고 악의적으로 선전하는데, 한국진보는 그러한 구상을 하거나 시도를 한 적이 없다.
북도 남한의 자주정부 수립을 기대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현실에서 남한에 박정희, 전두환 군사 파쇼정권은 무너뜨렸으나 자주정권이 집권한 적은 없다. 4.19 혁명, 6월 항쟁, 촛불항쟁도 미국의 한국정치 간섭을 중단시키고, 자주권을 찾아와 자주정권을 수립하는데 까지 나가지는 못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민주당 정권도 자주정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초보적 민주정권이었으나 미국의 한국내정 간섭에는 꼼짝 못했다. 국가보안법도 폐지하지 못하는 중도보수정권 정도였다. 문제는 앞으로 설사 민주당의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도, 또 장기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크게 개선될 여지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것이 북이 소모적 통일 협상과 연방제를 폐기한 근본 이유로 보인다.
통일운동이란 궁극적으로 남과 북이 하나의 민족 통일국가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운동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 국가형태가 앞서 설명한 연방제 또는 연합연방제 통일 방안이었다. 그런데 이 목표를 통일 당사자 한 축이 폐기하였으므로, 한국진보 혼자 이 목표를 성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자주민주통일’ 노선 가운데, ‘민족통일국가’ 수립노선이 사라지고 한국 변혁 과제인 ‘자주민주화’ 노선으로 전환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즉, 차후 한국의 통일운동의 목표와 내용, 지위와 역할도 달라 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이에 대한 한국진보의 초기 반응은 두 가지 경향으로 보인다.

1) 변화된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 (자주민주통일 불변론)
2) 변화된 현실을 인정하되, 한국의 현실을 무시하는 경향. (기존 통일관련 운동 전면 폐기, 자주민주론)
이 경향은 모두 새로운 환경에서 진보운동을 잘하자는 충정에서 나온 경향으로, 긍정적 공통지점을 찾는 것이 과도한 비판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진보의 통일운동에서 남북 교류 협력의 영역은 자동적으로 사라졌다, 앞서 설명한 대로 이것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따라서 정세의 근본적 변화 없이 복원이 불가능하다. 한국진보가 통일운동 명칭을 폐기하든 그대로 쓰든 기존 통일운동에서 새로운 환경과 정세에 맞지 않는 부분은 정리하고, 여전히 긍정적이고 중요한 다음 내용은 계승해야 한다고 본다.
1) 반미자주화 운동 (미국의 한국 내정간섭 폐절. 주한미군 철수)
2) 반전 평화운동, 평화협정 추진운동
3) 북 바로알기운동 (조선 바로알기)
4) 민족 동질성 회복운동 (민족자주의식, 민족언어, 민족역사, 민족문화 공유운동)
크게 보면 이러한 운동은 지난 시기 시도했던 통일국가 건설 운동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면한 전쟁 위기를 막고 장기적으로 평화적으로 통일 또는 통합하는 여건을 조성하는 운동 (통일 여건조성 운동)에 해당한다. 따라서 기존 남, 북 ,해외 3자 연대 조직이 통일명칭을 내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국진보가 다시 정리한 통일운동을 내용으로 그 명칭을 계속 써도 무방하다고 본다. 또 여전히 남북 민족이 하나 되어 번영하길 원하는 한국대중의 요구도 통일이란 개념 이외에 대체할 다른 용어가 없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최근 한반도는 평화통일을 말하기에 앞서, 언제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불안한 정세가 지속되고 있다. 동시에 상호 고도의 전쟁 억제력으로 전쟁이 일어나기도 쉽지 않은 전례 없이 복잡하고 긴장된 이중 정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장기적 대치정세의 움직임은 당연히 한국 국내정세에도 영향을 크게 미친다. 국내 정치에서 ‘계엄’ 이란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탄핵정국과 제2의 촛불항쟁으로 발전하는 국내 정세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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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독도 조형물 철거한 안국역...'통행량 과다'라더니 외려 한산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08/27 18:11
  • 수정일
    2024/08/27 18:11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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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테마역'에 있던 독도 조형물 폐기 처분, 외국인 관광객 눈 의식했나

27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내 독도 조형물이 철거된 자리. '독도 영상'을 송출하는 시설물을 9월 6일 이전까지 설치하겠다는 서울교통공사의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4.08.27. ⓒ김도희 기자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역사 안에 있던 '독도 조형물'이 갑자기 철거되고, 폐기 처리된 배경엔 서울교통공사(공사)의 자체적인 "안전사고 위험 존재" 판단이 작용했다. 이때 공사는 독도 조형물을 기준으로 승객 통행량이 과도해 사고 발생 우려가 있다고 짚었는데, 구체적인 현장 조사나 자료도 없이 '안국역 직원의 말'만 듣고 철거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측은 오히려 통행량과 혼잡도를 "수치로 계산하는 건 실무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섣부른 철거로 논란을 자초한 공사는 뒤늦게 독도 조형물 '새 단장' 등 수습책을 내놓고 있다.

27일 민중의소리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해식 의원실을 통해 공사로부터 받은 '독도 조형물 철거 경위' 설명을 종합하면, 안국역 지하 3층 대합실에 위치한 독도 조형물은 지난 5월 17일 '서울교통공사 사장 요청 사항'으로 역사 내 방치된 시설물을 조치하는 과정에서 철거됐다.

공사에 따르면 이전까지 독도 조형물을 이유로 통행의 불편이나 안전상 우려를 제기한 외부의 요청, 접수된 민원은 없었다. 대신 공사는 사장의 요청에 대한 안국역 측의 응답을 유일한 철거 당위성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공사는 안국역을 관할하는 경복궁영업사업소를 비롯해 17개 영업사업소에 "역사 내 오래되고 미관을 저해하는 각종 조형물 등을 파악하고, 필요시 이를 철거해 쾌적한 역사 환경을 조성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는데, 경복궁영업사업소는 안국역 독도 조형물을 포함시킨 '역사 내 방치된 시설물 파악 결과'를 5월 22일 공사에 제출했다.

경복궁영업사업소가 철거 의견을 낸 시설물은 독도 조형물 외에도 3호선 경복궁역에 있는 해시계와 안내판 등 총 네 개인데, 이 중 '승객 안전'을 이유로 철거를 제안한 건 독도 조형물이 유일하다. 사업소 측은 "통행량이 가장 많은 역사 중앙에 설치돼 승객 이동 동선에 지장", "통행 시 안전사고 위험 존재로 철거가 타당", "노숙자가 모형 위에서 음식물을 놓고 섭취하는 사례도 다수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의견이 회신 되자, 공사는 곧바로 독도 조형물 철거 작업에 착수했다. 독도 조형물 철거 적절성을 논의한 별도의 내부 회의나 심의 과정은 한 차례도 없었다. "관련 회의록 없음"이라는 공사 측 답변이 이를 뒷받침한다.

공사 측이 사후에 전한 철거 경위에는 '이태원 참사'와 '코로나'도 추가로 등장한다. 공사 측 담당자는 철거 경위를 묻자 "이태원 사고 이후 지하철 역사의 혼잡도 개선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코로나 종식에 따라 내·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다"며 "혼잡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답했다. 오히려 논란이 불거진 뒤 거론된 '2009년 12월 설치한 조형물의 노후화'는 처음에는 큰 고려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공사는 경복궁영업사업소 파악 시설물 중 안국역 독도 조형물을 가장 먼저 철거해 지난 12일 폐기 처리까지 마친 상태다. 공사 관계자는 통화에서 "소요 예산, 철거 난이도를 고려해 소액으로 할 수 있는 것, 가장 저렴하고 빨리 끝낼 수 있는 것들을 우선적으로 진행한 것"이라며 나머지 시설물도 순차적으로 철거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독도 조형물 인근 혼잡도와 통행량을 어떻게 산출했나'라는 질문에 "통행량을 수치로, 계량적 지표로 추산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역사의 동선을 잘 알고 있는 건 그 역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역에서 잘 알지 않겠나"라며 "철거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안국역에서) 줘서 본사 부서에서 검토하고 철거했다. 가장 효과적인 건 역에서 보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안국역 관계자는 통화에서 '독도 조형물 철거에 영향을 미친 역사 혼잡도·통행량 측정 기준'을 묻는 질문에 "공사 측에 문의하라"며 "내부 정보라 자체적으로 대답하기는 어렵다"고 답을 꺼렸다.

 

 

 

26일 오후 5시 35분 안국역 대합실. 동그라미 표시는 독도 조형물이 있던 자리. 2024.08.26. ⓒ김도희 기자
26일 오후 6시 45분 안국역 대합실. 이용자가 붐비는 개찰구와 달리 대합실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동그라미 표시는 독도 조형물이 있던 자리. 2024.08.26. ⓒ김도희 기자

출퇴근 시간대에도 한산한 안국역 대합실
'3·1운동 100년역' 구경하는 이들은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


그렇다면 안국역은 독도 조형물 하나도 둘 수 없을 만큼 붐비는 곳일까. 공사 측의 말만 들으면 안국역은 '콩나물시루'를 연상케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기자는 전날과 이날, 출퇴근 러시아워 시간대에 직접 안국역을 방문했다. "안전사고 우려" 주장과 달리 대합실은 한산했다.

안국역 '출입구 구조'를 보면 대합실 방면으로 유동 인구가 적은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안국역은 두 군데의 개찰구가 있는데, 대합실을 기준으로 개찰구가 양옆에 나뉘어 있다. 인사동·조계사·경복궁·청와대 등 방향으로 가는 이들은 1·6 출구로 통하는 개찰구를, 낙원상가·북촌·익선동 등으로 향하는 이들은 2·3·4·5 출구로 통하는 개찰구를 이용한다. 지하철에서 하차하면 목적지 방향의 개찰구가 있는 계단으로 곧장 이동하는 구조이기에, 중앙에 위치한 대합실을 지나가는 인구는 상대적으로 적다.

오히려 지하철 곳곳을 돌아다니며 유심히 관찰하는 이들은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안국역은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독립운동가의 어록을 새긴 기둥을 볼 수 있고, 승강장마다 붙어있는 3·1운동, 임시정부 독립운동가들의 이름과 얼굴을 읽을 수 있는 '독립운동 테마역'이다. 잠깐 사이에도 곳곳에서 일본, 중국, 태국, 미국, 스페인,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관광객의 대화 소리가 들려온다. 댕기 머리를 하고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일가족, 유명 제과점의 빵을 양손 가득 들고 향하는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독립운동 핵심 거점으로 꼽히는 안국역 인근에는 경복궁, 독립선언문 배부 터(현 수운회관 앞), 3·1운동 이후 다양한 민족운동 집회 장소였던 천도교 중앙대교당, 3·1운동에 참가한 시민·학생들을 혹독하게 고문한 경성종로경찰서터(현 낙원동), 독립 만세운동이 시작된 탑골공원 등이 있다.

안국역은 지난 2019년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 '독립운동 테마역'으로 새롭게 꾸며졌다. 때문에 역 곳곳에 독립운동 역사가 기록돼 있다. 안국역 일대에 있는 '3·1 운동 주요 장소' 지도가 영어·중국어 번역과 함께 벽 한쪽에 부착돼 있고, 기미독립선언서와 제헌헌법 사본이 전시돼 있다. 서울독립운동사가 년도 별로 설명돼 있고, 한글로 풀어 쓴 기미독립선언서의 자음과 모음을 형상화해 새긴 계단이 있다.

이와 같은 안국역의 특색을 고려하면, 오히려 볼거리 중심이었던 역사의 갑작스러운 독도 조형물 철거는 더욱 미심쩍다. 현재 독도 조형물을 드러낸 안국역 대합실의 텅 빈 복도에는 변색되지 않은 바닥 자국만 '독도 조형물이 있던 곳' 흔적으로 남아있다.

부랴부랴 논란 잠재우기에 들어간 공사는 독도 조형물이 있던 서울 지하철역 6곳 중 안국역을 비롯해 이미 철거 조치한 2호선 잠실역, 5호선 광화문역에 독도 관련 영상 자료를 표출하는 벽체형 모니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본래는 10월 25일 '독도의 날'에 맞춰 설치할 예정이었으나, 공사 측은 "독도의 날에 꼭 맞추지 않고 그전에라도 추진할 수 있으면 빨리하려고 한다"며 '다음 달 6일 전 설치'로 일정을 변경했다.

애초 조형물이 낡고, 독도를 잘 알리려는 취지였다면 왜 철거 전 새 조형물을 미리 준비하지 않았는지, 영상 송출을 선제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는지, 슬그머니 철거한 뒤 문제가 발생하니 뒤늦게 계획을 세운 건 아닌지 의구심은 짙어지고 있다.

 

 

 

안국역 벽면에 설치된 '서울독립운동사' 전시. 2024.08.26. ⓒ김도희 기자

안국역 승강장에 부착된 김좌진·홍범도 장군 사진. 2024.08.26. ⓒ김도희 기자
'독립운동 테마역'에 설치된 100년 계단. 2024.08.26. ⓒ김도희 기자
27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내 독도 조형물이 철거된 자리. 오전 출근 시간대 걸어가는 시민이 서울교통공사의 안내문을 보고 있다. 2024.08.27.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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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주권 미국에 갖다 바치는 '매국 전략'이 전쟁위기 가속화



 

[겨레하나 평화포럼 지상중계 ⑧] 한반도 군사안보 : 위기의 심화와 해법

겨레하나 평화센터(소장 변학문)는 지난 7월 24일 겨레하나 교육실에서 '2014년 한반도 군사안보 상황 : 위기의 심화와 해법의 모색'을 주제로 제8회 평화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은 발표자인 문장렬 박사. [사진-겨레하나 평화센터 제공]

2024년 한반도는 지금까지 있어본 적 없는 핵전쟁의 가능성을 안고 긴장에 휩싸여있다.

대북전단 살포와 오물풍선, 이에 대응한 확성기방송과 군사분계선 지역 포사격 등으로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그 전조에 불과할 지 모른다.

이미 2018년 9.19군사합의서는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파기되었다.

한미(일)동맹은 중국과 러시아을 적대적으로 겨냥한 전략적 목표를 공유하고 있으며, 이에 강대강으로 맞서는 조로동맹의 한축이 충돌하는 공간으로, 한반도는 전쟁위기의 열기를 높이고 있다.

군사적 긴장고조가 국지적 충돌로 이어지면 그 심지는 국제적 충돌로 옮겨붙어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전면전이 일어나면 무조건 핵전쟁, 제3차세계대전이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핵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위기가 고조되는 것은 분명하다.

양쪽 다 '선제공격'을 경쟁적으로 발표했고 실제 준비태세도 갖추고 있다.

미국의 핵전략자산은 '상시적 배치수준'이라고 할만큼 빈번하게 전개되고 연합훈련은 일상이다시피 진행되고 있어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은 언제 일어나도 이상한 일이 아닌 상황이다.

한국의 대중, 대러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데다가 미·중간 대만분쟁시 한반도가 연루될 가능성은 분명하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전략에 따라 쿼드(QUAD), 오커스(AUKUS), 한미일 동맹화, 나토+아시아태평양 4국(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다중적인 '격자형동맹'에 한국을 편입시키고 있으며, 러시아는 미국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한국을 적대화,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한국을 견제하고 있다.

지금까진 경제적 불이익 정도에 머무는 수준이지만 총체적 국가(전쟁)위기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포럼은 작전통제권 환수 경과와 현황, 공역제 제안 등 여러 주제에 대한 발표와 온·오프라인 참석자들과의 토론으로 3시간여에 걸쳐 열띤 분위기속에 진행됐다. [사진-겨레하나 평화센터 제공]

핵전쟁, 가능성은 낮지만 위기는 고조

겨레하나 평화센터(소장 변학문)는 지난 7월 24일 겨레하나 교육실에서 '2014년 한반도 군사안보 상황 : 위기의 심화와 해법의 모색'을 주제로 제8회 평화포럼을 개최했다.

1999년부터 20년간 국방대학교 군사전력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노무현 정부 청와대 NSC 사무처 전략기획 담당을 지낸 문장렬 박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변학문 소장과 장창준 한신대 통일정책연구센터장이 지정토론자로 나섰다.

먼저 문장렬 박사가 남북의 국방전략과 군사력에 대한 비교 분석에 이어 남북의 동맹강화 동향, 작전통제권 환수 경과에 대한 설명, 그리고 병역제도의 대안으로서 '공역제'에 대한 제안을 발표했다.

문 박사에 따르면, 한국의 국방전략은 철저히 한미동맹(한미상호방위조약, 1953)을 기반으로 하며 자주국방을 '추구'하지만 실제로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북한에 대한 전쟁억제를 우선시하면서 북의 전면 남침시 북진통일을 위한 군사적 계획은 다 짜여져 있고 미군 주도 아래 '작전계획'이라는 이름으로 그에 대한 연습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또 미군의 핵과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일체화시키는 역할분담도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군사적 지원은 있지만 철저히 자력국방을 추구하며, 남한 보다는 대미 전쟁억제를 우선시하고 핵과 미사일 위주로 전력을 강화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실제 군사력을 비교할 때 많이 인용하는 국방백서의 '남북 군사력 현황'은 거의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2022년 국방백서에서는 북한이 전차(남 2,200여대 : 북 4,300여대), 야포(남 5,600여문 : 북 8,800여문), 전투함정(남 90여척 : 북 : 420여척), 잠수함정(남 10여척 : 북 70여척), 전투기(남 410여대 : 북 810여대) 등 육·해·공군 전투장비의 수적 우세를 점하는 듯한 착시현상을 보여주지만 실제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 미사일방어체계(MD)에 대한 비교 항목 자체가 없는 등 국방백서만 보아서는 남북의 현대전 수행능력 평가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

세계 군사력 평가기구(Global Firepower)가 발표한 2023년 세계 군사력 순위에서 1~4위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가 차지하고 있고 바로 이어 5위가 한국, 북한은 36로 기록되어 있다.

문 박사는 세계 140여개 국가를 상대로 국방비를 비롯해 군사력의 양과 질 등 60개 이상의 평가요소로 분석한 결과라고 하지만 이것 역시 곧이 곧대로 믿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지난 5월 17일 공개한 새로운 자치유도항법체계를 도입한 전술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장면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아무튼 남북 군사력을 객관적으로 보면 북이 핵 위주로 억제력을 키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건 분명하다고 짚었다.

북한은 지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수소폭탄 실험을 포함해 6차례 핵실험을 해서 5번을 성공했고, 대미 전쟁억제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투발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했다.

2017년 화성-4형에 이어 5년 후인 2022년 화성-17형까지 발사했고 작년에는 고체연료를 사용한 화성-18형과 함께 전술핵탄두인 화산-31형을 공개했다.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핵무력 강화를 위한 5대과업을 발표했는데 △극초음속 무기도입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 5,000km 사정권의 명중률 제공 △수중 및 지상 고체엔진 ICBM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등 모두 전술핵탄두 탑재를 비롯해 핵무기와 관련된 것이고 군사정찰 위성보유까지 이에 포함된다.

2022년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기 사용조건을 법령에 명시한데 대해서는 핵을 전쟁 억제뿐만 아니라 실제 군사작전에 사용하고 선제타격과 자동타격을 명시한 것으로 해석했다.

2024년에만 국한하더라도 이미 북한은 1~2월에 전략순항미사일 '화상-2형',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 지대함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시험 등 여러 종류의 순항미사일을 집중적으로 발사했다는 것에 주목했다.

탄도미사일이 고비용에 전략적 용도로만 사용되는 제한성이 있다면, 순항미사일은 작지만 작전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어 실제 전쟁에서는 훨씬 더 많이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잠수함 발사 또는 지대함 미사일은 미국 항공모함이나 한국의 구축함을 타격대상으로 하는 순항미사일인데, 북은 약 2,000km를 8자형 궤도를 비롯한 변칙비행으로 2시간 넘게 비행해 공중폭발 하는 등 여러 종류의 순항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이 보유한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150~200km인 것을 감안하면 위협적이라는 평가다.

올해 7월들어 시험발사한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 등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무기체계와 유형을 개발하면서 꾸준히 시리얼 넘버를 붙여가는 것은 '굉장히 놀라운 일'이라고 보았다.

오랜 기간 제재가 가해져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것은 알려진 일인데, 국방공업 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매우 강력한 무기들을 계획대로 차근차근 추진하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변학문 소장과 장창준 한신대 통일정책연구센터장이 지정토론자로 나섰다. [사진-겨레하나 평화센터 제공]

北 핵위주 억제력 증강...북러동맹은 '핵·재래식 병진전략'일수도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선제타격을 가하는 킬체인과 △미사일방어, 그리고 △대량응징보복(참수작전)로 구성된 3축체계로 이루어지는데, 킬체인은 성공이 불확실하고 미사일방어는 완전 요격이 불가능하며, 대량응징보복은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밖에 없는 한계에 봉착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미동맹 체제에서 미국이 전략무기로 대북 핵공격을 한다는 확장억제 정책을 구체화하면서 작년 4월 워싱턴선언을 통해 '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켰고, 지난 7월 11일 나토+AP4 정상회담 계기에 이루어진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핵억제 핵작전 지침'을 채택하는 등 대응이 강화되고 있다.

문 박사는 미국의 핵자산 운용에 한국의 재래식 전력이 통합되는 핵기반동맹으로 한미동맹이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정부의 평가는 곧 한반도에서 동북아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 당장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위기의식에는 동의하지만 당장 전면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짚었다.

실제로 핵 미사일이 사용되는 전쟁에서 피해를 능가하는 전략적 이익의 실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해관계 당사국 중 누구도 한반도의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판단이다. 물론 오판 가능성은 늘 있는 것이지만...

북한이 어느 정도 수준의 핵억제력을 갖추었고 러시아와 동맹조약까지 체결한 상황이 역설적으로 전면전 가능성을 낮추었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북한은 단시일내 한반도 전역을 석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탈 냉전 이후 무력적화통일을 포기하고, 핵무력 기반의 억제전략을 채택해 자체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동시에 재래식 전략의 고도화를 병행 추진해 국지전에 대응하려는 위기관리 전략으로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또 남과 북이 각각 동맹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지난 6월 19일 체결된 북러간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은 한미동맹, 한미일 동맹화에 대한 북의 균형전략으로 볼 수 있다는 색다른 해석도 내놓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러조약 자체는, 1961년 두 나라간 상호원조조약을 체결했다 폐기된 상황에서 구 소련 해체 후 2000년에 군사합의없는 조약을 맺고 난 뒤 24년만에 군사협력 조항이 들어간 새로운 동맹조약으로 파악했다.

안보관련 핵심조항인 제3조는 한미상호방위조약, 미일안보조약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며, 제4조는 사실상 자동개입 조항을 담은 매우 강력한 내용이라고 보았다.

특히 '전쟁방지 등을 위한 방위능력 강화 목적으로 공동조치를 취할 제도 마련'이 담긴 제8조에 대해서는 전쟁이 아닌 평시에 '국방능력 향상을 위한 양국 협력 제도화'로 해석하고 이를 '핵·재래식 병진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했다.

북한이 핵탄두를 50~90개까지 확보하고 ICBM을 비롯해 각종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다 개발했지만, 중요한 건 핵전쟁이 아니라 일반적인 군사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재래식 무기 영역에서는 거의 여력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균형 달성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북이 필요한 재래식 무기의 균형을 달성하고, 2017년 12월 '핵무력완성'선언 이후 2018년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으로 전환한 이래 절실한 안보 불안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인 셈이다.

한미(일)동맹과의 균형, 재래식 군사력의 균형을 통해 안보 위협요인을 줄인 북으로서는 이후 경제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가운데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 2.0'이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렇다면 북러조약에서 전쟁이 아닌 평화의 길을 촉진시킬 가능성을 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역설적 기대도 표명했다.

南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로 대응...실질적 의미없는 매국적 합의

한반도 전쟁위기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어떨까?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기반한 안보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핵심 내용은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협력 강화라고 할 수 있다. 유사시 핵작전에 대해 미국이 핵무기 분야를 담당하고 한국의 재래식 무기는 그걸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시스템이다.

지난 7월 11일 나토+AP4 정상회담 계기에 한미 정상간 공동성명으로 발표되었는데, 그간 알려지진 않았지만 작년 워싱턴선언 이후 구성된 핵협의그룹(NCG)에서 이미 공식 서명한 지침을 이번에 양 정상이 승인해 발표한 것이라고 짚었다.

7월 11잏 나토+AP4 정상회담 계기에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 [사진출처-대통령실]

NCG의 역할도 △보안절차 및 정보공유 확대 △위기 및 유사시 핵협의절차 △핵 및 전략기획 △한미 핵·재래식 통합을 통해 유사시 미국 핵작전에 대한 한국의 재래식 지원 △전략적 소통 △연습·시뮬레이션·투자활동 △위협감소 조치 등 포함으로 확장되었는데, 중요한 건 '핵 및 전략기획'이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핵 전략기획을 한미가 공동으로 할 수는 없고 미국의 몫이라는 측면에서, 핵 기획은 미국이 하고 일부 내용이 포함된 전략기획에 한국이 조금 참여하거나 요구를 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았다.

또 한국 정부는 미국의 핵작전에 한국이 재래식 지원을 하기로 했다는 걸 큰 성과로 내세우고, 대통령이 나서서 "한미동맹은 명실상부한 '핵기반동맹'으로 확고하게 격상"됐다고 자평하지만, 따져봐야 할 문제는 있다고 언급했다.

'핵기반동맹'이라는 표현도 처음 들어보는 것이고 공동성명에도 없는 내용이라는 것. 또 과연 이것이 동맹관계의 격상인지, 격하인지 우려되는 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핵기반동맹'이라면 한국의 국방 및 군사체계의 모든 것이 미국 핵무기 운영에 맞추어 연합체계로 바뀌어야 하는데, 한국의 거의 모든 핵심 군사자산이 미군의 지휘하에 들어가면 당연히 미국의 군사전략적 이익, 핵무기 운영에 복무하도록 되는 일이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한미동맹 체제가 더욱 더 미국 중심으로 강화되고 한국의 대미 종속성도 더 심화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에 대해 "한반도 핵운용에 있어서 우리의 조직, 인력, 자산이 미국과 함께하는 확장억제로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당장 NCG 조직의 규모와 기획·협의 기능이 확대되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나토의 경우에도 튀르키예나 독일처럼 미국의 핵자산이 배치되어 있는 곳에서는 실제 운영을 위해서라도 미국이 기획(planning)을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지만, 한국은 아직 기구 명칭부터 '협의'(consultation)로 되어 있어 외형 확대에 맞는 기능 확장은 의문시 된다는 것.

윤 대통령은 또 "미국의 핵자산에 한반도 임무를 특별 배정"했다고 하는데, "이건 정말 바보를 속이는 짓"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핵자산인 ICBM, 전략폭격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핵전략 3축을 한반도에만 쓰겠다는 특별배정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콕 찍어 말했다.

예산엔 사업내용과 사용처가 명시되어야 하는데 미국의 ICBM에 무슨 수로 그런 '포스트잇'을 붙일 수 있느냐는 것. 미 핵자산의 상시배치 수준에서 조금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일인데, 그걸 이렇게 표현하면 '실질성없는 허구이기 때문에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올해 8월 한미연합훈련에서 '핵작전 연습'이 포함된다는 발표에 대해서도 따졌다.

실제로는 핵전쟁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에 따라 도상훈련, 즉 TTX(Tabel Top Exercise) 수준을 넘기 어려울 것이기도 한데, 사실은 지금까지 계속 해 오던 것이다.

'작전'이란 무기와 병력이 움직이는 것인데, '핵작전 연습'이라고 해도 핵무기와 그걸 운영하는 병력이 실제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핵무기 탑재는 하지 않는 항공기 전개, 미사일 발사 직전까지 시동하는 시뮬레이션 훈련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무엇보다 엄중한 일은 지난 4월 10일 미국과 일본이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미일간 군사기술 및 무기체계 개발 협력 △지휘통제 구조 현대화와 군 상호운용성 증대에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휘통제 구조 현대화'는 일본 자위대에 미비한 군수지원활동 시스템을 미국과 함께 갖추면서 '전쟁할 수 있는 상태'로 가겠다는 것이고 '군 상호운용성 증대'는 미일의 군 지휘통제를 어느 정도 통합시키겠다는 것.

한미의 핵기반 일체형 동맹과 미일의 지휘통제 통합이 합쳐지면 자연스럽게 한미일 3국의 군사체계 통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7월 28일 한국·미국·일본 3국의 안보협력을 제도화하는 최초의 문서인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가 발표된 것은 주목할 사태 진전이다.

전문은 공개하지 않고 당일 3국 국방장관이 '협력 각서'(MOC)에 서명함으로써 발효시킨 TSCF는 △고위급 정책협의 △대북정책과 군사정보 공유체계 강화 △한미일 훈련 정례화·체계화 △3국간 국방교류협력을 골자로 한다. 절차와 형식으로 보면 다른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손을 댈 수 없도록 이른바 불가역적 조치를 취한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을 미국의 동북아, 세계전략 실현을 위한 군사체계에서 분리할 수 없는 요소로 고정시키기 위해 적극적 추종의지를 가지고 치밀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핵억제 및 핵작전 지침은 실질적 의미는 거의 없으며, 한국의 군사주권과 무기·병력을 비롯한 자산을 미국에 그대로 갖다 바치는 매국적 합의를 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평화를 이루려면 먼저 평화를 실천해야

지난 6월 22일 오전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 해군 제9 항모강습단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인 'USS 시어도어 루스벨트'(CVN-71)호. 문 박사는 한반도를 무시로 드나드는 미국의 전략자산에 핵무기가 탑재되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은 곤란하다며 최소한 '핵무기 반입 사전협의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출처-미국 해군 홈페이지]

문 박사는 한반도 전쟁위기를 극복하고 평화를 이루는 해법은 '평화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간명하게 정리했다.

먼저 북에 대해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면 "우리가 뭔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예를들어 '한미연합훈련' 같은 건 굳이 '연합'으로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모든 군대는 훈련이 필요하지만 따로 해도 얼마든지 훈련효과는 얻을 수 있다는 것.

평화를 위해 북에 대해 먼저 자주적 조치를 시행하자는 것이다.

연합훈련 대신 각자 단독으로 훈련하고 훈련이 끝난 후에 모여서 두 나라 지휘관들이 모여서 토론하면 된다는 군 경험도 덧붙였다.

또 한가지. 미국의 핵무기나 중요 무기체계가 한반도에 들어올 경우 반드시 한국 정부와 사전협의하도록 하는 장치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일동맹의 경우 핵무기 반입시 일본정부와 사전협의제가 있지만, 우리는 미국의 전략자산이 무시로 드나드는 상황에서도 거기에 핵무기가 탑재되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평화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서 '핵무기 반입 사전협의제' 같은 것을 시민사회가 의제화하고 국회가 나서 제도화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제도화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지역과 세계 차원으로 확장하는 일이다.

말로만 할 일이 아니라 실천으로 확인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주국방을 위한 작전통제권 환수와 민주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복원할 수 있는 '공역제'를 도입하는 것도 세부적 과제로 제시했다.

이날 포럼은 작전통제권 환수 경과와 현황, 공역제 제안 등 여러 주제에 대한 발표와 온·오프라인 참석자들과의 토론으로 3시간여에 걸쳐 열띤 분위기속에 진행됐다.

 

자주국방 그 자체인 작전통제권 환수 논의 경과

작전통제권(OPCON, Operational Control)은 전투·작전과 관련해 부대의 규정된 임무수행과 목표지정, 기타 임무수행에 필요한 지시와 통제를 하는 권한으로 군사지휘권의 핵심을 이룬다. 인사, 예산, 군수, 행정 권한과는 성질이 다르다.

한마디로 우리 군대를 우리가 지휘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며, 그 자체가 사실상 자주국방을 상징한다.

현재 국력과 전쟁수행능력, 재래식 군사력 측면에서 압도적 대북 우위가 확보된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안보와 공통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주국방이 '필수적'이며, 그 의사결정체계라고 할 수 있는 작전통제권 환수가 '불가결'하다.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은 한국전쟁 발발 20일 만인 1950년 7월 14일 이승만 대통령이 미 극동사령관 맥아더에게 서신으로 한국군에 대한 지휘권(Command Authority)을 부여(assign)한 뒤 전쟁기간 미군이 행사했다.

지휘권 '부여'의 조건은 '현 적대상태가 지속되는 동안'으로 되어 있어 정전 이후 여전히 유효한지 해석의 여지가 있다.

전쟁 중이던 1953.1.1일 이승만이 '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에서 방어책임을 지는 동안',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Operational Control)을 유지'하도록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서명해 작전통제권은 유엔사로 넘어갔다.

정전협정(1953.7.27) 체결 후 상호방위조약이 발효(1954.11.18)된 이후 조약의 조건대로 유엔사가 한반도 방어책임을 지고 있는지, 유엔사가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유지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었다.

1975년 유엔은 유엔사 해체에 대한 두개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 국무장관 키신저도 유엔사 해체를 약속했으나 중국·러시아와 냉전대결의 전초기지가 아쉬웠던 미국은 한미연합사령부를 설치(1978.7.28)하고 작전통제권도 유엔사령관에서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도록 바꾸었다.

미 국무장관과 한국 외무장관 사이의 '연합사 설치에 관한 교환각서'(1978.11.17)에는 "연합군사령부에 관한 권한(작전통제권) 위임은...연합사령관이 유엔사령관 및 주한미군사령관을 겸임하는 동안 유효"하다는 단서가 있다.

한때 한미연합사령관을 한국군이 맡으면 작전통제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설왕설래가 있었으나 '모자 3개'를 동시에 쓰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 독소조항이다.

1990년대에 접어들어 노태우정부는 '평시(정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1994.12.1)했으나 전쟁 억제와 방어를 위한 위기관리 문제가 생기면 다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도로 위임한다는 명분으로 환수 당일 그 자리에서 작전통제권을 다시 위임해 버렸다.

'CODA'(결합 권한위임, Combined Delegation of Authorities)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위임된 작전통제권은 △전쟁억제와 방어를 위한 한미연합 위기관리 △전시작전계획 수립 △한미연합 3군 교리발전 △한미연합 3군 합동훈련과 연습의 계획과 실시 △조기경보를 위한 한미연합 정보관리 △C4I 상호운용성 등이다.

환수했다는 평시작전통제권은 껍데기만 남게 됐고, 기존 한미연합사 체제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여기서 문박사는 작전통제권은 원래 우리 것을 받아와야 한다는 점에서 '전환'(transfer)가 아니라 '환수'(return)라는 표현이 옳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6월 28일 '전략적 전환 계획'(STP)을 도출한 뒤 한미국방장관 합의를 통해 2012년 4월 17일까지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한미가 각각 자국군에 대해 독립적으로 작전지휘를 하기로 했으나 결국 이행되지 않았다.

당시 미국은 세계 미군재배치(GPR), 주한미군 전략적유연성에 더 관심이 많아 작전통제권 전환에 적극적인 듯 보였으나 당시에도 중층적으로 한미 군사협조기구 설치 운영계획을 세우는 등 한국군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후임 이명박정부는 2009년 북의 2차 핵시험과 2010년 천언함사건 등으로 인해 형성된 반대여론을 활용해 이 시기를 2015년 12월 1일까지로 연기했고, 박근혜정부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명분으로 무기한 연기했다.

그 조건이란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 확보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 구비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조성이다.

문 박사는 각각의 조건에 대해 재래식 전력의 압도적 우위(1988년 국방백서) 등 이미 충족된 조건을 충족되지 않았다는 주장이자 완벽한 방어가 불가능(북 미사일)하거나 미국의 핵우산을 이용한 기존 약속(북핵)이 유지되는 상황을 조건으로 내세운 것에 불과하며, 수시로 변하는 안보환경을 조건화하는 것은 도저히 충족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박근혜정부의 정책을 승계한 문재인정부는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한국군의 초기운용능력-완전운용능력-완전임무능력을 검증한 뒤 '전환' 일정을 세웠으나 2019년 8월 초기운용능력검증 성공 이후 중단된 상태이다.

한심한 건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조건충족을 검증한다는 발상이었다.

한반도 평화에 가장 뜨거운 현안인 한미연합훈련에서 검증을 하면 평화가 안되고 검증을 못하면 작전지휘권 '전환'이 되지 않는 모순에 스스로 빠져 버린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작전통제권 '전환'은 여러 단계에 걸쳐 복잡하게 설계된 검증 절차와 실질적으로 미군이 결과를 검증하도록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충돌하는 등의 문제가 내재되어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한미연합사와 유엔사 관계에 대한 계획이 설정되지 않고 연합사와 한미 참모조직이 불완전한 문제점 등을 적극 해결하려는 노력이 미흡했다고 짚었다.

윤석열정부에서 작전통제권 환수논의는 2022년 8월 한미연합훈련에서 형식적으로 진행된 바 있으나 그 뒤에는 아예 실종됐다.

윤 정부에 있어 작전통제권 환수는 기본적으로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를 추구하는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비춰보면 애초에 말이 안되는 상황이다.

문 박사는 작전통제권이 부재한 한국군의 상태를 한마디로 '골병들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5우러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했던 말인데, 내용은 정반대이다.

군사적인 종속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종속의 저변이 된다는 측면에서 주권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비정상국가'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작전통제권이 없는만큼 군 지휘부의 권한과 책임의식이 박약해져 진급과 보직변경에 몰두하고 행정 위주의 군대가 되어버렸다는 것.

또 대북 군사협상과 대외 군사외교에서 자주성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무기 구매에서도 미국 편중이 심하다는 등의 문제도 제기된다.

따라서 작전통제권 환수는 '협의'가 아니라 미국에 시한을 통보한 뒤 실행하는 방법으로 실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간 과정에서 드러났다는 것이 대체적 판단이다.

유엔사령부에 관한 문제는 별도 협의가 가능하지만 이 역시 조기 해체가 답이며, 통보 후 실행하는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공역제'(公役制, Public Service) 제안

기본 아이디어는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남녀 'LGBTQ'(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가 1년간 국가공동체를 위해 공적 과업에 복무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부 지원자의 경우에는 9개월간 병역에 종사한 뒤 '일등병'으로 전역하도록 함으로써 공역은 기본·보편적 의무로, 병역은 일종의 '대체복무'로 하는 구상이다.

공역 근무자에게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책정하고 병역 근무자에게는 9개월 복무기간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1년치 급여를 제공한다.

국가가 청년 자원을 공짜로 써서는 안된다.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원칙으로 보면 월 180만원~200만원, 9개월 근무시 인센티브를 포함한 연봉은 약 2천만원.

연간 총 4조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병력 감축 절약분과 기존 급여를 제외하면 현재 수준에서 1~2조원대의 추가예산이 필요하다.

이는 총병력 중 병사비율을 유지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9개월 근무를 해도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는 주특기 임무 과업은 많다고 했다.

공역을 마친 사람들 중에 별도로 '직업(전문)병사'를 충원해 1년 정도 추가 복무 후 '병장'으로 전역하도록 하며, 이들은 병사로서 총 2년 이내 근무 후 사회에 복귀하도록 한다. 직업 병사로서 추가 복무하는 기간의 급여는 최저임금과 현재 하사관 급여의 중간선에서 책정한다.

이렇게 되면 총 병력은 현재 50만명에서 40만~35만명(간부 15만명, 병사 20만명)으로 감축되며, 간부와 병사 비율은 40:60으로 유지된다.

문재인정부가 당시 62만명이 넘는 병력을 임기 5년간 50만명 규모로 줄였는데, 이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한 감축이다.

복무기간도 1년 6개월로 단축시켰는데, 현재 50만명을 유지하려면 매년 20만명의 신규 병력이 충원되어야 하지만 지금과 같은 인구감소가 계속되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 문제로 시급히 고민해야 한다.

 

또 여성 병사를 위한 신규 시설이 많이 필요한데,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 병무청 업무를 흡수해 국무총리 산하에 '공역청'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 박사는 '공역제'의 의미를 '공동체를 위한 100세 시대 생애 1~ 봉사'라는 공익 의식을 확산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역제에 참가하는 젊은이들에게 지급되는 '죄저임금'으로 '보편적 청년수당'의 취지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병역비리와 부조리를 전면적으로 해소할 수 있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공동체의식을 고양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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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기자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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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해외순방에 또 재계 총수 들러리 세우나

[이충재의 인사이트] 9월 체코 방문에 대그룹 총수들 또 동행...해외 순방 성과 포장용 의심

24.08.26 06:24최종 업데이트 24.08.26 07:04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2월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재계 총수들과 함께 떡볶이 튀김 빈대떡을 맛보고 있다. 오른쪽 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윤 대통령, 박형준 부산시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월 체코 방문에 또 재계 총수들을 동행키로 하면서 '들러리' 논란이 다시 불거집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해외순방 때마다 유독 재계 총수들을 많이 데려갔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같은 행태를 보인다는 겁니다. 재계에서도 뚜렷한 이유도 없는 잦은 순방 동행에 압박감을 느낀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일각에선 권력과 기업 간의 새로운 정경유착 유형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의 다음달 체코 방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경제사절단에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차 그룹에선 정의선 회장을 대신해 장재훈 사장이 동행한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은 신규 원전 건설이 주요 현안인데, 양국이 무역촉진 협정을 체결하면서 재계 총수들을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재계에선 체코와 무역규모와 사업 진출 전망 등을 고려할 때 굳이 재계 총수들을 데려갈 필요가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결국 윤 대통령이 자신의 성과로 포장하기 위해 기업 총수들을 들러리 세우는 것 아니냐는 얘깁니다.

윤 대통령의 재계 총수 동행은 구체적인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윤 대통령은 그간 해외를 18번 나갔는데, 절반 가까이 기업인들과 함께 갔습니다.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각각 7차례 동행했고, 구광모 LG 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은 각각 6차례 따라다녔습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5차례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정부에서도 재계 총수들을 해외 순방에 동행시키는 경우가 있었지만 윤 대통령처럼 빈번하지는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의 재계 총수 동행은 재임기간을 고려할 때 문재인정부보다 4배 정도 많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재계 총수 해외순방 동행의 성과에도 의구심이 제기됩니다. 윤 대통령은 재계 총수들을 데리고 나간 해외순방때마다 MOU(양해각서) 체결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체결된 MOU 가운데 실제 이행된 건 10%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계에선 경제사절단 모집에서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번 체코 방문과 관련해 대통령실에선 "경제사절단은 주관단체에서 모집, 선정하는 데 체코의 경우 대한상의에서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경제사절단 선발은 아예 MOU 체결 건수를 염두에 두고 모집한다는 게 기업들 주장입니다. 해당국가와 비즈니스 성과가 기대되거나 MOU 체결이 예정된 기업 등이 우선 선정된다는 겁니다.

기업엔 각종 특혜 베풀어 '신정경유착' 비판

윤 대통령의 재계 총수 동원은 해외순방뿐만이 아닙니다. 국내 주요 현안과 관련해서도 걸핏하면 손을 내밉니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재계 총수들을 '떡볶이 먹방'에 이용한 게 대표적입니다. 당시 총선을 몇 달 앞두고 부산 민심이 흔들리자 대통령실이 재벌들에 SOS를 쳤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파행으로 끝난 세계 잼버리 대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대기업들에 도와달라고 요청해 기업들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지원에 나섰습니다.

윤 대통령이 이렇게 기업들을 마구잡이식으로 동원할 수 있는 건 그만큼 혜택을 베풀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 광복절 특사에서 이재용 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지난해 광복절에는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 기업총수들을 대규모 사면·복권해줬습니다. 수백억대 횡령과 배임, 상습도박 범죄자들이 모두 사면복권됐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등 기업들을 위한 감세는 물론이고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공시기준 완화 등 친재벌정책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과 재벌 간의 새로운 형태의 정경유착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정치와 대기업의 지나친 유착이 부정부패로 이어졌던 사례가 많아서입니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정부의 특혜에 길들여지다보면 국제적 경쟁에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윤 대통령으로서도 이런 행태가 자신이 강조하는 '자유'와 '시장경제'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언제까지 재벌을 병풍삼아 정치행위를 계속할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충재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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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심의위 간 김건희 명품백 논란, 동아 “도이치모터스 의혹도”

[아침신문 솎아보기] 동아 “용산 의중대로 수순 밟은 듯한 검찰”

한겨레 “국민 눈높이에서 묻고 따져야”… 조선 “논란 해소에 도움”

윤석열의 ‘반국가 세력’은 누구… 한국 “국민 반감 부추길 뿐”

기자명윤수현 기자

  • 입력 2024.08.26 07:37

  • 수정 2024.08.26 07:40

▲김건희 여사가 지난 22일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에 참석한 모습. 사진=대통령실

명품백 수수에도 검찰의 면죄부를 받은 김건희 여사 사건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만나게 됐다. 수사심의위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김 여사 무혐의 결정을 다시 한번 살펴볼 계획이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인 만큼, 수사심의위가 검찰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사건에서 검찰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외부 인사들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기소 여부를 심의하는 기구이지만, 운영상 한계가 있다. 검찰 수사 기록을 토대로 사건을 판단해야 하며, 수사팀이 결론을 따를 의무는 없다.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 사건에 대한 불신을 매듭짓기 위해 수사심의위를 가동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8월26일 동아일보 칼럼 갈무리

동아 “신뢰 잃을 대로 잃은 검찰”… 한겨레 “면죄부용 절차 아니어야”

26일 수사심의위를 통해 검찰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주요 일간지의 지적이 나왔다. 동아일보는 명품백 수수 사건뿐 아니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역시 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칼럼 <수심위로 간 디올백, ‘도이치 의혹’도 수심위로>에서 “용산의 의중대로 수순을 밟아온 듯한 검찰 수사가 마지막 변수를 만났다”며 “‘총장 패싱’에서 ‘특혜 조사’ 논란까지 신뢰를 잃을 대로 잃은 검찰 수사의 무혐의 결론이 그대로 확정되는 것보다는 수사심의위라도 한 번 거치는 것이 공정성 측면에서 조금이라도 나을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수사심의위 소집도 필요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디올백’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올리는 것은 망설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작년 말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의혹 관련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을 무렵 실시된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0∼70%에 이르렀다. 그만큼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사건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에 대한 결정권이 후임 총장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후임 총장이 ‘국민의 눈높이’를 존중한다면 길은 외길”이라고 강조했다.

▲8월26일 한겨레 사설 갈무리

한겨레는 사설 <‘김건희 명품백’ 수사심의위, 면죄부용 절차 아니어야>를 통해 수사심의위가 “권력에 굴종한 검찰의 굽은 잣대”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이제 공직자의 배우자들은 금품을 자유롭게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이야기가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며 “이번 검찰 수사가 절차와 결과 모든 면에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수사심의위는) 정치에 예속된 검찰의 면죄부 논리에 구애받지 말고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검찰에 묻고 따져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김건희 디올백’ 수사심의위, 국민 눈높이서 결정해야> 사설을 통해 “수사심의위가 국민이 신뢰할 만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공수처가 이 사건을 수사 중이고, ‘김건희 특검’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혹여 수사심의위가 검찰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 논란은 이어질 것이고, 수사심의위 존재 이유가 도마에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명품백 수사심의위, 정치 고려 없이 사안 엄중히 다뤄야> 사설을 통해 “검찰이 정권과 관련된 사안마다 납득할 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외부 자문을 받는 사례는 검찰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1월에도 이 총장은 ‘이태원 참사’ 책임자 중 한 명인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기소 여부 판단을 수사심의위에 맡겼다”며 “정권 차원의 수사 외압이 강하다는 뜻이지만, 이런 게 반복될수록 검찰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또 한국일보는 4면 <명품백 직무관련성·알선수재·尹 신고 의무… 檢 수심위 다 살핀다>에서 “윤 대통령 문제도 수심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며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는 배우자 금품 수수를 알고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된다”고 했다. 수사심의위의 심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8월26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 역시 김건희 여사 사건에 의문이 있는 것은 사실이며, 수사심의위 소집은 적절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사설 <‘명품 백’ 사건 수사심의위 회부, 논란 해소에 도움될 수 있다>에서 “검찰이 이번 수사 과정에서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등의 절차에 대한 시비 때문에 수사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가급적 논란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절차를 밟아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했다.

▲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반국가세력” 찾는 윤석열, 한국일보 “내부 적 때려잡느라 시간 허비”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이라는 발언을 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 유포, 사이버 공격과 같은 북한의 회색 지대 도발에 대한 대응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 내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감히 흉내 내기 버거운 지독한 흑백논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8월26일 한국일보 칼럼 갈무리

김광수 한국일보 정치부장은 칼럼 <반국가세력과 싸우자는 대통령>에서 “반국가세력을 둘러싼 해석이 꼬리를 문다. 국민을 상대로 고약한 스무고개 놀이를 하는 격”이라며 “반국가단체의 수괴인 북한을 이미 압도하는 마당에 두루뭉술하게 반국가세력이라며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건 반감을 부추길 뿐이다. 분단 70년을 지탱해 온 군인의 대적관과 국민의 안보의식을 차분하게 점검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김 부장은 “언제까지 내부의 적을 때려잡느라 시간을 허비할 건가. 5년 임기의 절반이 곧 지나간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최혜정 논설위원은 칼럼 <집권 3년차 윤 대통령의 ‘전쟁’>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까지는 야당과 비판 언론 등을 ‘공산전체주의’ ‘반국가 세력’이라 비난했다면, 이제는 이들을 싸워 이겨야 할 적으로 상정하고 ‘전쟁’을 공식화했다”며 “강경 보수로 분류되는 20% 안팎 고정 지지층을 기반으로 레임덕을 돌파하고, 나아가 반전을 꾀하겠다는 자신감마저 읽힌다”고 했다.

▲8월26일 조선일보 B2면 갈무리

텔레그램 창업자 프랑스서 돌연 체포… 조선 “빅테크 책임 강화와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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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파리에서 체포됐다. 텔레그램이 마약 밀매 등 불법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수사 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조선일보는 경제면 2면 <“앱서 범죄 활동 방치”…텔레그램 CEO 佛서 체포> 보도에서 “최근 소셜미디어 등에서 유통되는 유해 콘텐츠에 대해 빅테크의 책임을 강화하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과 연결돼 있다는 해석이 테크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 박중현 논설위원은 칼럼 <프랑스에서 체포된 ‘어둠의 메신저’ 텔레그램 창업자>에서 “수배 중인 줄 알면서 입국한 이유가 불분명하지만 장기 징역형이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며 “각국 사법당국은 텔레그램의 막대한 운영자금이 어떤 식으로든 범죄 수익과 연관됐을 것으로 의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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