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의 시

2007/08/04 01:17

 

    푸른 밤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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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친....

미친거다.

사실 미치게 하는 싯구는 솔직함에서 나올텐데.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우리모두가 시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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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무한한 연습 2007/08/04 03:52

    오- 기어이 여기서 이 시를 마주하는군요(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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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강철새잎 2007/08/07 21:11

    오랜만에 들러요.. ^^

    나희덕 시인의 시 '푸른 밤' 잘 읽고 가요~
    저도 시 하나 놓고갈게요~

    ---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 장석남 -

    죽은 꽃나무를 뽑아낸 일뿐인데
    그리고 꽃나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목이 말라 사이다를 한 컵 마시고는
    다시 그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잘못 꾼 꿈이 있었나?

    인젠 꽃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殘像들
    지나가는 바람이 잠시
    손금을 펴보던 모습이었을 뿐인데

    인제는 다시 안 올 길이었긴 하여도
    그런 길이었긴 하여도

    이런 날은 아픔이 낫는 것도 섭섭하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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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오징어땅콩 2007/08/09 19:49

    새잎/ 새잎님- 날씨도 더운데 어찌 잘 지내시는지요 요즘 근황을 알수가 없군요~ 공부하는거 잘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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