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의 눈동자와 빨치산문학

2009/09/28 03:31

 

 

 

 

 

우리집은 어린시절 상당히 엄격한 집안이어서 자식들은 외출도 tv시청도 아주 제한된 한도에

 

서만 할 수 있었다.  우리집은 드라마도 잘 보는 집이 아니었다.

 

그러니 드라마도 소수의 몇개만 보았는데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때 여명의 눈동자를

 

 아버지가 꽤 빼놓지 않고고 보았던거 같다.

 

 

 

그때 주인공이었던 채시라는 가냘프면서도 강인한 여성미가 있고  도시적인 느낌

 

을 주면서도 결코 부담스럽지않은 동그마한 윤곽에 오밀조밀하고 해사한 동양미도 가졌고,

 

또한 나이치고 연기도 꽤 하는 청춘스타 였었다. 

 

 

여명의 눈동자 전반부에는 주인공 여옥이가 정신대에 끌려가서 군인에게 처음으로 폭력적으로

 

당하고 절망하여 자살을 하기위해 도자기를 깨서 손목을 마구긋고 미친듯이 몸부림치며 비명지

 

르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나는  무언가 성적인 의미로 아주 수치스럽고 절망적인

 

일을 당한거라는 것은 알았지만  정확하게 일을 당했고 어떤 의미인줄 파악하지는 못했었다.

 

즉 그당시에는 구체적 역사적 사건이라고는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밖에 모르면

 

서도 왠지 그 처음시작할때 나오는 슬픈 단조의 피아노 반주와 역사에 휘말리는 주인공들의

 

처절한 생존의식에 매혹되어 어린 마음에 왠지 여운이 깊은 드라마로 남았었다.

 

 

 

 

그 후 세월이 많이 흘렀고  이제 여주인공 채시라는 예전처럼 해사한 청순미보다는  완벽주의

 

이미지의40대 중견연기파가 되었고  다른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로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 이후로 세상도 많이 변했다.  티비만 켜면 도무지 볼래야 볼수없는 막장드라마가

 

판치고 이데올로기를 소재로 삼은 드라마는 3공화국,4공화국, 광주항쟁, 해방전후까지 다 써먹

 

어서 더 이상 이제 정치드라마는 대세가 아니게되었다.

 

 

어느날 머리도 식힐겸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여명의 눈동자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  18년이 지났으니 나도 초등학교때와는 하늘과 땅만큼 세상보는 눈이 달라졌고,

 

그런 나의 시선으로 다시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리고 1회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은근히 사람 폐인 만들기 좋은 드라마인지,  단숨에 한 일주일동안 20여편을 보았다^^

 

다시 보아도 상당히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완성도가 있는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드라마를 촬영할 당시는 90,91년도 노태우 정권때이니 지금보다 한편으로는 표현의 자유가

 

더 허용되지않았고 반공적 공세도 강했지만 한편으로  민주 정부에

 

대한 열망이 높음과 동시에 근현대사에 대한 재평가와 이념적 담론도 무척풍부해지던 시기였다. 

 

 

 1.  원작과 드라마

 

 원래 여명의 눈동자는 원작이 있는데 그 작가는 김성종이라고 추리소설계의 대부격인

 

사람인데,사실 작품마다 일단 치정과 여자를 벗기는 것이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스탈이다.

 

여명의눈동자 원작도 토나올만큼쓸데없이외설적이고 등장인물의 캐릭터도 많이 다르다.

 

김성종 본인이 무척 반공적인

 

데다가그 원작을신문에 연재할 당시가 70년대였으니 더욱더 최대치를 나쁜 아주 비인간적인

 

괴뢰 공산당으로 그리고 장하림과 윤여옥이 결국 진정한 사랑인것처럼 그렸다.

 

(아무튼 과거에 마을문고에서 이 책을 보고 반가워 했다가 도저히 못보겠다 싶어서 던져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어쨌든 당시로서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군의 생체실험이나 정신대 문제

 

이념적 대립등을 로맨스와 잘 버무려서 스토리의 전개만큼은 짜임새있고 흥행요소가 많았는지

 

제작하려고 김종학 피디가 열심히 추진을 했고 송지나작가가 원작 캐릭터를 아주 많이 각색해서

 

드라마를잘 만들었다.  송지나 햏도 그때로 치면 386세대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으니 원작자의 관점이 당근 맘에 안들었을테고 김성종과 격하게 언쟁까지 하면서도

 

공산주의자인 최대치를 좀더 내면이 깊고 숨겨진 따스함이 있는, 그리고 일본군 학도병에서

 

팔로군, 마적,  빨치산에 이르는 그의 선택에 정당성을 부여하게끔 그렸다고 한다.  그리고 관계

 

의 중심도 대치와 여옥의 필연적인 사랑으로 기울게끔 하고 장하림에 대해서는 여옥이 다소

 

신뢰와 동지적 감정을 가진 은인과 애인의 중간쯤으로, 중심이 아닌 옆에선 위치에 서게끔

 

했다.

 

 

( 그러나  아무래도 드라마 관점의 한계상 남한쪽 입장을 가진 장하림을 신사적으로 부드러운

 

고뇌하는 지식인 타입으로 그리고 최대치를 거친 공산주의자로 그리다 보니 많은 사랑들이

 

하림- 여옥 커플을 지지하고 소수의 대치- 여옥 파가 있었다고 한다.)

 

 

 

 2. 애정이 가는 인물들

 

 

  (1) 최대치

 

 

 

 

 송지나 작가가 애정을 기울여서 다듬은 캐릭터라고, (성격은 작가 자신의 남편의 성격을 생각

 

하며 묘사했다나) 80년대의 최고 청춘스타였던 최재성이 그야말로 인물에 적합한 캐릭터로서

 

잘 연기했다. (본인은 연기력이 부족하다며 출연을 고사했지만, 제작진의 설득에 출연을

 

결심했고, 이출연을 계기로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됬다고 한다.)

 

 다이하드 저리가라 할 정도로 여러번의 죽음의 고비를 넘기는것이며, 일본군 팔로군 마적

 

 조선의용군 빨치산을 넘나드는 여러번의 지위설정이 다소 드라마틱하게만 보일수 있지만,

 

 어쨌든 초지일관으로 삶에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외면은 차갑지만 내면은 열정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사이판에서 아사직전에 사회주의자 김기문에게 구조된 이후로 공산주의자의 길을

 

 걷게 되지만, 드라마에서는 크나큰 신념이 있기보다는 약자로서 짓눌려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

 

에 '가장강한것' 이 살아남는다는 믿음으로 좌파세력이 된다. 

 

 

 무뚝뚝한 남자의 전형을 보여준

 

다고 해야 할까.  여옥을 학도병 시절 만난 이후로 늘상 삶의 목적으로 두게 되고  여옥도

 

하림보다는 대치를 택할수밖에 없도록 운명적인 인연을 맺지만, 하림과의 대결(?)에서 승리자

 

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불행할정도로 여옥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도 못하고

 

지리산에서 죽는 그 순간까지 여옥에 대한 회한과 슬픔만 갖는 쓸쓸한 최후를 맞는다.

 

 

아무튼 이 드라마 보고 최재성이 정말 기절할만큼 헉소리나게 멋있다는 것을 알았다.

 

별로 드라마 보고서 남 주인공에게 크게 감탄한적은 없는것 같은데... 음 난 아무래도

 

옛날 스타일을 좋아하나보다.

 

2000년대의 꽃미남들이 줄수 없는 중후하면서도 다듬어지지 않은듯 하면서도 차가운

 

 포스가 곁들여진 <그 당시의> 완벽한 모습이 지금의 <샤프함과는 거리가 먼> 최재성의

 

 모습도 좋게 보이게끔 한다. 음... 그러나 여명의 눈동자 이후에 찍은 영화들이 죄다 줄줄히

 

 망한 액션영화라서 젊은시절의 다양한 연기패턴을 구경하기 어렵다. 

 

 최명길과 함께 나온 영화 '장미빛 인생' 을 통해서만 아직 젊은 매력이 살아있는 연기를 확인했다.

 

 ('아담이 눈뜰때' 와 ' 시인과 도둑'  이라는 영활 무척보고 싶었으나 도대체 절대 구할길이

 

 없더라)

 

 

 

 

 

 

 (2) 김기문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하였다고 하나, 마땅한 근거는 없다.

 

국민당군대에서 팔로군 첩자로 활동을 하다가 대치를 발견, 사회주의

 

자의 길로 인도 한다. 단호하고 강인하지만 인간적이고,  파벌싸움에서 희생되더라도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고 항상 인민을 먼저 생각하는,  그 당시로서는 미디어에서 별로 보여준적없는

 

긍정적인 사회주의자의 면모를 보여준다.  민족주의적 독립운동가인 여옥의 아버지와 대립하여

 

죽일수밖에 없었던 전 날에,  연안 ( 그 당시에 공산주의자들의 근거지였다.) 에서 말없이 계속

 

담배를 피우던 장면이 그의 인간적인 고뇌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렇게 윤홍철(여옥 아버지) 를

 

죽인 것에 대해서 훗날 최대치에게 비통하게 고백한다.

 

 " 윤홍철 선생을 죽이고 나서 나는 울었네... 그 분을 존경하고 있었으니까...

 

 ............그렇지만 후회하지는 않아.  우리는 절대 후회를 해서는 안되네. 우리의 판단이 

 

 옳은지는훗날 후손들이 역사로 평가하면 되는 것이네"

 

 

 드라마에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해방후 김일성을 주축으로 한 파벌과 대립하였던 연안파

 

쪽이 아니었을까 추정된다.  평생 개고생 하다가 한자리 하지도 못하고 한국전쟁때 지리산에서

 

조용히, 정직하게 병사하는 결말이 수많은 그 당시의 사회주의자들의 최후를 보여주는 것 같다.

 

 

(3) 최대치 동료 일본인병사

 

 

 

 드라마 초반부에 나오는,  관동군의 최대치의 일본인 동료병사다.

 

 시종일관 겁이 많고 나약하지만  최대치를 무척 좋아하여 " 사까이~ (최대치 일본이름"

 

 하고 이것저것 맨날 수다를 떤다.

 

 버마에서 관동군이 미군에게 패배하여 고립되었을때 숲속에서 며칠씩 굶다가 결국 숨진다.

 

 " 전쟁이 끝나면.... 난 우동집을 열거야. 그때 사까이도 꼭 놀러와 "

 

 라는  대사와  미군이 버린 버터덩어리를 꿍쳐놓고 있다가 최대치에게 나눠 주면서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이 깜찍하다.

 

 

 (4) 성도 (사진 못찾음)

 

 

 나중에 모래시계에도 나오는, 비열한 인물로 잘 나오는 정성모가 연기하는데

 

 극우적 독립운동가의 측근으로 일하면서 독립운동을 하고,  해방후에는

 

우익 정치 집단의 일원으로 일하다가 북한에 미군정 스파이로 장하림과 함께

 

차출되었다가 발각되어 도망치다가 임진강변에서 죽는다.

 

 극렬한 반공주의적 성향을 갖고있고 동시에 해방전에는 심지굳은 독립운동가의 모습으로

 

나오다가 또 해방후에는 열심히 전평의 노동자들 때려잡는다.  그 모습이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모습일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직접 몽둥이 들고 때려잡는(?) 역할들은 돈주고 산

 

아래 똘마니들인 정치깡패들이 하지 않았을까, 싶은 의문점이 있다.

 

 그러나 어쨌든 그 역시 조선의 해방을 애닯게 열망해왔던것은 마찬가지라는 점을 작가는

 

보여주고 싶었는지,  마지막으로 임진강변에서 장하림의 품에 안겨서 숨지면서 하는대사가

 

 " 아직 해방이 안되었나?"  

 

 나름대로는 자신의 신념에 차서 조선독립에 평생을 바쳤지만 죽음에 한해서는 너덜너덜한

 

헝겊조각이강물에 떠내려가듯 그렇게 흔적없이 초라한 모습이기에 쓸쓸하다.

 

 

 

 

 (5) 윤홍철

 

 

 

 

 전라도 남원의 지주출신 독립운동가, 한마디로 김구 같은 정치성향을 지닌 민족주의적 독립

 

 운동가로 나온다.  공산주의 독립운동 세력과는 대립하고 극우 친미적인 노일영과도 썩 좋은

 

 관계는 아니지만 해방을 위해서는 일단 민족이 모두 단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최대치가 공산주의 테러집단에 가입하여 노일영 암살을 위하여 윤홍철에게 접근한다.

 

 최대치는  윤홍철은 여옥의 아버지이기에 그 역시 그를 이용한다는 것에 갈등한다. 

 

   

 홍철과 가까워진 후  내심 그의 사상적 혼란을 내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그것을 알수 있다.

 

 " 그런데 노일영같은 친미 자본가는 옳다고볼수 없지 않습니까? 자본주의 그거 자기만 잘살

 

  자고 하는거 아닙니까?"

 

 

 홍철은 그 질문에

 

 " 난 자네를 이미 사위, 아니 아들과 같이 생각하네.  아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져주길 바라네.

 

  나중에 내 자네에게 시간을 내어 맑스주의에 대한 나의 견해를 얘기해주겠네"

 

  하며 최대치의 손을 잡고 쓰다듬는다. 그는 외동딸의 정혼자라는 이유로 대치에게

 

  극도의 신뢰와 애정을 가지게 되고 노일영에게 대치를 소개해주게까지 된다.

 

 

  그러나 최대치는 결국 공산주의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 하고 노일영을 암살하고 홍철을 위한

 

 한약재만 사놓고 몰래 도망친다.  (이것으로 그는 스스로에 대한 인간적인 기대를 버리게

 

 된다.)

 

  충격받은 홍철은 대치를 찾아 연안까지 가지만 김기문은 조직이 우파에게 노출된 이상 그를

 

 그냥 돌려보낼수는 없기에 인민재판으로 생매장한다.

 

 

 

 그밖에도 매력적인 인물들이 더 있지만 팔이 아파서  생략....

 

 

 

 

 3.  재밌는 부분

 

  대치가 처음에 홍철에게 몰래접근하여 들통이 난 이후로 자신과 여옥과의 인연을 얘기하며

 

 " 죄송합니다. 저희는 정혼한 것이나 다름없는 .... 특별한 관계였습니다. "   하며 홍철에게

 

 거듭 죄송하다고 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당시로서는 아무리 전쟁판이라고 해도 나름 양반집 규수인 여옥과 혼전에 육체적으로 밀접한

 

 관계였다는 것을 장인되는 홍철에게 고백하는 것은 무척 죄송스런 일이었던것이 당연했을것이다.

 

 

  나중에 여옥도 연안까지 아버지를 찾아가서 아버지의 무덤앞에서

 

  " 아버지의 손자가 있어요... 허락도 없이 아이를 가져서 죄송해요..."

 

  하며 눈물을 흘린다. 

 

  세련된 신지식의 수혜자들로서 (이들은 그당시 고등교육을 받은 이들에다가 사회주의자이고

 

  미군스파이이다)

 

 급박한 정세  안에 있으면서도 가부장적 정조라는

 

 문제앞에서는 작아지는 모습들이 오히려 약간은 신선하고 재밌게(?) 보이기도 했다.

 

 

 

 

 

또한 그 드라마에서는 여옥이 여필종부 하는듯 보이지만 알고보면 대치없이도 혼자 잘 살고,

 

 그와 함께 할 수 없다고생각할때는  의존보다는 관계에 대한 자존심을 조용히 보여준다.

 

 대치는 여옥에게 겉으로만 센척하지만 알고보면 여옥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는 마음에 그녀에게 은근히 저자세를 보인다. 그를 마음약해지게 하는 것은 여옥과

 

아들, 두 존재 뿐이다.  심지어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여옥이 장하림의 집에 피신하여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에게 화내지 못한다.  여옥에게 어쨌거나 관계의 중심은 대치에게 있다고

 

할지라도 장하림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각별한 존재이이고 또한 자신이 없는 동안 여옥과

 

생존을 함께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보통 드라마의 삼각관계에서 나오

 

는 노골적으로 질투에 드러내는 장면은 나오지 않고 은근히 드러낸다.

 

 

 

 어쩌면 아내가 정말은 자신만을

 

사랑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그럴수도 있지만,  전쟁통이라고 해도 노골적으로  옛날애인을 

 

 돌봐주며 간호해주면서 남편보고 구해달라고  하는

 

( 한국전쟁 시작후 미군정출신인 장하림은 인민재판중에 구사일생으로 살

 

 아났지만 큰 부상을 입게되고, 공산군이 서울을 점령한 후 여옥을 찾아온 인민군 대장

 

 대치에게 여옥은 하림을 구해달라고 한다.)  아내를 받아들일수밖에 없는것이 재밌는 점이다. 

 

 

 늘상 이런식으로

 

 장하림과 얽힐수밖에 없는 상황속에서 대치는 여옥에게 화를 내지 못한다.

 

 두 남자 곁을 번갈아 오고갈수 밖에 없는 여옥도 이중플레이라기보다는 삶의 과정에서 두사람

 

모두를 놓을수 없는 관계를 맺을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휴머니티라고 보여졌기 때문에

 

 '이중플레이 싫어하는 우리나라 시청자들' 에게도 미움을 사지 않은것으로 알고 있다.

 

 

 4. 아쉬운 점

 

  엘리트 좋아하는 송지나가 써서 그런지 (사실 그 사람 잘못은 아니다. 원작이 원래 그런걸)

 

  주인공들이 사상을 대하는 방식도 매우 관념적이다.

 

  장하림은 해방후에 미군정에서 일을 계속하게 되고 심지어 북에 생존을 걸고 스파이로 간다음

 

  나중에는 빨치산 때려잡는 토벌군까지 하게 되지만,  항상 자신은

 

 명백한 입장이 없다하며 좌우 대립중 한쪽을 택할것을 강요하는 현실사이에서 고뇌한다.

 

 그당시 역사적 상황에서야 충분히 그런고뇌가 없을레야 없을수가 없었겠지만,

 

 결국 장하림이 최종적으로 취하는 입장들은 아주 일관성있게 하나의 흐름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그를 휴머니스트이자 중립적인 지식인으로 그린것이 이 드라마의 한계이다.

 

 

 

  

 

 

 

최대치는 휴머니스트가 아니라,  다소 무자비하지만 '알고보면'  인간적인 공산주의자로 그려

 

지는데,  열심히 공산주의에 인생을 투신하지만 그렇다고 인민을 별로 사랑하지는 않는다.

 

 

가장 강한 세력이 되어 설움을 당하며 살고 싶지 않아서 택했을 뿐이라는 대사가 여러번

 

나온다.  ( 어찌보면 모든것을 들춰내고 남은 솔직한 욕망의 밑바닥은 모든사람이 그런

 

형태를 띄고 있기는 마찬가지이겠지만.)

 

역사에 대해서주체적이지 못하고 어떤 선택을 해도 몸은 열심히 뛰고 있지만 그들의

 

선택은 체화된 것이 아닌 모습을 항상 보여준다.  실제로 장하림은 동경의대 출신 수재,

 

 최대치는 북경대학교 상과대학 출신으로 나오는데 여명의 눈동자나 모래시계나 그런식의

 

 주인공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이 항상 유사한 방식이다.  구조에 희생당한 인텔리인 주인공

 

 들이 항상 자신의 과거의 행보를 부정하면서  자신을 그렇게 만든 구조를 원망하며 제3자적

 

 시선을 취하는 틀거리는 이제 그만좀 써먹었으면 좋게다는 바램이 있다.

 

 

 박상원이 연기하는 장하림 역할은 실존인물을 모델로 했다고 하는데 (태백산맥 김범우도

 

 같은이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 사람은 장하림같은 행보를 걸은 사람은

 

 아니었고,  미군정에서 잠깐 일하다가 후에는 조용히 학교 선생하고 글쓰며 살았다고 한다.

 

 아마도 대치와의 대결구도를 살리고 어느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내지는

 

드라마라는 한계 + 작가와 원작자의 한계 때문에 드라마 캐릭터가 그리 된 것 같다.

 

 

 

 

  

 

 아뭏든 그리해서 여명의 눈동자를 보고나니,  재밌고 인상에 남는 장면이  여기에는 다 열거

 

 할수 없을정도로 많았고,  어느정도 한계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로서는 정말 영향력

 

 있었던 드라마였다는 것이 충분히 인정됬다.

 

 

 

 

 이렇게 드라마를 보고나니 빨치산과 그 활동 상황에 대해서 잘 알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관련된 소설을 찾아보니 대하소설은 조정래의 태백산맥, 이병주의

 

 지리산, 이태의 남부군 세가지가 있었고 조정래의 아리랑도 해방후 얘기지만 초반에는

 

빨치산의 후손 얘기를 약간 다룬다. 이보다 좀더 실화적인 논픽션의 성격을 띈 전직

 

빨치산의 소설 정관호의 ' 남도 빨치산' 이라는 소설도 있고 아무튼 꽤 있었다.  태백산맥은

 

옛날에 본데다가 조정래가 훌륭하기는 하지만 사실 책 한 질을 다보면 그  사람

 

특유의 문체와 흐름에 살짝 질리는 면도 있고하여 아리랑을 썩 보고 싶진 않고 지리산은

 

무척 재밌다고는 하지만 약간 걸리는 면도 있고 남부군은 영화로 보고나니

 

그사람 소설을 꼭 보고싶지는 않아졌다. 

 

 

그러다가 정지아의 ' 빨치산의 딸들' 이라는 책을 찾게되었다.

 

작가 정지아의 부모님은 실제로 두분다 빨치산이었고, 그들의 딸들로 살아온 작가 본인만의

 

생생한 고뇌와 예민한 감성이 살아있는 작품일것 같아서 일단 1권 구입했는데 잠잘때마다

 

조금씩 읽어보려고 한다.

 

(정지아가 25살때 쓴 작품이라 한다. 아픔이 인간을 빨리 성숙시키는지.)

 

 

 

 

연애소설보다는 역사서나 혁명가 관련 소설이나 영화를보면서 

 

 읽으면서 느끼는 감동과 재미가 한편으로는

 

묘하게 불편한 느낌을 준다.   단조로운

 

현실이 주는 무기력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박진감넘치고 처절한 삶을 살았던 그들의 삶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그저 그것을 통해 낭만을 소비하고자 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당장 총에맞아 죽을 것이 두려웠던 그들이나,  생존을

 

 거는 긴박감보다는물흐르듯  참을성을 갖고 견뎌야 하는 평범한 인간들이나, 

 

결국 낭만이필요한것은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모든 인간들에게  총을들고 사생결단해야 하는

 

비장함이 늘상필요하진 않겠지만 대신 지난한 현실이 끊임없이 자신을 장악하려고 넘실

 

댈때 그 파도를 유연하게 타고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낭만이 어디에서나 필요한거다.

 

 

아무튼 과거의 인간들에게는 견디기 어려웠던 순간들을 드라마를 보면서 또다시

 

생존의지를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되새김질 하고 있다니 이야말로 아이러니가 아닌가.

 

 

마지막으로 십수년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그 장면

 

.

 

 (개인적으로는 이보다 후반부에 나오는 제주도에서의,  생존에 지친 애환을  드러낸 안타까운

 

 애정신이 더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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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뎡야 2009/09/29 18:26

    우와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저도 보고 싶네요;ㅁ;
    대치x여옥이 대세라고 기억했는데 아니군요...-ㅁ- 전 여옥이 계단에 떨어진 피를 닦던 거랑 철조망 키스신밖에 생각이 안 나요. 아 최대치가 뱀 뜯어먹던 거랑..; 너무 어릴 때봤는데 정말 다시 보고싶네욘욘

    perm. |  mod/del. |  reply.
  2. 하루 2009/09/29 19:47

    저도 이거 엄청 좋아했었는데 많이 못 보았어요.그 때 고등학생이라 야자가늦게 끝나서... 음악도 너무 좋았는데. 그런데 글이 더 재미있네요 ^^

    perm. |  mod/del. |  reply.
  3. laron 2009/09/30 18:28

    '염병할 눈동자'라고 제작비의 압박이 MBC를 굉장히 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담이 눈뜰때'는 정말 비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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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행인 2009/09/30 21:45

    회를 거듭할 수록 연기력이 일취월장하던 최재성이 기억나네요. 하...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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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희망주의자 2009/10/01 19:33

    요 며칠간 다시본 드라마입니다...정리를 잘하셨네요...전 최대치 부분만 나오면..왠지 마음이 아프고 불편해서 스킵 했습니다..정면으로 보기에 너무 안쓰럽다고 해야 할까요...그리고 제가 가장 관심을가지고 본 인물은 장하림이라.. 매력적이라기 보단 편안한 느낌의 인물..좀더 감정 이입이 쉬운 인물...이라 해야 할까요..? 아무튼 잘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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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오징어땅콩 2009/10/04 10:34

    덩야/ 저도 대치와 여옥이 대세라고 생각했는데 장하림이 여옥과 결혼할뻔 했을때 대치가 나타나서 사람들이 대치를 막원망했대요ㅋ 다시봐도 안촌스럽고 괜찮더라고요~

    하루/ 여명의 눈동자가 10시가까이에 시작한것 같은데 야자가 그때까지 안끝나다니...(전 야자를 안해봐서)근데 하루님께서 그때 고등학생이셨다니 왠지 그것도 낭만(?)적이네요~

    laron/ 아담이 눈뜰때는 최재성이 연기 잘 못했다고 들었어요 원래 고뇌하는 섬세한 역할은 잘 못하는데다가 내용도 난해해서... 그냥 큰 기대 안갖고 한번 볼라고 했는데 중고비디오 판매상에조차 없더라고요.

    행인/ 초반에는약간 책읽는듯이 대사를하다가 나중에는 몸에 익은 듯한 연기를 하더라고요. 몰랐는데 그 전까지는 썩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아니었다고 해요. 진짜 배우는 능력보다도 작품선택도 중요한거 같아요.

    희망주의자/ '다모'나 '발리에서 생긴일'만 폐인이 있는줄 알았는데 여명의 눈동자도 은근히 폐인이 있더라고요. 저보다는좀 연령이 있으신 분들이 더 가슴아리게 보셨던거 같은데 아마 나이가 들수록 그 마음이 아프고 불편한것이 더 와닿을거 같아요. 장하림은 은근히 얄미웠지만 존재에 충실했던 인물로 느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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