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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2
    후배들에게는 차가운 시멘트바닥 물려주지 않을겁니다(6)
    88캐디는 투쟁중

후배들에게는 차가운 시멘트바닥 물려주지 않을겁니다

윤금순조합원
- 선배가 후배에게 보내는 글 -
생계를 위해, 어린 자식을 위해, 이 일터에서 하루빨리 일하기를 바라며 열심히 투쟁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이 글을 올립니다.
20년 전, 자고 있는 여자 아이는 머리를 곱게 땋아놓고 남자아이는 내일 입을 옷을 입혀놓은 채 잠을 재우고 두 남매의 도시락을 챙겨놓은 뒤 새벽 찬바람을 맞으며 88에서 일한 지 어느덧 20년 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어머니란 명찰을 달고 떳떳한 어머니가 되기 위해 앞만 보고 열심히 일하며 최선을 다해 근무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대가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채 새벽에 출근했더니 출장유보라는 딱지를 붙여서 엄동설한에 아무런 통보 없이 찬 시멘트 바닥에 내동댕이쳐질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서럽고 분노에 차서 가끔은 눈물도 납니다. 그래도 넋 놓고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후배들이 눈앞에서 아른거려 또 다시 다짐하고 오늘도 열심히 투쟁합니다.
전국 골프장에서 근로조건이 제일 좋고, 정년이 보장되어 있다는 소문을 듣고 88골프장을 선택한 후배들의 어린 자식들이 다 클 때까지 이 일터에서 안정되게 근무하기를 바랍니다.
길거리로 내몰렸지만 선배와 함께 노동조합을 지키겠다며 어린 아이의 손목을 잡고 추운 날씨에도 투쟁하러 나오는 후배를 보며 가슴에 피멍이 드는 심정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꿋꿋히 큰 언니 역할을 해주는 것뿐입니다.
내가 이 일터를 떠날 때 그 후에 적어도 단협에 찍힌 정년만이라도 보장되기를 바라며 후배들의 자녀들이 예쁘게 자라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이 일터에서 모든 동지들이 희망을 꿈꾸고 이 땅의 모든 모성보호를 위해 이 싸움이 헛되지 않게 승리의 깃발을 올릴 때까지 후배들과 끝까지 투쟁할 것이고 함께할 것입니다. 동지 여러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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