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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삼촌이 된 나, 야쓰모도

  • 등록일
    2008/01/21 08:58
  • 수정일
    2008/01/21 08:58
 

< 졸지에 삼촌이 된 나, 야쓰모도 >


이삼술씨는 일본식 이름으로는 이와모도라 불린다. 고도부끼에서 불법 체류하며 산지는 5년째. 동남아 출신의 역시 불법 체류자 신분인 여자와 현재 동거 생활중이다. 애도 하나 낳아 키우고 있다. 꼬마의 姓은 아버지 국적을 따라 한국 이름을 쓰고 있다. 그의 정식 아내는 아닌 동거녀는 말레이시아 출신으로 제법 곱상하고, 몸매도 시원스레 잘빠진 편, 이곳 고도부끼의 한 식당에 허드렛일을 나가고 있다. 그들의 사랑이, 동거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고도부끼에는 여러 각국, 주로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 필리핀,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등으로부터 중국, 한국에까지 여러 국적의 불법 체류자들로 득시글댄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일본당국에서 모르고 있기야 하겠는가? 하지만 여기에 있는 불체자들을 당장에 모두 추방시켜 버린다면 요코하마 일대의 부두 업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를 터이니 어쩔 수 없다. 게다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윤택해진 일본인들 3D 업종에서 몸을 빼려고 하니 그 부족한 인력을 외국에서라도 수입해서라도 메꾸어야 하는 상황이니 그들로써는 값싼 임금으로 노동자들을 쓰는 셈이니 사실 꿩 먹고 알 먹고 인 셈 일 것이다. 이 정도로 해서 일단 고도부끼에 대한 배경 설명은 넘어가기로 하고 이와모도 아저씨의 러브스토리를 들어보기로 하자.


그러니까 서른 일곱의 한국인 이삼술씨와 말레이지아 출신의 방년 스물 다섯의 여자-사실 그녀의 이름은 생소한 외국이름이라 까먹었다-가 맺어지게 된 전말은 이러하다.

이곳 고도부끼에서 처음으로 일을 했던 날, 이와모도 아저씨와 같은 조가 되어 일을 하게 되었다. 그 날 비가 추적추적 오는 바람에 한 삼십분 정도 배에서 냉동 연어박스를 내리다 일은 중단되고, 아이고 지화자! 좋을시고 점심 도시락 나온 거 일찌감치 까먹고 봉고안은 포커판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나, 야쓰모도는 이와모도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물론 그 날 하루치의 일당은 다 받았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입에서 지화자 소리가 나온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일단 차에 타서 일터에만 도착하면 그날 하루치의 일당은 무조건 나오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 날 그가 자기가 기거하는 여관으로 놀러오라고 해서 저녁에 한잔하기로 약속, 그의 방으로 찾아갔다. 방문을 두드리고“저예요.” 하자 웬 까무잡잡한 피부의 여자가 문을 열어주는 것 아닌가! 사실 이런 경우는 처음 당하는 일이라 조금 놀라긴 했지만 꾸벅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대뜸 아저씨 계면쩍어하는 모습에 웃으며...

“미리 귀뜸 해주지 않아 미안. 내 아내일세 예쁘지!” 

방 한구석에는 세 네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애가 자고 있다. 이와모도 아저씨가 “손님 오셨으니까 인사해야지.” 하고  깨우니,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서는 고개짓을 한다. 그 애를 끌어안으며 이와모도 아저씨 왈.

“이 녀석은 내 아들 영수, 그래도 순 한국식 이름지어 붙여주었다고.” 

“영수, 이영수. 귀엽지.” 

꼬마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어주며 흡족한 표정으로 그의 아내를 쳐다본다. 여자의 활짝 웃고 있는 입이 함지박만하다. 그들 식구와 저녁을 같이 하고 술도 조금 마셨다. 이와모도 아저씨 술이 몇 잔 들어가자 근질근질 거렸던 나, 야쓰모도의 궁금증을 가볍게 긁어 해결해준다.

“저 여자는 오빠와 같이 이곳에 일하러 왔었지. 바로 내 옆방에서 기거하고 있었다고. 그런데 어느 날부터 방문 앞 늘 보기 좋게 나란히 놓여있던 남녀 한 쌍의 신발 두 켤레 중 남자 신발 한 켤레가 보이지 않더라구. 한 일주일이 지나니까 슬슬 궁금해지더라구. 그래서 그 오빠라는 친구가 일하러 나가는 용역회사 십장한테 물어보았지. 들어본즉 그 친구 운전하다 사고를 내 제꺽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다 하더라구. 그리고 어느날 인가부터 그 친구 동생인 여자가 며칠 일도 안나가고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더라구. 그건 그 여자 신발이 하루 웬 종일 방문 앞에 그대로 놓여있는 것을 보고 알았지. 그때 일도 별로 없었던 때였어. 어느 날 나도 일을 못나가 그저 방에서 TV 보다 자다 시간 죽이고 있는데 변소조차 안가고 인기척도 거의 내지 않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방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지. 아니나 다를까 몸져 드러누워 있더라구. 몸이 영 말이 아니기에 며칠 먹을 것도 좀 챙겨주고, 병간호도 해주고 하다보니 정이 들더라구. 그러다가 자연스레 합치게 되었지. 오빠는 형기를 마치자마자 바로 본국으로 추방되었어. 저 TV위에 놓여진 사진, 저속에 친구 보이지 바로 저 친구가 내 처남일세. 참 잘 생겼지. 자네 자주 타고 나가는 똥차 운전사 다나까 마누라는 아마 한국 여자라고 하지? 그래도 내가 그 친구보다는 재주가 좋지. 처녀 장가 들었으니까.” 

운전사 다나까상의 아내는 고도부끼 한 모퉁이 술집에서 일하던 호스티스였었다고 들었다. 이와모도 아저씨가 애한테 말을 시킨다.


“자 얘야 이리 온. 이 아저씨는 이제부터, 니 삼촌이다. 자 삼촌이라고 불러봐.” 

꼬마가 조그마한 입을 오물거리며 말하는 앙증맞은 소리.

“삼추-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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