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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별식, 모밀국수 만들어 먹기

아 내가 이러고 있을때가 아닌데...왜 쓸 글만 많아지면, 혹 마감이 다가오면 딴 짓이 이렇게 하고 싶을까 ㅠㅠ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도대체 왜 이런지 몰라(이 부분은 나훈아의 갈무리 음악에 맞춰 읽도록)

 

여름 되면 입 맛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요즘 이상하게 난 입맛이 좋아져서 약 3kg 정도 쪘다. 오늘 저녁에도 막 입맛이 좋아질려고 그랬는데 최근 부산 갔다가 새로 사온 반바지를 집에서 입고 있는데 다행이 이 옷이 꼭 맞아서 좀만 배가 부르면 불편하다. 그래서 이 바지는 식욕억제의 효과도 가지고 있다. 배불러 옷 작아 불편한것 처럼 짜증나는 일이 세상엔 별로 없잖아..

 

서설이 길었는데 앞서 말했듯 여름이면 입맛이 없어지기 마련이고 그래서 별식을 많이 먹기 마련이다. 원래 겨울 음식이지만 여름에 더 잘팔리는 냉면, 주로 냉방병 걸릴 만큼 빡시게 에어컨 틀어놓은 식당에서 파는 삼계탕등이 그런 예일테다. 팥빙수 등속도 마찬가지고...

 

난 여름엔  건 콩국수, 수제비, 밀면, 칼국수, 모밀국수(메밀국수가 맞는지 모밀국수가 맞는진 잘 모르겠다) 등 밀가루 음식을 즐겨 먹는다. 앗 모밀국수는 메밀가루 음식이로군--;;

 

근데 일단 밀면은 서울에 안파니까 먹을 수가 없다. 해먹기도 쉽지 않은 음식이잖아. 냉소면하고 밀면은 전혀 다른 음식이고..그리고 칼국수, 요즘 칼국수 맞나게 하는 집 찾기 힘들다. 세숫대야만한 그릇에 바지락이랑 끓여서 파는 곳은 많던데 그야말로 옛날식 칼국수를 파는 곳은 찾기 힘들다. 사골국물 칼국수도 여름엔 별로다 너무 묵직한 느낌이 오거든..가벼운 멸치 육수에다 전분이 너무 빠져나오지 않게 끓여 뻑뻑하지 않은데다가 계란 지단, 애호박 채, 홍고추, 풋고추 그리고 양념간장 얹어져서 가벼운 맛으로 먹는 그런 칼국수가 여름에 제격이다.

 

그나마 집에서 해먹기 편한건 수제비랑, 모밀국수인데 둘 중에 뭘 해먹을까 좀 고민했다, 오늘 저녁에. 혼자 밀가루 반죽하기 귀찮다, 귀찮음에도 불구하고 반죽을 할까 생각했지만 1인분만 반죽하기엔 내 노동력이 아깝다는등의 이유로 칼국수는 패스 하고 모밀국수로 메뉴를 정했다.

 

그래서 일단 시장으로 갔지...여러 종류의 메밀면을 살피다가 500g 짜리를 샀다. 값은 2,400원. 더 싼게 있었지만 한 번 먹을건데 비싼게 더 낫다는 생각으로 그냥 샀다. 그리고 무우를 하나 샀고, 가쓰오부시, 표고 버섯등등을 사서 쯔유(간장 비스름하게 생긴 모밀국수 소스를 쯔유라 한다)를 우릴까 하다가......그냥 희석시켜 먹는 가쓰오부시액상 스프를 샀다. 땀 흘리며 다시마, 멸치, 가쓰오부시 우려서 다싯물 낸다 생각하니 우웩.

 

집에 와서 간만에 강판을 찾아보니 쇠 강판이 아니라 프라스틱 강판이라 사과 같은건 갈리지 싶은데 무우 갈긴 좀 무리 더라. 그래서 이 약한 할머니들 숫가락으로 사과 갈아잡숫등 숫가락으로 무우 갈다가 팔이 너무 아프고 그렇다고 박준형 처럼 이빨로 갈 수 도 없고 흑흑 숫가락과 프라스틱 강판으로 무우를 갈았다. 근데 이것도 일인분으로는 넘 양이 많았어...

 

여튼 가쓰오부시 소스를 물에 희석하고 식초 약간을 넣어 쯔유를 만들어 냉동실에 넣었다. 간 무우, 김 부스러뜨린 것, 스몰다이징한 파, 참기름 아주 약간, 깨, 겨자는 따로 준비하고 모밀 국수를 삶아 찬 물에 헹궜다.

 

국수를 다 쓸까 말까 갈등하다가 일단 다썼음. 소면이랑 달라서 보관하기도 힘들고 칼로리도 작은 모밀 국수인데 다 먹을 수 있겠지 하는 마음에..그런데 그런데 삶아 보니 더 양이 많아지는거 아닌가 양 많은 사람 3명 양 작은 사람은 5명도 먹겠더라.

 

그래도 한 참 때는 판모밀 몇 판 씩 먹었던 가락을 생각하며(보통 모밀국수 2판이 일인분이다. )일단 삶아서 찬 물에 헹궜다. 몇 가닥을 집어 먹어 보니 전문점 맛은 아니지만 김밥도 팔고 만두도 파는 그런 집보다 훨 맛나더라.

 

히야시 된 모밀국수 소스를 냉동실에서 꺼내고 간 무우, 김, 스몰다이징한 파등을 넣고 모밀국수를 꺼내 적셔서 얌냠...

 

사실 맛은 있었다. 근데 조금 먹다 보니 맛이 없더라. (그래도 식당 모밀국수 일인분은 먹었을껄) 혼자 먹어서 그런걸까? 배가 불러서 그런걸까? 그리 배부르단 느낌은 없었고 맛도 꽤 괜찮았는데 갑자기 짜증이 나면서 먹기 싫어지더라. 갖가지 재료 사서 쯔유 만들지 않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만 들고..

 

왜 그랬을까? 먹일 사람이 없어서? 심지어 사무실에다가 식사 당번 제도 폐지하고 그냥 내가 맨날 밥 한다고 말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잠깐 했다.

 

요새 안 그래도 귀찮아서 잘 안 해먹고, 배도 고픈데다가 먹고 싶은 것도 있어 신나는 마음으로 만들었는데 막상 먹을라니까 짜증났다. 도대체 왜??? 지금까진 설겆이가 제일 귀찮고 그 다음은 먹고 싶은거 만드는게 귀찮고 먹는건 신났는데 갑자기 내가 만든 음식 먹는게 귀찮아 지다니.  배가 덜 고파서 그런것이란 말인가? 

 

 


 

그릇만 다르다 뿐이지, 거의 이 모양으로 해서 만들어 먹었다. 칠기그릇이랑 모밀판이 없어서 짜증났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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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까진 아니지만 명불허전은 결코...

날짜를 보니 이 카테고리에 글을 쓴게 거의 5개월이 다 되간다! 그간 밥도 먹고 면도 먹고 술도 먹었건만...그 동안 몇 군데 맘에 드는 밥 or 술집도 발굴했건만 전혀 소개도 못했다. 그리고 그간 우리 사무실 식사 정책에도 변화가 있었네.

 

어제는 삼각지 원대구탕 집에 사무실 사람들이랑 갔더랬다. 항상 그랬듯이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렸고 번호표까지 받아 기다리다 겨우 자리를 잡고 먹었다. 난 이 집에 세번인가 네번인가 가봤다. 아주 옛날꺼까지 치면 더 늘어날런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올 해 들어서 네번 가 본 듯 싶다. 이 집은 티비 음식 프로에도 단골로 나오는 집인데(사실 이 집 예전에 뉴스에  나온 적도 있다. 아주 맛이 좋아서? 그건 아니고 수입 명태 내장을 대구 내장이라고 속여 팔다가 걸려서 뉴스에 나왔지. 머 명태 내장이 대구 내장보다 좀 떨어지긴 하지만 못 먹는 것도 아니고 그닥 큰 이슈는 못 됐던 걸로 안다. 아마 이 식당의 스타일과도 관련이 있을테다. 비싼 고급식당이면 타격이 컸겠지만 당시 오천원, 요새 육천원 하는 식당이니 무슨 공업용 쇠가죽으로 육개장 만든 것도 아니고 명태 내장을 대구로 속여 쓴건데..)

 

그런데 여기서만 그런게 아니라 딴데도 마찬가지지만 이 집, 내 판단엔 그리 뛰어나진 않다. 그렇다고 개 꽝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그냥 꽤 먹을만 한 정도...내가 억지로 거기까지 가서 6천원내고 사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 쪽 동네에 약속이 있다던가 누가 가자고 하면 따라갈 정도는 된다는거. 머 내가 삼각지 께서 일한다면 아마 자주 갈 정도도 될거다.

 

이 집에는 대구탕, 내장탕, 지리 이렇게 판다. 근데 대구탕만 먹어봤다. 내장탕은 같은 육수에 끓일테니 안 먹어봐도 그 맛은 알 수 있는데 지리는 안 먹어봤다. 장점은 제외하고 단점만 이야기 해보자면, 미나리를 다른 야채및 대구하고 같이 끓이니까 너무 빨리 익는다. 끓기 전에 미나리만 먼저 건져 먹을 수도 있긴 하지만 너무 부글부글 끓어서 건져 먹기도 불편하다. 거품도 넘치고.. 예컨데 복국집의 경우, 미나리를 나중에 넣는다. 그러니까 향도 살아있고 살짝 데쳐진 미나리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느데 여기 미나린 너무 익어 쓰다.

 

좀 더 헐뜯어 보자면 양념을 너무 많이 써 맛이 텁텁하다는거, 고춧가루의 질이 떨어진다던가 마늘을 너무 많이 넣은게 틀림없다. 게다가 내 생각엔 조미료도 들어가는것 같다. 이에 비해 서린동  에스케이 본사(요즘 새로 생긴 에스케이텔레콤 사옥 말고) 옆에 있는 대구탕집(여기 이름은 모르겠다. 목조 계단을 통해 올라가는 이층에 있는 식당인데 딱 대구탕만 판다. 점심땐 줄 서야 된다) 집은 지리는 아니지만 맑은 맛을 낸다. 무우, 콩나물, 대구의 맛이 딱 살아있단게지. 고춧가루가 풀려 있지만 맑고 개운한 맛과 고춧가루 맛이 따로 놀지 않으면서도 각각 살아있다.

 

서린동 대구탕집은 거기서 반주 하는 사람도 거의 없으니 그냥 스텐 대접에 담아주고 삼각지 식당은 술 손님도 꽤 많으니 각자 자리에서 가스불로 끓여 먹게 돼있다. 그런데 서린동 스타일이면 서빙이 좀 후져도 상관 없다. 알아서 먹고 알아서 가는거니까 근데 여긴 불도 조절해주고 초벌 끓으면 뒤섞어주기도 하고 밥도 볶아주니 서빙이 아주 친절할 필요는 없지만 세심하긴 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란 말이지. 하긴 뭐 안 그래도 알아서 장사 잘 되니 뭐 그리 신경쓰겠냐만, 그래도 밥장사는 그런게 아니자나...뭐랄까 장인정신 같은게 아우라로 작용하는게 밥장사란 업종의 특징 아닌가?  좀 더 완벽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너무 물정 모르는 소리 하는 건가?) 

 

게다가 이 식당에 또 한 가지 웃기는 점은...다른 식당들 처럼 자기네 가게가 나온 방송화면을 캡춰해 식당 벽에 도배를 해놓았는데 이층 안 쪽방 벽은 에스비에스 아침프로에 장면으로 짐작되는데 그 화면 하단에 자막으로 나온 짧은 뉴스들 내용이 아주 웃기다는거 예컨데 이런 식이다. '영국, 또 광우병 환자 발생' '어젯밤에도 보라매 공원에 연쇄 살인, 구멍뚫린 치안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아 참, 난 어제 속이 안 좋아서 대구탕 손도 안댔는데 같이 간 식구들한테 몇가지 갈켜줬다. 나야 어릴적 부터 어패류는 별의 별 것 다 먹어봤고 지금도 좋아하고 꼭 어패류 아니라도 각종 특수부위를 잘 먹는 편이고 신기한게 있으면 먹어보고 궁금증이 많아 그게 뭐지 다시 알아보는 편이라 이런 쪽 지식이 강한 편이기도 하고 난 못먹는데 맛나게 먹는게 약간 배아프기도 하고 해서 ㅋㅋ

 

곤 혹은 고니 좀 더 유식한 말로는 이리 라고 하는건데 (라면 처럼 꼬불꼬불하게 생긴 하얀거, 창자로 알고 먹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게 뭔지사람들한테 갈켜줬다. 뭐냐 하면 뭐긴 뭐야 '정소'지 정소는 또 뭐냐 난소 정소 할때 바로 그거. 내 옆에 있던 영상활동가가 좀 찝찝해 하길래. '난소나 정소나 그게 그거니 뭐 다를게 있냐, 명란젓은 명태의 난소고 계란도 알고 보면 닭의 난소나 다를바 없지 않냐' 고 말해줬다. 근데 진짜 좀 찝찝한가ㅋㅋ 알고보면 고니는 단백질 덩어린데...앗 그러고 보니 나도 태'곤'이군. 설마 큰 단백질???


원대구탕집의 대구탕 모습, 하얗고 꼬불꼬불한게 '고니' 혹은 '곤' 혹은 '대구 이리'다. 반이 쪼개진 모습의 덩어리는 대구 간. 간 맛은 다른 짐승의 익힌 간 맛이 그렇듯이 씁쓸하고 진한 맛이다. 흔히들 어른의 맛이라 하는 그런 맛. 그래도 육상동물 간 보다  훨씬 부드러운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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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상하다..

어제 밤부터 약간 그랬는데 오늘 점점 증상이 심해지고 있다. 몸에서 열이 확확 난다. 감기 걸릴때 나는 열 같은 건 아니고 뭐랄까...무협지 같은데 보면 산삼을 먹고 난 이후 온 몸에서 열이나는게 묘사 되어있는데 꼭 그런 기분이다.

 

팔도 그렇고 다리도 그렇다. 배만 안 뜨겁네...자꾸 목 마르고, 입술도 하얗게 탔다--;; 다른 증상은 전혀 없어서 몸살이나 감기 같은건 아닌것 같구..내일 되면 나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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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오니

부산에 왔다. 밤기차를 타고...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밤기차의 낭만이란........................꽝이다!!

 

다섯시간 남짓 기차를 타는 동안 주리난장을 틀었다. 그래도 집에 오랜간만에 오니까 참 좋다. 외국영화에 나오는 것 처럼 엄마 아부지랑 허깅도 한 판씩 하고 ㅋㅋ 집 밥도 먹고 여차측하면 내가 저녁밥 할 분위기지만 저녁에는 친구 만나러 나가야 된다네^^

 

학교 졸업하곤 도로 부산으로 내려와서 쭉 지내는 친구랑(이 넘은 경찰이라....먼 문제 있을때만 전화해서 상담하곤 한다) 만나기로 했는데 누가 내 친구 아니랄까봐 대뜸 '니가 사나'하고 묻는다. 물론 나는 버럭 화를 내며 "아니 '사'짜 들어가는 친구랑 만나는데 내가 왜 술을 사?"하고 반문했다.  다시 그 넘은 "'사'짜라니 누가 '사'짠데 "하고 되묻더라. 나는 "니가 '사'짜지 순사, 사로 끝나잖아' 하고 대답해줬다.

 

어허 엄마랑 아부지랑 싸운다. 아무것도 아닌걸로...점심 먹으러 온 외할머니도 있는데..엄마가 '이런 거 블로그에 다 써라'고 주문하시네..난 착한 아들이니 엄마 말대로 이렇게 쓸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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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

써야할 글들이 거의 목구멍까지 차 있다. 사실 글 쓰는걸 그리 힘들어 하지 않고, 즐기기 까지 하는 스타일인지라(그러니까 이런 일 하고 있지) 한 이 삼일 바짝 땡기면 글들의 교통체증이 그나마 좀 해소가 될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주간지도 아니고 월간지도 아니고 일간지 개념(어떤 사람은 인터넷 신문은 초(秒)간지라 하더라만)의 매체에서 일하는 지라 웬만한 글들은 빨리 빨리 못 써내면 밸류가 확 떨어져 버린다. 취재 해놓은 거 글로 풀어야 되는게 보자 하나아, 두울, 세 엣 정도?

 

기획물 중에 바로 걸려 있는게 하나아 두울 정도..그리고 기획 해놓은거 계획대로 나간다고 감안할 때 해야 하는게 하나아 두울 세엣 네엣...흑 모르겠다 이건 ㅠㅠ

 

엇그제 서로 잘 아는 후배랑 간만에 오붓하게 만나서 푸념도 늘어놓고 사는 이야기도 하고 남한테 못할 이야기들도 하고 그랬다. 그 넘이 내 블로그에 대해 말하길 '용두사미의 극치를 달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더라 ㅋㅋ 그러면서 참세상에 대한 주문은 어찌 또 그리 많은지...

 

그렇게 말하는 지야 사는게 헐렁하니까(누구의 삶인들 헐렁할 수 있으랴만 직접적 노동강도가 약하단 이야기) 지 블로그에 온갖 정성을 쏟는게지..

 

근데 나도 블로그에 쓸 말 참 많은데 웃기게도 '시간과 여유가 없다'(난 사실 시간 없어서 책 못 읽는다 글 못 쓴다라는 사람을 제일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중학교 때 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국어 교과서에 김태길이라는 늙은 주류 철학자의 '글을 쓴다는 것' 이라는 수필이 실렸던 것 같다. 미셀러니로 분류하기도 좀 그렇고 에세이로 분류하기도 좀 그랬는데 국어 선생님이 뭐로 분류했던진 기억에 없다.

 

이 양반 학술원 회장 까지 해먹고 박종홍 처럼 국민교육헌장을 만들 정도로 권력에 영합한 사람은 아니지만 나름 한 인생을 잘 산 주류 철학자인데(웃기지 한국에선 김형석, 박종홍, 김태길 이런 사람이 철학자의 표상이었었더랬다. 하긴 박종홍은 학술적 업적은 좀 있긴 있는 것 같긴 했다만) '글을 쓴다는 것'이라는 글도 사실 묘한 유교 이데올로기와 자아 성찰강박이 결합된 구닥다리식의 재미 없는 글이 었는데 (구양수의 삼다, 다독 다작 다상량 론의 업그레이드 버젼 정도?) 그런데 요즘 그 글이 자꾸 생각의 이빨에 씹힌다.

 

'글을 쓴다는 것은 본시 저속한 이해관계와 상관없는 풍류가들의 예술' 운운하는 씨알도 안먹히는 구절이 대종이지만 글 빚의 무서움을 지적하며 '이제 글을 씀으로써 자아가 안으로 정돈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밖으로 흐트러짐을 깨닫는다. 안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생각을 정열에 못 이겨 종이 위에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괴지 않은 생각을 밖으로부터의 압력에 눌려 짜낸다. 자연히 글의 질이 떨어진다' 라는 구절은 꽤 생각 꺼리를 많이 던져 준다.

 

특히 '글이란 체험과 사색의 기록이어야 한다' '암탉의 배를 가르고, 생기다만 알을 꺼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따라서 한동안 붓두껍을 덮어 두는 것이 때로는 극히 필요하다. 하고 싶은 말이 안으로부터 넘쳐흐를 때, 그 때에 비로소 붓을 들어야 한다' 같은 구절은 아주 좋다.

 

물론 나는 글 쓴느 것이 직업이자 활동인 사람이다. 또한 이 세상에 터져나오는 일들이 아주 많아서 취재, 보도 행위라는 암탉의 알은 넘쳐날 지경이다--;; 감당 못할 정도로...

 

칼럼니스트가 아닐 진데 기사 글에 관련되어선 김태길 할배의 지적이 해당안된다는 이야기지, 그래도 그래도....

 

게다가 내가 좀 꾸러기 기질이 (욕심 꾸러기) 기질이 있는 터라 다루고 싶은 건 넘쳐나고ㅠㅠ

 

에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겐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여튼 블로그에 글을 못 쓰는 이유는 이런 것이다 하는 말을 하고 싶었던겐가 보다. 블로그에 글을 자주 못쓰는 이유를 말하고 싶은 정열에 못 이겨 이렇게 기록하게 되었으니 김태길 할배의 말이 맞는건지도 모르겠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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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곡 엄선하느라 힘들었음.

* 님의 [음악 이어받기 - 뻐꾸기로부터] 에 관련된 글.

진인사 대천명이라...사람의 일을 다하셨으면 머 굳이 천명이나 기다릴 필요 있겠습니까? 한 열댓명만 기다리면 되지 싶네요.

 

홍실이님께서 본능적 혹은 직감적으로 알아차리셨듯이 제가 양반 집안 자식인건 맞습니다.(누가 그러던데 스타일이 나쁜 사람 보다 스타일이 없는 사람이 더 안 좋은거다라던데-시오노 나나미가 그랬었나?- 제 스타일에서 그게 드러나는가 보군요) 그치만 저는 봉건적 유제인 제 신분적 기반, 양반이 드러나는 것을 별로 바라지는 않아요^^(저는 이상하게 어떤 사건을 보거나 이야기를 들으면 연관된 소설의 한구절, 영화의 한장면, 만화 한장이 뜬금없이 떠오르곤 하는데요. 봉산탈춤인지 아니면 봉산탈춤의 한 장면을 변주한 백성민의 만화 한 장면인지 모르겠는데 "양반? 그래 개값 두냥반 할때 양반이냐?"라는 대사가 뇌리를 스치는군요)

 

먼저 홍실이님의 음악 이어받기 대상 5인 가운데 당당히 4위에 랭크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만 아주 잠깐이나마 무슨 이유로 제가 네번째 일까 하고 생각해봤습니다. 가나다 순이면 감비님에 이어 이등이 되어야 하건만--;; 역시 봉건적 유제인 세상 짬밥 순서로 따지면 5인 가운데 3등이고 ㅋㅋ

 

일단 제시한 포맷에 따른 답변을 먼저 해보도록 하죠.

 

1. 컴퓨터에 있는 음악 파일의 크기 :

  0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는데   OS  를 새로 깐 이후 집에서 쓰는 컴퓨터에서는 소리가 안납니다. 산 직후 새로  OS를 깔았는데 소리 안들리는데 별 어려움을 못 느껴 손 안보고 있고 당연히 음악도 없습니다. 사무실에서 쓰는 컴퓨터는 개비한지 약 한달이 채 안되는데 아직 음악 다운 받은게 하나도 없습니다.)

 

2. 최근에 산 음악CD :

 잃어버렸는지 아니면 누가 훔쳐갔는지 모르겠는데 미선이 1집으로 기억합니다. 

 

3. 지금 듣고 있는 노래는? :  

제 방안에서 티비와 책상이 마주보고 있습니다. 즉 컴퓨터를 사용하면 등 뒤에 티비 화면이 있는게지요. 그냥 티비 틀어놓았는데 케이블 영화채널 에서 I am Sam. (한국 사람 중에는 Sam과 비슷한 지적수준을 보이는 사람으로 Young 샘이 있습니다. 70을 훌쩍 넘긴 전직 대통령을 Young  Sam이라 부르는건 좀 미안하지만)이 나오고 있군요. 주옥같은 비틀즈 넘버들이 흐르고 있,습니다.

Rufus Wainright가 부르는 Across the Universe가 들리네요. 어 좋다.

 

4. 즐겨듣는 노래 혹은 사연이 있는 노래 5곡

앞선 1번 항목에서 밝힌 이유도 있지만 저는 진보넷 블로그를 사용한지 채 한달이 지나지 않은 지난 2004년 9월 제 블로그 철학을 '나의 블로그 철학(부제:나는 여우가 아니다!)'라는 포스트를 통해 밝힌 바 있습니다. ( http://blog.jinbo.net/Profintern/?cid=1&pid=59) 여러분에게 편리를 제공하기 싫다거나 혹은 귀찮다거나 아니면 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서 느리게 사는 즐거움과 스스로 찾는 수고로움을 전파하기 위해, 진보넷 블로그계의 쌍소나 니어링의 역할을 하기 위해 링크를 걸지 않는 것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상기한 사항에 대해 이해하셨거나 아니면 같잖게 느끼셨다고 생각하고 즐겨듣는, 사연이 있는 노래에 대해 이야기 하도록 해보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저 역시 즐겨듣는 노래 혹은 사연이 있는 노래 딱 5곡을 뇌리 속에 심어두고 있진 않습니다.

 

사연이 부른 노래는 몇 곡 알고 있습니다 예컨데 그녀의 데뷔곡인 '님그림자' '우리에겐' 그 밖에 불멸의 히트곡'만남'등이지요.  그럼 잠시 날아오는 돌을 피한 후 계속 이야기 하겠습니다.

 

이쪽 동네(그렇다고 북가좌1동은 아닙니다) 노래로 따진다면 홍실이님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민족해방 계열의 노래들을 즐겨 듣습니다.

 

불패의 애국대오 한총련 산하, 구국의 횃불 서총련 산하, 반미구국의 단심 서부총련 산하, 통일 XX산하 선봉 문과대 출신임을 숨기진 못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구입한지 며칠만에 엠피3플레이어를 잃어버린 어떤 사람에게 제 걸 빌려준지 3달이 가까워 옵니다만 그 속에는 열댓 곡의 노래가 들어있었는데 거의 교체하지 않고 반복해서 듣곤 했습니다. 기운 빠질때 들으면 힘이 나곤 하는 노래들이었죠.

 

a.  장산곶매

먼저 '조국과 청춘'의 '장산곶매'가 들어 있었어요. 장산곶매 노래에 얽힌 사연이라면...장산곶매 마임하는거 흉내내곤 했는데 팔이 길지 않아서 그다지 뽀다구가 나지 않았던것, 그리고 최근 미디어참세상이 참세상으로 개편 창간하면서 뉴저네트워크가 참새네트워크로 개편될 당시 그 방의 이름을

장산곶참새로 정하자고 제가 강력하게 제기했던 것 등이 있네요.  많은 이들의 빈축을 사 거부됐지만 저는 아직도 장산곶참새라는 이름이 아깝습니다.

 

구월산 줄기가 바다를 향해 쭉 뻗다가 끊어진 장산곶에 참새가 산다.
그 참새는 땅의 정기가 쎄서 아무도 범접하지 못하는 숲에 둥지를 틀고
일년에 딱 두 번 사냥을 간다.
참새는 사냥을 떠나기 전에는 밤새 부리질을 하며 자신의 둥지를 부순다


내 가슴에 사는 참새가 이젠 오랜 잠을 깬다
잊었던 나의 참새가 날개를 퍼덕인다
안락과 일상의 둥지를 부수고
눈빛은 천리를 꿰뚫고
이 세상을 누른다

날아라 장산곶 참새
바다를 건너고 산맥을 훨 넘어
싸워라 장산곶 참새
널믿고 기다리는 민중을 위하여

 

이 얼마나 벅찹니까? 저는 한마리 장산곶참새이길 지금도 원하고 있습니다.

 

b. 통일선봉대가

대학에 온지 얼마 안되서 몇몇 영상자료들을 봤습니다. 광주항쟁 영상은 대학 들어오기 전에 왔다리 갔다리 하다가 봤는데 대학와서 본 노뉴단의 투쟁속보들(8말 9초의 노동자 투쟁 영상들이 얼마나 벅찹니까)이나 통일선봉대 투쟁 영상들도 가열찬 싸움 그림들도 제 가슴을 때렸었습니다. 특히 비오는 날 연신내 지하철역인지 구파발 역인지(판문점 쪽으로 가려면 그 쪽으로 가야되지요) 앞에서 수천며의 통일선봉대가 서로 팔을 끼고 연와(연좌 말고 눕는거) 해 조국통일 구호를 외치는 장면을 보고는 짜릿한 전율이 흘렀습니다. 물론 저는 1학년때 부터 전지협 파업 다니고 김일성 주석 죽은거 보고 '할배 오래 살았네'라고 말하다가 "통일선봉대 할래"라는 권유 한 번 들어보지 못했습니다만 통일선봉대가는 종종 불렀습니다. 어떤 술자리에서 "니가 함부로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아니란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만 못들은척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민족의 희망으로 우뚝서라 조국통일의 발파공 통/일/선/봉/대 서군에 한 번쯤 참여해서 조국통일의 지칠줄 모르는 폭주기관차 경험을 했어으면 좋았을건데 싶어 좀 아쉽습니다. 아쉬움을 담아 구호 한 번 외치도록 하겠습니다. "기어이!우리대에! 조국을 통일하자"

 

c. 청년의 기상

예전에 만났던 불패의 애국대오 한총련 산하 투쟁의 불사조 경기동부총련 산하 애국 경원에 다니던 어떤 학우가 이 노래를 비장하게 부르곤 했던 장면이 선하게 떠오릅니다.

 

보라 우리 앞에 벼랑끝이 나서도
한걸음 더 나가리라 이게 바로 청년이다.

 

저야 사실 경미한 고소공포증 증상이 있어서 벼랑끝에 잘 못갑니다만...

 

솔직히 조국과 청춘이 부른 청년의 기상, 통일선봉대가 같은 노래들은 좌파 노래패들의 노래가 쉬 갖지 못하는 어떤 아우라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d.각성의 노래

위의 세곡 같은 노래들 말고는 전 노래공장이 부른 노래들을 좋아합니다. 특히 각성의 노래는 정신 좀 차리고 똑바로 각성 하라믄서 선배한테 배운 노래고 저 또한 후배들보고 같은 이야기 하면서 가르쳐 준 노래라^^ 각별합니다. 일단 가사가 부터가 뭔가 커리의 냄새를 풍기는 것이 괜히 이 노래 부르면 나도 똑똑해 지는 듯한 착각(각성이 아니라 착각을 주다니 ㅠㅠ)을 불러일으키 잖아요.

 

전 가사 중에 과학이라는 단어가 두번이나 나오는 노래는 민중가요, 가요, 가곡, 행사곡을 통틀어 이 노래 밖에 몰라요(음 과학고 교가는 과학이란 단어가 많이 나오겠군요)

 

동지여 과학속의 철저한 반성과 각성을 딛고
뜨거운 사랑으로 노동 해방 전선으로 일치 단결 하나로

적들은 세월이 갈수록 온 누리에 몰아치는데
우리는 관념의 우물속에 동상이몽 갈라질 순 없다
과학의 당찬 머리를 모아 빈틈없는 전술속에서

 

e. 영원하라 현중노조

 

위의 네곡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남아있는 노래입니다. 작년 민주노총 금속연맹(만주노총 양철연맹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만)은 현중노조를 제명했습니다. 통일선봉대 비디오를 볼 즈음에 현중노조 투쟁 비디오도 봤었죠. 어린 마음에 장래희망이 현중노조 쟁의국장이라고 말하기도 했었어요. "동지들 삼천명은 정문으로 진격하시오, 오천명은 미포만에 바리케이트를 치시오" 학익진을 펼치는 이순신 장군이 따로 있나 싶었죠.

 

제 블로그 포스트 중에 '김주익, 김주익, 김주익' http://blog.jinbo.net/Profintern/?cid=3&pid=88 이라는게 있어요. 거기 잠깐 영원하라 현중노조 노래 이야기가 나와요. 노동해방도에 나오는 이영현, 조돈희, 이갑용 세명이 오롯이 소속됐던 현중노조. 골리앗이라는 이름이면 대한민국 아니 외국에서도 현중노조로 알아듣던 그 현중노조가 비정규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행한 행위는 어떻게 설명이 될까요?

 

'현장파'소속 활동가였다가 위원장 자리에 앉아선 "박일수씨는 문제가 많았던 사람"이라 뇌까렸던 탁학수 현중노조 위원장은 해외 바이어 들한테 감사편지도 보낸다고 신문에 나더라구요. 정몽준 오너랑도 친하다던가...

 

민주노총 소속도 아니고 한국노총 소속도 아닌 현중 노조 조합원들이 아직도 '영원하라 현중노조' 노래를 부르긴 하는지 개인적으로 아주 궁금합니다. 하긴 뭐 청와대에서 386초선 의원들이 당선 파티하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도 불렀다는데 기껏해야 중산층 하층부에 진입할까 말까한 소시민들인 현중 '직원'들이 술한잔 하고 무용담 풀어놓으면서 '영원하라 현중노조'를 못부를껀 또 뭐랍니까?

 

그래도  "자 동지들아 앞장서가자 노동해방에 선봉이 되자 칠천만의 해방을 위해 영원하라 현중노조"라는 부분 부를땐 좀 찔리지 않을까 싶어요.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김상경의 없어 보이는 선배가 먼저 말하고 나중에 김상경도 반복했던 "우리 사람되긴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말자"라는 명대사를 한 번 되뇌여 봅니다.  

 

 



정전 경우를 대비해 SAS 가이드북을 보셔도 도움이 되겠지만 우라사오 나오키의 만화 파인애플 아미나 마스터 키튼을 보세요. 아시겠지만 키튼은 SAS에서 마스터 칭호를 받은 사람이잖아요. '빈자의 식탁'이라는 만화도 나름 도움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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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들 드라마로 뛰어들다!

4월 하순에 일터 원고로 보낸 글이다. 그 이후 드라마 전개를 보면 한가인이 뛰어난 영어실력 등을 보이고 있어 글 쓸떄랑 약간 차이가 있는데 뭐 큰 주제에 어긋남이 없어 그냥 여기도 올리련다.  

 

 

발자크라는 프랑스 소설가가 있다. 못말리는 왕당파에다가 사생활도 문란하기 그지 없었던 사람인데, 일찍이 맑스는 "서점의 잡다한 경제학 서적을 뒤적이는것보다 발자크 소설을 읽는것이 경제학 공부에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상찬한 바 있다. 말인즉슨, 뛰어난 리얼리스트 발자크의 소설은 발자크 자신의 사고와 별개로 19세기 프랑스 자본주의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인게다.


지금이야 발자크는 대문호로 평가받고 ‘고리오 영감’을 비롯한 그의 ‘인간희극’시리즈는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당시 그는 대중소설가였고 그의 소설들은 대중소설이었다. 오늘날로 따지면 글쎄 방송작가 김수현과 비견할 수 있을라나? 우리가 발딛고 있는 오늘날도 마찬가지인 것이, 훌륭한 소설이나 영화 혹은 티비드라마들은 그것의 제작의도나 작가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별개로 현실의 핍진성을 반영할 수 밖에 없다. 아니 현실의 핍진성을 드러낼때 만 그 개별 작품들은 생명력을 얻고 대중의 호응을 받게 된다.


한류열풍이란 말도 지겨울 정도로 한국 TV드라마들이 동아시아를 호령한지 몇 해가 지났지만 삼각관계, 출생의 비밀, 불치병(근골격계 환자들은 절대 티비에 안나온다. 재벌회장이든, 시장에서 생선장수 하는 주인공 엄마든 거의 90% 암에 걸린다!) 같은 클리쉐들이 판치는 것은 마찬가지다. 


티비 드라마 만드는 자기들도 지겨운지, 아주 가끔 독특한 소품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발리에서 생긴 일’을 보면 계급상승 욕구의 불타는 화신 하지원이 역시 마찬가지 캐릭터인 소지섭한테 책을 빌려 읽는 장면이 나온다. 그 책이 무엇이었던고 하니 글쎄나...그람시의 옥중수고 였던게다. 소지섭은 하지원에게 헤게모니가 어쩌고 설레발을 풀지만 결국 소지섭은 재벌 조인성과 나란히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결국 ‘발리에서 생긴 일’은 사랑도 결코 이길 수 없는 부르주아 헤게모니를 비극적으로 그렸다는 측면(?)에서 볼때 옥중수고를 적절하게 삽입시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글쎄...내 눈에는 옥중수고와 헤게모니에 대한 소지섭의 그럴싸한 설명이 극의 리얼리티를 더했다기 보다는 주인공의 ‘쿨함’을 장식하는 도구로 느껴져 눈살이 찌푸려지더라.


‘발리에서 생긴 일’이야 인기라도 좋았지 ‘현실’을 소도구로 잘못 써먹으면 큰 코 다친다.이효리가 “저를 섹시가수로 보지말고 연기자로 보아 주세요”라는 야심찬 발언과 함께 데뷔한 드라마가 있었으니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세잎 클로버’라는 연속극이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인가 어딘가의 후원을 받아 제작했다는 이 드라마에서 이효리는 용접공 역할을 맡았었다. 이효리 눈웃음 치는걸 안 보여줄수 없어 용접마스크도 제대로 안씌우고 일시키며 뻔한 신데렐라 드라마에다가 “본 드라마는 뜨거운 노동의 현장인 한 산업체를 배경으로 블루칼라로 대변되는 가진 것 없는 소박한 사람들의 고된 일상, 그 속에서 피어나는 밝고 소중한 가치들을 운운”하는 기획의도를 가져다 붙인 SBS는 가히 재앙에 직면했다.  나름대로 네임밸류를 자랑하던 장용우 PD는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도중하차 했고 황금시간대 드라마인데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수요예술무대’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을 정도였다. 이 정도면 ‘그냥 하던 대로 해라 불쌍해서 못 봐주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법 했다.


이런 판국인지라 그나마 왜적을 무찌르시는 이순신 장군의 활약상이나 심드렁히 보고 있던 차에 얼마전에 세 연속극이 시작됐으니, 그 제목은 바로 ‘신입사원’이다. 일단, 이 드라마 재밌다. 백수 혹은 청년실업자가 코미디 영화나 드라마의 주변인물로 등장한 적은 심심찮게 있었지만 일단 이 드라마 주인공은 백수다. 건강한 백수 답게 가족의 핍박에도 꾿꾿한 우리 주인공 ‘강호’는 그야말로 로또 복권 맞기보다 더 힘든 우여곡절을 거쳐 대 LK그룹에 입사했는데 그 행운의 가능성 여부야 드라마니까 일단 넘어가자. LK그룹의 로고나 풍경이 SK그룹이랑 비슷한 점도 눈 감아주자. 취업에 흥분한 우리의 주인공 강호가(문정혁 분) “너 내가 세계적 회사 대 LK그룹 신입사원만 아니어도 안 참았어”하면서 애사심에 불타는 멘트를 연방 날리는 것도 뭐 좀 그렇지만 참아주자--;;


어쩌다 보니 참아줄 것만 먼저 말했지만 이 드라마의 대사나 장면들 우습지만 그냥 우습지 않은 것들 꽤 많다. 역시 백수인 친구 자취방에서 연이은 취업실패에 분루를 흘리며 깡소주 뺐어 마시던 주인공에게 방주인은 세계경제체제와 신자유주의란 거시적 분석틀을 동원해 실업의 구조적 문제를 알기쉽게 설명한다. ‘세계적 기업 LK그룹’내에서 벌어지는 하청업체 접대 관행, 줄타기, 밀실인사, 정실인사는 어색하지도 않다. 게다가 이 드라마가 특기할 만한 것은 비정규직 문제를 우회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당당한 정규직인 우리의 주인공 강호가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정규직 직원들이 계약직 직원들을 보는 눈초리가 심히 거시기하다. 근데 그게 끝이 아닌 것이 계약직 직원들이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백수’들을 보는 눈초리 또한 만만찮다.


고졸 계약직 직원인 여주인공 이미옥(한가인 분)이 ‘부당계약해지 철회하고 정규직화 하라’며 회사 앞에서 일인 시위를 벌이는 장면이 방송된 날에 이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이 비정규직 시청자들의 지지글로 메워진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 상고 나와 LK에 입사해 5년동안 업무 외에 커피심부름, 청소까지 도맡았던 이미옥의 일인시위는 시청자들과 우리의 주인공 강호의 열화와 같은 지원을 받지만 이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시위 한 번 하려면 50만원 내야 되는 현실도 뭐 일단은 잊자. 이 드라마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까지는 참 좋다. 이 드라마 보고 ‘공부 안하면 백수 된다’는 엉뚱한 교훈을 얻은 학생들 탓에 도서관이 붐비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더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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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무 느무

힘들었었고 힘들고 힘들듯 하다. 피곤하다. 그런데 더 문제는 이 무게를 나눌수 있을까 싶다는 것.

아마 이 무게는 '우리의 무게'가 아니라 생각들을 한다면. 아마 판단의 지점이 필요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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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소리로 이직 결정

미디어참세상을 관두고 민중의 소리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심사숙고 끝에 내린 참 힘든 결정이었다. 나에게 어떤 돌팔매가 날아들지 잘 알고 있지만 힘든 결정이었다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모든 비판은 내가 짊어질 몫이니 다 지고 가겠다.

 



만우절이라 거짓말 한 번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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