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로스 지역 가는길 옆의 풍경

 

1.

오늘은 씨엡립에서 동쪽으로 16키로 떨어져 있는 루노스로 간다. 여기는 앙크로 초기 유적지란다. 캠랑이 방 한쪽에 큰 아이스박스에 음료수들을 가득채워놓아 물 걱정은 안하고 있다. 어제는 다니면서 배가 고팠다. 오늘은 먹을 걸 좀 사가지고 가자. 자전거를 빌리고 동쪽으로 향했다. 도로 주변에 상가들이 많다. 한 슈퍼에 들러 포테토칩, 땅콩, 건포도등을 샀다. 좀 더 가니 간단한 식사거리들을 판다. 잎에 싼 밥 2개와 샌드위치를 샀다. 그리고 다른데서 바케트 센드위치를 샀다. 이정도면 저녁 전까지는 충분하다.

 

2.

시장을 지나쳤다. 돌아올때 들러봐야겠다.  날은 점점 달아오른다. 한 참을 가는데 한 자전거를 탄 캄보디아 친구가 말을 걸어온다. 루노스 지역에서 장사를 하나보다. 들어가는 위치를 가르쳐준다. 드디어 앙크로 루노스 지역에 도착했다. 12키로인데 한시간 반정도가 걸렸다. 첫 사원은  쁘리아 꼬 prea ko라는 곳이었는데 보수 중이었다. 신성한 황소라는 뜻이란다. 이곳은 흰두교의 시바신에게 바친 사원이란다. 잠깐 둘러보고 루노스 지역에서 가장 볼 만하다는 바꽁으로 향했다.


첫 번째 만난 사원 쁘리아 꼬


돌로된 문


맞은편 쪽


수호사자


보존상태가 좋지않다


뱅칵 사원앞 호수

 

3.

이 루노스 지역은 여행자들이 거의 없다. 페키지 여행자들은 앙크로 와트와 돔 부근지역에 집중되어있어 이 곳은 한적하게 움직일 수 있다. 바꽁은 상당한 규모였다. 거대한 피라미드 구조였다. 이 사원은 9세기 후기에 인드라바르만 1세가 건립했단다. 탑 꼭데기로 올라가 탑 밑의 응달부분에 자리를 잡았다. 서양인 남자 3명이 옆에 있다. 젊은 친구들인데 둘이 서로 장난을 친다. 한 친구가 슬리퍼를 밑으로 던진다. 한 캄보디아 남자아이가 다가온다. 아까 첫 사원에서 몰려다니던 아이들이 여행자를 만나면 냠냠 냠냠하며 자기입을 가리킨다. 먹을 것을 달라는 말인거 같다. 이 아이도 내가 조금 먹다 옆에 놔둔 건포도 말린 봉지를 애처롭게 쳐다본다. 봉지를 건네주었다. 이 아이 다른 여행자들에게도 시도한다.

 

4.

조금있다 이 아이 다시 나에게 온다. 내가 뭔가 더 줄거 같아 보이나보다. 손을 달라해서 풀 줄기로 반지같이 묶어준다. 그리고 어떻게 외웠는지 나에게 말한다. 공부할 책을 사야하는데 돈이 없어요. 얘야 그건 나같은 여행자에게 말할 게 아니라 캄보디아 정부가 해야 할 일이란다. 그냥 노우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 아이의 이미 습관이된 일상이 보인다. 매일매일 바꽁주변에서 여행자들에게 구걸하면서 어린시절을 보낼 거 같다. 이제 내려가자.


루노스에서 가장 유명한 바꽁사원


지키는 동물들이 귀엽다


꼭데기 탑으로 오르는 계단


꼭데기 탑 밑에서


주변경관이 정돈이 잘 되어있다

 

5.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세번째 사원은 부서지고 없단다. 있긴있겠지만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없어 잊혀졌나보다. 어쨌든 지나가 보니 학교가 나오고 길 은편에 대나무주스와 빙수파는 곳이 있다. 주스를 시키고 학교를 보고 앉았다. 쉬는 시간인가 보다. 몇 명의 아이들이 빙수를 먹고 있다. 신기한 듯 내 얼굴을 흘낏흘낏 쳐다보며 웃는다. 다들 순해보이는 얼굴들이다. 아이들이 먹는 빙수도 하나 달라했다. 대패같이 생긴 얼음 가는 기계가 탐이난다. 갈아진 얼음에 몇 가지 시럽을 뿌려준다. 먹을 만 하다.

 

6.

지도를 보니 계속 이 길로 가다가 꺾어지면 큰 길이 나온다.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자전거를 몰았다. 이곳은 여행자들이 다니는 길은 아니다. 양쪽편으로 집들이 보인다. 길도 험하기도 하고 천천히 자전거를 모는데 집마다 마당 그늘에서 아이들이 손을 흔든다. 나도 손을 흔들어 주고 또 다음집 아이가 흔들고 한 아저씨도 수줍어하며 인사를 한다. 오토바이를 내가 탔다면 한 30정도는 밟는다. 이 속도는 서로 얼굴을 확인하고 손을 흔들기는 어렵다. 자전거의 속도는 보통 10키로 때이다. 자전거의 속도는 만남의 속도다. 그들이 자기 집앞 골목으로 들어온 이방인을 확인할 수 있는 속도다. 내가 아는게 아니라 그쪽이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사람과 친근하게 인사할 수 있고 거기다 가격도 1불인 운송수단이 바로 자전거다. 물론 힘은 좀 든다.

 


4거리길에서 지나가는 여학생.

 

7.

4거리길이 나온다.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하나. 한 여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조금전 나에게 인사한 아저씨가 나온다. 길을 물어보았다. 자전거 방향쪽으로 나가란다. 저기서 두 꼬마아이가 뛰어나오면서 손을 흔든다. 다시 큰 길로 나왔다. 프놈팬으로 가는 6번 국도다. 허름한 현지 매점에서 맥주캔을 하나 사 마셨다. 여기 길 맞은 편에 사원이 하나 더 있는데 어딘가 모르겠다. 약간 헤메다 찾았다. 롤레이 loley사원이다.


 롤레이 loley사원 올라가는 계단

 

8.

롤레이 사원은 네개의 탑으로 이루어졌다. 아소바르만 1세의 흰두교 사원이란다. 앞의 탑 2개는 아버지와 외할아버지, 뒤의 탑은 어머니와 할아버지에게 바쳐진 것이란다. 할머니탑은 어디에있나?  이제 돌아가자. 음 덥다. 아스팔트가 달을대로 달아올랐다. 조금가다 물사먹고 조금가다 그늘에 쉬고 그렇게 씨엡립으로 향한다. 다리 밑에서 십여명이 그물로 낚시를 한다. 저런걸 좀 껴서 같이 해야하는데 더워서 그런 여유가 없다. 빈 원두막에도 잠깐 누웠다.

이래저래해서 아침에 보아두었던 시장에 도착했다.

 

9.

시장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오토바이 보관소에 가서 맡기니 200리알에 맡겨준다. 한바퀴 돌아보니 시장안은 잡화점들이 이어지고 건물 바깥으로 채소과 과일 고기들을 판다. 사진을 안찍고 한바퀴 돌고 나니 아쉽다. 담아 두어야 겠다. 비디오 용어에 브라인드 슈팅이 있다. 주로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표정을 담을때 안찍는척하면서 그냥 손에 들고 있는데 녹화되고 있는 방식이다. 나도 비슷한 방식으로 플레쉬 금지 설정을 하고 채소좀 찍겠다고 하면서 얼굴도 찍고... .

 

10.

시장을 나와 조금더 가니 씨엡립이다. 에어컨 확실한 피씨방에서 몸좀 식히다 숙소로 들어갔다. 캠랑이 급하게 오더니 자기 집에 가잔다. 부모님이 사는 집이다. 내가 오늘 땀 뻘뻘흘리며 간 6번 도로를 더 가면 캠랑의 고향이 나온다. 여동생 일로 간단다. 내가 가도 괜찮겠니? 괜찮단다. 그래 가보자. 캠랑 속도를 좀 낸다. 50키로 정도 될까? 맨 얼굴로 바람을 맞으니 속도감이 상당하다. 작은 돌맹이 같은게 가끔 휭휭 날린다.

 

11.

캠랑의 집에 도착했다. 보통 캄보디아 사람들은 방에 나와서 마루에서 생활을 한다. 어머니깨 인사를 드리고 형과 형수, 여동생, 꼬마아이와도 인사했다. 전형적인 캄보디아 농촌사람들이다. 처음에는 여동생이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인사하는 날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다음달에 결혼하는데 청첩장 찍는 문제로 얘기를 하나보다. 여기서 캠랑에  대한 약간 색다른 느낌을 가지게 되었는데 캠랑이 이 가족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좀 힘이 있나보다. 청첩장에 대해서 한 셈플을 들고 머라고 강하게 얘기한다. 한 청접장은 마음에 안든다는듯 휙 집어던진다. 가족들은 듣고 있다. 순해보이는 형은 슬그머니 나간다. 나중에 오신 아버지는 이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거 같이 보인다.

 

12.

특급호텔에 근무하는 캠랑은 이 가족내에서 가장 합리화의 정도가 진척된 인물이다. 일처리도 깔끔하게 잘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가족들이 특히 그의 형이 수준이 낮은 것이 아닌데 그는 이 가족내의 권력관계에서 소외되고 있다. 그의 얼굴이 가장 마음에 들지만 그는 전망없는 캄보디아 농사꾼인가 보다. 내가 너무 민감한 걸까? 캠랑이 나에게 가자고 한다. 내가 난 괜찮으니 더 얘기하라고 하니 고맙다고 하면서 한참 더 가족들과 대화를 한다.

 

13.

돌아오는 길에 한쪽에 춤파티가 열리고 있다. 마을 축제인지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잠깐 구경하고 다시 빠른 속도로 달렸다. 뒤의 쇠손잡이를 잡고 가는데 내리니 찌릿찌릿 몸에 전기가 통한다. 숙소 근처에서 살죽과 생선구이로 밥을 먹었다. 쌀 죽이 부드럽다. 샤워를 하고 잠을 청했다.

 

 

* 050218 (금) 여행 85일차

 

(잠) 캄보디아 인 캠랑 원룸 3150원 (3불)

(식사) 아침 잎에싼밥2개 750원 (3000리알)

                  샌드위치 380원 (1500리알)

                  바게트샌드위치2개 500원 (2000원)

          저녁 크메르식 쌀죽 생선 2100원 (2달러)

(이동) 자전거 하루 대여 1050원 (1달러)

(간식) 대나무주스2 빙수 500원 (2000리알)

          맥주 한 캔 380원 (1500리알)

          물 130원 (500리알)

          오랜지 680원 (2600리알)

 (기타) 인터넷 1600원 (1.5달러)

          자전거보관 50원 (200리알)

         

.............................................................. 총 11,330원 




롤레이 앞쪽 탑


탑의 부조들


지지대를 받쳐놓았다


뒤쪽에서 본 탑



탑 옆 불당 앞의 개


불당안


돌 틈으로 나즈막히 핀 꽃


돌아오는 길에 다리 앞쪽에서 본 집단 고기잡이


더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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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8 16:24 2005/03/0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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