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타고 앙크로 북쪽으로 달리다 잠깐 만난 사원

 

1.

오늘은 패달을 밟지않고 발을 오토바이에 걸쳐놓으면 된다. 8시에 일어나 간단히 세면하고 오토바이 뒷자리에 탔다. 가다가 과일을 샀다. 나는 멀치감치 떨어져 있었다. 망고, 바나나, 오랜지, 이름모를 과일 등등을 샀는데 2불이다. 67번 국도를 타고 죽 올라갔다. 앙크로 와트의 동쪽길이다. 캠랑이 오토바이 운전 번호가 새겨있는 조끼를 나에게 입으란다. 입고 가는데 티켓 검문소에서 경찰이 서란다. 경찰이 화를 내며 왜 너가 조끼안입었냐며 면허증 보자 한다. 캠랑도 이에 뭐라고 대꾸한다. 내가 뭐가 문제가 있냐고 한 마디하고 좀 실강이를 하다가 통과했다. 캠랑이 조끼를 입는다. 자전거는 괜찮지만 오토바이는 꼭 운전수가 있어야한다. 현지인 고용차원인거 같다. 여기 현지인 남자들은 고유번호가 부여된 조끼가 있다. 내가 캠랑에게 너 이거 입기 싫구나? 하고 물으니 그렇단다. 이곳 젊은 남자들의 인생과는 자기는 다르게 살겠다는 결의가 엿보인다. 캠랑이 조끼위에 긴 남방을 겹쳐입는다.

 

2.

오토바이는 앙크로 주요사원중 가장 멀리 떨어진 반티아이 쓰레이 banteay srey 로 가는데 생각보다 멀다. 가이드 북에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크메르 루즈군이 장악한 지역이라 관람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부터 몇년전이 아니라 책이 나온 시점에서 몇 년전이라고 해도 90년대이다. 누가 옳든 그르든 간에 그 후유증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캠랑에게 좀 슬로우하게 가자고 했는데 서로 속도의 차이가 있다. 캠랑 정해진 목적지에 달랑가보는게 여행이 아냐. 여행은 과정이야. 왜 로드무비보면 목적지 없이 그냥 가잖아. 가면서 일이 생기고 사람과 엮기고 말아. 이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한참 가고 있는 오토바이 뒷자리에서 영어로 하기에는 더 어렵다. 또한 오늘은 함께 여행하는 날이다. 내 주장만 펼 수는 없다.

 

3.

반티아이 쓰레이 banteay srey에 도착했다. 캠랑은 그물침대에서 좀 쉬겠단다. 그의 휴일을 내가 뺏고 있다. 이 사원은 여자의 성이라는 뜻이란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인데 다른 앙크로 사원과는 달리 황토빛이 풍겨난다. 자주빛의 사암으로 지어졌단다. 이 사원은 시바신에게 바쳐졌단다. 이 시바신은 포악한 성격으로도 유명하다. 화가나서 자기 아들 목을 잘라 버리는 신이다. 다음날 그걸 수습하는데 지나가는 코끼리 머리를 아들머리에 붙여버렸단다. 그게 상업의 신 뭐시기란다. 힌두의 신들은 재미가 있다. 그런데 여기는 이 시바신이 온화한 미소를 짓는 조각이 있었단다. 그 조각은 내가 프놈펜에서 가 보았던 국립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그게 기억이 안난다.

 

4.

둘레로 작은 연못에는 연꽃이 이쁘게 피어있다. 앙크로와트에서 그 흔하던 한국인 가이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잘 안오나보다. 사원을 나오니 캠랑이 한 아이와 놀고 있다. 좀 컨디션이 돌아온거 같다.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가는데 대나무 주스 노점이 있어 한잔먹으면서 썬크림을 바르는데 노점 아줌마가 썬크림에 관심을 보인다. 좀 발라보고 냄새도 맡아본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가꾸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나 있다. 다시 이십여키로를 내려와서 앙크로 주변으로 왔다.

 

5.

저기 캄보디아식 빙수 노점이 보인다. 선한 얼굴의 젊은 여성이 주인이다. 몇명의 아이들이 빙수를 먹고 있다. 단팥은 없지만 여러 묵 비슷한 것과 단 열매말린 토핑을 넣어서 먹는다. 여섯종류의 토핑이 있다. 하나씩 다 달라해서 먹었다. 음 싸고 맛있다. 먹고 나와 그 옆의 오토바이 세차장에서 캠랑의 오토바이가 샤워를 했다. 이제 앙크로 돔과 같은 선상의 동쪽에 있는 banteay samrae로 간다. 탑의 위에 풀들이 피어있다. 한 그리스 인이 자청해서 사진을 찍어주겠단다. 저쪽 위에 서란다. 그 그리스 여행자에게 그리스 아테네 신전등과 앙크로 중 어느것이 더 멋진가?라는 유치한 질문을 던져볼려고 했는데 그냥 나 아테네 올림픽 티비로 보았다라는 한마디 밖에 하지 못했다.

 

6.

이제 앙크로 돔 쪽으로 간다. 기동성 있는 오토바이를 탄 김에 앙크로 사원을 큰 원으로 돌았다. 여기는 내일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돌아볼 것이다. 중간중간에 내려 간단히 훝어보고 공항쪽으로 가는 길까지 왔다. 식당에 들어갔는데 캠랑이 앙크로식 쌈요리를 시켰다. 콩나물과 고기를 볶은 것을 얇은 계란 지단에 오물렛같이 싼 것을 조금씩 상추에 싸서 소스에 찍어 먹는 요리다. 밥 생각이 조금 나긴했지만 맛이있다. 이제 공항너머 동쪽 사원으로 이동이다. 중간에 우리나라 식의 절이 있다. 나무들이 풍성하다. 밴치에서 귤을 까먹으면서 캠랑과 대화를 나누었다. 

 

7. 

캠랑이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여기는 할 것도 없고  전망도 없어. 한국에가서 몇 년 돈을 벌고 싶단다. 글쎄 내가 보기에는 너희 부모님도 그렇고 여기 사람들이 더 행복해 보여. 한국에 온다고 돈버는거 아냐. 많이 다치기도 하고 일한 돈을 받지 못하기도 해. 왜 그렇게까지 돈을 벌려고 하니? 캠랑이 말한다. 돈 벌어서 작은 여행사하나 차리고 싶어. 사실 캠랑의 계획은 비난받을 것이 없다. 하지만 캠랑이 자기가 살고 있는 씨엡립이란 터전에 대해 별다른 책임감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캠랑이 이 계획대로 성공한다 해도 그건 캠랑 개인의 성공이지 캄보디아 경제구조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캠랑이 이 길 하나가 아니라 여러가지 성공적인 삶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정치스팩트럼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캠랑이 선택할 문제지만 선택할 것이 없다. 이곳에서 한국은 꿈의 나라다. 사람에 따라 한국은 천국이 되기도 하고 지옥이 되기도 한다.

 

8.

사원을 나와 조금더 가니 시원한 호수가 나온다. 서 바라이 western baray란다. 아이들이 수영을 하고 있다. 튜브 빌려주는 곳도 있고 그늘막에 그물탠트도 대여하고 있다. 저기 좀 누워보자. 한명에 1불인데 늦게 가서 둘에 1불에 빌려 그물에 몸을 던졌다. 스르르 잠이 왔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돌아가는 길에 초원에서 일몰을 쳐다보았다. 한국에서도 매일 일출과 일볼이 반복되지만 여행지에서는 이 일상이 특별한 예식처럼 느껴진다.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머 그런거다. 숙소에 도착했다.

 

9.

샤워를 하고 바로 압사라댄스 극장으로 갔다. 부폐 포함해서 12불인데 6불에 그것도 가이드 역할인 캠랑은 공짜다. 예의상 맥주 한 병을 시켜야 한다. 음식은 다양하다. 캠랑이 저기 김치가 있단다. 아니 난 못봤는데 그게 어디있어? 가슴이 설레인다. 진짜 김치가 쌓여있다. 맛이 좀 덜들었지만 아주 반갑다. 압사라 댄스가 시작된다. 보통 태국 전통 무용과 흡사하다. 손가락을 이리저리 구부리면서 목은 고정시키고 우하하게 춤도 춘다. 무용도 있다. 젊은 남녀가 서로 유희를 벌이고 사랑에 빠지는 스탠더드 무용이다.

 

10.

극장을 나와 피씨방에 잠시 들어갔다. 오늘따라 속도가 느리다. 숙소에 들어갔다. 오늘은 많이도 돌아다녔다. 잠이 든다.

 

 

* 050220 (일) 여행 87일차

 

(잠) 캄보디아 인 캠랑 원룸 3150원 (3불)

(식사) 점심 캄보디아 쌈 요리 2100원 (2불) 

         저녁 압사라댄스 부페 9000원 (8.5불)

(간식) 대나무주스2  500원 (2000리알)

          빙수 380원 (1500리알)

          과일 2100원 (3달러)

 (기타) 인터넷 750원 (3000리알)

         그물침대 1050원 (1달러)

         오토바이 기름 1050원 (1달러)         

.............................................................. 총 20,080원 


 

 

 

 

 

 

 


반티아이 쓰레이 banteay srey 부조. 다른 앙코르 사원과는 색깔이 다르다


탑. 자주빛의 사암이라는 돌로 만들어졌다


부조 조각도 좀 특색있다


원숭이와 인간의 전쟁인가?


사원의 어느 부분이 떨어져나왔길래

 


쫑긋쫑긋


이 사원은 시바신에게 바쳐졌단다


기둥 모양도 세밀하다


탑을 지키는 사자인가?


용을 탄 시바신인가?


벽면 조각이 깊이있다는 평이다


사원을 둘러싼 호수


벽에 잎을 늘어뜨린 이름모를 풀


캄보디아 호수나 늪지대에는 많은 연꽃이 피어있다


나무밑에 아늑하게 자리를 틀었다

 


주변 자연을 불러들이는 듯


앙크로는 나무도 큰 볼거리다


사원 입구


내가 보는동안 캠랑은 그물침대에서 쉬었다. 그때 아이를 한장 찍었나 보다


한참을 돌아와서 한 캄보디아식 빙수노점에 앉았다


빙수에 넣는 단 것들. 한 두개씩 모두 달라했다


부드러운 느낌의 여주인이다


캠랑의 오토바이. 샤워중이다


앙크로 돔과 같은 선상의 동쪽에 있는 banteay samrae

 


그리스 남자가 자청해서 찍어준 사진


살짝 핀 풀


좀 더 많이 핀 풀


어두운 복도에 에어리언을 연상시키는 큰 뱀인 니악이 있다


뱀용 용뱀 니악

 








앙크로 돔 주변 입구











 


동쪽 저수지 근처 사원










서 바라이 저수지





그물침대에 발을 쉬게하다


캄보디아 압사라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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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8 14:33 2005/03/1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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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amakeun
    2005/02/22 09:29 Delete Reply Permalink

    밑에서 다섯번째 사진에 조그맣게 나온게 혹 아이비님이신가요?

  2. xizenix
    2005/02/22 22:04 Delete Reply Permalink

    맞는거 같기도 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응암동.정

  3. aibi
    2005/02/23 23:30 Delete Reply Permalink

    samakeun)여기 인터넷이 너무느려 계속 밑에서 다섯번째 사진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아 서있는 남자 나 맞아요. 사원안으로 들어가는데 한 그리스 남자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거기 위치에 서라고 하더군요. 난 감사의 표시로 작년에 아테네 올림픽 티비로 잘 보았다고 대답했답니다. 그리스 신전과 앙크로 와트를 비교해서 말해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튀어나오네요.^_^

  4. aibi
    2005/02/23 23:37 Delete Reply Permalink

    xizenix)응암동 정이라? 그 웃을때 잇몸이 살짝 드러나는 그 정 맞나? 새로운 뭐시기 잘 찾았는지 궁금하군. 그럼 다시 볼 수 있겠지. 암... . 캄보디아. 황

  5. 한판붙자!
    2005/03/14 18:27 Delete Reply Permalink

    저 그물침대의 발의 주인공이 선배가 맞지요? 아, 정말 좋겠다. 4월이 그렇게 덥다니 아쉽네요. 근데 고행하면서까지 여행을 해야할지는... 지금 바이칼호를 알아보고 있는데, 그쪽도 힘들듯... 가는 사람들이 없어서리 여행상품이 없다네. 무작정가기는 힘든 코스인데... 앙코르가는마음을 접었다가 이 사진들보니 다시 맘이 동하고 있어요. 암튼 계속 건강하시길...

  6. aibi
    2005/03/15 02:00 Delete Reply Permalink

    고행이라고 말한건 그 더위에 3천원짜리 방에 묵고 천원짜리 자전거를 빌려서 땡볕에 타는 경우를 말합니다. 한 만원남짓한 에어컨룸에 머문다든지 만원주고 뚝뚝이 오토바이를 하루 대절한다는지 이만얼마주고 자가용을 대절한다면 고행이 안될수도 있죠. 혹시 이성과 함께 가는 것이라면 앙크로 사원은 너무나 으슥한곳이 많답니다.^^ 방콕도 무난하죠. 비행기값도 싼데다가 카오산로드에서 에어컨룸에 묵다가 하루짜리 수상시장, 아유타이 불교사원등의 프로그램 선택하고 편하게 놀기에는 무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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