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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9

"그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 방금 본 뉴스에서 요절했다는 시나리오 작가가 남긴 말이란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외롭게 가두어두었을까... 마음이 아프다. 가난과 굶주림은 이렇게 나에게 다시 공포를 상기시킨다. 그리고 나는 이내 다시 그 공포를 모른 척하며 일상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 일상은 아무리 모른 척해도 사실 그 공포만은 피해가야겠다는 각오를 바닥에 두툼히 깔아 놓은 일상이다.

어렸을 적 내 주위의 어른들은 아침 인사로 아침밥을 먹었는지 서로 묻곤 했었다. 우리는 다시 서로의 밥을 걱정하며 살아가는 시대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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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08

 

연휴가 끝났다. 주로 연구실에서 보냈다. 마지막 남은 텀페이퍼는 이제 막 주제를 정한 상태이다. 이번 주중에 어느정도 내용을 마무리 지어야겠다.

 

설날은 기분도 싱숭생숭하여 집에서 쉬면서 인터넷으로 최근 한국에서도 한창 인기를 끈다는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을 보았다. 국내외 예선을 포함하여 지난주 분까지 다 보았는데, 노래를 잘 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고, 자신의 성량(능력)을 넘거나 한계에 다다르는 꽉찬 무리한 표현은 감동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불안감, 불편함을 준다는 심사위원들의 코멘트가 마음에 와 닿는다.

 

글쓰기/말하기를 하나의 실천으로 삼아 살아가는 지식인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알고 무리하지 않으며 그 안에서 원숙하게 표현해 내는 것이 중요하겠다. 대부분의 난해하거나 건조한 글들은 대체적으로 이런 문제(과욕, 과유불급)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이 대목에서 아직 실천으로 옮기려고 시도조차 못하고 있지만 늘 글쓰기의 모범으로 삼고 있는 고 정운영 선생님의 글쓰기, 특히 '저 낮은 경제학을 위하여'를 떠올리게 된다. 감동을 주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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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한번역

전리군(錢理群, 첸리췬) 선생님의 책을 번역하기로 했다. 구두 상 간접적으로 판권과 출판사 등의 문제가 어느정도 얘기가 되었다. 번역할 책은 올해 대만에서 출간 예정인 "모택동시기와 포스트-모택동시기(1949-2009): 또 하나의 역사서사"라는 책이다. 대만에서는 聯經출판사에서 출간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분량이 상당한데, 대략 계산해 보니 한글 신국판으로 약 1200페이지 정도 되고, 두 권으로 출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4월부터 7월까지 상해에 머물 예정인데, 그 시간을 이용해서 초벌번역을 마칠 예정이다. 빠르면 9월 정도에 출간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한편, 한중 번역과 관련하여 중국어 고유명사 한글표기법과 관련한 기간의 논의에 대해 개인적 입장을 가질 필요성을 느낀다. 맹주억 선생의 논의는 현행 체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 준다는 점에서 참고가치가 충분하다. 물론 한글 속의 한자의 위상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토론하지 않고 원음 표기를 지향한다는 점은 아쉽다. 결국 쟁점의 핵심은 양세욱 선생의 글에서 논의되는 한자의 위상의 문제(과거의 한글전용론과 일정한 관련을 갖는)이다. 한글전용을 전제한 상태에서는 자연스럽게 중국어를 외국어로 상대하고 그 한자를 탈각하고 외국어로서의 그 음성만을 취해 한글표기법에 포함시킨다. 문제는 한자가 단지 외국의 문자인 것만은 아니고, 한글의 유기적 구성부분이라는 점이다. 이는 한자가 문자언어로서 갖는 일정한 초국가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나는 한글전용론과 중국어 원음표기 주장 속에서 이러한 한자의 초국가성이 민족주의/국민주의와 갈등적 관계에 있음을 본다. 

 

여하튼, 그동안의 혼란으로 볼 때 한자음표기를 대체하고자 하는 현행 표기법체계를 순순히 따를 수 없음은 분명하다. 한자음 체계로 되돌아가는 것은 이미 원음에 익숙하도록 변화된 상황에 있어 매우 어색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한자음 체계가 갖는 체계적 일관성, 언어적 경제성 등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외래어 표기법은 외국어 교육과 무관하다는 점은 다시 한번 강조되어야겠다. 모택동을 마오쩌뚱으로 표기한다고 한국인의 중국어 실력이 느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

 

www.sinology.or.kr/srcll/html/conference/files_81/2-맹주억W.pdf

www.sinology.or.kr/srcll/html/conference/files_81/5-양세욱W.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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