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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2011 봄 통권 151호

창비 2011 봄 통권 151호에 전리군(첸리췬) 선생님의 글이 실렸다. 아마도 지난해 금문에서 열렸던 비판간행물대회에서 발표된 글을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첸리췬, '중국 국내문제의 냉전시대적 배경: 중화주의와 국가주의에 대한 성찰 (임명신 옮김)'

 

사실 당시에 나는 이 비판간행물대회의 시대착오적 냉전에의 집착이라는 문제설정과 그를 훨씬 넘어서는 전리군 선생이 그 공간에서 갖는 이질성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간단히 말해 다수 한국 민족주의자들의 국가중심적 서사로 쓰여진 냉전의 역사를 다시 꺼내 동아시아을 논하는 우익적 초국적 담론에 대해, 전리군 선생은 오히려 국가주의에 대한 반성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오키나와의 문제도 끼여있는데, 아마 그들에게 적당히 이용되기 쉬운 자원이었을 것이다. 깊이 들어가면 그렇지 않겠지만...

 

창비의 전리군 선생님에 대한 소개도 좀 아전인수격인 듯 싶다. 느닷없이 웬 동아시아이며, 루쉰 중심의 연구자라고 하면서 정작 루쉰 관련 연구서는 하나도 안가르쳐주는 소개이다.

 

"전 뻬이징대학 중문과 교수. 루 쉰을 중심으로 한 중국근현대문학 연구를 통해 동아시아의 역사체험과 현실인식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해왔다. 저서로 『知我者謂我心憂』 『1948, 天地玄黃』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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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휘 수업 <티벳편>

"아주시야: 중국역사의 서술"이라는 2010년판 왕휘의 책은 왕휘가 역사를 보는 관점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주는 3장 '동서간의 티벳문제'를 다루었다.

 

왕휘는 티벳 문제를 중국(동방/아시아)와 서방의 대립구도에 위치시키면서 궁극적으로 '중국'의 평등주의적 반제국주의 정치를 긍정하고, 본래 티벳문제가 지시하는 '중국'의 합법성의 문제를 기각하거나 그 알리바이를 제공한다. 티벳문제가 민족국가에 의한 통합/배제와 무관함을 증명함으로써 '중국'은 민족국가라기 보다는 문명국가라는 논리를 제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티벳 문제는 순식간에 '중국사회'의 위기로 전환되고, 주로 종교의 세속화, 발전주의 등에 대한 비판이 민족국가 비판을 대체한다. 수업 중에 제기하고자 했으나 시간이 없어 제기하지 못한 문제를 간단히 메모해 둔다.

 

우선 분석단위로서의 현대/당대 중국을 설정할 때, 왕휘가 설정하는 현대/당대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초장기지속론이 그렇다. 이 문제는 역사의 현재성에 대한 서로 다른 분석의 원인이 된다. 왕휘처럼 초장기지속의 경우 그가 다루는 역사는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인 역사이다. 즉, 자본주의적 현대성을 훨씬 초월하여 현재까지 진행되는 역사인데, 이러한 역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편성의 지표로 간주하는 자본주의적 세계질서 또는 전지구적 자본주의라는 역사적 전환을 부차화하여 통합한다. 따라서, 왕휘의 인식틀에서 '중국화'는 자본주의적 질서로의 재편 보다 훨씬 더 큰 개념이 되고, 민족국가적 '중국' 역시 매우 일시적인 현상으로 전락한다. 여기에서 제기될 수 있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보편성이다. 왕휘와 같은 관점에서 역사적 작업을 진행하면, 보편성에 대한 논의는 불가능해진다.

 

왕휘는 과거의 중국/아시아의 공납제와 유럽의 민족국가를 대립시키는데, 왕휘의 관점에서 이 둘의 대립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립적 구도는 아마도 민족국가간체계를 넘어서는 것일테다. 그래서, 국가간체계에 놓여 탈궤와 접궤의 궤도를 그렸던 중국 사회주의 역시 여전히 부분적 역사서사에 머물게 되고, 거기에서 발생한 발전주의에 의한 평등의 불가능성은 새로운 모순에 의한 것이다. 여기서 모호하게 남는 것은 '중국화'는 '중국 주권민족국가'의 성립을 포함하는데, '중국화'의 논의가 소위 '개혁개방' 이후의 새로운 모순이 '민족국가'의 성립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 덮어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 사회주의 혁명의 성격의 문제, 혁명 이후 정치과정의 문제에 대한 질문으로 나아가지 않게 된다.

 

몇 가지 작은 문제들도 있다.

먼저 보편성의 문제.... 서구유럽중심주의, 오리엔탈리즘을 보편적이지 않은 보편성의 문제로 인식하고, 새로운 보편성의 추구로 나아가야 하지 않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본래 유럽적 인식틀이 세계화를 거쳐 일정한 보편성을 획득한 것은 단순히 유럽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비유럽의 수용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에 대한 반례들은 새로운 보편성을 위한 것이어야 하지, 특수성을 통해 유럽과 분리되기 위한 목적을 가져서는 안된다.

 

그리고, 비교에서의 요소주의의 문제.

1)현대민족주의는 정치와 문화의 융합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2)중화제국은 정치와 문화의 융합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3)중화제국은 현대적이다.

삼단 논법인데, 3)은 잘못된 추론이다. 중화제국과 현대민족주의가 정치와 문화의 융합이라는 부분적인 공통점을 가진다고 그 둘이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왕휘는 왕국빈의 이 논의를 적어도 두 번 인용하는데, 논리학적으로 모순됨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개인성과 집단성의 문제도 거론되는데, '집단' 간의 다원주의적이고 상호교통적 공존을 강조하는데, 그 차이들 사이의 관계의 문제를 포기하거나 무시할 경우 일종의 급진주의적 탈정치화의 위험이 있다. 차이의 정치를 탈정치화에서 구하는 길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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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휘 수업 중간 감상평

왕휘 선생님은 첫 공개강연 겸 강의에서 초기 노신의 작품을 정치철학적으로 재해석했던 것과는 달리, 그 이후의 강의는 정치철학적 함의라기 보다는 중국적인 것이라는 범주의 확장에 치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강의에서 아시아 담론을 검토한 것도 궁극적으로는 각종 아시아 담론으로 환원될 수 없는 '중국적인 것'을 확립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보인다. 세 번째 강의에서 본격적으로 기존의 민족주의/전통주의적 담론과 포스트식민주의 담론을 거론하면서 '漢化'/'華化' 또는 '정복왕조/중앙정부'를 동시에 종합하면서 넘어서는 '중국화'를 시도하고자 하며, 이는 민족국가적 틀에서 볼 수 없는 일종의 문명적인 것을 포함하는 것으로 제시하는 듯 하다. 따라서, 자본주의적 확장과 국가간체계의 맥락에서 파악되는 동역학은 이 보다 훨씬 더 긴 2500년에 달하는 '중국화'의 초장기지속에 놓이게 된다. 나는 우선 이러한 관점이 프랑크의 초장기지속론에 닿아 있지 않은가 가설적 의문을 던져 놓는다. 자본주의적 질서의 재생산 조건으로서의 민족국가라는 정치적 체제 자체를 부차적인 것으로 전락시키는 초장기지속론에서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질서, 즉 국가와 자본에 대한 비판은 그 중요성이 부차화/종속화된다. 물론 이 초장기지속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한데, 강의를 통해 볼 때 '중국사상의 흥기'를 통해 보여주려는 것은 대체적으로 유교적인 어떤 것에 근거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왕휘 선생님은 이런 '중국화'라는 장기지속의 맥락에서 기존 자유주의적 시각이 노정하는 티벳이나 중국의 소수민족의 문제를 다루는 데서의 한계를 새롭게 드러내고자 한다. 민족주의/민족국가의 틀이 서구중심적인 것이라는 관점을 아주 강하게 가지고 있는데, 아마도 이러한 반서구중심주의가 결국 '중국화'라는 장기지속에의 천착에 동력을 부여한 듯 하다. 아무리 이원론을 극복하겠다는 논리를 내세우더라도 말이다.

 

내가 보기에, 결국 민족주의/민족국가라는 틀을 서구중심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이를 대체하는 특수개념을 구성하려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틀을 서구중심적인 것이 아니라 반대로 결함을 갖는 '보편성'으로 이해하고 새로운 대안적 보편성의 조건을 검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보인다.

 

한편, 우리는 신자유주의 비판자로서의 '왕휘'에 익숙해져 있지만, 실제로 그는 전형적인 역사학자 또는 사상연구자인 것 같다. 실제로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왕휘는 북경 청화대학의 중문과/역사학과 교수이다. 따라서 인문학적 상상력, 또는 창의적 연구의 측면에서 보면 그의 작업은 매우 독보적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회과학적 성격을 갖는 그의 개입들은 인문학이기 보다는 사회과학의 현실적 맥락에서 면밀히 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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