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가르침에 따라 '동성애는 죄'라고 설교하는 것도 금지할 것인가?"
"종교의 가르침에 따라 '동성애는 죄'라고 칩시다. 그러면 신이 벌하시겠지, 왜 자기들이 나서서 벌하려 들까요? 종교의 자유는 종교를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이기도 합니다. '동성애는 죄'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유로 동성애자가 동등한 시민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사회가 아니겠죠. '교리'가 타인의 권리를 박탈할 권한이 되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없음도 분명하고요."
이대 젠더법학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10/26)에서 이렇게 말했더니 끝나고 학생 두 분이 오셔서 속이 시원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해주셨어요. 기독교학과에 다니는데, 그래서인지 유난히 저런 질문을 많이 듣는다고요. 악의적이지 않더라도 괴로운 일일 텐데 포기하지 않는 분들 만나서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위 질문은 차별금지법제정운동 하면서 흔히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혐오선동세력이 "차별금지법 제정되면 목사가 설교하다 잡혀간다"는 가짜뉴스를 유포하는데 그것의 또 다른 버전인 셈이지요. 만약 금지하면 종교의 자유와 충돌할 텐데 그러면 차별금지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니까요.
이런 접근은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기 전에도 무엇이 차별이고 차별이 아닌지 다 정해져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는데, 차별금지법은 그게 차별인지 아닌지 따져보자는 법입니다. 무엇이 금지되어야 할 차별인지 공식적으로 논의를 시작하자는 게 차별금지법이라고요. 그러니 저런 질문은 차별금지법 만들고 나서 해도 됩니다.
'동성애 반대'를 종교의 자유라고 자꾸 대접해주는 것부터 그만하면 좋겠어요. 종교인은 아무말이나 해도 종교적 가르침이라고 하면 면책할 겁니까? 무슬림은 무슨 말을 해도 다 거짓말인 것처럼 얘기하시는 분들이 자기 하는 얘기는 다 종교적 가르침이라고 하시더라...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