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깔끔해서 매일 씻지 않으면 힘들어하던 아들 박준경은, 보일러도 틀 수 없는 빈집에서, 용역깡패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몰라, 나오지도 못하고 숨죽여 지내야 했다. 결국 끌려나온 날 찜질방이라도 가라며 5만 원을 쥐어준 엄마에게 피씨방에 가겠다고 한 아들은 한강에서 제 몸을 던졌다.
"우리 아들은 나라가 죽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람이 먼저라고 하는데, 묻고 싶습니다. 도대체 그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누가 사람이고 누가 사람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라는 세상에서 이렇게 죽어가고 있는 것인가. 그렇게 죽지 않을 거라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
아들 김용균은 어릴적 엄마가 불러주던 자장가를 용케도 기억했다. 엄마는 그게 신기해서 다 자란 아들과 부르기도 했다. 잘자라 잘자라. 어머니는 무대에서 자장가를 불렀다. 이제 아들이 없는 세상에서 '우리가 김용균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그 노래를 들었다.
옥 같이 예쁜 우리 아가야, 귀여운 너 잠 잘 적에 하느적 하느적 나비 춤춘다.
노래를 들으며 잠들던 아가를 이제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어머니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어쩌면, 믿기지 않는 죽음 앞에서 자장가를 부르는 어머니의 모습이 반복되어야 하는 이 세계야말로 믿기지 않아야 마땅한 것 아닐까.
"여러분이 함께 해주신다면 저는 끝까지 갈 수 있습니다. 용균이의 친구들이 다시 또 죽을 수도 있다는 게 두렵습니다. 이런 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세상이 왜 이런지 설명하는 말보다, 이런 세계가 믿기지 않는다는 감각이야말로 더 필요한 때는 아닐지. 믿기지 않음으로부터 다른 세계로 이르는 길은 어머니들만의 몫이 아니다.
2018.12.21. 고 김용균 범국민추모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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