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사람들을 만나면서 듣게 되는 이야기 둘.
하나는, 20대 국회에 의석이 많지 않으니 괜히 여당에 부담을 얹기보다는 21대 국회에 여당의 의석 점유율을 높여서 밀어붙이는 게 낫다는 의견들. 다른 하나는, 20대 국회가 이미 21대 총선을 보면서 움직이기 시작했고 사실상 국회가 텅 빌 것이라 대국회 활동이 별 의미가 없다는 의견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바라는 사람들의 의견이니 나름 어떤 전략에 대한 제안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어떤 전략이 더 유리하거나 적절한가는 계속 토론되어야 할 문제다. 그러나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여러 질문이 생긴다.
의석 수가 국회 입법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정치일까? 국회를 다수당이 점유해 '효율적'으로-마음 먹은 대로- 운영되는 것보다, 정당 분포가 어떻든 우리 사회에 필요하고 좋은 것들을 만들어낼 줄 아는 국회가 되는 것이 더 의미 있는 정치 아닌가? 무엇이 자기 정당에 유리한지 골몰하느라 자기가 냈던 법안 자기가 반대하고 자기가 묵살했던 법안 자기가 발의하는 걸 4년마다 반복하는 정치는 지양되어야 하지 않을까? 17대부터 꾸준히 발의됐던 차별금지법이 19대에서는 철회되더니, 20대에서는 발의조차 안되는 현실의 부끄러움은 국회의 몫이지 않나?
그리고. 선거 앞두고 1년 넘게 국회를 비우는 건 바람직한 일일까? 그런 정치 바꾸려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도입하고 정치개혁 하려는 것 아닐까? 정당이 일상의 정치활동을 조직하고 그것이 선거 결과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 아닌가? 지역 주민들과 공약과 표를 거래하는 정치 말고 정치적 신념으로 표를 조직하는 정치를 해보자는 것 아닌가? 어디 얼굴 한 번 더 비치는 의원보다 모두를 위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줄 아는 의원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회를 만들려는 것 아닐까?
그래서 그저 '차별금지법 제정'에 유리한지만 놓고 토론할 문제가 아니다. 물론 기존 정치의 지형과 문법을 무시하고 막무가내 우기는 것도 정치는 아니겠지만 현재의 지형과 문법을 그대로 승인하는 것으로 미래를 열 수는 없다. 차별금지법이 그저 좋은 법 하나 법전에 등록하는 게 아니라, 더 평등한 세상으로 나가는 문이 되게 하려면 더욱. (전세계적으로 '혐오'가 무너뜨리는 것이 정치 그 자체이기도 하다는 점에서도 더욱.)
차별금지법제정운동, 차별금지법 만드는 걸 넘어서 정치다운 정치를 만들자는 운동이기도 해야 한다. 국회 어딘가에서도 응답은 있을 것이나 그에 앞서, 우리의 '함께 실패하는 연대'를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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