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윱은 취해서 쓰러진 자신의 말을 좀 일으켜세워달라며 소리친다.
언덕을 굴러내리는 타이어처럼
사람들의 움직임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저 도망쳐야 할 뿐이다. 살아야 할 뿐이다.
아무도, 차라리 타이어처럼 굴러내리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질타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취한 시간을 위한 말들(words)이 필요하다.
아윱은 말을 일으켜세우고 마디와 함께 눈길을 걷는다.
아마도 아윱이 한번도 혼자 걸어본 적 없는 눈길을 걷는다.
그리고 어느새 철조망을 만난다. 언덕의, 참담하게 고요한 능선 위에서.
아마도 그 철조망은 이라크로 넘어가는 국경선의 한 부분이겠지.
아마도 그 철조망의 앞뒤로 무수히 많은 지뢰가 깔려있겠지.
아마도 아윱이 철조망까지 살아서 걸어온 것은 희망도 절망도 쉽게 얘기할 수 없게 하는 우연이겠지.
그래서 우리에게는 취한 시간을 위한 말들이 필요하다.
노새 한마리에 팔려가야 하는 로진을 위해서,
가족들에게 기댈 수도 없고 기대지 않을 수도 없는 마디를 위해서,
죽음을 무릅쓰고 길떠나는 오빠에게 공책 한 권을 사달라는 아마네를 위해서,
아니, 그/녀들을 위하는 척하려드는 나를 위해서
나에게는 취한 시간을 위한 말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살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죽음을 맞닥뜨려야 하는 그/녀들의 시간의 무게를
과연 어떤 말들이 견뎌낼 수 있을까.
차라리
취해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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