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사랑한다

최근 블로그-진보넷 블로그에서 이야기가 많이 오간다. 당원이 아니라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이 대략(금새 배웠다. --; ) 난감한 탓에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안타까움을 지울 수가 없어 중얼거려보는 거다.

 

안타까움은, 민주노동당이 요즘 보여주는 모습 자체보다는 그에 대한 반응들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국참연대가 떴다. 그들은 국민참여연대라고 스스로를 부른다. 열린우리당의 당원들을 모아 당 내에서 정치력을 행사하겠다면서 그것을 국민참여라고 부른다. 열린우리당에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정치를 하겠다, 그들의 정치적 지향을 현실화하겠다는 포부에, 49%의 지지를 보낸다. 그들의 국민에 비정규직 노동자와 노숙인들은 없을 것이 분명하고 그들이 서귀포교육청에서 보낸 도시락에는 흥분하더라도 그런 도시락으로 끼니를 이어야 하는 빈곤아동의 수가 10만에 육박하는 현실에는 분노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더라도, 누구든 자신의 삶과 정치가 합일해가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 소중하다는 점에서, 49%의 지지.

 

민주노동당의 실망스러운 모습에 대해 어떤 이들은 탈당으로, 어떤 이들은 내부에서의 문제제기와 비판으로 자신의 정치를 한다. 하지만 정치라는 측면에서, 이런 움직임들이 국참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것이 개별적으로 반응하는 당원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운동에서 민주노동당의 정치 이외의 정치는 보이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을 넘어서 무언가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과 실력을 보여주는 곳이 없다. 민주노동당의 현재의 분란은 예고되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을 예고했던 사람들이 지금 민주노동당으로 들어가지 않고 다른 정치를 기획하는 사람들이기도 할 터다. 그런데 예고했던 분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의 바깥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상황인가.

민주노동당으로 들어가 민주노동당의 예고된 분란에서 승리할 결의를 다졌던 사람들은 또 어디에 있는 것인지. 그들은 분명 세력으로 존재하기도 했는데 말이다.

 

명계남은 발대식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열린우리당, 지금껏 못본 채 해서 미안하다. 앞으로 죽도록 사랑하겠다.", "당에 실망해서 탈당하겠다고 당 게시판에 쓰는 당원은 우리의 적", "당원을 더 모아 당원의 뜻대로 하는 것이 당 개혁"...

 

민주노동당의 현실에 직면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는 민주노동당에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우리가 국참연대를 보면서 그들이 보여주는 열린우리당 혹은 노무현에 대한 사랑이 지금 열린우리당과 노무현이 보여주는 정치로 향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듯이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것이 내 솔직한 생각이다. 나는 민주노동당을 사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에 "미안하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적어도 노동자민중의 상식이 통할 수 있는 민주노동당을 만들려는 세력이 있다면 나는 51%의 지지를 보낼 수 있다. 아니, 보내고 싶다.

 

** 역시 글을 쓰고나니 이걸 올려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이 된다. 너무 중얼거린 글이라...

하지만 총선이나 대선이 되어서야 좌파의 정치에 대해 토론하고 정치조직들의 이합집산이 이루어지는 모습 역시 안타까운 것 중의 하나고 뭐라도 중얼거리기 시작하면 내 고민도 깊어지겠지 싶은 생각에...

** 별로 당당할 것도 없는 사람이라 행인님을 비롯, 민주노동당 안에서 열심히 무언가 바꾸어보려는 분들을 보면 머리가 숙여지고 자연스레 응원을 하게 되기는 한다. 하지만...

 

 

* 이 글은 행인님의 [사고치다~!] 에 관련된 글이기도 하고 관련되지 않은 글이기도 하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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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8 13:07 2005/01/18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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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강 2005/01/19 00:5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미류님의 이 글... 뭔가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2. 조커 2005/01/19 09:0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개인적으로는 당을 사랑하는 건 좀 별개의 문제라고 봐요.
    정치조직이건 뭐건 사실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는 건 아니잖아요. (애당자?-_-)
    정치는 당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정책과 실천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거라고 보니까요...

    기본적으로 연대를 하지 않고 항상 편가르기를 하니까
    결국 총선이나 대선 등에서 그 지랄들을 하는 거라고 봐요.
    그건 뭘 사랑하느냐 마느냐와는 좀 무관하다고 느끼구요.

    그나저나...
    저는 저 명계남의 발언에서 갑자기 내부 배신자(?)를 적으로 잡는 두려움도 느끼고...
    조선일보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예전에 써먹은 레토릭과 동일한 것도 느끼고...

  3. 미류 2005/01/19 10:2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김강, 뭉클? 그건 어떤 걸까? ^^;

  4. 미류 2005/01/19 10:2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조커, 사랑이라는 말이 워낙 여기저기 갖다붙일 수 있는 말이라 적절하지 못한 말일 수도 있는 듯해요. 사랑이다, 아니다를 토론할 필요는 없을 듯하구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당의 정책과 실천뿐만 아니라 당의 정치적 지향에 대해서도 신뢰하면서 미래를 함께 하겠다는 마음이랄까. 조커님 덧글을 보고나니 사랑이라는 단어가 상당히 맹목적인 느낌을 주는데 그런 생각으로 쓴 건 아니랍니다.
    저도 적 운운하는 발언이 명계남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피아의 구분 자체가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5. 김강 2005/01/19 16:2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미류] 글쎄요. 그냥 글 읽다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