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행기

만지작거리던 스킨 작업을 끝냈다. 작업이라 부르고나니 거창하다. 그냥 조금씩 손대던 것, 끝냈다기보다는 당분간 손을 대지 않기로 한 것이다.

 



포토샵을 조금은 다룰 줄 알아야겠다고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집에 있는 작은 것들. 저것을 경비행기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비행기도 아니고 헬리콥터도 아니니 경비행기 정도로 부르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4-5년 전쯤 학교 앞에 한 노인이 바닥에 보따리를 깔고 각종 모형들을 팔았다. 딱 하루. 그 후로도 숱하게 그 앞을 지나쳤지만 보지 못했다. 모형들은 모두 철사만을 이용한 것이었다. 바이올린을 켜는 소년, 어리광부리는 강아지, 거대한 선박 등을 하나하나 쳐다보며 연신 감탄사를 남발했다. 저 경비행기도 철사줄을 휘어감고 엮어서 만든 모형이다. 바퀴도 돌아가고 프로펠러도 돌아간다.

당시 가격으로 3천원 정도였다. 보따리 위에 널려있는 모형들 중 싼 편이었다. 크기도 작고 단순한 모형이었다. 그래도 그 가격이 못내 비싼 듯해 흥정을 했다. 주위 친구들과 하나씩 사기로 하고 한꺼번에 사는 건데 좀 싸게 달라고 졸랐다.

비싼 것 같으면 사지 마시오. 노인의 대답이다. 철사 한 줄로 세상만물을 빚어낼 수 있는 재능에 대한 자부심에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익숙하다. 방망이 깎던 노인, 이라고 고등학교 교과서에 요즘도 나오지 않을까? 주제는 장인정신이라고 배웠던 것 같다. 다시 보면 또 어떤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그 꼬장꼬장함은 마치 실제로 내가 그런 인물을 만났던 것처럼 기억에 남아있는데 진짜 방망이 깎던 노인을 만났다. 철사 구부리는 노인.

 

융통성 없다 나무랄 수 있지만 그 노인을 닮고 싶다.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 삶이기를 바란다. 내가 하는 활동들이 누구보다도 나 스스로에게 자신있는 것이기를, 긍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

쉽지 않다. 아닌 듯한데 쓸려가기도 하고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기도 하고 사실, 외롭기도 하다.

<미소>에서 사진작가 소정(추상미 분)은 차츰 시력이 약해져 실명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경비행기를 배우러 간다. 그리고 말리는 강사 몰래 혼자 경비행기를 타고 난다. 자신의 삶은 자기 손으로 만들어가겠다는 당찬 결심에 박수를 보낸다. 나도 그렇게 내 삶을 만들어가고 싶다.

 

저 경비행기를 보면서 그런 욕심들을 조심스레 새겨보곤 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는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 더욱 옆에 있는 이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홀로서되 함께 가야할 길.

 

** 포토샵에서 배경을 지웠더니 전혀 새로운 느낌의 색이 나왔다. 마음에 들어서 구석구석에서 색을 따다가 색동무늬를 만들었다. 마침 후배가 청회색이 어울린다고, 그런데 오렌지색 느낌도 난다고 해서 블로그 이미지파일들을 대략~ 만들었다. 원래는 색동무늬를 배경에 쓰고 싶었는데 내게 있는 HTML 기술(있긴 있는 게냐? ㅡ.ㅡ;) 로는 불가능해보여 만지작거리다가 메뉴제목으로 이용하고 탑이미지 다시 바꾸고 소개프로필도 바꾸고, 뭐 이렇게 꾸역꾸역 조금씩 바꾸다보니 좋은지 잘 모르겠다. 특히, 프로필 이미지(내가 만드는 메뉴 이용하고 메뉴관리에서 자기소개 부분을 가렸어요)로 쓴 프리다 칼로의 스케치는 어색함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조금씩 바꾸다보니 익숙해지기는 했다.

 

무엇보다도 포토샵은 내가 손댈 수 없는 영역이라는 편견을 깼다. 그렇게 하나씩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런저런 조언과 설명을 아끼지 않은 미갱님, 달군님, 진보네 에게 특히 감사하다.(현근이 알려준 덧글 색깔 바꾸기,는 여전히 엄두를 못내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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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9 18:47 2005/01/1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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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ivermi 2005/01/19 22:2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두 제가 만들어갈래요~ 동참~

  2. 미류 2005/01/20 13:4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 우리 모두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