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의 미래 사회주의

역사학연구소 편, 도서출판 현장에서 미래를

 

좌담 형식의 "한국 사회주의 운동사,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와 한국 사회주의 운동사의 굵직한 흐름들을 짚어보며 각 시기에 주요하게 다루어졌던 쟁점들을 소개하는 2장,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 사회주의자들의 삶과 투쟁을 소개하는 "잊혀진 사회주의자들의 삶"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로 해방과 한국전쟁을 전후로 시작하다보니 일제하 공산주의운동사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조선공산당사를 학습할 기회가 몇 번 있었던 것도 같은데 번번히 놓치다보니 늘 궁금해하면서도 손대지 못해왔다. 조금씩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처음 집어든 책이 <역사속의 미래, 사회주의>다.

 

사회주의 사상의 도입부터 조선공산당의 창건과 조공 재건운동, 전평과 해방 후 남로당의 활동까지를 다루고 있는데 통사를 잘 몰라 혼자 읽기가 조금 힘들었다. 통사를 서술한 책을 한 권 읽어야겠다 싶은데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

도대체 일제시대에 사회주의자들이 어떤 활동을 했길래 새로운 정치적 공간에서 민중들의 정치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런 정치적 지지가 거의 자취를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것일까를 조금은 알 수 있다. 특히, 사회주의운동세력 스스로의 활동과 한계를 통해서 그러한 질문들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 책을 읽고난 후 느끼는 뿌듯함이다. 답을 얻었다기보다는, 적어도 사회주의운동사를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한 변수로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다. 늦은 감이 있다.

 

레닌에 별로 흥미가 없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평전이나 주요 저작들을 거의 읽기는 했지만 한번도 신나게 읽었던 기억이 없다. 대개는 막연한 압박감을 느끼며 읽었던 것 같다. 누가 읽으라고 해서라기보다, 사회주의가 어쩌고 류의 이야기들에 레닌이나 러시아혁명이 거의 절대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성공한 혁명...

뭐, 성공한 혁명이라는 평가에 굳이 의문을 제기하지 않더라도 전략과 전술을 논하면서 성공한 혁명을 근거로 끌어들이는 방식에는 종종 문제를 느낀다. 역사는 결국 살아숨쉬는 인간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인데 보통 역사를 죽이고 남은 껍데기를 근거로 갖다대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혁명과 레닌(이든 트로츠키든)을 자주 인용하는 습속 자체가 권위에 기대는 것은 아닌가 싶다. 특히, 20세기 사회주의운동의 주류(가 아니라 전부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였던 '당' 운동에 대한 논쟁들 속에서 당을 상대화하면서 그 의의를 재조명하는 의견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 역시 비슷한 문제인 듯하다.

 

그래서 '실패한' 한국의 사회주의운동사가 '새로운' 답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동안 몰랐던 한국 사회주의자들의 이름을, 이제는 기억하고 싶다. 그/녀들의 삶의 자취를 한켠에 지니고 싶다.

역사속의 미래, 사회주의라는 제목은 그저 그렇다. 다분히 선정적인 느낌도 있고 진부한 수사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역사속의 미래가 스스로를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투쟁을 통해서만 건져올릴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며 되새겨볼 만한 제목이기는 하다.

 

** 간혹 스칠 때마다 이재유라는 인물에 대해 호감이 간다.

** 좌익 소아병이라는 말이 도대체 비판의 언어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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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30 22:16 2005/01/30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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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anjang_gongjang 2005/01/31 19:3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한길사에서 나온 일제하 한국사회주의 운동(사?)이 읽어 볼 많하구요.
    한국의 사회주의 운동은 1919년 기점으로 본격화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역사와 비평에서 나온 제목이 가물가물 하지만 읽어볼 만한 책들이 있습니다. 참고하시길....

  2. 뎡야 2005/02/01 10:1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는 어릴때 한국의 역사라는 만화를 보다가 일제강점기에 내가 태어났다면 무조건 사회주의자야!!라고 외친 기억이 있어요 ㅎㅎ 저는 그 시기에 대해 소설이나 전기문으로 접한 게 다예요. 아나키즘 무슨 책은 읽었었지만(기억도 안 나고;;). 운동사같은 거 읽으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다 죽었구나,라는 슬픈 생각이 들어요-_-;;; 그쪽에선 무척 유명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스러져간 인생들이여 아으;;

  3. 미류 2005/02/01 11:2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오타맨, 양장본으로 된 두툼한 책 말하는 것 맞죠? ㅡ.ㅡ; 쉽게 손이 가지 않더라구요. 하나둘 차근차근 읽어봐야겠어요. 지금은 사실, '이재유 연구' 읽고 싶어요. 주위에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 듯도 한데...

    뎡야, 정말? ㅎㅎ 어릴때 많은 걸 알고 있었군요. 흠흠.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ㅋ
    뎡야 말처럼 정말 많은 사람들이 스러져갔어요. 그래서 운동사를 서술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듯하구 위 책 3장도 다분히 부실한 느낌이 있어요. 음, 슬픈 일이죠...

  4. kanjang_gongjang 2005/02/01 17:3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미류^^ 그래도 역사와 비평에서 나온 책들보다야 한길사 책들이 얇은 편이지요. 역사와 비평에서 나온 책들은 손에 잡는 순간 무게와 읽어야 할 두께에 주눅이 들지만 그래도 요즘 책들 활자가 예전 책에 비해 크게 나오고 각주가 많아서 읽어 볼 만한 책들 쉽게 페이지를 넘기게 됩니다.
    저녁 무료한 시간 때우는데는 최고고 흥미진지함 무협지보다 더 합니다. 저야 무협지를 보지 않았지만 역사속에 들어가보는 것도 괜찮은 여행입니다.^^ 함 도전해 보세요.
    두께보다는 역사의 바다에 풍덩 빠져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