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는 길이 아니라면

* 이 글은 돕헤드님의 [우회에 대하여] 를 읽고 남기는 글입니다 *

 

함께 고민해보고 싶은 생각에 짧은 몇 마디와 함께 글 남겨둡니다. 저도 작년에 한창 전범민중재판운동을 하다가 비슷한 고민을 했던 적이 있거든요.



찾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돕헤드님처럼 적극적으로 '비폭력, 평화, 채식주의, 가난한 삶, 걷기'를 실천하는 것이 그 한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류질서가 강요하는 경쟁의 구도와 승패의 구분에 스스로 발목잡히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우회라는 말이 그 길을 적절히 표현하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적이 나타나면 피하고 결국 적을 상정하지 않게 되는 길을 가겠다는 말도 잘 모르겠습니다.

 

비폭력, 평화, 가난한 삶의 길을 걸어가는 데에 '이겨야 할' 적은 없을 지 모르지만 극복해야 할 무언가는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우리 안에 있기도 할 테고 밖에 있기도 하겠죠. 정확히 이야기하면 나와 무관하지 않은 관계의 끈 하나하나가 모두 극복해야 할 무엇일 것입니다. 우리가 넘어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되는 것, 혹은 깨닫게 되는 것이 길을 걸어가며 얻게 되는 성찰일 듯합니다. 그것을 '적'이라고 부르는 게 크게 길을 잘못들게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적'이 분명해질수록 길이 분명해질 것도 같습니다.

혼자 가는 길이 아니라면...

적이 나타나면 친구를 만들어야죠. 함께 걸을 수 있는 친구. 친구를 만들 수 없는 적이 길을 막고 있다면 싸워야 하지 않을까요? 같이 걷던 친구들과 함께. 모두가 그 '적'을 피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적이 아니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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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01 16:52 2005/02/0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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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적에 대하여

    2005/02/02 23:53

    * 이 글은 미류님의 [혼자 가는 길이 아니라면] 에 관련된 글입니다. 그렇습니다.우리는 항상 혼자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함께 걷는 길이죠.굳이 노래 가사(얼굴 찌푸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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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anjang_gongjang 2005/02/01 17:4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중요한 점들이 지적하셨지만 자신이 선택이라는 점 그리고 이 상정한 안들은 자신이 결의로만 될 수 없는 점들입니다. 그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쉽게 그렇게 가리야 한다는 결의 무수히 보아왔고 그 사람들이 뒤돌아 서는 모습들 묵묵히 지켜보고 나 또한 결의에 지쳐 스스로 채념하던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치는 않습니다.

  2. kanjang_gongjang 2005/02/01 17:4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위 글에서 전 무엇보다 우리 너무쉽게 그들의 삶을 스쳐 지나가듯(어려운 점과 그 고통에 대해 절절히 몸소 실천하겠지만... 전...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그 피부로 와 닿는 고통의 깊이를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앞섭니다. 저 또한 이해한다 그렇게 결의한다 하는 무수한 말들을 하지만 정작 그렇게 할 자신이 없는 인간에 불과합니다. 전 저와의 대화 속에서 제 이야기들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중에 불과하며 어떠한 속단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보지만 그 생각에 그칠 뿐입니다.

  3. kanjang_gongjang 2005/02/01 17:4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남들이 실천이 부재하다면 그렇다고 생각만 합니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영역이 아닌 함께하는 길이면 더욱 좋겠지만 그 삶의 깊이는 공유하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을 가져봅니다.) 생각하지 않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4. 미류 2005/02/01 17:4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오타맨, 오늘 덧글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ㅠ.ㅠ
    제 글이 애매한 탓이겠죠? 그냥 돕헤드의 고민 나누고 싶어서 써본 글인데...

  5. kanjang_gongjang 2005/02/01 18:0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네 저는 그냥 운동이 개인적 신념에서 그치거나 이해한다로 표현되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을 끌적여 보았답니다. 운동이... 인생을 목표로 한다면...
    정리되지 않은 제 생각이에요. 그냥 순간에 들었던 생각을 끌적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너무 당사자가 아니면서 이해하는 척하는 이들을 많이 봐온 터라 제가 느낀 운동에 대한 이야기들 속에서 무수한 거짓 같은 결의들이 끼어들어 그냥 끌적였습니다.
    쓰고나니 또 횡수입니다.
    횡설수설 하였답니다.

  6. hi 2005/02/01 18:0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미류/ ㅋㅋ 우리 절대적 교조주의자 간장의 덧글때문에 혼란하신 건가여??? 간장은 매사 너무 지나치게 사색적인 것이 탈이에요. 행인처럼 그저 "인생 뭐 있어~~??"하며 살면 좋을터인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간장의 삶이 부러울 때도 많이 있습니다. 암튼 이렇게 열심한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조금씩이라도 바뀌고 있는 거겠죠.

  7. kanjang_gongjang 2005/02/01 21:0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행인님이 저를 뛰어주는 군요. 추락할 준비를 해야 겠습니다. ^^

  8. 조커 2005/02/02 05:3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는 '우회'란 표현에서 소위 말하는 '탈주'(개인적으로는 '도주'란 번역을 지지합니다만...)의 뉘앙스를 느꼈는데요.
    적을 만드는 건 우리편을 만드는 것만큼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원문에서 약골이 말하는 적은 다분히 인간적인 부분이 강하거든요.)
    이 구도를 벗어나서 더 거대한 시각으로 옮기게 되면 그때부터는 애매한 말들이 나올 수 밖에 없죠.
    예를 들어 관계의 끈이라든가 친구를 만들 수 없는 적이라든가하는 건 주적만큼이나 추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9. 미류 2005/02/02 15:3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오타맨, 좀더 많은 이야기들을 지리산에서 나누죠. ㅎㅎ 제가 돕헤드님 글에 대해서 이해하는 척하는 글을 쓴 것 같다는 반성이...
    행인, 사색적인 거, 행인도 만만치 않아요. ^^;

  10. 미류 2005/02/02 15:5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조커, 우회를 '탈주(저는 특별히 선호하는 번역어가 없어요)'의 느낌으로 이해하면 글이 조금 다르게 읽히기도 하네요. 감사.
    적이라는 말이 '아/비아' 구분을 벗어날 수 없는 만큼 저도 적을 만들지 않을 수 있는 운동에 대해 고민합니다. 그래서 돕헤드님 고민을 나누고 싶었던 것이기도 하고. 제 글이 너무 추상적인 관념어들의 나열이라 생산적인 토론으로 가기에는 많이 부족하네요. 다만, 조커는 약골이 말하는 적이 다분히 인간적이라고 했지만 적이 나타나면 적을 피한다는 것이 꼭 그렇게 읽히지는 않았어요. 사실, 제 고민..

  11. kanjang_gongjang 2005/02/02 18:4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네 그때 이야기를 나누죠. 그런데 아는게 있어야 이야기가 될텐데... 걱정이 앞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