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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처음으로 자전거 여행을 갔다

컴퓨를 보다보니 2002년 첫 여름 휴가 때 적었던 글이 있었다. 이것 저것 손 볼까 하다가 .. 그냥 올린다.. 언제나 그렇듯 여름 휴가 때가 되면 사람이 문제다. 그리고.. 내가 문제다..

 

참고로 그때 난 자전거를 탄지 일주일도 채 안된 왕 생짜 초보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혼자가서 음.. 사진도 별로 못찍었다. 그리고 혼자 찍는 사진은 늘 이렇다.. 타이밍도 못맞추거나.. 어설프게 나오거나.. 

어쨋든 내 2002년의 모습과 내 알톤 자전거다.

 

2002년 8월 4일부터 7일까지
아주 짧은 첫 여름 휴가

준비물 : 현금, 썬글라스, 썬블럭, 손수건, 안장수건, 캡모자, 여유분 옷, 우비(나중에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되지만 무지 무거운 우비를 준비했었다), 물통, 장갑, 시계, 비상약, 건전지

자전거는 영등포 기차역에서 화물로 강릉역으로 보냈다. 화물로 보내기 전에 자전거에 붙어 있는 조명등 및 기타의 물건들을 떼어내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없어지기 땜시. 당시 15만원에 구입한 앞 뒤 쇼파가 있는 알톤 자전거를 타고 갔는데 여행객들이 나의 자전거와 혼자여행온 여자라는 사실 그리고 내가 준비한 모든 것에  어찌나들 놀라는지..



준비물을 담은 가방과 몸만 기차에 싣고 밤기차를 타고 강릉역으로 감. 가방은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좋다. 사전에 준비한 것은 자전거 여행 까페에 가서 코스 및 일정들을 체크하고, 정말 혼자 무작정 떠난 극기훈련이였다. 7번 국도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덤벼든 여행은 강릉역에서 날 맞은 비에 넘어지면서 시작됐다. 준비는 없다. 그냥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리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라은영이란 사람에 대한 자괴감에서 오는 절박함이 있었다.

 

8월 4일.
7번 국도를 타고 내려갈 것만 결정했지 어떻게 강릉시내에서 7번국도를 탈것인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비를 맞으며 다시 전국 교통지도를 꺼내고 강릉시내의 조밀도를 보고, 7번국도를 찾는다. 출발은 양호하다. 무거운 우비는 자전거를 타자마자 간이 찜질방으로 변해버렸고, 비는 우비의 틈을 비집고 나를 적시고 있었다. 자전거를 탄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출발, 멈춤, 코너 돌기 및 모든 것이 서툴렀다. 특히 무거운 짐은 자전거를 더욱 무겁게 했다.

 수차례의 무단횡단과 신호무시 자동차 경적, 사람들의 손가락을 따라 도착한 7번 국도는 한적한 시골길과 같이 직선 길로 시작됐다. 그리고 처음으로 거꾸로 올라온 하이킹 족을 만났고, 그들의 힘찬 응원이 여행내내 힘이 됐다.

 

강릉역 출발 ☞ 7번 국도 진입. 진입 30분도 채 되지 않아 심각하게 자전거가 빗길에 미끄러진다. 미끄러진 자전거가 도로로 미끄러 지고 자칫 교통사고가 날뻔했다. 덕분에 무거운 우비와 바지가 찢어지는 액땜을 겪었다. ☞ 정동진. 고 3때 수능 끝나고 성적이 나오기 전에 잠시 가출아닌 가출을 했던 적이 있다. 그때 혼자 기차타고 왔던 정동진. 이미 2002년의 정동진은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혹여 자전거 도둑맞을까 자전거와 함께 모래 바닷가를 가는 무모한 짓도 한번 하고 편의점에서 물도 사먹었다. 어찌나 사람들도 많고 여름 휴가때면 빠지지 않는 이른시간에 바닷가에서 유흥을 젊은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 헌화로 바다가 내옆에서 계속 파도를 친다. 특히 비가 오는 바닷가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였다 ☞ 다시 7번 로 돌아와서 동해시를 지나 묵호 ☞ 삼척 ☞ 맹방에서 1박을 한다.
 
사실 맹방에서 일박을 할 계획이 아니였으나 이미 날이 저문 상태에 빗길이고, 자잔거 등도 생각보다 무척 약했다. 특히 가로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야맹증이 있는 개인적 상황에서는 더욱 나가기가 어려웠다. 맹방으로 넘어가는 고개에서는 언제 호랑이가 나타날지 변태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공포속에서 찔끔찔금 한 상황이였기에 맹방에서 1박을 했다. 장소는 맹방 민박. 2만원. 맥주 1캔과 약간의 과자를 사서 맹방 바닷가에서 혼자 한잔하고 나의 기억하나를 바닷가에 묻고 왔다.

 

사전에 알았어야 하지만 개인적으로 7번 국도를 타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지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강원도에는 무척이나 고개가 많다. 맹방에 이르는 곳까지의 해안도로 뿐만 아니라 수많은 고개에서는 자전거를 밀고 올라가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특히 공사중인 곳도 많고 국도도 역시 자동차 운전자들은 자전거를 배려하지 않기 때문에 확확 밀치고 가는 경우가 많다. 식사는 중간에 보인 휴게소 식당에서 하고, 볼일은 여기 저기 널린 화장실에서 보고, 이곳 저곳에서 물 사먹으며 정말 아픈곳 하나 없이 잘 왔다.

 

 

8월 5일

맹방에서 다시 아침을 맞고,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출발한다. 전날 무리하게 달려서 상당히 근육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어찌나 튼튼한 다리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미쳐 간과했던 어깨와 종아리 뒷쪽이 완전히 익어버리는 불상사를 제외하고는. 난 정말 건강한 사람임이 입증됐다. 철저히 썬블럭으로 커버하고 썬글라스와 수건을 정비하고 다시 출발한다. ☞계속 7번 국도를 타며 왕 고개들을 넘고 엄청난 활주로를 넘고 고가도로를 타고 ☞ 동해 휴게소 (강원도와 경상도 경계 고개에 있음)에서 잠시 쉼. 고가도로에서 다른 하이킹 여행족과 도보여행자를 만났다. 그들이 내게 다음의 코스가 어려움을 알려줬다. 까짓것 하고 오르는 고개는 정말 오를수도 없고 내려 갈수도 없고 자전거를 뉘여 놓고 쉴수도 없는 울고싶은 고개였다. ☞ 울진 발전소 근처에서 맥주 한캔도 까보고, 부둣가에서 놀고 ☞ 왕 바람 많이 부는 고개를 넘어 평해에 도착. 기냥 평범한 읍내 인데 전날과 같이 어둠의 상황에서 절망하기 보다 해질녁에 그냥 쉬어버린 상황이다. 저녁 먹는 식당에서 고개에서 만난 하이킹족을 다시 만남. 그들은 텐트를 싣고  여행중이기 때문에 강가에서 잔다고. 다음날을 위해 오이를 사서 여관 냉장고에 넣어두고 물도 얼렸다. 어찌나 고급스런 여관을 잡아서 1박을 함. 어찌나 고급스럽던지 다시는 여관에는 가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과 특히 혼자는 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누군가에 부탁해서 찍었겠지.뒤는 동해바다다..

 

8월 7일

평해를 떠나 포항에 도착하는데 6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경상도 부터는 강원도와 완전 대비되는 완만한 길이 나오는 데 특히 평해 이후로는 정말로 완만한 시골길과 도로길이 번갈아 나온다. 특히 이날 부터는 비가 좀 심하게 내리는 상황이였고 자전거 수리도구를 하나도 챙겨오지 않은 상황에서 자전거 바퀴 바람이 빠지는 상황인지라 더 여행하기가 어려웠다. 일상의 도로에서 덤프 트럭은 주위 대상이다. 지나가면 엄청난 바람과 먼지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특히 비가오는 상황에서의 덤프트럭은 빗물로 물보라을 만들고 엄청난 빗물을 퍼붓고 가기 때문에 중심을 잘못 잡으면 그 바람에 자전거가 넘어지기도 한다. 결국 포항에 사는 후배 녀석의 신세를 지며 여행을 끝내기로 한다. 포항 주유소에서 전날에 만난 하이킹 족을 다시 만나서 쉬면서 옥수수 나눠 포항시내를 헤집어서 후배네 집으로 가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후기 ..

그냥 꿈 같다. 지나간 시간들. 혼자 되씹던 말들. 수천번을 되뇌었을 할수 있다는 나의 약속. 한고개 한고개를 넘으며 그리고 내려오며 나는 나를 시험하고 이겨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남들에게 과시하거나 자랑하기 위해 시작한 홀로여행이 아니다. 역시 너야, 대단해 라는 말들은 흘려라. 남들이 나에게 해주는 말들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나의 결정에 대한 그들의 가치관에서 예의상 나오는 말일뿐이다. 나에게 있어서 하나의 부분이고 현상처럼 해낸 것이고 누구도 할수 있는 일이다.

 

자전거는 맛탱이가 갔다. 그럴만 하지. 그리 무리를 했으니. 이 여행을 통해 혼자 달릴지라도 언제나 나에게 힘이 되는 사람들. 그들에 대한 느낌과 존재감 그리고 그들에 대한 내가 가진 의미를 알수 있었다. 독불장군과 같은 나란 사람은 원채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란 감정자체를 느끼지 않으니... 표현하지도 않는다. 고민스럽게 찡얼거리며 강한척 어느 순간에 약한척. 척척하는 가식적 행위에 대한 불필요함을 느낀다.

난 단지 나 이다. 그냥 그 모습을 있으며 움직이면 되는 것이 세상의 한 부분인 나란 존재이다. 후후 연애나 찐하게 해서 누군가를 죽도록 좋아하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지만 난 죽도록 좋아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금의 내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너무 뻔하다. 욕심 부리지 말고 조급해 하지 말아야.. 주변에 모든 것에 ..

 버티고개에 자전거를 밀고 올라가던거. 활주로 끝에 나왔던 감동적인 내리막길. 억수같은 빗속에서 만난 하이커들. 모두가 힘을 나눠가는 모습. 모두의 까만 얼굴과 파이팅의 말들. S나 또한 그들에게.. 내 주변인들에게 힘을 주는, 나눠주는, 단 한줌의 정성도 나누는. 외롭고 고독한 사람들이 아닌 삶은, 세상은 그렇게 나눠가면서 살아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겠다. 이제 포항을 떠나 다시 성남으로 가야한다. 이제 나의 첫 휴가도 끝났다.

 

나의 그사람에게
분명 왜곡된 거다. 그리고 그 사람도 그것을 알 것이다. 서로간에 사랑이 아니라 익숙함인 것을. 분명한 것은 난 그 사람을 좋아하고 인정하지만 사랑하지는 않는 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내가 잘못한 거다. 처음부터 너무 잘 맞아 떨어진 우연처럼 지금까지 온거다. 나로 인해 그 사람이 더 많은 해를 입었기에 나또한 이렇게 혼자 나를 되돌아 볼 수 밖에 없다, 이제 인생을 나누는 동지가 되었으면 한다. 내가 그 사람에게. 무엇을 하든 서로에게 어떠한 사람이 생기든 간에.

 

여행을 끝내니 ...
손톱에 끼여있는 때. 고개. 햇볕. 소금에 절은 옷. 바다. 트럭이 선사한 빗물 세례. 바람. 다리의 멍. 2번이나 사고를 낼만큼 심하게 넘어진 상황. 내가 목격한 불륜의 현장. 까맣게 탄 팔과 다리. 힘내자. 할수 있다.

그리고 내가 깨우친 내가 가진 삶에 대한 집착. 살기 위해 달릴 수 밖에 없었던 첫날 밤. 오르막길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가지 밀어 부티는 나의 고집. 난 독한 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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