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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베로니카가 죽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베로니카는 수십개의 수면제를 먹고 죽으려고 했다..근데 극적으로 살아난거다. 정신병원에서..

 

개인적으로 움베르트 에코를 좋아한다..

워낙 똑똑하고 유명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

그 사람의 글에서는 왠지 모를 낡은 책 냄새가 난다..

장미의 이름으로나 푸코의 추가 중세를 배경으로 하거나, 넘나드는 그 신비함도 크게 작용하고..

 

근데.. 이 책 제목에..움베르에코 추천이라고 큼지막하게 서 있었다..

히히..궁금해서 ..맘이 동했던 거지.. 베로니카는 왜 죽을 결심을 했을 까.. 에코는 뭘 보고 추천했을 까 싶어서..



베로니카는 24살. 똑똑하고 예쁘고 직업도 있고.. 젊고 애인도 있고.. 뭐 나름대로 완벽하다고 저자가 소개한다.. 근데 죽을 결심을 하는거다..

 

유서에는 "삶이 너무 뻔해서-- 젊음이 지나가고 나면 다음엔 내리막길이다. 고통의 위험만이 커밀 뿐이다. --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처럼 느껴져서 -- 사회 상황이나, 배경이라고 하는 슬로베니아의 상황은 점차 나빠지마는 그녀로서는 상황을 막을 도리가 없다는 것, 세상에 아무론 쓸모 없는 존재 처럼 느껴진다는 철학적 생각-- " 란다..

 

내가 베로니카 친구였면.. 쉽게 " 배부르니 저러지..."라고 쉽게 말을 던졌을 거다.. --' (어찌나 인정머리 없는지..) 음.. 난 인생의 오르막에 서있나 내리막길인가...

 

암튼.. 이 책에서 베로니카는 결국 자살에 실패한다.. 그리고 자살 기도로 인해 정신병원에 수용되고 거기서 보내는 일주일과 만나는 사람들이 책의 주 내용이다.

 

 

배경이 되는 빌레트 정신병원에는 참 이상한 환자가 많다. 인슐린 충격요법을 받는 제드카의 경우는 '베르베르의 타나토노트에서의 육체 이탈'의 경험도 나오고, 정신분열증자로 나오는 "잘생긴 청년" 에뒤아르는 정신분열증세로 부모를 속이고 정신병원에서 그냥 맘내키는 대로 살아 버린다..패닉신드롬에 걸린 변호사 마리아는 잘나가던 시절 뒤로 하고 병원에 머무른다.. 이혼 당하고, 정신병원 경력때문에 변호사 일도 짤린 뒤에는 그냥 병원이 자기 세상이 되 버린거다..

 

병원이 세상이 되어버린 사람들 이야기다. 그들의 공통점은 세상의 기준과 세상의 방식들에 대해 속칭 '적응하지 못한' 거다.. 아니 보기에 따라 다르지만 스스로 거부해서 병원을 택하기도 한다. 병원의 존재는 세상과는 분리되고, 일정정도의 치료만 참아낼 수 있다면 개인의 공간과 자유가 확보되는 곳이니까..물론 병원의 세상 또한 그들의 완벽한 세상이 되지 못한다. 그냥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 처럼 다시 바깥세상에 나갈 준비들을 하고, 다시 나가려 한다..

 

그래 나는 이세상에서 제대로 적응하고 사는 건가.. 누가 그랬다.. 소위 운동한다는 사람들은 누구도 주지 않은 역사적 사명감을 자신의 거대한 존재감으로 규정하고, 언제나 강박관념을 가지고 산다고.. 편집증 적으로 집중하고, 자신의 공간에만 매몰된다고.. 사실.. 그말에 상당히 공감했는데.. 이 책을 보고..내가 지금 있는 공간은 병원같은 공간이란 생각을 했다.. 조금은 안전한, 조금은 보호받을 수 있는 그렇지만 욕심나는 것들과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는 공간...후후.. 이런 곳이 많아지면..세상이 좀더 너그러워 질 수 있지 않을 까 싶네.. 

 

책은 기분 좋게 나를 속인다.. 결론은 정말 예상치도 못한 임상실험의 결과 였다.. '비트리올'이라는 정신질환을 유발시키는 독성물질,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다시 자살을 시도한다는 것의 공식에 근거해 비트리올을 물리치기 위한 실험이 베로니카에게 쥐어진거다.. 자살시도 이후 베로니카는 몸이 약해진 것 이외에는 없는데, 의사가 "1주일 남았다. 심장이 멈춰 죽을 거다"라고 진단을 내린거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심장 작동에 이상이 오는 약을 투입하고.. 그 1주일간 베로니카는 사람들을 만나고, 해방감도 느끼고, 생각도 하고.. 결국 병원도 탈출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의 생명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며 끝이 난다...  

 

풀어가는 방식은 좀 그렇지만.. 이런 식의 속임이 떄로는 유쾌하다.. 결국 베로니카는 "오늘도 또 하루를 산다"는 희망과 기쁨을 얻었으니까..그렇지만 자살을 선택했던 이유들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어케 극복해 나갈 건지.. 좀 .. 걱정이 되긴 하네..

 

살다보면 되겠지가 아니라, 개인의 소소한 삶들이 만들어 내는 세상이니까..단 한 사람도 정말 중요하단.. 도덕교과서 같은 답을 한번 생각해 보고..여운이 남는 말은 제드카가 한말인데.."충분히 사랑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물론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충분히, 아니 충실하기 위해서 사람들을 생각하고 사는 건지.. 때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람들을 수단적으로 생각하는게 아닌지 뒤바뀐 내모습을 발견하니까.. 하하.. ^^; 그러지 말자는 정해진 답을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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