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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운행 할 데 대하여(草稿)

준법운행 할 데 대하여(草稿)

 

정 신 화 (버스노민추 수도권부위원장)


 

1. 들어가며

 

   지난 10월 27일, 서부운수에서 7018번 노선모임이 열려 “준법운행 한다.”는 결의를 하였다. 그리고 이 결의는 다음날부터 실천되었다. 비록 이틀 만에 다시 평상으로 돌아가 버렸고, 해서 “언제 노선모임 했어?”라고 자조 섞인 말을 할 지경이지만, 버스현장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목적의식적인 노선모임과 쟁의적 준법투쟁이 아닌 일상적인 현장활동으로서의 준법운행 결의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렇게 된 원인을 놓고서도, 촉탁을 비롯한 스페어기사가 문제라고 하는가 하면, ‘앞차가 정거장에 안 서고 그냥 가는데 나라고 정거장에 꼬박꼬박 서면서 갈 수 있나? 그렇게 하면 간격이 벌어지고 손님들한테 욕먹는데......’라고 하는 고정기사에서부터,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어, 준법운행은 안 돼.’라고 하는 다른 노선기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나타났다. 

 



2. 준법운행이란 무엇인가

 

1) 준법운행의 의


   노선운행을 함에 있어서 도로교통법과 자동차운수사업법 등의 제반법규를 준수하고 근로기준법 등에 규정된 근로시간·휴식시간 등의 근로조건을 준수하는 운행방법을 말한다. 이는 기존의 노선운행 관행이 탈법과 편법에 기반한 불법운행이라는 현실인식에서 출발하여, 그러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노선운행의 직접담당자인 운수노동자가 겪고 있는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억압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것이다.

 

2) 준법운행의 종류

 

쟁의적 준법운행

낮은 수위의 파업전술로서 준법투쟁의 일부분이다.

 

일상적 준법운행

회사에 대한 요구조건을 내걸지 않는 점에서 쟁의적 준법운행(투쟁)과 구별된다.

 

 

3. 준법운행 사례



1) 쟁의적 준법운행


      가. 서울시내버스


   서울시의 버스준공영제가 시행된 2004년 7월 이전에도 몇몇 버스사업장에서 준법운행을 한 사례가 있었다. 사전에 공개적인 요구조건을 내걸지 않고 준법운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요구하는 결과에 이른 점이나 당사자와 사측 말할 것 없이 준법운행을 쟁의행위로 인식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일상적 준법운행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시 다른 버스회사와 노선경쟁을 하고 있던 실정을 감안하면 계속해서 준법운행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는 점과 회사가 요구조건을 수용하자 준법운행을 중단함으로써 준법운행기간이 하루나 며칠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하면, 버스준공영제 이후에 나타나고 있는 장기간에 걸친 계속적이고 일상적인 준법운행과는 분명히 다르다. 쟁의행위에 준하는 준쟁의적 준법운행으로 보면 될 것 같다.

 

▢ 공항버스


   공항버스에서는 박○배 전지부장(당시는 평조합원)과 몇 명의 조합원이 한 노선에서 준법운행을 하였다. 같은 순번의 몇 명이 나란히 준법운행을 하면서 뒤차보고는 넘어가지만 말고 뒤따라 올 것을 부탁하였다. 계속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노선의 한 쪽이 터져서 탕탕이 간격이 벌어지게 되자 배차가 통제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이렇게 하기를 불과 며칠 만에 회사에서는 노사교섭위원도 아닌 박○배 조합원을 소노사협의회에 참석시켜 요구조건을 들어주게 되었다.  


▢ 동해운수


   버스일터의 전 대표인 전○영은 회사 간부와 다툼이 있어서 1인 준법운행을 하였고, 그 결과 한 탕이 줄어들게 되었다. 경기도 일산·원당과 서울역·신촌을 운행하는 좌석버스의 노선 특성상 과속과 신호위반이 다반사였고, 법정제한속도와 교통신호를 준수하는 것이 준법운행의 주된 방식이었다. 물론 뒤차들이 준법운행 하는 앞차를 넘어가지 않았다. 


      나. 한성여객의 파업전 전술로서의 준법운행


   2차 쟁대위까지는 총파업과 관련한 실질적인 행동은 매주 수요집회 밖에 없었기 때문에 파업지도부가 크게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2차 쟁대위 이후부터 실질적인 파업전 전술 구사가 돌입되게 되면서 서서히 파업지도부의 투쟁의지가 시험대에 올려진다. 파업지도부는 5월21일 2차 쟁대위에서 서울본부에서 제출한 전술계획을 하나하나 검토한다. 여기서 ‘전조합원 리본달기, 상황발생시 노조에 보고’를 투쟁지침 1호로 결정한다. 분임조, 선봉대(사수대) 구성 등이 결정되고, 편집팀의 다양한 업무들이 많이 주문되었다. 이에 따라 편집팀의 인원보강 문제도 요구되었다. 여기에 투쟁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기 위해 천막 철야농성을 결정한다.

   5월28일 3차 쟁대위에서는 준법운행이 지침으로 내려갔다. 그 외 몸자보등 실무적인 부분의 역할들이 주어졌다. 그러나 5월29일 오전반 조합원들은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들리는 얘기로는 준법운행을 하기로 했다는 데 집행부에서 한 명도 내려오지 않아, 실제로 준법운행을 하는지 혼란스러워했고, 당일 준법운행은 일부 적극적인 노조활동을 하던 몇 명을 빼면 대부분 이루어지지 못했다. 다음 날도 마찬가지의 상황이 벌어졌다. 다만 준법운행에 참가한 조합원들은 조금 더 늘어났다. 철야농성장을 찾은 조합원들은  “집행부에서 내려와서 배차 점검도 하고 얼굴도 비치면서 준법운행을 주지시키면 더 잘될 것”이라고 아쉬운 점을 얘기했다. 또한 전 조합원 조끼 및 머리띠 착용문제가 제기되지만 “법적으로 문제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며 뒤로 미뤄진다.

   이 날 4차 쟁대위에서는 준법투쟁을 의지를 갖고 더 밀어붙이자는 의견들도 나왔으나 결과는 각 노선별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지도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배차대기실, 차고지 입구 등에서 준법운행을 강조하고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무시되었다. <버스노민추, 버스현장 16호>


      다. 서울지하철의 준법투쟁


 

      라. 택시


▢ 승마육운


   택시회사 노동조합의 조합장이 실질적으로 회사로부터 거부당한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고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저해할 의도로 근로자들에게 집단적으로 연차휴가를 사용할 것을 선동하고 이에 따라 근로자들의 집단적 연차휴가 사용 및 근로 제공 거부행위가 이루 어진 경우, 이는 이른바 쟁의적 준법투쟁으로서 쟁의행위에 해당하고, 이와 같은 행위를 함에 있어 노동조합의 결의를 거치거나 쟁의발생신고를 하는 등의 노동쟁의조정법상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회사에게 예상치 못한 업무의 저해를 초래하여 택시 이용자들에게 많은 불편을 초래한 점 등이 인정된다면, 이와 같은 준법투쟁은 정당한 쟁의행위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이를 선동한 조합장의 행위는 단체협약 소정의 면직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이유로 한 면직처분은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로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한 사례.


▢ 제주 한영택시


   택시회사의 근로조합의 간부들이 운영위원회의 결의를 거쳐 준법운행 (당시까지 관행화 되어 있던 과속, 부당요금징수, 합승행위 등 불법적 운행의 중지)을 주도하여 시행하면서 그 준법운행사항 외에 수입금의 상한선까지 손해를 입히고, 일부 조합원들은 이에 맞추기 위하여 파행적인 운행까지 하게 된 경우, 이는 노동쟁의조정법 제3조 소정의 쟁의행위(태업 또는 부분파업)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 제주 성일운수


   [1] 구체적인 노동쟁의의 장에서 단행된 사용자의 직장 폐쇄가 정당한 쟁의행위로 평가받기 위하여는, 노사간의 교섭태도 경과, 근로자측 쟁의행위의 태양, 그로 인하여 사용자측이 받는 타격의 정도 등에 관한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형평의 견지에서 근로자측의 쟁의행위에 대한 대항·방위 수단으로서 상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한다 할 것이고, 그 직장폐쇄가 정당한 쟁의행위로 평가받을 때 비로소 사용자는 직장 폐쇄 기간 동안의 대상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불의무를 면한다 할 것이다.

   [2] 준법투쟁의 목적, 절차, 형태 등과 이로 인한 회사의 수입감소 등에 비추어 노조의 준법투쟁이 태업과 유사한 쟁의행위라면 이와 같은 쟁의행위의 주체, 목적, 시기, 절차, 수단과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수행 및 재정상황에 차질이 생긴 것만으로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부인될 수는 없는 것이다.

   [3] 1. 당시 당해 회사와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받고 있던 다른 12개 회사 중 피고회사 노조의 요구와 같이 임금을 10% 인상하기로 합의한 회사도 있었으므로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피고가 전혀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닌 점 2. 노조의 준법투쟁에 차량의 운행에 관한 제반법규나 단체협약상의 근로시간을 준수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사납금을 일정수준으로 정하거나 빈차로 운행하게 하는 등 불법적이고 파행적인 운행의 정도에까지 이르지는 않은 점 3. 노조가 준법투쟁을 한 기간에 3일에 불과하여 이와 같은 단기간의 준법투쟁으로 인한 피고의 수입금 감소가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끼칠 정도에 이르렀다고는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사용자가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대화를 통하여 노조와 임금협상을 시도하지 아니한 채 준법투쟁 3일만에 전격적으로 단행한 직장폐쇄는, 근로자측의 쟁의행위에 의해 노사간에 힘의 균형이 깨지고 오히려 사용자측에게 현저히 불리한 압력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회사를 보호하기 위하여 수동적, 방어적인 수단으로서 부득이하게 개시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결국 피고의 직장폐쇄는 정당성을 결여하였다 할 것이어서 직장폐쇄 기간동안의 임금 지급의무를 면할 수 없다.


2) 일상적 준법운행


      가. 대진여객


   유○원(39)씨는 경력 5년차의 버스 운전사다. 그가 모는 1014번 지선버스는 서울 정릉을 출발해 아리랑 고개 →보문역→동대문 운동장→성신여대입구를 거쳐 다시 정릉으로 돌아온다. 서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초록색 버스. 하지만 그의 버스는 특별하다. 

   “안녕하세요, 천천히 올라오세요.” 오후 12시 35분. 차고지인 정릉 문바위 고개를 출발, 첫 정류장에 도착했을때 40대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이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곧바로 출발하지 않고 잠시 뜸을 들였다. “손님 자리에 앉으세요. 앉기 전에는 출발하지 않습니다. 한 정류장을 가더라도 이 차에서는 편안히 앉아서 가십시오.” 유씨는 룸미러를 통해 승객이 자리에 앉은 것을 확인 한 후에야 엑셀레이터를 밟기 시작했다. “좌회전 깜빡이 넣고 천천히 출발하겠습니다.” 버스의 방향을 바꿀때도 친절하게 미리 안내를 한다. 

   정릉시장 입구에서 한 승객이 정차 버튼을 눌렀다. “버튼이 멀리 있으면 굳이 버튼을 누르려 일어서지 말고 그냥 ‘아저씨 세워 주세요’ 하고 말하세요. 절대 운행 중에 일어서지 마세요. 이 차에서는 내릴 때까지 엉덩이를 의자에 꼭 붙이고 계십시오.” 버스는 성신여대 입구를 향해 달렸다. “차가 완전히 정차하기 전에는 일어서지 마십시오.” 하지만 한 여성 승객이 버스가 완전히 멈춰서기 전 자리에서 일어서 뒷문을 향해 갈 움직임을 보였다. “아가씨, 차가 완전히 설 때까지 일어서지 말라고 했잖아요. 공주님같이 품위 있게 차가 완전히 서거든 나오세요.” 그러나 이 여성 승객은 유씨의 말에 아랑곳 않고 뒷 문 앞에 가 섰다. “아가씨, 다음에는 이 차 타지 마세요. 이 차는 품위 있는 손님만 모시겠습니다.” 미스코리아대회 참가자 처럼 비음을 섞어 말 꼬리를 살짝 올린 유씨의 농담에 승객들의 입에서 일제히 웃음이 터져나왔다. “바쁘면 운전자가 바쁘지 왜 손님들이 바쁩니까. 이젠 버스도 품위 있게 타세요. 여러분이 완전히 앉으면 출발할 테니 여러분도 품위 있게 앉아 계시다 차가 완전히 선 뒤에 품위 있게 내리세요. 친절하고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유씨의 입은 잠시도 쉬지 않았다. “이번 정류장은 동대문 운동장입니다. 지하철을 4,5호선을 이용하실 분들은 이곳에서 하차 하세요. 그리고 지하철을 타시거나 버스를 갈아탈 분들은 내리기 전에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한 번 더 찍어야 요금할인을 받습니다. 단말기에서 ‘감사합니다.’란 말이 나와야 정상적으로 처리가 된 겁니다.” 1014번은 신설노선이라 아직 안내방송 테이프가 준비되지 않았다. 유씨는 모든 안내를 육성으로 대신했다. 틈나는 대로 교통카드 사용법이나 환승요령 등 승객들이 궁금해 하는 새로운 버스 시스템에 대한 설명도 곁들였다. ‘립 서비스’뿐만이 아니었다. 유씨의 버스는 철저하게 신호를 준수했다. 급정차나 급출발도 하지 않았다. 정차할 때는 버스 정류장 옆으로 최대한 붙였다. 아무데나 비집고 들어오는 오토바이가 하차하는 승객과 충돌 사고를 일으킬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1014번 버스의 운행구간은 13.821km로 길지 않다. 하지만 버스 중앙차로를 이용하지 못하는데다 청계천등 상습 정체구간이 많아 한 바퀴 도는데 보통 1시간 50분이나 걸리는 ‘느림보’다. “이 노선은 차가 많이 밀립니다. 그래서 손님들이 원하는 도착 시간을 맞춰 드릴 수가 없습니다. 배차 간격도 들쭉날쭉해 손님들이 짜증을 많이 내십니다. 그러나 제 힘으로는 해결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최대한 친절하고 안전하게 손님들을 모시자.” 

   그의 ‘친절버스’는 서울시의 대중교통체계 개편 첫날인 7월1일부터 본격적인 운행을 시작했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그동안 시내버스는 승객에 의존하는 수입구조때문에 상당수 과속이나 난폭운전을 일삼았다. 유씨도 가서는 안 될 차선으로 버스를 급하게 몰고 간 뒤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끼어드는 ‘찔러박기’나, 도로 한가운데서 승객을 하차시키는 불법을 수시로 했다. 배차간격을 맞춰야 했기 때문. “처음 버스를 몰 때 한 달가량 지금처럼 했어요. 그랬더니 앞차와의 간격이 40분씩 벌어지는 거예요. 난리가 났죠. 그때부터 속도를 내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며 운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1일부터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다. 회사에 대해 승객수가 아니라 1대당 적정 운송수입을 산정, 배분하는 수입금공동관리제가 시행된 것. 수입금공동관리제는 버스 회사가 저마다 수입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 등이 공동운수협정에 따라 버스 노선별로 적정이윤을 포함한 총 운송비용을 산정, 회사에 수입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행 적자는 시가 보전해 준다. 버스회사가 운전기사에게 무리한 운행을 요구할 일이 사라진 것. 

   그렇다고 해도 유씨 같은 버스기사를 만나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동료 기사들은 “지나치게 친절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자신들은 아직까지 승차하는 손님을 향해 “어서 오세요.” 정도의 인사를 건네는 수준인데 그 것도 “많이 발전 한 것”이라는 것. 

   버스는 성북구청을 지나 정릉 입구에 들어섰다. 시계바늘은 어느덧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차고지 근처라 그런지 우씨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단골 승객’이 더러 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떠들면 목 안 아파?” “괜찮아유~”. 정겨운 대화가 오고 갔다. 주부 곽인숙씨(45)는 “이런 버스기사는 처음 봤다”며 “진심으로 승객들을 보호해 준다는 느낌을 받아 너무 좋다”고 말했다. 오후 2시 20분. 우씨의 버스가 종점에 도착했다. 몇 정거장 앞에서 탄 할머니 한분이 앞문으로 내리려다가 바지에서 뭔가를 꺼내 우씨에게 건넸다. 사탕이었다. “우리딸 주려던 건데 기사양반이 너무 고마워서 주는 거야. 이 사탕 먹고 힘 내.” 새벽 5시부터 시작된 하루일과를 끝내는 마지막 운행에서 뜻하지 않은 ‘큰 선물’을 받은 우씨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나. 서부운수


[1] 서울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과 버스운영체계 개편

   2004년 7월, 서울시의 버스준공영제 도입으로 공동운송협정을 통해 운송수입금을 공동배분함에 따라 버스업체간의 과당경쟁을 지양하면서 적정이윤을 보장하고, 버스운영체계 개편으로 지간선제를 시행하면서 GPS(위치추적시스템)과 BMIS(버스운행정보시스템)을 운용함에 따라 실시간운행관제가 가능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준법운행을 하지 않고 편법·탈법운행을 하게 된 주된 원인이었던 업체간 경쟁이 사라지고 노선운행버스와 버스회사 및 서울시 교통개선총괄반 사이에 운행정보공유 및 운행통제가 가능하게 됨에 따라 준법운행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는 인식이 노선기사들 사이에 널리 퍼지게 되었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도 자연발생적으로 앞뒤차 배차간격유지·무정차통과 안하기·신호 지키기 등 준법운행을 시작했다. 말 그대로 자발적 준법운행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당시 721번(창신동)·7018번(종로2가)·7016번(신월동)·7719번(녹번동)의 전 노선에서 몇 명씩의 노선기사들이 7월 1일부터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달정도 산발적인 준법운행을 하였다.

   이러한 자발적이고 산발적인 준법운행은, 당시 서울시의 무리한 지간선제 시행으로 인한 교통대란으로 승객들의 분노에 찬 항의가 눈앞에 보이는 버스운전기사에게 집중되고, 새 노선에 대한 불안감과 손님들의 거친 욕설에 겁을 집어먹고 준법운행하는 뒤차를 내버려둔 채 자기만 손님 안 싣고 편하게 갈려고 앞차를 밀고 가는데 대한 배신감, 버스노조의 무대응과 우와좌왕하는 서울시와 버스회사의  행정력 부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준법운행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스스로 포기하게 되었다.


[2] 계속되는 1인 준법운행

   동료 운전기사들이 준법운행을 포기한 상태에서도 7018번(북가좌동~종로2가) 노선의 고정기사인 정○화의 외로운 1인 준법운행이 계속되었다.         


○ 2004년 4월 29일, 허리디스크 발병

2004. 5. 7일자 문서번호 서운노 50호 <경위서 제출 통보>

   제가 서울 74사 4134호를 승무 운행하면서 2004년 4월 30일 21시 59분 종로2가 정류장을 통과하여 22시 46분에 본사 기점에 들어와 운행종료한 사실(문서번호 서운노 50호)과 관련하여 정확한 경위를 밝힙니다.

      1. 저는 배차주임의 운행지시를 거부한 사실이 없습니다.

   2004. 4. 30일 4134호를 운행하여 22시 46분경에 본사 기점에 들어와 막차운행 시간인 22시 40분이 지났으므로 주차를 하였습니다. 당시 박○유 배차주임이 제차에 와서 허리가 아프면 자기한테 와서 조퇴하겠다고 얘기하면 해줄텐데 말도 없이 차를 박으면 어떡하냐고 하길래, 시간이 지나서 차를 박았는데 허리가 아파서 못나가니 운행포기로 처리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조퇴가 아니고 운행포기로 얘기한 것은 개인적인 문제는 가급적 제가 손해보는 쪽으로 처리하는 생활태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는 우리회사 취업규칙 제37조(지각, 조퇴) 제1항의 사원이 개인적인 사유로 지각 또는 조퇴할 경우 소속부서장에게 사전 허락 또는 사후 즉시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통상적으로 조퇴는 배차주임이 작성한 조퇴신청서에 서명날인 하지만,  운행포기는 구두에 의한 의사표시로 행해져왔습니다.

      2. 저는 막차운행을 기피하고자 고의로 운행질서를 문란시킨 사실이 없습니다.

   2004. 4. 29일경 4134호를 운행하여 오후반 근무 중 브레이크 페달과 클러치 페달을 밟으면 허리가 아프고 오른 다리가 저려서 출발이 지연되고 제대로 신호를 받지 못해 앞차와의 간격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문동 종점에서 뒤차를 넘어가게 하고 회사에 들어와 저녁식사 후에는 허리가 아파서 좀 쉬었다 가겠다고 당시 최○선 배차주임에게 말하여 또 한 대를 먼저 보내고 운행한 사실이 있습니다. 

   동년 4. 30일 오전경 병원에 갈까 망설이다 하루만 더 일해보고 계속 아프면 정식으로 진찰을 받자는 생각으로 4134호를 승무했으나 이번에는 왼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아파서 이문동 종점에서 앞차와의 간격이 20분정도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붙어왔던 뒤차 4대를 넘어가게 하였습니다. 용두동과 신설동 사이에서 차가 밀려 혼잡한 와중에 또 한 대가 넘어갔고 당시 전교조 집회, 행진으로 인해 종로통이 혼잡해서 1회 운행시간이 무려 4시간 40여분 소요되었습니다.  저녁식사 시간에 차가 한 대밖에 없어서 식사를 하고 배차를 받을 때 이미 10여분이 벌어져 있는 상황이었고, 당시 박○유 배차주임에게 어제부터 허리가 아파서 뒤차들을 넘겨주고 쉬어가면서 운행을 하고 있다고 간격이 벌어진 이유를 설명하고 2회 운행을 나간 사실이 있습니다.    

   동년 5. 1일 오전경 모래내 시장에 있는 삼성정형외과에서 X선 촬영 결과 디스크(척추염좌) 초기라는 진단이 나와 동일자로 병가를 얻어 2일간 결근한 사실이 있으며, 5. 3일부터는 승무할 때 허리에 등받침을 대고 운행을 해보니 허리 통증이 없어서 지금까지 정상근무하고 있습니다. 

      3. 제가 배차간격이 벌어진 것은 신병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정상운행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고, 정당한 조퇴사유에 해당하지만 간격이 벌어진데 대해 미안한 마음에 운행포기로 처리한 것입니다. 

      4. 경위를 불문하고 저로 인해 2회 운행종료 차량이 3대 발생한데 대해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2004. 5. 8. 경위서 제출 및 관련문서 사본 신청>


○ 2004년 7월 1일, 식사시간 달라는 요구에 “그래? 차세우고 들어가”

   서울시 버스운영체계가 개편 시행된 동년 7월 1일  서울 74사 4134호를 오전 4시45분경 승무하여 신설된 7018번(북가좌동~종로2가) 노선을 운행하고 오전 6시 30분경 1회 운행을 종료하였습니다. 아침식사를 하고 나서 2회 운행 배차시각이 6시 48분경이어서 최○선 배차주임에게 단체협약 상 식사시간이 30분 이상이니 7시에 나가겠다고 말하였습니다. 잠시 후 연락을 받고 온 신○식 부장이 “그래? 차 세우고 들어가”라고 하여 7시 반경에 귀가한 사실이 있습니다. <노동부진정서, 서부운수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등 위반 신고>


○ 7월 7일, 노동부진정-조합 총무가 말하기를 “3개월도 아니고 3년치 배차일보를 내놓으라니”


○ 7월 22일, 집으로 날아온 회사의 내용증명-계속 배차간격을 벌리고 운행하면 적법한 인사조치를 할 것임

   1. 귀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2. 2004년 7월 서울버스체계 개편으로 인해 당사는 귀하를 지선버스노선 7018(북가좌동~종로2가)에 고정기사로 승무배치하여 운행하였으나 귀하는 앞차와의 배차간격을 정상적으로 유지하지 못하고 운행하고 있습니다.

   3. 당사는 최초 서울시 인가내역에 7018번 노선의 배차간격이 5분으로 되어 있어도 승무원들의 안전운행을 위하여 배차간격을 탄력적으로 유지하고 있음에도 귀하는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4. 당사에서는 배차주임은 물론 담당부과장이 수차례 귀하에게 정상적인 배차간격을 유지하라고 독려는 물론 구두경고를 하였음에도 귀하는 정상적인 배차간격을 유지하지 못함에 따라 당사는 귀하가 앞차와의 간격을 정상적으로 유지하여 운행할 것을 서면 통보하며, 빠른 시일내에 정상운행이 되지 않을 경우 당사는 귀하가 7018번 지선노선에 부적합한 승무기사로 판단됨으로 적법한 인사조치를 할 것임을 통보합니다. <서운노 100호, 정상운행(배차간격 준수) 통보>


○ 대표이사의 공고문과 함께 등장한 망원(望遠)과 사냥개


○ 망원과의 일전, 식당문 걷어차기

   저는 2004년 11월 28일(일) 서부운수 구내식당에서 있었던 저의 행동에 대하여 사실대로 경위를 진술합니다.

   제가 당일 오후 3시45분경 서울74사 4134호를 오후조 2회 승무 운행하여 본사 기점에 5시40분경 도착하였습니다. 저녁식사 시간인데도 앞차가 78호 한 대밖에 없어서 배차주임이 식사시간을 잡아주지 않았구나 생각하며 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식기에 배식을 받아 반찬을 담으면서 “배차가 식사시간도 안 잡아준다”고 혼자소리를 하니, 제 뒤차 승무원인 80호 송○호가 식당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하면서 “네가 일요일인데도 2시간대로 운행을 하니까 밥시간이 없지”라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일요일이라 배차시간이 남아돌아 회사 차고지에 차가 한마당이 되고 막탕에는 1시간이 넘게 쉬고 나가는 형편이고 앞차와 10여분 간겪으로 들어왔는데도 식사시간이 없어서 짜증이 나는 판에, 내가 늦게 들어와서 그렇다는 동료의 말을 들으니 순간적으로 화가 폭발하여 배식판을 든 채 앞에 있던 의자를 발로 차서 넘어뜨렸습니다. 그러자 송○호가 욕설을 하길래 밥먹을 생각이 달아나 식당문을 박차고 나가 잔반통에 음식을 버리고 식기를 반납하고 기사대기실로 가서 배차를 받아 5시55분경 3회 운행을 나갔습니다.

   음식물이 든 배식판을 양손에 든 채 문을 열려고 발로 차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식당문이 파손된 점에 대하여는 저의 과실을 인정하고 변상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회사기물을 파손하여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하여 깊이 사과드립니다. 다만, 일상적인 문제인 식사시간이 부족하여 소화불량 등 위장장애를 일으키고 배차시간에 쫓겨 심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저를 비롯한 운전기사들의 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2004. 11. 29. 경위서>


○ 사냥개의 사고유발, 오토바이 짐받이가 흔들리네



○ 노선단축, 쫓겨가는 망원과 사냥개



○ 2005년 9월, 서울시 준법운행위반 제재방침

   8월말에 기사대기실에 붙은 서울시의 준법운행위반 제재방침 공고를 보고, 2004년 7월 22일자 회사의 내용증명 <정상운행(배차간격 유지) 통보>를 받고 나서 그만두었던 전정류장 정차를 다시 시작하였다. 이 때부터 앞차와의 간격이 10분대에서 20분대 이상으로 벌어지게 되었다.


[3] 자발적 참여, 함께하는 준법운행

   1년이 넘는 기간동안 외로운 1인 준법운행이 계속되면서, 사측의 징계해고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동부진정사건을 끝까지 밀고나가 검찰송치시켜 대표이사가 벌금형을 선고받게 되고, 앞에 있던 80호와 81호를 준법운행하는 34호 뒤에 배치하여 밀다가 넘다가 하면서 망원과 사냥개짓을 시켜도 소용이 없자 회사에서 손을 들고 망원과 사냥개를 철수시켰다.

   본인은 말없이 준법운행을 했지만, 동료기사들 사이에서는 7018번 노선만이 아니라 다른 노선 기사들까지 말들이 많았다. 서부주점의 안주감이 된 것이다. 비난과 악선동에서, 이해와 찬동에 이르기까지...... 9월을 전후해서 같은 노선의 교통봉사대를 중심으로 한 3명의 고정기사끼리 준법운행을 하기로 의견을 모아 실천을 했고, 이 흐름이 오후 5탕인 운행횟수가 많다는 불만과 겹쳐지면서 7018번 노선모임을 결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4] 서울시의 쉬프트제 실시와 준법운행위반 제제방침


○ 2005년 7월 1일, 서울시 쉬프트(단축운행)제 실시



○ 서울시 준법운행위반 제재방침 - 노선별 현장토론 필요

   지난 8월말에 서울시내버스 각 회사별, 노선별 준법운행위반 사례를 날자별로 적발한 서울시의 버스운행정보시스템(BMIS) 자료를 기사대기실에 게시하였다. 적발내용은 무정차통과, 개문주행, 급가속, 급제동의 4개항목으로 9월부터는 서울시에서 이를 회사별 평점에 반영하여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회사에서는 위반하는 운전기사에게 승무정지 몇 일을 준다는 징계예고 공고문까지 붙여놓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는 실정이다. 

   원래 준법운행은 지하철이나 택시, 시내버스 같은 육상운수노조에서 단체교섭을 진행하면서 파업을 하기 전에 사측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던 것이고, 이는 교통의 흐름을 무시하게 되면 제조업에서 생산라인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태업(사보타쥬)으로 볼 수도 있어 쟁의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서울시내 전 노선에서 모든 버스운전기사가 신호체계와 교통의 흐름에 따라 정류장질서를 지키면서 정말로 준법운행을 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까? 전체교통이 마비될지 원활해질지는 하루이틀 해보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고 장기적으로 자가용운전자의 교통안전의식의 변화를 포함한 운전심리, 즉 자가용운전자의 반응에 달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준법운행을 할 경우 버스의 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이고, 이는 운행시간이 늘어난 만큼 운행횟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운수업계 용어로 탕수가 까진다는 말이다. 서울시가 눈더미처럼 늘어가는 버스적자를 메우려고 감차다, 감원이다 하더니만 이제는 운행횟수를 줄여서까지 운송원가를 절약하려고 한다고 보아야 할까? 아니면 버스회사의 무리한 운행지시에 쉴새없이 뺑뺑이 돌면서 사고나서 깨지고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어깨 아프고 허리 아파 골병들고 있는 우리 버스노동자를 편하게 운전하라고 준법운행 지시를 내렸다고 보아야 할까? 준법운행을 포함한 노선운행문제에 대한 노동조합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고, 우선 조합원들의 요구와 의사를 수렴할 현장토론회를 노선별로 가질 것을 제안한다. <서부운수 현장 3호>


[5] 노선모임의 결성과 준법운행 결의


○ 2005년 10월 22일, 7018번 노선모임 공고

   9월부터 버스업체 평가항목에 노선별 준법운행실태를 반영한다는 것이 서울시 방침입니다.  이는 작년 7월부터 시행중인 버스지간선제와 버스운행정보시스템(BMIS) 도입 당시 이미 예고된 것입니다. 또한 2005년 임단협 결과 7월부터 쉬프트제(단축운행)를 시행하면서 정상운행차량이 21대(2004년 7월 기준)에서 15대로 줄어들었습니다. 7018번 기사들 사이에서 노선운행이 끝나면 으레 하는 말이 힘들어서 못해먹겠다는 것인데, 배차간격을 비롯한 노선운행문제와 휴게시간 및 식사시간 문제를 말하는 겁니다. 특히 오후반 5회 운행이 너무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이러한 노선문제는 노선모임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술자리에서 백날 얘기해봤자 소용없습니다. 고정기사를 포함한 스페어기사는 물론이고 다른 노선의 관심 있는 기사들도 함께 참석하여 문제를 공론화하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노선모임은 술자리에서처럼 사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자리가 아니라, 공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결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이는 노동조합의 상집이나 운영위원회를 거치기 전에 전체 조합원의 의사를 모으는 현장토론회이고, 7018번 노선모임으로 첫 출발을 하고자 합니다. 721번 노선의 고정기사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시기 바라며, 우리도 721번의 공휴일 운행횟수 조정문제를 예의주시할 것입니다. <7018번 노선모임 공고문>


○ 2005년 10월 27일, 7018번 노선모임에서 준법운행 결의


   2005년 10월 27일 오후2시 회사 숙소2층에서 당일 오전 승무를 마친 노선기사 10여명이 7018번 노선모임을 가졌다. 당시 노조지부 총무인 김○윤의 사회로 정○화의 기조발제에 이은 조합원 현장토론 결과 ‘준법운행 한다.’는 결의를 하였다.   


Ⅰ. 기조발제

1. 노선모임을 제안하며   

Ⅰ-1-1. 노선모임의 지위와 역할

   노선모임이란 일반 제조업에서 생산 또는 조립라인별로 갖는 조별분임토의와 같이 운수업에서 운행노선별로 갖는 분임토의조로서 기본적으로 현장토론회를 말한다. 이는 노선운행의 직접당사자인 운전기사들이 겪고 있는 자기 노선의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하여 그 해결책을 논의하고, 그 결과를 노선모임의 요구와 입장으로 정리하여 버스노동조합과 버스회사 그리고 서울시를 비롯한 행정관청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Ⅰ-1-2. 노선모임의 구성과 운영

   이러한 노선모임으로 현재 서부운수에서 721번과 7018번, 그리고 7719번 노선이 가능하다. 해당노선의 고정기사로 노선모임을 구성하되 스페어기사도 참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노선모임의 성격상 대표를 따로 두기 보다는 소집과 모임준비를 할 약간명의 소위원을 선출하여 매월 또는 2개월마다 정기적인 회의를 할 것과 노선별 소위원들로 구성되는 노선소위원회를 노동조합의 상설기구로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2. 7018번 노선문제

Ⅰ-2-1. 문제제기(토론주제)

   ☐ 운행횟수 : 이전 오후 4회운행에서 5회운행으로 노동강도 강화

   ☐ 운행계통 : 배차간격, 운행대수 (감소) 등

   ☐ 쉬프트(단축운행) : 폐지해야된다는 의견이 많음

   ☐ 휴식시간 : 휴식시간, 식사시간 부족

   ☐ 준법운행 : 신호체계, 정류장질서, 교통의 흐름

   ☐ 기    타 : 주말 청계천로 폐쇄 - 우회로 변경 필요


Ⅱ. 현장토론

   오후 5회 운행횟수 많다. 탕수가 문제가 아니라 앞뒤차 배차간격 준수가 중요. 밀고 다니는 게 문제다. 정시출발하고 조발·전착 말아야. 준법운행은 서울시 방침이므로 따라야 한다. 그러면 오후 5탕 안나온다. 쉬프트가 끼면 뒤차가 힘들다. 표준운행시간을 정하자. 노선운행 후 휴게시간 식사시간 찾아먹자. 고참기사부터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Ⅲ. 노선모임(토론회)의 요구와 입장정리 

1. 우리의 입장

   ☐ 준법운행 한다.

2. 회사에 대한 요구   

   ☐ 단체협약에 규정된 휴게시간과 식사시간을 보장하라.

   ☐ 오후 5회 운행횟수를 재조정하라.

   ☐ 오전 2회 운행 첫차 배차시각을 6시 30분으로 하라.

   ☐ 단말기컴퓨터 배차실 설치하여 실시간운행관제 하라. <서부운수 현장 4호>

 

 

4. 준법운행의 조건


   지금까지 노선운행 관행은 행정관청의 묵인 아래 버스회사끼리 서로 손님을 많이 실기 위한 경쟁으로 인해 탈법과 편법에 기반한 불법운행을 자행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버스회사 내부적으로는 어용노조의 협조 아래 한 탕이라도 더 돌리기 위해 노동법과 단체협약에 정해진 노동시간과 휴식시간을 위반하면서까지 버스노동자의 무보수노동-잉여노동을 강요해왔다.

   서울시의 버스준공영제의 시행으로 버스회사간의 과도한 경쟁은 사라지게 되었지만, 버스노동자의 이해보다는 버스사업자의 적정이윤을 우선 보장하는 준공영제의 허상으로 인해 운행거리에 비례한 운송수입금 배분방식을 이용한 ‘버스노동자의 잉여노동 착취에 기초한 버스자본의 초과이윤 창출’이라는 버스회사 내부의 노자간의 기본모순은 여전히 남아있다. 물론 일부 주간선버스회사의 경우는 운행거리 달성이 비교적 쉬운 간선노선에서는 여유 있는 운행시간과 운행횟수를 인가받아 노선운행을 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시내버스에서 시행중인 준공영제가 버스노동자의 일방적 희생과 노동력 착취에 기초한 버스자본의 적정이윤보장이라는 것은 2005년도 임금단체협상 결과 쉬프트제(단축운행)와 변형근로제가 도입되면서 더욱 분명해졌다. 그 와중에서도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서울시는 버스사업자의 이윤을 높이는 내용으로 공동운송협정을 개정해서 7월부터 대당표준운송원가를 인상하였다.

   버스준공영제가 버스회사간의 경쟁을 지양시킴으로써 일상적 준법운행이 가능한 순조건을 만들어낸 반면, 버스자본의 이윤추구를 보장함으로써 버스노동자의 무보수 잉여노동을 착취하는 불법적 노선운행 관행은 그대로 남아있게 되었고, 이것은 일상적 준법운행을 가로막는 역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노선운행에 있어서 ‘배차간격 준수’로 나타나는데, 대다수 노선운행기사들은 준법운행보다는 앞뒤차 배차간격준수를 우선한다. 왜냐하면, 회사 눈치를 안 볼 수가 없고 간격이 벌어지면 손님들에게 욕을 먹게 되고 실제노동시간과 노동강도 면에서 일이 훨씬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1) 준법운행의 순조건


      가. 버스노동자의 이해관계-준법운행의 내적 요인, 준법운행의 주체 문제


   지금까지 불법적인 노선운행 관행이 파생된 근본원인인 버스자본의 무보수 잉여노동 착취의 대상이자 버스자본 간의 탈법·편법적인 경쟁의 희생양인 버스노동자는, 전체산업 평균노동시간을 넘는 장시간노동과 휴식시간·식사시간마저 부족한 극심한 노동강도로 인해, 그리고 1년 내내 공사를 하는 도로사정과 교통지옥이라 불리는 극심한 교통체증, 세계1위를 달리는 교통사고율, 노후된 버스장비 등 열악한 (운전)작업환경으로 인해, 소화기계통과 근골격계 질병, 스트레스성 정신질환을 비롯한 직업병과 각종 산업재해에 시달리고 있다. 오죽하면 운전직업을 더럽고 힘든 3D업종의 하나로 꼽았겠는가? 버스운전기사는 마당배차·뺑뺑이배차로 돌리면 돌리는 대로 돌아가는 팽이 신세라는 말이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소나 말도 때가 되면 먹여가면서 일을 시키는데, 제대로 쉬지도 먹지도 못하고 일만하는 우리 버스노동자는 정녕 짐승 맡도 못한 인간들인가?

   버스노동자는 우리나라에 처음 노선버스가 도입된 때로부터 지금까지 수십년동안 관행화된 불법운행의 피해자이자, 노동력과 임금착취, 직업병과 교통사고에 시달리는 고통의 담지자로서 불법운행을 타파하고자 하는 절박한 요구와 오래된 염원을 가져왔다. 준법운행은 정상적인 버스운전기사라면 누구나 저마다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숙원사업이다. 준법운행에 대한 버스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는 준법운행이라는 흐름이 일어난 원인이며, 계속해서 준법운행을 밀고 나가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버스노동자의 준법운행에 대한 이해관계를 준법운행을 가능하게 하는 순조건의 하나로 규정하면서, 이를 다른 순조건의 하나인 버스(준)공영제라는 외적 요인과 구분하여 준법운행의 내적 요인-준법운행의 주체로서 버스노동자 스스로 나설 수밖에 없는 당위성-으로 지목한다.       


      나. 대중교통의 공공성-버스준공영제의 실상, 준법운행의 외적 요인


   대중교통, 그 중에서도 여객운송업은 귀중한 인명을 실어 나르는 공익사업이다. 이러한 대중교통의 공공성으로 인해, 그리고 화물수송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으로 인해 대부분의 나라에서 철도는 국가기반산업으로 국영되어왔다. 지하철은 대도시의 인구집중으로 인한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여객운송을 전담하는 새로운 대중교통수단으로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는데, 그 건설에 들어가는 막대한 재원조달문제 등으로 인해 지자체가 설립한 공사가 소유·경영하는 공영제로 운영되고 있다.

   버스와 화물자동차는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가 건설하여 제공하는 사회간접자본인 도로를 이용하여 승객과 화물을 운송하는 관계로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사업을 경영할 수 있는 특성상 지금까지 영리법인인 주식회사 형태로 화물과 여객운송업을 운영해왔다. 이를 공익법인인 지하철공사나 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공영제와 마찬가지로 지자체가 출자하여 설립한 버스공익법인(버스공사)이 운영하는 버스공영제로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이러한 완전공영제로 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버스회사를 지자체에서 모두 사들여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재원조달문제와 당연히 예상되는 버스업자들의 반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나온 게 사영제에서 (완전)공영제로 넘어가는 중간단계·과도기인 준공영제로서, 버스자본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여 버스회사는 자본을 소유하면서 그에 대한 이윤을 보장받고 지자체는 경영의 일부인 영업에 개입하여 버스운송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을 도입하게 되었다. 2004년 7월, 서울시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한 버스준공영제는 2005년부터 6대도시로 확대시행 될 예정이었지만, 지방에서 준공영제에 대한 해당 지자체와 버스운송사업조합, 버스노동조합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당초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내버스에서 시행중인 버스준공영제의 핵심내용은 공동운송협정과 버스운영체계 개편으로, 이 중 공동운송협정은 버스사업자의 적정이윤 보장을 통해 업체간 과도한 경쟁의 지양을 함으로써 최소한 준공영제 하에서는 버스회사가 망하지는 않는다는 경영환경이 조성되었고, 이것을 일상적 준법운행을 가능하게 하는 준법운행의 순조건-외적 요인-으로 규정한다. 과거에는 한 회사만 준법운행을 하면 불법운행을 하는 경쟁회사에게 손님을 뺏기게 되어 준법운행을 하는 회사는 망하게 되는 실정이었는데, 이제는 서울시내버스 전체 회사가 다같이 준법운행을 하지 않더라도 일개회사만의 준법운행이 가능하고, 더 나아가 일개회사의 전노선이 아니라 일개노선만의 준법운행도 가능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버스(준)공영제는 단위사업장에서 일상적 준법운행의 객관적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준법운행의 역조건


      가. 버스회사의 이해관계-준법운행의 대상, 불법운행의 주체


   택시와 버스회사의 사적 운수자본은 운수노동자의 임금노동력 착취에 기초한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속에서 운수자본의 초과이윤 창출을 위해, 운수사업과 대중교통관련 법규정과 노동관련 법규정과 단체협약까지 어기면서 탈법·편법적인 불법운행을 자행해왔다. 크게 보아 철도와 지하철공사의 공적 운수자본을 포함한 육상운수자본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 행정관청의 이해관계 - 버스준공영제의 허상, 대중교통공영제의 본질


   준법운행의 순조건에서 버스(준)공영제가 단위사업장에서 일상적 준법운행을 가능하게 하는 객관적 조건, 외적 요인이라고 할 때는 공동운송협정을 언급한 것이었다. 이제 버스준공영제 속에 숨어있는 또 다른 핵심인 버스운영체계 개편에 대하여 언급할 차례이다. 이는 서울시에서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한 배경, 이유로서 행정관청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버스구조조정은 건교부가 재경부와 행자부 등 다른 정부부처와 협의를 거쳐 중장기계획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중교통정책으로, 고속 및 시외버스와 시내버스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이중 업체통폐합은 자본잠식 상태 등인 부실업체의 퇴출·정리와 통합업체의 대형화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등이 목적인 바, 이 과정에서 중복노선의 폐선과 잉여인력의 감축 등 감차와 감원은 필연적이다. 장거리여객운송부문에서 고속철도 개통으로 인한 고속버스구조조정, 중단거리여객운송부문에서 고속 및 시외버스의 광역버스 전환을 통한 시내버스와의 연계, 대구지하철 2호선 건설로 인한 대구시내버스 감차추진, 서울시내버스 2,000대 감차계획 등은 버스운전기사의 대량감원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조정을 포함한 버스운영체계 개편은 버스준공영제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안임에도 서울시와 정부의 이해관계상 준공영제를 빌미삼아 한꺼번에 추진하고 있다.

   구조조정이 버스운영체계 개편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노동시장유연화로서 우리나라에서는 IMF로 나타났던 세계자본주의의 위기심화에 따른 신자유주의의 산물이다. 이는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와 위기에 따른 초과이윤의 감소를 잉여노동의 무한착취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다. 버스노동자의 운행습관


▢ 지입차주제와 안내양 시절의 삥땅


   과거 지입차주로서 자기 버스의 운송수입금을 개인차주가 가져가는 나눠먹기식 수입금배분방식과 운전기사가 삥땅을 먹기 위해, 손님이 많은 시간대와 구간에서는 뒤차를 끌고 가면서 앞차와 간격을 벌리다가 손님이 없는 구간에서는 신호고 중앙선이고 모두 무시하고 달아나는 ‘먹고 튀는 고무줄운전’, 뒤차가 오면 가고 안 오면 안가는 ‘백미러운전’ 방식이 유행하였다. 


▢ 교통카드의 등장과 감시카메라 설치, 그리고 입금수당 신설과 입금실적 공개


   1980년대 중반, 안내양이 사라지고 교통카드와 감시카메라가 등장하면서 그 당시까지 만연하던 삥땅이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수입이 줄어든 운전기사의 손님 욕심을 유인하기 위해 입금성적이 우수한 기사에게 수당을 주는 입금수당제를 시행하였다. 그 외에도 운전기사 개인별로 입금실적을 기록·공개하면서 입금이 적은 기사에게 구두경고를 하기도 하였다.     버스회사끼리 손님경쟁을 하면서 운전기사에게 입금실적을 높일 것을 요구하는 구조 속에서 두 가지 노선운행방식이 나타났다. 대다수 운전기사는 경쟁회사 버스보다 빨리 가서 손님을 싣기 위해 신호위반과 찔러박기를 하면서 적당히 요령을 부렸고, 촉탁 같이 회사 눈치를 많이 보거나 옛날의 운행습관을 버리지 못한 소수 운전기사는 다른 회사버스와의 경쟁보다는 같은 노선기사끼리 입금경쟁을 하면서 고무줄운전·백미러운전을 계속하였다.


▢ 서울시 버스준공영제와 환승제, 버스회사와 운전기사의 도덕적 해이-무임승차


   버스준공영제와 환승제, 그리고 공동운수협정에 따른 운송수입금 공동배분방식으로 인해 버스회사가 운전기사 개인별 입금실적관리를 하지 않게 되었다. 그저 정해진 탕수만 채우면 된다는 인식이, 과거에 앞차와 간격을 벌리면서 입금에 신경을 쓰던 촉탁과 회사 앞잡이 운전기사들로 하여금 앞차를 밀고 다니게 만들었다. 그들의 행동-노선운행방식-은 탕수만 채우고 운송수입금을 받아 챙기겠다는 버스회사의 도덕적 해이(도덕적 위험, moral hazard)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서, 이를 경제학에서는 무임승차라고 한다. 또한 과거부터 일하기 싫어하는 일부 운전기사들은 예전처럼 회사 눈치 볼 것도 없이 마음 놓고 앞차를 밀고 다니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 안녕하세요? 요즘들 건강 어떠하신지요? 일교차 땜에 감기 조심 해야죠.

   우리 일은 어떤 가요? 근무조건이 옛날보단 좋아져서 덜 피곤하시죠? ^^ 주머니 사정은 별루 는 게 없지만(참 아쉬운 임금협상)...... 우리 근무는 잘하고 있나 자문도 해봅시다. 인사 잘 하라는, 골치 아프고 감기 걸리기 쉬운 일은 빼고. 빨리 운행하시어 얼릉 한탕 돌고 오자는 식으로 하진 않나요? 아울러 앞차를 따라붙어 쉽게 놀며 거져 한탕 때우진 않나요? 이를 두고 무임승차라고 하지요(일 안하고 돈 타먹는 넘). 남들은 손님 많이 모셔 버스 이용객 늘릴려구 애쓰는데......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는 기사님은 바본가요?  묻습니다. 서울시, 회사, 동료 모두에게. 그런데 불행하게도 서울시는 아직도 관망 중이고, 회사는 못 본채(탕 까지까 바) 쏘는 사람 방관하지, 동료는 병신, 요령 없는 넘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달 있으면 3년차인 저의 분위기와 느낌에는....... 밀고 다니는 기사(생각 없는 동물. 저만 아는 넘)께 묻고 싶습니다. 얼마나 많은 동료 직원을 잡아먹었냐고? 느낌이 오면 생각 좀 하면 사람이지.

   우리 간격유지 노력하는 성실한 기사 됩시다. 버스로 장난이나 치며 일하지 맙시다. 동료 편하게 도우며, 손님 정거장에서 오래 기다리지 않게 합시다. 노력이 중요해요. 특히 오래 한 늙은 선배들, 반성해야 합니다. 제 눈엔 사람 같지도 않아요. 심한 말해서 미안하지만 보통문제가 아닙니다. 그들이 분위기 흐려놔요. 일부 좋은 분들두 있지만....... 머잖아 보이네요. 서울시 의도대로 안 하면 집에 가게될 것을(시일이 지나면 똥차도 빠지지만). 우리 정신 차리고 매순간, 매시간, 매일, 성실하게 일합시다. 여러분의 생활도 좋아지고, 좋은 일도 많이 생길 겁니다.

   연말이 다가옵니다. 생각도 많으시겠어요. 마무리 잘합시다. <석쭉이, 우리의 반성과 각오, 서울시버스노조 홈페이지>

 

 

5. 준법운행 지침



1) 일반지침


      가. 일상적 준법운행


   준법운행의 목적으로 요구조건을 내걸면서 회사의 정상적인 경영운영, 즉 태업이나 부분파업 같이 노선운행을 저지하는 방법으로 재산적손실을 초래하는 쟁의적 준법운행과는 달리, 일상적 준법운행은 사측에 구체적인 요구조건을 내걸지 않고 단축·파행운행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마디로 준법운행 그 자체가 목적이다. 하지만, 준법운행을 가로막는 장애요인들-준법운행의 역조건-을 제거하거나 돌파하지 못하면 사측과 어용노조세력의 방해와 탄압에 의해 준법운행은 고사하고 노선모임조차 실패할 수 있다. 또한, 노동시간과 노동강도 등 버스노동자에게 유리한 노동조건을 만들어갈 수 있는 준법운행의 순조건을 강화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임단협시기 파업전술의 하나인 쟁의적 준법운행을 일상적 준법운행을 통해서 준비하고 현장조합원들을 일상적인 실천투쟁을 통해서 활동가로 단련시키는 것은, 2006년 5월경에 다가올 서울시내버스총파업에 대비하여 버스노동자의 투쟁경험을 축적하고 노동조합의 역량을 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나. 쟁의적 준법운행


   낮은 수위의 파업전술로서 택시와 서울지하철, 그리고 민주버스의 파업현장에서 적용되었고, 파업전 전술로서 한성여객에서 구사된 바 있는 높은 단계의 준법운행을 쟁의적 준법운행이라 정의한다. 노사간의 단체교섭이 결렬되면서 행정관청과 노동위원회에 쟁의발생신고를 접수하는 단계에서 <준법투쟁·태업·부분파업·총파업·기타 가능한 수단 등>으로 쟁의행위방법을 포괄적으로 신고하는 것이 민주버스의 경험이다. 이는 파업수습단계에서 생길 수 있는 합법·불법시비에서 파생되는 민형사상 책임, 손배·가압류 등의 인적·물적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예측하지 못한 돌발상황 발생시에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술적 담보로 된다.


2) 세부지침


   단위사업장마다 버스회사의 노무관리 실태와 버스노조의 어용화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노선모임에서 준법운행지침에 대한 토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인 노선실정에 맞게 자주 위반하는 신호나 도로표지, 정거장을 특정하여 주의를 환기하고, 새벽 시간대에는 최소운행시간을, 그 외 시간대에는 표준운행시간을 정하여 지키도록 한다. 새벽시간대에는 첫차를 제외하고는 타고내리는 승객이 별로 없다가 막차순번으로 갈수록 승객이 많아지는데, 첫차순번들이 손님이 없다고 정거장을 건너뛰면서 전착을 하면 막차순번은 정거장마다 들어가서 승객을 실어야하기 때문에 간격이 벌어지게 된다. 최소운행시간제는 첫차순번의 전착을 막음으로써 첫차와 막차순번의 승객수와 교통량의 편차에 따른 운행시간 차이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신호준수는 말할 것도 없고 모든 버스가 전정거장정차(Stop by Stop)를 하게 되면 운행시간 차이를 균등하게 배분하여 배차간격을 유지할 수 있다. 출근시간대에는 조기출발을 막고 정시출발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앞차의 조기출발이 뒤차로 이어지면서 배차시간을 지켜서 나가는 사람만 바보가 되기 십상이다. 회사에 대해서는 운행계통상의 배차간격과 단체협약상의 휴게시간과 식사시간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며, 불법운행의 정도와 기간에 따라 적절하게 회사와 행정관청에 대한 통제수단을 사용하여 대응해나간다.

  지금까지 수십년동안 관행화된 버스회사와 운전기사의 불법적 노선운행을 하루아침에 고칠 수는 없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불법운행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식사시간은 회사가 잡아주는 것이지, 앞차를 밀고 들어와서 만들어 먹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앞차를 밀고 들어와서 밥 먹는 것을 ‘빌어먹는다’고 그런 사람을 ‘빌어먹을 놈’이라고 하며, 식사시간을 안주어서 그렇게 만드는 것을 ‘빌어먹게 한다’고 그런 회사를 ‘빌어먹을 놈의 회사’라고 한다. 욕설을 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 그렇지 않은가? 식사시간이라고 막탕이라고 앞차를 밀고 다닌다면, 뒤차는 두 배로 간격이 벌어지게 되어 앞차를 따라잡기 위해 과속과 신호위반, 무정차통과를 비롯한 불법운행을 저지르게 된다. 그러지 않고 준법운행을 하는 노선기사는 도저히 배차간격을 맞출 수 없다. 불법운행이 준법운행을 추방하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앞차를 탓하거나 회사 눈치 보지 말고, 지금 나부터, 그리고 다함께 준법운행을 실천하자!   


지금 나부터! 그리고 다함께! 준법운행 실천하자

 

 

6.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

 

1) 과학적 방법론


   일상적 준법운행은 2004년 7월 서울시의 버스준공영제와 함께 처음으로 등장해서 현재 초보적인 단계에서 진행 중이다. 과거에 행해져온, 그래서 우리에게 익숙한 준법투쟁의 하나인 쟁의적 준법운행과는 목적과 수단이 정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쟁의적 준법운행에 대한 사례와 판례는 택시와 철도·지하철과 버스를 망라한 전운수업종에 일정정도 축적되어 있으나, 일상적 준법운행에 대한 사례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연구대상으로 삼기에는 기초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고 시간적으로도 너무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석과 이론화 작업을 시도하는 이유는, 현재 서울시내버스 현장에서 일상적 준법운행이 하나의 흐름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 경향이 일어나게 된 원인과 가능한 조건을 규명하여 일반화할 필요가 있고, 일상적 준법운행을 계속해서 밀고나가는 데서 일어날 수 있는 제반문제들을 올바로 예측하여 합법칙적 경로와 전망을 제시하지 않으면 귀중한 경험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준법운행 사례분석, 대중교통정책과 관련법률 검토, 노선문제와 노동조건 실태조사, 근골격계 직업병 등 산안문제와의 관련성 연구, 준법운행의 주체와 방법에 대한 노동운동과 현장활동론적 접근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운수업의 영업행위인 노선운행은 제조업의 생산활동에 해당하므로, 일상적 준법운행은 운수노동자가 준법이라는 제한적 범위에서나마 노선운행을 스스로 통제함으로써 생산과정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쟁의적 준법운행이 다른 준법투쟁과 달리 직접적인 태업이나 부분파업으로 행해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2) 역사적 전망


   중국의 현대문학가 노신은 “처음부터 길이 있은 것은 아니다. 한 사람, 두 사람 지나다니다보니까 길이 된 것이다.”고 했다. 서울시내버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상적 준법운행이라는 흐름도, 처음에는 소수가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다수가 동참해서 운수사업장의 일상활동으로 굳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진리는 실천에 의해서 검증된다. 한 사람만의 준법운행은 배차간격을 맞출 수 없지만 모두가 함께하는 준법운행은 배차간격을 맞출 수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이 진실로 밝혀질 날이 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배차간격문제는 일개노선 준법운행만 실천하면 간단하게 해결되며, 일상적 준법운행이 전노선 준법운행 단계에 들어서게 되면 불법운행이 사라지게 됨으로써 단위사업장에서 쟁의적 준법운행도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다. 준법운행은 주어진 법과 제도 안에서 운수노동자의 이익과 요구를 실현하는 준법투쟁이며, 이를 잘못된 법과 제도를 바로잡는 법과 제도개선 투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경제투쟁에서 정치투쟁으로, 민주노조운동에 복무하는 운수노조운동으로, 전체 민중운동 진영과 연대하는 부문운동으로, 버스노조운동의 역사적 전망을 가늠해본다.

   열악한 버스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민추와 협의회 동지들, 그리고 민주버스 동지들! 간악한 버스자본과 그 앞잡이 어용노조의 탄압과 분열책동을 짓부수고 버스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으로 당당히 맞서자. 민주노조 깃발을 높이 들고 어렵고 힘든 일에 적극 앞장서자. 지금 우리가 고통 속에서 흘리는 피눈물은 장차 모든 노동자의 웃음꽃으로 활짝 피어나리라. 해고와 투옥, 굶주림과 몽둥이로 우리를 막을 수 없다. 버스노동자에 대한 끝없는 신뢰와 애정으로, 모두가 한결같은 의지로 우리 버스노동자의 운명과 앞날을 개척해나가자!

 

 

준법운행가


                          우리가 결정한다!

                          운전대를 잡는 것도

                         운전대를 놓는 것도

                         운전대를 잡으면 준법운행이요

                         운전대를 놓으면 파업이라

                         제대로 쉬지도 먹지도 못하고

                         일만 하는 우리 버스노동자는

                         때가 되면 먹여가며 부려먹는

                         짐승 맡도 못한 인간들인가?

                         돌리면 돌리는 대로 돌아가는

                         팽이신세라고 한탄하지마라

                         우리가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

                         버스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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