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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에서는 서부의 법을 따라야

서부에서는 서부의 법을 따라야

 


   7월 1일부터 서울시의 방침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쉬프트근무(단축운행) 제도가 결국 말썽을 일으켰다. 7719번(녹번동) 노선의 경우 오후 4회 운행이 힘들므로 3회로 줄여야 한다는 기사들의 의견이 모아졌는데, 이를 회사와 조정하기도 전에 한 기사가 임의로 2회만 운행을 하고 퇴근을 하였다. 해당기사는 지시거부 등의 사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경고처분을 받았고 이와 별도로 사장의 지시에 의해 고정하차를 당했는데, 이게 서부운수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알고 보니 대표이사가 경성여객 사장으로 있을 때 써먹던 수법이란 것이다.

 

   이는 일종의 이중처벌로서 노동관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이익처분이나 부당전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서부운수 취업규칙(제93조~96조)에는 징계의 종류로 경고, 정직(승무정지)•감봉, 해고처분을 열거하고 있을 뿐 고정하차란 말은 어디에도 없다. 징계규정은 사원에게 불리한 내용이므로 사회통념상 형법의 엄격해석의 원칙과 죄형법정주의를 준용하여 유추해석과 포괄주의를 금하므로 취업규칙에서 징계의 종류와 사유를 정한 규정은 예시규정이 아니라 열거규정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취업규칙에서 징계의 종류와 사유로 명시되지 아니한 방법으로 징계처분을 할 수 없다(대법원판례). 전직 또는 보직변경 명령은 징계처분이 아니라 인사권의 일종으로 정당한 사유와 당사자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취업규칙 제22조 직종, 보직, 근무지변경).

 

   경성여객의 경우는 취업규칙(제60조)에 “회사는 형편에 따라 종업원의 보직변경, 배치전환, 직종변경 등을 명할 수 있다.” “승무직 종업원의 보직변경이라 함은 고정차간의 이동 및 고정차에서 보조승무 또는 보조승무에서 고정차로, 노선간의 변경함을 말한다.”고 일반적 인사권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인사위원회규정(제8조)에서 위원회의 기능으로 1)인사-나)승진, 보직변경 등에 대한 심사 3)징계-가)징계대상자에 대한 보직변경에 대한 결의 규정을 두어 일견 징계처분으로 고정하차, 열악한 노선변경 등을 할 수 있는 근거를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경성여객도 취업규칙(제63조)에서 징계의 종류와 방법으로 징계해고, 정직, 직위해제, 감급, 견책, 경고, 출근정지, 징계통고를 열거하고 있을 뿐이므로, 고정하차 등의 보직변경은 징계처분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 중 출근정지와 징계통고는 징계처분이 아니라 징계절차의 사전적, 사후적 조치로서 출근정지의 경우는 승무정지일수에 산입하며, 인사규정의 보직변경 결의(인사명령)는 징계처분에 대한 병과규정으로 볼 여지도 있지만, 징계처분과는 별도로 보직변경을 할 정당한 사유(예를 들어 고정승무자가 정상적인 근무일수에 현저히 미달하여 고정차량의 운행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한 경우에 승무정지처분과 고정하차조치의 병과)가 없으면 노동법에 따라 부당전보나 불이익처분 등으로 다툴 수 있다고 본다.

 

   사소한 일로 보아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이번 고정하차 건을 경성여객의 예까지 들면서 길게 언급하는 이유는, 이것이 전례로 굳어져버리면 회사에서 징계로 가기에는 경미한 사안이거나 다소 부담스러운 경우에 굳이 징계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이 인사권자의 지시 한마디로 할 수 있는 고정하차 같은 보직변경 조치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경성여객의 경우는 합법적이지만 서부운수는 불법적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경성여객은 취업규칙의 일부인 인사규정에 징계대상자에 대한 보직변경의 근거가 있으므로 합법적이고, 따라서 노동위원회에서 정부당성을 다투고 행정법원으로 가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민사소송으로 갈 뿐이고 마지막에는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 하지만 서부운수의 경우 회사의 업무상 필요가 아니라 징계차원의 보직변경조치는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이는 노동법위반으로 정당성을 다투는 것은 물론이고 불법행위조각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한 형법위반으로 대표이사가 형사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러지 않으려면 서부에서는 서부의 법을 따라야 한다.

 

   우리는 이번 고정하차 건을 신임 대표이사가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동안 서부운수를 떠나 조건이 다른 경성여객에서 오랜 기간 재임한 탓에 모르고 한 것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또한 처음 시행하는 쉬프트제도로 인해 7월초 일주일 동안 노사 모두 혼선을 빚는 와중에 문제의 단축운행이 일어났으나, 이는 회사와의 고용관계에 있어서는 취업규칙상 해당기사의 지시거부에 해당할 수 있고 회사와 서울시의 관계에 있어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인가된 운송사업계획의 운행계통을 위반한 임의결행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쉬프트 운행방법에 대해 회사와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에 규정된 근로시간, 근로조건의 변경 등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기간 중에 발생한 점과 잠정합의 시행 중에 수차례에 걸쳐 노사가 서로 상대방이 게시한 쉬프트 운행회수에 관한 공고문을 노사합의가 안 된 일방적 내용이라면서 잡아떼 버리는 행동을 반복한 점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우발적 행동으로 이해한다. 단축운행에 대해서는 이미 징계위에서 경고처분을 한 바고 이와 별도의 고정하차 조치도 이미 상당한 시일이 경과하여 해당기사가 불이익을 받아 징계의 효과도 보았으므로, 불법 부당한 고정하차 조치의 시정을 요구한 이종수 노조부지부장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여 8월 1일부터 해당기사를 원직복귀시켜 고정승무하기로 한 대표이사의 결정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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