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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의 생명은 자주성이다

노동조합의 생명은 자주성이다



                    1. 회사의 주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는 사적 이윤을 추구하며 주식회사의 경영목표는 주주이익 극대화이다. 서부운수가 시내버스운송업을 경영하여 이익을 남기면 주주에게 현금배당을 하고 기업가치가 올라가 주식을 유리한 조건으로 팔아 매매차익을 챙길 수도 있다. 상법상 서부운수의 사원은 주주이고 근로자는 회사의 주인이 아니다.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서부운수 취업규칙에서 말하는 사원은 회사의 노무지휘•통제를 받는 피고용인, 흔히 말하는 회사원을 뜻한다. 여기서 사용자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자인 부장급 이상 관리직 임원을 제외한 생산직 또는 사무직 노동자가 노동조합의 조직대상인데, 운수산업에 속하는 서부운수에서는 현재 기능직인 운전기사와 정비사로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있다. 노동조합은 회사 경영조직의 일부가 아니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근거한 별개의 독립된 노동단체이다. 


                    2. 노동조합이란


노동조합이란 임금노동자가 자본가에게 대항하여 자신들의 임금, 노동시간을 비롯하여 모든 노동, 생활의 여러 조건을 유지•개선하기 위해서 자주적이고 항시적으로 결성하는 노동자계급의 가장 기본적인 대중조직이다. 자본주의적 계급관계 하에서 생산수단을 가지지 못하고, 스스로의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파는 이외에 생활의 방도가 없는 노동자쪽은 노동력상품의 매매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입장에 설 수밖에 없게 된다. 경제적 약자인 임금노동자는 결국, 단결을 통해서 노동력상품의 거래를 일괄해서 행하고, 그로써 대항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노력에서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백과사전 인용>


                    3. 노사관계의 본질


조직되지 못한 개별노동자는 회사와의 고용관계에 있어서 경제적 약자일 수밖에 없지만, 노동조합의 단결력을 배경으로 하여 사용자에게 집단적으로 대항하기 시작하면 임금과 노동조건을 비롯한 근로자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요구와 경제적인 이해를 관철시킬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와 노동자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므로 회사와 노동조합은 협조관계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대립관계라는 것이다.


지금 서부운수에서 벌어지고 있는 임금체불과 705번, 721번 운행횟수 문제를 한번 살펴보자. 사용자는 하루라도 월급을 늦게 주면 그만큼 은행이자가 더 붙거나 융통해야 하는 차입금이자만큼 이득을 보게 되는 반면, 근로자는 월급을 은행에 저축해서 받을 수 있는 이자를 손해볼 뿐 아니라 공과금이나 카드대금 등을 연체하게 되어 연체이자를 물고 심지어는 신용불량으로 내몰릴 위험까지 부담하게 된다. 서울시의 버스준공영제 실시 이후에는 운행거리에 비례하여 운전자금을 수령하므로 사용자는 한 탕이라도 더 돌리면 이익을 보게 되는데, 운전기사인 버스노동자는 늘어난 근로시간만큼 무보수노동을 제공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돈도 못 받고 골병만 든다고나 할까? 정년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정규직의 정년단축은 사용자의 인건비절감을 통한 이익창출과 노동자의 일할 권리인 생존권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부분으로서, 이는 곧바로 촉탁•계약직으로 불리는 비정규직으로 대체되어 해당 근로자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되고 노동조합활동에도 제약을 받게 되어 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노동조합의 단결력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4. 노동조합의 생명은 자주성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회사의 주인은 사장으로 대표되는 주주이고, 서부운수 같은 버스사업장의 경우 운수자본의 일부분인 버스자본이라고 할 수 있다. 운전기사와 정비사는 버스운행에 필요한 생산직 노동자로서 운수회사에 고용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운수노동조합인 버스노조의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우리 버스노동자는 회사의 주인이 아니라 노무지휘•통제를 받는 피고용인에 불과하지만, 버스자본에 대항하여 임금과 노동조건을 비롯한 버스노동자의 요구와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만든 버스노동조합의 주인이다. 버스노동자가 노동조합의 주인된 지위와 역할을 제대로 누리려면 권력과 버스자본의 부당한 탄압에 버스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로 맞서는 자주적인 버스노동조합이 있어야 한다. 노동조합의 자주성은 민주노총과 민주버스는 물론이고 우리가 속해있는 한국노총과 자노련에서도 이구동성으로 인정하고 있는 양대노총의 제일 강령이다.


서울버스노조가 속해 있는 자노련의 선언과 강령은 “자본과 권력 등 외부세력의 개입을 단호히 배격함으로써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운동을 전개하며”, “우리는 조합원의 참여를 바탕으로 공고한 단결 위에 자주적이고 민주적으로 실천하는 조직이 된다.”라고, 한국노총의 선언과 강령은 “노동자의 기본권리 및 노동운동이 자주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어떠한 형태의 부당한 지배나 간섭도 이를 극복하고 배격해 나갈 것이며, 노동조합 민주주의와 노동운동의 자주성의 바탕 위에”, “우리는 조합민주주의를 관철하고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노동운동의 자주성을 견지한다.”라고 되어있다. 한편, 민주버스의 선언과 강령은 “이 땅의 노동운동 속에서 확인된 자주성과 민주성, 투쟁성, 변혁지향성 등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을 계승하여”, “버스노동자는 자본과 정권의 분열과 탄압을 투쟁으로 분쇄하고 노동3권을 완전 쟁취한다.”라고, 민주노총의 선언과 강령은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의 전국중앙조직인 민주노총의 깃발을 높이 들고 자주, 민주, 통일, 연대의 원칙 아래 뜨거운 동지애로 굳게 뭉쳐”, “우리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운동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고 권력과 자본의 탄압과 통제를 분쇄하고 노동기본권을 완전 쟁취하며”라고 되어있다.


노동조합의 생명이 자주성이란 생명이 끊어진 사람은 죽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주성이 없는 노동조합은 죽은 목숨이란 말이다. 우리는 지난 노동운동 역사에서 노동조합이 자본과 정권으로부터 자주성을 잃고 회사와 정권의 어용이 되어 노동자의 권익을 팔아넘기고 앞장서서 노동자를 탄압하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다. 사용자의 지배 하에 있는 어용노조에서는 머슴인 노조위원장이 주인 행세를 하면서 회사 편에 붙어서 노동자의 이익을 배반하는 일을 서슴없이 하거나 아예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허송세월을 보내기 일쑤이다. 자주성을 상실하고 정권의 2중대, 회사의 노무부서로 전락한 어용노조는 노동조합이라 할 수 없으며, 노동자도 더 이상 노동조합의 주인이 아니다. 어용이란 원래 황실에서 쓰는 물건이란 말인데, 조선시대에 황실과 관청에 필요한 물건을 공역하던 어용상인인 종로의 육의전이 전매권인 금난전권(난전을 금하는 권한)을 그 대가로 부여받아 같은 물건을 파는 난전을 단속한 역사에서 비롯하여, 일제시대 어용사학자의 황국식민사관을 통한 조선민족말살정책이나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어용시비를 거치면서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국어사전에서 어용은 권력에 아첨하고 자주성이 없는 사람이나 단체•작품 따위를 경멸하여 이르는 말이고,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자주적으로 노동조건의 유지•개선 및 경제적•사회적 지위 등의 향상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두 단어를 합성한 어용노조의 사전적 의미는 권력과 자본에 아첨하고 자주성이 없는 노동조합이 되는데,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자주적으로 조직한 노동단체이니 도대체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이래서 노조법에서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사용자가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지배개입)로 규정하여 처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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