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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 관리

아침에 출근해서 취재 한건 처리하고 단지 내 협력업체 한군데 다녀 온 이후로는 계속 멍때리고 있다.

해야할 일은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데 일의 진척이 없다.

 

슬럼프다. 일이 하기 싫고 무기력하다.

 

오전에 팀원들과 기획회의 하면서 내가 해야할 급한 일들을 몽땅 나눠주었다. 그리고 하루종일 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것저것 뒤적이고,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고, 앞날을 걱정하고...

 

그러고 있다.

 

재충전이 필요하다. 아무생각없이 좀 쉬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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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동권인가?

마흔을 앞둔 요즘, 나의 삶과 일상을 돌이켜 볼때 늘 스스로를 괴롭히는 질문 하나.

"나는 운동권인가?" 이다.

 

- 진보신당 당원으로 가입되어 있지만, 활동은 전혀 없음. 지역에 몇 안되는 당원 모임을 위해 카페를 개설하고 운영자로 되어 있지만 방치 상태.

- '지역운동포럼'이란 모임의 회원으로 한달에 한번 꾸준하게 포럼에 참석하지만 토론하고 발제하고 공부하는 것 외에 활동은 전무한 상태.

- 지문날인 거부 운동으로 주민증을 아직 안만들고 있지만 조만간 꼭 해외 갈일이 있어 여권 갱신해야 하고 결국 주민증 만들어야 여권이 생기는 상황이라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는 상태.

- 여성노동자회 후원회원으로 꼬박꼬박 후원회비 내고 있지만 모임이나 활동에 거의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 가끔 지역에서 일어나는 파업이나 집회 상황에 참석하라는 문자를 받지만 띄엄띄엄 참석하는 상태.

- 친환경 생태주의를 표방하며 자전거로 출퇴근 하다가 집에서 멀고  외근도 해야 하는 직장으로 옮긴 상황이라 매일 자동차를 운전하고 다니는 상태. 

- 스스로 사회주의자라 끊임없이 선언하고 새김질하지만 자본의 논리에 충실하며 통장에 찍히는 월급만 바라보고 꾸역꾸역 살아가는 상태.

 

 

이런 상태들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나는 과연 운동권이라 얘기할 수 있는가? 라는 반성과 자책이 무거울 정도로 괴롭다.

 

꿈틀거리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건 운동이 아니다.  그냥 이대로 굳지만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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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라 나의 보아

보아와의 이별을 준비한다.

이제 3주 남았다.

 

보아는 나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95년식 '터 반테'의 이름이다.

지난 2년간 어려운 시기에 적지 않은 나이로  나에게 시집와서 우여곡절 많이 겪으면서도 변함없이 곁을 지켜준 녀석이 이제 그 수명을 다하고 있다.

 

삐거덕거리는 관절에 기침을 해대는 엔진이 그의 죽음을 예고하고 있다. 이제 6천km만 더 타면 꼭 30만km를 채우게 되니 그동안 달려온 거리도 만만치 않다.

 

터보엔진의 육중한 굉음으로 간혹 새벽에 퇴근하는 일이 있으면 이웃집의 눈치를 보기도 했고 잘 열리지 않는 차문 땜에 속을 썩히기도 했지만, 없는 살림에 기름도 많이 안먹고 필요한 곳을 잘도 달려 주었다.

 

이제 '보아' 대신에 나는 프라이드를 주문해 놓은 상태이고 녀석이 출고되면 '보아'는 폐차장으로 가 생을 마감하게 된다.

 

주변 사람들은 나이도 있으니 2,000cc 중형차를 사야 되지 않겠냐고 하지만, 지금 경제적 형편이나 유지비를 생각하면 나에게 딱 맞는 차는 1,400cc 프라이드인 것 같다. 이것이 바로 엉뚱한 놈이 얘기하는 '실용' 말고 진정한 실용주의 아니겠는가?

 

새로 나의 발이 되어줄 녀석에게는 '검프'라는 이름을 지어주어야 겠다. 색깔이 검정색이니 '라이드'의 준말이다. ㅋㅋ

 

그나저나 보아와의 이별을 준비하며 이것 저것 물품을 정리하고 있으니 녀석과의 추억이 많이 떠오른다. 고속도로에서 타이어가 터져 녀석과 함께 죽을 뻔 했던일이며,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녀석의 증세를 혼자서 해결하고 뿌듯해 했던일, 깜깜한 밤에 라이트가 몽땅 나가서 부산에서 경주까지 엉금엉금 기어 왔던일 등...

 

자동차로서는 거의 100살이 넘은 95년생 '보아' 그동안 고마웠다.

폐차장에서도 너의 가치를 높이 사서 무려 45만원이나 쳐 주겠다니 끝까지 나를 위해 도움을 주고 가는 구나.

 

안녕, 보아.. 잘가라.. 언제나 네가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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