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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집에 비교적 일찍 갔다. 그래서 좀 시간에 여유가 생겨서 S에게 빌려온 뮤직비디오를 봤다. 물론 상태가 좀 조잡한, 무슨 영어회화 비디오 테입에다가 더빙한 것이었는데, 나도 몇 번 본 적이 있는 것들이었다. S의 동생이 좋아하는 것들이란다. 그걸 보면서 감동의 연속이었다. 비틀즈의 공연 메들리부터 게리 무어, 너바나, 앨라니스 모리셋, 그린데이(역시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틀림없이 멋지다), 심지어는 퍼블릭 에너미까지. 그러나 단연 최고였던 클립은 섹스 피스톨즈였다. 그들의 순수한 펑크는 한 가지 명제를 또다시 내 가슴에 공고히 한다. “Rock will never die.", 그리고 D.I.Y. ... 역시 전번에는 내가 마음이 약해졌던 거 같다. 스매싱펌킨즈를 어디 섹스 피스톨즈에 견주겠는가! 그들의 상업적 성공을 섹스 피스톨즈의 그것처럼 떳떳한 ‘부정 수입’(Filthy Lucre)이 될 수 없는 것이다. "Ha Ha Ha (매우 사디스트적인 목소리로) I am an anarchyist"
‘어제’와 ‘오늘’(혹은 ‘오늘’과 ‘내일’)을 이어주는 꿈이라는 풍경을 가진 잠이라는 다리를 건너지 않고 뜬눈으로 하룻밤을 보냈다. 며칠 전 K가 갑자기 같이 하자고 해서 며칠 동안 음악 믹싱하고 노래 만들었다. 그리고는 오랜만에 기차에 몸을 실었다. 어제 M과 얘기하면서도 J가 많이 생각났는데, 마침 기차에서 J를 만났다. 그렇게 완행열차의 찻간에서 출입구를 열어놓고 정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1학년 때처럼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기분이 너무 풋풋하고 좋았다. J가 홍익회 손수레에서 오렌지를 사서 나눠주었다. 나는 먹지 않고 주머니에 불룩하게, 탐스러운 모양으로 넣어 두었다. 그냥 두면 상큼한 오렌지 향기가 내 몸에 조금씩 스밀 것 같았다. J와 나중엔 출입구 손잡이에 매달려 바람을 맞으며 왔다. 시원한 바람을 맞은 그 기분, 내가 진정 원하는 것, 이런 게 아닐까? 그렇게 그저 스쳐가며 설레이는 것들.
까페 ‘그 섬에 가고싶다’에 와 있다. 저물녘의 잔물결에 잔잔히 부서지는 햇살, 어디론가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을 본다. 창문 너머의 사람들은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나도 내 인생이 저물어갈 즈음에 저들처럼 어딘가 돌아가야 할 곳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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