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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고용 현황과 고용정책의 과제 - 고카 카즈미치

* 가나자와 대학의 고카 카즈미치 선생께서 최근에 쓰신 글이라며 보내주셨다.

  대지진 참사 이후 일본의 고용상황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도 정책적

  시사점 또한 크다는 생각에 옮겨 둔다.
 

 

일본의 고용 현황과 고용정책의 과제

 

 

고카 카즈미치(伍賀一道)

 

 

199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약15년 사이, 일본의 고용과 실업의 상황은 큰 변화를 겪어왔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상대적으로 안정된 고용층이 감소하고 방대한 규모의 비정규고용, 실업자, 반실업자 층이 형성되었다. 이는 장시간노동이나 불규칙노동, 과로사로 대표되는 열악한 노동환경의 확산을 수반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날 고용정책의 과제는 고용과 노동방식 및 노동환경의 양면에 걸친 개혁(‘일다운 일’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실업시기의 생활보장을 비롯한 복지국가 정책의 실시가 필수적이다. 이번 대지진 참사 이후의 현실은 그 필요성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림1은 일본의 고용과 실업, 반실업의 현황을 개괄적으로 보여준다(다만 원의 크기는 해당 범주의 규모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 정규고용이 감소하는 한편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고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양자 모두 부분적으로 중첩된다. 비정규고용 가운데에는 반실업으로 볼 수 있는 이들이 적잖이 존재한다. 실업에는 반실업 외에도 현재적 실업과 잠재적 실업이 있으며, 각각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고용과 실업을 둘러싼 구조변화에 따라, 평범한 직장생활을 통해 자립하여 결혼도 하고 자녀도 낳아 기르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것에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사회경제적 재생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고용과 노동방식의 변화를 개괄하고 그 요인을 파악해본 뒤 개혁의 과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기본적인 관점은 일본헌법이 정하고 있는 생존권 및 노동권의 보장이다.

 

 1. 고용과 노동의 변화

 

1990년부터 2010년 사이의 20년간 정규고용은 3,488만명에서 3,363만명으로 125만명 감소한 반면, 비정규고용은 같은 기간 동안 1990년 881만명에서 2010년 1,708만명으로 두 배 늘었다. 비정규고용의 비율은 ‘임원을 제외한 고용자’의 5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증가하였다(표1 참조). 이 기간 동안 ‘자발적 선택형’, ‘가계보조형’의 비정규고용은 감소하였고,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유형’과 ‘자립형’의 비정규고용으로 변화하였다.(주1) 비정규고용은 청년층 가운데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고, 신규졸업자의 상당수가 비정규노동자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이러한 고용형태 변화는 정규고용의 노동방식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표1. 고용형태별 노동자, 완전실업자의 추이 (단위: 만명, %)

 

구분

임금노동자

정규고용

비정규고용

비정규직

비율

완전실업자

1990년 2월

4,369

3,488

881

20.2

142

1995년 2월

4,780

3,799

1,001

20.9

199

2000년 2월

4,903

3,630

1,273

26.0

327

2005년

(1-3월 평균)

4,923

3,333

1,591

32.3

294

2010년

(1-3월 평균)

5,071

3,363

1,708

33.7

332

주: 1990년에서 2000년까지와 2005년 이후의 조사집계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시계열

      비교는 불가능함. 2005년 완전실업자수는 평균치.

출처: 1990년에서 2000년까지는 ‘노동력조사 특별조사’(연2회 실시), 2005년 이후는

      ‘노동력조사’(상세집계) 자료에 의거함.

 

(1) 비정규고용의 증가가 의미하는 것

 

비정규고용의 증가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관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저임금노동자의 증가이고, 둘째는 고용조정을 하기 쉽고 당하기 쉬운 노동력의 증가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셋째인데, 사용자의 책임이 공동화됨에 따라 위험을 떠안게 된 노동자들이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고용형태들은 공통적으로 생존권과 노동권의 형해화를 낳고 있다.

 

① 저임금노동으로서의 비정규노동

 

비정규고용의 약4분의 3의 연간 임금소득이 200만엔에 못 미친다(노동력조사 세부집계, 2010년 평균). 300만엔 미만까지 넓혀보면 그 비중이 약90%에 이른다. 103만엔, 130만엔의 벽을 의식하여 스스로 노동시간을 조정하는 파트타이머도 적지 않지만, 반대로 연간 2,000시간의 노동을 해도 수입이 200만엔 정도로 독신자 기초생계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노동자가 다수 존재한다.

 

증가하는 비정규고용 안에서도 약30%는 주40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는 ‘풀타임형 비정규고용’이다. 이 중에서도 연수입 200만엔 미만의 노동자가 약15%를 차지한다. 이들 풀타임형 비정규고용 중에는 단시간 파트타임이나 아르바이트를 겸직하는 사람들(투잡, 쓰리잡)도 포함되어 있다. 더욱이 주49시간 이상의 장시간노동을 하는 비정규노동자도 66만명에 이른다(노동력조사 세부집계, 2010년 평균).

 

② 유기고용: 고용조정이 용이한 노동력

 

비정규고용의 대부분은 고용계약기간이 한정되어 있는 유기고용계약 노동자이다. 그 규모를 정확히 집계하는 통계도 없다. 표2는 노동력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고용형태와 고용계약기간을 제시한 것이다. 2010년 비정규고용(1,730만명, 다만 비농림업고용자에 한함) 중 739만명(42.7%)이 ‘임시․일용직’인데, 유기고용은 여기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같은 조사의 ‘상용직’ 정의는 ‘고용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자’, 또는 ‘1년 이상의 고용계약 하에 일하는 자’로 되어 있다. 상용직 가운데에 유기고용이 어느 정도를 점하고 있는지는 통계로 명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표2. 고용형태와 고용계약기간의 현황 (단위: 만명)

 

구분

비농림업고용자

정규고용

비정규고용

 합계

상용

임시

일용

 합계

상용

임시

일용

합계 

상용

임시

일용

2002

4,907

4,137

770

3,471

3,444

26

1,437

693

743

2003

4,908

4,135

773

3,422

3,390

32

1,485

745

742

2004

4,975

4,165

774

3,393

3,367

26

1,547

798

749

2005

4,976

4,188

786

3,358

3,336

22

1,618

853

765

2006

5,049

4,275

774

3,390

3,366

24

1,659

909

751

2007

5,127

4,354

773

3,415

3,395

20

1,712

960

753

2008

5,112

4,348

764

3,372

3,354

18

1,739

992

747

2009

5,047

4,291

757

3,350

3,330

20

1,696

959

738

2010

5,053

4,295

758

3,323

3,304

19

1,730

991

739

주: 고용자는 임원을 제외한 수치.

출처: 후생노동성 편, “2011년판 노동경제백서”, 원자료는 ‘노동력조사’(세부집계).

 

비정규직 중 상용직은 991만명(57.3%)이지만, 이 가운데에 실제로는 유기고용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또한 고용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파트타이머의 경우 유기계약 파트타임과 비교하면 고용은 안정되어 있지만, 그것도 상대적 의미에 불과하다. 막상 기업이 고용조정을 하는 단계가 되면 정규고용보다 먼저 대상이 되는 것은 유기고용 파트타임, 뒤이어 상용 파트타임일 것이다. 기업 형편에 따라 손쉽게 고용관계가 단절될 수 있는 노동자가 비정규고용의 대부분을 점하고 있다.

 

표2에서 눈에 띠는 것은 비정규고용 가운데 상용직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2년부터 2010년까지 8년간 약300만명이 증가하였으나 그것은 1년 이상 유기고용의 증가를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반면 정규고용 중 상용직은 같은 기간 동안 140만명 감소하였다.

 

한편, 노동력조사의 설문 문항에 따라, 1년 이내의 고용계약을 반복적으로 갱신함으로써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고용된 노동자도 상용직으로 파악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된 자료로서 후생노동성이 실시한 ‘2009년 유기고용계약에 관한 실태조사’(개인조사) 보고서가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유기계약 노동자의 계약기간은 1년 이내가 80%를 점하고 있는데(6개월 초과 1년 이하가 40%, 3개월 초과 6개월 이내가 22.5%, 2개월 초과 3개월 이내가 17.5%), 갱신을 반복함에 따라 유기계약 노동자 중 60%의 통산 근속년수가 1년을 넘는 것으로 나타난다. 3년을 넘는 경우도 30% 가까이 된다(3년 초과 5년 이하 15.3%, 5년 초과 10년 이하 13.4%).

 

유기고용 노동자는 계약갱신의 불안을 끌어안고 일한다. 사용자의 불합리한 요구에도 저항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일본의 노동법제에는 유기고용의 활용에 대한 규제가 매우 부족하다. 기업이 유기고용을 활용하는 사유를 제한할 것은 물론, 일정 기간을 넘은 유기고용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고용계약으로 간주하는 등의 규제 도입이 필수적이다.

 

③ 간접고용: 사용자책임의 공동화, 중간착취의 리스크

 

간접고용(파견노동, 용역노동)의 경우, 직접고용인 유기고용에 비해 고용의 불안정성이 더욱 크다. 노동비용의 절감에 더해 사용기업(파견처, 발주처)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고 고용조정을 손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재서비스 사업자(파견업체, 용역업체)는 저렴한 비용, 고용조정의 용이함, 사용자책임의 회피를 상품으로 내걸며 사용기업측에 판매공세를 펼친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상시적인 고용불안을 떠안게 된다. 이른바 상용형 파견과 같이 사용기업과 상시고용관계에 있는 파견노동자라 하더라도 고용조정의 대상에서 제외되지는 않는다. 2008년부터 2009년에 걸친 ‘파견해고’ 시기에는 상용형 파견노동자도 계약해지나 해고의 대상이 되었다. 등록형 파견이나 일용파견의 경우에는 고용의 불안정성이 더욱 증대한다. 한편, 노동자파견법에는 ‘상용형 파견’이나 ‘등록형 파견’이라는 용어가 없다. ‘특정노동자파견사업’을 정의함에 있어 ‘해당 사업의 파견노동자(사업으로 행해지는 노동자파견의 대상이 되는 자에 한함)가 상시고용 노동자들로만 이루어진 노동자파견사업을 말한다(노동자파견법 제2조5항)’는 부분이 있을 뿐이다.(주2)

 

파견노동은 직업안정법이 금지하고 있는 노동자공급사업의 일부가 노동자파견법 제정에 따라 합법화된 것이나, 그 주변에서는 인재중개업자(일명 ‘수배사’)에 의한 위법한 노동자공급사업이 지금도 행해지고 있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처리 작업을 하고 있는 현장노동자의 상당수가 수차에 걸친 하청구조를 통해 배치된 간접고용 노동자인데, 그 노동실태는 블랙박스 속에 가려져 있다.(주3)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의 와타나베 히로유키(渡辺博之) 시의원의 보고에 의하면 중층적 하청구조가 6차, 7차에까지 이른다고 한다. 동경전력 측은 노동자 1인당 5-10만엔의 일당을 지급하고 있는데도 말단의 노동자가 받는 것은 6,500엔에서 12,000엔 정도에 머물고 있다. “가혹한 환경 속에서 피폭당하며 일하는데도 아무런 보상이 없다”고들 한다(아카하타 신문 2011.8.13). 그밖의 언론들도 이와 유사한 실태를 보도하고 있다. 현장작업원의 다수는 4차 하청보다도 하위에서 고용된 일용노동자나 개인도급 노동자로서, 말단으로 갈수록 ‘삥땅’을 당해 일당이 적어진다. 가장 위험한 원자로 건물 안에서 작업하는 노동자의 경우에도 일당은 1만 수천엔 정도에 불과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선데이 마이니치 2011.9.18).

 

비정규고용은 2008년에서 2009년 불황 하의 파견해고, 비정규직 해고에 의해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2010년에는 다시금 증가세로 돌아섰다. 고용의 질 저하(저임금노동, 고용조정의 용이함, 사용자책임의 공동화, 중간착취 등)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것이 일본의 고용과 노동방식의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교육이나 의료, 복지, 공무원 분야에도 비정규고용화의 물결은 밀려들고 있다. 이상과 같은 현상은 내수확대에 의한 안정된 경제의 실현에 역행하여, 더욱 대외의존적 체질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2) 정규고용은 괜찮은가

 

① 주변적 정규직, 이름뿐인 정규직: 불안정화되는 정규고용

 

정규직이라고는 이름뿐인 ‘주변적 정규직’이 눈에 띠게 늘어난 것도 오늘날의 고용의 질 저하의 상징이다. 정규고용(2010년 3,355만명) 가운데 427만명(12.7%)는 연수입 200만엔 미만이다. 그중 상당수가 여성으로서, 이들이 여성 정규노동자 1,046만명 중 약4분의 1(267만명)을 차지하고 있다. 노동시간이 짧아 임금수준이 낮기 때문인 것이 아니다. 33만명(12.4%)은 주49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고 있다. 연수입 200만엔 미만의 남성 정규노동자도 160만명이며, 더욱이 37만명(23.1%)은 주49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다. 정규직이라고는 하지만 남녀 합계 70만명이 주49시간 이상을 일하면서 연수입은 200만엔 미만이다. 정규고용임에도 추가적인 취업을 희망하는 노동자가 98만명에 이른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노동력조사 세부집계, 2010년 평균). 그림1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실상의 반실업 상태인 것이다.

 

② 정규고용 노동방식의 빈곤

 

비정규․불안정취업의 확대는 정규고용의 노동방식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직장 내 정규직이 감소하고 이제껏 정규직이 담당해온 일을 파견사원이나 계약직 사원, 파트타임이 담당하게 되면, 당연히 남겨진 정규직은 더욱 강한 압박을 받게 된다. 비정규고용을 경유하여 어렵게 확보한 정규직 자리라면 그 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도 스스로 장시간노동에 매달리게 되는 상황이 된다.

 

노동력조사에 의하면, 남성 정규직(연간 250일 이상 취업) 가운데 주60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의 비율은 최근 4분의 1에 달하고 있다. 주6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도 12.5%에 이른다.(주4) 특히 20대, 30대 장시간 노동자가 두드러진다. 성과주의 인사관리(성과주의 임금체계)는 스트레스가 강한 노동환경을 조성하며 노동자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 2011년 4월 후지츠종합연구소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공서열 임금체계에서 성과주의 체계로의 전환에 따라 기업내 임금격차(특히 동일 연령 내 임금격차)가 확대됨과 더불어 노동자들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시금 기업내 임금격차와 장기휴업률 및 사망률 간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확인해준다.

 

2. 실업․반실업으로부터 본 오늘날 고용의 특징

 

이상에서 살펴본 고용과 노동의 현황을 실업․반실업의 시점에서 다시 살펴보자.

 

(1) 반실업: 고용과 실업의 중간형태

 

비정규직 및 주변적 정규직은 반실업 상태에 놓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그림1 참조). 그러나 일하고 있는 한 노동력조사상의 완전실업에 포함되지 않는다. 비정규고용은 고용의 안정성이나 임금수준, 사회보험 적용의 측면에서 정규고용에 가까운 층부터 현재적 실업에 까까운 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인다. 따라서 정규고용과 비정규고용(불안정취업) 간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으며, 마찬가지로 비정규고용과 실업 간의 경계도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실업기간 중 생활보장이 매우 부족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완전실업자 가운데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이들의 비율은 70%를 넘는다. 생활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구직활동에 시간을 쏟을 여유는 없다. 따라서 열악한 조건의 일자리에서라도 다른 수가 없으니 일할 수밖에 없다. 시간을 투자해 구직활동을 할 권리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반실업이 확대되는 기반이다.

 

그렇다면 반실업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앞서 살펴본 비정규노동자는 상당수가 반실업 상태에 놓여 있으나, 전부가 그러한 것은 아니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수준이 낮다는 등의 이유로 다른 형태로의 전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우선 반실업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후생노동성의 취업형태 다양화에 관한 종합실태조사(2007년)에 의하면, 정규직 이외의 형태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가운데 ‘다른 형태로의 취업을 원한다’고 응답한 경우가 약30%다. 그 가운데 90%는 정규직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정규직 취업을 원하는 주된 이유는 ‘정규직 쪽이 고용이 안정적이므로’, ‘임금수준이 보다 높아서’ 등이다. 따라서 오늘날 비정규고용 가운데 최소한 30%를 반실업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보아도 문제가 없을 듯하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해 보면 2010년 비정규고용 1,755만명 가운데 반실업자는 520만명(그림1의 A, D, G에 해당)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특수고용 노동자, 이주노동자 등 통계로 파악되지 않는 노동자가 상당 규모로 존재하므로 반실업자는 이러한 추계치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2) 현재적 실업

 

통계상의 ‘완전실업자’는 현재적 실업자를 말한다(그림1의 B에 해당). 노동력조사의 조사기간(매월 마지막 일주일간) 중에 단 몇 시간이라도 일에 종사하면 완전실업자가 아니라 취업자(그림1의 D에 해당)로 파악된다. 그러나 실상은 현재적 실업자와 큰 차이가 없다. 이처럼 완전실업자수 및 완전실업률만으로 실업문제를 논할 수는 없지만, 이들 지표가 실업문제를 둘러싼 주요 지표임에는 변함이 없다.

 

완전실업자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급증하여 1999년에는 300만명을 돌파, 완전실업률 4.7%에 이르렀다. 이는 1998년부터 1999년에 걸쳐 진행된 대규모 정리해고에 의해 정규고용 100만여명이 급감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와 더불어 1990년대 이후 규제완화 정책(대형 소매점 관련법 폐지, 편의점 영업규제 완화 등)에 의해 도태된 자영업자 및 가족종사자 급감 또한 관련이 있다.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간 양자는 324만명 감소하였고,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는 303만명이 감소하였다. 20년간 627만명이 감소한 것이다. 그간 자영업 세대는 한편으로 실업자층의 저수지 기능을 해 왔으나, 규제완화 정책은 그 저수지의 제방을 무너뜨려, 이들이 노동시장으로 흘러들어오게 되었다. 다수는 노동자가 되었고, 나머지는 완전실업자 또는 잠재적 실업자가 되었다.

 

완전실업률은 2002년 피크(5.4%)에 도달한 뒤, 2004년부터 2008년 사이에 걸쳐 떨어졌으나, 2009년과 2010년에는 연달아 5%를 넘었다. 특히 15세에서 24세 사이의 연령대에서 완전실업률 상승이 두드러진다(2010년 평균 남성 10.4%, 여성 8.0%). 전연령대 실업률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청년층의 완전실업률 상승요인 중 하나는 신규졸업자의 취업란이다. 문부과학성의 학교기본조사연보에 의하면 올 봄 대졸자(55만2,794명)들의 취업률은 61.6%(34만546명)에 머물고 있다. 졸업 시점에 취업이 결정되지 않은 이들이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졸업자의 19.4%(10만7,134명)에 이른다(니혼게이자이 신문 2011.8.15).

 

청년층의 완전실업률 상승 요인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단 취업’으로 인해 단기간 내에 이직 및 전직을 반복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들 수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보다 맞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직업훈련을 받을만한 조건도 이젠 여의치가 않다. 청년들의 노력부족에서 그 요인을 찾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이번 대지진 재해에 의해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 3개 현의 피해지역에서는 현재적 실업자가 대폭 증가하고 있다. 총무성은 조사체제가 정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3개 현에 대해 노동력조사를 실시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노동력조사를 통해 지진 재해로 인한 실업 증가 양상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집계로는 고용보험가입자 가운데 이직증명이나 재해시 휴직증명을 받아 실업급여를 신청한 이들의 규모가 지진 발생 시점부터 올해 8월 21일까지 합계 15만3,173명(미야기현 6만6,576명, 후쿠시마현 5만4,285명, 이와테현 3만2,321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같은 기간 동안 실업급여 신청자수가 8만2,763명이었으므로 지진 재해로 인한 실업자는 7만명을 상회하는 것이 된다(마이니치신문 2011.9.6). 자영업자 및 가족종사자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므로 지진 재해에 의해 실업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해도 이 수치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신규졸업자 중 취업을 내정받았던 직장이 사라지게 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3) 잠재적 실업

 

취업을 희망하면서 적당한 일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구직활동을 단념한다면 완전실업자로 파악되지 않는 잠재적 실업자에 해당하는데, 이들의 규모 또한 상당하다(노동력조사 세부집계 2010년 평균 165만명으로 그림1의 C, E, F에 해당). 이 가운데 자신의 지식, 능력에 맞는 일을 찾지 못했다는 이들은 20만명에 이른다.

 

노동력조사의 조사기간 중에 사정이 있어 구직활동을 하지 못하였지만 취업을 희망하여 일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취업하고자 하는 이들은 현재적 실업자와 별 차이가 없다(그림1의 F에 해당). 평소에 단기간의 아르바이트 등에 종사하고 있지만 노동력조사의 조사기간 중 일을 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이들은 통계상 비경제활동인구로 파악되지만 실제로는 잠재적 실업인 동시에 반실업 상태이기도 하다(그림1의 E에 해당). 더욱이 현재 취업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취업을 희망하여 실제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임원을 포함한 고용자 가운데 104만4,000명, 비정규고용에 한하여 보면 61만7,000명이다(그림1의 G에 해당).

 

이상을 바탕으로 반실업, 현재적 실업, 잠재적 실업을 합산해 보면 다음과 같다(2010년 평균). 먼저 그림1의 A, D, G의 합이 약520만명, B가 334만명, C, E, F가 165만명, 합계 1,019만명이 된다. 노동력인구 6,510만명을 기준으로 이들 전체 실업자의 비율은 15%에 이른다. 이는 완전실업률 5.1%의 약3배에 해당한다.

 

3. 고용․실업 구조변화의 요인은 무엇인가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용의 질 저하, 노동방식의 빈곤, 실업․반실업의 증가를 가져온 요인으로 우선 다음의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정보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의해 생산 및 유통과정의 자동화가 가속화되어(주5) 생산 및 서비스에 필요한 노동량의 상대적․절대적 감소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노동시간의 대폭적인 단축에 의해 노동자 1인당 노동량의 감축을 추진하지 않는 한 다수의 노동자들에게 고용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어렵게 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현실은 이에 역행하여 장시간․과밀노동, 심야․불규칙노동이 만연하고 있다. 그 근저에는 이윤의 극대화를 기본원리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체계가 있으나, 특히 1990년대 이후 글로벌 경쟁의 격화를 이유로 대기업들이 비용절감 명목으로 노동자 1인당 노동량의 증가를 요구하면서 이러한 경향에 박차를 가했다.

 

노동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과 노동시간단축 및 과밀노동 규제에 의해 고용기회를 늘리는 것의 중요성이 논의되어 온지는 오래지만, 전체 노동자들을 아우르는 운동으로 추진되지 못한 채 현재에 이르고 있다. ‘36협정’ 체결에 의해 노동시간 규제의 공동화를 가져온 노동기준법 제36조의 폐지 요구를 포함한 노동시간 단축운동의 본격화가 요구된다(역주: 일본에서는 사업장 내 과반수를 조직하고 있는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대표가 사업주와 협정을 체결하고 협정서를 행정관청에 제출하는 것이 시간외근로 및 휴일근로 허용 조건 중 하나다).

 

둘째, 글로벌 경쟁의 격화를 이유로 경쟁력 강화 논리에 따라 고용유연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고용전략에 규제를 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에 걸쳐 정부는 노동자파견법 개정을 통해 기업의 고용전략을 지원해 왔다. 유기고용에 대한 규제도 방치된 채이다.

 

인재서비스 사업자(파견업체와 용역업체)가 시장확대를 목표로 영업을 확대한 것 또한 간접고용의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일본의 간접고용의 증가속도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ILO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부터 전세계적으로 노동자파견사업 시장규모는 두 배로 증가하여 2007년에는 341억달러에 달했다. 또한 미국(28%), 영국(16%), 일본(14%), 프랑스(9%), 독일(6%), 네덜란드(5%)의 6개국이 세계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일본의 시장확대는 현저하여 2000년부터 2007년까지 147억 달러에서 433억 달러로의 증가세를 보였다.

 

셋째, 실업부조 등 실업시의 생활보장 제도를 본격적으로 정비하지 않은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실업시의 생활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실업자들을 열악한 일자리로 내모는 압박이 강해지기에 불안정고용이 증대된다. 대량실업시대를 맞이한 오늘날,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고도성장기로부터 저성장경제로의 전환기에 일본은 실업보험법에서 고용보험법으로의 전환(1974년)을 통해 기업에 의한 고용보장에 중점을 둔 실업대책을 선택했다. 불황기에는 고용보험재정으로부터 사업주에게 고용조정급부금(현재의 고용조정조성금, 중소기업긴급고용안정조성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잉여노동력’을 기업 내에서 포용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이다.

 

고용보험 가입요건을 ‘1년 이상의 고용 지속 예상’으로 함으로써 고용계약기간을 의도적으로 짧게 하여 사용자가 고용보험료 납부를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어두었다. 2001년 4월에는 이직에 의한 실업급여 지급일수에 격차를 두고 지급기간을 단축하는 제도 개악을 행하였다. 실업급여액은 이직직전의 반년간의 임금수준에 의해 규정되어 있기에 저임금노동자는 실업급여액 수준도 낮게 된다. 이처럼 실업시 보장체계의 미비는 직업경험과 능력에 걸맞는 구직활동을 일정한 시간을 들여 할 수 있는 여유를 실업자에게 허용하지 않는다. 이번 지진 재해 이후 실직한 피해자들이 대피소에서 고용지원센터로 쇄도했던 일이 이러한 현실을 상징한다.

 

넷째, 비정규고용, 반실업 상태의 노동자(특히 청년층)를 고용하는 서비스 부문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산업별 취업 구조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도소매업, 숙박업, 음식업 부문의 취업률이 높은 반면, 교육, 보건, 행정 부문의 취업률은 낮다. 표3에서와 같이 북유럽 복지국가들과의 차이가 현저하게 나타난다.

 

 표3. 취업자의 산업별 구성비 (2008년) (단위: %)

 

구분

일본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농림어업

4.2

2.4

1.3

2.8

2.1

광업

0.0

1.5

0.4

0.1

0.3

제조업

18.4

11.9

13.0

13.9

20.3

전기,가스,수도

0.5

0.8

0.6

0.7

0.8

건설업

8.4

7.2

8.1

6.6

6.0

도소매,음식,숙박

23.5

23.2

19.0

15.3

16.1

운수,창고,통신

6.1

6.5

6.7

5.9

5.1

금융,보험,부동산

14.6

16.9

15.8

12.8

13.1

행정,국방,법정사회보장

3.5

5.2

7.1

9.5

6.8

교육,보건,사회복지

13.9

17.4

21.6

17.9

16.3

대지역,사회,개인서비스

5.6

5.4

6.1

6.3

5.6

 

표3. 취업자의 산업별 구성비 (2008년) (단위: %) (계속)

 

구분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농림어업

2.7

4.4

2.2

2.8

광업

0.1

0.2

0.2

1.7

제조업

11.5

16.8

14.3

11.3

전기,가스,수도

0.5

0.7

0.5

0.7

건설업

6.0

7.2

6.7

7.3

도소매,음식,숙박

18.0

15.7

15.5

17.0

운수,창고,통신

6.1

6.6

6.0

6.2

금융,보험,부동산

15.9

14.1

17.2

13.7

행정,국방,법정사회보장

6.4

5.2

5.7

6.4

교육,보건,사회복지

22.5

21.0

26.3

28.6

대지역,사회,개인서비스

4.7

6.2

5.4

4.3

주1: 취업자에는 자영업자 및 가족종사자가 포함됨.

주2: 산업분류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제외함. 따라서 일부 국가의 경우

      합계가 100이 되지 않을 수 있음.

주3: 영국은 2006년 수치임. 미국은 산업분류가 불분명한 항목이 많아 제외하였음.

자료: 국제노동기구 노동통계(2008)로부터 작성.

 

소매업, 음식업, 개인서비스 부문은 제조업에 비해 설비투자에 필요한 비용이 적고 비정규고용을 활용하면 비교적 소규모 자본으로도 진입이 가능한 부문이다. 이들 부문은 제조업 라인이나 사무직에서 일할 수 없는 청년층이 흘러들어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들 부문 자체가 반실업자 풀이기도 하다. 취업구조기본조사(2007년)에 의하면 도소매업 부문에서 정규노동자는 489만5,500명인데 반해, 비정규노동자는 437만3,300명으로 나타났고, 음식 및 숙박업에서는 정규노동자 81만9,600명, 비정규노동자 184만4,400명으로 두 배 이상의 차이가 나타났다.

 

4. 고용정책 과제

 

이상과 같이 일본의 고용과 노동의 질 저하, 실업․반실업의 확대 현상, 그리고 그 요인에 대해 개관해보았다. 이하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고용정책의 과제를 제시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오늘날 필요한 고용정책의 기본은 실업․반실업의 억제하고 줄이는 동시에 실업․반실업 상태에 놓여 있는 사람들의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는 모든 사람들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1) 노동기준의 명료화에 의한 실업․반실업의 축소, 고용의 질의 개선

 

첫 번째 과제는 노동시간 단축을 비롯한 노동기준의 명료화에 의한 실업․반실업의 축소다. 오늘날 대부분의 대기업은 경영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인력감축을 추진하고 있지만,(주6) 이를 방치한 채로는 실업․반실업이 계속하여 증가할 수밖에 없다. ‘서비스 잔업’의 근절은 노동시간의 실상을 명확히 하고, 일자리 나누기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의 대전제다. 나아가 1일 노동시간의 상한 설정에 따른 노동시간 규제가 중요하다.

 

이와 병행하여 고용의 질을 개선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우선 노동자파견법의 전면적 개정, 유기고용에 대한 규제, 동등대우 원칙의 도입, 최저임금 인상,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개인사업자화의 규제 등이 구체적 과제가 된다. 이는 반실업의 축소를 의미한다. 규제완화 추진론자들은 비정규고용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현재적 실업을 줄이기 위해 노동법제의 규제 완화를 주장해 왔다. 비정규고용이 실업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논리다. 이에 대해서는 노동자를 편한대로 쓰고 버리는 비정규고용을 줄이고, 실업자의 생활을 보장하고, 제대로 된 직업훈련을 전제로 보다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보장하라는 요구를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용의 질을 개선함에 있어 최저임금의 인상은 특히나 중요하다. 2010년도 지역최저임금액 개정에도 불구하고 9개 도도부현의 최저임금은 독신자 기초생계비 수준에도 못 미친다.(주7) 이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노동의 보장을 정한 헌법 및 최저임금법에 위배되는 것이다. 이를 방치하는 것은 취업 동기를 손상시켜 생활보호로부터의 자립을 어렵게 함과 더불어 생활보호 수급자들에 대한 불만을 조장하는 처사이기도 하다.

 

일본변호사연합회는 올해 6월 최저임금 제도의 운용에 관한 의견서를 공표하였는데, 그 내용에는 취업 동기를 확보하기 위해 생활보호 급부 수준을 상회하는 최저임금 수준을 검토할 것, 최저임금과 비교해야 할 생활보호 수준에는 독신자뿐만 아니라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세대 또한 포함시킬 것, 최저임금 산정 기준 노동시간으로는 월150시간을 고려할 것,(주8) 최저임금수준을 결정함에 앞서 비정규노동자의 생활 실태를 상세히 조사할 것 등 대정부 요구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올해 6월 가나가와 현내 노동자 68명이 최저임금액이 생활보호 수준을 하회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1,000엔으로의 인상을 요구하며 요코하마지방법원에 제소한 바 있다. 생존권보장과 노동권보장을 결합한 새로운 법정투쟁이다.

 

(2) 고용을 늘리는 고용정책

 

수출형 대기업의 성장이야말로 대지진 재앙으로부터의 부흥의 전제조건이고 이를 위해서는 법인세 감세, 노동규제 완화, 원전 재가동,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의 참여 등이 필수적이라는 논조가 힘을 얻어가고 있는 오늘날, 수출형 대기업의 성장을 전제하지 않고도 고용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것과 더불어 내수주도형 산업구조로의 전환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고용기회를 창출하는 것에만 매달려 반실업상태의 고용이나 최저임금 수준의 고용이 증가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소매업, 음식업, 대인서비스부문은 내수형 산업이기는 하지만 비정규고용 의존형 산업인 동시에 ‘에너지 과다 소비형 24시간 사회’와도 밀접한 관련을 갖는 부문이다. ‘일다운 일’이라는 목표의 실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산업구조에의 전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먼저 공공사회서비스 부문(교육, 보육, 의료, 사회복지 등)의 확충이 필요하다. 재계는 이 부문의 시장화․민영화를 의도하고 있지만, 그렇게 되면 서비스의 질 저하, 비정규고용에 의존적인 저임금 산업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개호보험 도입 후의 사회복지 노동 실태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시장화․민영화를 통해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도 ‘일 다운 일’과는 거리가 먼 ‘쓰고 버리는 일자리’가 될 것이다.

 

둘째, 농림수산업도 지역사회 중심의 친환경 산업구조를 위해 발전이 필요하다. 대지진 피해지역에서 동일본대지진부흥구상회의(2011년 6월)가 시도한 특구 구상에 대항하여 각 지역별로 농림축산업의 부흥을 꾀하는 사람들이 보여준 주체적인 노력이 그 모델이 될 것이다. 점점 더 어려워지는 환경 속에서 생산되고 있는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의 제조 및 판매와 관광을 결합한 사업 창출도 중요한 시도다. 이를 통해서도 새로운 고용기회 또한 창출되고 있다.

 

셋째, 원전 의존적 에너지 과다 소비형 산업구조로부터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환경관련 산업은 새로운 고용창출 영역이 될 수 있다. 후지타 미노루(藤田実) 씨의 제안과 같이 환경관련 산업은 대기오염방지기술, 에너지 절약 기술, 물 공급 시스템, 전력기술, 신소재 기술, 중소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미세가공기술 등 그간 일본이 축적해 온 산업기술을 기반으로 할 수 있다. 환경관련 산업의 구축은 이들 제조업은 물론 농림업, 건설업, 서비스업과 결합될 수 있다.(주9)

 

넷째, 통상적으로 민간부문 및 공공부문에 취업하는 것이 어렵더라도 취업을 희망하는 실업자에게 취업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그 방법으로는 공공근로 사업을 재도입하는 것이다. 공공근로 사업은 2차대전 이후 긴급실업대책사업으로 시작되었으나, 실업자의 체류, 사업의 비효율성 등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1990년대 후반 폐지되었다. 그 교훈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실정에 맞는 공공근로 사업 방향에 대해 지역경제 관계자들(노사, 자치단체 등)이 협의하며 다시금 추진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의 불황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가 실시한 긴급고용창출사업인 ‘내고향고용재생특별기금사업’을 활용한 일자리 만들기가 전국의 자치단체에서 실시되고 있어 이들의 경험을 살릴 필요가 있다.

 

공공근로 사업과 병행하여 공적직업훈련의 확충, 특히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생활보장 연계 직업훈련의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내에서의 교육훈련 이수가 불가능한 비정규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는 현재, 보다 양호한 조건의 일자리로 이동하기 위한 공적 직업훈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직업훈련 내용의 확충과 더불어 취업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개별 지원의 충실화가 과제가 된다.

 

(3) 실업시의 생활보장

 

이상의 정책과 병행하여 실업․반실업 상태에 놓여있는 이들에게, 불안정한 노동을 강요하지 않고 일정 기간의 생활보장을 실시하는 것은 고용의 질을 유지하고 ‘일 다운 일’에 접근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생활보장 제도 개혁, 실업부조 제도 신설 등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구체적 정책들이 요청된다.

 

 

 

(주1) 후생노동성의 취업형태의 다양화에 관한 종합실태조사(2007년)에 따르면 정규직 이외의 노동자 중 가구 주수입원이 자신이라 응답한 이들의 비율이 45.4%로 나타난 반면, 배우자(41.5%), 부모(8.1%) 등 본인 외의 가족인 경우가 54.4%로 나타났다. 특히 파견노동자의 경우 본인이 가구 주수입원이라 응답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70.5%). 2003년 조사에서는 전자가 42.8%, 후자가 56.0%로 나타난 바 있다.

 

(주2)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와키타 시게루(脇川滋) 교수의 조언을 얻었다. 한편, 특정노동자파견사업의 정의와 관련해서는 다카나시 아키라(高梨昌)의 저서 <해설 노동자파견법>(제3판, 2007년)을 참조하였다.

 

(주3) 1970년대 원전 하청노동자의 상세한 기록으로서 호리에 쿠니오(堀江邦夫)의 <원전집시: 피폭 하청노동자의 기록>을 들 수 있다. 또한 후쿠이현 와카사 지역을 대상으로 1980년대 원전 노동자와 그 가족의 노동 및 생활에 대한상세한 조사연구업적으로 타카기 카즈미(高木和美)의 <일용직 노동자의 생활문제와 사회복지의 과제: 와카사지역의 원전 일용노동자의 생활실태 분석을 중심으로>(1987년 일본복지대학 석사학위논문)가 있다. 그밖에도 언론보도에 의하면 동경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처리에 투입된 현장노동자 가운데에는 인재중개업자(노동자공급사업자)가 오사카시 니시나리구에서 허위구인정보에 의해 동원된 노동자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주니치 신문 2011.5.8).

 

(주4) 모리오카 코지(森岡孝二)의 ‘노동시간의 이중구조와 양극화’(오하라사회문제연구소잡지 627호, 2011년)를 참조.

 

(주5) 제조업 생산라인에의 로봇 도입 외에도 은행의 ATM화 및 인터넷 뱅킹, 일부 슈퍼마켓 계산대의 무인화, 셀프서비스 주유소 등장을 들 수 있다.

 

(주6) 신문보도에 의하면 리코(Rico)가 국내외 약11만명의 종업원을 대상으로 3년간 1만명의 고용조정을 단행한다고 한다. 국내 고용조정 규모는 수천명이다(니혼게이자이 신문 2011.5.26). 파나소닉은 올해까지 국내외 1만 수천명의 고용조정을 추진하여 2012년에는 고용규모를 35만명 이하로 한다는 방침이다(니혼게이자이 신문 2011.6.28).

 

(주7) 최저임금액과 생활보호수준(생활부조, 주택부조의 합계)의 괴리(차액)는 혹카이도 31엔, 미야기 8엔, 사이타마 9엔, 도쿄 16엔, 가나가와 23엔, 교토 1엔, 오사카 7엔, 효고 3엔, 히로시마 6엔이다.

 

(주8) 후생노동성은 최저임금액 산출 기준 노동시간을 월173.8시간으로 하고 있으나, 이는 시간외노동 약20시간이 포함된 수치이다.

 

(주9) 후지타 미노루(藤田実)의 ‘복지국가형 산업구조에의 전망’(고용문제연구회 편 “‘일다운 일’의 실현, 새로운 복지국가를 목표로”의 4장)을 참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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