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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타마현 아라카와에 바다표범 아라짱 출현

지난 10월 중순 사이타마현 아라카와에 나타난 바다표범 아라짱 ... 2004년 타마가와에 모습을 드러냈던 '타마짱' 출현 이후 7년만에 수도권 하천에 출현한 바다표범이란다.

 

아라짱을 보려고 연일 수백 명의 사람들이 아라카와 상류의 취수장으로 몰려들었고, 아라카와를 끼고 있는 도시인 시키시에서는 명예 주민등록증을 배부했단다. 한동안이나마 관광명소가 되었으니 시키시 측에서는 세금이야 이미 충분히 뽑아냈을 터이고, 이참에 좀더 홍보에 투자해 보자는 생각이었겠구나 싶다. 뭐, 내가 사는 동네에선 심지어 상상 속의 동물(?)인 둘리도 주민등록 시키는 마당에 아라짱이 시키시 주민이 되었다는 데 딴지걸고 싶지는 않다.

 

사실 좀 부럽기도 하다. 아라카와 천변 낚시꾼들 왈, 그 근방에 은어떼가 올라오고, 또 은어떼를 쫓아 가마우지 떼가 몰려드는 시기라고 한다. 우와 ... 한국으로 치면 굴포천쯤 되는(굴포천은 바다가 아니라 한강 하류로 흘러들어가긴 하지만) 하천인데, 굴포천이 은어는 고사하고 당장에라도 에일리언이 튀어나올 것 같은 하천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부러울 따름이다. 수도권에도 후쿠시마발 방사능 영향이 없지 않을텐데 아라짱, 잘 놀다 돌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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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짱 동영상 찾아보니 헤엄치다가 하품(?)하는 모습이 짱 귀엽다. 또 아라짱 귀여워서 여기저기 뒤지다가 누군가가 웹에 올려놓은 한 컷 만평이 눈에 띠었다. 아라짱을 보려 몰려든 강둑 위 인파들을 등 뒤로 하고 "거참 시끄럽구만 ..." 하며 뻘줌해하는 모습이 재미있으면서도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다시 한 번 짚어보면, 아라짱은 도쿄만 해역에서 아라카와를 거슬러 올라왔다!! 아마도 먹이떼를 쫓아서겠지. 일본의 하천 관리는 (물론 '토건국가'의 원조로서 여전히 '댐 마피아'들이 건재하지만) 그래도 한국처럼 '각 잡기'와 '틀어막기'를 기조로 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한국에선 일찌기 각카와 그 일당들이 굽이굽이 흐르는 한강물마저 콘크리트로 '각'을 잡으신 바 있고, 이후로도 영월 동강을 비롯한 수많은 하천들을 말아먹으려 했던 사람들이 그 버릇을 못 고치고 돌고 돌아 크게 한 판 벌여보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그 배경에는 토지-물관리 정책도 있다. 군사독재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토지-물관리 정책은 대규모 토지개발을 진행한 다음에 거기에 필요한 물을 대기 위해 대형 댐 건설을 추진하는 식이었다(물론 그 역도 성립한다.). 물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대한 정책적 접근 없이 일단 물을 잔뜩 가두어 놓고 그저 뿌듯해 하는 식이었던 것이다. 댐의 홍수조절이나 가뭄해소 효과가 사실상 미미하다는 수많은 조사연구 결과에도 그저 '흥'이었다. 그럴진대 야생 동식물들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이들의 길이 끊긴다는 말이 씨가 먹힐 리가 없다. 새삼스런 이야기지만 한국의 정부와 대기업들은 정말 무서운 존재들이다.

 

뚱한 표정으로 천연덕스럽게 은어를 잡아먹으며 유유히 놀고 있는 아라짱을 보니

살 곳을 잃고 쫒겨다니기 바쁜 수달이며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들에게 갑자기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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