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시간은 마냥 흘러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어느덧 2012년도 첫 두 달이 훌쩍 지나버렸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올해엔 이런저런 해외 뮤지션들의 내한공연이 줄을 잇는 모양이다. 뭐, 얼마 전엔 주다스 할배들도 다녀갔고 ... 면면들을 살펴보면 래니 크래비츠도 눈에 띠지만, 특히나 듀란 듀란(Duran Duran)이라는 밴드의 이름이 애틋함을 준다.

 

시골에 살았던 터라 공연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1988년 그들의 내한공연이 큰 화제였다는 기억은 선명하다. 잘나가던 수려한 외모의 밴드. 사실 듀란듀란은 80년대 초 MTV가 생겨나면서 '만들어진' 꽃미남 아이돌 밴드의 성격이 강했던 것 같다. 물론 실력 있는 밴드임엔 틀림없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TV피플들은 이 꽃미남들을 들었다 놨다 했고, 이들은 얼마간 고독한 시기를 보내게 된다.

 

90년대 시애틀 밴드들이 애초에 밑바닥에서부터 실력을 갈고 닦으며 주류가 되어서도 밑바닥 정서를 진하게 고수함으로써 어떤 진정성을 보여주었다면, 화려하게 주목받으며 등장했던 아이돌 밴드인 듀란 듀란은 사라져가는 듯 했으나 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며 많은 팬들에게 '재발견'의 기회를 주었다.

 

훗날 이들을 다시 보게 만들었던 대표적인 곡이 바로 Ordinary World인 듯하다. 1993년 발표된 곡이니까 ... 근 십여년 만에 다시금 새롭게 주목받았던 셈이다. 섬세한 멜로디와 탄탄한 연주실력, 무엇보다 깊이 있는 가사가 마음을 끈다. 내용을 언뜻 보면 실연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고자 하는 다짐인 듯하지만, 팬들의 주목과 사랑으로부터 잠시 멀어졌던 시기 동안의 내면적 성찰이 담겨 있는 듯하기도 하다. 노랫말을 좀더 음미해 보면 '삶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라는 잠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어찌 되었든 이 노래를 듣다 보면 ... 아, 시간은 마냥 흘러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않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곤 한다. 80년대의 한 단편이 90년대에게 조심스럽게 돌려주는 하나의 답변이랄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